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21권 : 3. 커피 데이트 (93/520)

3. 커피 데이트

KMC미디어를 통해 나간 위드의 퀘스트 방송은 사상 최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방송가에서 시청률에 대해 파다하게 화제가 되고 있을 무렵에, KMC미디어에서는 후속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위드의 모험을 거의 실시간에 가깝게 방송하느라 영상도 편집도 완벽하지 않았어. 

충분한 시간과 인력을 투입해서 제대로 방송을 해 보도록 하지."

성공을 자축하는 회식도 그날의 저녁으로 끝내고, 토요일에도 작업에 전념했다.

그리하여 위드의 모험 완전판이 3부에 걸쳐서 제작되었다.

==================================================================================

1부 통곡의 강

조각품 수리의 모든 것, 그리고 인도자들의 동맹을 재결성하여 엠비뉴 교단에 맞서는 위드

2부 지골라스의 상륙자

기나긴 항해, 신비로운 바다를 건너 지골라스에 온 위드의 정착기

3부 다크 메이지

언데드 군단을 이끌고, 혼돈의 대전사 쿠비챠의 군대와 싸우는 위드, 그리고 본 드래곤

==================================================================================

핵심 부분은 생방송에 가깝게 중계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시청자 게시판에는 재방송이나 본편을 방송해 달라는 

요청이 빗발치는 와중이었다.

"방송 날짜는 언제로 할까요?"

"일요일 오후로 하지."

시청률이 가장 높은 시간대로 결정됐다.

KMC미디어에서는 일요일 저녁에 위드의 모험 완전판을 방송하기 전에 30초 분량의 홍보 광고부터 하기로 했다.

강 부장은 광고 제작에서도 수완을 발휘했다.

"1부에서는 엄청난 조각품들을 수리하는 장면을 짧게 넣고, 킹 히드라와 이무기, 리치 바르칸 등과 맞붙어서 싸우는 걸로 해.

2부는 화산 폭발과, 언데드 군단을 이끌로 하벤 왕국의 함대와 해적들과 싸우는 장면, 그리고 3부는......."

연출자들이 난색을 표했다.

"3부의 내용까지 광고에 담으려면 시간이 너무 부족합니다."

"3부는 간단히 본 드래곤의 머리 정도만 보여 주도록 해.

본 드래곤이 표호하는 것으로 광고를 끝낼 수 있도록."

그렇게 만들어진 홍보 영상은 KMC미디어에서도 훌륭한 작품이라고 자평할 수 있을 정도였다.

전운이 감도는 통곡의 강에 웅장한 음악과 함께 모여든 대군, 솟구치는 용암을 배경으로 인간들을 공격하는 리치, 그리고 본 드래곤!

예고편만으로도 시청자들은 알달을 내며 본편의 방송을 기다렸다.

그리고 시작된 방송에서 게임 방송 통합 시청률 63.99%를 달성했다.

순간 시청률이 아니라서 더욱 값진 기록이었고, 위드의 이름은 로열 로드를 하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게 됐다.

위드의 모험에 대한 이야기는 로열 로드와 관련된 인터넷 게시판에서 연일 화제였다.

-항해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나룻배부터 몰다 보면 대형 범선은 언제쯤이나 탈 수 있겠습니까?

뜨거운 햇볕 아래 노 젓기가 너무 힘들어요.

-물고기를 키워 보세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비법인데요. 

막 태어난 돌고래를 4개월 정도 음식을 주면서 키우면 항해 속도가 빨라지고 스킬 숙련도도 잘 오릅니다.

새들을 키워도 도움이 되죠. 망망대해에서 외로워하지 마세요.

항해는 자연돠 함께 하는 겁니다.

-바다에서도 모험을 할 수 있나요? 지금 위드가 발견한 섬.

혹은 신대륙에서의 탐험을 우리도 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습니다. 바다에는 알려지지 않은 섬이나 땅이 많습니다.

보물섬에 대한 전설이야말로 항해자들의 꿈이라고 할 수 있죠.

-노리타 항해연합입니다. 현재 베키닌 인근의 경치를 구경할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이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위드의 모험이 방송되고 난 이후에, 비주류의 상징이나 다름없던 바다로의 관심도 촉발되었다.

드넓은 해양과 넘실거리는 파도 그리고 따스한 햇살 속으로 돛을 펼친 채 나아가는 낭만이 바다에 있었다.

