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조각사의 갱도
위드는 왔던 길을 몇 번이나 돌아보았다.
이미 누렁이와 황금새, 은새의 불신은 씻을 수 없는 상태였다.
"여기가 아닌가?"
"......."
"뭐, 돌아가면 되겠군."
길을 잘못 든 것도 벌써 열두 번이 넘었다.
막다른 길, 위험해서 통과할 수 없는 길, 너무 좁아서 지나치지 못할 길 등!
위드가 길을 못 찾는 편은 아니었지만, 땅속이라서 동서남북의 방향을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지골라스의 지하는 던전들끼리 연결되어 있는, 개미굴처럼 복잡한 구조였다.
수백 가지의 갈림길들이 나오고 복잡하게 퍼져 있다 보니, 원하는 목적지로 향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헬리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도 지상을 기준으로 예측한 것이라 불분명했다.
서윤이 망설이다가 손을 내밀었다.
"제가 지도를 봐도 될까요?"
몇 번 말을 하고 나서는 이제 더듬거리지 않고 자연스러워진 그녀였다.
위드는 지하 지도를 건네주었다.
"원하는 대로 해. 근데 이 지도가 너무 복잡해서 길을 찾기가 쉽진 않을 거야."
그녀도 실패할 것이 분명했으므로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작전!
'초반이나 중간에 실패한 건 아무것도 아니야. 마지막에 실패한 사람이 전부 뒤집어쓰게 되는 거지.'
서윤이 지도를 잠시 살피더니 오른쪽을 가리켰다.
"여기로 가면 될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해? 하긴, 원해 사람은 실수도 하고 그러니까. 어디, 그쪽으로 가 보자."
위드는 넓은 포용력을 보여 주기 위해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며 뒤를 따랐다.
"200미터 정도 앞에서 뽀족한 종유석들이 나올 거예요."
서윤의 말은 귓등으로 흘려들었다.
"종류석들이야 어디든 많이 있지."
조금 걸으니 정말 종유석들의 틈을 헤치고 지나가야 하는 장소가 나왔다.
흔하게 보이는 종유석들이 아니라 기기묘묘하게 생겨난 종유석들. 맑은 물방울들이 떨어져서 마실 수도 있었다.
위드도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면서 음식과 물을 섭취해야 했다.
누렁이나 황금새, 은새도 갈증을 느끼던 차에 목을 축일 수 있었다.
"여기가 솟아오른 종유석 던전이네요. 그다음으론 굳은 용암 던전으로 들어갈게요."
큰 통로로 분출되다 만 용암들이 굳어 있는 던전이 나왔다.
위드도 헤매면서도 비교적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였지만 서윤은 정확하게 길을 찾아가고 있었다.
상처 받은 자존심을 복구하기 위해서 위드는 누렁이를 향해 말했다.
"원래 나도 알고 있었던 길이야."
음머어어어.
"내가 길을 거의 다 찾았던 거라니까."
누렁이는 늘어져라 하품을 하면서 걷기만 할 뿐이었다.
쇠귀에 경 읽기라는 말처럼. 일절 관심이 없었다.
그녀 덕분에 길 찾기가 수월해져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물과 식료품은 충분했지만, 던전의 중간에는 몬스터들이 계속 몰려들었다.
리치로 변해서 언데드들을 이끌고 다닐 때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좁은 통로에서의 전투라서 반 호크와 토리도, 황금새, 은새 들의
연합으로 비교적 무난하게 싸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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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사 피에체의, 헤메는 희망을 감상하셨습니다.
예술 스텟이 2 증가합니다.
뛰어난 안목의 작품 감상으로 조각술 스킬의 숙련도가 약간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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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로에서 조각품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어두운 통로에서 횃불을 들고 탐험을 하는 사람의 조각상!
힘과 체력, 의지를 북돋아 줌으로써 회복 속도를 늘려 주는 효과가 있는 작품이었다.
"지골라스에 온 조각사가 만들었겠군."
