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다시 일어난 위드
서윤의 유성우 같은 공격이 쿠비챠를 연달아 강타했다.
퍼버버버벅!
방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공격 스킬을 사용하기에 더없이 빠르고 강했다.
"크에에엑!"
쿠비챠는 정신없이 난타당하면서 계속 뒤로 물러났다.
쿠비챠를 마구 구타하면서 몰아치는 그녀!
물러나는 쿠비챠를 따라붙으면서 수십 차례의 스킬들을 연달아 터트렸다.
생명력과 체력이 다할 때까지 공격을 하는 광전사.
육체적인 피로도가 급격하게 증가할 테고 마나의 소모도 심각할 게 분명하지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부드럽고 강한, 혼신의 힘을 다한 검술들이 연달아 터져나왔다.
정면으로 발을 내디디면서 스킬들을 터트리는 서윤의 몸놀림은 이미 예사롭지 않은 수준이었다.
-스킬의 파괴 범위에 포함되었습니다.
생명력이 1,396 감소합니다.
쿠비챠의 등에 업혀 있던 위드도 마나가 담긴 공격에 의해서 연속 피해를 입었다.
쿠비챠가 연속 타격을 입으면서도 반격을 가하는 게 먼저일지 아니면 격하게 움직이는 서윤이 실수를 하거나 체력이 떨어지는 게 먼저일지로 판가름 나는 승부였다.
"라이프 드레인!"
위드는 생명력 흡수를 계속 시전하면서 쿠비챠의 등을 더욱 꼭 붙들고 매달렸다.
연속적으로 스킬을 난사하면서 쫓아오는 서윤이 심하게 무서웠던 것이다.
살인자의 상태로 인해 서윤의 이마에는 붉게 이름이 떠올라 있었다.
쿠비챠의 몸이 충격으로 흔들릴 때마다 위드까지 한꺼번에 베일 것처럼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왠지 모르게 서윤이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
하지만 쿠비챠도 균형을 잃고 연속 공격에 두들겨 맞으면서도 다시 반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두려움을 모르는 인간이여! 나를 당황스럽게 만드는구나."
위드에게는 귀찮고 짜증 나고 비겁한 해골이라고 하더니, 대우가 달랐다.
혼돈의 대전사인 쿠비챠는 힘을 숭상하기 때문에 마법사들이나 언데드들은 혐오하는 편이었다.
위드의 경우에는 리치였고 악명도 매우 높았으니 몬스터에게도 욕을 얻어먹는 신세가 되었다.
어쨌거나 쿠비챠가 공격을 당하면서도 말을 한다는 자체가 견딜 만하다는 뜻이다.
쿠비챠의 성격이라면 도끼로 상대를 공격하다가 드래곤의 검을 이용해 단숨에 죽여 버리려고 할 것이다.
'위험하다.'
위드가 경고를 해 주려고 할 때, 서윤의 검이 호선을 그으면서 휘둘렸다. 멈출 수 없는 연속 공격.
검이 지나간 자리에 핏빛 마나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뭔가를 준비하고 있군.'
폭풍처럼 공격을 몰아붙이면서도 더 큰 스킬을 준비하는 서윤이었다.
서윤의 검이 움직일 때마다 허공에 새겨져던 마나의 선들이 특수한 표식을 완성했다.
쿠비챠가 반격을 하려고 할 때에 서윤은 크게 검을 휘둘러 밀어 치더니 반발력을 이용해 훌쩍 뒤로 물러섰다.
"여전사여, 너의 용기는 칭찬하고 싶지만, 나에게 죽는 것을 영광으로 알아야 할 것이다."
쿠비챠가 땅을 박차고 덤벼들려고 할 때였다.
허공에 새겨진 핏빛 마나들이 강기로 변하더니 한꺼번에 쿠비챠와 위드를 향해 쇄도했다.
핏빛 마나의 일제 습격이었다.
쉽게 보기 힘든 대스킬!
혼돈의 대전사인 쿠비챠조차도 두려움이 들었던지 잽싸게 검과 도끼를 앞으로 교차해서 막았다.
"키야아아아앗!"
쿠비챠가 함성을 질렀고, 위드도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아악!"
찔리는 게 많았는데 이번 기회에 서윤이 자신까지 한꺼번에 정리를 하려는 줄로 알았던 것.