네크로맨서의 대한 열망도 들불에 휘발유를 뿌린 듯이 퍼져 나갔다.

-네크로맨서로 전직하신 분들께 여쭙겠습니다. 2차 전직을 마친 빙계 마법사인데 지금이라도 전공을 바꾸는 게 좋을까요?

-리치! 완전히 제가 꿈꾸던 직업입니다. 야비하고 강하고... 남의 생명력도 흡수하고!

네크로멘서는 남들과 친밀도를 쌓기 어렵다거나 사람을 죽이면 악명이 잘 쌓인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괜찮습니다.

저는 원래 친구가 없거든요.

-네크로멘서들끼리 모험 파티를 만드는 건 어떨까요? 스켈레톤 5,000마리로 던전을 탐험하면 죽여줄 텐데요.

언데드 군단을 이끌고 다니는 만큼 강하지만, 고독하게 혼자서 밤에 주로 사냥을 한다.

단일 직업으로는 최강의 전력을 자랑하는 네크로맨서.

악취와 들끓는 파리 등으로 인해 비호감이 되었지만 다시 인기였다.

기존의 네크로맨서들도 리치로의 승급을 위해서 탐험과 레벨업에 열심이었다.

베르사 대륙에서는 남들이 해 보지 못한 모험을 하기 위해서 마을과 성에서 장비를 맞추고 동료를 구하는 모습들을

흔히 봏 수 있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모험가.

-발걸음으로 길을 만든다.

-전쟁의 신. 포기하지 않은 영웅.

위드에게 부여되는 수식어들도 거창해졌다.

베르사 대륙 내에서 영웅이 만들어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바드와 댄서 들이 대륙을 돌면서 유명인에 대한 공연을 한다.

위드와 몬스터들의 분장을 한 채로 거리에서 열리는 공연들은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로자임 왕국에서부터 만들었던 위드의 조각품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

여우의 조각품: 내구도 9/10.

세밀하게 조각된 여우의 작품.

세라보그 성 앞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우를 대상으로 조각되었다.

대량으로 단시간에 많이 만들어진 작품 중 하나다.

숲에서 주울 수 있는 흔한 나무로 만들어졌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잘 간직되어 생생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예술적 가치: 찾기가 어려움.

옵션: 여우의 생김새를 관찰할 수 있다.

========================================================================================

단돈 몇 쿠퍼에 팔아먹었던 흔해 빠진 조각품들의 가치가 급등했다.

========================================================================================

여우의 조각품: 내구도9/10.

세밀하게 조각된 여우의 작품.

세라보그 성 앞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우를 대상으로 조각되었다.

평범하게 보이지만 베르사 대륙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조각사 위드가 만들었다.

조각술이 성숙해지는 시기에 만든 작품으로, 유명한 위드의 작품을 찾는 애호가들 사이에

가치가 꽤 있을 것 같다.

숲에서 주울 수 있는 흔한 나무로 만들어졌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잘 간직되어 생생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예술적 가치: 상당한 소장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옵션: 선물용으로 쓸 경우 매우 큰 호감과 친밀도를 얻을 수 있음.

      매력 +2

========================================================================================

큰 변화는 아니었지만, 위드의 조각품을 사들이는 수집가들이 있었다.

조각 상점에서 구매하는 가격이 3배로 뛰고, 조각사 길드에서는 위드의 조각품을 가져오라는 의뢰도 생겨났다.

"위드라는 모험가에 대해서 얼마만큼 알고 있나? 그런 모험가에게 맡길 일이 있는데... 자네는 미덥지 않아."

"위험 확률이 높은 일인데....... 위드라면 모험가가 와 주면 참으로 좋겠군."

"혼돈의 전사라는 종족이 매우 강하다는군. 그런 종족과 싸우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필요할 거야."

"북쪽 모라타의 영주가 대단한 원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지. 

그 지역의 주민들은 용맹한 영주 아래에 있어서 참 좋겠어.

몬스터의 위협에 대해서도 안심할 수 있겠군."

기사, 병사, 주민 들이 위드에 대해서 말했다. 심지어는 술꾼들도 이야기 했다.

"딸꾹! 술이 또 떨어져 가는군. 한 병 더 마시고 싶지만 더 시킬 돈이 없어. 

집에 가면 마누라가 돈을 어디다 썼냐고 물을 텐데... 오늘도 밖에서 자야겠어.

