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18권 : 아르펜의 건축물 (72/520)

<아르펜의 건축물>

  이현은 23일 만에 유럽 여행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여동생은 아침 일찍 도서관에 간 듯 집에 없었고, 방이나 거실은 매일 청소를 한 듯이 깨끗했다.

  이현은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방바닥에 그대로 누웠다.

'집에서 빈둥거리면서 놀면 되는데 굳이 피곤하게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어.'

  매 휴가철마다 외국으로 향하는 관광객들을 이해할 수 없을 정도였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데 휴양은 무슨 휴양인가!

  아침에 밥 먹고, 점심에 탕수육 시켜 먹고, 저녁에는 통닭 시켜 먹고 선풍기 틀어 놓고 자면 그게 최고의 여름휴가

 였다.

"으으... 그래도 이대로 누워 있을 수만은 없지."

  살짝 몸살 기운도 있는 것 같았다.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을 돌아다녔으니 철혈 체력이라고 해도 피곤하지 않으면 이상할 노릇.

  하지만 돈을 벌어야 된다는 생각이 그를 쉴 수 없도록 만들었다.

  여름방학이라는 황금기!

  다른 경쟁자들이 레벨을 올리고 스킬 숙련도를 쌓는 동안 그는 완벽하게 쉬었던 것이다.

  벌어 놓은 돈이 상당량 있다고는 하지만, 한 달의 가계부를 적자로 기록하는 일은 유서를 쓰는 것만큼이나 끔찍한 

 기분이었다.

"모라타나 베르사 대륙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도 모르고......"

  23일이라는 날짜는 로열 로드에서 상당히 긴 시간이다.

  네 배나 되는 시간을 고려한다면 92일이나 되는 시간이 흘렀으니 많은 변화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여행에서도 내내 걱정했던 부분이었다.

"모라타가 멀쩡할지나 모르겠군. 설마 폐허만 남은 것은 아니겠지."

  이현은 짐 가방부터 열었다. 그러자 와르르 쏟아지는 기념품들.

  유럽을 다녀왔다는 것을 증명할 만한 물품들이었다.

베르시안 호텔

힐튼 호텔

파리 유스호스텔

  숙박업소의 수건들, 칫솔, 치약, 비누, 샴푸!

  비행기에서는 담요도 몇 벌 챙겨서, 가방 안이 미어터질 정도였다.

  다른 1개의 대형 가방에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에서 산, 여동생에게 줄 옷과 지갑, 목걸이 등이 들어 있었다.

  유럽에서의 바가지요금을 감수하고서라도, 혼자서 집에 있을 여동생을 위해서 산 것이다.

  이현은 물건을 구입했을 때의 실랑이를 잊지 못했다.

"90유로? 노, 노, 노, 노. 40유로. 플리즈."

"노 셀. 굿바이."

"40유로. 40유로. 40유로!"

  명품 상점에서 거침없이 깎아 내는 가격.

  이현은, 설명할 수는 없어도 물건의 재질을 알 수는 있었다. 유럽의 높은 인건비를 감안하더라도 완전한 바가지였다

  나름대로 합리적인 가격인 40유로를 고집하다가, 아프리카에서 구한 예쁜 돌멩이를 주면서 52유로에 살 수 있었다.

"완전 도둑놈들."

  외국 여행객들이라고 더 비싸게 받아먹으려는 게 확실하다.

  물건에 흠이 있더라도 반품이나 AS도 안 되는 마당에, 뻔뻔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이현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지불을 마치고 나서 그들을 향해서 불쾌하게 인사했다. 

"곤니찌와!"

  이것이야말로 한국 여행객의 자부심!

  여동생의 선물뿐만 아니라 정효린과 오동만, 최지훈 등에게 줄 것도 샀다.

"딱히 줄 건 없고, 이런 거면 괜찮겠지."

  유럽 명품 브랜드의 티셔츠들!

  물론 유럽에서 구매한 게 아니라, 중국의 시장에서 산 물건들이었다.

  한국 돈으로 전부 해서 80만 원 달라고 하는 것을 깎아서 6만 원에 샀다.

