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18권 : 종전 협상 (76/520)

<종전 협상>

  땅이 뒤집어지는 연쇄 폭발과, 얼음 기둥이 생성되고 무너지기를 반복!

  연기와 먼지가 걷히고 난 후의 광경은 북부동맹군의 오금을 저리게 만들었다.

  모든 것이 남김없이 초토화되어 버린 그 땅에 위드와 데스 나이트가 서 있었다.

  오직 그들이 서 있는 지역만이 멀쩡했다.

  달빛 조각술 덕분에 마법의 공격 각도가 조금씩 바뀌었다. 그 덕분에 위드를 맞히지 못하고 마법들이 중간에 서로 

 부딪쳐서 폭발했다.

  서로 다른 속성의 마법들로 인해 파괴력이 상당히 상쇄되었다.

  궁수들의 화살 공격도 마법의 여파에 의해서 위력을 많이 잃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폭발의 영향권에 휘말린 위드와 데스 나이트가 살아남은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

  멧집과 인내력, 방어 스킬, 방어구 그리고 달빛 조각술의 보호!

  데스 나이트와 함께 막으면서 폭발의 피해를 나누어 받았다.

  특히 고대의 방패 내구도는 무려 25나 떨어져 있었다.

  수리도 불가능한 최고의 유니크 방어구라고 할 수 있는 고대의 방패 덕분에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탈로크의 갑옷 등의 내구도도 심하게 하락해서 너덜너덜 했지만, 깨지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여길 정도였다.

"내 고대의 방패를......"

  애지중지하면서 아껴서 썼던 고대의 방패!

  내구도가 25나 하락해서 이제 남아 있는 내구도가 261밖에 되지 않았다.

  떨어졌을 중고 가격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분노.

  위드는 진심으로 화가 났다.

"차라리 나를 죽일 일이지!"

  레벨은 다시 올릴 수 있고 숙련도도 채울 수 있지만, 줄어든 고대의 방패 내구력은 올라가지 않는다.

  위드의 생명력은 33%, 마나는 46% 가량 남아 있었다.

  통곡이라도 하고 싶지만 본전에 대한 생각 때문에 멈추지 않았다.

  마법 폭발로 인해서 주변에는 살아남은 유저들이 없었다.

'눈먼 아이템들이......'

  위드는 뒤집힌 땅을 뛰어넘어서 북부동맹군을 습격했다. 물론 죽은 유저들이 가지고 있던 아이템을 챙기는 것도 잊

 지 않았다.

"헤라임 검술!"

  모든 것을 동원해서 싸우고 있는 순간이었다.

  위드가 전장의 주인공이었다.

  모두가 그를 주시하고, 오직 그를 죽이려고 하는 전장에서 싸우는 기분!

  데스 나이트도 활개를 치면서 활동했다.

  마법사들의 공격이나 궁수들의 화살이 몇 번 더 날아왔지만 처음처럼 위협적이지는 못했다.

"위드 님께, 모라타에 대항한 자들을 죽여라."

"칼라모르의 기사들이여, 돌격!"

  북부동맹군의 진영에서 칼라모르의 기사들이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들을 막을 만한 고레벨 유저들은 모두 위드를 향해 달려나간 후에 싸우다가 죽거나 마법 공격에 위해서 사망한 후

 다.  그중에는 지휘관급도 상당수라서 북부동맹군 전체에 구멍이 뚫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죽여 버려!"

"우리 초보들을 괴롭히는 놈들이라니."

  검치 들도 초보자들의 틈에서 벗어나서 적진을 헤집어 놓고 있었다.

  킹 히드라와 이무기, 빙룡과 불사조의 대대적인 습격에 와이번들도 쏠쏠한 소득을 올리고 있다.

  모두가 위드에게 관심을 쏟는 사이에 북부동맹군은 사방에서 무너지고 있었던 것이다.

  위드가 의도했던 바이기도 했다.

  한 번의 죽음을 미끼로 내걸어서 크게 이긴다.

  그리고 그 죽음에서조차 다시 살아나서 인도자의 권능으로 강화되어 아이템을 습득하는 게 작전이었다.

"쳐라!"

"모두 죽이자!"

  한번 무너진 균형의 추는 다시 되돌릴 수 없었다.

  마지막 여력까지 잃어버린 북부동맹군은 삽시간에 허물어졌다.

  적군과 아군을 가리지 않는 연이은 마법 공격과 동료들에 대한 불신으로 그나마 있던 전의마저 사라졌다.

"졌습니다. 살려 주세요!"

"우리의 패배입니다."

"모라타에 전쟁을 선포한 것을 사과할게요."

  버티고 있던 북부동맹군 유저들도 무기를 거두고 항복의 뜻을 밝혔다.

  특히 위드가 노래로 지목했던 이들이 사색이 되어서 먼저 항복을 했다.

  북부동맹군의 병사들도 차례로 무기를 내리고, 공성전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갑작스럽게 끝나는 듯했다.

  초보자들이 녹슨 검과 나무 방패를 들고 환호성을 질렀다.

"우와, 이겼다!"

"모라타의 승리다. 만세!"

  위드가 고개를 저었다.

"전쟁을 선포해 놓고 마음대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아느냐!"

  마나를 한껏 끌어모아 사자후를 터트렸다.

  이렇게 전쟁이 끝나면 안 되었다.

  모라타의 병사들을 모집하면서 썼던 돈과 경제적인 손실은 어찌하란 말인가.

  물론 전쟁에서 패배한 측에서는 살아 돌아가기 위해서 몸값으로 상당한 배상금을 내놓게 되겠지만, 위드에게 흡족한

 액수는 아니었다.

