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18권 : 풀죽신교의 창설 (73/520)

<풀죽신교의 창설>

  이현은 그다음 날부터 방학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로열 로드를 개시할 수 있었다.

  여동생의 아침 식사와 도시락을 싸 놓고 나면 완전한 자유시간이었다.

  유럽 여행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할 수 있도록, 집중해서 로열 로드에 빠져들 수 있다.

  물론 여동생은 도서관에서 혼자 공부하는 게 아니라 최지훈과 같이 있었다.

  그 점이 심히 불만이었지만 오빠가 참견할 수 없는 여동생의 인생이었다.

"어린애도 아니고... 성인인데 좋아하는 남자 정도는 만나도 돼. 그럴 권리가 있어."

  먼저 도서관에 출입하는 동네 꼬마들을 매수했다.

"두 사람이 중간에 어딘가로 빠져나가거나 하면 연락해. 어깨에 손을 올리거나 그윽한 시선으로 쳐다

보거나 하면 즉시 알려 줘야 된다."

  또랑또랑한 눈만 빛내고 있는 어린아이들.

  요즘 아이들도 영악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현의 적당한 협박에 의해 수고비 1,000원에 스파이가 되어야 했다.

"내 부탁 무시하면... 이 동네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거야. 우철 초등학교 6학년의 신상기 알지?"

"허억!"

  핏기 없이 하얗게 탈색되는 어린아이들의 표정!

"그 애들한테 너희 이름 쫙 뿌린다."

  초등학교 일진의 이름을 팔아먹는 치사한 수법이었다.

  신상기는 안현도의 도장에 막 가입한 초등부 학생이었는데, 미리 핫도그를 사 주면서 언젠가 써먹을 수 있는 밑밥을

 깔아 놓은 것이다.

  도서관 인근의 숙박업소나 DVD방, 노래방 등에도 두 사람의 사진들을 쫙 깔았다.

"둘이 들어오면 즉시 전화 주세요."

  현상금 50만 원.

  이렇게 조치를 해 놓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최지훈의 휴대폰에 문자를 보냈다.

'섣부른 수작 부리면 죽인다. 죽여 버린다. 반드시 끝까지 추적해서 죽인다.'

  이렇게 해 놓고서야 이현은 편안히 로열 로드에 접속할 수 있었다.

"여동생의 인생이니까. 정말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서 행복하게 데이트를 했으면 좋겠군!"

  아르펜 제국 곡물 창고에 대한 소식은 모라타 전체로 퍼져 나갔다.

  아르펜 제국의 건물들, 베르사 대륙의 역사서에서도 유일하게 대륙을 통일한 제국의 건물이 세워졌기 때문이다.

"전신 위드가 언제 아르펜 제국의 퀘스트를 했던 거야?"

"통곡의 강 퀘스트가 다소 밋밋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위장이었어. 진짜는 아르펜 제국 퀘스트였

어."

"킹 히드라와 이무기를 소환할 때부터 알아봤지. 보통 배포로 할 수 있는 일이야? 정상인이라면 1마리

만 만나더라도 완전히 얼어붙어 버릴 수밖에 없는 몬스터인데... 혼자서 그냥 다 사냥할 수 있는 여유

가 되니까 소환했던 걸 거야."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는 소문들!

  위드가 아르펜 제국의 특수 곡물 창고를 지은 것으로 인한 파장은 대단했다. 어디를 가도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며, 방송사의 생중계에서도 갑작스럽게 화제가 바뀔 정도였다.

  아르펜 제국에 대한 이야기야말로 그 누구의 호기심이라도 자아낼 수 있는 이야깃거리인 것이다.

  전설의 달빛 조각사.

  위드가 게이하르 폰 아르펜 황제의 대를 잇는 후예라는 사실까지 공개된다면 이 베르사 대륙이 뜨겁게 달아오를 것

 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다만 더 많은 사람이 경계하게 될 것이다.

  조각술의 비기, 혹은 다른 직업의 비기를 터득한 건 위드뿐만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최고 수준의 유저들 사이에는 남들이 모르는 직업의 비밀들도 알려져 있다고 봐야 된다.

"그런데 왜 특수 곡물 창고밖에 짓지 않은 걸까?"

"엄청난 돈이 들억서가 아닐까? 아니면 퀘스트로 얻은 정보가 이 건물밖에 없을지도 몰라."

  유저들이 추측을 하며 떠들고 있었다.

  석재 소모량이 매우 많은 편이기는 했지만, 다른 건물을 지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위드는 다시 내정 모드를 발동했다.

"선구자들의 계단 건설."

-현자들이 앉아서 학문에 대한 토론을 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도시의 지적인 수준을 높입니다.

