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20권 : 1. 감격적인 재회 (81/520)

달빛조각사 20권

1. 감격적인 재회

위드는 유령선을 지휘하여 지골라스까지 와서 언데드들과 함께 사냥을 하고 있었다.

아르메니아 해적단도 추적해야 하고, 조각사의 한이라고 할 수 있는 헬리움도 조각해야 한다.

그런데 몬스터의 수준이 높아서 갖은 수단을 다 쓰면서 생고생을 하고 있던 차!

위드가 있는 장소에 서윤이 나타났다.

'여기는 어떻게 왔자?'

위드는 갑자기 등장한 서윤을 보면서 경계했다.

수정 해골, 종족상으로도 리치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으니 다짜고짜 공격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하지만 서윤은 가만히 그와 눈을 마주쳤다.

공격 의사는 조금도 없었다.

위드의 외모가 해골로 바뀌었고 언데드들이 주변에 있었지만, 데스 나이트 반 호크 덕분에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다시 만났어'

서윤이 언데드들의 사이를 헤치고 다리를 절며 걸어왔다.

'많이 다쳤군.'

위드의 눈가에 약간의 동정심이 어렸다.

척 보기에도 상태가 좋진 않은 듯 했다.

위드를 만나기 위해 지골라스에서 숱한 전투를 치른 그녀는 생명력의 7할 이상이 깎였다.

심한 부상으로, 다른 유저들이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목숨이 아까워 회복 될 때까지 휴식을 취했으리라.

그러나 광전사 서윤은 위드를 찾기 위하여 계속 처절한 싸움을 했던 것이다.

"어디 부상 부위를 보여 줘 봐."

위드는 오랜만에 붕대 감기 실력을 발휘하기로 했다.

약초를 적당히 으깨서 넣은 붕대로 그녀의 상처를 꼼꼼하게 감아 주었다.

위드의 붕대 감기 실력은 살아만 있다면 부상의 악화를 억제하고 생명력을 회복하게 만들 수준이었다.

붕대를 감은 이후에 전투나 등산 등의 격렬한 행동만 하지 않는다면 부작용도 없다.

"더 아픈 부위가 있으면 말해."

위드가 치료를 해 주니, 서윤은 익숙하게 투구와 갑옷도 벗었다.

가죽 갑옷까지 벗고 속에 입는 가벼운 차림으로 장비를 내미는 그녀였다.

"크흠."

위드가 헛기침을 하며 방어구를 받았다.

단순히 방어구의 수리를 맡기는 게 분명하지만, 그녀가 어떤 아이템을 쓰고 있는지 너무나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위드는 무심한 척 변명하듯이 말했다.

"어디, 수리를 위해서 정보를 확인해 볼까? 수리를 하려면 장비에 어떤 재료가 쓰였는지, 내구도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알아야 하니까."

그가 착용하고 있는 갑옷도 프레야 교단에서 받은 탈로크의 믿음 갑옷이다. 유명한 드워프 대장장이가 미스릴로 만든 물건.

그 갑옷을 구하고 나서 얼마나 기뻐했던가.

"감정!"

미친 전사의 하프 플리이트 : 내구력 58/190. 방어력 167

전쟁의 사형 집행자로 불리던 베인트의 마법 갑옷.

출처를 알 수 없는 갑옷이다. 재질도 밝혀져 있지 않다.

고위 마법사들이 보호 마법을 새겨 넣었다.

가볍고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으며, 전투를 위한 최적의 갑옷이다.

착용한 채로 오랫동안 싸울수록 소유주에게 강한 힘과 체력을 부여한다.

그러나 전투가 끝난 후에는 급격한 체력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

오랫동안 착용하고 있으면 저절로 눈물이 흐르게 만든다.

그리하여 슬픈 전사의 하프 플레이트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제한 : 레벨 420, 힘 950.(광전사 전용)

옵션 : 힘 +75, 민첩 +98

       마법 방어력 +59

       정령술과 마법의 피해를 억제한다.

       전투가 오래 지속되면 광전사의 특성을 배가시킨다.

       힘 최대 45% 증가, 체력 45% 증가. 늘어난 힘과 체력은 모든 전투가 종료되고 10분 이상 휴식할 때까지 유지된다.

