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20권 : 2. 불청객들의 등장 (82/520)

2. 불청객들의 등장

서윤과 토리도가 가세하고 나서는 볼라드도 위협적이지는 못했다. 전투가 벌어질 때마다 언데드 군단을 상당히 줄여 놓았던 볼라드지만, 둘의 도움이 있으니 쉽게 사냥이 가능했다.

위드의 전력이 2배 이상으로 불어난 수준이었다.

'아니, 그보다도 더 센가? 언데드 규모가 커지더라도 전투에 집중시킬 수 있는 전력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위드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며 구경만 하는 구울이나 좀비, 스켈레톤 나이트 들은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됐다.

'차라리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스켈레톤 메이지들을 늘리는 편이 낫겠군.'

몬스터들을 제압할 수 있는 서윤과 토리도가 있으니 지원부대를 늘리는 편이 더 낫다.

볼라드들과 싸울 때마다 소모되는 언데드들이 줄어들면서 위드가 이끄는 군단의 질도 높아졌다.

'들어오는 경험치나 전리품도 나쁘지 않아.'

볼라드의 절반 정도는 서윤이 처리했기에 경험치는 줄어들었지만 사냥 속도가 빨라졌다.

위드가 갖는 아이템도 늘어났으니 딱히 불만은 없었다.

"들어라!"

잡템을 들고 따라올 구울 부대까지 별도로 운용할 정도였다.

조각사들의 유산이 있는 장소 부근을 오가면서 엄청나게 빠른 사냥을 했다.

위드가 지골라스에서 올린 레벨만 해도 10개나 됐다. 

서윤과 계속 사냥을 한다면 안정적으로, 더 빨리 레벨을 올릴 수 있으리라.

'스킬 숙련도는 그다지 늘어나지 않겠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위드는 계속 이 자리에 머무르고 싶었지만, 볼라드와 테어벳을 전부 사냥해서 다른 곳으로 옮길 필요가 있었다.

'얼지 않는 강이 있는 쪽으로 옮길까? 아니면 퀘스트를 위해서 아르메니아 해적단이 전멸한 7번 봉우리 쪽으로 가 봐?'

혼돈의 전사를 사냥하기 위해서 네 번이나 도전했지만 언데드들만 잃어버리고 도망쳤었다.

지금이라면 서윤과 토리도가 가세했으니 전투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상황이 다소 변했다.

둘의 참여로 인하여 언데드 군단의 구성을 변화시켜야 했고, 최적의 효율도 찾아야 했던 것.

언데드들의 틈에 끼어서 전투를 하는 식으로 혼돈의 전사들을 잡는 건 무리였다.

"혼돈의 전사는 상당히 어려운 싸움이 될 텐데……. 일단 하루나 이틀 정도는 더 사냥을 해 봐야지. 그리고 서윤과 토리도에게도 혼돈의 전사와  싸울 수 있는 방법들을 가르쳐 놓아야 돼."

서윤이 그를 걱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도 몰랐지만, 위드도 그녀가 죽지 않기를 바랐다.

혼돈의 전사를 사냥해야 하는 것은 전적으로 위드의 퀘스트 때문이다. 그녀가 도중에 죽거나 해서 죄책감이나 미안함에 시달리고 싶지 않았다.

"일단 내가 상륙했던 지점으로 잠깐 돌아가려고 하는데, 거긴 여기보다 몬스터가 조금 더 많아. 그 근처에서 사냥을 하고 와도 괜찮지?"

서윤에게 제의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여서 승낙을 해 주었다.

위드가 그녀와 함께 사냥을 하며 얼지 않는 강을 돌아왔을 때에는 멀리 하벤 왕국의 함대들이 보였다.

"여기까지도 배들이 저렇게 많이 오나?"

지골라스는 중앙 대륙과 굉장히 먼 거리에 있다.

그런데 하벤 왕국의 깃발을 달고 있는 함선들이

수십 척이나 장관을 이루고 접근하고 있었다.

위드는 사냥을 하느라 최근의 주변 상황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다수의 언데드들을 지휘하려면 해야 할 일이 어마어마해서 귓속말이나 길드 채팅도 다시 모두 꺼 놓은 상태였다.