마법사들의 지혜를 영구적으로 5 증가시킵니다.

학자 길드의 탄생을 촉발합니다.

기술력과 문화가 3씩 올랐습니다.

  광장에서 통곡의 강으로 향하는 이동 포탈 앞에 널찍한 계단이 생겼다.

  모라타에는 현자들이 없었으므로 노인들이 와서 낮잠을 자거나 수다를 떨었다.

"천문 관측소 건설."

-정밀하게 건설된 석조 건물.

밤하늘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기후의 변화를 미리 알아차릴 수 있으며 마법의 발달에 도움이 됩니다.

최초로 발견한 별자리들은 행운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모라타로 향하는 불길한 기운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습니다.

기술력이 8 올랐습니다.

  석재는 드디어 완전히 고갈!

  아르펜 제국의 건물에는 대개 대량의 석재가 소모된다.

  이제 나무로 지을 수 있는 건물들만 건설해야 했다.

"아르펜 상인 회관 건설."

-상인들을 위한 편의 시설입니다.

교역로와 다른 지역의 물품 가격 정보를 모을 수 있습니다.

부유한 상인들을 대상으로 특별한 음식들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술품 거래를 활발하게 만듭니다.

"가죽 제품 전시장 걸설."

-가죽으로 만든 물건들을 거래할 수 있는 특별 전시장입니다.

일반 가정에서 만든 가죽 제품이나 소량의 가죽을 거래할 수 있습니다.

숙달된 재봉사들의 숫자를 늘려 주며, 관련 산업을 발전시킵니다.

재봉이 발달된 모라타의 특성에 따라 경제력이 10. 기술력이 15 올랐습니다.

"아르펜의 소형 계단식 정원 건설, 낮잠을 잘 수 있는 과일나무 그늘 개설, 산책길 개설, 중급 마차

대여소 개설."

  도시 내에 500골드 이하의  쉼터들을 집중적으로 건설.

  다른 어떤 지역에도 없는 아르펜 제국의 건물들이 모라타를 훨씬 풍요롭고 부강하게 만들고 있었다.

"액세사리 상점 개설, 소형 극장 개설, 보석 세공소 개설, 가구 제작소 개설, 목재소 개설, 조미료 상

점 개설, 포도주 양조장 개설, 닭 사육장 개설, 양 사육장 개설."

  모라타의 유저들을 상대로 하는 돈벌이 건물들도 잊지 않았다.

"돈이란 돌도 돌아서 결국 나에게 와야 되는 거야."

  각종 편의 시설들을 지어서 모라타 유저들의 돈을 뜯어 낸다.

  포도주 양조장을 세워 놓으면 술집이나 여관에 좋은 품질의 포도주를 공급하는 게 가능하다.

  닭이나 양도 키워서 공급할 수 있었다.

  농사나 광산업을 핵심으로 하는 영주도 있지만 이런 사업체들이 중요한 수입원이 되기도 했다.

  물론 적자를 낼 수도 있었기에 조심스러웠지만, 모라타의 유저들이 이만큼 늘어난 이상 운영해 볼 가치는 충분히 있

 었다.

"이렇게 되고 나니 광장이 조금 좁은 것 같은데......"

  모라타에 사람들이 유입되고 건물들이 세워지면서부터 광장이 많이 협소한 느낌이 들었다.

  분수대를 중심으로 상인들과 유저들이 좌판을 벌이고, 퀘스트와 파티를 구하는 사람들도 날로 늘어난다.

  모라타에서 새로 시작하는 유저들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상점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이번에 모라타를 더 크게 확장해야겠어."

  위드는 도시의 외곽, 상당히 멀리 떨어진 장소에 4개의 광장을 짓기로 했다.

"와이번 광장 건설, 빙룡 광장 건설, 빛의 광장 건설, 황소 광장 건설."

  4만 골드를 들여서 번듯한 분수가 있는 광장들을 지었다.

  바닥은 흙을 고르고 자갈을 깐 정도에 불과했지만 정말 넓은 공간이었다.

  로자임 왕국의 수도인 세라보그 성에 비교해도 훨씬 넓은 수준이었다.

  프레야 여신상을 중심으로 하여, 5개의 광장이 다이아몬드형으로 둘러싸는 형태였다.

"서로 연결되는 길을 만들도록 하고......"

  길을 건설하도록 지시하고, 상업 건물들과 주택가의 위치도 지정했다.

  도시가 지금보다 무려 5배나 커지더라도 끄떡없을 정도의 규모!

  하늘에서 보면 5개의 광장이 여신상을 중심으로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었다.

  인공 호수까지 있는 여신상 부근이 이른바 땅값의 노른자위라고 할 수 있는 여의도였다.