명성 -1500

도덕심 -30

악명 +690

몬스터들을 공포에 질리게 함.

몬스터를 1마리 사냥할 때마다 일정한 양의 마나르 회복시켜 줌.

밤이나, 고독할 때 가끔 눈물을 흘리게 됨.

울 때에는 생명력과 힘이 10% 강화.

위드는 웃음부터 나왔다.

"허허허."

탈로크의 믿음 갑옷보다 모든 면에서 완벽하지 않은가!

'쓸데없이 신앙이나 매력, 명성 같은 것이나 올려 주는 탈로크의 믿음 갑옷보다는 힘과 체력을 증가시켜 주는 이 갑옷이 월등하지. 명성이나 도덕심은 줄어도 돼. 악명이 늘면 또 무슨 상관이야.'

갑옷은 탁월한 보호 능력이 핵심이다.

소유주를 안전하게 지켜 주고 힘과 체력까지 늘려 주는 갑옷이다니!

투구나 가죽 갑옷, 부츠, 허리띠까지도 서윤이 쓰고 있는 장비는 모두 유니크 아이템들이었다.

위드와 헤어지고 난 이후 광전사로서 어마어마한 사냥을 쉬지 않고 하면서 레벨을 올렸다.

그 결과 예전에 착용했던 장비를 거의 모두 새롭게 바꾼 것이다.

위드는 감정할 때마다 아쉬움을 느낀 나머지 강렬한 유혹이 생겼다.

'확 들고 도망갈까?'

판매자만 찾을 수 있다면 거금을 벌어들일 수 있는 갑옷을 서슴없이 넘겨주다니!

갑옷이 슬그머니 배낭으로 들어가려는 순간이었다.

빤히 쳐다보는 서윤의 눈과 마주쳤다.

'그래도 우리 집까지 알고 있는데 도망칠 수 없을 거야.'

위드는 눈물을 머금고 수리를 해 주었다.

'잘 가거라, 아이템들아.'

안타까운 감정을 듬뿍 담아서 방어구 닦기 스킬까지 활용하여 새것처럼 번쩍번쩍 광까지 내어 돌려주었다.

"이제 멀쩡해졌으니 착용해 봐."

그러자 서윤은 갑옷을 입고 이번에는 무언가를 떠먹는 시늉을 했다.

명백히 배고 고프다는 얼굴이었다.

"지금 뭘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위드는 가볍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모여드는 엄청난 언데드 군단!

리치 네크로맨서로서 언데드 군단을 부하로 부리고 있다.

물론 대지의 뎌신의 축복 시간도 지났고, 안식의 동판을 활용하고 난 지금은 언데드들의 질이 많이 떨어졌다.

구울이나 좀비처럼 하급 언데드들이 훨씬 많아졌지만 질보다는 양이다.

"나도 이러고 싶진 않았어. 하지만 사람이 양심은 있어야지.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 줬더니 수영장 정기 회원권을 사달라는 것과 뭐가 달라."

위드는 사악한 말투로 중얼거리면서 언데드들이 더욱 모이도록 했다.

무력시위!

위드는 서윤만 보면 주눅이 들고 위축되었다.

힘에서 눌려 기도 펴지 못하고 살았다.

매 맞는 남자가 어디 다른 곳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 관계를 새롭게 할 때도 되었다고 여겼다.

그렇게 서윤의 높은 콧대를 꺾어 주려고 한던 차에, 불현듯 드는 생각이 있었다.

'슬픈 전사의 하프 플레이트의 레벨 제한이 420이었지.'

위드는 대장장이 스킬로 인해서 장비들의 직업 제한이나 레벨 제한에 자유로운 편이다.

그렇기에 갑옷만 보고 바로 알아차리지를 못했다.

서윤의 레벨이 정직하게 420은 넘을 것이라는 사실을!

위드와의 레벨 차이가 상당했고, 그녀의 무시무시한 전투 능력은 익히 봐 왔다.

위드는 현실을 부정하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는 조각사들의 유산을 통해서 더 강해졌어!'

하지만 지금 만난 서윤도 조각사의 유산을 안 봤다는 보장이 없다.