'이럴 줄 알았으면 유통기한 지난 재료들로 요리를 해 주지 않는 거였는데! 아니, 그래도 잡템 조금 더 챙긴 거랑, 몰래 훔쳐본 거, 조각품 만들었던 거 그리고 사냥할 때 빈사 상태의 몬스터들 가로챈 것밖에 없는데 너무 억울해!'
서윤의 최대의 공격력이 응축되어 있는 스킬이었다.
핏빛 마나의 형태로 수십 개의 스킬들이 한꺼번에 짓쳐 들어왔다.
"꽤애액!"
수비하던 쿠비챠의 몸이 스킬에 강타되어 허공으로 떠올랐다.
서윤이 만든 마나는 위치가 변한 쿠비챠의 뒤를 쫓아와서 부딪쳤다.
꽈과과과광!
쿠비챠가 이리저리 타격을 당하고 내팽개쳐질 때마다 위드도 함께였다.
좌우, 위아래로 쿠비챠와 함께 팽이처럼 도는 몸!
위드는 서윤의 전투 능력에 대해서 다시 평가했다.
'정말 강하다.'
최근에 토리도가 잠깐 함께했다고는 하지만, 숱한 싸움터들을 혼자 다닐 정도였으니 보통 강한 게 아니었다.
'요리도 못하고 조각품도 못 만들고, 그러니 싸움을 잘 하지.'
광전사의 특성상 전투에 있어서 머뭇거림이 없다고는 해도, 이런 위력의 연속 공격이라면
스킬의 레벨도 굉장히 높으리라.
얼마나 많은 몬스터들이 서윤에게 두들겨 맞았겠는가!
쿠비챠의 몸이 나가떨어졌을 때에 위드의 생명력도 2만정도가 줄어들어 있었다.
쿠비챠의 남은 생명력은 11%였다.
"대전사님을 구해라!"
그러나 불의 거인의 시체를 폭발시켜서 얻은 시간도 여기까지!
혼돈의 전사들이 순간 이동을 통해서 본격적으로 난입을 개시했다.
10명, 20명 늘어나는 적들이 셋밖에 안 남은 언데드와 서윤을 공격했다.
황금새와 은새를 잡기 위해서 공중으로 순간 이동을 해서 도끼질도 했다.
둘은 땅으로 내려오지 못하고 더욱 높이 날았다.
카오스 워리어들은 더 많은 혼돈의 전사들에 의해 금방 전멸했다.
위드는 이대로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윤아, 그냥 도망쳐!"
혼돈의 전사들 여럿과 싸우면서 상처를 입은 서윤은 잠시 눈길을 주었지만 다시 싸움에만 집중했다.
"그래, 어디 해보자. 애니메이트 데드!"
시체들은 넘쳐 나는 전장이엇다.
파괴된 언데드들을 대신해서 15마리의 카오스 워리어들을 새로 일으켰다.
위드의 마나는 그러고도 마르지 않는 샘처럼 넘쳐 났다.
'마나 흡수 때문이야.'
쿠비챠는 연속 공격을 맞고 나서 땅에 쓰러진 채로 잠시 몸을 가누지 못하는 혼란 상태에 빠졌다.
그 틈을 타서 위드는 다시 주문을 발휘했다.
"애니메이트 데드!"
17마리의 카오스 워리어들을 더 일으켰다.
띠링!
-중급 언데드 소환 스킬의 레벨이 10이 되어 고급 언데드 소환 스킬로 변화됩니다.
엘프나 정령 전사 등의 특수한 시체들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언데드들의 동작이 유연해지고 속도가 빨라집니다.
일반 언데드들에 대한 지배력을 획득합니다.
충분한 명성을 가지고 있다면 베르사 대륙의 무수히 많은 언데드들을 지휘할 수 있습니다.
-직업 스킬 언데드 소환이 고급이 되었습니다.
종족 리치의 영향으로 언데드 스스로의 육체적인 능력을 강화합니다.
리치 전용의 스킬인 생명력 흡수, 마나 흡수의 효율이 15% 늘어납니다.
-마족들이 남긴 언데드에 대한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단, 다시는 조각 변신술을 해제하지 못한 채로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조각 변신술의 상태이기 때문에 스탯 포인트의 추가나 명성의 증가 등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높은 예술 스탯의 영향으로 소한한 언데드들이 본능에 따라 춤을 추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달밤의 언데드 댄스는 굉장히 괴기스러울 것입니다.
"운도 더럽게 없구나. 하필이면 이때!"
언데드 소환 스킬은 고급이 되었다.
