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폭발하는 화산에서의 전투
대지에서 지독한 열기를 가진 증기가 뿜어져 나온다.
지각의 일부는 지하로 가라앉았다.
지진으로 인하여 지골라스의 몬스터들이 생존을 위해 뛰어다니고, 지골라스에 있는 많은 화산들이 거의 동시에 용암을 공중으로 뿜어내고 있었다.
화산에서 분출된 용암이 비처럼 쏟아지고, 갈라진 땅으로 스며들고 넘쳐서 흘렀다.
지골라스의 장관인 화산 폭발!
본능을 위협하는 공포로 가득 찬 지골라스였다.
위드는 멀리서 이 광경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정말 멋진 경치로군!"
자신이 화산 폭발을 겪을 때는 최악이었다.
사냥도 중단하고 멀리 도망쳐야 했고, 그 과정에서 언데드들을 잃어야 했으니 그야말로 지긋지긋한 재앙!
하지만 다른 이들이 화산과 지진의 피해를 입으니 이보다 더 좋고 멋진 광경이 없다.
사촌이 산 땅의 가격이 떨어지면 소화가 잘되는 법!
"평생 동안 잊지 못하겠어!"
하늘에서 화산 폭발의 파편들이 운석처럼 사방으로 떨어진다.
마른하늘에 용암이 묻은 바윗덩어리들이 연기를 내뿜으며 지상을 강타했다.
슈우우우우- 콰과과광!
엄청난 굉음을 내면서 땅에 작렬하며 커다란 구덩이를 만들었다.
파편들은 하벤 왕국의 함대에서 만든 성채로도 떨어졌다.
공들여서 만든 목책과 성벽이 종잇조각처럼 박살 나고 유저들과 선원들이 사망!
"여기는 위험해."
"피해라! 강가로 도망쳐!"
몬스터들의 습격을 막는다고 쌓아 놓은 성채가 도망칠 때에는 장애물이 되었다.
지진으로 땅에 쓰러지면 하늘에서 추가로 용암 덩어리들이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으아아아아악!"
낼 수 있는 최대한의 고함을 지르면서 장렬하게 선원들이 사망!
지골라스의 수십 개의 화산들이 동시에 분출을 개시하면서 파편들이 비처럼 떨어진다.
수천여 개의 소규모 운석들이 떨어지는 것처럼 위험하고 아름다운 광경이다.
위드는 지금까지는 화산 폭발이 일어날 때마다 안전한 장소에 있었지만 장담할 수는 없었다.
그가 있는 곳으로부터 불과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도 바위의 파편들이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단은 이곳만큼 안전한 장소도 없지."
여러 차례 화산 폭발을 겪으면서 확인한 생존의 안전지대.
위드는 산봉우리 뒤쪽에 달라붙어 있었다.
화산이 폭발해서 파편들이 날아오더라고 봉우리에 적중되어 피해가 거의 없다.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배로 물러나자."
"화산이 잠잠해질 때까지 벗어나자."
얼지 않는 강에 정박해 있는 배로 피신하기 위해 유저들과 선원들이 나왔다.
하지만 그들이 봐야 했던 것은 대규모 언데드 군단이었다.
데스 나이트와 마녀들, 구울, 좀비, 스켈레톤 워리어, 스켈레톤 메이지, 유령 등으로 이루어진 언데드 군단이 흐르는 용암과 갈라진 땅을 배경으로 진격해 오고 있었다.
"언데드다!"
"언데드 군단이 밀려온다. 싸올 준비를 하자!"
좀비들이 팔을 휘적휘적 저으면서 달려왔다. 오는 도중에 불덩어리들에 맞아서 박살이 나 버렸지만,
더 많은 언데드들이 그 뒤를 따랐다.
"크흐흐흣."
"히끅! 히끅!"
언데드들이 바윗덩어리에 맞아 부서진 벽을 넘어서 공격해 들어왔다.
용암 파편이 떨어질 때마다 밝은 빛이 나고 화염이 솟구쳤다.
그럴 때마다 언데드들과 치열하게 싸우고있는 유저들과 선원들을 볼 수 있었다.
데스 나이트들이 입을 열고 미리 정해 놓은 말들을 했다.
"도망치지 않는담녀 용암에 파묻혀서 모두 죽을 것이다."
"우리의 목적은 살아 있는 너희의 발목을 잡는 것. 도망치지 말고 우리와 싸워 다오!"
데스 나이트들은 위드가 알려 준 말들을 하면서 적들의 사기를 꺾어 놓고 있었다.
"화산이 더욱 크게 폭발하리라. 용암이 범람해서 이곳을 다 쓸어버릴 것이다."
하벤 왕국의 함대가 있는 언덕 위는 일반적인 몬스터의 침입을 방어하기에 용이한 지형이었다.