결정적으로 네크로맨서는, 부하들이 엄청나게 강하다.

귀한 시체들과 어둠의 강화술 등을 통해서 강화된 언데드들이 있다.

언데드 군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정작 네크로맨서 본인의 육체적인 무력은 매우 약한 편이었다.

그녀에게 두들겨 맞지 말란 법이 없는 것.

서윤이 뭔가 찝찝함을 느꼈는지 검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무슨 요리를 해 줄까. 뭘 먹고 시펑? 예전에 비빔밥 만들어 주니 잘 먹던데, 거기에 싱싱한 횟감을 얹으면 정말 맛있겠지? 따로 챙겨 놓은 재료가 있을 거야. 배고프지? 지금 바로 만들 테니 잠깐만 기다려 봐."

위드는 태연하게 언데드들에게 물러가라고 손짓을 했다.

리치가 되고 나서 요리를 할 필요가 없어 처박아 두었던 식그들을 서윤을 위해서 꺼내야 했다.

지골라스까지 배를 타고 오면서 낚은 어류들과, 이곳에서 사냥을 통해 획득한 고급 식재료들을 사용해서 요리를 시작했다.

드린펠트가 이끄는 하벤 왕국의 함대는 얼지 않는 강을 통해 북상했다.

옅은 안개와 함께 길을 열어 주는 무지개, 신비로운 경치와 함께 강을 따라 올라갔다.

"이대로 가면 어디에 도착하는 거지?"

함대의 유저들은 여러 가지로 추측하면서도 흥분을 억누르며 침착하게 전방을 주시했다.

하벤 왕국과는 엄청나게 먼 거리의 항해였기 때문에 저절로 긴장이 되었던 것이다.

좌측과 우측의 빙하 지역에 있는 몬스터들도 매우 위협적이었다.

그때 빙하 지역에서 외치는 사람의 소리가 들렸다.

"우리를 구해 주세요!"

"살려 주세요, 여러분!"

드리펠트가 소란을 듣고 갑판으로 다가갔다.

"무슨 일이지?"

"조난자들이 있습니다."

부관의 보고를 들어며 망원경으로 확인해 보니 강가 근처에서 헤인트와 프렉탈, 보드미르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저놈들은 누구야?"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이곳에 있는 걸까요?"

"알아봐야 하니 일단은 태워 보도록."

"배를 강가에 정박시켜라!"

하벤 왕국의 함대, 기함인 케인 엘레스호가 강가에 멈추고 헤인트와 프렉탈, 보드미르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그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하벤 왕국 유저들이 검을 뽑아서 들이댔다.

"어떻게 이곳에 온 것인지를 말해라."

헤인트는 슬며시 눈치를 살피다가 사실대로 말하기로 결정했다.

하벤 왕국의 함대, 바다에서의 군신이나 다름없는 드린펠트가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희는 베키닌의 선량한 항해사들입니다.

저는 헤인트, 여기 이 두 친구는 프렉탈과 보드미르라고 합니다."

부관 중 1명이 드린펠트에게 귓속말을 했다.

- 베키닌의 3마리 미친 상어들입니다. 평이 상당히 안 좋은 놈들입니다.

"저희는 그냥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엄청나게 예쁜 여자가 유혹을 하지 않겠습니까? 그 유혹에 넘어가서 항해 계약을 하고 났더니 선장이 리치라서 도망도 못 가고 여기까지 왔죠. 수고는 우리가 다 했는데 매몰차게 버리고 혼자 가 버린 것입니다."

두서없는 이야기들을 종합해 보면 위드는 3마리 미친 상어들과 같이 이곳까지 왔다는 것이다.

부관이 궁금하던 것을 물었다.

"정말 리치의 모습을 하고 있었나?"

"예, 그렇습죠. 언데드 소환 마법도 사용하덴데요. 유령선의 선장이었습니다."

"어떻게 너희를 버리고 혼자 가 버렸는데?"

"잠깐 방심하고 있는 사이에 배를 몰고 가 버렸습니다. 유령선을 몰려면 상당한 항해 스킬이 필요할 텐데 언제 습득한건지 모르겠더군요. 우리를 따돌린 걸 보니 웬만해서는 뒤통수를 안 맞는, 아니 간교한 놈이지요."