하지만 일으킨 시체들은 중급이었다.
시간이 촉박해서 언데드들을 다시 되돌리고 소환할 수도 없었다.
"싸워라! 나를 위해 이곳에 있는 모든 적들을 죽여라!"
카오스 워리어들 20명이 서윤을 구하기 위해서 순간 이동을 하고, 나머지는 추가로 모여드는 혼돈의 전사들을 저지했다.
위드는 쿠비챠로부터 마나를 흡수할 때마다 언데드들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약간의 마나만 남겨 놓고 계속 마법을 썼다.
"시체 폭발, 시체 폭발, 시체 폭발, 시체 폭발!"
주문 시간이 짧고 위력이 강한 시체 폭발을 연속으로 외웠다.
"어디 갈 데까지 가 보자!"
혼돈의 전사들 진영에, 눈에 보이는 대로 시체들을 터트려버렸다.
아깝기 짝이 없는 시체들이었고 혼돈의 전사 무리를 더욱 자극하는 격이었지만, 어차피 이판사판이었다.
서윤은 언데드들의 도움으로 적들의 틈에서 빠져나와서 쿠비챠에게 덤벼들었다.
하짐나 아쉽게도 쿠비챠도 혼란 상태를 회복하고 함성을 질렀다.
"대지의 열기를 지배하는 전사들의 혼이여! 나에게 싸울 힘을 달라!"
전사의 광분!
쿠비챠의 건장한 근육에 핏줄이 선명하게 섰다.
분노로 심장을 빠르게 뛰게 만들어서 체력을 약간 회복하고 힘과 민첩성을 증가시키는 수법!
"캬오오!"
쿠비챠와 서윤이 순식간에 십여 합을 겨루었다.
서윤이 빠른 속도로 맞섰지만 힘에서 밀렸고, 혼돈의 전사들에게도 부상을 많이 당한 상태라 불리했다.
필살의 연격을 펼친 이후로 체력의 소모가 심해서 훨씬 약해져 있었다.
"인간 여전사여, 이제 그만 죽어라!"
쿠비챠의 도끼가 수차례 서윤을 두들겼다. 그리고 레드 스타가 휘둘렸다.
서윤은 지켜 주지 못해서 미안해하는 눈빛으로 위드를 보았다. 그리고 사망!
위드가 크게 고함을 쳤다.
"모든 언데드들은 쿠비챠를 노려라!"
지금의 상태를 지속하더라도 더는 의미가 없다.
쿠비챠는 서윤이 죽기 전에 한 공격들로 인해 부상이 심했다.
카오스 워리어들이 쿠비챠를 공격하기 위해 전부 순간 이동!
"왼쪽을 노려라! 다섯은 오른쪽 위에서 순간 이동을 해서 공격해!"
쿠비챠의 등에 업혀 있다 보니 시야가 거의 같아졌다.
그 덕에 쿠비챠의 공격 방향을 읽고 언데드들을 지휘해서 약간이나마 더 잘 싸우게 할 수 있었다.
언데드들은 쿠비챠의 몸을 도끼질로 난자하다가 역습을 받아 불덩어리가 되어서 소멸했다.
"블레이드 토네이도!"
토리도 역시 쿠비챠를 향해 최강의 스킬을 사용한 이후에 사망!
황금새와 은새도 지상으로 내려와서 쿠비챠를 공격했지만, 만신창이가 되어 혼돈의 전사들에 의해서 쫓겨 올라가야 했다.
"궁색한 해골, 이제 너의 차례다."
방해꾼들을 모두 제거한 쿠비챠가 살벌하게 말했다.
당당하게 말했지만 그의 몸도 초주검 상태였다.
쿠비챠의 놀라운 생명력 회복도, 모기처럼 달라붙어서 빨아 먹는 위드에 의해서 이루어지지 못하고 목숨 줄이 경각에 처한 것이다.
"죽어라, 해골!"
쿠비챠가 뒤로 휘두르는 도끼를 본 위드는 순간 등에서 옆구리 쪽으로 몸을 날렸다.
"마인드 핸드!"
조각술로 만들어 내는 세 번째의 손.
그 손으로 쿠비챠를 끌어안고 날렵하게 피했다.
완전히 공격 범위를 벗어나지는 못해 큰 타격을 받았지만, 흡수한 생명력으로 약간이나마 회복했다.