  현금과 즉시 맞바꿀 수 있는 아이템들을 착용하고 있는 유저들이 한가득이다.

  초보자들과 칼라모르 기사, 검치, 페일 일행 등이 활약해서 3만 명 정도를 줄였지만, 지치고 약해진 유저들이 넘쳐

 난다.

  땅바닥에 경험치와 현금이 두둑하게 쌓여 있는 셈!

  여기서 그냥 전쟁을 끝낸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복권에 당첨되고 나서 불우 이웃 돕기에 전액을 기부한 다음 날 아침과 같은 일이 아닌가!

"우와아아아아!"

"우리가 승리했다!"

"북부동맹군이 패배를 선언했다!"

  하지만 초보자들에게는 위드의 흑심 가득 찬 사자후도 승리를 자축하기 위한 거만한 쇼로만 보이는지 그저 기쁨을

 나눌 뿐이었다.

  위드가 다시 사자후를 터트렸다

"감히 모라타를 침범한 적들을 죽이자! 1명도 살아 돌아가는 사람이 없도록 하자!"

  초보자들을 선동해야 했다. 그들 없이 칼라모르의 기사들이나 조각 생명체, 모라타 병사들로만 싸우려면 피해가 크

 다. 초보자들이 북부동맹군 유저들의 숫자를 그리 줄이지는 못했지만 난전을 유도하고 지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혼란 속에서 검치 들은 암살자나 다름없이 활동하면서 쉽게 적들을 베어 버릴 수 있었고, 칼라모르의 기사들의 돌격

 은 상상 이상이었다.

  멋모르는 초보자들이 만세만 외치고 있을 때에 눈치 빠른 북부동맹군의 유저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전쟁의 신 위드가 가지고 있는 악명을 감안한다면 외치는 소리가 북부동맹군의 전멸을 원하고 있음이 명백하기 때문

 이다.

  북부동맹군 유저들이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위드 만세!"

"과연 모라타의 백작이십니다. 패배를 깨끗하게 인정합니다. 다시는 모라타로 쳐들어오지 않겠습니다."

"전쟁의 신 위드에게 패배해서 영광입니다. 가르침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북부동맹군 유저들은 누구도 싸울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방송국들은 흥미롭게 모라타의 전쟁을 방송했다.

"북부동맹군이 모라타의 경계를 넘었습니다. 하승태 씨, 섣부르지만 전쟁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전혀 섣부르지 않습니다. 저도 북부동맹군이 12만이 넘는 병력을 동원할 줄은 짐작하지 못했는데요,

이 전쟁은 해보나마나 북부동맹군의 승리입니다. 북부에 있는 대다수의 길드들이 성공적으로 연합을

한 것 같습니다."

  CHN방송국에서는 딱 잘라서 북부동맹군의 승리를 점쳤다.

"북부동맹군의 규모가 놀랍습니다. 모라타를 점령하기 위해서 군사비 지출을 아끼지 않았던 여러 길드

마스터들의 노력이 엿보이는 것 같습니다."

"공성 무기들이 많군요. 시청자 여러분은 오늘 내로 모라타가 불타는 장면을 보실 수도 있을 것 같습

니다."

"전쟁의 신 위드의 불패 신화도 여기서 끝인가요?"

"아쉽지만 그렇게 되겠네요."

  CTS미디어에서도 노골적으로 모라타의 패배를 전망했다.

  북부동맹군이 승리하면서 위드가 쓰디쓴 패배를 겪을 거라고 말하는 편이 시청률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KMC미디어에서만 중립을 취하는 수준이었다.

"북부동맹군이 상상외로 거대한 몸집을 드러냈지만 이것은 그만큼 위드의 명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

는 것 같습니다."

"오주완 씨, 무슨 말씀이시죠? 위드가 있기 때문에 북부동맹군도 저 정도의 규모를 만들 수 있었다는

건가요?"

"맞습니다. 이해관계가 다른 길드들이 어느 한 대상을 공격하기 위해 저렇게 뭉칠 수 있다는 자체가,

그만큼 위협적이었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전쟁의 양상은 어떻게 될까요?"

"북부동맹군의 당연한 우세로 보이겠지만, 전쟁은 정작 뚜껑을 열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습니다."

"위드가 이 전쟁을 이길 수도 있다는 말씀인가요?"

"지금 시점에서 꼭 그렇게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전쟁의 신 위드가 지금까지 퀘스트에서 보였던

모습들을 되짚어 보자면 아무 대비도 하지 않고 있었을 리가 없겠죠."

  오주완은 신중하게 지켜보는 편이었다.

  모라타의 승리까지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KMC미디어에서 위드의 존재는 시청률의 은인이나 다름이 없었다. 국장부터

 위드의 열성적인 팬이었으니 직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험담을 할 수 없는 처지였다.

  칼라모르의 기사들이 나타났을 때에 방송국의 진행자들은 얼이 빠졌다.

  한 왕국의 최대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칼라모르의 기사들이 이곳에 왜 등장한단 말인가!

"설마하니 위드가 데려온 걸까요? 위드의 발이 넓다고는 했지만 칼라모르 왕국까지 뻗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선두에는 콜드림입니다. 콜드림이 직접 칼라모르의 기사들을 지휘하고 돌격하고 있습니다앗!"

"콜드림과 위드는 또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요?"

  방송국의 진행자들이 급히 목청을 높였다.

  메이런 외에는 콜드림이 위드에 의해서 해방된 것을 몰랐기에 이만저만 놀란 것이 아니었다.

  칼라모르의 기사들은, 전쟁에서 기사들이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위력을 떨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 주었다.

  철퇴와 대검을 휘두르는 무자비한 공격에 전광석화 같은 기동력, 악귀처럼 느껴질 정도로 잘 죽지도 않는다.