아! 마침 이곳에 위드가 있따면 마지막 남은 한 잔의 술을 주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볼 텐데... 음냐."

S급 난이도와 퀘스트를 최초로 마친 위드에 대한 칭송은 정점에 이르렀다.

드린펠트와 그리피스,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은 그럴수록 위드를 살해할 의욕으로 불탔다.

"위드, 넌 반드시 우리 손에 죽을 것이다."

"이 지골라스에서 네가, 그리고 네 동료가 빠져나갈 곳은 없을 것이다."

"데리고 다니는 황소는 바로 갈비탕과 소머리 국밥으로 만들어 주지."

@

광산용 수레가 멈춘 장소에서 드디어 넓은 채굴 지역에 도착한 위드와 누렁이!

========================================================================================

조각사들이 발굴한 광석 채굴 지역에 들어왔습니다.

혜택: 명성 460 증가.

      일주일간 채광 시에 체력의 소모가 다소 감소합니다.

========================================================================================

"후후."

위드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채굴 지역은 땅을 팔 수 있는 널찍한 장소였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광산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으니 몬스터들을 사냥하거나 추가적인 의뢰를 받지 않을 수도 있다.

대놓고 노가다를 해서, 알아서 캐 가라는 뜻!

조각사들이 패헤친 땅에는 발굴된 각종 광석들이 널려 있었다.

위드는 이런 경우까지 감안해서 운반용으로 쓰기 위해 누렁이를 데려왔던 것이다.

-미장석을 획득했습니다.

겉이 매끈매끈하여 고급스러운 조각품을 만들기 좋은 돌.

"누렁아, 여기."

-월반석을 획득했습니다.

달밤에 향기를 내는 돌.

연못에 조각품을 만들면 요정이나 반딧불, 나비 들이 날아든다고 한다.

"누렁아, 실어."

-공작석을 획득했습니다.

상당히 대중적이면서, 조각 재료점에서 많이 취급되는 물건이다.

당연히 돈과 바꾸기에도 편했다.

"누렁아, 조심해서 담아라."

누렁이의 배낭에 조각 재료들이나 광물들을 쓸어 담았다.

그리고 조각사들이 벽에 새겨 놓은 글귀들을 읽었다.

========================================================================================

대륙의 조각술은 쇠퇴했다. 조각사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

헬리움으로 만든 조각품은 조각사들에게 다시없는 영광을 안겨 줄 것이다.

헬리움에 대한 전설은 과연 정말일까?

인간들의 탐욕이 만들어낸 허구는 아닐까?

무한한 땅의 마나가 샘솟는다는 헬리움.

그것으로 조각품을 만들 수 있을까?

파고, 또 파고 있다.

이곳에서 나이를 먹으며 늙어 가고 있다.

이제는 곡괭이를 들 힘도 없다.

예술이란 이토록 미력한 것인가.

곡괭이가 어딘가에 부딪쳤다.

헬리움일 것이란 기대를 했지만, 바위였다.

내가 파낸 바위들이 도대체 몇 개일까. 

차라리 이곳에 오지 않는 편이 좋았을 텐데.......

========================================================================================

후회로 가득한 말들이었다.

사실 조각품이 아니라 헬리움으로 만들어진 대장장이 물품들은 몇 개 있다.

대륙의 여러 교단의 성물이나 교황의 보관, 혹은 검과 갑옷 등이다.

특정한 신성력과 마나를 쉬지 않고 발산하는 금속 헬리움.

완전히 깨지거나 부서지지 않는 한 무한한 마나를 뿜어내기 때문에 헬리움의 가치는 어마어마했다.

사실 그런 헬리움조차도 언제부터 존재했는지 모를 만큼 오래된 유산이거나, 드래곤이 가지고 있던 물건이었다.

위드는 이곳에 확실히 헬리움이 있다고 생각했다.

"정말 대놓고 노가다를 하라는 뜻이군!"

쉽게 파낼 수 없지만, 어떻게든 파내라는 게 틀림없으리라.

"드래곤을 사냥하라는 의뢰도 아니고, 여기까지 와서 헬리움을 챙겨 가지 않을 수는 없지."

그걸 결혼식에 가서 식권까지 받아 놓고 공복으로 집에 돌아오는 것과 같다.

위드에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에 위배되는 일!

돈가스든 설렁탕이든 혹은 뷔페식이든, 배부르게 먹고 옷에 콜라와 사이다를 챙겨 나오는 게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의 기본 상식이 아니던가.