쿠비챠가 도끼질을 할 때마다 묘기를 부리는 원숭이처럼 등과 옆구리 사이를 오가면서 버텼다.
"마지막까지 귀찮게 구는구나!"
쿠비챠의 공격을 당할 때마다 위드의 뼈다귀들이 깨지고 부러졌다. 맞는 족족 생명력이 떨어졌다.
'이대로 죽겠구나.'
쿠비챠의 몸에서 떨어져 나올 수도 없고 마법 스킬을 쓸 수도 없으니 영락없이 죽게 될 상황.
"골골골!"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위드에게 익숙한 금인이의 소리가 들렸다.
음머어어어어!
누렁이의 울음소리도 있었다.
위드가 전투에는 끼지 말고 얌전히 기다리다가 상황이 불리하면 퇴각하라고 지시를 했었다.
"나 금인이가 간다. 우리 주인을 죽이지 마라, 골골골!"
누렁이의 등에 타고 금인이가 용감한 기사처럼 돌격했다.
"적이 아직 남았다."
"저지해라."
혼돈의 전사들이 저지하기 위해서 날파리 떼처럼 달려들었다.
"덤벼라, 골골!"
금인이는 검을 휘두르면서 적 진영을 돌파했다.
혼돈의 전사들을 지나칠 때마다 흠집 하나 없이 매끈하던 몸에 상처가 새겨졌다.
갈라지고, 부서지고, 불에 타서 녹아내리면서도 전진을 멈추지 않았다.
누렁이도 공격을 당해 불덩이가 되어서도 혼돈의 전사들을 돌파!
금인이가 영롱한 푸른빛을 내는 사파이어를 5개나 꺼냈다.
세공해서 중앙 대륙의 상점에 판다면 만 골드는 족히 받을 수 있는 보석.
"보석 파괴. 사파이어 오브!"
금인이를 중심으로 눈과 얼음 조각들이 휘몰아치면서 혼돈의 전사들을 강타!
돌풍의 중심과 함께 얼음 조각들이 쿠비챠를 향해서 몰려왔다.
"케에엑! 어디서 이런 공격을… 블링크!"
쿠비챠는 피하려 했지만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위드로 인해 순간 이동 실패!
사파이어 오브가 쿠비챠를 둘러싸고 회전하면서 무시무시한 상처를 냈다.
위드도 그 안에 포함될 수밖에 없었다. 최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쿠비챠의 등에 바싹 몸을 붙였다.
-극도의 추위로 인해 몸이 결빙되었습니다.
-생명력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습니다.
-신체 능력이 87%까지 저하됩니다.
-극도의 상태 이상! 언데드라서 감기에는 걸리지 않습니다.
-턱과 손가락이 얼어 마법 주문을 외울 수 없습니다.
-육체의 일부에 대한 감각을 상실합니다. 피부와 신경이 괴사 상태에 빠져야 하지만, 뼈밖에 없어서 해당되지 않습니다.
-몸을 완전히 움직일 수 없습니다.
-시전하고 있던 모든 마법 스킬들이 취소됩니다. 보호 마법들이 취소되며, 생명력과 마나 흡수도 이루어 지지 않습니다.
메시지 창이 쭉쭉 위로 올라갔다.
쿠비챠에게 도끼질을 당한 이후로 근근이 버티고 있었는데 사파이어 오브의 영향권에 들어서 생명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갔다.
위드의 텅 빈 해골의 동공에도 얼음 조각들이 붙었다.
절반밖에 열려 있지 않은 눈으로 금인이를 보니, 혼돈의 전사들에게 심한 공격을 당하고 있었다.
금인이가 마지막으로 외쳤다.
"주인, 세상을 보여 줘서 고마웠다. 골골골!"
그러고는 위드가 금지시켰던 마법을 다시 사용했다.
"보석 파괴!"
위드는 죽을 만큼 위험하면 쓰라고 5개의 사파이어를 비상용으로 주었었다.
더 이상은 쓸 보석이 없을 텐데 어떻게 스킬을 사용하는지 의아할 무렵이었다.
금인이의 몸이 폭발하면서 황금빛 광채가 혼돈의 전사와 쿠비챠를 휩쓸었다.
마지막으로 스스로의 몸을 터트려서라도 적들을 물리치고 위드를 구하려고 한 것이다.
위드의 머릿속에, 금인이와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금인이를 만들고 나서 했던 말들.
"넌 왜 이렇게 무능하냐. 밥값도 못하고."