  기사에 대한 꿈이 생기고, 기사 지망생들까지도 대폭 늘어나게 만들 정도였던 것이다.

  칼라모르 기사들의 돌격으로 충격에 휩싸인 것은 북부동맹군의 유저들이 더 심했다.

  공포란 아는 만큼 생긴다.

  칼라모르의 기사들이 전쟁에서 발휘하는 파괴력을 텔레비전을 통해서만 봤던 유저들은 그 대상이 자신들이라는 사실

 에 경악했다.

  뿔피리 소리와, 실제로 매우 빠른 속도로 돌격하는 칼라모르의 기사들.

  당황스러움에 도망치거나 과잉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마법사들이 기사들을 잡는다면서 마법을 퍼부어 자멸을 자초하고, 모라타 성에서는 초보자들이 대거 밀려왔다.

  레벨 300 정도의 고레벨 유저라면 초보자들은 100명이라도 간단하게 죽일 수 있었다. 체력만 뒤따른다면 지쳐서 쓰

 러질 때까지 계속해서 살육할 수 있다.

  스킬을 사용하거나 칼질을 두세 번만 해도 초보자들은 죽었지만, 시야가 협소해져서 자기 주변이 아닌 곳은 신경을

 쓰기 어려워졌다.

  혼전에서 칼라모르의 기사들은 빛을 발하고, 검치 들은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이들도 간단히 없앤다.

  북부동맹군 유저들은 이미 스스로 유리하다는 생각을 버렸다.

  그들은 초보자들 때문에 발이 묶여 있는데, 모라타의 중간 레벨, 고레벨 유저들은 마음껏 활개를 치고 있었던 것이

 다.

  전장 자체가 난전으로 변하면서 경험과 개인의 전투 능력이 중요해졌다.

  초보자들을 모두 물리치고 나더라도 얼마의 유저들이 남아서 싸울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한다.

  그리고 등장한 위드와 빙룡, 불사조, 와이번, 킹 히드라, 블랙 이무기!

  전쟁의 신 위드가 싸움을 벌이기 전에 노래를 부른다는 건 매우 유명한 사실이었다.

  오크 카리취의 전투를 그들도 무척이나 재미있게 보았지 않던가.

'진짜 전쟁이 이제 시작된다.'

'전신 위드의 참전이다.'

  노래에 나온 아이템을 착용한 유저들은 북부동맹군에서도 엘리트라고 할 수 있는 최고의 유저들!

  정확하게 그들을 집어내며 노래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그리고 이어진 전투에서 위드의 가공할 움직임과, 마법 공격의 충격!

  마법 폭발 속에서 살아남는 광경은 위압감 그 자체였다.

  북부동맹군은 싸울 의욕이 사라지다 못해서 더 이상의 무의미한 희생을 늘리지 않기 위해 서둘러 항복을 했다.

  북부동맹군이 여러 세력과 길드의 연합이 아니라 1명에 의해서 지휘되는 군대였다면 더 효율적으로 끝까지 버틸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여러 길드의 연합이라는 점으로 인해서, 한 길드가 먼저 항복을 하자 전체가 함께 쓰러지고 만 

 것이다.

"......"

"뭐죠, 전쟁이 어떻게 된 거죠?"

"모라타의 승리입니다."

  진행자들도 정신없이 빠져들어서 중간에 말수가 줄어들 정도였다.

  정리를 해야 되지만, 모라타에서 꾸역꾸역 밀려 나오는 초보자들을 보면서 기가 차서 설명하기도 어려웠던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들의 게시물도 폭주 현상을 일으킬 정도였다.

  자신이 방금 작성한 글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페이지를 20개 이상 넘겨야 되었다.

-전쟁의 신은 오늘도 패배하지 않았군요.

-칼라모르의 기사들 덕이 절반은 되죠.

-그 기사들을 데려온 것도 능력입니다.

-북부가 아직은 베르사 대륙에서 주류 세력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남부나 동부도 중앙 대륙에 비하

면 힘이 많이 약한데 북부는 거론할 필요도 없겠죠. 하지만 오늘의 전쟁을 보니 북부에도 많은 발전 

가능성이 있겠군요.

-어떻게 하면 모라타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가 될 수 있죠? 지난번에 방송에 나왔을 때만 해도 모

라타는 그저 그런 시골 마을 수준이었는데 말이죠.

-방송을 빼먹지 말고 꾸준히 보세요.

-요즘에 방송 자주 안 보신 것 같군요. 모라타는 일주일이 다르게 바뀝니다.

-제가 모라타에서 시작한 유저인데요. 문화와 예술, 모험, 종교, 상업이 공존하는 도시입니다. 프레야

교단도 있어서 무지 편합니다. 북부라고 해도 크게 모자란 것 없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모라타에 꼭

한번 와 보세요.

-위드는 영주로서도 꽤 뛰어난 자질을 갖춘 것 같습니다. 북부에 유저들이 모여든다고 해도 저렇게 빨

리 발전시킬 줄은 몰랐는데요. 조각품에 건물들도 엄청 많고, 무슨 예술 회관 건물인가요? 그거 완공

되면 엄청나겠더군요.

-족발 다 먹었습니다. 역시 위드! 저를 전혀 실망시키지 않아요. 그가 싸우는 걸 못 봐서 조금 아쉽지

만 또 기회가 있겠죠?

-저는 친구들이랑 같이 북부로 떠납니다. 이참에 모라타도 직접 가 보고 북부 구경이라도 해 보려고요.

-위에 분, 저랑 같이 가요.

  전쟁이 끝나는 순간 위드의 메시지 창이 따갑게 울렸다.

-적들이 항복했습니다.

