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라타 방어전>
킹 히드라와 블랙 이무기는 불만이 쌓이고 울화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조각품 출신으로서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은 지긋지긋했다.
생명을 갖게 된 이후로도 전투의 시기를 기다리면서 가만히 참고만 있으라고 하니 미칠 노릇.
'다 잡아먹어야 되는데.'
'진정한 드래곤이 되기 위해서는 이놈들을 다 쓸어버려야 해. 하지만 주인의 명령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군.'
킹 히드라는 종족 특유의 잔인함과 흉포함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북부동맹군이 근처를 스쳐 지나갈 때마다 킹 히드라의 커다란 눈동자들이 뒤룩뒤룩 굴렀다.
'먹고 싶다. 먹고 싶다.'
'먹어야 되는데.'
'일곱 번째 머리, 넌 왜 말이 없냐.'
'너, 너무 맛있는 냄새가 난다.'
굶주린 킹 히드라의 머리에서 굵은 침이 뚝뚝 떨어졌다.
강한 산성 침은 여신상 부근에 만들어진 호수로 섞여 들어가서 물고기들을 떼죽음시킬 정도.
북부동맹군은 전투에 정신이 팔려서 눈치채지 못했지만, 킹 히드라의 몸통은 몇 번이나 슬금슬금 미동을 보였다.
위드가 등장하자, 마침내 킹 히드라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다.
"카아아아아아아아!"
킹 히드라가 호수의 물을 첨벙첨벙 걸어서 건너오더니 북부동맹군의 유저들을 잡아먹었다.
9개의 머리가 큰 입을 벌리고 유저들을 집어삼켰다.
"간식이다. 맛있는 간식이다. 별미다."
오도독 소리를 내면서 씹히는 유저들!
블랙 이무기는 화염구를 소환하며 우아하게 공격 준비를 했다.
공중에서 대형 마법들을 퍼부을 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엠비뉴 교단과 맞서 싸웠던 킹 히드라, 블랙 이무기와는 엄연히 다른 존재였다.
그들을 추억하면서 조각했지만 레벨도 훨씬 낮았고, 블랙 이무기와 킹 히드라의 피부는 전에 비해서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취약했다.
미숙한 마법, 무한하지 않은 생명력, 덜한 독성.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있었지만, 북부동맹군의 유저들에게는 그런 판단을 할 수 있는 냉정함이 없었다.
"피해라!"
칼라모르의 기사들이 등장했을 때부터 마음속에 자리 잡았던 불안감이 밖으로 뛰쳐나왔다.
킹 히드라의 머리들이 유저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고, 블랙 이무기가 소환한 화염구가 지상으로 떨어졌다.
싸우려고 하지 않고 도망치려고만 하니 킹 히드라가 짧은 순간에 수십 명을 먹어치웠다.
블랙 이무기가 떨어뜨린 화염구에 의해서 땅이 크게 파이고, 100명도 넘는 유저들이 몰살을 당했다.
화염 파편들이 주변으로 넓게 퍼졌다.
방어 마법을 펼쳐야 하는 마법사들도 자신들이 살기에 급급했고, 견제를 해야 되는 궁수들도 불리하다는 생각에 화
살을 아끼고 도망칠 생각만 하고 있었다.
북부동맹군 중에서 공성전의 경험이 있는 유저들은 2할도 되지 않았다.
경험이 있더라도 전투에서는 순간순간 당활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더군다나 지금은 예측 가능한 정상적인
전력끼리의 싸움이 아니었다.
공포 그리고 불안감, 믿을 수 없는 동료들로 인하여 북부동맹군이 와해되고 있었다.
하지만 몇몇 호전적인 길드들로부터 위드를 향한 마법 공격이 개시되었다.
"버스트 파이어!"
"프로스트 서클!"
"선더 스톰!"
지상에서 시전된 마법 공격들.
기사들은 전력을 다해서, 지니고 있던 창을 위드를 향해 던졌다.
궁수들은 화살을 쏘았다.
목표는 위드!
전쟁의 신이 나선 만큼, 위드를 사냥하기 위해서였다.