위드는 찝찝함을 느꼈다.

"어쨌든 이곳에는 못 있겠군."

하벤 왕국의 함대가 오고 있는데 언데드 군단을 데리고 사냥을 하기에는 눈치가 보였다.

언데드 군단은 일반 유저들에게도 몬스터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원래 있던 장소에서 사냥을 하게 다시 돌아가자."

은신처로 삼았던 동굴에서 잡템들과 아이템을 꺼내서 대지의 균열이 심한 조각사들의 유산이 있는 장소를 향해 돌아갔다.

"오오오, 이곳이 지골라스구나. 북쪽의 끝, 대륙의 10대 금역 중의 하나!"

하벤 왕국의 함대에서도 지골라스를 보면서 감탄하는 유저들이 많았다.

베르사 대륙에서는 공개된 정보와 몬스터들의 종류, 지형의 험난함, 거리 등 여러 가지들을 조합해서

10대 금역을 지정했다. 무수한 강자들의 어떠한 도전도 꺾어 놓았던 금역!

바로 거기에 도착했다는 자부심이 생겼다.

지골라스에서는 나무 한 그루 없는 검은 화산들이 매캐한 연기를 뿜어내고, 가끔은 시뻘건 용암이 흘러내렸다.

돌아다니는 몬스터들은 극악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위험해 보였다.

투지가 낮은 일반 유저들의 경우 먼 거리에서 고레벨 몬스터들을 보기만 했는데도 이미 위축되고, 힘과 민첩성 등의 스탯들이 하락했다.

특히 공포 상태에서는 스킬의 숙련도가 몇 단계씩 떨어졌다.

"언데드 군단입니다!"

"전방에 엄청난 언데드들이 몰려다니고 있습니다."

상륙도 하기 전에 정찰병들이 언데드들의 움직임을 보고했다.

"위드가 이끄는 언데드 군단인가? 예상했던 것보다도 빨리 만나는군. 좀비, 구울, 데스 나이트, 마녀, 스켈레톤까지 종류도 다양하잖아."

"과연 위드야. 지골라스에서도 완전히 적응하고 사냥을 하고 있다는 증거로군."

"네크로맨서라고 해도… 어떻게 저렇게 많은 몬스터들을 끌고 다닐 수 있지? 저런 몬스터 군단을 일일이 지휘할 수 있다는 건가?"

"우리에게는 희망적인 사실이야. 위드가 할 수 있다면 우리도 가능하다!"

하벤 왕국의 함대에 있는 유저들은 언데드들의 발견을 반가워했다.

헤르메스 길드의 고위층이 위드에 대해 견제하거나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정도는 눈치가 없는 인간이 아닌 이상은 알았다.

지골라스까지 위드의 행적을 쫓아오면서도 몰랐다면, 권력 분쟁이 끊임없이 벌어지는 중앙 대륙의 유저라고 할 수 없으리라.

하지만 상당수의 유저들은 길드의 방침에 따를 뿐이었다.

아직은 위드와 적대한 것도 아니고 개인적인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위드가 지골라스에서 사냥을 할 수 있다면 그들도 가능할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순수하게 기뻐했다.

"좋군."

드린펠트도 지골라스에 대한 부담을 조금은 덜었다.

"일단은 상륙해서 지역부터 장악하기로 한다."

그도 던전이나 아이템, 레벨에 대한 욕심이 있었고, 휘하 함대의 선원들에게 사냥도 시켜야 했다.

위드에 대한 추격은 그로 인해서 조금 늦춰지더라도 괜찮을 것 같았다.

"유령선이 여기에 있군."

유령선들은 위드를 기다리는 듯이 얼지 않는 강에 정박해 있었다.

"위드는 이곳을 다시 거치지 않고서는 중앙 대륙으로 돌아갈 수 없겠군."

드린펠트는 함대에서 대형선 세 척을 빼내서 유령선을 점거하도록 지시했다.

부관이 물었다.

"고레벨 유저들이 많이 있는 노스타호를 동원할까요?"