"여기는 모조리 영주의 땅이니까 나중에 분양을 해서 팔아먹어야지."

  각 방송사에서는 취재기자들을 북부로 파견했다.

  하벤 왕국과 칼라모르 왕국의 전쟁도 소강상태였고, 데이몬드의 부활의 군단은 웬일인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모라타를 중심으로 전운이 들끓고 있는 북부야말로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지역이었다.

"이번에야말로 위드도 패배의 쓴맛을 보게 될 거야. 혼자서 여러 길드들과 싸운다는 자체가 무모한 짓

이니까."

"아닐걸. 북부의 여러 길드들이 과연 진정으로 연합을 이룰 수 있을까? 일시적으로 동맹을 맺었다고는

해도 결속력이 단단하지는 못할 거야."

  대형 퀘스트를 주로 하던 위드에게 맞서는 도전자들의 등장.

  방송사에서 북부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인터넷의 여론도 북북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다가올 전쟁의 승자가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모든 상황이 방송으로 생중계가 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전쟁의 신 위드가 지휘하는 군대를 본다는 기대감에, 그리고 각 길드들이 연합을 이루어서 대공세를 취하는 장관을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CTS미디어에서는 발 빠른 여성 모험가 네일을 트리반 마을로 보내서 인터뷰를 했다.

  트리반 마을은 훈련받고 있는 병사들오 인해서 전시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스티렌 길드에서도 모라타를 침공하실 겁니까?"

"물론입니다."

  길드 마스터 스티렌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병사들의 훈련도는 나날이 높아지고, 중앙 대륙에서 구입한 무기와 방어구의 보급도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

  막대한 자금을 풀어서 용병 유저들과 다크 게이머들도 영입하는 중이었다.

  CTS미디어에서 생중계하는 인터뷰는 최소한 수백만 명의 시청자들이 보고 있을 것이고, 뉴스를 통해서 수천만 명까

 지도 알게 되리라.

  북부의 유저들 그리고 모라타를 노리는 다른 길드 마스터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선전의 시간이었다.

"전쟁 준비는 어느 정도나 이루어졌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병사들의 무장은 대충 끝났고, 중앙 대륙에서 섭외한 대장장이들로 공성 병기들도 만들고 있습니다.

프레야 교단의 보호만 끝나면 모라타로 쳐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스티렌 길드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전쟁 준비를 하고 있었다.

  트리반 마을을 지배하는 스티렌 길드뿐만이 아니라, 북부의 거의 모든 길드들이 모라타를 차지하기 위해서 군대를 

 확장하는 중이다.

  북부의 길드들은 총인원 10만 명 이상의 압도적인 군대를 만들어서 모라타를 점령할 작정이었다.

  페일이 활을 정비하고, 수르카는 장갑을 끼었다. 제피는 낚싯대를 휘두르면서 줄이 잘 늘어나는지를 점검했다.

  그들도 모라타에서 사냥을 하면서 주위의 분위기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둔하지는 않았다.

"큰 전쟁이 되겠군요."

  페일이 평온하게 말했다.

  궁수에게 어쩌면 전쟁이란 가장 크게 활약할 기회가 되기도 했다. 전사처럼 정면 대결만 고집하다가 쓰러질 일은 없

 을 테니까.

  몬스터들의 침입에도 페일과 일행은 많은 활약을 했다.

  성벽을 뛰어다니면서 화살을 쏘고, 중형 몬스터의 등에 떨어져서 머리를 노리기도 한다.

  페일의 전투 경험이나 관록도 만만치는 않은 수준이 되었다.

  화령은 드레스와 액세서리들을 착용했다.

"멋진 무대가 될 것 같아요!"

  로뮤나도 한마디 했다.

"이번에 마법으로 싹 쓸어버려야지!"

  공성전이 벌어지면 돈을 받고 용병으로 참전할 수 있다. 죽으면 레벨이 하락하고 아이템을 잃어버릴 수도 있지만,

 승리하기만 하면 많은 것을 얻을 기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페일과 일행은 그런 차원을 떠나서 모라타를 지키기로 결심했다. 위드와는 동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떤 어려운 싸움이라도 함께한다면 겁나지 않았다.

"다인 님도 싸우실 겁니까?"

"물론이죠. 위드 님과는 친... 구인데요."

"그런데 마판 님은 어디에 있죠?"

  이리엔이 물었을 때에, 메이런은 어깨만 으쓱했다.

"몰라요. 통곡의 강 쪽으로 무역을 하고 나신 이후로 한동안 보이지 않으시던데요."

  상인 마판이 모라타에 차려 놓은 상점들은 잘 운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어디로 간 것인지, 전혀 종적을

 드러내지 않았다.