그와는 정반대로, 화산이 폭발했을 때에는 매우 많은 파편들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물론 용암이 아무리 흘러나오더라도 그곳까지 잠길 리는 없었지만, 화산 폭발을 처음 겪어 보는 이들에게는 불안과 공포심을 극대화시켰다.
언데드들을 물리칠 수 있는 충분한 전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투에 집중하지 못하고, 용암 파편을 피하고 도망칠 생각에만 몰두했다.
데스 나이트들이, 그리고 다른 언데드들이 성과를 냈다.
스켈레톤 메이지들의 마법이 적중하면서 선원들을 조금씩 죽음의 세계로 이끌었다.
"클클클!"
위드가 신 나게 웃었다.
재난에 빠진 이들에게 나쁜 짓을 저질러야 제맛이라고 할 수 있다.
"배고픈 사람 옆에서 양념 치킨을 시켜 먹는 기분이로군."
금인이와 누렁새, 황금새, 서윤이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언데드들을 지휘하면서도 끊임없이 흡족하게 웃는다.
타인의 불행을 행운으로 여기고 기뻐하는 것이 놀랍지는 않았다.
원래 그랬으니까!
위드가 갑자기 남들에게 친절을 베풀고 초보자들에게는 돈과 아이템들 나누어 준다면 오히려 더욱 놀라고 걱정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위드가 그렇게 변할 리가 만무했으니, 어떤 더 나쁜 짓을 꾸미더라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이였다.
화산 폭발이 더 거세지면서 선원들과 해적들은 엄폐물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언데드와 선원들, 해적들이 뒤엉켜서 전투를 벌이는 걸 구경할 수 밖에 없다.
용암 파편들에 의해서 그들도 죽고 언데드들도 쓰러지고 있었다.
"슬슬 새로운 공격을 해 줄 시점이로군."
언데드들이 줄어들면서 마나가 회복되었다.
위드는 타락한 성자의 지팡이를 들고 성채들을 향해서 저주 마법을 외웠다.
"너희의 육체를 통해 언데드를 만들 것이다. 너희는 영원히 내 손을 벗어나지 못하리라. 네크로맨서의 선언!"
위드는 4개의 저주 마법들을 연속으로 시전했다.
신체 이상, 가려움증, 공포심 자극!
지골라스의 화산이 폭발했을 때부터 선원들과 해적들의 사기는 충격적으로 낮아져 있었다.
드린펠트나 해군 기사들은 화산 폭발에 대해서 전혀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했다.
언데드 군단을 상대하면서도 낮아진 사기를 더욱 떨어뜨리는 마법을 외웠다.
"그리고 우선 죽여야 될 상대는……."
위드는 성채에 숨어 있는 자들 중에서 성직자와 마법사 둘을 목표로 삼았다.
유저들이나 해적들 중에서 신성력이나 마법을 쓸 수 있는 이들은 일곱밖에 되지 않았다.
배의 등급이나 선회 능력, 대포 탑재량이 중요한 해상전에서는 성직자들이 그렇게 필요하지 않다.
마법사도, 있으며 좋지만 배에서는 딱히 전투가 자주 벌어지는 편이 아니라서 잘 오려고 하지 않아 흔치 않다.
"시체 폭발!"
위드는 흰 마나가 모인 손을 흔들며 주문을 외웠다.
부상자들을 치료하는 성직자들과 마법사들의 주변에 마법을 집중시켰다.
그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위드의 마나가 닿은 시체들이 마구 폭발했다.
네크로맨서에게도 뼈 투척이나 기본적인 공격 마법들이 있지만, 중견 마법사의 공격력보다도 훨씬 강력한 시체 폭발!
"크아아악!"
"마법 공격이다!"
"언데드 군단을 지휘하는 네크로맨서가 어디 있었나?"
"위드야! 위드가 숨어서 언데드 군단을 부리고 있을 거야."
화산 폭발로 정신이 없는 와중에, 이제야 위드에 대해서 알아차렸다.
시체 폭발은 살아 있을 때의 생명력을 기준으로 최대 10배나 되는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연쇄적인 시체 폭발로 인하여 방어력이 약한 성직자와 마법사 들이 떼죽음!
최소 60명 이상의 선원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대량의 시체들을 한꺼번에 폭발시켜서 관련 마법의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널리 이름이 알려져 있는 해군 기사 오르반을 죽였습니다. 악명 13 증가!
-노튼 왕국에서 지명수배된 해적 발라카를 사망시켰습니다. 명성 5증가! 악명 8감소! 노튼 왕국으로 가면 현상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무고한 사람들 죽였습니다.
-무고한 사람들 죽였습니다.
-무고한 사람들 죽였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악명이 1,980 늘어납니다.
-타락한 성자의 지팡이의 효과로 인해서 흑마법이나 네크로맨서 스킬의 효과가 70%까지 강화됩니다.