  일단 열다섯 배를 후려쳐 보고,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한 뒤에 흥정으로 가격을 합의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여행에서의 길거리 쇼핑의 참맛!

  이현은 물품들을 대충 정리한 뒤에 일단 텔레비전부터 켰다.

  때마침 베르사 대륙 이야기가 방송되고 있을 시간이었다.

  로열 로드를 하지 못하는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텔레비전을 시청했다.

"오주완 씨, 하벤 왕국과 칼라모르 왕국의 전면전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연전연승을 거두던 칼라모르 왕국의 기사 콜드림이 드디어 진격을 멈추었다는 소식입니

다. 시스타인 요새까지 파죽지세로 점령하면서 노예군과 투항한 적 병사까지 합쳐 무려 20만이나 되는

대군을 가졌지만, 보급의 문제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하벤 왕국과 칼라모르 왕국의 전쟁은 이현이 풀어 놓은 콜드림에 의해서 벌어진 국가 간의 전면전이었다.

  하벤 왕국의 영토가 심각하게 잠식당하면서 일반 유저들도 검을 들고 나섰다.

  중앙 대륙의 유저 숫자는 엄청나게 많다. 공성전에서는 큰 전력이 되었지만, 기사 전력이 뛰어난 칼라모르 왕국을 

 물리 칠 수는 없었다.

  헤르메스 길드를 비롯하여 다른 대형 명문 길드들이 침묵을 지켰기 때문이다.

  하벤 왕국의 성주들과 유저들의 피해가 극심한 와중에도 헤르메스 길드는 사냥터들을 빼앗고 길드원을 모집하면서 

 몸집을 불렸다.

  겁을 먹고 몸을 사린다는 비난과 손가락질을 받았지만, 실리를 택한 것이다.

  물론 사람들의 욕은 바드레이가 아니라 대외적으로 알려져 있는 길드장인 라페이가 먹었다.

  바드레이가 헤르메스 길드뿐만 아니라 다른 명문 길드까지 다스리고 있다는 사실은 아직까지 비밀인 것이다.

  바드레이는 로열 로드에서 여러 길드들을 창설하고 영향력을 강화하느라 뒤처진 적도 있지만, 길드들이 안정권에 접

 어든 이후로 길드 연합의 총수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헤르메스 길드. 하벤 왕국을 대표하는 길드로서 무책임한 거 아니야?"

"헤르메스 길드만 욕할 게 아니야. 다른 길드들도 똑같은 놈들이잖아."

  하벤 왕국의 다른 명문 길드들까지 같은 선택을 해서 비난의 분산 효과까지 있었다.

  칼라모르 왕국이 하벤 왕국의 영토를 심각하게 점령하고, 군대가 날로 강해지고 있을 때였다.

"우리가 함께 싸워서 키운 하벤 왕국을 이렇게 적들에게 넘겨줄 수 없다."

  바드레이는 직속 친위대와 함께 전쟁에 참여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따. 헤르메스 길드장 라페이의 명령을 따르지 않고

 이탈해서 독단적으로 저지르는 일이라고 대외적으로 알렸다.

  바드레이와 친위대는 전면전이 아닌 칼라모르 왕국군의 후방에 등장했다.

  헤르메스 길드의 비밀 부대 그리고 친위대로 식량과 보급마차들을 습격하는 전략은 제대로 먹혀들었다. 공적을 세우

 고, 약탈한 식량들을 인근 마을에 나누어 주는 동영상들이 명예의 전당에 연속으로 올라왔다.

  하벤 왕국의 유저들은 동영상이 등록될 때마다 어마어마하게 환호했다.

"진짜 바드레이밖에 없어."

"하벤 왕국의 수호신!"

  동영상에 달린 댓글의 개수가 수십만 개에 이를 정도였다.

  방송사들의 취재 경쟁까지 따라붙으면서, 그렇잖아도 베르사 대륙의 최강자였던 바드레이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단순히 검술과 레벨이 높은 강한 유저가 아니라, 베르사 대륙 전체에 걸쳐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것이다.

  위드가 오크 카리취로 변신해서 불사의 군단과 싸울 때, 그리고 본 드래곤을 사냥했을 때처럼 방송을 통해서 힘을 

 과시했다.

