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20권 : 5. 슬로어의 사연 (85/520)

5. 슬로어의 사연

"수백 번 패서 안 죽는 몬스터는 없다. 공격하라!"

위드는 언데드들을 혼돈의 전사들에게로 전신시키는 한편 저주 마법을 준비했다.

혼돈의 전사가 휘두르는 도끼질에 언데드들은 대여섯씩 죽어 나갈 게 뻔했기 때문에, 빠르게 저주 마법을 성공시켜야 했다.

"어둡고 눅눅한 공기, 시체들의 악취를 담고 있는 바람이 불어라."

좀비를 많이 만들었을 때에만 사용할 수 있는 저주 마법!

공기를 탁하게 만들어서 체력과 생명력, 마나를 감소시키고 각종 면역력 저하와 함께 피부병도 일으킨다.

위드는 혼돈의 전사들을 향해 두 손을 뿌렸다.

"썩은 시체들의 호흡!"

더러운 악취가 몰려오는 마법이었다.

혼돈의 전사들에게 직접 적용시키는 저주 마법이 아니라 범위 전체를 오염시키는 네크로맨서의 마법.

서윤에게는 미리 면역 마법을 걸어 놓아서 괜찮았다.

언데드들이 진군했지만, 예상대로 혼돈의 전사에 의해서 도륙을 당했다.

어차피 생명력과 체력을 저하시키는 용도로 강화한 좀비와 구울 들을 수량으로 밀어붙였다.

무작정 팔을 휘저으면서 돌진하는 언데드들은 생명체에게 약간의 공포심을 선사함과 더불어 전투 의지를 약화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어둠이 깊게 내린 자리에서는 자신조차도 느끼지 못하리라. 편협한 시야!"

위드가 직접 혼돈의 전사들을 지정해서 사용한 저주 마법들은 실패했다.

저주 마법이 사용되자마자 순간 이동을 이용하여 피해 버리는 혼돈의 전사들.

"어둠이 깊게 내린 자리에서는 자신조차도 느끼지 못하리라. 편협한 시야!"

그래도 위드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마법을 사용했고, 혼돈의 전사들은 그때마다 눈치채고 순간 이동으로 피해 냈다.

편협한 시야는 저주 마법치고는 약한 주문이었다.

말 그대로 시야를 협소하게 만들어서, 네크로맨서를 잘 보지 못하게 한다.

다른 적들의 움직임이나 동료들의 위치, 마법 공격 등도 늦게 알아차리도록 복합적인 효과를 발휘하는 주문이지만,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는다.

빠르게 주문을 외울 수 있고, 마나의 소모도 적은 마법을 사용하면서 순간 이동을 유도, 혼돈의 전사들의 마나 소모를 이끌어 내는 것이었다.

"놈들이 분산되었다!"

혼돈의 전사들이 언데드들 사이에 불을 질렀다.

도끼에 맞으면 화염에 휩싸여서 소멸되는 언데드들!

전사들이 땅을 향해 도끼를 휘두르면 타오르는 불의 방벽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공격을 겸한 방어로 인하여 지난 네 번의 전투에서는 승리하지 못했다.

언데드들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위드의 마나와 저주 마법이든 공격 마법이든 펑펑 쓸 만한 처지는 아니다.

"하지만 싸울 방법 정도는 알아냈지. 스켈레톤 메이지, 아처 들 공격!"

불의 방벽을 만들고 싸우는 혼돈의 전사들을 향해 마법과 화살 공격을 집중시켰다.

서윤, 토리도, 누렁이와 반 호크가 적들으 하나씩 맡아서 싸우고, 남은 혼돈의 전사는 5명.

순간 이동을 펼치면서 위치를 바꾸려는 적들에게 저주 마법을 시전했다.

이미 있었던 위치가 아니라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장소로!

"편협한 시야."

스켈레톤 아처와 메이지 들을 4마리씩 희생양으로 언데드 군단 사이에 포진시켜 놓았다.

순간 이동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장소를 미리 만들어 주고 저주 마법을 작렬!

혼돈의 전사들은 나타나자마자 눈간에 푸른 안개가 덮이는 저주 마법에 걸렸다.

"둘!"

2마리를 성공.

"집중 공격."

저주 마법에 걸린 혼돈의 전사들에게 스켈레톤 메이지와 아처 들의 공격을 집중시켰다.

입으로 싸우는 게 네크로맨서라는 비난도 많지만, 빠른 상황 판단과 지휘력이 필요했다.

혼돈의 전사 둘은 협소해진 시야로 인하여 마법과 화살 공격을 다 피하거나 막지 못했다.

스켈레톤 메이지와 아처 들이 마구 퍼붓는 공격들이 효과를 발휘했다.

지난번에 8마리의 혼돈의 전사들과 싸울 때에는 이보다 훨씬 어려웠다.

언데드들의 수량이 무서울 정도로 급격하게 감소했던 것이다.

서윤과 토리도, 반 호크 등이 1마리씩을 감당하면서 언데드들이 훨씬 적게 죽어 나갔고, 여유가 생겼다.

금인이는 스켈레톤 아처 부대를 지휘하면서 한 지점으로의 일제 공격에 도움을 주었다.

"이제 슬슬 올 때가 되었군."

뭇매를 맞은 혼돈의 전사 둘의 생명력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다섯, 넷, 셋, 둘, 하나. 지금쯤이다."

생명력이 삼분의 일 정도가 남았을 무렵이 되자 위드는 모아진 마나로 저주 마법을 시전했다.

"어둠이 깊게 내린 자리에서는 자신조차도 느끼지 못하리라. 편협한 시야!"

생명력이 줄어든 혼돈의 전사들이 있는 장소로 마법을 사용!

얼핏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었지만, 저주 마법이 발현되는 순간 절묘하게 근처에서 언데드들을 때려잡던 혼돈의 전사들이 순간 이동을 통해 모여들었다.

혼돈의 전사들에게 한꺼번에 저주 마법을 씌우는 데 성공!

언데드들은 사분의 일 정도가 줄어 있었다.

"좀비나 구울! 동료들의 희생을 아깝게 만들지 마라. 공격!"

한 지점으로 일제 공격을 했다.

혼돈의 전사들은 동료들을 지키기 위한 전우애가 굉장히 강한 편이었다.