-살아 있는 인간들을 제물로 바쳐서 모든 스탯들이 일주일간 85개 늘어납니다. 마나의 최대치가 270% 증가합니다.
-타락한 성자의 지팡이로 인해 악명이 추가적으로 2,010 늘어납니다.
-네크로맨서로서 기록을 세웠습니다. 가장 빠른 시간이 가장 많은 인간들 죽였습니다.
위드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맺혔다.
"역시 나쁜 짓은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나쁜 짓에도 등급이 있는 법이다.
위드가 저지르는 나쁜 짓은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선원들이나 해적들을 죽일 때마다 명성과 악명을 골고루 얻었다.
그리피스의 해적들은 말할 필요도없고, 드린펠트의 선원들도 악명이 높거나 살인자의 상태인 자들이 절반 정도는 됐다.
그들을 죽이면서 보통 때보다 더 많은 경험치와 명성, 악명 감소의 혜택까지 볼 수 있었다.
"위드가 저기에 있다!"
드디어 위드가 발견되었다.
바다에서 활동하는 유저들은 시력이 매우 좋은 게 특징이었다.
폭발하는 화산에만 관심을 두다가 주변을 살펴보니 위드가 마법을 외우고 있는 장면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 떨어진 로브를 입고 타락한 성자의 지팡이를 들고 있는 수정 해골!
이마에는 선명한 붉은색으로 이름이 드러나 있었다.
위드
"다음 공격이 올지도 모르니 몸을 피해라!"
"아니, 놈은 혼자에 불과하니 그냥 공격해서 죽이자."
의견이 통일되지 않는 와중에 드린펠트가 결정을 내렸다.
화산 파편을 피해서 숨어 있다가 위드가 공격을 한다는 말을 듣고 밖으로 나온 것이다.
"돌격대를 편성해서 위드를 잡아라!"
그는 일찍 숨은 편이라서 언데드 군단이 이토록 큰 피해를 주었다는 것을 늦게서야 알았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큰 피해를 입어서 화도 났지만, 위드를 잡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컸다.
하지만 그때 북쪽 방향에서 데스 나이트 반 호크가 그들이 있는 성채로 돌진!
서쪽에서는 뱀파이어 로드 토리도도 달려오고 있었다.
문제는 그들 뒤에는 50~60마리에 달하는 몬스터들이 함께 달려오고 있다는 점!
테어벳과 볼라드 정도는 귀엽게 느낄 수 있는 애교 수준이었다.
위드가 언데드 군단을 끌고 싸워서도 패퇴를 거듭했던 혼돈의 전사들이 짧은 거리를 연속으로 순간이동하며 쫓아왔다.
"이번엔 지골라스의 몬스터 군단이다!"
일제히 비명을 지르는 성채의 유저들!
용암 파편을 피하기에도 정신이 없는데 언데드들에 이어서 몬스터들까지 습격을 가하다니, 위드에게 이를 갈 수밖에 없었다.
가장 미운 짓만 골라서 한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환장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전원 전투준비를 하라!"
성채의 엄폐물에서 나와서 싸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지골라스의 몬스터들이 그들을 덮쳤다.
하벤 왕국 제2함대의 정예 유저들, 그리고 해적들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무기를 휘둘렀다.
동료들과 성벽을 의지해서 몬스터들에게 저항했다.
성직자와 마법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강인하게 버티는 용기!
지골라스의 모험을 생중계하는 방송국들의 시청률이 일제히 급등했다.
화산 폭발과 지진에 모험대가 곤경을 겪을 때부터 늘어나던 시청률이, 위드가 공격을 개시하면서부터 동시간대 시청률 1위, 2위, 3위를 모두 차지했다.
하벤 왕국의 함대원, 해적들을 공격하는 몬스터와 네크로맨서!
-위드가 그냥 당하진 않을 거라고 짐작했습니다. 그래도 기다리지 않고 먼저 공격을 해 버릴 줄이야.
-공평하지 못해요. 재난을 겪은 이들을 기습하다니. 너무 비겁한 거 아닌가요?
-대비하지 못한 이들이 바보죠.
-지골라스까지 갔으면 알아서 조심했어야죠. 부모님이 기저귀 갈아 줄 나이도 아닐 텐데요.
-여럿이서 몰려가는 건 정당한 거고요?
-위드에 대해서 잘못 기대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무슨 영웅담에 나오는 기사나 전사를 생각하셨나요? 제대로 알려 드리자면, 마법의 대륙 시절의 위드는 사냥터의 몬스터들을 싹 쓸어버리는 것으로 유명했죠. 도전하는 길드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짓밟아 버렸습니다.
-이게 바로 위드.
-위드의 악명이 괜한 게 아니죠. 마법의 대륙에서 위드라면 치를 떠는 유저들이 꽤 많아요. 날아오는 드래곤보다 지나가는 위드가 더 무섭다는 농담이 괜히 나왔겠어요?