  인근 왕국의 명문 길드들도 최상위권 랭커들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배 아파하면서 그의 활약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칼라모르 왕국군의 보급선은 유지하기 버거울 정도로 길어졌고, 원래는 하벤 왕국 내에 속해 있던 땅에서의 습격이

 라서 방비하기도 어려웠다. 결국 콜드림과 칼라모르 왕국군은 시스타인 요새까지의 퇴각을 택했다.

  국가 간 전면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내면서 바드레이와 친위대의 평가가 더욱 높아진 사건이었다.

  하지만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오히려 그런 바드레이에게 징벌을 내렸다.

헤르메스 길드의 결정을 따르지 않았으므로 바드레이와 그의 동료들에게 200일간 대외 활동을 금지한

는 벌을 내린다.

  헤르메스 길드의 대표 라페이의 징벌은 하벤 왕국 유저들의 엄청난 공분을 자아냈다.

  헤르메스 길드의 홈페이지는 당장에 욕설과 비난으로 가득 찼고, 바드레이에 대한 징벌을 취소하라는 시위까지 벌어

 질 정도였다.

  반면에 베르사 대륙 최강의 유저 바드레이에 대한 동경심과 평가는 급속도로 좋아지고 있었다.

"우트라는 유저가 고위 던전을 발견했습니다. 혼자서 찾아냈지만 많은 사람들과 함께 모험을 하고 싶

다고 공개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체이스 왕국으로 가 보세요."

"벨벳과 사향의 시세가 폭등하고 있다는 급한 소식입니다. 상인 분들의 발이 빨라져야 되겠는데요. 이

미 벨벳을 사놓으신 분들은 지금쯤 아주 행복하시겠죠?"

"혜민 씨, 재봉사가 벨벳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세요?"

"어머, 그게 가능해요?"

"초급 6레벨을 넘으면 특정 재료들을 조합해서 원단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직물이나 모직물, 벨벳

등을 만들 수 있으니 상인들은 재료들을 가지고 재봉사를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베르사 대륙의 각종 소식들이 알려지고 있었다.

  유저들이 많아지고 왕국들이 발전하면서 뉴스거리들도 다양했다.

  따로 로열 로드의 뉴스 전문 방송까지 문을 열 정도인 것이다.

"북부에 있는 유저 분들은 가급적 최대한 조심하셔야 되겠습니다."

"오주완 씨, 북부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요?"

"북부 각 마을들의 긴장감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중앙 대륙에서 용병들이 대규모로 북

쪽으로 향하고 있고, 병사들도 모집되고 있다고 합니다."

  신혜민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북부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목표가 어디일까요?"

"모라타밖에 없을 겁니다."

"모라타라면 전쟁의 신 위드가 다스리는 지역인데요."

"북부의 교역과 모험의 중심지이니까요. 영주가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모라타를 노린다고 볼 수밖에

없죠. 화면으로 직접 보시죠."

  방송 화면은 북부의 마을들을 비췄다.

  1,000명, 2,000명 단위의 병사들이 훈련을 하고 있고, 대장간에서는 찍어 내듯이 병장기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10명이 넘는 대장장이들이 연합해서 공성추 등의 대형 무기를 제작하는 것도 보였다.

  영주와 기사들의 명령에 따라 군사훈련이 실시되는 일은, 나름 장엄하다면 장엄한 광경이었다.

  북부의 거대도시로 성장하려 하는 모라타를 그냥 놔둘 세력은 없는 것이다.

  이현은 텔레비전을 껐다.

"내 모라타를 노리다니!"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텔레비전을 켜 놓고 화를 낼 수는 없다.

  전기세는 아껴야 될 것이 아닌가!

  쉽게 고장 나는 리모컨을 던진다거나 벽을 주먹으로 친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감히 내 밥그릇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비싼 값에 팔아먹어야 하는 모라타를 공짜로 넘겨줄 수는 없으니까.

  개도 밥 먹을 때 건드리면 성격이 더러워진다.