"무슨 사라진 해적단의 뒤를 쫓는다며 10대 금역 중의 하나인 지골라스로 갔습니다."

드린펠트는 3마리 미친 상어들을 통해서 정보들을 입수했다.

목적지를 비롯해서 희미하게 가려져 있던 부분들이 명확하게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그 S급 난이도의 퀘스트가 틀림없다.'

부관이 계속 물었다.

"지골라스까지는 어떻게 가지?"

"어떤 항해도가 있었습니다. 북쪽 바다의 항구들과 지골라스까지 가는 해류 등이 잘 표시되어 있는 항해도였죠."

"여기서 지골라스는 얼마나 먼가?"

"거의 다 왔죠. 하루 정도의 거리밖에는 남아 있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드린펠트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위드는 이미 지골라스에 상륙했을 게 분명하다.

10대 금역중의 하나인 지골라스까지 그를 따라가야만 하는 것인가.

'리치, 그리고 네크로맨서 마법도 쓰는군. 게다가 항해 스킬도 가지고 있고 어떤 특별한 퀘스트도 하고 있다.'

드린펠트는 위드보다도 지골라스 자체가 걱정이었다.

10대 금역에 함대 전체를 끌고 들어가는 것은 결과가 어떻든 간에 엄청난 피해를

낳게 될 것이기에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그러나 너무 먼 거리를 왔기에 소득 없이 돌아갈 수도 없다.

헤인트가 중얼거렸다.

"그런데 그 리치의 정체가 무엇이기에 하벤 왕국의 함대까지 온 거죠? 유령선까지 거느릴 고레벨에 네크로맨서와 관련이 있다면 정말 위드인가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내내 하기는 했습니다만."

지골라스라는 말을 듣기 전에 함대를 귀환시켰다면 돌아갈 기회가 있었겠지만, 그들이 위드의 뒤를 쫓고 있었다는 사실이 베키닌의 3마리 미친 상어들을 통해 알려지고 말 것이다.

'놈을 끝까지 추적한다.'

드린펠트는 지골라스로 가기로 결정했다.

"이제 내려라."

"네? 저희가 아는 한도 내에서 다 말씀해 드렸는데요.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습니까. 베키닌까지만 다시 데려다 주시면 안될까요?"

"죽고 싶지 않다면 당장 내려라!"

드린펠트는 3마리 미친 상어들을 다시 빙하 지역에 버리고 계속 지골라스로 향했다.

로열 로드의 게시판에 흥분되는 글과 동영상이 올라왔다.

제목 : 베키닌의 미친 상어들의 엄청난 모험을 보라!

나름대로 바다에서는 악명을 쌓고 있는 유저의 글이었다.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로열 로드의 인기를 반영하듯이 초기 조회 수가 300은 가뿐히 넘었다. 유저들은 약간의 호기심 정도를 갖고 제목을 클릭했다.

우리는 베키닌의 꽤 능력 있는 항해사들이다. 그런 우리의 실력을 알아봅고 전쟁의 신 위드 님이 함께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헤인트, 보드미르, 프렉탈.

우리 세 친구는 흔쾌히 그 제안을 받아서, 그의 배… 놀라지 마시라, 크흐흐흐.

낡은 유령선을 몰고 바다로 나갔다. 유령 선원들이 일하는 배에, 전쟁의 신 위드 님께서는 리치 네크로맨서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피아 섬에서도 잠깐 머무르셨다고 하니 우리처럼 위드 님을 직접 만나 뵈었던 영광을 함께 누린 사람들이 제법 있을 것이다. 우리의 목적지는 긴 항해를 거쳐야 하는 북쪽 어딘가였다.

베르사 대륙의 10대 금역! 지골라스에 위드 님의 퀘스트가 있었던 것이다.

본문을 읽다 보면 동영상이 함께 흘러나오게 되어 있었다.

프렉탈이 직접 동영상 편집을 해서, 술집에서부터의 영입 그리고 리치인 위드의 모습, 유령선과 항해를 하는 장면들이 보였다.