"다친 놈들 중에서는 1마리만 공격하고, 하나는 남겨 둬라."

"알았다, 골골골!"

혼돈의 전사들의 습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공격 방법!

그때에도 서윤은 혼돈의 전사 1명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녀와 싸움을 하던 혼돈의 전사는 동료가 위기에 처하자 순간 이동을 쓰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광전사의 직업 스킬, 상대방을 속박하는 기능으로 인하여 도망도 치지 못한다.

서윤은 평범한 공격 스킬들을 사용하면서 싸웠지만, 전투가 지속되면서 검에 붉은 기가 덧씌워졌다.

생명력과 마나를 불태워서 적을 향해 공격을 퍼붓는 광전사!

검을 휘두르는 일격 일격이 상급 스킬들을 사용하는 것처럼 흉험하기 짝이 없었다.

큰 도끼를 휘두르는 혼돈의 전사가 수비에 급급하면서 밀렸다.

주변이 불바다가 되고 있었짐나 서윤은 조금도 개의치 않는 모습.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지고 난 다음에도 광전사는 적이 남아 있는 한 싸울 수 있다.

죽는 순간까지 광전사 본인도 몬스터도 도망치지 못하고 싸우는 무서운 직업이었다.

-혼돈의 전사가 사망했습니다.

-파티원 서윤의 사냥 성공으로 인해서 명성이 2 오릅니다.

-경험치가 증가했습니다.

혼돈의 전사 1마리 사냥 성공!

사냥을 시작하기 전, 위드가 생명력이 바닥까지 떨어지고 나면 다른 혼돈의 전사들이 순간 이동으로 모여든다고 말을 해 주었다.

"절대 조심해야 돼. 혼돈의 전사들은 곧 죽을 것 같을 때 더 위험하거든. 짧은 방심이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을 불러오지. 언데드들은 희생시켜도 다시 일으키면 되지만, 조각 생명체나 넌 죽으면 큰 손해니까 무리하지 마. 적다히 싸우면서 도망칠 준비를 완벽하게 해 놔."

같은 말을 열일곱 번이나 하면서 잔소리를 했다.

그랬는데 서윤은 혼돈의 전사가 가진 생명력이 절반 이하로 남았을 때 엄청난 공격을 한꺼번에 퍼부었다.

광전사 특유의, 마나를 2배나 빠르게 소모하면서 사용하는 공격 스킬들의 연타!

소위 광전사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에는 스킬의 지연 속도도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그것을 이용하여 다른 혼돈의 전사들이 모여들 틈도 없이 빠르게 사냥해 버린 것이었다.

위드가 따로 일러두지 않더라도 그녀는 매우 많은 몬스터들과 던전, 사냥터 들을 전전해 왔다.

그래서 임기응변에도 능한 편이었지만, 서윤은 위드의 잔소리에 고마워했다.

그녀를 걱정하지 않았다면 애써 잔소리를 해 주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열일곱 번이나 같은 말을 들으면서도 내심 뿌듯해했던 그녀였다.

혼돈의 전사 1마리가 줄어들고, 나머지 2마리는 죽음이 임박한 상태!

위드는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언데드들의 피해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줄일 수 있겠다.'

줄어든 언데드가 30%가 조금 넘었지만, 상급 언데드인 데스 나이트들을 비롯하여 정예부대가 건재하다.

위드는 새로 얻어 낸 혼돈의 전사 시체를 유용하게 활용하기로 했다.

4단계 언데드 소환 마법.

언데드들이 감소한 만큼 마나에 여력이 생겼다.

"지옥의 밑바닥에서 싸우고 있는 전사의 영혼, 네가 활용할 육신이 있으니 이곳으로 오라. 애니메이트 데드!"

혼돈의 전사의 시체가 땅에서 몸을 일으켰다.

외모는 살아있을 때와 비슷했지만, 눈에서 시퍼런 광채를 드러낸다.

-전투 영혼, 나이더만이 소환되었습니다.

나이더만은 베르사 대륙의 역사에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죽은 자유용병의 유령!

좋은 실력을 가진 나이더만은 무수한 전투를 거치면서도 살아남았지만, 결국 던전 탐험에서 목숨을잃었다.

던전 탐험을 주도했던 귀족들은 나이더만의 남은 가족들에게 보상금도 지급하지 않았다.

시체조차 방치당한 나이더만은 귀족들에 대한 증오심을 강하게 품고있다.

특성 : 용병 전사, 던전에 대한 공포, 귀족에 대한 거부감, 여러 종류의 무기를 활용할 수 있음.

육체적인 능력은 혼돈의 전사 그대로!

혼돈의 전사들은 부상당한 둘을 지키기 위해 2명이 남아 있었다.

나머지 셋은 순간 이동으로 언데드들 사이를 휘젓고 다니며 불바다를 일으키면서 전투를 했다.

서윤이 1명을 맡았고, 토리도, 반 호크와 누렁이가 각자 1명씩 쫓아다니면서 싸우는 중이었다.

언데드들을 지휘하기 위해서는 이름을 붙여 주는 것도 필요했다.

"앞으로 너는 카오스 워리어라고 부르겠다. 뱀파이어 로드 토리도가 쫓아다니는 놈을 처리하라."

"알.았.다."

나이더만은 순간 이동을 펼치면서 언데드들을 공격하는 혼돈의 전사들을 상대했다.

도끼와 도끼가 부딪칠 때마다 불똥이 튀고 폭발이 일어나면서 호각으로 싸움이 벌어졌다.

혼돈의 전사를 제압하기는 힘들겠지만, 언데드인 이상 무한한 체력을 가진 나이더만이 버티는 데에는 무리가 없으리라.

순간 이동으로 도망을 치더라도 나이더만도 따라가면서 싸웠다.

삽시간에 대여섯 번의 순간 이동을 하며 격돌하는 둘!

"토리도, 넌 반 호크와 함께 싸워!"

"싸우던 놈을 마저 해치우고 싶다."

"전투 중에 명령 불복종이라니, 맞을까? 내가 때릴까, 네가 맞을까? 둘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할래?"

"명령을 따르겠다, 주인!"

위드는 나이더만이 싸움을 하는 동안에 부하들은 하나의 적만 담당하게 했다.

토리도도 혼돈의 전사와 박빙으로 싸울 수는 있었다.