  온순하고 귀엽게 생긴 치와와라고 해도, 주인이 상습적으로 밥그릇 가지고 장난치면 성질을 내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현이 숟가락도 올리기 전에 밥그릇을 뺏겠다는 게 아닌가!

"나처럼 선량한 사람의 등을 치려고 하다니... 역시 세상은 착하게만 살면 손해를 보기 마련이라니까."

  위드는 영주성으로 돌아와서 창가에 섰다.

  중앙 광장 부근에는 상인들이 빼곡하고, 멀리 프레야 여신상이 있는 호수 근처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살기 좋은 지역이라는 소문이 돌아 초보자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중이었다.

  어린 송아지들이 길가에 한가롭게 드러누워 있는 모습들도 보인다. 위드가 없는 동안에 누렁이가 새끼를 많이 쳐 놓

 은 모양이었다.

"내 피땀이 들어간 마을이야."

  위드가 만든 조각품과 막대한 액수의 자금 투자가 아니었다면 이토록 빠른 개발은 어려웠으리라.

  멀리에는 인부들이 개미 떼처럼 달라붙어서 무언가를 만드는 모습도 보였다.

  파보가 총지휘하는 랜드 마크 건물.

  모라타 예술 회관!

  피라미드를 건설할 때처럼 활력에 차 있는 광경이었다.

  공사는 빠르게 진행되어, 방대한 면적의 정원에 꽃과 나무도 심고 있는 중이었다.

  자랑거리가 될 만한 위대한 건물들까지 지어지고 있으니 영주라면 모라타를 보면서 뿌듯함이 들 수밖에 없었다.

"처음 영주의 자리에 올랐을 때가 떠오르는군."

  위드가 맨 처음 영주 자리에 올랐을 때는 맨밥에 물을 말아 먹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늘어나고 북부로의 모험 열풍이 불었다. 자장면이나 짬뽕밥 수준이 되었다.

  유저들이 더 많이 늘어나고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탕수육, 깐풍기 수준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지금은 멋진 코스 요리의 냄새를 물씬 풍기고 있다.

  숟가락도 올리기 아까울 정도로 발전하고 있는 모라타!

  위드의 밥그릇에 대한 애착은 기사들의 소속감이나, 국가에 바치는 병사들의 충성심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런데 내 밥그릇을 빼앗으려고 하다니......"

  위드가 지금껏 모아 놓은 돈은 39만 골드나 되었다.

  사냥과 킹 히드라, 이무기 고기를 바가지 씌워 팔고, 퀘스트를 공유해 주면서 자린고비처럼 모은 돈이었다. 남들처

 럼 비싼 요리와 술을 즐기거나, 외모를 꾸미기 위해서 귀금속을 산 적도 없다.

  그렇게 모아 놓은 목돈을 투자하기로 했다.

"내정 모드!"

-화면이 영주의 내정 모드로 전환됩니다.

  모라타 전체를 관장할 수 있는 기능이었다.

  현재 있는 장소가 영주성이었으니 즉시 사용할 수 있었다.

『군사력 : 51 경제력 : 989

  문화 : 1,512 기술력 : 338

  도시 발전도 : 121

  위생 : 41 치안 : 65%

  부패 : 3

  소유 자금 : 518,642   』

  모라타는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는 시기다.

  도로를 새로 만들거나 수로를 확대하는 데에도 지속적으로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문화와 경제 발전, 기술력 증강에

 상당수의 자금이 운용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꽤 많은 여유 자금이 쌓여 있는 셈이었다.

  상업이 발달하면서 부패도 생겼지만 근면한 주민들의 특성 덕에 아직 심한 편은 아니다.

"수입 내역 확인."

『매달 모라타 총수입(단위 : 골드)

  주민들에 대한 세금 : 12,166

  주택 세금 : 958

  상점에서의 물품 판매에 따른 세금 : 22,889

  상인들의 교역세 : 57,901

  상인과 용병들의 통행세 : 3,051

  자리 임대료 : 6,373

  광산에서의 흑자 : 9,230

  상점들의 흑자 : 49,749

  식량 판매 수익 : 35,461

  북부의 주민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다른 마을에서도 여러 종류의 주민들이 이주하고

  있습니다.