헬리움 광산으로 추정되는 장소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그곳까지 가려면 복잡한 갈림길을 지나야 했는데, 조각사가 길을 헤메다가 만들었을 것으로 추측되었다.
"감정!"
위드는 혹시나 싶어서 조각품의 추억 스킬을 활용했다.
무기류나 방어구까지 살필 수 있는 감정 스킬과는 달리 작품을 직접 만지고 특별한 부분을 찾아야 한다.
조각상의 손 부분, 조각칼을 단단히 쥐고 있는 부분을 통해 조각품에 간직되어 있는 추억을 보았다.
"깜깜하군. 암흑이야."
"......."
조각품이 있는 장소는 칠흑처럼 어두웠으니 추억이라고 해도 보일 게 없었던 것이다.
조각품을 만들 때에는 수염이 덥수룩하게 나 있는 사내가 작은 불빛에 의지해서 벽에 작품을 새기는 것이 보였다.
몬스터로 인해 불안한 듯이 자꾸 뒤를 돌아보면서도 작품을 만들던 조각사.
"계속 전진하지.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지름길로만 가지 말고 다른 길들도 살펴볼 수 있을까?"
"그렇게 할게요."
뛰어난 조각사들의 작품들이 지하 통로에 조각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찾지 않는 이곳, 10대 금역 중의 한 곳에 놔두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작품들이었다.
이 작품들을 잊힌 채로 그대로 놔둘 수는 없지 않겠는가.
'절대 예술 스탯을 얻기 위해서는 아니야. 숭고한 조각사들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내가 작품을 봐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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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린펠트나 하벤 왕국 함대의 유저들은 적지 않게 화가 났다.
일부러 고생을 하라고 장난을 치는 게 아니라면, 옸던 길을 되돌아가는 도둑의 행동에 지쳤던 것이다.
그들뿐만 아니라 헤르메스 길드에서 함께 온 지원 병력도 불쾌한 얼굴이었다.
"또 2시간이 넘게 헤매고도 제자리로군."
"사흘이나 나흘이면 자신 있게 위드를 찾을 수 있다더니 오늘로 며칠째인지 모르겠어."
만약 위드가 던전을 나오는 중이라면 더 빨리 만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잔뜩 긴장한 채로 전투준비를 했다.
헤르메스 길드원들이 있었기에 몬스터들과 싸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지골라스를 파악한 후에 보내온 빙계 마법사와 샤먼 들에 의해서 불의 거인들도 조직적으로 사냥되었다.
초대형 보스급 몬스터라서 전투가 매우 힘들었지만, 정신 계열 마법을 사용해서 명중율과 판단력을 떨어뜨리고 일제
공격을 통해 잡을 수 있었다.
불의 거인이 빙계 마법과, 얼음 속성이 부여된 화살을 한 지점에 맞게 되면 그곳의 육제가 파괴되어 버린다는 약점을 찾았던 것이다.
대규모 집단 사냥으로 몬스터들을 쓸어버리면서 전진하는 헤르메스 길드.
그렇게 해서 닷새 만에 인페르노 던전의 끝까지 들어갔다.
마법진을 발견하고, 여러 스탯들이 올라갈 때만 하더라도 표정들이 밝았다.
"이렇게 멀리까지 모험하는 것도 괜찮군요."
"모험을 오니 기분도 상쾌하고, 이런 보상까지 받을 수 있으니 잘 온 거 같네요."
하벤 왕국의 사냥터에서는 주로 경쟁적으로 레벨과 스킬 숙련도만을 올릴 뿐이었다.
고향을 떠나 지골라스의 던전까지 와서 스탯들이 올라가는 이득을 얻었다.
하지만 그 후로 추적대에 속한 발굴가와 어쌔신, 도둑 들은 위드의 뒤를 쫓는 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쪽 길로 온 것 같은데.......
아시다 시피 몬스터들이 많이 사는, 바닥이 돌로 되어 있는 지하 던전에서는 원하는 흔적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벌써 스무 번도 넘게 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시지요."