하지만 토리도와 반 호크, 누렁이가 힘을 합쳐서 빨리 혼돈의 전사 하나를 해치우는 편이 낫다.

소환한 언데드는 성장을 하지 않지만, 부하들은 경험이 쌓이고 성장을 한다.

"지금은 혼돈의 전사들이 조금 힘들더라고 나중에는 얼마든지 이길 수 있도록 키워 주마."

부하들의 성장이 위드의 기쁨!

안전도를 늘리기 위해서라도 1명에 셋을 붙였다.

금인이와 스켈레톤 메이지, 아처, 언데드 군단이 1명을 사냥하고, 반 호크도 곧 공을 세웠다.

누렁이를 타고 질주하더니 현란한 검술로 혼돈의 전사의 목을 베어 버린 것이다.

"잘했다!"

둘이 더 죽고, 서윤도 하나를 처치.

적은 넷밖에 남지 않았고, 그나마 모두 상처를 입고 있었다.

1명은 심한 부상으로 죽음이 임박했다.

굳이 소중한 시체를 폭발시킬 필요도 없는 상황!

"멈추지 않는 피!"

간단한 저주 마법.

부상 부위로부터 피를 계속 흘리게 해서 생명력과 체력을 감소시킨다.

"마나가 조금 더 회복되면 나머지도 다 애니메이트 데드로 일으켜야겠군."

위드의 다섯 번에 걸친 전투가 드디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려는 시점이었다.

흥이 절로 일어나고 기분이 좋아졌다.

위드가 크게 턱을 벌릴 때, 서윤은 귀를 막았다.

사자후!

"적들의 시체를 나에게 바쳐라! 나는 언데드들의 군주! 영광스러운 언데드들의 힘으로 전투를 승리로 이끌리라!"

혼돈의 전사들은 필사적으로 버텼지만 결국은 하나씩 죽는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혼돈의 전사 무리를 사냥했습니다.

-명성이 24 증가했습니다.

-지골라스의 개척도가 0.3% 증가합니다. 개척도가 100%가 되면 적응력이 증가하여, 지역의 몬스터들을 상대할 때 방어력과 저항력이 올라갑니다. 개척도는 던전 탐험을 통해서도 늘릴 수 있습니다.

-전투 경험으로 인해 불에 대한 저항력이 100일간 1.7% 늘어납니다. 저항력은 사냥이 계속될수록 누적됩니다.

 최대 저항력 상태에서는 생명력의 저하를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혼돈의 전사들과 적대감이 높아집니다. 불의 거인들과의 친밀도가 조금 오릅니다.

개척도는, 적용되는 지역에서 사냥을 하다 보면 다른 곳으로 옮기기가 싫어질 정도로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심심할 때 쯤이면 화산이 폭발하는 지골라스에서 꾸준하게 사냥을 하기는 어려웠으니, 큰 의미까지는 없다고 볼 수도 있다.

"불의 저항력과, 불의 거인들과의 친밀도라."

위드도 상륙대의 모험 동영상을 보았다. 던전 탐험을 하는 도중에 깨어난 불의 거인에 의해서 처참하게 깨지던 모습.

화산 분화구나 용암 개천이 흐르는 장소를 지나다니는 불의 거인들의 위력은 독을 뿜어내는 킹 히드라급 이상이었다.

"이것도 나중에 쓸모가 있으려나. 도움이 됬으면 좋겠지."

위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혼돈의 전사들이 죽었던 장소에는 아이템들이 떨어져 있으리라.

"이 순간이 제일 떨려."

아이템을 확인할 때는 항상 경건한 마음으로 잡념이 일절 없어야만 되는 것.

"제발 대박이 나와라."

첫 번째로 죽은 혼돈의 전사가 있던 자리에는 금화와 광물들, 뿔이 달린 투구가 나왔다.

힘과 방어력을 추가시켜 주는 옵션에 방어력도 좋지만 드워프처럼 작은 인종은 착용 불가 제한이 걸려 있었고, 쓸 수있는 레벨도 440 이상이었다.

"두 번째로는……."

원하는 장비가 아닌 물건들만 나왔다.

혼돈의 전사들이 착용하는 무기나 방어구가 아니라, 횃불이나 요리 도구, 화염탄의 획득.

"감정!"

화염탄 : 내구력 3/3 폭발력 205.

매우 조심해서 취급해야 하는 물건이다. 불의 정화가 봉인되어 있어서 던지면 크게 폭발한다.

불의 저항력이 낮은 몬스터들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고, 건물이나 지형을 파괴하는 용도로도 사용 가능하다.

화염탄 6개는 서윤과 반반씩 나누기가 너무 아까웠다.

쓰기에 따라서는 활용도가 굉장히 높을 수 있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흠흠, 이런 물건일수록 공정하게 분배해야지. 화염탄이 6개가 나왔는데 마침 우리도 여섯이니 1개씩 가지면 되겠군."

위드, 누렁이, 금인이, 토리도, 반 호크, 서윤을 각자 세는 것.

위드가 원하는 대로 나누었더라도 서윤은 딱히 불만은 없었을 것이다.

불공편한 건 알고 있지만 아이템에는 큰 집착이 없는 그녀였다.

직접 전투로 몬스터들을 사냥할 뿐, 마법이나 아이템을  쓰지는 않는다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위드도 염치가 있었던지, 서윤에게 2개를 주었다.

"열심히 싸웠으니 내 몫도 너에게 줄게."

토리도, 반 호크, 누렁이, 금인이는 당연히 화염탄을 잠깐 구경만 하고 회수.

세 번째와 일곱 번째로 죽은 혼돈의 전사들이 있던 자리에는 청색 도끼가 떨어져 있는 게 멀리서부터 보였다.

위드의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드디어… 못 먹어도 도끼구나."

확인해 보기 전까지는 방심해서는 안 된다.

감정 스킬을 사용하기 전까지는 길바닥에 널린 잡템 여기듯 하라는 명언도 있지 않던가.

"감정!"

혼돈의 도끼 : 내구력 130/130 공격력 175~191

지골라스의 전사들이 사용하는 도끼. 광석과 금속이 섞여서 만들어진 무기로, 불과 혼돈의 기운이

깃들어 있다.

제한 : 전투 계열 직업 한정. 고급 도끼술 필요. 힘 1,300 이상. 레벨 420 이상.