  위드에게 남아 있는 돈은 고작 26만 골드!

  다른 길드와 영주들이 모라타를 침략하겠다고 하니 방어시설을 갖추고 군대를 모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착하게 살아 보려고 하는 내 밥그릇을 건드리다니......"

  위드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원하지 않는 지출에 대한 끓어오르는 분노!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었다.

"구, 군사훈련소 개설."

  모라타 외곽 지역에 7만 골드를 들여서 전문적인 군사훈련소를 만들었다. 보병과 궁병, 창병 등을 편성하고, 집단 

 진형을 가르칠 수 있는 훈련소였다.

  병사들의 훈련도와 레벨을 어느 정도 높여 줄 수 있다.

  기병들을 뽑기 위해서는 기병 훈련장과 말 사육소를 따로 지어야 한다.

  물론 20만 골드가 넘는 엄청난 비용은 필수!

"크흐흑."

  위드는 영주의 방에서 홀로 쓰라린 속을 달랬다.

  로열 로드를 하면서 조각사로 전직한 이후로 가장 서럽고 가슴 아픈 순간이었다.

"병사들을 8,000명 징병하라."

-8,000명의 병사들을 징병합니다.

한창 일할 시기에 청년들을 강제로 징병하여 주민들의 불만도가 높아지게 될 것입니다.

징병된 병사들의 사기는 낮습니다.

징병에는 1인당 10골드가 소모됩니다. 그리고 매달 3골드씩의 월급이 소모됩니다.

"후욱후욱."

  위드는 가쁜 숨을 내쉬었다.

  호흡이 곤란할 정도의 연속적인 괴로움과 고통!

"도, 돈이 마구 나가고 있어."

  병사들은 유지하는 데에도 정말 많은 돈이 들었다.

  병사 1인당 월급 3골드였고, 마법사는 월급이 최소한 600골드나 되었다.

  기병들은 따로 말을 사 주고 갑옷을 입히는 데에만 3,000골드는 든다.

  중급 정도의 기병대로 무장하려고 하면 1인당 1만 골드도 넘는 지출이 필요했다.

  군사훈련소를 만드는 데에만 7만 골드, 그에 더해 징병에 8만 골드!

  돈을 주고 병사들을 고용하는 모병 방식을 취했다면 주민들의 불만도가 오르지 않겠지만, 그러려면 병사 일인당 모

 집 비용이 100골드 이상 들었다.

  돈을 모으기는 어려워도 쓰기는 쉽다.

  비행기에서 낙하를 할 때보다도 더 떨리는 순간이었다.

  그들의 말을 충심으로 따르는 병사들을 늘리고 기사들을 양성하는 걸 보람으로 느끼는 영주들도 있다고 한다.

  병사들과 기사들이 늘어날수록 영주의 권력과 영향력이 커지게 되니 일리는 있는 말이다.

  하지만 위드에게는 그저 돈벌레들을 늘렸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영주님이 병사들을 모집하신다."

"어서 가자. 모라타를 우리의 손으로 지켜야 한다!"

  내정 모드에서는 모라타의 상황을 관찰할 수 있었는데, 건장한 남자 주민들이 자원해서 훈련소로 달려가는 모습들이

 보였다.

  주민들의 충성도가 상당히 높았기에 징병은 매우 빠르게 종료되었다.

  하지만 위드는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다.

  제대로 된 병장기를 보급받지도 못하고 훈련도 오래 받지 않은 일반 병사들은 수성용으로 머릿수를 채워 주는 역할

 정도에 불과했다.

  전쟁이 벌어져서 불리해지면 매우 빠르게 사기가 하락해 버린다.

  물론 뛰어난 지휘관이 있다거나 전쟁이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면 그럭저럭 싸우지만, 8,000명의 병사들로 달라질 

 것은 별로 없었다.

  여기서 예상치 못했던 추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페로이 마을에서 중장갑 보병 훈련을 받은 160명의 주민들이 병사로 지원을 했습니다.

-트리반 마을의 궁수 197명이 전향하려 합니다. 이들을 받아 주시겠습니까?

-숙달된 사냥꾼 출신 351명이 모라타가 위험하다는 소문을 듣고 자원해서 레인저가 되겠다고 

합니다.

  군사훈련소를 만들어서 대규모 모병을 하니, 추가적으로 입대를 하겠다는 병사들만 자그마치 2,680명!

  스스로 착취를 선택한 갸륵한 인생들이었다.

  통닭을 먹고 싶은데, 털을 뽑고 몸에 기름을 바르고 라이터를 들고 눈앞에 나타난 닭을 보는 것과 무엇이 다를 것인

 가!