"어디 한번 캐 보자!"

위드는 조각사들이 썼을 것으로 짐작되는 곡괭이들을 살펴봤다.

나무 자루가 썩어서 부러져 있거나 끝이 뭉툭하여 제 성능을 발휘하기가 힘들 것 같았다.

"작업을 위해서는 연장부터 만들고......."

위드는 대장장이 스킬을 이용해서 가지고 있던 강철과 소량의 미스릴을 섞어서 곡괭이를 만들었다.

고급 재료를 사용했지만 나중에 다시 녹이면 되니 손해는 아니었다.

깡!깡!깡!

위드는 곡괭이질을 했다.

하염없이 시간이 흘렀다. 최소 하루는 땅만 팠을 텐데도 헬리움은 나오지 않았다.

-2등급 철광석을 발굴하셨습니다.

-소량의 구리를 찾아냈습니다.

가끔 광물들을 찾아내는 게 그나마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띠링!

-반복 작업으로 인해서 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

===================================================================

채광 초급1(0%): 광부의 스킬. 광산 내에서 땅을 파는 데 필요한 능력.

곡괭이나 삽의 효과를 조금 늘려 준다.

스킬이 성장할 때마다 힘과 인내력이 늘어난다.

고급 광물을 채취했을 때 행운과 명성을 늘려준다.

===================================================================

"젠장!"

위드는 자책과 반성하는 마음으로 곡괭이질을 했다.

노가다에는 다양함이 있었다.

땅을 파는 것에서도 스탯을 얻을 수 있다니, 진작 채광 스킬을 올려놓았어야 하지 않았겠는가.

"난 아직 부족해."

위드는 방심하는 순간, 더 열심히 노가다를 한 사람이 그의 자리를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조각품을 만들어도 스탯을 얻지만, 걸작 등을 만들어도 힘은 1개가 기껏 오를 뿐이다.

"두어 달 정도 날 잡고 땅을 파 놓았으면 좋았을텐데......."

채광 스킬까지 넘보는, 감동이 나올 정도의 잡캐!

어쨌든 광물은 조각사나 대장장이로서 소비하는 것들이었다.

이런 직종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채광이란 한번쯤 경험해 봐야 할 일.

스킬이 생성된 이후로, 위드의 땅을 파는 솜씨는 조금 향상되었다.

체력의 소모도 약간 줄어들고, 곡괭이가 파내는 범위도 넓어졌다.

하지만 이 많은 땅들을 파헤치자면 막막하기만 한 수준이었다.

"조금 효율을 높여야겠군."

위드는 남은 미스릴로 쟁기를 만들어서 누렁이가 끌게 했다.

"다 너를 위해서 시키는 거야. 힘이라도 세야 일당을 많이 받지. 공짜로 부려 먹는 거 아니야.

하루에 2쿠퍼씩 쳐줄 테니 부지런히 일해 봐!"

운반용, 이동용에 이어서 확실하게 누렁이를 부려 먹는 위드!

"나 같은 주인을 만나서 다행이지. 진짜 힘든 농사일에도 써먹지 않고 코도 안 꿰잖아."

누렁이를 부려 먹으니 작업의 효율이 훨씬 늘었다.

그러나 채굴 지역은 대단지 아파트를 지을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역시 인간으로는 한계가 있군."

위드는 오랜만에 오크 카리취의 조각상을 만들었다.

흉악하기 짝이 없는 얼굴은 그대로였지만, 덩치는 훨씬 더 커졌다.

우람한 어깨의 근육과 튼실한 허벅지는 최소한 50%씩은 커져 있었다.

"조각 변신술!"

조각 변신술을 이용하여 힘밖에 모르는 오크 카리취로 변신.

"취익! 어디 한번 해보자!"

언데드로 변신하면 체력이 줄어들지 않고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힘에 있어서만큼은 오크를 따라잡을 수 없다.

오우거도 힘은 굉장히 뛰어난 장사이지만, 오크보다도 무식하고 본능에 충실하게 움직이는 종족이었다.

너무 미개한 종족들로 변신하게 되면 여러 다양한 스킬들을 활용하지 못한다.

힘은 있더라도 스킬들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니 오크 카리취가 되었다.

끈질기게 땅을 파헤치다 보면 헬리움은 결국 나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음식들을 아껴 먹어야겠군."