옵션 : 방어력이 약한 적을 상대하거나 치명적인 일격 시에는 적을 불태움. 연속으로 치명적인 공격을

가했을 때는 3%의 마나 흡수.

도끼에 깃들어 있는 혼돈의 기운을 활용하여 짧은 거리를 순간 이동할 수 있다.

"떴구나!"

대박 아이템의 등장!

도끼는 중병기에 속해서 무겁고 강렬한 파괴력을 가진 무기다.

검이나 도를 쓰다가 어딘가 아쉬운 공격력에 도끼를 들면 다른 세상이 열린다고 한다.

물론 짧고 다루기가 어려워서 빈틈이 많이 드러난다는 단점도 가졌지만, 사냥 속도를 위해 도끼를 사용하는 유저들도 부지기수.

워리어들 중에는 특히 도끼 유저가 많은 편이었다.

"훌륭하군."

다른 혼돈의 전사들은 화염탄 외에 썩 좋은 물건들을 주지 않았지만, 도끼 두 자루를 획득했다.

그리고 애니메이트 데드로 시체들을 일으켰다.

8마리의 언데드를 유지하기 위해 마나의 30% 가까이를 소모했다.

위드가 여러 마나 회복 속도를 늘려 주는 아이템을 소유하고 있는 걸 감안한다면 엄청난 소모율이었다.

지골라스의 화산으로 올라가면서 다시 혼돈의 전사 마리와의 전투!

고급 언데드 카오스 워리어와, 지난번에 싸운 경험치 쌓여서 훨씬 쉽게 해치울 수 있었다.

화염탄 14개 그리고 다시 도끼 획득!

위드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혼돈의 전사 도끼가 훌륭한 무기이기는 하지만 물건이 이렇게 대량으로 풀리면 희소가치가 떨어지게 될지도 모르겠는데. 큰일이군."

고레벨 유저들은 한정되어 있다.

쉽게 나오는 만큼 너도나도 이 도끼를 들게 되면 가치가 하락할 수도 있지 않은가.

"방법은 하나뿐이야. 어서 사냥해서 도끼를 잔뜩 주운 다음에 먼저 다 팔아 버려야지."

남들보다 먼저 구해서 파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었다.

혼돈의 전사들을 격퇴하면서 언데드 군단의 규모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애니메이트 데드를 사용해서 고급 언데드들로 대체해서 일으켰다.

4단계 언데드 소환을 시전하기에 네크로맨서 스킬이 낮은 편이었다. 그 탓에 언데드 유지에 따른

마나 소모율이 더 컸지만, 이제 양보다는 질을 추구했다.

순간 이동을 하는 혼돈의 전사들을 잡기 위 해서는 마찬가지로 특수 기술을 사용하는 언데드들을 늘리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언데드 카오스 워리어 스물을 만들어서 끌고 다니는 위드!

까마귀로 조각 변신술을 펼쳐서 관찰했던 아르메니아 해적단의 전멸 위치에 가까이 근접했다.

원래 황금새가 니플하임 제국을 멸망시킨 이들에 대한 추적을 맡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협조를 하지않았기에 직접 찾아야 했다.

"이 근처일 텐데."

위드가 헤매고 있는 사이에, 누렁이가 냄새를 맡더니 바닥을 긁었다.

지진이 일어나면서 땅이 겹쳐졌는데, 그 안에 아르메니아 해적의 시체들이 있었다.

백골밖에 남지 않은 시체들 중에서 고급 로브를 입고 있는 시체가 보였다.

"이 녀석이군."

위드는 감개가 무량했다.

퀘스트를 하기 위해서 지골라스까지 먼 거리를 따라오게 만든 원흉!

"말도 안 되게 어려운 의뢰였어."

멀기도 멀었지만 테어벳, 볼라드, 혼돈의 전사까지 사냥하면서 겨우겨우 도착했다.

"조각사 퀘스트치고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난이도인데."

조각사의 비기를 적극 활용하거나 매우 뛰어난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도착할 수 있으리라.

순간 위드의 머릿속에 스쳐 간 생각!

"설마 진짜 조각술의 비기를 활용하는 퀘스트였을까?"

1단계 퀘스트에서 엠비뉴 교단의 추적을 받을 때에도 어쩌면 조각 변신술로 따돌릴 수 있지 않았을까!

어찌어찌 지골라스에 조각사 혼자 도착하더라도 빈약한 전투 능력으로 뭘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조각사들의 유산을 발겨했다.

조각품에 생명 부여!

"이번 퀘스트에서도 게이하르 황제의 유물이 나왔으니 어떤 방식으로든 비기를 획득하지 말라는 법도 없겠지."

목조품을 통해서 습득하는 게 정석이었지만, 조각품의 추억을 가지고 게이하르 황제로부터 배우지말란 법도 없다.

조각사들의 유산에 생명을 부여했더라면!

한때 베르사 대륙의 조각계를 떠받들었던 대가들이 생의 끄트머리에서 만든 작품들이었다.

가정에 불과했지만 대작 조각품들이 살아난다면 어떨까.

위드가 가만히 쪼그려 앉아 있으니 누렁이가 다가와서 머리를 비볐다.

이 누렁이나 금인이처럼 쓸모가 많은 녀석들이 10마리, 20마리씩 살아난다면!

대작 조각품.

조각사들이 만들어 놓은 유산이라 어쩌면, 그냥 작품을 남겨 놓은 것이 아니라 게이하르 황제의 후인이 도착하리라는 기대감이 아니었을까.

빈 몸뚱이로 지골라스에 와서 고생을 하던 조각사가 생명을 부여해서 부하들을 만들고, 끝내는 퀘스트까지 완수하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완성되는 것이다.

네크로맨서로 변하고 나서 왠지 친밀도가 급격하게 떨어진 황금새도 설명이 될 것 같았다.

"아니야, 아니야, 역시 그럴 리가 없어."

위드는 강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냥 말도 안 되는 추측에 불과해. 머릿속으로 생각한다고 해서 현실에 다 이루어지라는 법이 없잖아?"

세상에는 생각처럼 되지 않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위드는 보통 사람들이 하기 힘든 생각들을

행동으로 옮겼다. 해적 더럴로 변신해서 유령선에 타거나, 수정 해골로 변신한 후에 리치 샤이어의 마법

서를 활용해서 사냥을 했다.