  낮은 세율로 인해서 이주민들이 납부하는 세금이 많지 않습니다.

  기술자들의 숫자가 부족합니다.

  직업을 가지지 않고 놀고 있는 주민이 2만 명이 넘습니다.

  주택들은 광장 부근과 외곽 지역의 별장들을 제외하면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립니다. 특

  히 판자촌에서는 주택 세금이 매우 낮습니다.

  상점에서 싸구려 물품들의 구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물품의 제작과 진열이 판매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점에는 밤늦게까지도 구

  매를 원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상인들은 낮은 교역세를 내고 있습니다.

  중앙 대륙에서 상단을 이끌고 온 교역상들의 비율이 절대적입니다.

  낮은 품질의 저렴한 물건들을 가져오지만, 한 번의 운송 때마다 많은 물품들이 거래됩니

  다. 모라타의 특산품인 섬유와 직물은 높은 가격에 구입하고 있습니다.

  상인들이 거래한 상품들은 북부의 다른 지역으로 팔려 나가기도 합니다.

  상인과 용병 들이 모라타에 매우 자주 찾아오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광장에서 장사를 할 때 임대료를 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장사를 하려고 하지만,

  광장의 자리가 비좁은 편입니다.

  광산에서 질 좋은 철광석들이 채굴되고 있습니다. 구리와 은도 채굴되어서 인근 대장간에

  서 가져갑니다.

  채굴하는 양이 부족하고, 더 많은 광산들을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술집과 여관의 사업이 활황을 이루고 있습니다.

  무기 상점, 방어구 상점, 대장간에서도 밀려드는 손님들을 간신히 받고 있습니다.

  모라타의 경제는 늘어나는 유저들로 인해서 건실한 편이었다.

  위드는 소유한 돈을 2골드만 남기고 모조리 투자했다.

띠링!

『모라타 지방의 대규모 투자

  모라타의 백작이 자신이 다스리는 지역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합니다.

  2개월간 생산력 45% 증가.

  마을의 영역 확장.

  인구 증가 속도가 향상됨.

  모라타의 자금은 이제 90만 골드도 넘게 늘었다.

"먼저 광산 개발과 농지 확대부터 해야겠군."

  32만 골드를 전격적으로 투입!

  농업 지역을 무한 확대하고 인근 산의 광산들을 개발하기로 했다.

-황무지를 개간합니다.

-아르펜 제국의 지식을 알고 있는 덕분에 개간 능력이 13% 확대되었습니다.

-황소들을 구입해서 농업에 사용합니다.

-3개의 폐광에 기술자와 인부 들을 파견합니다.

-모라타 인근의 산에 조사단을 보냅니다.

  프레야 여신의 축복이 있는 모라타였으니 베르사 대륙의 시간으로 3개월이면 식량 생산이 이루어질 것이다.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주기에도 농사만큼 유용한 게 없다.

"경제력이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어."

  곡식 생산량과 광물 생산이 늘어나면 그만큼 월수입도 증가한다.

  위드는 다른 전략 게임을 할 때도 압도적인 돈을 버는 것을 선호했다.

"뭘 하더라도 돈이 없으면 안 되니까."

  무조건 많은 돈과 자원!

  영주 개인의 사치나 과시를 위한 유흥 시설의 개설보다는 최대한 아껴서 기반 시설에 투자했다.

  모라타의 주민이 늘어나고 수준 높은 유저들이 많이 올수록, 벌어들이는 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

 다.

  마을 주민들이 내는 퀘스트도 그냥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주민들도 농사를 짓거나 장사를 하면서 경제활동에 전념한다.

  유저들은 자리를 비우고 있을 때도 많지만, 베르사 대륙의 주민들은 항상 돈을 벌거나 사냥을 한다. 주민들이 가지

 고 있는 돈이나 아이템, 정보 등에 따라서 퀘스트의 수준과 보상도 달라지는 것이다.

  부유한 주민들이 많아질수록 경제에도 활력이 생기고 퀘스트도 다양해진다.

