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18권 : 캡틴 더럴 (79/520)

<캡틴 더럴>

  유령선의 방문자였던 위드가 어렵지 않게 부선장을 누르고 새로운 선장이 될 수 있었다.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부선장과의 가벼운 검술 대결로 충분했다.

-유령선 마리아스호의 선장이 되셨습니다.

-네미비아해를 누비는 유령선의 선장에 취임했습니다.

-특별한 경험으로 통솔력이 7 오릅니다.

카리스마가 14 오릅니다.

"원래 선장은 어디에 있나?"

  위드가 턱뼈를 달그락대면서 물었을 때, 니크의 대답이 일품이었다.

"80년쯤 전에 무인도에 던져 버렸습니다. 아마 굶어 죽었을 겁니다. 킬킬킬!"

  선장이 되고 나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많았다.

  유령선의 무수히 많은 퀘스트!

보물을 찾아라

다른 배를 습격하라

큰 바다에서 가장 빨리 달리는 배

돌고래 사냥

  위드는 안타깝게도 퀘스트를 3개 모두 받은 상태라서 진행할 수 없었다.

  전투나 퀘스트를 통해서 유령선도 성장시킬 수 있었다.

"유령선 정보 확인."

『유령선 마리아스

  트리어 항구에서 페세이다 가문의 의뢰를 받아 조선 장인 타르넨이 만듦.

  중형 범선으로, 물자의 교역을 위해서 만들어진 상선.

  바다에 나선 이후로 매년 불행한 사고가 발생했음.

  재앙과 불운을 상징하는 배가 되어 7년째 되는 해 선주가 팔아 버림.

  범죄자들과 해적 출신 선원들이 밀무역을 위한 배로 사용하다가 9년째 되는 해의

  여름에 폭풍에 휘말려 가라앉음.

  바다에서 죽은 선원들의 안식처가 되었음.

  속도 3-5.

  선원수 35명. 모두 죽어 있음.

  대포 42문. 고장 39문.

  적재 공간 36/298.

  선체 내구도 350/1,390.

  돛 0/6.

  바람 -49. 파도 -27

  메인 돛을 비롯한 모든 돛이 제대로 된 구실을 하지 못합니다.

  해초들이 엉켜 있어서 속도가 느립니다.

  선체에 치명적인 구멍이 나 있고, 목재가 뒤틀려 있습니다. 하지만 유령선의

  상황은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바다의 불운을 몰고 다닙니다.   』

  위드는 근처의 바다에서 6척의 유령선을 더 지배 아래에 두었다.

  인간에게는 절대 굴복하지 않을 유령선이었지만 언데드였기에 어렵지 않게 유령 함대의 함장까지 될 수 있었다.

  조각 변신술, 죽음을 거부할 수 있는 힘 등을 가지고 있는 위드가 아니라면 아직 다른 유저들로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 일 것이다.

"약탈을 하고 싶나?"

"우오오오오."

"빼앗고 싶다면 나를 따르라!"

"캡틴 플런더럴 만세!"

"나를 더럴이라고 불러도 된다."

"더럴, 더럴, 더럴!"

  유령 선원들은 위드의 카리스마에 흠뻑 빠졌다.

  하지만 조타나 돛을 조종하는 기술은 없었기에 부함장에게 맡겨야 했다.

  그러고 나서 페일 일행과 검치 들이 온다는 말을 듣고 해안가로 돌아온 것이다.

  해골이 애꾸눈을 하고, 멀쩡한 뼈가 있는 왼쪽 팔에는 갈고리까지 부착한 채!

  마판이 부담스럽게 눈을 빛냈다.

"역시 위드 님!"

  교역으로만 돈을 벌려고 했던 아둔한 자신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또다시 새로운 도전 과제를 던져 준다.

  유령선들을 이끌고 다니는 해적 선장 더럴!

"위드 님에게 더 열심히 배워야겠군."

  페일이나 이리엔은 올 것이 왔다는 표정이었다.

'해적이라... 어울려. 완전히 천직이야.'

'동료라고 어디 가서 밝히기가 가끔 부끄러울 때가......'

  검치 들은 부러워했다.

"네가 유령선의 선장이라니... 크게 출세했구나."

"해적 더럴이라. 성공했군."

  바다를 누리는 해적의 꿈. 일반 배도 아닌 유령선이라 더욱 환상적이다.

  위드가 유령선을 끌고 다시 바다로 나갈 때에는 페일 일행이나 검치 들이 모두 배에 탔다.

  퀘스트를 조금 미루더라도 이쪽이 훨씬 더 재밌게 느껴졌던 것.