'전투의 승패가 어느 쪽으로 되든 상관없다.'
'위드만 죽이면 나도 그만큼 유명해질 수 있어.'
레벨 300이 넘는 유저들, 북부동맹군에서 핵심적인 전력인 유저들이 위드를 향한 공격을 개시했다.
아예 위드만을 노리고 마나를 아끼고, 전투가 불리해져도 두 손 놓고 기다리고 있었던 유저도 상당수였다.
"카아아아아아."
헌신적인 불사조가 주인을 지키기 위해서 위드의 앞으로 날아왔다.
37개나 되는 마법과 물리적인 공격들이, 날개를 펼친 채로 가로막는 불사조에게 하나도 빼놓지 않고 적중되었다.
-버스트 파이어가 흡수되었습니다.
-프로스크 서클에 의하여 생명력이 4,269 소실됩니다.
-선더 스톰이 불사조의 신체를 마비시키지 못했습니다. 생명력이 3,210 사라졌습니다.
물과 얼음을 매개체로 한 마법들이 불사조의 생명력을 갉아먹었지만, 불을 지배할 수 있는 권능에 의해 화염 마법은
역으로 흡수해 버렸다.
창과 화살 들도 그대로 몸에 꽂혔다.
공중에서 마법과 물리적인 공격을 당해 이리저리 밀리고 휘청거리면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불사조!
"키에에에에!"
불사조가 고통을 호소하며 괴로워했다.
엄청난 레벨과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연속된 타격으로 인해 충격이 가중되어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연속 공격이 치명적인 일격들이나 다름없었다.
총생명력의 24% 가량이 사라질 정도의 피해였다.
위드는 곧바로 비난했다.
"이런 무식한 놈!"
"키에에엑?"
"역시 새들은 다 똑같아. 도무지 머리를 쓸 줄은 모르니!"
극악한 잔소리가 시작되려고 할 무렵, 괜히 찔리고 있는 빙룡이나 와이번들!
불사조가 나서지 않았다면 자신들이 대신 막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안 나서길 잘했다.'
'역시 주인 혼자 알아서 하게 내버려 둬야 돼.'
'후배가 고생하는군!'
일단 혼자 잘 먹고 잘 살자는 이기주의를 퍼트리고 있는 조각 생명체 군단!
위드는 하나밖에 남지 않은 불사조마저 죽기를 바라지 않았다. 다른 조각 생명체들도 마찬가지였다.
전쟁에서 승리하더라도 조각 생명체들을 모두 잃어버리면 전력의 큰 손실이다. 조각품에 생명 부여를 다시 하려면
걸작이나 명작을 만들어야 되고, 레벨도 10개 이상 잃어버린다.
하지만 그 전에 와이번이나 빙룡 등에게 정도 많이 들어 있었다.
"죽지 마라, 너희."
위드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어딘가 촉촉하고 다정하게 들렸다.
감격의 눈물이 흐르려는지, 빙룡의 얼어붙은 눈동자에서도 언뜻 물기가 보이려고 할 때였다.
"아직 본전도 못 뽑았는데."
"......"
"한 20년은 더 부려먹어야 되는데 벌써 죽으면 내가 손해잖아, 안 그래? 이런 위험한 행동 하기 전에,
그동안 먹은 밥값은 해 줘야 될 거 아냐."
밥값을 다하기 전에는 죽고 싶어도 죽을 수도 없다.
"다시 마법 공격을 준비하자. 위드는 아직 하늘에 있다."
"한꺼번에 공격하자!"
전장에서의 잠깐의 여유는 적에게 기회를 준다.
이미 패색이 짙은 북부동맹군이었지만, 많은 유저들이 위드를 죽일 수 있는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들었다.
"불사조, 빙룡. 시작이다. 막내들에게 지지 마라."
이미 킹 히드라와 블랙 이무기는 위드의 안위에는 상관도 하지 않고 주변을 공격하고 있었다.
새로 만든 조각품들이 강력하기는 했지만, 이렇게 레벨 300이 넘는 유저들이 상당히 많은 전장에서는 위험하기도 하
다.