"절대 그럴 리가 없었을 거야. 상식적으로 어떻게 조각품에 생명을 부여하겠어. 조각품에 생명을부여한다는 게 말이 되기나 해?"

음머어어어어어!

누렁이가 바닥을 발로 긁으면서 울고, 금인이는 활을 들고 보초를 섰다. 생명 부여의 산 증거들!

위드가 조각품에 생명 부여를 적극적으로 쓰지 않았던 것은 레벨과 예술 스탯 하락의 페널티도 있지만 생명 부여 스킬이 퀘스트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인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탓이 컸다.

퀘스트를 해결하기 위하여 조각사들의 유산을 훼손하고 생명을 부여하느라 레벨도 다수 떨어지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수 있다는 걱정이 들었던 것이다.

본전에 대한 끝없는 애착!

하지만 퀘스트를 완료했을 때 받을 보상이라면 그런 어려움과 손해까지 감수할 만하지 않았을까?

"커허허험! 어떤 길로 가든 목적지에 도착하기만 하면 그만이지."

멍청하면 손발이 고생이라는 옛말이 틀린 게 없다.

그 말의 의미를 본인의 행동을 통해서 절실하게 깨달았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

위드는 고민을 날려 버리기 위해서라도 빠르게 손을 뻗었다.

-미늘 로브를 습득하셨습니다.

-불의 거인 눈을 습득하셨습니다.

로브는 고가의 아이템이지만, 습득한 이상 사라지지 않을테니 퀘스트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로브의 아래에 작은 조각품이 있었다.

윤곽은 황금새와 매우 흡사하게 생겼지만, 흙먼지와 때가 많이 묻어 있었다.

위드는 수통의 물을 부어서 조각품을 씻었다.

그러자 드러나는 아름다운 은빛 색감. 보통 은이 아니라 미스릴과 백금으로 만들어진 조각품이었다.

끼루루루!

황금새가 헤어진 연인을 만나 것처럼 머리를 비볐다. 그리고 애틋한 눈빛으로 위드를 향해 무언가를

부탁했다.

위드는 일단 조각품을 확인부터 해 보기로 했다.

"퀘스트가 끝나야 되는데… 감정!"

아르펜 제국의 상징물, 신비의 새 : 내구도 130/130

베르사 대륙을 지배한 아르펜 제국 황실의 권위와 우아함을 상징하는 작품이다.

황금새 세노리아 루세로니와 한 쌍으로 만들어졌다. 조각술의 정점에 선 자가 만들었다.

예술적 가치 : 51,300

옵션 : 명성 +4,500. 기품 +150. 명예 +90. 카리스마 +45. 매력 +100. 통솔력과 카리스마가 미치는 범위

를 증가시킴. 여성 주민들의 호감도 급상승. 장식용으로 쓸 경우 귀족들의 충성도 최대치를 15% 향상시

킴. 외교적인 부분에서 5%의 우위를 가져옴. 공성전에서 수비 측의 행운을 30% 증가시킴. 대규모 전투

에서 신기한 안개를 불러옴. 절대 손상되지 않음.

-역사적인 보물, 아르펜 제국의 상징물을 자세히 살핌으로 인해서 예술 스탯이 51개 올랐습니다.

그리고 아르펜 제국의 상징물에 간직된 충거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대마법사 슬로어.

몬스터들의 습격으로 불타는 니플하임 제국의 황궁에 그가 들어왔다.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있는 황궁!

기다리고 있던 제국 기사들이 명예를 버리고 암습을 가했지만, 슬로어는 방대한 마나를 뿜어내며 그들을 날려 버렸다.

그리고 신비의 새를 입수!

슬로어의 위치에서 상황을 지켜볼 수 있었다.

찬란한 니플하임 제국의 수도 모드레드가 몬스터들에 의해서 짓밟히고 무너져 갔다.

엠비뉴의 사제들과 야만족 용병들도 몬스터들을 지휘하며 싸웠다.

슬로어는 황궁을 돌아다니다가 별궁의 아래 땅속에서 오랫동안 봉인되어 있던 한 쌍의 검을 찾아냈다.

구름과 뇌전이 그려져 있는 검, 그리고 검집도 없는 붉은 검!

슬로어는 바다로 나가서 해적단의 단장이 되었다.

구름과 뇌전이 그려져 있는 검은 바다에 버렸고, 만반의 준비를 한 채로 해적들과 함께 지골라스에 왔다.

하지만 언제 당한 것인지 모를 독이 발작하면서 해적들과 함께 전멸!

조각품의 영상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긴 시간이 지나고 난 후에 어린 혼돈의 전사가 와서 그 검을 주웠다.

그리고 바로 근처에 있는 던전 입구로 들어갔다.

띠링!

니플하임 제국의 대리인(2) 완료

대마법사 슬로어는 엠비뉴 교단과 결탁하여 니플하임 제국을 무너뜨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제자와 가족의 복수를 위한 무차별 응징이었지만, 그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는 없으리라.

슬로어가 가지고 간 검은 레드 스타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레드 드래곤의 마법으로 만들어진 검으로, 어떠한 이유로 인해 세상에 나왔는지는 알 수 없다.

-퀘스트의 보상으로 명성이 3,600 늘어납니다.

-모험의 대가로 모든 스탯이 5씩 늘어납니다.

-스탯 보너스가 20 늘어납니다. 원하는 스탯에 분배할 수 있습니다.

호칭! 극지의 탐험가를 획득하셨습니다.

어느 곳에서도 그의 발걸음을 막을 수 없다.

대륙의 금역에서 어려운 퀘스트를 완수한 이에게 부여되는 호칭!

험난한 지형을 걸을 때 체력의 소모가 60%까지 줄어듭니다.

금역에서의 저항력이 10%씩 증가합니다. 모험 스킬의 효과가 7% 증가합니다.

스탯과 신비의 새라는 조각품을 보상으로 얻었다. 그리고 S급 퀘스트의 마지막 단계도 드러났다.

띠링!

레드 스타의 회수(3)

어린 혼돈의 전사가 가져간 무기는 매우 위험한 검이다.

드래곤의 장난에 의해서 만들어졌지만, 방대한 마나가 봉인되어 있다.

지골라스에서 살았던 고대의 마법사 임벌이 만든 마법진에 가져가면 몬스터들은 강력한 힘을 얻게 되리라.