오크들은 금방 배가 고파질 뿐만 아니라, 급격하게 체력이 소모되면서 새참을 꾸준히 먹어 주어야 했다.

정말 누렁이를 잡아 먹을 수는 없으니 어느 정도 굶주림을 유지해야 했다.

위드의 덩치로 인해 내리찍는 곡괭이가 훨씬 작아진 것처럼 느껴졌다.

크게 증가한 힘으로 인해서 땅을 파헤치는 속도가 확실히 늘어났다.

그리고 상당히 많은 광석들을 채취할 수 있었다.

띠링!

-채광 스킬이 초급 2레벨이 되었습니다.

곡괭이질과 삽질의 채력 소모가 감소합니다. 

바위의 틈새를 노려서 채굴 작업의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인내력과 행운이 증가합니다.

매우 빠른 속도로 스킬의 숙련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반복적인 작업에 필요한 강인한 힘, 끈질긴 지구력이 광부로서 최적의 요건들을 갖추게 해 주었습니다.

-채광 스킬이 초급 3레벨이 되었습니다.

-채광 스킬이 초급 4레벨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른다.

온몸이 땀에 젖은 위드는 노래를 불렀다.

음정 박장는 당연히 무시하고, 오직 근로 의욕을 돋우기 위한 흥겨운 노래였다.

======================================================

땅을 파면 돈이 나오지, 밥이 나오지, 쌀이 나오지

헬리움이 나오면 대박이라네

큰돈을 벌면 어디에 쓸까

맛있는 걸 먹을까? 아까워서 안 되지

비싼 옷을 입을까? 몇 년 지나면 못 입어

나 혼자 갖고 있다가 무덤까지 들고 가야지

======================================================

돈에 대한 애착과 검소함을 표현한 노래!

채광 스킬이 늘어나면서 땅을 보기만 해도 주로 어떤 광물이 많이 뭍혀 있을지

대략적으로 파악이 되었다.

채광 스킬 같은 경우는 파낸 광물의 양이나 질이 숙련도의 증가를 좌우하는 경향이 있었다.

위드의 힘이나 인내력 등의 스탯은 경의로울 정도였고, 지골라스의 광산이었으니 파내는 광물들의 잘도 상당히 좋았다.

"많이 많이 캐 보세. 돈을 실컷 벌어야지."

위드는 누렁이와 함께 계속 땅을 팠다.

@

이현의 캐릭터가 지골라스에서 사냥과 모험을 하는 사이에 한국 대학교에서는 중간고사를 치렀다.

2학기도 어느세 11월이 되었다.

나뭇잎들이 떨어지면서 어느덧 겨울방학을 기다리는 때가 왔다.

"등록금이란 정말 무상한 거지. 엊그제 낸 것 같은데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니."

이현은 책가방을 등에 메고 축 처진 어깨로 걸었다.

도장에서의 수련을 빠짐없이 하고 있었지만, 돈만 생각하면 움츠러드는 어깨였다.

안현도도 가끔 자신이 젋었을 때의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인간의 잠재력은 무서운 것이다.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하지 못할 것은 없다. 삶과 죽음의 경계 선상에서 살야야겠다고

마음먹으면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정글에서의 생활을 설명하면서, 생명을 위협하는 짐승들과 벌레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돌아왔을 때의 여행 경비는 어마어마했지."

세상에 무서울 게 없다는 안현도조차도 돈에는 약해질 수 밖에 없었으니.......

"안녕하십니까!"

한국 대학교에서 이현이 걸어가기만 하면, 무도 계열 학생들이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선배들조차도 깍듯하게 인사를 했지만, 이현은 그다지 어색함을 느끼지 않았다.

넓은 도장에서 정식 제자들이 수련하는 곳이 아니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곳에서 마주친 적이 있었다.

대련을 몇 번 해주면서 목검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인사란 상대를 존중한다는 마음을 보여 주면 족하기에 이현도 그들에게 고게를 숙여 주었다.

그리고 이현이 지나간 뒤에 남기는 말.

"얌전해 보이는데 검만 쥐면 악바리라면서?"

"야야, 말도 마라. 괜지 만만해 보인다고 덤볐다가 죽는 줄 알았다.

무슨 때린 데만 골라서 때리지를 않나, 빈틈이 계속 보인다면서 흠씬 두들겨 패는데, 뭐 막을 수도 없더라니까.

관장님한테 직접 배우는 이유가 있었어."