"그러는 편이 좋을 거야. 만약이라는 게 생길지도 모르니까."

"노스타호가 동원된다면 유령선 점거쯤은 식은 죽 먹기일겁니다."

하벤 왕국의 함대에서도 노스타호는 고레벨 유저들이 대거 모여 있는 주축 함선이다.

"하지만 그들도 지골라스에 상륙하고 싶어 할 텐데요. 불만이 제기되지 않을까요?"

"노스타호를 내세워서 먼저 유령선을 점거하고, 그 후에는 NPC 병사나 기사 들로만 장악하고 있으라고 해도 되겠지."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꽈광!

콰아아아앙!

잠시 후 유령선과 하벤 왕국 함선들 간의 포격전이 개시되었다.

유령선의 조준 능력은 형편없었고, 실컷 얻어맞다가 뱃머리를 들고 돌격해 왔다.

노스타호에선느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물러나며 적을 끌어들이더니 유저들과 해군 기사들이 유령선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유령선의 지배권을 빼앗을 수 있었다.

"하벤 왕국의 놈들이 상륙을 하고 있습니다."

드린펠트의 뒤를 몰래 따르던 해적왕 그리피스!

그에게 정찰병들의 보고가 들어왔다.

"지골라스에 상륙이라……. 용감하기도 하군."

그리피스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따라가고 있어서 앞에서의 상황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언데드들을 발견했다는 사실도 알 수 없었다.

워낙 조용히 이동한 덕분에 베키닌의 미친 상어들도 피해서 이곳까지 올 수 있었다.

"위드가 이미 지골라스에 상륙한 모양이지?"

"그런 것 같습니다."

부선장 코룸이 대답했다.

하벤 왕국의 함대에 부관이 잇다면, 그리피스는 해적단의 2인자를 부선장으로 중용했다.

"우리는 어떻게 할까?"

"이대로 기다리자니 좀이 쑤실 것 같은데요."

"하기야……."

그리피스에게 주어진 의뢰는 위드의 죽음이다.

원래 해적들은 강이나 바다에서 기다리다가 습격을 하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그리피스나 다른 해적들이 마냥 기다릴 수만도 없는 일이다.

"드린펠트가 상륙한다면 우리도 따라서 하자."

"우리는 하벤 왕국의 함대와는 적대적인 관계인데요. 놈들이 공격을 하지 않을까요?"

왕국 해군과 해적들은 바다에서 만날 때마다 싸웠다.

해군으로서는 해적들을 잡는 것만큼 경험치와 공적을 빨리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해적들도 해군을 습격해서 전투함을 빼앗고자 했다.

애초에 해군과 해적은 가까워지기 어려운 사이였다.

배의 숫자와 유저들의 숫자로는 해적단이 하벤 왕국 제2함대보다 우세했지만 전체적인 질에서는 떨어졌다.

해상전이라면 몰라도 육지전에서는 하벤 왕국의 병사들, 유저들과 싸워서 이기기 어려웠다.

"지금은 괜찮아. 바드레이의 의뢰이기도 하니 그의 이름을 팔면 우리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 헤르메스 길드 측에 연락부터 해야겠군."

그리피스의 해적들도 헤르메스 길드로부터 양해를 얻어내기 위해 연락을 취하고 지골라스로의 상륙을 준비했다.

"여기까지 와서 사냥을 하다니 독한 놈들이군."

위드는 하벤 왕국의 함대에 대해서 혀를 내둘렀다.

유령선 한 척을 단출하게 끌고 온 자신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규모의 원정이었다.

"2함대의 깃발이었으니 헤르메스 길드인가?"

지골라스까지 무력을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라니, 헤르메스 길드의 힘에 대해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악명이 자자한 헤르메스 길드와 마주친 것은 거의 처음이었다.

"하필이면 지금 올 게 뭐야. 이제 막 먹고살 만한데. 역시 있는 놈이 더하다니까."

조각사들의 유산이 있는 장소로 돌아가면서도 적지 않게 신경이 쓰였다.