임벌의 마법진은 지골라스의 가장 깊은 곳에 있다.

하루빨리 레드 스타를 회수하고 마법진을 보수하라.

성공하면 북부 여러 종족들의 감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난이도 : S

퀘스트 제한 : 총 3단계 퀘스트의 마지막. 고급 조각술을 습득한 조각사 한정.

-퀘스트를 수락하시면 슬로어의 이야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위드는 기왕에 여기까지 온 것이기 때문에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레드 스타를 획득해서 반드시 내 것으로… 아니, 평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니플하임 제국의 젊은 마법사 슬로어는 마법계의 떠오르는 천재였다.

그가 손을 대는 연구마다 성공을 거두었다.

몬스터들이 침입해 오면 가장 먼저 나서서 싸웠고, 인간 외의 다른 종족들과의 친분도 두터웠다.

그에게는 레티아 이벨린이라는 매력적인 약혼녀까지 있었다.

"내게는 당신뿐이오. 모든 것을 다 얻는다 해도 당신이 없으면 견디지 못할 것 같소."

슬로어와 레티아는 니플하임 제국의 명문 귀족들로서 결혼까지 약속했다.

전형적인 영웅의 상이었다.

얼굴 잘생기고 키 크고, 집안좋고, 약혼녀 예쁘고, 마법까지 잘한다.

능력 있는 친구들까지 있었으니 남부러울 것이 없는 슬로어!

"황제의 명령이다. 슬로어는 몬스터 퇴치를 위해서 1달간 제테 지역으로 군대와 함께 이동하라."

"알겠습니다."

슬로어는 군대와 함께 제테 지역으로 이동해서 마법으로 몬스터 무리를 처치했다.

위드는 엄청난 마법으로 몬스터들을 떼죽음시키는 무서운 위용을 영상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슬로어가 큰 공을 세우고 수도로 돌아와 보니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져 있었다.

"레티아의 가문은 반역죄로 모두 참수되었다."

약혼녀의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다.

너무나도 명확한 증거들이 있었기에 슬로어라고 하더라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약혼녀의 무덤에서 오열하는 슬로어였다.

그 후 그 슬픔으로 외부와 담을 쌓은 그는 연구실에서 마법에 매진했다.

니플하임 제국에 대한 복수심보다는 마법에만 몰입하며 세상에 대한 관심을 끊었다.

그리고 계절이 여러 번 바뀌는 모습들이 나왔다.

몰래 들려오는 음침한 목소리들.

-약혼녀의 죽음으로 꿈쩍도 하지 않는군.

-슬로어를 타락시키기 위해서는 더 큰 절망을 주어야 해.

-슬로어를 왜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되지?

-니플하임 제국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그와 그의 친구들부터 없애야 하니까.

-가족들을 죽이자.

-그러면 우리 편이 되겠군.

슬로어가 연구실에 있는 사이에, 그의 가족들도 목숨을 잃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리거나 암살자들의 습격을 받았다.

니플하임 제국에서도 조사를 했지만 배후를 밝혀내지 못했다.

슬로어가 더 큰 슬픔에 빠져든 사이에, 제자들도 괴질과 암습으로 죽었다.

슬로어에게도 암살자들이 쳐들어왔지만, 그는 마법으로 그들을 잡아서 캐물었다.

"누구지? 누가 이런 짓을 하라고 지시했느냐!"

"니플하임 제국 만세!"

암살자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들의 품에서 나온 것은 철사자의 목걸이.

슬로어는 큰 의문을 가지고 직접 배후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철사자의 목걸이는 니플하임 제국의 황가를 지키는 비밀 조직의 증표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나를 견제하는 것인가?"

니플하임 제국을 위협할 정도의 대마법사로 성장한 자신을 파멸로 이끌려는 음모라고 생각했다.

슬로어는 그날 이후 모습을 감추었지만, 세상에는 니플하임 제국에 몰래 반역을 기도하다가 약혼녀와 가문까지 잃어버리고 도망친 것으로 소문이 돌았다.

"정말, 정말이었나."

슬로어는 좌절한 채로 인간들이 거의 없는 장소에 정착해서 고독하게 살았다.

마법 연구를 계속하면서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으로 제정신을 잃고 폭주하기도 했다.

어느 날, 그에게 엠비뉴의 사제들이 왔다.

"니플하임 제국에 복수할 기회를 우리가 드리겠습니다."

슬로어는 오랫동안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은 채로 외롭게 살면서 냉철한 이지를 많이 잃어버렸다.

"복수할 기회……."

"아무 죄도 없는 슬로어 님이 이렇게 된 것이 억울하지 않습니까? 우리의 조사에 의하면 이벨린 가문의 몰락도 황궁의 뜻이었습니다."

사제들은 증거로 녹슨 철사자의 목걸이를 보여 주었다.

"이벨린 가문의 폐허에서 찾아낸 것이죠."

"……."

"사랑하는 여자와 가족들, 제자들까지 잃어버리고 나서도 패배자처럼 이곳에서 은둔한 채로 지낼 것인지 복수할 것인지를 선택하십시오."

철사자의 목걸이에서는 엠비뉴 교단의 마력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슬로어를 현혹시키는 목걸이에서는, 니플하임 제국의 기사단이 그의 가문과 약혼녀의 가문을 불태우는 영상이 계속 떠올랐다.

"복수… 복수를 해야지."

"잘 선택하셨습니다. 우리와 함께한다면 니플하임 제국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너희는 누구지?"

"엠비뉴 교단입니다."

"마법서에서 분명 그 이름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어디…에서 봤지? 아! 악신을 숭배하는 무리가 아니었던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죠. 우리는 그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으려고 합니다."

슬로어의 이성이 약해져 있는 틈을 타서 세뇌 마법을 성공적으로 걸어 놓았기에 그 후로는 일사천리였다

"나도 같이 참여하고 싶다."

슬로어는 엠비뉴 교단에 속해서 그들의 마법 무구들을 손봐 주고, 그동안 연구했던 자료들도 넘겨주었다. 그리고 니플하임 제국과의 전쟁!

엠비뉴 교단은 몬스터들을 이용해서 군대와 기사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닥치는 대로 죽였다.

이미 이성을 잃어버린 채로 엠비뉴 교단의 하수인이 되어 버린 슬로어는 그것을 보면서도 저지하지 않았다.