칼라모르의 기사들이나 검치 들이 전공을 세우고는 있었지만, 그들의 공격을 개의치 않고 킹 히드라와 블랙 이무기
만 공격한다면 의외로 쉽게 죽일 수도 있는 것.
"키야아아아아."
불사조가 길게 울면서 먼저 전장의 중심으로 날아갔따. 그리고 녀석이 지나간 곳에서부터 화염의 비가 떨어지기 시
작했다.
불사조가 가지고 있는 권능, 플레임 레인!
지상에 떨어진 화염의 비는 기사들과 병사들의 몸을 불태우고 주변으로 급속히 옮겨붙었다.
개별 공격력은 한정되어 있지만 화염으로 휩쓰는 범위는 엄청나게 넓었다.
지상은 불바다나 다름없었다.
물론 마법사들이 물과 관련된 마법을 쓰고, 성직자들이 화염을 제거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더욱 자기 세상을 만난 듯 날뛰는 화돌이에, 워낙 넓은 범위에 화염의 비가 떨어지고 있었기에 북부동맹군
전체로 보면 막대한 피해가 쌓이는 중이었다.
"와이번들은 알아서 싸워라. 크게 욕심을 내지는 말고!"
"알았다, 주인."
와이번들은 약한 편이라서 레벨 300대 초반 정도의 마법사 10명 정도만 모여 전력을 다해 각개격파한다면 금방 제거
할 수도 있다.
급강하에, 회전을 하면서 피할 수도 있지만, 눈먼 마법들에 맞아서 지상으로 추락하고 나면 생명을 보전할 수 없는
노릇.
다행히 마법사들은 다른 직업보다 레벨을 올리고 마력을 늘리기가 훨씬 어렵다.
북부동맹군에는 그 정도 되는 마법사들이 500여 명 정도 밖에 되지 않았고, 마나도 소모해서 지친 상태라는 점이 조
금 안심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금인이, 네가 와이번들을 책임져라."
"알았다, 주인."
"날개도 빌려 줄 테니까 확실히 사냥해야 된다."
와이번들을 호위하며 함께 싸울 수 있도록 금인이에게 날개도 빌려 주었다.
아까운 금덩어리인 금인이가 지상에 떨어져서 잔해 하나 남김없이 사라지는 것은 원치 않기도 했던 것.
"빙룡, 너도 놀지 말고 잘 싸워. 와이번들 잘 챙겨 주고."
"와이번들은 내게 맡겨라."
위드는 빙룡의 등에서 뛰어내렸다.
전장에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던 자들이 소리쳤다.
어떻게든 전쟁의 신을 죽이고 싶은 이들!
"위드가 떨어졌다."
"저쪽이다!"
검사, 성기사, 전사, 워리어, 권사, 도둑, 암살자. 근접전이 가능한 여러 직업들이 위드가 떨어진 곳으로 불바다를
헤치고 달려왔다.
위드는 땅에 추락하면서 북부동맹군 소속 드워프를 밟았다.
"어떤 놈이야!"
항의하는 드워프!
위드의 무게가 실려서 생명력에 엄청난 피해를 보고, 혼란 상태까지 당한 것.
옆에 있던 다른 북부동맹군 유저들은 위드를 보면서 크게 경악하고 있었다.
"조각 검술!"
위드는 검으로 가볍게 드워프의 생명을 취했다.
회색빛으로 변하기도 전에 땅을 한 바퀴 구르면서 왼손을 저었다.
착!
무언가 잡히는 느낌이 들자마자 주머니에 넣는 솜씨!
'챙겼다!'
어떤 물건인지 메시지 창을 확인할 시간도 없었다.
담을 넘어 남의 집 금고를 털고 나서 돈다발이 얼마인지, 보석은 진품인지 아닌지 감정할 수는 없는 것.
주변에 적들이 널려 있었다.
"대신관의 축복!"
프레야 교단 대신관의 반지를 이용하여 스스로를 축복했다. 검 갈기, 방어구 닦기 등의 스킬도 꼼꼼히 빠뜨리지 않
고 미리 써 두었다.