하벤 왕국의 함대가 그를 적대한다는 사실은 까맣게 몰랐지만, 저렇게 많은 유저들과 어울려서좋은 결과를 바라기는 힘들었다.

"이 세상에는 콩 한쪽도 뺏어 먹으려는 놈들이 넘쳐 나니까!"

대지의 균열이 있는 장소에 도착하니, 서윤이 먼 곳의 화산을 응시하며, 심장이 떨릴 듯한 아름다움을 보이며 기다리고 있었다.

위드가 좋아하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리는 장면도 연출됐다.

"어험."

위드도 따라서 옆에 섰다.

언데드들도 그를 따라서 자세를 잡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묵묵히 서 있는 위드의 머리에 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해골에게 머리카락이 있을 리가 만무!

세기의 미녀인 서윤을 위협하는 사악한 언데드들로만 보이리라.

수정 해골의 모습을 하고 있는 위드를 퇴치하고 서윤을 구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저절로 물씬 생겨나는 장면이었다.

"크흠, 사냥을 다시 하지."

위드는 언데드 군단을 끌고 볼라드들을 잡았다.

경험치가 짭짤한 몬스터였고, 가죽도 많이 얻을 수 있다.

서윤의 가세 때문에 저주나 시체 폭발 등의 스킬들을 마구 사용해야 했다.

서윤의 사냥 속도가 무척 빨랐고, 광전사라는 특징으로 인하여 대부분의 몬스터들은 그녀에게 먼저 덤비려고 했기 때문이다.

언데드의 총공세, 네크로맨서의 저주와 시체 폭발을 쓰면서 서윤을 지원하는 양상으로 사냥 방식이 바뀌었다.

'네크로맨서는 보통 다른 직업들과는 어울리지 못하는 편인데, 광전사와는 상성이 괜찮군.'

광전사라는 직업도 매우 희귀했다.

전직도 어렵고, 위험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혼자서 사냥을 해야만 스탯과 스킬을 늘려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직업.

동료로 원한다고 구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었다.

"이대로 계속 사냥만 하는 것도 괜찮겠군."

사냥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대지의 균열이 심한 장소를 평정해 버렸다.

언데드 군단의 최대 장점은 미친 듯한 사냥 속도와 아이템 획득에 있었다.

"다른 장소로 가기 위해서는 혼돈의 전사를 사냥하는 수 밖에 없는데."

화산들의 분화구 주변에는 던전들이 얼마든지 있었다.

대지에 큰 균열이 벌어지고 밑에는 용암이 흐르는 절벽 지형의 중간에도 던전이 있다.

사다리를 만들어서 타고 내려가야만 들어갈 수 있는 던전이었다.

"던전은 안 돼."

최초 발견자가 된다면 일주일간 2배의 경험치와 아이템의 혜택 등을 볼 수는 있으리라.

하지만 던전의 몬스터는 그 지역에서 돌아다니는 필드 몬스터보다도 보통 한 단계에서 두 단계 이상 수준이 높다.

지골라스의 몬스터들만 하더라도 벅차기 짝이 없는데 무작정 던전으로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

"좁은 동굴이나 미로로는 언데드 군단도 끌고 가지 못할테니 던전은 애초에 접어야 해."

위드에게는 이래저래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았다.

"잠깐 휴식을 하지. 동생 밥도 줘야 하고… 조금 있다가 다시 모이자."

저녁을 먹을 시간이라서 서윤과 함께 1시간 동안 쉬기로 하고 로그아웃을 했다.

저녁은 강된장비빔밥에 미지근한 콩나물국이었다.

양푼 냄비에 밥을 비벼 동생과 나뭐 먹고 나선 이현은 컴퓨터를 켰다.

"새로운 아이템 목록이 많아져서 가격을 정하기가 쉽지 않겠군."

지골라스에서 사냥하면서 얻은 물건들은 새로운 것들이 많았다.

가죽은 직접 재봉을 해서 옷을 만들면 제작된 물건에 따라 가격이 매겨진다.

높은 채도와 선명함을 가지고 있는 보석들도 시세가 있지만, 아직은 쓸모가 밝혀지지 않은 아이템이나 복잡한 잡템 종류도 다수였다.