-모라타 주민들의 충성도가 3 올랐습니다.

군사적인 힘을 과시하면서 인근 지역에 정치적인 영향력이 15 늘어납니다.

좀도둑들이 사라지고, 도적 떼의 침입이 감소합니다.

치안이 13% 오릅니다.

모라타 내에 일시적으로 소비가 활성화됩니다. 주민들은 승리를 기념하기 위하여 돈을 아끼지 않고

쓸 것입니다.

모라타에서 주민들의 자발적인 승전 기념 축제가 개시됩니다.

-조각사 길드에서 전쟁 승리를 위한 기념품을 제작합니다. 비용 5,000 골드 소모 예정.

바드 길드에서 전쟁에 대한 공연과 시, 음악을 만드는 대회를 개최합니다. 상금 규모 4,500 골드.

-베르사 대륙에서 모라타의 지역 명성이 75 오릅니다.

현재의 지역 명성 : 469.

지역 명성은 소속된 국가나, 다스리는 영주의 명성이 높을수록 유리합니다.

전쟁의 승리와 패배, 생산물, 교역량, 퀘스트 수행의 빈도, 영주의 원정 퀘스트, 주민들의 규모 등

지역 명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매우 많습니다.

  지역 명성이 높으면 모라타 출신 유저들이 퀘스트 수행 시에 얻을 수 있는 명성의 획득치가 조금 더

증가합니다. 상인들이 먼 지역의 교역소에 물품을 판매할 때에도 모라타의 물건을 조금 더 우대해 

줄 것입니다.

-지역 명성의 증가로 새로운 특산품이 등록되었습니다.

-모라타의 섬유와 직물 외에도, 프레야 교단의 축복과 비옥한 땅이 만들어 낸 농산물들이 특산품이

되었습니다.

-숙련된 양조 기술자들이 갖춰진다면 와인이 추가로 특산품으로 유명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모라타에는 우량한 송아지들이 많이 태어나고 있습니다. 충분한 시간이 흐른다면 가축 중에서 소가

특산품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트리반 마을 주민 89명이 모라타로 이주하고 있습니다.

트리반 마을의 주민들은 모라타가 이룩한 엄청난 문화에 푹 빠져 있습니다.

-노로마 마을의 주민 85명이 귀화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들은 치안이 안정적인 모라타에서 살고 싶은

욕구가 큰 것으로 보입니다.

-프레야 여신을 믿는 북부의 주민들 3,600명이 여신상 주변에서 살기 위해 이사를 시작합니다.

-기술자들의 이주!

북부 마을들의 기술자들은 자식 교육을 위하여 모라타에 오고 싶어 합니다.

미래에 대한 가능성이 큰 모라타에서 아이들을 기르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에코반 마을의 주민들이 영주에게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모라타처럼 훌륭하게 영지를 다스리지 못하는 무능한 영주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의 상태가 지속되느니 차라리 모라타의 영주가 와서 에코반 마을을 다스려 주기를 바랍

니다.

  전쟁의 패배로 인한, 각 마을 주민들의 대규모 저항!

  문화에 의한 종속 상태로 인해, 전쟁에서 패배하자 엄청난 희생을 치러야 했다.

  포로 상태로 붙잡혀 있으면서도 영주들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흘렀다.

-창고 관리인이 열쇠를 들고 도주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모라타로 이주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각 영주들은 진형을 유지하고 있는 동안에는 조금 남은 사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외부에 입단속을 철저하게 했다

 하지만 북부의 영주들끼리는 서로 같은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에 모를 수가 없는 처지였다.

"트리반 마을이 큰 피해를 입었다더군."

"케아트 마을도 멀쩡하지는 않아. 수확할 농부들이 모두 도망쳐 버렸다고 해."

"그럼 농사는?"

"빈스터 길드원들이 곡괭이를 들고 직접 고구마를 캐야겠지."

"자네 마을은?"

"우리? 죽지 못해서 살 지경이야. 문화나 예술, 이딴 것들이 이렇게 위력을 발휘할 줄이야 누가 알았

겠는가?"

  중앙 대륙에서는 문화로 인한 소요 사태가 이 정도로 심하게 벌어지지는 않았다.

  각 성들과 마을들이 대체적으로 기초적인 문화 수준은 이루고 있었고, 인접 왕국 간에는 적개심이 있어서 괜찮았다.

  예술가들의 도시 로디움조차도 자유 도시로서, 외딴 섬처럼 별도로 존재했다.

  모라타처럼 특출하게 문화가 뛰어난 장소가 없었던 것이다.

  영주들은 문화의 의미나 주민들의 만족도, 예술에 대해서 무감각했다.

  하지만 북부의 영주들은 예술의 위력을 절감하고 있었다.

  전쟁에서 지자마자 이렇게 많이 빼앗기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이거야말로 문화 침략이 아니고 뭐겠나?"

"창칼보다 무서운 게 펜이라더니......"

  전쟁의 뒤처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위드와 길드의 마스터들, 영주들은 한자리에 모여서 종전 협상을 벌여야 했다.

  전쟁을 끝내는 데 따른 배상금을 책정하는 자리.

  북부동맹군 측에서는 수많은 포로들로 인해서 곤혹스러웠다.

  적어도 7만이 포로로 잡혔다.

  일반 병사들은 제외하더라도 유저들만 1만 4천 명은 되었다.

  전쟁 배상금을 책정하는 데에 크게 불리한 입장이었다.

  스티렌이 먼저 말문을 꺼냈다.

"모라타의 영주님, 훌륭하게 모라타를 다스리는 부분은 존경해 마지않습니다. 저도 마법의 대륙 시절

부터 1명의 유저로서 위드 님을 존경했습니다."