형제처럼 장비를 나누어 쓰기도 했다.
위드가 입을 일이 없었던 초보 복장이나 클레이 소드 등의 고물들을 받아서 쓰던 신세.
"누가 너 같은 애를 만들어서… 누군지 몰라도 한심하다, 한심해."
"골골골."
그렇게 구박을 받으면서도, 금인이는 불만도 없이 와이번들과 사냥을 하면서 성장했다.
잘생긴 얼굴로 가끔 잘난 척을 하기도 했지만 위드에게 칭찬을 받기 위해서 애교도 부릴 줄 알았다.
"크어어어어!"
금인이가 그렇게 사망했지만 쿠비챠는 질기게도 살아남았다.
"모두, 모두 죽여 버리리라!"
극도의 상처를 입고 맹수처럼 포효하는 쿠비챠였다.
누렁이도 울부짖으면서 이리저리 날뛰었지만 혼돈의 전사들에게 몰려서 부상이 점차 심해지고 있었다.
절체절명의 상황!
위드는 재빨리 자하브의 조각칼을 꺼내서 자신의 가슴을 찔렀다.
얼마 남지 않은 생명력을 스스로 단축시키면서, 죽기 직전 안식의 동판을 꺼냈다.
"아아아."
"어떻게 이런 일이……."
KMC미디어의 직원들은 망연자실했다.
최종 단계에서 퀘스트를 실패하고 말았다.
그것도 위드의 조각 생명체들까지 몰살하게 될 상황이었다.
슬픔과 안타까움으로 눈물을 보이지 직원도 있었다.
강 부장이 씁쓸하게 말했다.
"위드의 신화도 끝나 버리고 마는군."
위드라고 성공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퀘스트의 난이도가 이렇게 높았다면 누구도 비난하진 못하리라.
쿠비챠는 언데드들의 집중 공격에, 불의 거인들과도 싸우고, 시체 파괴 등도 버텼다.
혼돈의 전사들을 지휘하는 쿠비챠에게 도전한 것만으로도 큰 용기였다.
"휴우, 그래도 정말 허전하군."
강 부장은 멍하니 아직도 전송되는 영상을 보고 있었다.
쿠비챠는 너무 큰 부상으로 인해 한쪽 무릎을 꿇고 쉬었고, 혼돈의 전사들이 모여들어서 삼엄하게 경계를 했다.
여전히 인페르노 나이트들을 상대하기에 충분한 수의 혼돈의 전사들이 있었고, 불의 거인들도 약화되어 전쟁 상황이 바뀔 여지는 거의 없어 보였다.
위드가 전쟁에 끼어들었던 것은 그야말로 기가 막힌 순간이었다.
그대로 지켜보기만 했더라면 혼돈의 전사들이 갈수록 더 많이 남아서 나중엔 덤비지도 못했을 것이다.
불의 거인들과 인페르노 나이트들이 적절히 버텨 주고 있을 때, 혼돈의 전사들도 많이 지쳐 있을 때 절묘하게 끼어들어 전투에 임했다.
놀라운 관찰력과 승부 근성이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것이리라.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정신없이 볼 수밖에 없었던 거겠지만."
극적인 순간들이 연속되면서 강 부장만이 아니라 작업 팀들도 영상을 멍하니 보고만 있었다.
강 부장이 주의를 환기시키는 의미에서 박수를 쳤다.
"다들 정신 차려. 이제 마무리 작업해야지. 퀘스트를 실패했으니까 자막과 음악은 아주 신중하게 넣어야 될 거야. 편성국, 지금 순간 시청률은 얼마나 나오고 있어?"
"네, 잠시만요."
편성국에서 나온 직원은 모니터를 살펴보고 나서 어이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지금 현재 17개 게임 방송사 중에 점유율이 92.5%인데요. 공중파와 뉴스 채널을 포함한 전체 시청률로
도 8.9%가 나오고 있습니다."
홈쇼핑이나 코미디, 드라마 방송 채널까지 다 포함시켜서 집계한 시청률이 8.9%였다.
게임 방송만을 놓고 계산한 시청률로는 92.5%
KMC미디어는 물론이고 어떤 방송국엣도 이런 시청률을 기록한 적은 없다.
로열 로드와 관련된 방송들 중에서는 100명 중에서 7~8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KMC미디어를 보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황당한 시청률이……."
기계 고장인가 해서 확인해 보았지만, KMC미디어의 다른 부서에서도 현재 난리가 나고 있었다.