"물건이 거래되고 있어야 팔기가 편한데."

팔린 적이 없는 잡템이나 아이템 들은 구매자를 찾아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상점에 내다 팔려고 해도, 취급해 본 적이 없는 물건은 제값을 안 쳐준다.

"잡템은 일단 마판 님을 통해서 처분하더라도 아이템은 확실히 알아야 해."

재봉사나 대장장이용 외에도 여러 직업들에 이득이 되는 아이템이 있을 수 있다.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파는 게 가격을 잘 받을 수 있으니, 로열 로드의 전반적인 직업이나 왕국, 마을 들의 상황까지 꿰고 있어야 했다.

본래는 상인들이 많이 하는 일이지만 이현은 확실하게 챙겨 두는 편이었다.

지골라스에서 얻은 아이템들을 가계부 작성하듯이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정보들을 모았다.

아이템의 가격이라는 게 고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보니 주의해야 했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몬스터를 사냥할 때 경험치만큼이나 얻는 전리품의 종류와 숫자에도 신경을 써 줘야 하는 것이다.

아이템들에 대한 정보를 모으다가, 잠깐 시간이 남아서 로열 로드의 게시판에도 접속했다.

제목 : 지골라스에서 위드는 어떤 모험을 하고 있을까요?

이현은 자신의 이야기가 나오자 일단 클릭부터 했다.

"내가 지골라스에 있는 건 어떻게 알았지?"

항상 엄청난 퀘스트를 하는 위드가 무슨 모험을 하고 있을지가 궁금하네요.

리치로 변해 있다니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지 않습니까?

게시물에 뒤따르는 댓글들도 많았다.

-KMC미디어에서 방송 일정이 빨리 잡혔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믿을 건 방송뿐인 것 같죠.

-여러분, 지골라스도 북부처럼 나중에 사냥이 가능해질까요?

-위의 분, 그냥 포기하세요. 북부는 원래 역사적으로 그렇게 추웠던 게 아니라 임시로 이벤트가 발생했던 거잖아요. 지골라스는 가면 죽음입니다, 죽음.

-헤르메스 길드를 통해서도 지골라스에 대한 정보가 나오지 않을까요? 드린펠트의 함대도 그곳에 도착했으니까요.

-그리피스의 해적들도 도착했다는 소식입니다. 그쪽에 친구가 있어서 들었어요. 항해 중에는 목적지에 대해 절대 비밀을 엄수했다는데, 지골라스에 상륙하고 나서부터는 그쪽 유저들이 말을 하고 있다는군요.

-엄청난데요. 위드와 더불어서 10대 금역에 대규모로 유저들이 상륙했군요.

로열 로드의 게시판에는 지골라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많은 유저들이 모험에 대한 환상을 가진다.

발길이 닿지 않은 새로운 땅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좋은 사냥터, 그에 따른 전리품과 경험치 그리고 위험과 역경을 이겨 내고 화끈하게 받아 내는 퀘스트 보상!

베르사 대륙의 전설이나 신비가 밝혀질 때마다 유저들은 열광했고, 게시판의 게시 글은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늘어난다.

현재로써는 10대 금역 중의 한 곳이 지골라스, 그리고 위드와 하벤 왕국의 함대, 그리피스의 해적단이 그 화제의 중심에 서 있었다.

제목 : 신비에 대해 도전을 하는 것이 진정한 모험가의 자세죠.

모험가들이여. 무덤가에서 돈이 되는 유물이나 던전만 찾지 말고 더 넓은 땅을 헤매면서 전설을 탐험해 봅시다.

-말이 쉽지, 글 쓴 분이 모험가 한번 해 보세요. 생전 가 본 적 없는 지역에서 개죽음당할걸요?

-길이나 안 잃어버리면 다행.

-고향은 아무나 떠나나?

제목 : 이번에 다른 10대 금역에 대해서도 찾아보았습니다.

자료를 훑어보니 가공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회사 측에서 공개한 것들만 봐도, 어떻게 이런 곳에 들어가서 며칠이라도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하짐나 위드는 두려움이나 포기를 모르는 사람입니다.