"그런 말들을 들은 것도 며칠은 됩니다. 어쩔 수 없이 따라가고는 있지만 뭔가 소득이 있어야 될 게 아닙니까."
실질적으로 추적의 총책임을 맡은 도둑도 하고 싶은 말은 많이 있었다.
이렇게 깊고 넓은 던전에서 횃불이나 라이트 마법에 의존해서 위드가 갔던 길을 추적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발자국이 있기에 따라갈 수는 있었지만, 긴 시간 땅바닥만 보고 걸었더니 지긋지긋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분명히 이 길을 지나갔는데.'
동료 도둑들이나 발굴가, 어쌔신 들도 그의 말에 동의했다.
위드와 그 일행은 틀림없이 이 길을 통과했다.
"그런데 왜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간거야."
앞장서서 걸어가던 도둑의 말에 어쌔신이 한숨을 쉬었다.
"정말 영문을 모를 일이죠."
지골라스의 지하 던전들은 넓고 복잡했다.
위드는 던전들끼리 이어진 길을 따라서 좀 가다가, 방향이 아닌 것 같으면 지도를 보고 다시 갈림길까지 돌아갔다.
길이 완전히 막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정도는 헤맨 것의 계산에 넣지도 않았다.
그렇게 길을 잃고 돌아다닌 것을 따라가려니 뒤를 추격하는 입장에서는 짜증이 날 노릇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추적자들이 헤매는 결정적인 이유가 되지는 못했다.
알 수 없는 상대의 경로에 머릿속이 복잡해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계속 흔적들을 추적하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문제는 위드와 서윤의 발자국이 계속 바뀐다는 점이었다.
대장장이, 재봉 스킬로 만들어 낸 수많은 부츠들을 번갈아서 착용하고, 심지어 인페르노 나이트나 혼돈의 전사, 다른
몬스터들의 발자국으로 위조까지 했다.
몬스터들과 흔적이 뒤섞일 때만다 몇 배씩은 골치가 아파왔다.
영특한 누렁이는 황금새와 은새의 도움을 받아서 앞발을 들고 걷기도 했던 것.
"이쪽 길이 맞는 것 같은데. 흔적은 엉뚱한 곳으로 이어져 있으니......."
발굴가 타소르는 던전들의 경로를 추적하면서 지도를 그렸다.
여러 길들을 토대로 지도를 만들었음에도 위드의 경로가 엉뚱할 때가 있었다.
중간에 흔적이나 길이 끊어지기도 했다.
"이럴 수는 없는 건데. 도대체 어디를 가려고 이렇게 엉뚱하게 움직이는 거지?"
위드는 추적자들에 대해서 짐작을 하고 있었다.
'방송이 되면 인페르노 던전을 쫓아올 수도 있겠지.'
던전의 지형이나 배경을 보고 추적을 해 올 가능성이 있다.
설혹 찾지는 못하더라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두어서 나쁠 건 없다.
이런 외딴 던전에서 복수의 칼을 갈고 있을 드린펠트나 그리피스를 만난다면 위험하기 때문이다.
던전이 넓으니 신발 바꿔 신기만으로도 혼란을 줄 수 있고, 정령도 이용할 수 있다.
"흙꾼아, 길을 막아 버려."
"알겠습니다, 주인님."
"겉으로는 자연스럽게 해야 된다."
"노력해 보겠습니다."
"발자국 흔적도 감춰. 다른 길로 걸어간 걸로 위장해 놓도록 해."
흙꾼을 시켜서 길을 막아 버리거나, 발자국이 엉뚱한 장소로 이어지게 했다.
숲에서 정령술을 펼치는 엘프들을 추적하기 얼려운 것처럼, 정령들이한 흔적을 조작하기에는 최고였다.
어쌔신과 도둑, 발굴가 들은 미세한 발자국들까지 파헤쳐야 했다.
막혀 있는 길은 삽을 들고 파서 뚫거나, 다른 던전들을 우회해서 멀리 돌아오느라 추적이 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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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사 무르니의, 돌멩이에 새긴 꽃을 감상하셨습니다.