예전의 친구들이 제국을 지키기 위해서 나섰지만, 슬로어와 엠비뉴 교단의 사제들에 의해서 목숨을 잃었다.

"드디어 이곳으로 돌아왔군."

불타는 황궁에 슬로어가 들어왔다.

욕심에 눈이 먼 그는 기사들을 물리치고 닥치는 대로 보물을 쓸어 담았다.

몬스터의 침입으로 인해서 엉망이 되어 버린 황궁은 이미 모든 보호 마법들이 깨진 상태였다.

별궁의 땅속에서도 두개의 검을 찾아냈다.

그것은 니플하임 제국에서 봉인한 물건이었다.

레드 스타.

그리고 예전에 베르사 대륙에 내려와서 큰 재앙을 일으킨 마족이 사용했다는 검, 드로어!

드로어 : 내구력 96/180. 공격력 218~249

베르사 대륙에는 존재하지 않는 물질로 만들어져 있다. 마족들이 사용하는 검으로, 그들의 투기가

깃들어 있음. 천둥 벼락과 폭풍을 부른다.

제한 : 레벨 제한 없음. 모든 직업 사용 가능. 전투에 사용할 때마다 돌이키기 어려운 저주에

걸리게 된다. 악신을 숭배하는 자의 손에 들어가면 무기의 속성이 변함.

옵션 : 제물을 바쳐서 마계의 몬스터 소환 가능. 육체와 영혼을 팔아서 스탯 증가.

흑마법의 위력을 200% 강화. 저주 마법에 대한 특화! 모든 저주 마법들을 펼칠 수 있게 되며,

상대의 저주 마법에 대해 면역. 하급 몬스터들을 지배한다.

검들을 손에 쥐는 순간, 슬로어의 얼굴이 괴로움으로 가득해졌다.

엠비뉴 교단에서 걸었던 세뇌 마법이 해제되고 이성을 찾은 것이다.

"이럴 수가."

슬로어는 자신이 저지른 일들을 후회했다.

악신을 숭배하는 엠비뉴 교단에 들어간 이후, 전 대륙을 지배하려는 음모에 가담해서 니플하임 제국을 무너뜨렸다.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잘못이었다.

돌이켜 보면 아무도 모르게 은거했는데 엠비뉴 교단이 그를 찾아온 것부터가 이상했다.

"설마 이 모든 일의 배후에 엠비뉴 교단이 있었던 것이란 말인가!"

슬로어는 니플하임 제국을 재건하고 엠비뉴 교단과 싸우는 것에 자신의 남은 삶을 바치기로 했다.

"엠비뉴 교단과 싸울 힘을 얻어야 한다."

그리고 마족의 검 드로어는 바다에 버리고, 레드 스타를 가지고 지골라스로 향했다.

마법의 역사에서 임벌은 화염 마법의 마스터로서, 그의 마법은 성을 통째로 녹여 버릴 정도였다고 한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12인의 마법사.

임벌이 만든 마법진의 마나를 흡수하려는 계획이었지만 오랫동안 돌아가지 않으면서 엠비뉴 교단에서 잠복시켜 놓은 독이 발작하고 말았다.

"이대로 죽을 수는……."

슬로어의 최후는 지골라스의 몬스터들에 의한 것이었다.

"드디어 마지막이구나."

대륙의 큰 재난에는 빠짐없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 엠비뉴 교단!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배후에 숨어 있던 사연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난이도 S급의 연계 퀘스트는 결국 대규모 몬스터의 침입으로만 알려져 있던 니플하임 제국의 멸망 원인에 대해서 조사하고 뒷수습을 하는 것이었다.

"모든 과거를 깨끗하게 정리한 후에야 니플하임 제국의 건국 퀘스트를 할 수 있는 것이로군."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게이하르 아르펜 황제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게 되었고, 조각 생명체들에 대한 비밀, 황금새와 신비의 새, 조각사들의 유산도 찾아냈다.

조각사만이 할 수 있는 의뢰였고, 훌륭한 유무형의 자산들을 얻었다.

지골라스에서 보석과 광물도 많이 챙겼으니 퀘스트 중에 획득한 보상이 짭짤했다.

"그 어린 혼돈의 전사가 가지고 간 드래곤의 무기를 회수하면 되는 거군. 하여튼 어린애들이 문제야."

어쨌든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는 것은 감사한 일!

"퀘스트만 성공하면 드래곤의 검을 얻을 수 있다는 건가."

상상만 해도 심장이 빠르게 뛰고 호흡이 가빠지며 입가에서 침이 질질 흐른다.

드래곤 소드보다 좋은 검이 베르사 대륙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없다.

"감정!"

그리고 챙겼던 대마법사 슬로어의 미늘 로브도 확인.

마법 지배력 확장과, 주문 시전 시에 마나 소모를 30% 줄여 주는 효과, 한 단계 상위 등급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옵션이 달려 있었다.

"좋구나!"

위드는 활짝 웃으면서 서윤의 눈치를 보았다. 획득한 아이템을 독차지하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퀘스트를 통해 얻은 것이라서 공정하게 나누어 주기에는 아까웠다.

서윤은 위드가 가져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고개만 끄덕였다.

통곡의 강에서 사냥으로 얻은 위드의 마법사의 찢어진 로브는 옆구리가 훤히 트여 있었다. 

재봉 스킬로 수선을 하려고 해도 옷감이 없고, 또한 마나를 늘려 주는 마법 로브라서 고치고 나면 손상이 일어나게된다.

흉한 갈비뼈를 보이면서도 성능 때문에 입고 있었으니 어서 가려 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고마워."

위드는 왠지 서윤이 이때처럼 착하게 느껴진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아이템을 혼자 차지하니 매우 흡족했던 것이다.

"감정!"

불의 거인 눈 : 내구도 30/30

매우 뛰어난 마법 재료. 화염 마법의 범위를 확장시켜 주는 지팡이를 제작할 수 있으며, 광범위 화염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시약의 원료이다.

소유하고 있을 경우 화염 저항력을 올려 주며, 불의 거인들로부터 공격을 받지 않는다.

옵션 : 화염 저항력 5%. 불의 거인들로부터 인정을 받음.

드린펠트가 공격당해 엄청난 피해를 입고 후퇴해야 했던 불의 거인들!