언젠가 모든 10대 금역에 발자취를 남길거라고 저는 예언합니다.

-10대 금역으로 위드가 다 가는 그날까지!

-올해 내로 세 곳은 더 가겠죠?

제목 : 위드의 퀘스트 내용 추측입니다.

갑자기 배를 타고 지골라스에 간 것은 퀘스트를 하기 위해서이겠죠? 리치가 된 것도 그중의 일부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지골라스에서 모험을 할 정도라면 퀘스트의 난이도가 굉장할 겁니다. 지골라스에서 아마도 무언가를 할 것 같네요. 과연 위드는 뭘 얻을 수 있을까요?

-이런 추측은 나도 하겠음.

-우리 집 강아지도 함.

-제 사촌 동생도 하네요. 생후 8개월. 돌잔치 전임.

-성공이냐 실패냐, 그게 문제인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또 밤을 새우고 방송을 봐야 할 테고!

많은 글들이 위드의 모험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하벤 왕국의 함대와 해적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제목 : 유저들을 약탈하던 해적들이 왜 지골라스에 갔죠?

제목 : 하벤 왕국의 함대가 위드와 비슷한 시기에 지골라스에 도착한 까닭이 무엇일까요?

제목 : 밝혀진 사실. 하벤 왕국의 함대, 이피아 섬에서부터 위드를 추적해 왔다!

제목 : 하벤 왕국의 함대와 해적단의 결탁? 적대적인 그들이 왜 싸우지 않는가.

유저들의 분석 글, 추측 글이 게시판을 점령하다시피 했다.

바드레이와 드린펠트, 헤르메스 길드에서도 일이 이쯤까지 커지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바다에서 유령선을 격침시키고 위드를 죽였다면 그다지 큰 소동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골라스라는 새로운 모험이 크게 이슈가 된 마당에 하벤 왕국의 함대와 해적단이 위드를 쫓아갔다고 하니 다른 유저들의 의심을 샀다.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

하벤 왕국의 함대와 해적단의 진실이 점차 드러나는 글들이 올라왔다.

-제 친구가 하벤 왕국의 함대에 속해 있습니다. 저만 알고 있으라고 했는데, 위드의 퀘스트를 방해하고 그를 죽이기 위해서 쫓아간 거라네요.

-에이, 거짓말이죠?

-해적단에 있는 제 사촌 형도 비슷한 의뢰를 받았답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 위드에 대한 공개 척살령이 떨어진 건가요?

-하벤 왕국의 함대와 해적들이 그를 노리는 건 틀림없습니다.

-우와, 나도 끼고 싶다. 위드의 장비나 아이템을 빼앗으면 대박일텐데.

-저는 퀘스트부터 가로채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군요. 한정된 재료를 모아 오라거나, 어느 곳을 발견하라는 등의 특수 퀘스트는 명성이나 몇 가지 조건들을 맞출 수만 있다면 남의 것도 가로챌 수 있다던데요.

-더러운 헤르메스 길드! 위의 분들 정신 차리세요. 평생 그들의 노예가 되고 싶습니까?

-지골라스에서 헤르메스 긷르와 해적들이 위드를 사냥하려는 건가요?

-맞을 겁니다. 그러려는 의도로 갔을 테니까요.

-완전 나쁜 놈들이네.

-그놈들이 나쁜 짓 하는 게 어디 하루 이틀입니까?

게시판을 읽는 이현의 눈동자가 분노로 흔들렸다.

"왜 하필 나를……."

하고많은 사람들 중에서 근근이 입에 풀칠이나 하고 사는 그를 도대체 왜 노린단 말인가.

헤르메스 길드나 중앙 대륙의 명문 길드의 악행에 대해서는 피하는 게 최선이었다.

이현이 처음에 캐릭터를 로자임 왕국에서 만들었던 것도, 중앙 대륙에서는 텃세로 인해 사냥터를 얻기도 힘들기 때문이었다.

등이 휠 정도의 세금과, 명문 길드들의 횡포!

이현도 솔직히 신경이 많이 쓰였다.