  초보자들과 포로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벽 위에서 이루어지는 종전 협상이었다.

  마법으로 소리를 증폭해서 그들의 대화를 모라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었다. 방송국의 취재도 이루어져

 서 생방송 중이었다.

  정치와 모략이 판을 치는 자리.

  추후 위드가 아니더라도 다른 유저들이 명예의 전당 등에도 동영상을 등록해서 꾸준히 보게 될 테니 매끄러운 언변

 이 필요했다.

  더구나 북부동맹군은 불리한 처지에서 배상금을 협의해야 한다.

  스티렌의 아부에도 불구하고 위드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겨우 이 정도인가?'

  아부는 상대방의 취향과 성격, 기분을 잘 파악해서 해야 된다. 가려운 부위를 긁어 주는 것처럼 시원하고, 너무 과

 한 칭찬에 부담스러워서 엉덩이가 들썩거릴 정도는 되어야 진정한 아부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협상을 개시하면서 품격 떨어지는 틀에 박힌 아부들은 식상함만 줄 뿐이었다.

"몬스터들이 널려 있는 북부의 모라타에 위드 님이 듬직하게 버티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 마을들이 모라타 때문에 얼마나 많은 피해를 보았습니까?"

"......"

  스티렌은 문화와 예술로 인한 손실을 언급하고 있었다.

"많은 돈을 들여서 투자를 해도 모라타로 이주를 해 버리니 우리로서는 굉장한 손해를 보면서 살았습

니다."

  북부동맹의 영주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 말에 공감의 뜻을 밝혔다.

  돈을 들여서 투자한 인재들이 야반도주를 하였을 때의 안타까움을 모두가 겪고 있었던 것이다.

"모라타를 침공한 것은, 더 이상은 그러한 피해를 당하면서 살 수 없다는 공감대가 이루어졌기 때문입

니다. 이번 전쟁의 패배로 인해서도 우리 마을의 주민들이 많이 이주했습니다. 그러니 이쯤에서 너그

럽게 종전 협정에 서명을 해 주시지요. 다시는 모라타를 공격하지 않겠습니다."

  스티렌은 말을 마치고 나서 슬그머니 눈치를 보았다.

  전쟁의 신 위드의 악명이란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을 정도로 최악이었다. 마법의 대륙에서는, 던전에서 말다툼을 

 벌이며 싸우던 커플도 위드만 등장하면 손에 손을 잡고 함께 도망칠 정도였다.

  위드는 동정이나 자비심과는 거리가 멀었다.

  눈에 띄는 대로 죽이고 빼앗고 불태워 버리는, 역사적으로 악랄한 유저!

  위드는 팔짱을 끼고 눈을 가늘게 떴다.

  할 말은 그게 전부냐는 태도였지만, 실제로는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서였다.

'내가 갖지 못한 아이템들... 잃어버린 보신이보다도 더 아쉽구나. 과연 오늘 밤 잠은 제대로 잘 수

있을지.'

  위드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평생 이 쓰라린 기억을 감당하고 살아야 되겠지. 매일매일 이 순간이 떠오르겠지. 노인이 되어서 재

활용 쓰레기를 분리하면서도 오늘의 고통스러운 기억 때문에 괴로워할 거야.'

  마판이 위드를 대신해서 나섰다.

"북부동맹군 여러분의 입장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모라타의 입장에서, 전쟁에서 패배한 쪽의 사정을

모두 봐주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낼 돈이 없습니다."

"아무 배상도 하지 않겠다는 뜻은 종전 협상을 끝내자는 말씀 아닙니까?"

"......"

"종전 협상을 여기서 끝내시겠습니까?"

  마판이 강하게 나왔다.

  종전 협상이 파국으로 끝나면, 항복한 포로들은 재판을 받게 된다.

  물론 판정은 위드 본인이나 그가 직접 임명한 사람들이 내릴 것이다.

  전쟁 과정에서 모라타의 병사느 유저를 죽였던 사람이라면 감옥이나 수용소에 갇히게 된다.

  이러한 처벌을 면하고 싶다면 보석금을 내야 하는데, 만만한 액수는 아니었다.

  그래서 끝까지 저항을 하다가 차라리 죽음을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종전 협상으로 무사히 끝내지 않는다면 소속 유저와 병사들은 영주를 원망하게 될 것이다.

  전쟁에서 패배한 쪽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아픈 현실이었다.

"북부는 위드 님의 기여로 인해서 탄생한 곳입니다. 본 드래곤을 사냥해서 기후를 따뜻하게 만들고,

모라타를 통해서 모험과 개척을 시작하셨지 않습니까? 위드 님의 공적을 생각해서라도 북부의 마을들

은 참았어야 하는데 프레야 교단의 보호가 끝나자마자 한꺼번에 몰려들었다는 것은, 모라타를 차지하

고 싶은 탐욕에 눈이 멀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마판은 냉정하게 북부동맹군의 영주들을 질타하고 있었다.

  힘없는 상인에게는 최고의 쾌감을 안겨 주는 순간이었다.

  전쟁 배상금을 뜯어내면 70%는 승리한 쪽의 유저들과 병사들이 나누어 갖는다. 나머지 30%는 영주의 창고로 들어가

 서 도시 발전에 쓰이게 된다.

  모라타의 이득은 마판에게도 바람직한 것이라서 적극적으로 뜯어낼 태세였다.

  마판이 단호하게 요구했다.

"유저 1인당 900골드, 그리고 병사들은 200골드의 배상금을 내십시오."

"말도 안 됩니다."

"그렇게 막대한 액수를 내라는 건 과한 요구입니다!"

  북부동맹군 영주들은 펄쩍 뛰면서도 머릿속으로 계산을 했다.