축복의 제한 시간은 단 20분.
"헤라임 걸술."
검을 멈추지 않고 전진하면서 사용하는 연속 기술!
영웅의 탑 4층에서 얻은 고대 검술이다.
연속 공격의 횟수가 증가할 때마다 힘과 민첩이 늘어나서 공격력이 증대된다.
위드는 미친 듯이 달렸다.
'정면의 적은 싸구려 갑옷을 입고 있다. 검도 싸구려야. 장비로 추정 가능한 레벨은 최대 210 정도.'
잔챙이들은 바로 지나쳤다.
'네로이드 전사장의 투구를 쓰고 있군. 다른 물건들은 볼품없지만. 레벨은 250 정도. 갑옷이 많이 구
겨지고 내구력이 떨어진 것을 보니 생명력도 크게 상해 있다. 투구가 떨어질 확률은 높지 않겠어.'
위드는 달리는 힘을 그대로 이용해서 검을 찔렀다.
푸욱!
갑옷의 이음새를 정확히 관통하는 검.
-2차 연속 공격이 성공하였습니다.
힘이 40% 늘어납니다.
대장장이 스킬을 익힌 게 도움이 되었다.
갑옷이라고 해서 모든 위치가 동일한 방어력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이음새나 얇은 부분, 그리고 중점적으로 내구력
이 저하된 부분은 더 쉽게 뚫을 수 있다.
장비를 보고 그 사람의 레벨이나 전반적인 수준을 파악하는 것은 위드의 취미 생활의 일부였다.
다크 게이머 연합의 아이템 정보 게시판, 경매 사이트 등을 통해서 줄줄이 꿰고 있는 아이템들!
위드는 회색빛으로 변하는 유저를 스쳐 지나면서 찔렀던 검을 회수하지 않고 내려칠 준비를 했다.
그다음의 유저는 점찍어 둔 자가 있었다.
궁수!
활을 든 채 어쩔 줄을 모르고 있다.
푸른색 화살을 쏘는 매직 보우!
-3차 연속 공격이 성공하였습니다.
민첩이 추가로 40% 늘어납니다.
위드의 헤라임 검술은 최대 8단 공격까지 가능했다.
공격이 성공을 거둘 때마다 더 엄청난 힘과 속도가 더해진다.
로열 로드에서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했다.
스탯 힘을 올리면 근육이 낼 수 있는 최대치와 약간의 지구력이 늘어난다. 스탯 민첩을 올리면 근육이 내는 속도와
반응성, 정확도 등이 향상된다.
더 무거운 무게를 들 수 있게 되고, 100미터를 달릴 때도 훨씬 빨라진다.
그렇다고 해서 힘 스탯이 100이면 무조건 100의 공격력이 되지는 않는다.
최대 공격력은 맞지만, 여러 변수가 있었다.
제대로 힘을 사용했는지!
검을 휘두를 때 힘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면 공격력도 당연히 발휘되지 못한다.
미끄러지거나, 상대의 무기를 피하는 등의 행동을 하느라 힘을 쓰지 않았으면 공격력도 약해졌다.
체중이 실리지 못해도 마찬가지였다.
체중이 전혀 실리지 않은 공격은 힘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큰 피해를 주지 못한다.
공격력은 체중에도 비례하기 때문에,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오크나 바바리안 들이 상대적으로 근접전에서는 훨씬 강
한 편이었다.
다만 몸무게가 많이 나가면 힘과 민첩이 그만큼 더 많이 필요했다. 민첩이 웬만큼 높지 않으면 몸이 둔해진다.
그리고 몸무게와 덩치는 비례할 수밖에 없으니, 전투 시에 그만큼 빈틈도 커질 수밖에 없다.
빙룡은 막대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허점도 많고, 몸을 유지하는 데 힘도 많이 든다. 체력도 금방 지치는
단점이 있는 것이다.