헤르메스 길드는 베르사 대륙에서 가장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고, 하벤 왕국에 대한 영향력도 엄청나다.

사냥터에서 눈에 거슬리는 자들은 그대로 죽여 버리고, 헤르메스 길드 소속이라는 간판을 내세워 제멋대로 행동했다.

세력과 힘을 등에 업고, 고레벨 유저들을 길드원으로 받아들이며 성장하는 길드.

지골라스에서 하벤 왕국의 함대를 만났을 때에도 그런 점 때문에 껄끄러워서 사냥터를 양보하고 피할 수 밖에 없었다.

"정말 나를 죽이려고 쫓아온 건가?"

퀘스트를 빼앗을 수 있는 경우는 정말 한정된 조달 의뢰정도에 국한된다.

퀘스트를 뺏기 위해서 먼 지골라스까지 항해하며 따라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유.

칼은 휘두르지 않으면 금방 녹이 슬어 버린다.

권력과 공포를 잘 활용해야 길드의 체계가 유지되고 경쟁 길드들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것.

위드를 그 제물로 하려는 헤르메스 길드의 속셈이 쉽게 예측됐다.

"싸우지 않으면 좋을 텐데."

이현이 이마를 찌푸렸지만 그에게 이미 선택권은 없었다.

싸움을 하기 위해 지골라스까지 쫓아온 상대가 인사만 하고 돌아갈 리는 없으니까.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싸워야 되나."

이현은 게시판과 다크 게이머 연합의 정보들을 뒤적였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도망이라도 치지."

헤르메스 길드의 횡포에 의해 죽어 간 다크 게이머들이 많았다.

이현은 그들이 올려놓은 자료들을 읽으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보금 물자들을 내려라."

"어서 쉬지 말고 움직여. 오늘 내로 목책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하벤 왕국의 함대에서는 유저들과 병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지골라스에 대한 정보는 깜깜한 상태.

몬스터나 지형에 대해서 전혀 몰랐다.

일반 모험가 파티나 개인이 돌아다니는 정도로는 몬스터들이 크게 반응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인간들의 대규모 상륙이 벌어지면 민감한 몬스터들은 떼를 지어 습격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였다.

"언덕 부근에 상륙 기지를 건설하고 지골라스를 탐험하도록 한다."

드린펠트나 함대의 고위부에서는 최대한의 대비를 하기 위해서 휴식과 정비가 가능한 개척 요새를 만들려고 했다.

편안한 잠자리를 확보해야 사기와 체력이 빨리 회복된다.

언덕에 목책을 둘러놓으면 몬스터들의 습격 으로부터도 훨씬 안전해지니 천막을 치고, 가지고 있는 자재들을 이용해서 목책을 세웠다.

하벤 왕국 함대의 주력은 유저들보다는 NPC 선원들, 병사등리다.

함대에 속한 유저들이 1달도 넘는 지루한 항해를 참아 내기란 쉽지 않았다.

바다 사나이들은 자신이 소유한 배를 몰려고 하는 게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장시간 배를 타다 보면 사기 감소로 인해 온갖 일들이 다 벌어지기 마련이다.

반란, 소요, 향수병 등 골치 아픈 일이 적지 않았다.

병사들과 해군 기사들을 지휘하는 드린펠트는 사기나 피로도 등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했다.

"나무가 모자랍니다, 선장님!"

"함장님, 나무를 구할 수가 없습니다."

지골라스는 나무도 자라지 않는 척박하기 짝이 없는 환경이었다.

드린펠트는 멀찌감치 보이는 몬스터들을 관찰하다가 대꾸했다.

"목책을 만들기 위해 배를 해체할 수는 없으니 돌이라도 구해서 쌓도록 해."

"알겠습니다."

유저들과 선원들은 바위들을 나르고 쪼갰다.

원거리의 항해로 인하여 피로가 굉장히 누적되 어있는 상태였지만 캠프를 만들기 위해서는 쉴 시간이 없었다.

무거운 돌덩어리들을 운반하고 벽을 세우느라 체력이 줄어들었다.

"정찰조들은 주변을 관측하라."

드린펠트는 철저한 대비를 위하여 정찰조도 가동했다.