예술 스탯이 1 증가합니다.
뛰어난 안목의 작품 감상으로 조각술 스킬의 숙련도가 약간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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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의 명인 조각사 이반체의, 곡괭이를 든 조각사를 감상하셨습니다.
예술 스탯이 3 증가합니다.
뛰어난 안목의 작품 감상으로 조각술 스킬의 숙련도가 약간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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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와 서윤은 던전들을 돌아다니면서 작품들을 감상하며 헬리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로 향했다.
조각사들이 몬스터에게 도망치고 자연 재앙에 목숨을 잃으면서 왔던 길을, 조각 생명체와 서윤 덕분에 조금 수원하게 올 수 있었다.
오는 도중에도 물론 많은 조각품들을 발견했다.
"머리 장식이 은으로 되어 있군. 세공 솜씨가 좋아서 가격이 꽤 나가겠는데."
그가 지나갈 때마다 조각상의 귀금속류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비싼 광물들로 만든 조각품들도 해체!
있다면 조각상의 금이빨까지 뽑아 갈 사람이 위드였다.
그리고 드디어 낡은 펫말이 세워진 장소에까지 도착했다.
『헬리움 광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꿈을 가진 젊은이여, 여기서 발을 돌려라.
삶도 예술이라는 것을 나는 너무 늦게 깨달았다.』
헬리움 탐사에 나선 조각사들이 들어간 광산에 도달한 것이다.
지지대로 세워진 나무들이 다 썩어 들어가는 갱도의 입구가 시커멓게 입을 벌리고 있었다.
광부가 던전 탐험을 위해 구성된 파티를 결성해서 왔더라도 헬리움 광산으로는 함부로 들어가지 못한다.
파티를 해체하고 1~2명의 소수만이 탐험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이 너머에는 뭐가 있을지 알 수 없겠군."
위드는 광산 탐험은 여러모로 껄끄럽다고 생각했다.
조각사는 길을 찾는 행운의 곡괭이질이나 지질 추적 등, 광산 탐험에서 유용한 스킬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면서도 돌아 나가지는 못했다.
"조각술과 관련된 것만 아니라면 나갈 수도 있겠지만 결국 언젠가 한번은 오게 될 것 같아."
헬리움 광산으로 들어가기로 결정!
위드는 배낭을 열어 보았다.
모험을 하면서 직접 만든 보리 빵 20개, 식수를 열 통 이상은 항상 넣고 다녔다.
인간으로 돌아왔으니 그도 먹어야 산다.
슬로어의 결혼식에서 챙긴 고급 음식들은 유통기한이 짧아 이곳까지 오면서 모두 먹었다.
보리 빵 35개가 있었고, 식수도 여덟 통이나 남았다.
그러고도 부족하다면 누렁이의 배낭에서 물과 식량을 채울 수 있었다.
"그래도 음식을 아껴 먹어야 되겠군."
조각 변신술을 이용하여 음식을 섭취하지 않아도 되는 리치로 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광산 안에 시체가 별로 없다면 언데드를 소환해서 싸우기 어렵다.
전투력으로만 보면 크게 도움이 되진 않으리라.
위드가 고개를 저었다.
"넌 여기에서 애들을 지켜 줘."
서윤과 같이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광산 밖에서 누군가는 기다리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
추적자들이 쫗아와서 입구를 장악해 버리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누렁이나 황금새, 은새까지 모두 죽일 수는 없었다.
"놈들이 나타나면 도망쳐도 돼.
안전한 장소에서 내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되니까. 그리고 나는, 혹시 모르니까 한 녀석만 데리고 들어갈께."
위드는 조각 생명체들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헬리움 광산 안에서 모험을 함께할 부하를 골라야 한다.
짹짹짹.
황금새가 딴청을 피우는 듯이 고개를 돌리고, 은새는 배를 부여잡고 땅바닥을 구르며 아픈 척을 했다.
누렁이는 힘든 척 네 다리를 비틀거렸다.
'나를 고르진 않겠지.'