  다인도 배에 타면서 잠시 스쳐 지나갔지만 서로 가볍게 인사만 했을 뿐 말을 건네지는 않았다.

  다인은 그저 먼저 다가와 주기만을 바라고, 위드는 그녀가 알은척을 해 주지 않아서 섭섭함을 느꼈던 것이다.

  출항을 하고 바다로 나서니 거짓말처럼 날이 맑아졌다.

  갈매기들과 돌고래들이 따라다니고, 부함장이 키를 돌릴 때마다 배가 방향을 틀었다.

  유령선과 유령 선원들이 있으니 비싼 요트도 부럽지 않다.

  제피는 낚싯대를 꺼냈다.

"바다낚시라... 고래라도 1마리 낚을 수 있으려나."

  낚시꾼답게 자리를 잡고 낚싯대를 드리웠다.

  위드도 낚시 스킬이라도 올리기 위해서 옆에서 작업에 동참했다.

"물고기를 낚으면 매운탕이라도 해 먹어야겠군."

"위드 형님, 유령선은 선원들을 먹이지 않아도 되니 좋겠어요."

"사기를 유지하려면 술은 마시게 해 줘야 되더군."

  검치 들은 갑판에서 일광욕을 즐기거나 바다로 뛰어들어서 수영을 하면서 따라왔다.

  유령선은 그리 빠르지 않았기에 할 수 있는 놀이였다.

"검백이십칠치야, 수영하니 시원하냐?"

"개운합니다!"

"좀 더 스릴 있게 해 봐."

"그럴까요?"

  칼로 옆구리를 그으면서 자해!

  피를 흘리면서 수영을 하자 식인 상어들이 쫓아왔다.

"재밌겠군."

  그 모습을 보고 검치 들이 바다에 풍덩거리면서 뛰어들었다.

  파도에 직각으로 서 있는 상어의 지느러미들을 보면서 수영하는 기분!

  뒤쳐지면 상어 밥이 될 뿐이었다.

"무슨 이런 사람들이 다 있지?"

  화령의 친구인 벨로트는 당혹스러웠다.

  해적을 꿈꾸는 리치에, 대책 없는 남자들과 함께 타고 있는 것은 다 쓰러져 가는 유령선이라니.

"아가씨, 몸에 좋은 우유입니다."

  다리 한쪽이 없는 유령 선원이 다가와서 3년은 된 것 같은 썩은 우유를 내민다.

  베르사 대륙에서 일반적으로 경험하기는 힘든 모험을 강요받는 느낌이었다.

  화령은 그녀의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금방 적응될 거야."

"응?"

"이렇게 놀면 의외로 재밌어."

  화령도 일광욕을 즐긴다면서 갑판에 드러누웠다.

  댄서의 화려한 드레스도 벗고, 가벼운 속옷에 짧은 앞치마를 덧입은 정도였다.

"아, 저도 살 좀 태우고 싶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생길 줄은 몰랐네."

  메이런이나 수르카, 이리엔, 로뮤나도 옆자리에 누웠다.

  여기에서는 남자들의 시선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유령 선원들은 제각각 맡은 임무를 하느라 바쁘고, 검치들은 수줍어서 눈도 못 마주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색해진 수련생들 몇 명은 객실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사냥이나 해 볼까?"

  유령선 객실 탐험!

  원래 바다에 돌아다니는 유령선은 인간들이 탄 배를 습격한다.

  난파나 조난을 당한 배들에게 서서히 접근하는 유령선이란 숨이 막힐 정도의 공포를 자아내기 마련이다.

  객실에도 포획한 몬스터들이나 함정들이 숨겨져 있었다.

  하지만 위드나 검치 들과 있으면 딱히 걱정되거나 심각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몬스터들이 불쌍하게 여겨질 뿐!

"술이다!"

"진탕 마셔 보자. 회에 럼주라니, 여기가 천국이구나!"

  검치 들 몇몇은 이미 선창 아래까지 내려가서 유령 선원들이 아껴 놨던 럼주까지 꺼내 마시고 있었다.

  고위급 언데드인 리치, 그리고 위드의 카리스마와 지배력이 엄청나서 유령 선원들은 불만조차 드러내지 못했다.

  선원들은 충성도가 낮아져서 선장을 무인도에 버리거나 바다에 빠뜨리기 전까지는 말을 잘 들었다.

  위드는 낚시를 하다가 손가락을 까딱했다.

"부선장."

"예, 함장님."