5개의 정찰조들이 날렵하게 근처를 돌면서 몬스터들의 수량이나 돌아다니는 범위 정도를 파악해서 돌아왔다.

"특별한 위험 징후는 보이지 않습니다."

"주변에 돌아다니는 몬스터들이 지능이 뛰어난 보스급 몬스터의 통제를 받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드린펠트에게는 기분 좋은 소식이었다. 몬스터들의 대량 습격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마음을 놓아도 되었으니까.

"지형은 어떻지?"

"지형이 매우 안 좋습니다. 험한 암석 지대가 대부분이라서 이동 중에 습격을 당하면 곤란할 것 같고요."

울퉁불퉁한 암석 지대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체계적으로 싸우기 어렵다.

더군다나 하벤 왕국의 선원들은 육지보다는 바다가 활동하기 편했다.

"몬스터들을 우회해서 이동하다 보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건 정찰을 하면서도 내내 궁금했던 부분인데… 과연 이곳이 안전할까요?"

정찰조들도 확신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주변 일대의 화산들이 시커먼 연기를 뿜어내고, 땅이 미미하게 흔들린다. 갈라진 대지의 틈으로는 용암까지 흘러내렸다.

"우리보다 훨씬 일찍 도착한 위드가 무사하니까 별일이야 없을 거야."

"그렇겠군요."

선원들은 밤까지 성벽을 만드는 데 투입되었다.

하벤 왕국의 제2함대 선원이 되려면 최소한 레벨이 250은 되어야 했다.

하지만 평균적으로는 200대 후반이거나 300대의 유저들이 대다수였다.

유저들만 46명, 병사들 590명.

그들은 천막과 목책으로 든든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놓고 휴식을 취했다.

물론 번갈아서 불침번을 세우는 것도 당연히 잊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에 그리피스의 해적단도 헤르메스 길드의 수뇌부와 계속 상륙을 위한 연락을 취했다.

-절대 허용할 수 없음. 위드에 대한 사냥은 하벤 왕국의 함대만으로도 충분하다.

깐깐하기 짝이 없는 헤르메스 길드였다.

지골라스에 함대가 상륙하면서 사냥터 개척이나 유물 발굴이 가능해질지도 모르는 마당에 해적들이 발을 담그는 것이 썩 유쾌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리피스는 양보안을 내놓았다.

-헤르메스 길드의 함선에 대한 해적들의 모든 적대 행위를 금지시키겠다.

-허용할 수 없음.

-던전에서 보물을 발굴하면 3할의 몫을 양보할 의사도 있다.

-지골라스는 명백하게 우리 헤르메스 길드의 독자적인 영역임.

불과 몇 시간 먼저 상륙했다고 기득권을 주장하는 뻔뻔한 헤르메스 길드!

중앙 대륙의 명문 길드들이 다 그렇지만, 헤르메스 길드는 파렴치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지경이었다.

아쉬운 것은 그리피스 쪽이었지만, 계속 질질 끌려다니다가는 협상을 원하는 대로 맺을 수 없음을 알았다.

그리피스는 최후의 통첩을 보냈다.

-보물의 3할 정도라면 헤르메스 길드의 체면을 최대한 봐준 것이다. 우리는 바다의 해적들. 하벤 왕국의 제2함대가 두려운 것이 아니다. 우리의 양보에 대해서 잘 생각해 보고 성의 있는 답변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

헤르메스 길드의 수뇌부에서는, 아쉽지만 허가를 해 주어야 했다.

하벤 왕국의 제2함대는 이미 지골라스에 상륙한 상태다. 상륙 후에 방어가 취약해진 함선들을 해적들이

공격하는 극단적인 일이 벌어진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해적들은 상륙 허가를 받고 밤늦게 지골라스에 발을 디뎠다.

"해적왕님, 우리도 집을 만들까요?"

"그럴 시간이 없다. 오늘으 그냥 저쪽의 신세를 지기로 하자."

그리피스와 해적들은 하벤 왕국의 함대에서 지은 성채 주변에 얇은 모포를 두르고 몸을 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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