일반 학생들 사이에도 이현의 이름은 유명해졌다.

"여름에 사막 횡단을 하고 비행기에서 뛰어내렸다던데?"

"유럽이랑 아프리카를 다녀왔다잖아."

학생들 사이에서는 방학 때마다 유럽 여행을 다니며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라는 이상한 소문이 퍼졌다.

게다가 그렇게 감추려고 했던, 과거 인터넷상에서 프린세스 나이트라고 불렸다는 사실까지 알려지게 되었다.

"조용히 장학금이나 받고 싶은데."

이현은 한숨만 푹푹 쉴 뿐이었다.

왜 대학교에는 개근 장학금이 없는 것일까 하는 의문.

이현은 그러 시간이 빨리 가기만을 바라면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강의를 들을 때는 교수에게 집중했다.

빤짝빤짝 빛나는 눈빛으로, 모든 수업을 이해하고 있으며 어서 빨리 금과옥조 같은 말씀을 더 해 달라는 표정이야말로

혹시나 모를 장학금과 높은 학점을 받을 수 있는 기본 태도.

이현은 사실 고등학교에서도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았다.

공부가 세상을 제대로 알려 준다고 믿지 않았다.

돈을 벌기 위해서 틈틈이 일을 하다 보니 빠지는 일도 많았을뿐더러 결국 자퇴를 해 버렸다.

하지만 대학교에서 국제적인 여러 강의들을 들으면서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여름방학 때 아프리카와 유럽을 갔던 것도 경험이 되어 넓은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키웠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종잣돈을 모아서 투기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수업이 시작되고 나서, 서윤이 쪽지를 써서 넘겨주었다.

==================================================

오늘 강의 끝나고 커피 같이 마실래요?

==================================================

이현은 당연히 매우 곤란했다.

로열 로드를 하기 위해서 집에 일찍 들어가야 했다.

며칠 곡괭이질을 하다 보니 비로소 몸에 익숙해진 기분이었다.

땅을 파서 광물을 모을 시간에 여자와 커피나 먹고 있을 수는 없다.

이현의 기준에서 그것은 완전한 타락이었던 것.

그는 여자들에게도 관심을 두지 않고, 동아리 활동도 하지 않았다.

'배도 부르지 않는 커피를 왜 마시는지 모르겠군.'

그런데 단칼에 잘라 내기 어려운 것이 서윤이 평소에 하지 않던 부탁이다.

'거절한다고 해서 죽이거나 하지는 않겠지? 황금새와 은새를 인질로 잡고 있긴 한데.......

입구에서 날 기다리고 있다가 나가면 공격하는 것은 아닐까?'

서윤은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현실에서 할 말이 있으면 아직 쪽지를 주로 이용했다.

이현도 쪽지를 써서 넘겨줬다.

==================================================

난 율무차로.

==================================================

강의를 마치고, 이현은 서윤을 끌로 자판기로 향했다.

'율무차 가격이 300원이군. 오늘도 쓸모없는 곳에 300원이나 쓰는구나.'

학생들 다수가 진을 치고 있는 복도에서 피 같은 동전을 넣고 커피를 뽑으려고 할 때였다.

서윤이 옷깃을 잡아당겼다.

"왜, 너도 율무차 마실래?"

그런데 고개를 흔들더니, 다른 학생들을 의식한 듯 이현의 옷깃을 계속 잡아당기는 것이다.

그것은 곧 다른 장소에서 마시고 싶다는 뜻.

'설마 아니겠지?'

서윤의 평소 지출·패턴을 보면 짐작이 갔다.

이거야말로 그곳에 가자는 뜻이 아닐까.

인테리어가 잘 꾸며지고, 대화하기에도 적합하며, 분위기마저 좋은 곳!

'설마 커피숍에서?'

이현은 커피숍에 가는 사람들을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커피를 3000원 이상 주고 마시는 것은 돈을 버리는 짓이라고 생각했다.

'커피가 무슨 맥주도 아니고 거품을 둥둥 띄워서 마시질 않나....... 

사람이 개도 아니고 무슨 커피 향을 맡을 필요가 있어. 커피는 자고로 설탕 세 스푼이지.'

바리스타들이 들으면 분노에 찰 만한 생각이었지만, 이현은 비싼 커피값을 내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살림이 조금 나아졌지만, 불과 2~3년 전만 하더라도 밥 먹을 돈도 부족했다.