각 기업들로부터 광고영업부로 전화가 쇄도했고, 해외사업부에서는 다른 국가의 방송사들로부터 연락들이 오고 있었다.
시청자 게시판은 폭주한 끝에 도저히 읽을 수가 없는 정도가 됐다.
-KMC미디어에서 한 방 크게 터트렸군요.
-위드의 모험이 방송됩니다. 지금 텔레비전을 켜서 KMC미디어를 틀어 보세요.
-텔레비전이 없는 분들은 방송국의 홈페이지에 가면 인터넷으로도 중계됩니다.
-인터넷으로 보는 건 추천하지 않습니다. 접속자 숫자가 너무 많아서 화면이 나오지를 않아요.
CTS미디어나 다른 방송국들은 KMC미디어를 질투하고 울상을 짓고 있을 게 분명했다.
일시적으로 시청률이 잠깐 오른 것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한번 이런 식으로 큰 이슈를 만들면 고정 시청자 숫자가 늘어나게 된다.
KMC미디어의 다른 방송 프로그램들도 시청률이 일정 부분 증가하는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특히 지금은 로열 로드가 일반인들에게도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어모으고 있다.
초기에는, 목돈이 들어가는 캡슐 가격으로 인해 가상현실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대중화에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 기간은 금방 지나가고, 더 좋은 자동차, 한두 평 더 넓은 집에 살 바에야 로열 로드를 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어린아이들을 동반한 가족이 함께 로열 로드에서 사냥을 하는 광경이 그리 낯설지 않게 변했다.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를, 로열 로드가 바꾸어 놓고 있었다.
일반인들이 게임 방송을 보게 되면서 게임 방송사의 영향력은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그 시청자들이 위드와 KMC미디어를 특별하게 기억하게 될 수 있었다.
이런 방송사들의 순위는 시간이 지나면 갈수록 뒤집기가 어려워지고 만다.
여기에는 CTS미디어나 다른 방송국들의 자충수도 일정 부분 작용했다.
지골라스에서 모험을 하는 탐험대의 이야기를 생방송으로 하면서 한창 재미를 봤다.
광고들도 짭짤하게 팔아먹고, 시청자들의 관심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위드의 모험이 방송되자마자 그 시청자들이 KMC미디어의 채널로 옮겨 가 버리고 만 것이다.
-드디어 위드의 모험이 합니다.
-KMC미디어로 갑니다. 안녕히.
-저도 갑니다. 크크크.
시청자들의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서, 인터넷에서도 모두 지골라스에 대한 이야기뿐이다.
마치 오랫동안 기다렸던 것처럼 너도나도 위드와 모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스크린에 나오는 영상을 보면서 강 부장이 중얼거렸다.
"그런데 퀘스트를 실패하게 되어서 굉장히 유감이군."
위드가 죽은 이후로 아직 몇 분이 지나지 않았지만 엄청난 전투를 보고 나니 큰일을 치른 것처럼 흥분이 가시지 않았다.
아니, 방송국 관계자의 입장에서는 지골라스에서 하는 위드의 특집 프로그램이 생방송 중이니 완전히 끝날 때까지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됐다.
그들의 싸움은 지금부터인 셈,
그런데 많은 KMC미디어의 직원들이 여전히 영상을 보고 있엇다.
잠깐 일을 하려고 돌아섰던 직원들도, 다시 영상에 시선을 빼앗겼다.
지골라스의 패권을 놓고 벌어지는 종족 전쟁은 여전히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았다.
강 부장은 불현듯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위드가 죽었는데 왜 영상이 계속 나오는 것이지?"
다른 직원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게요. 분명히 위드가 죽었는데……."
"원래 죽으면 영상도 따라서 끊기잖아요."
그런데 설명을 해 줄 수 있는 위드 열혈 팬 직원들은 아무 말 없이 영상만 보았다.
두근. 두근.
심장이 떨리고 있었다.
조금 후에 벌어지게 될 광경을 그들만은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드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부터, 주위가 소란스러워졌을 때에도 영상을 보면서 가슴 졸이던 직원들이 많았다.
'와라.'
'이제 일어날 때가… 크크크크크크.'
자욱하게 일어나는 연기!
그 안에서 거대한 녹색 광망이 번뜩였다.
시선을 내리니 쿠비챠가 훨씬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위드는 죽음을 거부할 수 있는 힘으로 되살아난 것은 알았지만, 근원의 스켈레톤 등으로 재탄생했던 때와는 몸이 다른 것을 느꼈다.