"역시 내가 인생을 헛살지는 않았구나."

  위드는 그들 모두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모두 모라타의 병사가 되는 것을 허가한다."

-모라타의 병사가 총 10,680이 늘어났습니다.

평균 레벨 : 17.

훈련도 : 12%.

신입 병사들의 훈련도나 레벨은 전투 경험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막 소집된 신병들은 집에서 대충 꺼내 입은 것 같은 구질구질한 가죽 옷에 창 하나를 들고 있는 수준으로 훈련소에

 서 창술을 배웠다.

  다른 마을 출신들은 훨씬 훈련 상태가 좋았지만, 소수씩 모여서 제멋대로 행동하느라 군기는 엉망이었다.

  병사들의 사기나 훈련도, 레벨, 무기 숙련도 등 모든 부분에서 낮았다.

  프레야 교단이 모라타를 보호해 주기로 한 남은 시간은 고작 36일!

"이런 병사들로는 마음이 놓이지가 않는데......"

  수성전임을 감안한다면 3배의 병력까지도 버틸 수 있다지만 위드는 안심이 안 됐다.

  다른 길드들에는 고레벨 유저도 많을 것이다.

  그들에게 모집한 지 얼마 안 된 병사들은 허수아비나 다를 바가 없다.

  성벽에서 활과 같은 원거리 무기를 들고 수성을 하더라도 적들의 마법 공격에 의해 초토화될 수도 있다.

  무기도 갑옷도 형편없는 병사들의 숫자가 많다고 해서 프레야 교단만큼 든든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콜 데스 나이트 반 호크!"

  시커먼 연기와 함께 데스 나이트가 소환되었다.

"불렀는가, 주인."

"네 후배 좀 불러와야겠다."

"후배?"

"콜드림 말이다. 콜드림에게, 칼라모르 왕국에 내가 기여한 공헌도를 전부 바칠 테니 기사단을 데리고

여기로 오라고 해."

  칼라모르 왕국 최고의 기사 콜드림은 하벤 왕국을 상대로 연전연승을 거둔 무적의 기사였다. 뱀파이어 왕국에서 콜

 드림을 해방시키면서 획득한 국가 공적치가 23,000이나 됐다.

"콜드림을 싸우게 하고, 그 전에도 훈련 교관으로 하면 병사들의 성장이 좀 더 빨라지겠지."

  일석이조의 효과로 콜드림에게 병사들의 훈련을 맡길 생각까지 했다.

"와일이를 타고 당장 다녀와라."

"즉시 떠나겠다."

  위드는 내정 모드로 여러 건물들을 지은 김에 영주성의 다른 직위도 임명했다.

"세금을 거두는 핵심 부서인 재무청에는 금인이를 대표로 하도록 하고......"

  비싸고 품격이 느껴지는 금인이 외에 다른 조각 생명체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조세1차장에는 와일이, 조세2차장에는 와둘이, 조사국에는 와삼이, 감찰국에는 와오이. 특별징세국에는 와육이와 와

 칠이를 임명했다.

"군사청에는 빙룡이를 넣어야겠다. 불사조와 함께 협력해서 하라고 하면 되겠지."

  상업청에는 누렁이. 도시미화청에는 프리나를 임명했다.

  권력 분산이란 있을 수 없는 일.

  모라타의 핵심 직책에는 철저히 자기 부하들만을 중용하는 인사였다.

  모라타에는 유난히 길드들이 적은 편이었다.

  초보자들도 적은 돈으로 판잣집에서 길드 사무소를 임대할 수 있었지만, 그런 시도조차 드물었다.

  어두운 모라타의 이른 새벽!

  거리를 돌아다니는 유저들이 있었다.

  멀리서 빛의 탑이 마지막 남은 달빛을 은은하게 뿌리고 있었다.

  모라타의 새벽은 해가 뜨기 전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소르반, 거의 다 와 가고 있지?"

"그래, 후터. 조금만 가면 돼."

  소르반과 후터는 토끼 가죽 갑옷을 입고 있는 초보자였다. 그나마도 아껴 입느라 여러 부위를 꿰맨 흔적이 남아 있

 다.

  모라타의 장점은 재봉 기술이 극히 발달해서 초보자들이 입는 방어구들의 수준이 상당히 좋은 편이라는 것이다. 모

 라타의 재봉 장인들이 만든 옷들은 고가에 거래되며, 대대로 물려 쓰곤 했다.

"정말 아무도 안 따라오는 거겠지?"

  후터는 불안한 듯이 걸음을 멈추고 계속 뒤를 돌아보았다.

"그만 돌아봐. 우리가 확인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감시하고 있으니까."

"무슨 말이야?"