-몬스터나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건 위드의 고전적인 수법이죠. 진짜 최고로 비열한 수법들까지도 서슴지않고 사용하고, 적들을 질리게 하기 때문에 그렇게 강할 수 있었던 겁니다.
-잔인해서 좋아요!
일반 유저들만이 아니라 여러 길드와 귀족, 성주 들까지 방송을 지켜보았다.
"클클클."
위드는 선원들과 해적들이 싸우는 것을 보며 음흉하게 웃었다.
용암 파편에 맞아 죽으면서도 자리를 지키며 언데드와 몬스터 들과 싸우고 있었다.
숭고한 그들의 동료애나 전투 능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기분은 전혀 들지 않았다.
여기서 악역은 위드였으니까.
일반 선원들이나 해적들이 눈에 띄게 제대로 못 싸우는 것이 보였다.
저주의 여파도 있겠지만 사기가 심하게 떨어져서 전투 능력에도 적지 않게 영향을 주었다는 증거다.
드린펠트의 선원들, 그리피스의 해적들도 정상 때보다 전력이 많이 약화되었다.
집탄 전투에서는 이러한 눈에 보이지 않는 사기들이 더 중요하게 적용되었다.
1,000명, 2,000명을 넘어가면 사기만으로도 몇백 명 정도의 힘을 더 낼수도 있고 덜 낼수도 있는 것이다.
"나쁜 짓은 이제부터란 말이지."
데스 나이트 반 호크는는 어둠의 기사답게 활약을 했다.
적들 중에 따로 떨어져 있는 해군 기사들에게 덤벼서 승부를 벌였다.
강력한 공격 스킬로 빠르게 목숨을 끊고 도주!
위드는 반 호크의 생명력과 마나가 떨어질 때마다 마법을 사용해서 적절히 회복시켜 주었다.
네크로맨서였기에 휘하의 언데드에게 본인의 생명력과 마나를 전해 줄 수 있었다.
뱀파이어 로드 토리도는 은신술을 펼치면서 기습을 했다.
선원들의 목덜미를 잡고 날카로운 송곳니를 꽂았다.
한창 몬스터들과 싸우고 있다가 갑자기 나타난 토리도에 의해서 사망!
생명력과 마나를 최대치까지 채우고 습격하는 뱀파이어 로드!
수하인 진혈의 뱀파이어족들도 등장했다.
성직자에 의해서 완전히 소멸될 염려가 없기 때문에 뱀파이어들은 박쥐로 변해서 활개를 쳤다.
하지만공중에서 용암 파편들에 맞아 먼지처럼 흩어져 버리기도 했다.
"진혈의 뱀파이어족의 희생이 크군."
아직 대부분이 어린 뱀파이어들이다.
전투를 통해 성장을 하려니 부득이한 희생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용암 파편을 뚫고 하늘에서 날아다니고, 공중에서 지상으로 습격을 한다.
선원들과 해적들이 방어벽까지 돌파해서 목덜미에 송곳니를 꽂는 것은 뱀파이어들에게는 굉장한 힘을 늘릴 기회였다.
위드가 있는 장소는 상대적으로 평온하기 그지없었지만, 드린펠트나 그리피스의 주변은 혼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다.
위드를 향해서도 가끔 공격이 들어오긴 했다.
"쏴라! 죽여라!"
명성에 눈이 멀거나 동료를 잃어 분노한 유저들이 화살 등으로 공격을 해 왔다.
물론 그런 눈먼 화살에 맞아 줄 위드가 아니라서 미련 없이 몸을 숨기고 마나를 모았다.
"누렁아,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참 잘생겼다. 우리 누렁이, 간식 줄까? 이리 가까이 와 봐."
누렁이는 어슬렁어슬렁 걸어왔다. 위드가 간식을 준다고 하니 반신반의하면서도 걸어오는 것이다.
위드는 누렁이의 목덜미를 콱 움켜쥐었다.
"마나 드레인!"
음머어어어!
누렁이의 마나 흡수.
친밀도를 생각한다면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지만, 금인이와 누렁이에게 번갈아 흡수하면서 빠르게 마나를 회복했다.
"시체 폭발!"
대난전이 벌어지고 있는 성채에 널려 있는 시체들을 터트려 버렸다.
밀집해서 방어벽을 형성하고 있는 와중에 시체들이 폭발한다.
선원들이 열심히 만들었던 성채는 바윗덩어리들이 무질서하게 흩어지고 도처에 불이 붙어서 그 흔적을 제대로 찾기 어려웠다.
비열하고, 치사하고, 더러운 공격 방법이지만 효과는 만점!
"이제 슬슬 다른 마법도 구사해 볼까?"