  다행히 북부의 주민들은 유랑민들이 많아서 사냥터나 퀘스트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의 폭이 넓었다. 니플하임 제국

 이 몰락하면서 여러 유물들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다행히 퀘스트의 질이나 양은 훌륭한 수준이었다.

  성이나 도시를 다스리는 영주는 주민들의 성장까지도 고려해야 되었다.

"마법사의 탑도 만들어야지."

  마법사의 탑 가격은 무려 10만 골드!

  지난번에는 돈이 없어서 짓지 못했지만 이제는 건설할 수 있었다.

"북부는 그래도 중앙 대륙보다는 추운 편이니까 빙계 마법사의 탑을 지어야겠군."

  추울수록 빙계 마법사들이 우대를 받는다.

  위드는 마땅한 자리를 몰색해 보려고 했다.

  마법사의 탑은 굉장히 아름답다. 도시의 미관을 위해서라도 위치를 잘 선정할 필요가 있었다.

  모라타의 광장 부근에는 집들과 상업 건물들이 많다. 프레야 여신상 주변이 신도시처럼 구획정리도 잘되어 있고 빈

 땅도 많았다.

"여기에 지으면 되겠군."

  위드의 내정 모드에 프레야 여신상과 이무기, 킹 히드라 조각상을 관람하기 위하여 움직이는 유저들이 보인다.

  위드는 프레야 여신상 인근에 마법사의 탑을 건설했다.

  얼음의 탑!

  거꾸로 된 고드름처럼 생긴 탑이 20여 미티 정도의 높이로 세워졌다.

"영주다!"

"모라타의 영주가 돌아왔다!"

  마법사의 탑이 완성되었다면서 환호하는 주민들과 유저들이 보였다.

  실종된 줄만 알았던 모라타 영주의 귀환인 것이다.

  전쟁의 신 위드, 그에 대한 주민들과 유저들의 존경심은 절대적이었다.

"마법사의 탑에는 다음에 좀 더 투자를 하도록 하고."

  모라타에서는 아직 초보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 제한적이었다.

  마법사의 탑을 만들었으니 마법사의 직업도 이제는 선택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령술사를 바라는 유저들도 많은 편이었다.

  몸싸움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에게 정령술사는 꽤 인기 있는 직업이다.

  초보자들이 선뜻 모라타를 택하지 못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직업 선택이 다양하지 못하기 때문.

  정령술사 길드는 화돌이와 흙꾼이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도 필요했다.

"정령의 집 건설!"

  위드가 보고 있는 화면에 정령들이 등장했다.

  수십여 개의 인기 있는 정령들!

  오만하게 생긴 정령들이 의기양양하게 약간씩 거리를 두고 서 있었다.

"통과. 통과......."

  위드는 그 정령들은 그냥 지나쳤다. 그리고 구석에서 쓸쓸하고 외롭게 땅을 긁고 있는 흙꾼이와, 불장난을 하면서 

 궁상을 떨고 있는 화돌이를 발견했다.

"이 두 녀석의 집을 짓겠다."

-정령의 특성에 따라 건축 비용은 최소 2만 골드부터 시작됩니다.

얼마의 예산을 투입하시겠습니까?

"2만 골드."

-화돌이의 정령의 집이 완성되었습니다.

-흙꾼이의 정령의 집이 완성되었습니다.

  조각술로 형체를 만들어 준 정령들이 편하게 쉬고 놀 수 있는 공간 창설!

  정령의 특성에 따라서 집도 정해졌다.

  화돌이의 집은 화재가 난 것처럼 불타오르고 있었고, 흙꾼이의 집은 마치 황토방처럼 아늑한 분위기였다.

『정령의 집

  정령술사들이 정령과의 친화력을 높일 수 있는 장소.

  정령들이 휴식을 취하는 공간으로, 많은 장난감... 들이 있어야 하지만 최소한의 원가 

  절감으로 인해서 삭막함이 감도는 장소이다.

  많은 정령들이 모여서 계약자를 기다리고 있다.

  화돌이와 흙꾼이의 집은 넓은 사육장처럼 놀이 기구나 장난감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정령의 집치고는

 매우 검소하게 지었기 때문이다.

"정령술사 길드 건설!"