건축물의 철골보다도 굵은 뼈마디.
날개와 꼬리가 있고, 머리와 주둥이의 크기는 엄청났다.
위드는 본 드래곤으로 다시 살아난 것이다.
-심연의 어둠 속에서 되살아났습니다. 죽음을 거부할 수 있는 힘의 스킬 레벨이 1단계 올랐습니다.
초급 3레벨이 되었습니다. 생명력이 추가로 2% 늘어나며, 어둠의 힘을 2%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사악한 땅에서 싸울수록 효력을 더할 것입니다.
부활 가능한 언데드의 종류가 늘어납니다.
부활 후 사용 가능한 종족 고유 스킬의 개수와 스킬 레벨이 향상됩니다.
-초대형 몬스터로 부활하셨습니다.
종족 스킬에 페널티가 적용됩니다.
종족 능력치의 기본 조건을 갖추기 못했기에, 육체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없습니다.
취약한 생명력을 갖게 됩니다.
육체의 무게를 유지하느라 힘의 많은 부분이 빼앗깁니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은 신체를 파손시킬 수도 있습니다.
달라진 몸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일단 누렁이부터 찾았다.
'아직 죽지 않았군.'
누렁이는 죽음이 임박한 상태로 날뛰면서 힘겹게 버티는 중이었다.
사력을 다한 저항으로 인해서 혼돈의 전사들도 최후의 일격을 가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구해 주마.'
한 걸음을 내딛자 무려 10미터 이상 움직였다.
꽈아아아앙!
그리고 엄청난 발소리.
발을 내딛는 울림으로 던전이 뒤흔들렸다.
엄청난 위세를 보여 주는 것과는 달리 뼈마디들이 쑤셨다.
크게 걸음을 걷는 것는 것만으로도 생명력이 떨어졌다.
초대형 몬스터의 수난.
위드는 주둥이를 크게 벌려서 누렁이를 뒤덮었다.
누렁이를 한 입에 물고 공중으로 내뱉었다.
-황금새, 은새, 너희가 아직도 살아 있다면 누렁이를 잡아라.
째재재잭!
연기 속에서 황금새와 은새의 맑은 울음솔가 들렸다.
누렁이를 구하기 위해 공중을 맴돌면서 틈을 노리던 둘이 잽싸게 날아왔다.
위드가 내뱉은 누렁이를 어깨에 부축하고 혼돈의 전사들이 덤비지 못하는 높은 곳까지 올라가는 것에 성공!
'이제 쿠비챠의 차례군.'
위드가 돌아섰다.
혼돈의 전사들과 인페르노 나이트들이 위를 올려다보며 경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위드는 잠깐도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쿠비챠가 회복할 시간을 주면 안 될뿐더러, 현재의 육체로 싸울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도 없다.
본 드래곤이라고 해도 지금처럼 천장이 막혀 있는 장소에서는 날지도 못한다.
-쿠오오오오오오오!
드래곤 피어!
혼돈의 전사들이 본능적으로 약간 멈칫거리는 틈을 타 위드는 재빨리 움직였다.
먼저 뒷발로 쿠비챠를 덮고 질근질근 비볐다.
온 체중을 실어서 하는 공격이었다.
쿠비챠는 부상이 심해서 순간 이동이나 도망칠 생각도 못하고 속절없이 짓밟혔다.
하지만 그 잠깐 사이에 조금 회복이 되었는지, 밟혀도 죽지 않았다.
위드는 공을 가지고 놀듯이 공중에 띄워 올린 후에 입에 넣고 깨물었다.
"대전사님을 구해야 한다!"
"본 드래곤을 쳐라!"
드래곤 피어의 영향력은 5초도 유지되지 못했다.
혼돈의 전사들이 도끼를 들고 순간 이동을 해서 위드의 온몸을 두들겼다.
목덜미와 척추, 옆구리, 다리를 가리지 않고 혼돈의 전사들의 도끼질이 가해졌다.
전신이 불타오르는 본 드래곤!
초대형 몬스터가 강한 것은 그만한 힘과 생명력이 있기 때문이다.
육체도 감당하지 못할 크기로 다시 태어난 것은 오히려 불운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적들을 공격하기에는 너무 느리고, 또 적들을 단숨에 죽일 힘도 없다.
반면에 공격당할 구석은 셀 수도 없이 많았으니!