위드는 데스 나이트를 소환하는 마법도 외웠다. 적진의 한복판에 언데드들까지 소환했다.
드린펠트는 선원들의 진형이 무너지지 않게 지휘하면서도 떨어지는 용암 파편들을 검으로 쳐서 부쉈다.
그는 함대를 이끄는 제독으로서 해상전에 능숙했다.
함선들을 이용해 진형을 짜고 적들을 포격으로 무너뜨리는 게 특기. 지상에서 이렇게 몬스터와 마법, 지형을 활용하면서 공격을 당해 본 적은 없었다.
설마하니 위드가 먼저 습격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는 원인도 있었지만.
드린펠트는 여러모로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냉정을 되찾고 반격을 준비했다.
"너희는 이곳을 빠져나가서 위드만 죽여라!"
"알겠습니다."
믿을 만한 유저 2명과 함대에서 최고로 꼽는 해군 기사 8명으로 별동대를 구성했다.
성채를 빠져나가는 와중에 하늘에서 떨어진 파편에 맞아서 별동대 해군 기사들 2명 희생!
용암이 흐르는 대지를 건너고, 땅이 갈라진 곳을 뛰었다.
불바다를 헤치고 나가면서 3명이 더 목숨을 잃어야 했다.
발견되지 않도록 먼 거리를 돌아가다 보니 피해가 더욱 컸다.
"이제 거의 다 왔다."
해군 기사들은 검을 뽑아 들고 차분하게 산을 올랐다.
마법사나 네크로맨서는 근접전에 취약하다.
위드에게 가까이 다가서서 목숨을 취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오는 길목을 한 사람이 막고 있었다.
서윤, 그녀가 갑옷에 투구까지 쓴 채로 완전무장하고 기다렸던 것.
스르릉!
서윤이 망설이지 않고 검을 뽑았다.
화산 폭발, 지진, 몬스터들의 습격, 시체 폭발 등으로 드린펠트의 함대 전력은 반 이상이 줄었다.
살아남은 수는 유저들 15명, 선원들 219명!
부상이 심한 선원들 30여 명이 더 죽으면서, 처참하게 몰살을 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죽은 유저들은 시간이 지나면 접속할 수 있지만 애써서 키운 선원들은 영영 잃어버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특히 마지막에 위드가 소환한 독 안개가 골칫덩어리였다.
성직자나 샤먼이 없었기에 마법으로 해독을 하지 못하고 해독약으로는 중급 네크로맨서 마법을 감당하지 못해서, 부상이 심하던 이들이 전투 불능에 빠져 몬스터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목숨을 잃었다.
해적들의 피해도 엄청났다.
살아남은 해적 유저들은 30명이 겨우 넘었고, 해적 병사들도 152명밖에 안됐다.
지골라스에 상륙했을 때의 숫자가 드린펠트의 함대보다도 훨씬 많았던 점을 고려한다면 떼죽음이라고 해야 마땅했다.
"위드!"
드린펠트와 그리피스는 위드라면 이를 갈게 되었다.
부하들의 처참한 손실도 화가 났지만 엄청난 시청률의 방송을 통해서 그들의 몰살이 적나라하게 까발려지고 말았던 것.
"반드시 죽인다."
"해적의 명예를 걸고 죽여 버리겠다."
성직자들과 마법사들이 살아날 때까지 나흘간 얼지 않는 강으로 철수를 단행!
위드는 그동안 느긋하게 강가 주변으로 돌아와서 얄밉게 사냥을 하면서 레벨을 올리고 언데드 군단을 불렸다.
호흡곤란을 일으킬 정도로 화가 나 있는 사람에게 고춧가루를 푼 뜨거운 물을 마시라고 주는 격이었다.
"이제 위드 척살을 목표로 한다."
드린펠트의 함대 그리고 그리피스의 해적들은 확실한 목표를 정했다.
길드 채팅이나 게시판에도 그들을 조롱하는 이야기들이 많았기에 명예 회복을 노리려고 했다.
위드는 이런 복수전도 익숙했다.
"진짜 나쁜 놈들에게는 복수도 당해 주지 않아야 되는 법!"
어설프게 나쁜 놈들이 여유를 부리다가 된통 당하고, 상대에게 자비를 베풀었다가 뒤통수를 크게 맞는다
"빠르게 철수할 시기야."
위드는 죽은 이들이 다시 접속할 시간이 되자 약삭빠르게 대지의 균열이 심한 조각사들의 유산이 있는 장소로 사냥터를 옮겼다.
하벤 왕국의 함대와 해적들은 함부로 따라오지 못했다.
어떤 함정이 있을지도 모르고, 무엇보다 지골라스의 화산들이 다시 큰 울음을 터트리며 진동하고 있었다
"계략에 주의해라!"
"철저히 조사하고, 화산 폭발에도 대비하자."
방심했던 지난번과는 달리 경계성이 많아진 모습이었다.