그렇기에 이현은 옷깃을 잡아끄는 서윤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자판기 앞에 서 있었다.

그런데 서윤이 지갑을 꺼내서 보여 주었다.

빽빽하게 차 있는 수표와 신용카드 들!

'네가 사는 거야?'

끄덕끄덕.

서윤이 고개를 흔들자, 이현은 그녀가 이끄는 대로 따라 갔다.

"사람은 문화생활을 좀 해야지. 안 그래도 커피가 마시고 싶었던 참이었어."

@

택시에 탄 서윤은 운전사에게 목적지가 적혀 있는 쪽지를 내밀었다.

택시가 달려서 도착한 장소는 산자락에 있는 특급 호텔.

강을 끼고 있어서 전망이 굉장히 좋기로 유명한 장소였다.

이현은 여기서도 빈부 격차를 느꼈다.

호텔 커피숍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나오던 공간이 아니던가.

"커피나 마시려고 여기까지 오다니 이해할 수 없군."

물론 야외에서 먹는 라면, 특히 배에서 먹는 라면은 끝내준다고 한다. 

커피도 마찬가지로 분위기 좋고 전망도 좋은 장소에서 마시면 금상첨화!

"쫄쫄 굶어 봐야지. 한 이틀 굶어 보면 어디서 먹는 라면이든 다 맛있다고 할 거야."

이현은 궁시렁거리면서도 커피숍의 의자에 앉았다.

창밖으로는 강을 지나는 다리의 조명과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의 불빛이 보였다.

그사이 밤이 어둑어둑해진 것이다.

점원이 메뉴판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이현은 얻어먹는 것이라서 가벼운 마음으로 메뉴판을 펼쳤지만, 거기에 쓰여 있는 믿을 수 없는 글들.

==================================================

아메리카노                  13,000

헤리즐넛                    13,000

에스프레소                  13,000

....................................

허브차                      14,000

아이스커피                  14,000

콜라                         8,000

....................................

과일주스                    15,000

칵테일                      19,000

-------------------------------------

          세금(10%), 봉사료(10%)별도.

==================================================

"커헉!"

세금과 봉사료가 정식 가격에 포함되면 여기서 커피 한 잔에 15,000원이 넘는다.

딸기잼을 바른 케이크 한 조각에 만 원이 넘고, 양주는 수십만 원이 넘는 가격에, 백 만원이 넘는 것도 있었다.

작은 생수 한 병에 6,000원!

식사를 곁들인 메뉴는 3만 원에서 5만 원 정도였다.

물론 세금과 봉사료를 제외한 가격이었다.

이현은 부자들에 대한 존경심이 무럭무럭 솟아났다.

이런 곳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은 보통 평범한 인간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이현은 메뉴판을 보다가 슬그머니 주문을 했다.

"아메리카노, 그리고 계란 하나 띄워 주세요."

"네?"

"계란 추가요."

이렇게 비싼 커피를 마시면서 계란도 안 넣은 건 너무 억울했다.

서윤은 메뉴판을 손가락으로 짚으면서 커피와 와플 세트를 주문했다.

좋은 향의 커피, 잔잔하게 들리는 음악 소리.

그리고 앞에 서윤이 있었다.

서윤은 주변에 사람들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어렵게 입을 떼었다.

그녀는 대화가 하고 싶었다.

이현과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서 익숙해졌다.

태도나 눈짓만 보더라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맞힐 정도였다.

로열 로드에서 그녀를 위해서 밥을 차려 줄 때에도 적지 않게 감동했따.

그녀가 언제쯤 배가 고파하는지, 어떤 요리들을 좋아하는지 알고 힘든 전투를 마치면 특별식들을 해 주었던 것이다.

고기를 구워도 맛있고 먹기 편한 부위는 그녀에게 넘겨주었다.

전투를 할 때면, 공격력이 높은 몬스터에게는 그가 앞장섰다.

자세히 관찰하지 않으면 그 따스함을 알기 어려운 사람.

서윤은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 이현과 둘이서 오붓하게 시시콜콜한 이야기들까지 하고 싶었다.

그녀가 입을 열어서 고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보신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말해 줄까요?"

"안 궁굼해."

"양념반프라이반이나, 다른 닭들은요?"

"아직 안먹었어?"

"달걀을 낳아서 부화시켰는데 병아리가 나왔어요."

"뚝배기 삼계탕도 괜찮지."

완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대화였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