더구나 현재의 몸에 익숙해지지도 않은 상태였다.
'국민 체조라도 몇번 하면 좋을 텐데…….'
생소한 느낌을 전해 주는 꼬리와 날개가 있었지만 써먹지도 못했다.
위드는 앞발과 날개로 몸을 감싸로 웅크린 채로 머리는 바짝 숙였다.
이른바 본 드래곤으로 할 수 있는 최상의 수비 자세!
때릴 만큼 때리거나 말거나, 위드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앞 이빨보다는 어금니가 그래도 좀 더 강하지.'
돌멩이를 씹는 것처럼 딱딱하짐나 어금니가 깨지거나 말거나 깨물었다.
이빨 빠진 본 드래곤이 되거나 말거나, 어떻게 해서든 쿠비챠를 처리해야 한다는 필사적인 혈투!
동시다발적인 공격을 받는 위드의 생명력이 급속도로 하락했다.
하지만 쿠비챠도 입안에서 순간이동으로 도망치지도 못하고 계속 잡혀 있었다.
그렇게 생으로 쿠비챠를 씹어 대던 와중에 갑자기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띠링!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지골라스의 지배권을 노리던 혼돈의 대전사 쿠비챠가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습니다.
-위대한 전투 업적으로 인하여 명성이 1,875 올랐습니다.
-쿠비챠와 싸워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지골라스뿐만 아니라 넓은 베르사 대륙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찬사받아 마땅한 모험일 것입니다.
-베르사 대륙 전체의 음유시인들이 당신을 위한 노래를 부르게 될 것입니다. 당신의 노래가 울려 퍼질때마다 명성이 오르고 악명이 조금씩 감소합니다.
-기품이 35 증가합니다.
-귀족 사회 그리고 각국의 왕들에게 호의를 받게 됩니다.
-카리스마가 11 상승하셨습니다.
-투지가 7 상승하셨습니다.
-지골라스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될 영광적인 전투의 승리로, 전투에 참여했던 모든 이들의 전 스탯이 6씩 오릅니다.
-혼돈의 전사들과 돌이킬 수 없는 철천지원수 관계가 형성되었습니다. 적대도가 최대치가 됩니다.
호칭! 불멸의 전사를 획득하셨습니다.
죽음 속에서 되살아나서 스스로의 한계를 극복하며 싸움에서 승리한 자에게 부여되는 호칭입니다.
언데드들에게 특별한 존중을 받을 수 있으며, 네크로맨서와 암흑 기사, 죽음의 기사로부터 호감을 이끌어 냅니다.
자신보다 강한 적과 싸울 때 생명력과 힘, 민첩성이 5% 늘어납니다.
죽음을 거부할 수 있는 힘으로 되살아났을 때의 효과가 10% 증가합니다.
-혼돈의 대전사 부츠를 획득하셨습니다.
-혼돈의 대전사 판금 갑옷 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지골라스의 지하 지도를 획득하셨습니다.
-드래곤이 만듬 검 레드 스타를 획득하셨습니다.
-슬로어의 결혼반지 한 쌍을 획득하셨습니다.
아이템의 습득까지!
위드의 생명력도 어느새 12%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주인, 지금 구하러 간다."
"내가 갈 때까지 버텨 보세요."
황금새와 은새가 누렁이를 안전한 곳에 데려다 놓고 돌아오고 있었다.
위드는 그들을 향해 귓속말을 전했다.
-날 걱정해 줄 필요는 없다. 누렁이에게 돌아가라. 이건 무조건 들어야 하는 명령이다.
황금새와 은새가 온다 해도 위드를 구하지는 못할 것이다.
혼돈의 전사들이 모두 그에게 덤벼들고 있었다.
인페르노 나이트들과 싸우던 혼돈의 전사, 불의 거인들을 향해 집단으로 덤비던 이들도 목표를 바꾸어서 위드를 죽이기 위해서 온다.
피할 수 없는 두 번째의 죽음을 맞이하겠지만, 더 이상 여한이 없다.
위드는 벌써 본전은 뽑았다고여겼다.
-지긋지긋한 놈들. 어디 이것도 맞아 봐라.
위드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마실 수 있는 한 최대한 크게.
본 드래곤의 흉곽이 무시무시하게 부풀어 올랐다.
그리고 마나와 함께 발출했다.
애시드 브레스.
본 드래곤의 산성 브레스를 혼돈의 전사들을 향해 쏟아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