세 조각 생명체들의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광산으로 들어가서 고생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던전은 지긋지긋했지만, 광산이라니!
육체적으로 굉장히 고된 장소가 아니겠는가.
품위를 중요시하는 조각 생명체에게 있어서는 절대로 가고 싶지 않은 장소!
위드가 마침내 함께 갈 조각 생명체를 정했다.
"누렁아, 나랑 같이 들어가자."
누렁이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결정이었다.
게다가 위드의 시선이 미치는 곳은 몸통에 붙어있는 꽃등심이었다.
'배가 고프면 육회라도.......'
위드는 입맛을 다셨다.
"그럼 헬리움을 찾아올게."
위드는 정말 들어가고 싶지 않아 하는 누렁이의 목덜미를 잡고 광산 안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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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닫혀 있던 헬리움 광산의 탐험자가 되셨습니다.
혜택: 명성 100 증가.
일주일간 경험치, 아이템 드랍률 2배.
첫 번째 사냥에서 해당 몬스터에게 나올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좋은 물건 아이템이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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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와 누렁이는 광산에 뚫려 있는 좁은 길을 걸었다.
어둡고 탁한 공기.
어디선가 물방울이 떨어지는 으스스한 소리가 들렸다.
무엇이 갑자기 튀어나올지 모를 오싹한 분위기.
발소리가 크게 울렸다.
"조각칼이로군."
-체페른의 조각칼을 습득하셨습니다.
자하브의 조각칼보다는 크게 못했지만, 조각칼을 비롯하여 여러 세공 도구들을 얻었다.
"죽은 조각사들인가."
헬리움 광산의 입구 부근은 웬만한 공포 영화보다도 무서운 분위기였다.
"조각 도구들은 거래 가격이 싼데."
조각 재료들은 직접 쓰면 되겠지만, 큰돈이 안 되는 물건들밖에 없는 것에 실망!
어둡고 캄캄하더라도 위드는 두려움이 없었다.
좁은 통로에서 갈림길이 8개나 나왔다.
길을 알려 주는 이정표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제도 않았고 흔적들을 추적할 수 있는 스킬도 없다.
"모두 들어가 봐야겠군."
헬리움 광산은 미로처럼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많은 조각사들이 실패했으니 무언가 어려운 면이 있겠지.
이 정도에 어렵다고 느낄 필요는 없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노가다에 대한 의지!
2개의 갈림길을 통해서 채굴 지역에 도착했지만, 천장이 무너져서 막혀 있거나 용암이 가득 차 있었다.
"여섯 곳만 더 가 보면 돼."
가끔씩 조각품들이 발견되어서 섭섭함을 덜어 줬다.
식량과 식수가 조금 줄어들었다.
그리고 갈림길들은 다른 갈림길로 이러지고, 다시 갈림길들이 나왔다.
우려했던 대로 끝없는 미로로 연결되고 말았다.
"주인, 일단 왔던 장소로 돌아가 보면 어떨까?"
누렁이가 의견을 냈을 때, 위드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미로는 처음부터 차근차근 살펴봐야 헤매지 않는다.
갇혔다는 생각이 들면 그때부터는 조바심을 낼 수밖에 없고, 그러면 매우 위험해지는 것이다.
"나도 알아. 그런데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 같거든."
위드는 뒤를 돌아보았다. 시커먼 어둠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갈림길들이 연결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오면서는 그림자에 덮여서 보이지 않던 장소에도 통로들이 이어져 있었다.
"일단 왔던 곳까지 가 보자."
위드와 누렁이는 거꾸로 되짚어가려고 했다.
길 찾기에서 서윤보다는 약했지만, 위드도 웬만한 미로들은 우습지 않게 통과했던 경험이 있다.
마법의 대륙에서도 많은 미궁들을 해체하면서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그런데 직접 비슷하게 생긴 좁은 통로를 걸으면서 길을 찾기란 대단히 어렵다.
게다가 이곳의 어디에 헬리움이 있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위드는 결국 입구로 돌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잘못된 길을 두 번 이상 들게 되면, 정확하게 길을 알지 않고서는 왔던 곳으로 돌아가지 못해.