빙하들을 피하고, 얼지 않는 강으로 접어드는 항해. 흰 눈밭과 빙하 지역의 몬스터들도 볼 수 있었다.

우린 위드 님의 퀘스트가 반드시 성공할 것을 믿습니다.

더러운 하벤 왕국의 함대 그리고 드린펠트!

지골라스에서 몽땅 몬스터의 밥이나 되어 버려라.

추신. 위드 님, 대륙으로 돌아가실 때 꼭 태워 주시리라 믿습니다.

하벤 왕국의 함대가 찍힌 동영상까지 수록되어 있으니 완벽했다. 위드의 지골라스에서의 모험 그리고 뒤를 따라가는 하벤 왕국의 함대!

베키닌의 미친 상어들이 올린 게시글의 조회 수가 폭발하고, 유저들은 방송국 KMC미디어의 시청자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위드 님의 지골라스 모험 방송 일정은 언제입니까? 이번에도 특별 편성해 주시는 거죠?

-위드 님의 퀘스트가 끝나는 대로 속보로 알려 주세요. 바로 방송하시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괜히 방송 늦추거나 하시면 평생 KMC미디어 안 볼 겁니다.

-지금 바로 방송하시면 안 될까요? 우선 지골라스라도 좀 보고 싶어요!

-위드가 어떻게 지내고 왔나요? 벌써 퀘스트를 해결한 건 아니겠죠?

네크로맨서로 지골라스에서 활약하는 장면을 간절히 보고 싶습니다.

위드는 토리도와도 어색하게 다시 만난 인사를 나누어야 했다.

한때 부하와 주군의 관계였지만 고생 끝에 뱀파이어 왕국 토둠까지 여행시켜 주고 자유를 되찾아간 뱀파이어 로드였다.

"오랜만이다, 토리도."

"그렇군, 위드."

"말이 짧아졌구나."

"길게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니까."

"옛정이 있는데 심하군."

"미운 정조차 사라진 지 오래다."

"내가 없는 동안 잘 지냈는지 궁금했다."

"네가 없어서 더 잘 살고 있으니 걱정 마라."

토리도는 특유의 거만함을 보이면서 위드를 차갑게 대했다.

위드의 카리스마와 지배 능력을 완전히 벗어나면서 과거의 주종 관계에 따른 굴욕적인 시정레 대한 반감을 품게 되었다.

애초에 토리도는 드높은 자존심 때문에라도 상대가 여성이 아닌 한 명령을 잘 따르지 않는 것이다.

위드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일고 여겼다.

썩 기대도 않고 빈말이나마 서윤에게 이야기해 봤다.

"토리도 나한테 넘겨줄래?"

"……."

"닭 1마리 줄게."

닭 1마리로 흥정을 했지만 서윤은 고개를 저었다.

역시 승낙할 리가 없는 것.

서윤이 검으로 땅에 글을 썼다.

토끼도 1마리.

위드의 집에 방문했을 때 보았던, 눈도 뜨지 못한 새끼 토끼가 여전히 아른거렸던 것이다.

"토끼를 달라고? 줄게."

서윤이 얼른 목에서 토리도가 봉인되어 있는 '검은 생명의 목걸이'를 풀더니 건네주었다.

-검은 생명의 목걸이를 받으셨습니다. 

뱀파이어 로드 토리도와 진혈의 뱀파이어족에 대한 소유권이 이전됩니다.

토끼 1마리로 복원된 과거의 주종 관계!

위드도 반쯤 장난으로 여기고 말했을 뿐 정말 목걸이를 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에 놀랐다.

하지만 토리도의 충격만큼 클 수는 없으리라.

"아……."

뾰족한 송곳니가 훤히 보이도록 입도 다물지 못하는 토리도였다.

진혈의 뱀파이어족에 먹구름이 끼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주인 변경에 따른 정신교육이 개시되었다.

최고의 학벌에 유능한 강사진들의 비싼 사교육을 능가하는 효과적인 체벌 학습.

"맞자. 맞다 보면 깨닫는 게 있을 거다. 인생이란 게 별게 아니야. 깨지고 밝히다 보면 대충

적응하며 사는 법을 익히데 되거든."

정신교육은 고스란히 결과로 드러났다.

"토……."

"예!"