  목숨값이었으니 합리적인 수준의 요구라고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종전 협상에서 내야 되는 돈은 고스란히 소속 영주의 호주머니에서 나가는데 그만한 돈이 없다는 점!

  중앙 대륙의 전쟁에서는 한 번의 싸움에도 몇천만 골드가 오고 가기도 했지만, 북부의 영주들은 대체로 가난한 편이

 었다. 중앙 대륙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길드들이 이주해 와서 전 재산을 마을에 투자했으니 여유 자금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만한 돈이 없습니다."

"절반으로 깎아 주더라도 내지 못할 겁니다."

  북부동맹군이 모은 12만 명의 군대는 중앙 대륙에서도 흔한 규모가 아니다.

  반드시 이기리라고 생각했던 전쟁에서 패배를 하고, 또 보기 드문 막대한 인원이 포로로 잡혔으니 영주들도 난처하

 기 짝이 없었다.

  포로들로부터 몸값을 거두어서 납부하는 방법도 있지만, 전쟁으로 이끌었던 영주들로서는 요구할 형편이 안 되기도 

 했다.

"그래도 1인당 900골드씩은 내야지요. 지금까지 베르사 대륙에서 벌어진 전쟁의 선례를 보자면 굉장히

합리적인 금액입니다."

  마판은 영주들의 반발을 보면서 미간을 좁혔다.

  낼 돈이 없다는 데에야 어찌할 수 없이 서로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려야 했다.

  위드는 팔짱을 끼고 잠자코 있었다.

'선이자를 70%쯤 떼고 신용도에 따라서 할부로 납부를 하게 시키면... 반값으로 낮춰 주더라도 매달

이득이 만만치는 않을 텐데. 그리고 연체 이자를 대폭 올리는 수법으로......'

  북부동맹군 영주들과 마판이 서로 곤란해하고 있을 때 위드가 상황 정리에 나섰다.

"배상금은 없는 것으로 합니다."

"네?"

  마판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휘둥그렇게 뜨인 두 눈동자는 진심으로 놀랐음을 드러냈다.

  위드의 입에서 나올 소리라고는 절대로 믿기지가 않았던 탓이다.

  북부동맹군의 영주들도 마찬가지로 전쟁 배상금을 받지 않는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위드는 계산을 끝냈다.

'달라고 해도 줄 수도 없는 처지이고, 대출도 곤란해.'

  북부 마을들의 영주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뻔했다.

  투자 비용도 거두어들이지 못하고 있으니 이자라도 제대로 낼 리가 만무하다.

  무리한 액수를 달라고 하면, 지금은 어찌 넘어가더라도 언젠가 다시 뭉쳐서 2차 모라타 전쟁을 터트리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모라타에서는 칼라모르의 기사들을 다시 쓰지도 못하지만, 다음 전쟁에 이겨도 이득이 없다.

  그렇게 막다른 길까지 몰리게 되면 미래가 어두운 북부의 영주들이 마을을 처분하고 떠날 수도 있다.

  위드가 보기에 북부동맹군의 영주들은 허울만 좋을 뿐 악성 채무자로 봐도 무방했던 것이다.

"배상금은 없고, 포로들은 즉시 해방해 줍니다."

"정말이십니까?"

  스티렌이 지금 농담하냐는 듯이 물었다.

  이렇게 유리한 처지에서 위드가 자비를 베푼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 까닭이었다.

"더불어서 약속합니다. 모라타는 다른 마을을 침공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위드의 입장에선 거지들이나 다를 것 없는 마을들을 차지해서 영역을 확장해 봐야 이득이 없었다.

  모라타는 백작령으로, 영토가 작지 않다.

  각 영지들의 영토는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다. 영지들 사이에 남아도는 땅이 굉장히 많이 있었다.

  문화가 확장됨에 따라서 경계도 넓어져서 아쉬울 것도 없었던 것이다.

"상업적인 교류도 제안합니다."

"네?"

"모라타에는 초보자들이 굉장히 많이 늘었습니다. 그것은 여러분도 아실 겁니다."

  북부동맹군의 영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겪어 봤으니 누구보다 잘 알았다.

"앞으로 초보자들은 무기와 방어구, 잡화를 포함해서 대량의 자원을 필요로 하게 될 것입니다."

  북부동맹군의 영주들에게는 부럽고, 배가 아프고, 무서운 부분이었다.

  모라타를 좋아하는 초보자들이 성장을 함에 따라서 다시는 넘볼 수가 없게 될 것이다.

  갈수록 강성해지는 모라타를 보면서 눈치를 살펴야 하리라.

"그런데요?"

"초보자들에게 필요한 자원들을 조달해 주셨으면 합니다. 여러분이 가지고 있는 광산이나 논밭에서

거두어들이는 것들을 모라타에 와서 파시면 됩니다. 사냥에서 획득한 물품들도, 초보자들에게 유용하

다면 판매하셔도 됩니다."

  상업의 허가와 세율 책정 등은 전적으로 영주의 권리다.

  초보자들이 만들어 낼 거대한 시장을 북부의 영주들에게 개방하겠다는 뜻이었다.

  어려운 협상을 이끌어야 해서 부담이 컸던 스티렌이 환한 표정이 되어서 말했다.

"이런 제안이라면 얼마든지 받아들이겠습니다. 저희에게 왜 이렇게 잘해 주시는 겁니까?"

"중앙 대륙은 상당히 멉니다. 상인들의 마차가 다니기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물품들의 가격도 훨씬

비싸집니다. 상인들도 이문을 남겨야 하니 어쩔 수 없겠지요. 우리 북부의 가장 큰 문제는 초보 유저

들이 쓸 만한 무기들이 중앙 대륙의 몇 배의 가격으로 팔린다는 겁니다. 이런 일은 옳지 않습니다."