그건 헬리움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울 거야."
그때부터 위드의 눈초리가 땅에 떨어진 동전을 보았을 때처럼 날카로워졌다.
'이곳에 다른 인간이나 조각사는 지금 없는 것 같다. 몬스터들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도 아니고.......'
몬스터라도 나오면 사냥을 해서 길을 물어보면 된다.
좁은 통로가 이어져 있기에 고블린 따위의 몬스터들밖에 살 수 없겠지만, 놈들의 역한 냄새 등은 맡아지지 않았다.
'이곳은 조각사들이 많이 들어온 장소야. 그러니까 길을 찾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위드는 냉정하게 생각을 해 봤다.
미로 전체의 난이도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조각사들이 만든 광산이라는 데 암시가 있으리라.
'조각사들은 몬스터들은 물론이고 다른 침입자들도 달가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허락받지 않은 침입자들을 물리치기 위한 미로 일 수도 있다.
"조각사들이 남겨 놓은 것은... 결국 조각품뿐인데."
위드는 통로마다 가끔씩 조각품들이 떨어져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값이 나가는 물건들은 빠뜨리지 않고 호주머니에 챙겨 왔다.
"이게 조각사에게 따라오라는 암시일 거야. 감정!"
위드는 조각품에 간직되어 있는 추억을 보았다.
갈림길에서 조각품을 만들고 나서, 횃불을 들고 어느 한 방향으로 떠나는 조각사의 뒷모습!
"이곳이구나."
위드는 자신 있게 걸음을 옮겼다.
조각품이 그를 바른길로 인도하고 있었다.
조각품을 챙기는 것은 나중에 나갈 때를 대비해서 일단 중단했다.
그렇게 1시간 정도를 누렁이와 함께 걸었다.
위드의 지구력과 인내력은 최소한의 식량 섭취로도 버틸 수 있는 정도였다.
생존력에 있어서만큼은 바퀴벌레를 완전히 압도한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마트에서 1+1로 행사하는 대형 세제를 구입할 사람이 위드.
누렁이는 스스로 먹을 식량을 지고 다녔으므로 꽤 오랫동안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동물의 고기 말린 것, 식물들로부터 추출한 엑기스들을 섞어서 사료를 만들어 포대째로 가지고 있었다.
한참을 걸은 후에 미로의 끝에서 드디어 광산용 수레를 발견했다.
수레는 갱도를 달리는 철로에 연결되어 있었다.
"광산용 수레를 타고 가면 조금 더 빨리 갈 수 있겠군."
그러나 누렁이는 수레에 대해서 상당히 비관적인 생각을 했다.
"주인, 그냥 걸어가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데, 수레를 타고 가야지."
"차라리 나를 타고 가는 게 어떻겠나."
"고생시키지 않을 테니까 나만 믿어. 그런데... 네가 앞에 타."
위드는 누렁이를 태우고 수레의 뒤쪽에 탑승했다.
충돌 시의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황소 몸통!
광산용 수레의 뒤쪽에 묶여 있는 쇠사슬을 풀어내고, 걸려있는 막대를 아래위로 오르락내리락했다.
막대의 힘을 이용해서 바퀴를 굴릴 수 있었다.
끼이이이이이잉.
거친 쇳소리를 내면서 전진하기 시작하는 광산용 수레.
막대를 움직일 때마다 수레에 점점 가속도가 붙었다.
"제법 빨라지는데."
위드는 막대를 놓고 사냥에서 주운 야광석을 이용하여 수레의 전방을 비춰 보았다.
굴곡진 갱도에서는 앞에 뭐가 있는지 확인이 어려웠다.
지하로 내려가는 방향이라서 수레는 갈수록 빨라졌다.
미로를 벗어나서 상쾌하게 달리는 수레!
누렁이가 머리를 바싹 숙이로 얘기했다.
"주인, 천천히 가면 안 되나."
위드도 앞에 뭐가 나올지 모를 마당이니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속도를 줄이도록 하자."