"토."

"말씀만 하십시오, 주인님."

"토리도야, 어깨가 심히 결리는구나. 널 너무 많이 때려서 그런 것 같다. 전적으로 네 탓이다."

퍼버버버벅!

헤라임 검술, 15연환 참격!

해골로 변신한 이후라서 힘은 약했짐나 급소만을 요소요소 때려 주는 족집게 같은 손길이었다.

보통 패서는 익히기 어려운 동작들이기도 했다.

"내가 널 진작 많이 팼어야 됬는데. 어릴 때 맞은 기억이 평생 간다더라.

그게 다 조기 체벌의 중요성을 뜻하는 건데 옛말이 틀리지를 않아.

반 호크를 봐라, 얼마나 착실하고 말 잘 듣냐. 조금 레벨 높다고 반 호크보다 덜 때리고 우대해 줬더니 주인도 못 알아보고……."

칭찬을 받은 데스 나이트가 으스대듯이 고개를 치켜들고 서 있었다.

토리도를 초주검에 달할 정도까지 패고 난 이후에는 따뜻한 위로도 해 주었다.

"다음에 잘하면 되지. 이제부터는 말 잘들으면 덜 맞거나 가끔 맞을 거야."

그렇게 정신교육을 마치고, 서윤이 사냥에 가세하게 되었다.

위드는 먼저 단단히 일렀다.

"여기서는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돼. 언데드들이 방패막이 역할을 해 주게 될 거거든. 위험하니까 놈들이 많이 약해졌을 때 싸워서 최후의 일격만 날려."

"……."

서윤은 알아듣는 건지 못 알아듣는 건지, 대답도 하지 않고 그의 얼굴만 빤히 쳐다보았다.

"일단 테어벳부터 잡아 보자. 너희 둘이 먼저 시작해."

위드는 반 호크와 토리도를 바위 그늘로 보냈다. 그러자 몰려드는 테어벳들!

반 호크와 토리도가 용맹하게 싸우는 사이에 언데드들이 개입한다. 테어벳등리 있는 주변을 에워싸고

마녀들고 스켈레톤 메이지들이 마법 공격을 퍼부었다.

나비처럼 불규칙하고 현란하게 날아다니는 테어벳들이었지만 집중된 공격을 이기지 못하고 금방 1마리씩 죽었다. 전투가 쉽게 돌아가는 것을 보고, 서윤은 검도 뽑지 않았다.

"흠, 역시 토리도가 가세하니 훨씬 쉽군."

토리도는 뱀파이어답게 생명력과 공격력이 굉장히 높았다.

손톱으로 적을 갈라 버리거나, 공격 마법과 현혹 마법도 사용하면서 사냥의 속도를 빠르게 했다.

위드는 가만히 쉬고 있는 서윤을 향해 말했다.

"너무 겁먹지 마. 언데드들은 내 부하니까. 이 지골라스에서 혼자 돌아다니면서 많이 힘들었지? 이제부터는 나만 믿으면 돼."

"……."

서윤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녀가 의지한다는 생각에 위드는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여자라서 상당히 겁이 많은 편인가. 하기야 흉측한 언데도 많고, 지골라스에서는 무서울 수밖에 없겠지.'

위드는 주문을 외우면서 전투를 지속했다.

저주 마법, 언데드 소환, 시체 폭발까지!

다양한 마법을 활용하면서 테어벳들을 사냥해 경험치와 전리품들을 늘렸다.

서윤은 그때까지도 그냥 위드의 근처에 서 있기만 했다.

"이 정도라면 볼라드 5마리를 잡고도 그리 피해가 크지 않겠군."

위드는 견적을 확실하게 뽑았다. 토리도가 돌아왔으니 사냥을 더욱 과감하게 진행할 수 있으리라.

"데스 나이트, 토리도가 앞장서라!"

언데드 군단을 이끌고 볼라드 5마리가 모여 있는 장소로 몰려갔다.

까만 몸에 불을 내뿜는 볼라드와의 싸움이 벌어졌다.

반호크가 1마리, 토리도가 2마리를 맡도록 지시하고 나머지는 언데드들로 집단 구타를 해서 싸울 참이었다.