  북부의 영주들이 눈을 마주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도 공감합니다. 좋습니다."

"하겠습니다."

  마을마다 상단을 만들어서 모라타에서 장사를 한다면 북부 전체의 이권이 훨씬 커질 것이다.

"우리의 발전된 문화 때문에 많은 고생을 하고 있는 것도 압니다."

"......"

  영주들에게는 서러움 자체였다.

  문화를 따라잡지도 못하지만, 갈수록 주민들이 줄어들고 있으니 답을 찾기 힘든 문제였다.

"모라타에 영주 직속의 문화 사절단을 만들어서, 요청을 하는 마을에는 파견을 해 주겠습니다. 문화

사절단이 공연을 하면 여러분의 마을 주민들의 이탈도 감소할 것입니다."

  공연을 하면 일시적으로 문화 수치가 크게 올라가고 주민들의 불만도 잦아든다.

  사실 모라타 입장에서는 이제 남아도는 바드들이나 댄서들은 골칫덩이였다. 허구한 날 북 치고 하프를 두들기면서

 연주를 하고 있었다.

  이들을 다른 마을로 보내서 돈을 벌어 오겠다는 계획!

  호움 마을의 영주가 물었다.

"하지만 모라타의 문화를 사절단으로 따라잡지는 못할텐데요? 근본적인 해답이 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위드가 잠시 그를 노려보았다.

  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사람을 구해 주었더니 보따리까지 내놓으라고 하느냐는 듯한 사나운 눈빛이었다.

  가벼운 태도의 변화였지만 회의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데에는 충분했다.

  자꾸 베풀어 주면 그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를 잊어버린다.

  협박이란 이런 식으로 하는 것.

  그러나 입에서는 여전히 호의적인 말이 나왔다.

"모라타에서 화가나 조각사를 고용할 수 있겠죠. 모라타에는 특히 솜씨 좋은 조각사들이 꽤 많습니다.

만들어진 조각품이나 그림 들도 있으니 사 가면 될 겁니다."

  예술품의 수출까지 노리는 위드!

  빛의 탑이나 여신상 같은 것은 팔아먹을 생각이 없지만, 도시에 점점 늘어나고 있는 예술품들에도 활로가 필요했다.

  그러지 않는다면 예술가들의 무덤, 로디움처럼 되지 말란 법도 없는 것이다.

  위드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초보 유저들은 앞으로도 모라타에 많이 생길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성장해서 어디로 갈지는 누구

도 모릅니다."

"......"

"모라타가 지금은 넓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좁게 느껴지겠죠. 퀘스트와 한적한 사냥터를 위해서라도 여

러분의 마을에 더 자주 방문하게 될 겁니다. 모라타를 보면 알겠지만, 작은 마을이 발전하는 것은 금

방입니다."

  위드는 잠깐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영주가 먼저 투자하고, 나쁜 마음으로 대하지 않는다면 그들도 여러분의 마을을 좋아할 것이고, 또

많은 초보자들이 여러분의 마을에서 시작할 수도 있을 겁니다. 잡화점을 세우고, 광장에서 장사를 하

고, 갓 시작한 초보자가 분수에서 수통에 물을 채우는 광경을 흔하게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의 

전쟁으로 인해서 초보자들에게 악감정을 가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할 말이 끝났다는 듯이 위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북부의 영주들도 덩달아서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성벽 아래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와아아아!"

"전쟁의 신 위드가 최고다!"

"위드 만세!"

  초보자들과, 목숨을 구원받은 북부동맹군 유저들의 환호 소리!

  모라타를 침범한 적들까지 품는 위드의 넓은 아량에 대한 찬사였다.

  마판뿐만 아니라, 성벽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던 페일 일행에게는 충격의 연속이었다.

  위드가 빛의 탑을 만들면서 예술성을 보여 주었을 때만큼이나 달라 보였다.

"아니, 이게 무슨... 전혀 위드 님 같지 않은데요."

"자선사업가들이나 할 만한 말 아니에요?"

"어디가 심하게 아프신 건가? 길 가다가 넘어져서 조각품에 머리가 깨졌다든가......?"

  마치 사람이 바뀌기라도 한 듯한 태도에, 위드의 정신 건강까지 염려될 지경이었다.

  위드의 본모습과는 너무나도 달라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방송국의 취재나, 전쟁의 승리로 들떠서 다른 태도를 보일 사람도 아니었다.

  제피만이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협상에서 굉장한 수익을 거두셨군.'

  초보자들을 아끼는 영주!

  북부 전체의 미래를 염려하고 있는 대영주!

  그런데 정작 계산을 해 보면 위드가 손해 본 것은 없고, 앞으로 무궁무진한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북부의 마을들은 필요한 물품을 판매하면서 이득을 얻겠지만 모라타는 세금 수입이 몇 배로 늘어난다.

  중앙 대륙에서 가져오는 적은 물량의 교역이 아니라, 북부의 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중소 상인들이 설 자리도 생겼

 다.

  북부의 마을들은 전쟁을 벌여야 할 이유도 사라졌다. 문화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주민들의 감소 현상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인근의 광산에서 자원을 캐고, 기술을 발전시켜서 좋은 품질의 물건을 판매하는 편이 당분간 마을의 성장을 위해서

 도움이 된다.

  평화가 정착되면 북부의 발전은 가속화되리라.

  지속적인 긴장 관계가 형성되고, 모라타 외에는 불안하다는 평가가 생겨 버리면 초보자들의 유입도 어느 순간부터는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북부 마을들이 특산품들도 개발하게 되면 상인들의 성장과 교역 규모는 훨씬 늘어날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북부의 상업 중심인 모라타에는 굉장한 이득이었다.