"판잣집들을 봐."

  대충 지어진 것 같은 판잣집의 창문들이 빠끔히 열려 있었다.

  그리고 창문 안에서 번뜩이는 날카로운 눈동자들!

  누군가 몰래 소르반과 후터를 따라온다면 절대 발각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감시자가 수백 명도 더 되는 것이다.

  소르반이 작게 속삭이듯이 이야기했다.

"오늘의 일은 절대 외부에 발설하면 안 돼. 만약에 한마디라도 잘못 입을 놀리는 순간에는... 너나 나

나 모라타에서는 끝이야."

   꿀꺽.

  후터의 목울대에서 긴장감으로 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장소는 물론이고, 모임 자체에 대해서도 절대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했지?"

"그래. 만약에 우리가 말했다는 이야기가 퍼지게 되면 더 이상 어떤 퀘스트나 파티에도 참여하지 못하

게 될 거야."

"모라타에서는 정말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겠군."

"모라타만이 아니야. 그들의 세력은 점점 확산되어 가고 있어. 북부는 물론이고 베르사 대륙 어디에서

도 버틸 수 없게 되겠지. 최악의 경우 로열 로드를 접어야 할지도 몰라!"

  후터는 이미 로열 로드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 후였다.

  하루라도 로열 로드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신입 직장인으로서 연수와 인턴 과정을 거치느라 남들보다 빨리 시작을 못 한 게 천추의 한이었다.

"정말 굉장한 단체로군. 그 풀......"

"쉿! 성소가 아닌 곳에서 함부로 그 이름을 꺼내선 안 돼."

"아차!"

  후터는 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소르반과 후터는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목적지는 언덕에 밀집한 판잣집 중의 한 장소였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판잣집이었지만, 실제로 내부로 들어가게 되면 엄청나게 넓은 지하 광장이 나온다.

  스팽커의 던전!

  모라타에서 판잣집이 조성되던 자리에 원래는 던전이 있었다.

  대규모의 던전이었는데, 발견자들은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나서 특정 단체에 헌납했다.

  던전 입구에서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간단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취익."

  경비하는 유저들이 내는 콧소리에 소르반과 후터는 더 크게 답했다.

"취이이이이익!"

"췍!"

"들어가시오."

  어느새 소르반과 후터의 뒤로도 사람들이 많이 밀려 있었다. 미로 같은 판자촌에서 다른 길로도 꾸역꾸역 사람들이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맙습니다. 그럼......"

  소르반과 후터는 던전 안으로 들어갔다.

  집회의 장소로 쓰이는 던전 내부에는 벌써 2만 명도 넘는 인원이 모여 있었다.

  모라타에서 매우 많은 유저들이 비밀리에 동참하고 있다는 증거다.

  벽마다 횃불들이 밝혀져서 뜨거운 열기를 퍼트렸다.

"겨기 그분이 사냥한 이무기의 고기가 있습니다."

"오오, 이무기!"

"그분에게서 받은 잔돈입니다."

"잔돈. 잔돈!"

  광신교의 무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열정을 보이는 사람들. 초보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고레벨 유저들도 상당수

 였다.

  마법의 대륙에서부터 위드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바람처럼 자유롭고, 그 무엇도 부숴 버릴 만큼 파괴적이다. 거대 길드의 억압에도 굴하지 않았으며, 불가능하리라던

 퀘스트들을 완수하는 모습에 광범위한 지지자들이 생겨났다.

  마법의 대륙에서부터 쌓아 온 위드의 명성과 모라타의 살기 좋음이 고레벨 유저들도 속속 끌어들였다. 그리고 지하

 단체까지 결성하게 만든 것이다.

  구석에서는 무료로 음식을 나누어 주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후루룩 마셔 버리면 금방 끝날 것 같지만 감로수처럼 아껴 먹고 있는 사람들.

  그들이 마시고 있는 음식의 정체는 풀죽이었다.

  소르반과 후터가 가입하려는 단체의 이름은 바로 풀죽신교였던 것이다.

  현재 회원 수만 32만.

  북부 최대의 단체라고 할 수 있는 풀죽신교를 창설한 것은 레몬이라는 유저였다.

  로자임 왕국에서 세례를 받은 성녀 레몬. 그녀는 피라미드 제작에 사용된 석재를 나르면서 풀죽을 처음 접했다.

"아, 시원해."

  황홀할 정도로 맛있었다.

  실제로 그렇게 뛰어난 요리는 아니었지만 초보자 시절에 먹어 본 음식은 별로 없었다. 게다가 엄청난 노역을 감당하

 느라 배가 고팠고 체력도 떨어져 있었다.