그들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위드가 미늘 로브로 갈아입고 나서 말했다.

"이걸로 마지막 퀘스트를 위한 준비는 된 것인가?"

그런데 호아금새가 애절한 눈빛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

꾸꾸꾸꾸꾸꾸.

위드는 황금새와, 미스릴과 백금으로 조각된 신비의 새를 번갈아서 쳐다보았다.

곧 빠른 눈치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었다.

"너, 이 녀석 좋아하는구나."

고고하고 꼿꼿하던 황금새짐나 지금은 얇은 다리와 날개를 비비 꼬면서 부끄러워했다.

게이하르 황제에 의해서 황금새와 신비의 새는 비슷한 시기에 조각되었다.

황금새는 생명을 부여받고 게이하르 황제의 유물을 지키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수많은 시간을 거치며 신비의 새에 대해 정을 품게 된 바!

기품이나 우아한 품격, 매력까지 높았으니 자신에게 어울리는 대상은 신비의 새뿐이란 생각을 했다.

하지만 게이하르 황제는 이미 죽은 지 오래였고, 대륙의 조각술 수준은 퇴보를 거듭했다.

기껏 만난 조각사 위드는 가지고 있는 실력이 아깝게 네크로맨서로 변신하였으니 실망을 금치 못하던 황금새였다.

그런 와중에 신비의 새를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생명을 부여해 달라고 애원하는 것이다.

꾸루꾸루.

위드는 벌써 견적을 뽑아 놓은 상황이었다.

최저가 할인이나 약간의 에누리도 허용하지 않았으니, 황금새로서는 어려운 상대를 만난 셈이다.

위드가 말했다.

"조각술이란 참으로 심오하고 어려운 세계야. 즐겁고 아름답지만 진지한 탐구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모르지. 하나의 작품을 위해서 예술가는 몇 날 며칠 밤잠을 이루고 못하고 고생을 해서 그렇게 살아가는 거지."

"……?"

누렁이와 금인이가 의아하단 표정을 했다.

스킬 숙련도를 위해서 잡동사니까지 끊임없이 이것저것 만들어 대던 위드에게서 나올 법한 말은 아닌 것 서윤과 잡템을 바꾸기로 한 후에 온갖 귀여운 동물 조각품만 만들어 내던 위드가 아니었던가.

"정말 피나던 고통으로 얻은 조각술. 이 조각술을 써 주길 바라는 것이냐? 내가 싸울 때 도와주지 않고 방관하고 무시하던 너를 내가 왜 도와줘야 되지?"

꾸…꾸꾸.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잘못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말해봐. 하나라도 빠뜨리면 안 도와준다."

뒤끝과 야비함과 협박까지 두세 마디의 말에 몰아서 하는 고차원적인 기술!

황금새는 꾹꾹대면서 무언가를 한참이나 떠들었다.

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알아들을 수는 없으니 이 정도로만 하지."

꾸꾸꾸꾸!

누렁이와 금인이도 새로운 동료가 생긴다는 기쁨에, 위드가 짐작했던 것보다는 많이 이해심이 넓고

착하다는 생각마저 했다.

'알고 보면 속정까지 없는 그런 인간은 아니야.'

'은근히 마음이 여린 면이 있을지도.'

주인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하고 있는데, 위드가 말했다.

"뒤로 취침."

"……?"

황금새는 영문을 모르면서도 얼른 뒤로 벌러덩 누웠다.

"동작이 느리다. 빨리빨리 못 하나! 옆으로 다섯 번 구르고 앞으로 취침!"

황금새에게 기합을 주는 위드!

황금새는 사랑을 위해 눕고 구르고 앞으로 기면서 기합을 받았다.

'먼저 높은 콧대를 꺾어 놓을 필요가 있어.'

친밀도를 높여서 부하처럼 부리더라도, 지금처럼 고고하다면 활용해야 할 시점에 써먹지 못한다.

"엎드려뻗쳐."

황금새는 날개를 이용해서 땅에 엎드렸다.

서윤도 말려 주고 싶은 마음이 약간은 들었지만, 그 모습이 너무나도 귀엽고 앙증맞은 나머지 구경만 할 뿐이었다.

그녀는 위드가 심한 짓은 하지 않을거라는 확고한 믿음을 가졌던 것이다.

"하나 하면 내려가면서 꾸우, 둘 하면 올라오면서 짹짹."

꾸꾸꾸꾸.

"하나."

꾸우.

"둘."

짹짹.

"자동!"

꾸우ㅡ 짹짹, 꾸우ㅡ 짹짹.

황금새는 레벨이 500이 넘었기에 지치지 않고 민첩하게 움직였다.

새소리를 요란하게 듣던 위드가 박수를 쳤다.

"자, 그만 기상."

황금새는 벌떡 일어나서 사파이어로 만든 푸른 눈동자에 격렬한 환희와 기쁨을 드러냈다.

신비의 새.

게이하르 황제가 죽은 이후로 오랜 세월이 지나서 이제야 겨우 사랑하는 상대에게 생명을 부여하는 희망이 이루어지려고 했다.

"앞으로 너 하는 거 봐서 생명 부여해 줄게."

그러나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부려 먹으려는 위드였다.

"닭을 키워 봐서 내가 좀 아는데, 밥 먹기 전하고 먹고 난 다음이 많이 다르더라고."

이것으로 물불을 가리지 않고 전투에 가담할 부하 1마리 획득!

'레벨이 519나 되는 부하라니… 대박이군.'

이 퀘스트를 하면서 생명을 부여할 수 있어야만 얻을 수 있는 게이하르의 황제의 유산!

새라는 종족 특성으로 볼 때 전투력이 그렇게 뛰어날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레벨이 깡패라는 말이 있으니 누렁이나 금인이보다 잘 싸우리라.

'신비의 새도 생명을 부여해서 조만간 부려 먹어야겠군.'

무려 게이하르 황제의 조각품으로 아르펜 제국의 상징물이었다.

생명을 부여한다면 엄청난 부하가 탄생하게 되리라.

황금새의 부탁이 없더라도, 퀘스트를 위해서 생명을 주었을지도 모를 위드였다.

"지금 기분으로는 정말 하기 싫은데. 황금새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생명을 부여해 줄 수도 있어. 그러니까 앞으로 잘해."

꾸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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