  정령술사 길드도 개설.

  8만 골드의 비용이 들었지만 앞으로 모라타에서 시작하는 초보자들은 정령술사도 택할 수 있게 되었다.

  보통 일반적인 정령술사들은 친화력에 따라서 바람의 정령이나 물의 정령을 소환할 수 있다. 하지만 근처에 정령의

 집이 있다면 직접 보고 계약을 맺기가 훨씬 쉬웠다.

"착한 녀석들이니까 계약을 많이 맺을 수 있을 거야."

  다른 정령들은 성격이 까다로웠다.

  툭하면 정령술사를 무시하거나, 변덕이 심하고, 명령 수행을 거부한다. 쓸데없는 활동으로 인하여 마나의 소모도 심

 한 경우가 많다.

  오죽하면 정령술사들의 불만 1위가, 정령들의 비위 맞춰주기가 지친다는 이야기이겠는가.

  하지만 화돌이나 흙꾼이는 명령 수행에 있어서는 철저했다.

  시키면 한다.

  군인 정신으로 무장한 건실한 정령들인 것이다.

  어디에서도 이런 정령들은 찾을 수 없으리라.

"다 창조주인 내가 잘 가르친 덕분이지."

  아직 다른 정령들보다 발휘할 수 있는 힘은 덜하더라도, 매우 유용한 정령들이 될 것은 틀림없다.

오는 계약은 거부하지 않는다.

손님을 왕처럼 대하라.

  휘하의 정령들이 계약을 맺고 자주 소환되면 위드에게도 혜택이 생긴다.

  정령들의 활동이 왕성해지면 그들이 지상계에서 발휘할 수 있는 힘이 강성해진다.

  화돌이나 흙꾼이와는 무한한 친밀도를 가지고 있으니 마나만 허용된다면 정령들을 마음껏 부릴 수 있는 것.

  정령들은 창조주인 위드를 향해 알아서 봉사하고, 보호하려고 할 것이었다.

"일단 당장 필요한 투자들은 했고......"

  이제 남은 것은 특별한 건물들!

  아르펜 제국의 황궁은 당연히 짓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돈과 귀금속도 없지만, 겨우 먹고살려고 하는데 사치의 극을 달리는 황궁을 지어서 파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아르펜의 특수 곡물 창고 건설."

-곡물 창고의 건설이 이루어집니다.

방대한 양의 곡식을 상하지 않게 저장할 수 있습니다.

식료품 가격 변동이 줄어들고, 경제 발전과 출생률 증가 등에 기여합니다.

경제력이 7 올랐습니다.

모라타 외의 굶주리는 주민들의 이주를 촉발합니다.

  정령의 집 근처에 대형 곡물 창고까지 세워졌다.

  마천루처럼 우뚝 솟아 있는 석재 건물이었다.

  모라타의 흑색 거성보다도 훨씬 높고 큰 건물.

  영주의 창고에 있는 석재의 95%를 투입해서 지은 장대한 곡물 창고였다.

"이건 무슨 건물이야?"

"뭐지?"

  정령술사 길드와 정령의 집이 막 만들어져 사람들이 근처에 몰려들어 있는 상황이었다. 모라타에도 이제부터는 정령

 술사가 생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다들 상기된 얼굴이었다.

"마법사나 정령술사가 많이 생기겠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만 기다렸다가 정령술사로 전직할 걸 그랬어!"

  정령의 집에도 방문객들이 많았다.

  화돌이와 흙꾼이는 독특한 생김새로 인해서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콧대 높은 정령들에 비해서 착하기도 했다.

"절대 충성을 다해서 모시겠습니다, 손님."

"땅에 묻어 줘야 할 몬스터가 생각나시면 언제든 34번 흙꾼이를 찾아 주세요."

  정령의 집에 방문한 유저들을 상대로 호객 행위를 하는 정령들!

  정령의 집에서 나오고 나니 어느새 아르펜 제국의 대형 곡물 창고가 세워져 있었다.

"아르펜 제국의 곡물 창고?"

"아르펜 제국이라면 어디지? 내부에 곡식이 가득 채워져 있네. 판매도 하잖아."