오른쪽에 있는 강철 막대기를 들어 올리면 철로의 양쪽에 마찰 면이 달라붙어서 멈추게 만드는 방식이었다.
위드가 막대를 들어 올렸다.
차카카카캉!
수레의 뒷부분에서 엄청난 불똥이 튀면서 속도가 약간 늦춰졌다.
"역시 나만 믿으면 된다니까. 넌 나 같은 주인을 만나서 이렇게 편하게......."
위드가 막 말을 끝맺기도 전에 철로의 경사가 거의 깎아지듯이 아래로 향했다.
수레의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 것은 당연지사!
"주인, 무섭다."
"알았어. 여기서 멈출게!"
위드는 제동장치를 최대한의 힘으로 들어 올렸다.
스탯을 힘과 민첩에만 투자했기에 어마어마한 괴력이 있었다.
큰 바위를 거뜬히 올릴 힘으로 제동장치에 힘을 가했다.
하지만 오래된 제동장치는 과도한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바퀴와 연결된 중간 부위가 떨어져 나가고 말았다.
좌우로 흔들거리면서 맹렬하게 전방으로 쏘아져 나가는 수레!
위드는 판단을 내렸다.
"음, 고장이로군."
위험할수록 냉정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남의 일처럼 객관적으로 상황을 분석해서 누렁이에게 전달했다.
"어쩌냐. 이 수레를 멈추게 못 할 것 같아."
음머어어어어어어어어!
"이대로 철로를 이탈해서 어디 부딪치면 확실히 죽겠군."
조금의 희망 따위도 일으키지 못하는 절망적인 설명!
광석 운반용 수레는 점점 가속도가 붙어서 무지막지한 속도로 갱도를 내달렸다.
"그래도 희망적인건... 죽을 때 고통은 못 느낄 것 같아."
공포에 질린 누렁이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울움소리를 내며 울었다.
갱도의 나무 지지대들 사이를 통과하며 지하로 향하는 광산용 수레는 가공할 정도로 빨라졌다.
"몸을 낮추고 꽉 잡아!"
철로는 일직선으로 뚫려 있는 게 아니고 원만한 곡선을 그리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제한속도를 초과해서, 수레와 몸 전체가 이탈할 것처럼 옆으로 쏠렸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었지만 수레는 덜커덩거리면서 계속 지하로 향했다.
답답하고 꽉 막혀 있는 지골라스의 던전과 광산을 모험하면서 오랜만에 경험하는 짜릿함!
위험하기는 해도 감히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온몸에 긴장이 흘렀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오르막이 나오면서 자연히 속도가 감소했다.
누렁이가 기쁨의 울음을 터트렸다.
"주인, 이제 우리 살 수 있을 것 같다!"
위드도 다행스럽다는 생각에 말했다.
"그래도 우리는 참 운이 좋아. 중간에 철로가 끊어져 있다거나 하지 않아서 말이야.
오랫동안 누구도 쓰지 않았을 갱도인데 철로가 멀쩡하다니 기적 같은 일이잖아."
오르막이 이어지는 부분에서 철로는 넓은 지하 공동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까마득한 절벽과 절벽 사이로.
그런데 말이 씨가 된다는 이야기처럼, 중간에 철로가 30미터 정도 뚝 끊어져 있는 것이었다.
누렁이는 죽음을 떠올렸다.
"주인, 세상을 경험할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웠다. 모라타에 있는 내 새끼 소들을 부탁한다."
처절한 심정으로 유언을 남겼다.
꽃등심도 남기지 못하고 죽을 신세였지만 새끼 소들에 대한 애정은 남아 있었던 것이다.
위드는 포기할 수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널 이렇게 무의미하게 죽일 수는 없어. 나에게 네가 어떤 존재인데 금인이에 이어서 너까지 죽게 만들겠니?"
마지막 순간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뭉클해진 누렁이는 감동을 받으려고 했다.
위드에 대한 모든 원망이 사그라지려고 할 무렵.