  덤으로 초보자들이 좋은 장비로 빨리 성장할수록 소비하는 규모도 훨씬 커지고 납부하는 세금도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예술품 판매에다 전쟁 방지 작용까지!"

  각 마을들의 경제는 당분간은 모라타에 종속된다.

  문화 성장을 위해 상당한 양의 예술품을 꾸준하게 수입해야 했다.

  그럼에도 상품을 판매하고, 이득을 얻고, 투자를 할 수 있으니 북부 영주들에게도 나쁜 조건이 아니다.

  하지만 모라타가 다른 길드나 세력에 넘어가면 교역에서 큰 손해를 보게 되니, 전쟁이 벌어지더라도 모라타의 편에

 서야 했다.

  모두 그 사실을 알게 될 테니 각 마을들 간의 국지전은 벌어지더라도 모라타를 향한 2차 전쟁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

 다.

  제피는 위드의 새로운 면모를 본 것 같았다.

  북부동맹군은 명백히 적이었다.

  적들을 증오하지 않고 복잡하지만 합리적인 판단까지 내릴 수 있다니.

"전략이나 행정, 정책으로 내린 결론이 아니야. 역시 무서운 눈치와 잔머리야!"

  착취를 할 때와 베푸는 척하면서 거두어들일 때를 정확히 구분한다.

  위드의 돈에 대한 집중력과 결정은 어긋나는 경우가 드물었다.

"신선한 풀죽입니다."

  승리를 자축하는 축제가 벌어지는 모라타!

  초보자들이 환희에 들떠 있었다.

  위드도 마찬가지로 즐거웠다.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시청률이 폭발하고 있어요. 전쟁 영상의 생방송으로는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의 시청률이에요!

  메이런의 귓속말이 그를 즐겁게 만들었다.

  KMC미디어를 비롯해서, 군소 방송국들까지 합치면 총 12개의 방송국들이 모라타 전쟁을 방송했다.

  그들은 위드나 침공한 쪽 모두에게 광고비의 일정 비율을 중계권료로 지급한다.

  돈, 현찰이 들어오는 것이다.

"참 아름다운 세상이야."

  위드는 호의를 베풀어서 전쟁에 참여한 이들에게 풀죽과 풀 술을 무제한으로 하사했다. 영주의 곳간을 열어서 모라

 타의 주민들과 유저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르펜의 특수 곡물 창고에 저장된 풀죽과 풀 술을 무료로 방출합니다.

-모라타의 축제에 5만 골드를 사용합니다.

  영주의 푸짐한 배려였다.

  돈이 아깝기는 하지만 지금은 써야 된다.

  거리에는 멧돼지나 사슴의 바비큐들이 구워지고, 풀 술이 담긴 나무통이 가득 쌓였다.

"마음껏 마셔라!"

  풀과 잡다한 열매들을 섞어서 만든 새로운 특허 아이템!

  나무껍질을 넣어서 쓴맛을 더하고, 상추와 복분자도 넣어서 영양가를 더했다.

  위드는 약초학을 바탕으로 중급 요리사답게 끊임없이 술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급기야는 새로운 술 제

 조 비법으로 풀 술을 만들어 낸 것이다.

'술이 돈이야.'

  술만큼 유통기한 길고, 보관 편하고, 잘 팔리는 상품도 흔하지 않다.

  베르사 대륙에서 술만 전문적으로 빚는 직업이 각광을 받을 정도였다.

  술뿐만 아니라 음식의 제조법도, 마법 스크롤만큼 비싼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맛과 영양가가 좋은 제조법을 만들어 내면 그 음식의 가치를 인전받아서 숙련도와 명성 등을 올릴 수도 있었다.

  위드가 새롭게 만든 풀 술은 저렴한 재료들을 모아서 최대한의 영양과 맛을 추구하는 것!

"풀 술이다!"

"맛있는데?"

  초보자들은 풀 술의 맛에 놀라워했다.

  비싼 명주들과는 비할 바가 아니었지만, 없는 돈에 마시기는 좋은 술이었다.

"건배!"

"모라타를 위하여, 우리 초록모자 모임을 위하여!"

"진성초등학교 49회 동문회 여러분, 우리가 해냈습니다."

  초보자들이 밝게 웃으면서 행복해했다.

  도처에서 축제와 행사가 벌어지고, 반면 사냥을 하기 위해 떠날 준비를 하는 유저도 상당수 있었다.

  전쟁을 경험하면서 무력함을 크게 느꼈다.

  강해지기 위해서 도시 밖에서 사냥을 개시하는 초보자들.

  위드에게는 긍정적인 현상이었다.

"저들이 다 나의 세금 줄이 되어 주겠지."

  세금은 많이 거둘수록 좋다.

  모라타의 유저들이 많아질수록 여러모로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검치 들도 광장에서 거나하게 바가지에 풀 술을 따라서 마시고 있었다.

  살아남은 북부동맹군의 유저들도 전부 철수하지 않고 모라타의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하고 있을 때였다.

  위드가 영주성에서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며 영주의 권한을 발동시켰다.

"이틀간 도시 세율 2% 증가!"

띠링!

-이틀 동안 임시 세율을 적용합니다.

상점에서 판매되는 물품의 세율이 5%에서 7%로 바뀌게 됩니다.

  축제는 성수기라고 할 수 있다.

  물건들이 많이 사고팔리고, 흥청망청 먹고 소모하는 시기.

  적당한 세금 인상으로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영주에게 따지려고 하는 사람은 없겠지."

  공짜 풀죽과 풀 술을 지급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세상에 진정한 공짜란 없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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