화산 폭발이 일어나고 난 이후 차근차근 영역을 넓혀 가면서 추격하려고 했다.
그러면서도 겉으로 드러난 것과는 다르게 암살조를 파견해서 위드의 목숨을 노리라고 지시했다.
"자존심 강한 놈들이니 그냥은 물러나지 않을 거야."
위드는 어떤 방식이든 보복이 올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마법의 대륙에서 명문 길드들과 싸울 때에도 한 번의 패배로 끝나는 경우가 없었다.
위드는 그런 전투를 수없이 많이 겪어 본 경험자였다.
"주인, 인간들이 다가오고 있다."
뱀파이어 로드, 피의 군주인 토리도가 인간의 기척을 파악해 냈다.
"몇 명이나 되는데?"
"열이다. 뒤에서 쫓아오고 있다."
"강해?"
"저번에 피를 빨아 먹었던 놈 수준이다."
습격은 상대가 대비하고 있지 않아야 위력이 발휘되는 법.
언데드 군단 그리고 토리도, 반 호크, 서윤이 있는 이상 10명 정도의 해군 기사들로 구성된 암살조를
물리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암살조들을 역으로 함정으로 유인해서 섬멸하고 전리품을 주운 위드!
"기사들의 장비는 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비싸게 팔리지."
왕국 기사의 장갑, 단검을 꽂을 수 있는 허리띠 획득!
그 외에도 2개의 물품, 맹독의 단검이나 강철 갑옷도 나왔다.
강철 갑옷은 레벨 제한이 290에 걸려있어서 중고 레벨 기사들이 착용하기에 좋은 것이었다.
"자, 이건 네 몫이야."
위드는 단검과 강철 갑옷은 서윤에게 주었다.
갑옷은 가장 비싼 축에 드는 장비다.
하지만 이번에 주운 것은 중요한 옵션들이 없어서 팔더라고 아주 높은 가격을 받기는 어려운 물건이었다.
'일단 공범을 만들어 놔야지.'
협력의 중요성도 잊지 않는 위드였다. 나쁜 짓도 둘이 하면 더 잘할 수 있다.
2차, 3차, 4차, 5차, 6차 습격전!
화산이 폭발할 때가 아니라 위드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언데드와 몬스터 들을 모아서 드린펠트와 그리피스 등을 괴롭혔다.
언데드와 몬스터 들을 한 아름 모아서 풀어놓고 도망쳐 버리는 것이다.
그것도 그들이 몬스터들과 사냥을 하거나 뿔뿔이 흩어져 있을 때에만 습격을 했다.
지긋지긋하기 짝이 없는 공격이었다.
더럽고 치사했지만, 드린펠트와 그리피스는 그 언데드와 몬스터 들을 처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볼라드와 혼돈의 전사 들을 몰고 가면 아무리 튼튼하게 수비를 하더라도 10명 이상이 죽었다.
선원들이나 해적들은 한번 줄어들면 지골라스에서 보충하기가 어려웠으므로 위드는 그 점을 집중해서 공략했다.
언데드들에게는 선원을 노리게 하고, 혼돈의 전사들과 싸우는 드린펠트와 다른 유저들의 전투를 구경했다.
드린펠트나 유저들, 해군 기사들은 혼돈의 전사들의 순간이동으로 괴로움을 겪어지만 격전 끝에 물리치고 사냥을 계속하곤 했다.
유저들도 1~2명씩 차곡차곡 죽어 나갔다.
"전투 능력이 대단하군."
위드는 그러한 장면들도 주의 깊게 관찰했다.
드린펠트와 그리피스도, 방어만 하지는 않고 반격을 가해 왔다.
"위드를 죽여라!"
"놈을 잡아라. 푸짐한 상금을 준다."
"놈이 가지고 있는 장비와 퀘스트를 빼앗자!"
그리피스는 결사대를 조직해서 직접 이끌고 우회해서 공격해 왔다.
몬스터나 언데드 들에는 개의치 않고 위드만을 척살하기 위한 조직.
"피해는 감수하기로 한다. 무조건 위드의 목숨을 끊어라!"
언데드들이 막으면 일부가 남아서 상대하고 나머지는 전진한다.
몬스터들의 공격은 몸으러 때우거나 두세 갈래 방향으로 흩어져서 따돌리고 위드를 쫓아왔다.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싸움!
위드는 뼈마디를 달그락대며 부지런히 달렸다.
"내가 너희에게 잡힐 수는 없지!"
언데드라서 좋은 점이, 체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힘이 약해서 물리적인 타격 능력은 떨어져도 몸이 가벼워서 뛰기는 좋다.
"네발 뛰기!"
네발로 바위산을 뛰어다니면서 도주하는 해골 리치!
"잡아라!"
"무슨 네크로맨서가 저렇게 빨라!"