  이럴 때에 마시는 소화가 잘되는 풀죽은 그야말로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았다.

  그녀는 석재를 서른아홉 번이나 운반했고, 결국 피라미드와 스핑크스가 완성되는 모습을 보았다.

  그 감동적인 순간을 잊지 못했다.

  그때 쌓은 명성 덕분에 로자임 왕국에서 퀘스트를 받기도 수월했고, 초보를 벗어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됐다.

  레몬은 그 후 여행과 사냥을 하다가 모라타에 도착했다.

  위드는 그녀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노동자를 착취하는 악덕 업주, 위드가 그보다 나은 점은 마지막 잠재력까지 이끌어서 쓰게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화끈한 보상!

  프레야 여신상의 대공사가 진행되면서 풀죽은 모라타에도 들불처럼 퍼지게 되었다.

초보 시절을 제대로 경험하려면 반드시 눈물 어린 풀죽을 마셔 봐야 한다.

사냥 후에 마시는 풀죽 한 사발.

  초보자들은 풀죽과 함께 시련의 시간을 감내했다.

  풀죽의 장점은, 재료도 거의 필요하지 않고 간단하게나마 포만감을 때울 수 있다는 점이다.

  모라타에 고급 식당들이 없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설탕과 인삼, 적당한 양의 고기 등으로 점점 개량된 풀죽은 그

 대로 먹어도 충분히 맛이 있었다.

  초보자 시절에는 누구나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다.

  위드의 지휘 아래에 이루어졌던 공사에 참여한 초보자들은 끈끈한 유대 관계로 뭉쳤다.

  로자임 왕국에서 고생했던 레몬과 다른 유저들은 배고픈 이들에게 무료로 풀죽을 나누어 주면서 풀죽신교를 창설했

 다.

  판자촌과 풀죽이 모라타의 초보자들의 힘겨움을 달래 주고 있을 때였다.

  영주인 조각사 위드의 정체가 전쟁의 신 위드라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자 고레벨 유저들도 모라타에 와서

 풀죽신교에 몸을 의탁했다. 거대 길드의 텃세나 정의롭지 못한 행동에 염증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의 신 위드는 자유와 힘을 상징했다.

  풀죽신교는 모라타에서 가장 빠르게 세력을 늘렸다.

  레벨이 50도 되지 않는 초보자 31만 2천 명과 고레벨 유저 8,000여 명!

  모라타에서 시작해서 퀘스트를 위해 인근 지역으로 떠나더라도 그들은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풀죽신교의 특징이라면 맹목적으로 위드를 믿고 지지한다는 점이었다.

"그럼 잠시 카리취의 영상을 보시겠습니다."

"오오오!"

  비밀 집회의 분위기는 더욱 열광적으로 변해 갔다.

  허가를 받지 않은 음성적인 집회였지만 축제나 다름없었다.

  중급 요리사까지 죽을 쑤는 일에 참여를 해서, 나누어 주는 죽의 맛도 좋았다.

  한쪽에서는 모닥불을 피워 놓고 춤을 추고 있기도 했다.

"죽순죽이 나왔다."

"여기서는 둘이 먹다가 같이 죽는다는 독버섯죽을 나누어 준다!"

  죽을 먹으면서 즐거워하는 풀죽회원들.

  완전 초보들이 많았지만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었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 밖에서는 해가 뜨려고 할 무렵이었다.

  중앙에서 행사를 진행하던 유저가 고함을 질렀다. 그는 두꺼운 로브를 머리에 눌러쓴 채로 완벽하게 신분을 숨기고

 있었다.

"여러분!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북부의 많은 세력들이 여기 모라타를 노리고 있습니다!"

  찬물을 끼얹은 듯, 집회의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초보자들의 눈에 어린 것은 적대감과 분노!

"그들은 막대한 돈으로 용병들을 구입하면서 모라타를 점령하려고 합니다. 좋습니다. 그들이 모라타를

점령하거나 말거나 우리에게는 알 바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모라타를 차지하면 

당장 세금부터 올리게 될 것입니다."

  투자한 비용을 뽑아내기 위해서라도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

  더더구나 어느 한 길드나 세력이 모라타를 차지한다고 해도 전쟁이 끝나지는 않을 수도 있다. 욕심을 버리지 않은

 길드들이 계속 공격을 한다면 모라타는 전란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된다.

  초보자들이라고 해도 눈멀고 귀가 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그러한 상황이 오게 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었다.

"우리의 터전인 판자촌을 잃게 될지도 모릅니다. 토끼 1마리 사냥에도 허가를 받아야 될지도 모릅니다.

막아야 됩니다. 우리의 힘으로 모라타를 지킵시다!"

"우와아아아아!"