"1마리씩 집중 공격해서 최대한 빨리, 전투 시간을 짧게 가져가는 게 피해를 최소로 줄일 수

있는 길이야."

볼라드가 뿜어내는 열은 주변의 하급 언데드들을 순식간에 소멸시켜 버렸다.

일반 스켈레톤이나 좀비로는 건드리지도 못한다.

하지만 그들을 내보내야 스켈레톤 메이지들이 안심하고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언데드의 손실이 큰 만큼 단기간에 총력전을 펼쳐야 피해를 줄일 수가 있었다.

"공격해라!"

능선을 넘어 언데드 군단이 꾸역꾸역 몰려갔다.

반 호크와 토리도가 각자 정해진 적들을 맡도록 달려가고, 스켈레톤 메이지들이 나머지 2마리에게 공격 마법을 시전했다.

스켈레톤 아처들도 화살을 쏘면서 지원했다.

그런데 서윤이 2마리의 볼라드를 향해서 바람처럼 달렸다.

위드가 급하게 경고했다.

"위험해! 볼라드들은 테어벳보다도 훨씬 강해. 언데드들이 있다고 해도 함부로……."

그때 서윤의 검에 어두운 핏빛 기운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2마리의 볼라드를 향해서 휘둘렸다.

캐애앵..

캥!

볼라드들은 지금껏 들어 본 적 없는 소리를 내며 땅바닥을 굴러 나가떨어지더니 몸을 가누지 못했다.

위드가 언데드를 데리고 싸웠을 때는 보여 주지 않던 모습이다.

서윤의 검에 맞고 나서 단숨에 혼란 상태에 빠져 버리고 만 것이다.

'공격력이 얼마이기에 볼라드가 스턴 상태에 빠지지? 스턴 상태가 되려면 급소를 때리더라도 최소한 생명력의 20% 이상이 한꺼번에 줄어들어야 되는데.'

위드가 놀라고 있을 때, 서윤은 공격 스킬을 계속 시전하며 검을 휘둘렀다.

방어까지 염두에 두면서 여러 공격들을 조합해서 싸우는 위드와는 달랐다.

상대의 동작이나, 방어력이 약한 부위를 파악하지 않는다.

광전사답게 큰 힘을 모아서 강렬한 데미지로 연속 공격을 터트렸다.

빠르고 과격하기 짝이 없는 구타였다.

-볼라드가 죽었습니다.

볼라드 1마리의 사망!

다른 1마리도 혼란에서는 풀렸지만 부상이 커서 서윤의 공격에 맥을 못 추었다.

더구나 광전사의 눈빛은 몬스터들을 매우 강렬하게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다.

서윤의 거침없는 공격으로 볼라드는 말 그대로 도륙을 당했다.

한번 움직이기 시작한 서윤은 멈추지 않았다.

토리도가 감당하고 있던 볼라드 1마리에게도 스킬을 난사했다.

전투에 뛰어든 광전사에게는 '적당히'라는 게 없다. 본인보다 레벨이 훨씬 낮은 몬스터라도 최선을 다해서 압도적으로 때려잡는다.

체력과 마나를 아끼지 않고 싸울수록 더 빨리 회복되는 직업이라서 광전사들의 전투야말로 압도적인 것!

위드가 언데드 군단을 아끼면서 빨리 사냥하기도 바랐고, 또한 볼라드가 살아 있다 보면 만의 하나라도 그가 위험해질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서윤의 공격에는 조금의 인정도 업었다.

서윤의 전투를 본 위드는 희비가 교차했다.

'서윤과 토리도가 합세했으니 혼돈의 전사들을 뚫고 퀘스트도 하고, 조각술의 비기도 발견할 수 있을 지도.'

서윤이 3마리의 볼라드를 사냥하고 무심코 위드가 있는 곳을 보았다.

그것은 아이가 칭찬을 받고 싶어서 엄마를 보는 것과도 같은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위드는 턱뼈가 빠지도록 입을 벌리고 억지로 웃었다.

"잘했어, 서윤아. 아까 남겨 놓은 회덮밥 조금 더 먹을래? 참, 너 줄 토끼는 내가 깨끗하게 목욕시켜 놓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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