"이렇게 육질 좋고 탐스러운 꽃등심에 아롱사태, 갈비 살이 아까워서라도 널 죽게 만들지는 않을 거야. 절대 포기하지 마!"
위드는 막대를 열심히 올리고 내리며 수레에 추진력을 더했다.
철로가 끊어진 부분까지 눈 깜짝할 사이에 도달했다.
광산용 수레는 철로가 없는 곳에서 아래로 뚝 떨러지지 않고 속도를 유지한 채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올랐다.
철로와 바퀴가 연달아 부딪치며 내던 소음도 없고, 몸 전체가 붕 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무서운 속도로 공중을 날아서 반태현 철로에 안착했다.
콰과과과광!
수레가 철로에 미끄러지면서 뒤쪽으로 엄청난 불똥을 튀겼다.
수레는 아슬아슬하게 선로를 이탈하지 않고 계속 갱도를 전진했다.
그리고 수정들이 번쩍이는 동굴로 진입했다.
"여기서 죽지는 않았구나."
누렁이가 한숨을 겨우 돌리려고 할 때, 위드가 다행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우린 정말 엄청난 행운아들이군."
".....?"
"상식적으로 그렇잖아. 오랫동안 관리 안 된 철로가 어떻게 한 군데 외에는 모조리 멀쩡할 수 있어.
뭐라도 막고 있거나 그래야 정상인데."
바로 그 순간, 천장에서 떨어진 듯한 집채만 한 수정이 철로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 보였다.
"부딪친다. 고개 숙여!"
위드와 누렁이는 수레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 강철 수레가 엄청난 속도로 수정에 부딪쳤다.
콰콰쾅!
수레는 수정 덩이를 박살 내면서 돌파했다.
위드는 주변의 시야를 원활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빛의 조각술을 이용하여 몸 전체에서 빛을 내고 있었다.
부서진 수정 알갱이와 먼지들이 빛나면서 더없이 황홀한 광경을 보여 주었지만 그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순식간에 지나쳐 버렸다.
위드가 말했다.
"그래도 한 번이니 행운이라고......."
콰쾅!
"두 번 정도는 예의잖아."
풍, 퍽! 파사삭. 파박!
수정 덩어리들을 연속으로 돌파하며 수레의 속도가 많이 늦춰졌다.
충격이 거듭되면서 강철로 되어 있는 수레의 앞부분도 부서지고, 누렁이와 위드의 생명력도 많이 감소했다.
맷집과 인내력이 없었다면 정말 위험할 수도 있었다.
위드보다는 앞에 탄 누렁이가 여러모로 생명력의 피해가 큰 상태!
"그래도 수정이라서 다행이잖아. 어쨌든 살아는 있으니......."
막 말을 끝맺기 전에 철로가 끊겼다. 그리고 정면에 꽉 막혀있는 바위 벽의 등장!
우우우우우우!
누렁이가 거칠게 울부짖었다.
질긴 목숨에 대해 최후를 떠올릴 무렵이었다.
"빛날아!"
금인이가 죽고 나서, 빛의 날개는 다시 위드에게로 돌아왔다.
위드가 태연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빛의 날개를 믿고 있었기 때문!
우직한 누렁이를 놀리기 위해 이런저런 말을 했을 뿐 몸통을 끌어안고 날개를 펼칠 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
등에서 찬란한 빛으로 된 날개가 펼쳐짐과 동시에, 위드는 누렁이와 함께 수레를 탈출했다.
천장에 부딪치고 벽에 40미터를 넘게 밀리고 나서야 몸을 가눌 수 있었다.
그들이 피신하고 난 이후에 수레는 굉음과 함께 바위 벽에 부딪쳐서 완전히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위드가 빛의 날개를 펄럭이며 말했다.
"이제 살았군. 그래도 멀쩡히 잘 도착했으니 됐잖아."
간신히 생명을 부지해서 기쁘다거나 희망이 보인다기보다는, 그 말이 씨가 되어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 누렁이는 두려웠다.
"누렁아, 우리 돌아갈 때도 수레 타고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