  초보자들이 목검과 녹슨 검을 휘두르며 함성을 질렀다.

"더 많은 사람들을 우리 풀죽신교에 가입시킵시다. 우리는 자유와 힘, 정의를 믿습니다. 모라타를 수

호할 것입니다."

  이른바 초보자들의 대란이라고 불리는 사태가 벌어지게 되는 시작점이었다.

  로브를 둘러쓰고 선동을 하던 사내가 음모의 눈빛을 빛냈다.

'역시... 위드 님께 배웠던 수법은 확실하게 먹혀.'

  풀죽과 선동!

  행사를 진행하던 유저의 정체는 바로 마판이었다.

  위드가 모라타의 모직 원단 생산 공장의 독점 판매권을 넘겨주기로 하고 풀죽신교에 일찌감치 배치해 놓았던 것이다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효과를 낸다.

  위드는 이미 물밑에서 전쟁 준비를 진행하고 있었다.

"흠."

"에헴."

"에취!"

  각양각색의 헛기침을 하면서 어색하게 앉아 있는 검치 들. 그들은 오크 숙녀들과 단체로 미팅을 하고 있었다.

  세에취가 어렵게 만들어 준 자리였다.

"이쪽은 메르취."

"멜취라고 부르세요, 취익!"

"검삼치라고 합니다."

"제 이름은 하에취예요, 취췻."

"참 예쁜 이름이군요. 저는 검칠치입니다."

  검치 들은 오크들과 미팅을 하면서 자신을 소개하기에 바빴다.

  검치 들에 대한 소문이 상당히 호의적으로 퍼져 있어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오크 암컷들 덕에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미팅 자리에 나온 검치 들에게 갑자기 검사백삼십치의 귓속말이 전해졌다.

-위드가 다스리는 모라타에 전쟁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적들이 쳐들어온다고 하는데요.

  대표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검삼치의 굵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뭐라고?

-위드가 우리 몰래 공성전을 하려고 하나 봅니다.

-공성전? 그렇게 재미있는 걸 우리한테 말도 안 하고 독차지를 해?

-그러게요. 텔레비전 중계도 한다는데, 완전히 자기 혼자 떠 보려는 흑심을 품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

까?

-텔레비전 중계까지 해?

  검삼치가 벌떡,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죄송합니다. 급한 일이 생겨서 이만 물러가야 될 것 같습니다."

"취이익, 그게 무슨... 제가 잘못한 거라도 있나요. 췻!"

"아닙니다. 막내가 싸움에 휘말린 것 같아서요. 나중에 연락드려도 될까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따는 불구경, 그리고 싸움 구경.

  직접 참여할 수도 있는 기회였다.

"취췻, 꼭 귓속말 주세요."

  오크들과 미팅을 하던 검치 들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모였다.

"막내가 텔레비전에 또 나와요?"

"본 드래곤을 잡을 때 벌써 텔레비전에 나와 놓고는, 양심도 없이 우리도 모르게 하고 혼자만 또 나오

겠다는 거 아닙니까?"

  검삼치가 군침을 다셨다.

"공성전이라니 나도 해 본 적이 없는 건데. 정말 끝내주겠지?"

"저는 무사 수행 도중에 해 봤습니다."

"어땠는데?"

"끝내줍니다. 최고였습니다. 영화처럼, 끝없이 밀고 들어오는 적들을 베어 버리는 거죠."

"크으."

"그리고 모라타는 여기보다 훨씬 좋다던데요."

"어떤 면에서?"

"거기는 남자 반, 여자 반이라고 합니다."

"여자들이 그렇게나 많아?"

  아무래도 외모가 돼지를 많이 닮은 탓에, 여성 유저들은 오크를 그다지 선호하여 택하지 않았다.

  반면 모라타에 있는 초보 유저들은, 당연히 여성의 비율이 절반 정도는 되었다.

  검오십구치가 말했다.

"본 드래곤과의 전투에서 검십육치 사형도 여자 친구가 생겼잖습니까."

"굉장히 충격적인 일이었지."

  검치 들 중에서는 첫 번째로 여자 친구가 생긴 대사건이었다. 검치 들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핵심 계기가 된 일.

"그게 다 여성 유저를 지키면서 본 드래곤과 싸웠더니 그렇게 된 거 아닙니까."

  검삼치가 무릎을 쳤다. 기가 막힌 방법이 아닐 수 없었다.

"희망이 있구나. 가자!"

"공성전을 위하여!"

  유로키나 산맥과 로자임 왕국에서 활동하던 검치 들. 그들이 소식을 전해 듣고 말을 타고 모라타로 향했다.

  검치 들의 제자들도 뒤를 따르고, 오크들까지 함께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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