"저놈은 지치지도 않나?'
추격대가 전력을 다해서 달려왔다.
지금까지는 거의 사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네발 뛰기 스킬이었지만, 만일의 사태를 생각해서 이동 시에도 사용하며 스킬의 숙련도를 올려놓았다.
스킬의 레벨이 중급에 오르자 산악 지형에서의 이동이 매우 효과적으로 변했다.
사자나 호랑이처럼 민첩하게 뛰어다닐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스킬의 레벨이 고급에 오르니 효과음도 생겼다.
따각따각따각.
말이 뛸 때 내는 말발굽 소리를 내면서 질주를 했다.
위드는 지골라스의 지리를 잘 알았고, 몬스터들의 위치도 꿰고 있었다.
추적대의 규모가 클수록 몬스터들의 시선을 끌게 되고 자연히 습격도 이루어진다.
"반 호크, 토리도! 싸워라!"
부하들까지 동원해서 추격대를 괴롭혔다.
"거친 파도의 습격!"
그리피스가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볼라드와 테어벳 들이 우후죽순으로 쓰러졌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 위드는 상당한 거리를 벌 수 있었다.
그 틈을 이용해 그리피스와 결사대에게 체력을 빨리 고갈시키는 저주 마법까지 시전했다.
그러면 그리피스도 더 이상 쫓아오지 못하고 얼지 않는 강 주변으로 돌아갔다.
위드도 큰 위험을 무릅쓰고 습격을 가하고 있었다.
"여러 번 쓰기 어려운 방법이군."
결사대에 길이 한 번만 가로막히더라도 죽어야 했다.
추격이 반복되면서 도망치는 경로나 몬스터들을 피하는 수법도 나날이 발전해 간다.
위드가 몬스터로 유인을 하려고 해도, 오히려 더 멀리 돌아서 오고 일부는 일직선으로 앞질러 간다.
쫓기는 쪽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도주로에 한계가 있는데 쫓아오는 쪽의 기술이 날로 늘었다.
선원들과 해적들의 피해가 커질수록, 그들은 정말 말 그대로 죽을힘을 다해 쫓아왔다.
"적당한 병력만 따라오면 유인해서 처리하려고 했는데 아쉽군."
서윤이나 누렁이, 금인이도 매복을 시켜 놓기는 했다.
소수만 끝까지 따라오면 확실하게 죽이고 아이템들을 가로채려고 했는데 호락호락하게 당해 주지는 않았다.
언데드와 몬스터 들을 데리고 습격을 하려고 해도 드린펠트가 정찰조들을 운영하면서 사전에 대비를했다.
철벽처럼 방비가 탄탄해지고, 위드를 함정에 몰아넣어 잡으려는 태도가 역력했다.
6차 습격전에는 오히려 언데드들에게 당하는 척 끌어드이려는 음모까지도 사용했으니!
위드는 입맛을 다셨다.
"쉽고 단순한 작전으로는 이게 한계인가?"
그렇다고 실망까지는 아니었다.
마법의 대륙에서 명문 길드들을 처리했던 수많은 방법들 중에서 지골라스에서 가장 빨리 효과를 볼 수있는 전술을 사용했을 뿐!
"한 일곱 가지 정도 더 남아 있는데 그걸 다 쓰자니 준비 시간도 오래 걸리고 내게 손해도 생길 수 있으니……."
열 번을 죽이더라도, 한 번을 죽으면 손해다.
위드는 서윤과 부하들을 데리고 조각사들의 유산이 있는 장소로 완전히 물러났다.
드린펠트는 연이은 실패에 이를 갈았다.
정면 승부를 한다면 몬스터와 언데드 군단을 물리치고 충분히 위드도 죽일 수 있으리라.
"너구리가 따로 없군."
하지만 놈은 영악하게도 도망칠 경로를 최소한 대여섯 가지는 준비해 놓고 공격을 한다.
몬스터들의 함정이나 지형 등의 요인으로 인해서 다수의 병력을 운용하기는 무리가 있었다.
"무리해서 쫓지는 마라. 이곳을 바탕으로 영역을 넓혀서 놈을 잡는다."
드린펠트도 확실한 꿍꿍이는 있었다.
'지골라스에 막 도착했을 때에 놈은 이곳에 있었다. 우리보다 먼저 와서 익숙하다고 해도, 놈이 돌아다닐 수 있는 영역도 그리 넓지는 않다는 증거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다시 베르사 대륙으로 돌아가려 이곳을 거치지 않으면 안될 터.'
유령선과 얼지 않는 강은 드린펠트의 함대가 완전히 장악했다.
"이 지골라스에서 사냥을 하며 영역을 넓혀 나가면 분명 놈을 만나게 된다."
무모한 추격은 드린펠트의 부하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야기하게 되리라.