반면에 드워프들은 몸무게가 얼마 안 나가기에 전투 시에는 잘 맞지 않아서 좋다. 하지만 힘이 세더라도 부족한 공
격력을 보완하기 위하여 도끼나 망치 등 중병기들을 이용했다.
위드는 헤라임 검술로 네 번의 공격을 더하면서 3명을 더 죽였다.
마지막에 남은 것은 기사!
파호만의 창을 휘두르고 있었다.
묵색 창은 탄력이 대단하고, 꿰뚫는 힘이 강하다.
검과 창을 동시에 쓰는 기사들에게는 매우 비싸게 팔리는 아이템!
정확하게 찍어 놓은 상대를 남겨 놓은 것이다.
"내 창!"
위드는 헤라임 검술의 최종 공격을 기사에게 했다.
기사는 전광석화처럼 동료들을 격파하고 그에게 달려와서 당황해서 창을 들어 막으려고 했다.
막강한 검이 일직선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 순간, 위드의 손목이 뒤틀렸다.
어깨에서부터 들어간 탄력이 팔꿈치와 손목을 타고 흐르더니 검의 각도를 미묘하게 변경했다.
'파호만의 창이 깨지기라도 하면 안 돼!'
아이템을 아끼는 정신!
헤라임 검술은 횟수를 거듭할수록 강해진다.
마지막 여덟 번째의 공격은 3~4배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된다.
한계 내구력을 초과하는 공격을 방어하다 보면 무기나 방어구가 깨지는 경우도 흔히 있다.
더구나 위드는 전력을 다해서 뛰어왔고, 몸무게를 가득 실어서 전진하고 있는 와중이었다.
헤라임 검술은 힘만이 아니라 민첩성도 동시에 향상시킨다.
이 상황에서도 높은 민첩성 덕에, 검의 방향을 뒤틀어서 완전히 바깥쪽으로 공격 범위를 바꾸어 놓았다.
"살았다!"
파호만의 창을 가진 기사가 겨우 한숨을 내쉬었다.
공격이 중간에 바뀐 것만을 확인한 매우 짧은 순간이라, 크게 빈틈을 드러낸 위드를 향해 창을 찌를 생각도 하지 못
했다.
체중과 힘, 달려드는 속도까지 있었기에 공격 방향을 바꾸느라 크게 무리를 한 위드는 난관에 빠질 상황.
하지만 검에 모든 무게를 싣고, 자연스럽게 공중에서 몸을 회전시켰다.
헤라임 검술의 마지막은 취소된 게 아니었다.
기사의 생명력과 방어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을 정도로 한 바퀴를 돌아서 더 강해졌을 뿐!
콰아아앙!
한 바퀴를 돌아 나온 검이 기사의 옆구리를 정확히 가격했다.
비명도 없이 회색빛으로 변하며 죽어 버린 기사!
샤샤샥.
위드의 손이 그 자리를 스치고 지나간 후에 남은 것은 없었다.
1쿠퍼도 확실히 쓸어 가는 정확한 손놀림.
"우으으......"
"진짜 위드다!"
근처의 유저들은 덤벼들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들 중에서는 파호만의 창을 가지고 있던 기사가 가장 강한 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쉴 겨를도 없었다.
위드를 향해서 근접 전투가 가능한 거의 모든 직업들이 달려들고 있었기 때문!
말을 타고 있는 기사들은 다른 동료들을 밟으면서까지 달려왔다.
말이 좋아서 연합이지 조직력은 형편없는 모습이었다.
위드는 다시 목표를 정했다.
'공중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반지. 마나 회복 속성이 걸려 있는 반지다.'
옵션까지 파악하는 재주!
아이템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전장에서도 유별나게 비싼 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적들을 놓칠 수 없다.
"콜 데스 나이트 반 호크!"
데스 나이트의 소환.
위드와 함께 무수히 많은 사냥을 한 반 호크는 나오자마자 덤비는 기사나 적들과 싸움을 개시했다.
"이쪽은 내가 맡겠다, 주인."
"헤라임 검술!"
전력을 다해서 공격하기에 중간에 취소되거나 머뭇거리기만 하면 중단되는 검술의 재사용!