  지금은 유령 함대를 이끌고 있었기에 니크는 깍듯하게 위드를 함장이라고 불렀다.

"이 부근에 다른 배는 없나?"

  선박 운송은 보통 강이나 바다에서 이루어지는데, 북부의 바다에는 교역 물자를 실은 선박들이 없었다.

  눈에 띄는 배들은 기껏해야 작은 어선들 정도!

  레벨이 20도 되지 않는 어부들은 눈에 차지도 않았다.

  잡템까지 털어 봐야 구멍 난 그물과 물고기 몇 마리밖에는 안 나올 테니까.

"지도상으로 여기서 조금만 남서쪽으로 내려가면 네리아 해가 나오기는 하죠. 그곳에는 배들이 많이

있습니다."

  위드가 해도를 펼쳤다.

  유령선의 선장실에 걸려 있던 오래전의 바다 지도를 이미 챙겨 두었던 것이다.

  각 도시의 현재 발전 상태나 항구의 시설이 기록되어 있지는 않지만 지형은 파악할 수 있었다.

  북동쪽에 있는 큰 바다의 이름이, 플라네티스해.

  네리아해는 중앙 대륙 쪽으로 넓고 깊게 이어져 있는 안쪽 바다였다.

  유럽의 지중해처럼 바다가 중앙 대륙에 있는 여러 왕국의 국경이 되어 주고 있었다.

  네리아해에는 교역선들과 상선, 해적선들이 득시글득시글,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으리라.

"사냥감이 많겠군."

"그렇습니다."

"해적이라... 후후후."

  위드가 급하게 표정을 관리했다. 하지만 해골의 턱뼈가 빠질 정도로,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었다.

"네리아해로 가자."

"알겠습니다, 함장님!"

  유령 선원들이 수신호를 보내면서 유령선들이 남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물살을 가르면서 몰려다니는 유령선.

  위드는 근처의 섬에서 나흘간 정박했다.

  무인도에도 많은 짐승들과 사냥감, 바다 괴물들이 있었다.

  물과 음식을 보충하고 대장장이 스킬을 이용해서 대포를 수리했다.

  나무를 캐서 선체도 손보고, 사냥감들의 가죽을 이용해서 바람을 잘 받을 수 있는 돛을 달았다.

  조각술 스킬을 활용해서 애꾸눈에 외팔, 외다리의 해적 선수상까지 만들었다.

  다 떨어진 옷을 입고 있는 허수아비 해적 같은 몰골이었지만 배의 형상을 고려하면 더없이 잘 어울렸다.

"유령선 정보 확인."

『유령선 마리아스

  트리어 항구에서 페세이다 가문의 의뢰를 받아 조선 장인 타르넨이 만듦.

  중형 범선으로, 물자의 교역을 위해서 만들어진 상선.

  바다에 나선 이후로 매년 불행한 사고가 발생했음.

  재앙과 불운을 상징하는 배가 되어 7년째 되는 해 선주가 팔아 버림.

  범죄자들과 해적 출신 선원들이 밀무역을 위한 배로 사용하다가 9년째 되는 해의 여

  름에 폭풍에 의해 가라앉음.

  바다에서 죽은 선원들의 안식처가 되었음.

  속도 11-19.

  선원수 35명. 모두 죽어 있음.

  대포 42문. 고장 6문.

  적재 공간 66/298.

  선체 내구도 965/1,390.

  돛 6/6.

  바람 -16. 파도 6.

  선체의 뒤틀림이 남아 있어서, 최고 속도로 올릴 경우 키가 제멋대로 돌아가게 됩니다.

  바다의 불운을 몰고 다닙니다.

  선수상의 효과로 인해 모든 해상국들과의 적대도가 +20이 됩니다.

  해적들의 존경을 받습니다.

  운항 중에 부상이 발생할 활률을 조금 줄여 줍니다.

  마리아스호뿐만이 아니라 안달레아호, 스피너호 등 함대 전체에 가지고 있는 재료들을 최대한 활용했다.

  조선 장인들만 손볼 수 있는 용골 등을 제외하고 수리할 수 있는 부분은 전부 고친 후에 네리아해로 들어갔다.

  수르카와 메이런, 이리엔, 페일의 조용한 대화.

"그런데 우리 퀘스트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유령선을 타고 바다를 돌아다니는 것도 재밌잖아요."

"토둠에서처럼 또 악명만 잔뜩 쌓이는 건 아니겠죠?"

"어쩌면 그럴지도......"

  잘못 사귄 친구 때문에 온갖 퀘스트에 다 끼어들게 되는 그들이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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