지골라스의 즐비한 초고레벨 몬스터들 때문에라도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지만 위드를 용서할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끝까지 죽일 것이다. 그리고 다시는 베르사 대륙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하리라."
하벤 왕국 제2함대 제독의 무너진 자존심을 설욕하기 위해서라도 위드를 죽여야 했다.
드린펠트는 헤르메스 길드에 지원군도 요청했다.
지금은 대부분 해군 기사나 선원으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언데드들을 내던지도 도망가는 위드를 쫓기에 효율적이지 못했다.
-위드를 척살하는 데 지원 병려을 빌려 달라는 제안이라…….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잠시 토론을 거친 후에 긍정적인 대답을 보내왔다.
그들이 준비하고 있는 패권 동맹의 서막이 곧 오른다.
하지만 드린펠트의 실패는 곧 헤르메스 길드의 실패이기도 했다.
-위드가 리치로 활동하기 있다니 상급 성직자 10명과 상급 마법사 15명 글고 그들을 호위할 수 있는 기사들을 10명 보내겠습니다.
드린펠트가 바라는 범위를 넘어서는 수준의 지원 병력이었다.
-고맙습니다. 반드시 위드를 잡겠습니다.
-원활한 추적을 위해서 어쌔신 8명, 도둑 4명, 발굴가 1명도 같이 보냅니다. 위드를 반드시 죽여야 될 뿐만 아니라, 지골라스에서 던전들도 파헤치도록 하십시오.
지골라스 전체를 장악하고 방송에서 힘을 과시하기 위한 헤르메스 길드의 과감한 파병이었다.
"이놈들이 어디서 내 욕을 하진 않겠지?"
위드는 귀를 벅벅 긁었다.
로열 로드에서야 많이 줄어들었지만 욕을 어디 1~2달 먹어 보았던가!
"베르사 대륙에서는 착하게 살려고 했는데… 먼저 건드린건 너희 쪽이야."
위드는 많이 참으면서 살아왔다.
조각품이나 여러 생산품들을 바가지를 씌워 팔고, 남들이 파는 물건의 가격은 사정없이 후려치고, 초보자들을 풀죽으로 부려 먹는 행위 정도야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저질렀던 일!
"어쨌든 놈들과는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간 것이로군."
처음부터 용서해 달라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허리를 숙이고 굽히고 들어가더라도 봐줄 리가 없었다.
"일단은 놈들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계속 가 보는 수밖에. 토리도, 반 호크, 누렁이, 금인아!"
"예, 주인님!"
"전투준비를 갖춰라."
언데드 군단을 최대로 늘려 놓았고, 토리도와 반 호크, 조각 생명체들도 싸울 준비가 완료되어 있다.
"드디어 혼돈의 전사들을 사냥할 시간인가."
퀘스트 해결을 위한 지골라스 탐험을 개시할 순간.
서윤에게도 혼돈의 전사와 싸울 방법을 일러두었다.
"놈들이 만약 방어 자세를 전혀 취하지 않으면 짧은 거리를 순간 이동하려는 거야. 특히 여러 마리일때에는 가장 생명력이 낮아진 놈의 주변에 다른 놈들이 모여들거든. 그러니까 조심해야 돼."
혼돈의 전사의 전투 성향에 대해서는 언데드들과 싸울 때, 그리고 그리피스에게 싸움을 붙였을 때 충분히 관찰해 두었다.
"위험한 몬스터지만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잡을 수 있어. 언데드들을 모두 희생시켜서라도 놈들을 사냥한다."
튼실한 근육을 뽐내는 누렁이에게 반 호크가 탑승해서 기사의 전력도 최대로 발휘할 준비가 됐다.
금인이와 누렁이는 지난번에 혼돈의 전사와 싸울 때는 투입시키지 않았지만, 이제는 전부를 걸어야 하는 순간이었다.
아르메니아 해적들이 전멸한 장소로 가는 길목을 막고 있는 혼돈의 전사는 8마리!
위드는 통솔력 증가를 위한 사자후를 터트렸다.
"언데드들이여, 그리고 나와 함께하는 피의 군주, 죽음의 기사, 내가 생명을 준 누렁이, 금인이!
모두 공격하라!"
"크아아아앙!"
위드가 고함을 지르자 언데드들이 팔을 휘저으면서 적들을 향해 돌진!
어려운 일전을 앞두고 용기를 불어넣기 위한 네크로맨서의 함성이었다.
'상당히 멋있었지. 노래를 할 때와 더불어서 이 순간이 가장 멋이 있다니까.'
위드는 슬쩍 서윤을 보았다.
많은 전투를 함께해서인지 미리 양손으로 귀를 막고 있었다.
서윤에게는 그저 커다란 소음에 불과했던 것!
사자후의 소리가 끝나자 그녀는 검을 뽑고 전진했다.
혼돈의 전사와의 5차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