위드는 전진하면서 적들을 차례로 베었다.
북부동맹군의 한복판이었으니 주변이 온통 적이었다.
"위드는 내 몫이다!"
"내 검을 받아라. 라이트닝 소드!"
공격 기술을 거침없이 사용하면서 덤비는 적들!
위드를 향해 적극적인 공세를 취하는 유저들은 레벨이 최소 200대 후반이거나 300대였다.
지쳐 있거나 생명력에 큰 손실을 입고 있지 않다면 한두번으로 죽일 수 없는 자들이다.
헤라임 검술을 다 쓰고도 5명을 죽이는 게 고작이었따.
한 번이라도 당한 이상, 어느 정도 대비를 하는 것이다.
"조각 파괴술! 이 모든 것들이 힘이 되어라!"
-조각 파괴술을 사용하셨습니다.
걸작 조각상이 파괴된 고통! 슬픔!
예술 스탯이 5 영구적으로 사라집니다. 명성이 100 줄어듭니다.
예술 스탯이 일 대 사의 비율로 하루 동안 힘으로 전환됩니다.
전신의 근육에서 끓어오르는 힘!
명작이나 대작은 너무 크고 아까워서 감히 파괴할 엄두가 쉽게 나지 않는다. 걸작도 아까운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쓸
때는 써야 했다.
"15연환 참격!"
위드는 기합 소리를 내지르면서 덤비는 적들을 베었다.
증가된 힘으로 정확하게 치명상을 입히는 부위들만 공략!
원거리 공격 스킬들을 사용하는 적이나, 방어를 돌보지 않고 덤비는 암살자나 도둑으로 인해서 상당히 난처하기는
했다.
하지만 암살자나 도둑 들도 동료들에 의해서 길이 막혀서 공격하기 편한 건 아니었다.
위드는 적들의 사이로 뛰어들면서 스물다섯 이상을 베었다.
그때, 제법 강해 보이는 기사들만 열 명이 넘게 달려왔다.
위드라고 해도 간과할 수 없는 이들!
'레벨이 340은 되겠군.'
북부동맹군에서는 핵심 전력이라고 봐야 했다.
헤라임 검술의 3회의 공격은 일격에 죽일 수 있는 주변의 유저들을 상대로, 그다음부터는 기사들을 향해 다가가면서
휘둘렀다.
검이 쉬지 않고 적들을 향해 움직였다.
-4차 연속 공격이 성공하였습니다.
힘이 추가로 40% 늘어납니다.
꽈과광!
기사의 갑옷의 어깨 부위에 검이 틀어박히면서 굉음이 터져 나온다.
맞은 기사도 놀라서 무릎을 꿇을 정도의 위력.
체력도 생명력도 멀쩡하던 그가 거의 초주검이 되어 공황 상태에 빠져 있었다.
갑옷과 방패 등이 완전한 그가, 이렇게 막강한 한 번의 공격에 빈사 상태로 저항조차 못하는 수준에 이르는 것은 처
음 있는 일이었다.
-5차 연속 공격이 성공하였습니다.
적을 혼란에 빠뜨립니다.
적의 투지를 저하시킵니다.
민첩이 추가로 40% 늘어납니다.
-6차 연속 공격이 성공하였습니다.
힘이 추가로 50% 늘어납니다.
15%의 공격력으로 충격파에 의한 2차 범위 타격이 이루어집니다.
-7차 연속 공격이 성공하였습니다.
민첩이 추가로 30% 늘어납니다.
힘이 추가로 20% 늘어납니다.
마나 1,500을 사용하여 원거리 공격이 이루어집니다.
기사들에게 한 대씩!
1명의 기사를 거의 죽이고, 3명의 기사들을 사망시켰다.
마지막 여덟 번째의 공격은 덤벼드는 기사들을 향해 한꺼번에 뿌려졌다.
"엄청난 스킬이다. 막아! 아니, 피해!"
기사들이 놀란 메뚜기 떼처럼 흩어졌다.
재빨리 피한 기사도 있지만, 범위 공격에 휩쓸려서 나뒹굴기도 했다.