  베르사 대륙에서는 처음 보는 건물 양식이었다.

  식료품들을 대량으로 사고팔 뿐만 아니라 창고에 저장할 수 있는 식료품의 양도 엄청났다.

"영주가 위드니까 만들 수 있는 건물인가?"

"이거 캡처해서 게시판에 올리자!"

"모라타에 새로운 건물들이 올라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난리가 날 거야."

  모라타는 이미 대륙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아름다운 도시다. 명예의 전당에도 여행기가 자주 올라오고, 모라타

 를 배경으로 찍은 커플의 사진들이 인터넷상에 많이 퍼져 있을 정도였다.

  이 장대한 규모의 곡물 창고의 등장도 다른 영주들에게나 유저들에게 심심찮은 화제가 될 것이 틀림없다.

"요정의 신비한 연못 건설."

-영주성의 지하에 요정의 연못을 짓습니다.

말썽쟁이 요정들이 찾아오게 됩니다.

  건축은 이제부터 시작인데 어느새 위드가 접속을 종료할 시간이었다.

  여동생이 저녁은 꼭 집에 와서 먹었다. 그녀가 돌아올 때까지 1시간도 남지 않은 것이다.

"준비해 놓은 것들을 차리려면 서둘러 나가야겠군."

  집에 돌아오는 이혜연의 눈에 골목에서부터 촛불이 하나씩 밝혀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오빠가 돌아왔구나."

  유럽 여행을 다녀와서 미안한 마음에 벌인, 여동생을 위한 이벤트였다.

  이혜연은 촛불이 켜진 길을 걷다가, 하나씩 촛불을 끄고 신문지로 싸서 가방에 담았다.

  양초들을 그대로 놔두기에는 아까웠고, 화려한 이벤트보다는 현실적인 부분들에서 감동을 주는 편이 훨씬 좋다는 것

 을 아는 그녀였다.

'이런 거 하지 않아도 되는데. 정말 미안할 게 없으니까.'

  이혜연이 학교에 가지 않고 어긋나던 시절이 있었다.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면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자살 충동을 느꼈고, 학교도 다닐 수 없었다.

  학교에서 소문은 아주 금방 퍼진다.

  친구들의 벌레 보는 듯한 눈빛도 한없이 수치심을 느끼게 만들었다.

  왜 이런 집안에서 태어났는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소름끼치도록 싫었다.

  나중에 사채업자들의 빚을 청산하고 겨우 한숨 돌리고 살만해졌을 때였다.

  그녀가 다시 학교에 나가기로 한 날, 이현이 일찍 어딘가로 향했다.

'어딜 가지?'

  이혜연은 가방을 등에 멘 채로 몰래 뒤를 따라갔다.

  이현이 간 곳은 그녀의 담임선생님 집이었다.

"죄송합니다. 정말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담임선생님을 만나서 허리를 숙여 가면서 용서를 구하는 이현의 모습.

  정작 자신은 공부할 돈이 아깝다고 학교를 자퇴하고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면서도 여동생을 위해서 애원하고 있었다.

  이현이 동생을 봐 달라고 사정하면서 울었을 때를 그녀는 잊지 못했다.

  여동생의 마음을 돌려놓았던 건 이현의 지극한 정성이었다.

  그런 진심을 보았기에,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는 동생이 되기 위해서 공부를 했다.

  집의 대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에는 음악 소리도 들렸다.

  근사한 분위기의 재즈가 아니라, 여성 그룹의 댄스 음악!

너무 예뻐. 귀여워. 깜찍해

짧은 치마를 입어 주면 좋겠니?

소매가 없는 옷은 네 앞에서만 입을게

난 네 영원한 여자 친구야

  솔로들의 기분을 대변해 주는 듯한 노래!

  음악과 함께 작은 마당의 파라솔에는 조촐한 요리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현이 유럽 여행을 하면서 먹었던 음식 중에서 그녀가 가장 좋아할 만한 것을 골라 재료를 사서 직접 요리해 놓은

 것이었다.

  파스타에 막걸리!

  한국의 서정적인 맛과 이탈리아 요리의 정수가 들어간 조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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