위드의 근처를 벗어나지 못하던 약한 유저들까지 떼죽음을 초래!
원거리 공격 검술은 마나의 소모가 심하고 체력도 빠르게 닳아서 거의 쓰지 않는 기술이었다. 일점 공격술이나 기본
스킬만으로도 훨씬 오랫동안 효과적으로 스킬 숙련도를 올리면서 싸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마나를 아낄 틈이 없다.
조각 파괴술로 인하여 공격력은 굉장해졌지만 생명력의 최대치나 체력, 방어력 등은 여전했다. 기사들에게 둘러싸이
거나 위드를 노리는 다른 직업들에게 포위당하면 매우 불리해질 수 있었다.
"다소 과격한 사냥도 필요하지!"
위드는 집중력을 잃지 않고 그다음 적들을 탐색하기 위하여 주위를 훑어보았다.
물론 그러는 동안에 손과 다리가 분주하게 움직이며 죽은 이들의 아이템을 접수!
"우으으......"
"말도 안 돼. 레벨이 도대체 얼마이기에."
기가 질려 있는 유저들!
하지만 그 뒤로는 100여 개의 마법 공격들과 화살들이 한꺼번에 쇄도하고 있는 게 보였다.
위드가 헤라임 검술로 기사들을 베어 버리기 전부터 마법을 준비하고, 화살을 시위에 재워 놓고 쏘았던 것이리라.
위드가 싸움에 뛰어들자마자 살아남은 거의 모든 마법사들이 마나를 모아서 마법을 시전했다.
공격 마법이 피할 공간도 없이 사방을 무차별로 덮치고 있었다.
빛의 날개가 있다면 하늘로 솟구치기라도 했을 테지만 금인이에게 빌려 준 후였다.
어딜 가도 눈에 띌 수밖에 없는 금인이는 훨씬 안전해졌겠지만 대신 위드가 공격에 노출되었다.
"실전에서 전투용으로 써 본 적은 없는 기술인데... 달빛 조각술!"
위드의 눈동자가 은빛으로 물들었다.
고급 조각술을 익히고 나서 습득한 비장의 스킬.
빛을 다루는 조각술!
이것도 마나의 소모가 필요하지만, 몸 전체에 빛을 둘러서 방어용으로 쓰거나 공격을 할 수 있다.
츠츄츄츄!
위드가 원하는 곳마다 붉고, 푸르고, 노랗고, 다양한 색상의 빛들이 쏘아졌다.
조각을 하는 것처럼, 더없이 아름다운 빛깔들.
각종 마법들과 화살들의 방향을 미세하게 바꾸어 내고 튕겨 냈다.
달빛 조각술의 스킬 레벨이 아직은 낮기 때문에 매우 적은 영향만을 줄 수 있었다.
'이대로 죽는 건가?'
위드도 심한 두려움을 느꼈다.
대부분의 마법에 적중당하고 나면 뼈도 못 추릴 것은 틀림없는 사실.
죽더라도 죽음을 거부할 수 있는 힘에 의하여 되살아날 수 있따. 안식의 동판. 언데드를 강화하는 그 권능이 발휘될
때가 진정한 진면목을 보여 줄 순간이다.
하지만 죽게 되면 바로 되살아나기에 장비를 떨어뜨리지 않더라도 레벨과 스킬 숙련도가 하락하리라.
아직 높지 않은 달빛 조각술, 그리고 정말 올리기 힘든 조각술이나 다른 생산 스킬! 위드가 익힌 수많은 스킬들의
숙련도가 저하될 것은 분명했다.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음에도 껄끄러운 것은 어쩔 수 없는 본능이리라.
달빛 조각술로 최대한 몸을 감쌌다. 죽은 다음에 되살아 날 때는 마나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눈 질끈 감기!"
위드는 맷집을 최대한 늘리기 위해 눈도 감았다.
"내가 지키겠다, 주인."
달려온 데스 나이트 반 호크가 방패를 들고 앞을 막았다. 그리고 마법이 그 일대를 뒤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