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21권 : 5. 유리병 쪽지 (95/520)

5. 유리병 쪽지

몇 시간 사이에 헤르메스 길드의 어쌔신과 도둑으로 구성된 추적대들이 세 무리나 몰살당했다.

"또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보내온 소식은 위드와 함께 있던 매우 강한 여전사가 공격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요 근처에 놈들이 있을 거야. 수색을 잠시 중단하고 어쌔신과 도둑 들을 호위하는 병력을 증강시키도록."

드린펠트는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여기고, 헤르메스 길드에서 보내온 기사와 성기사, 마법사 들과 함께 전투 준비를 갖췄다.

어쌔신과 도둑 들에게는 해군 기사들과 수배된 해적들을 붙여 줘서 적의 습격을 버티도록 했다.

헬리움 광산 일대에서는 서윤이 만들어 낸 흔적들과 이를 따라오는 추적자들끼리의 쫓고 쫓기는 싸움이 벌어졌다.

"이쪽으로 발자국이 찍혀 있다. 지나간 지 얼마 안 됐어."

"반대편은 누가 막고 있지?"

"르티엘 님과 그쪽 조가 봉쇄하고 있습니다."

"호락호락하게 뚫리지 않겠군."

르티엘은 하벤 왕국 소속의 해군 기사들 중에서 서열 30위권 내에 드는 강자였다.

"그 전에 다른 던전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 나오니 빨리 쫗아야 합니다."

도둑들이 기사들과 함께 한껏 내달렸다.

속도는 빠르되 지구력이 비교적 낮은 직업이었지만, 지금은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서윤.

그녀에 의해서 어쌔신들이 셋이나 죽었고, 도둑도 1명이 죽었다.

그들과 함께 있던 호위 병력까지 포함한다면 자그마치 21명이 넘는 인원이 1명에게 몰살당한 것이다.

로아: 엄청나게 강한 여자다. 조심해라.

트레비스: 만나면 즉시 죽이기보다는 시간을 끌어.사로잡아서 위드의 행방에 대해서 물어봐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

앨라윈: 주력부대가 출동할 때까지 버티기만 해라.

지골라스에 있는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끼리는 길드 채팅이 쉼 없이 이루어졌다.

하벤 왕국에 있는 헤르메스 길드원들도 흥미진진한지 길드 채팅창을 열어 놓고 관전했다.

고쳄: 여우 사냥이로군.

스트라우스: 제법 사나운 여우야.

제이거: 지골라스는 너무 멀어서 안 간 게 조금 후회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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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의 깨끗하던 갑옷에는 크고 작은 흠집들이 가득했다.

체력과 생명력도 떨어져 있었지만 자리에 않아 쉬지 못했다.

추적자들이 포위망을 좁히면서 사방에 모여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력 격발.

광전사는 체력의 마지막 한 가닥까지 쓸 수 있다.

경험치와 숙련도를 얻는 방식도 다른 직업과는 달랐다.

파티 사냥을 할 때는 경험치를 조금 덜 받는다.

휴식을 취하면 느긋하게 몬스터를 사냥해도 경험치가 적었다.

대량의 몬스터나 적 들이 있는 장소에서 목슴이 위험할 때까지 싸우고 또 싸우다 보면 

전투와 관련된 스탯과 스킬이 대폭 증가한다.

그런 상태에서 끊임없이 한계를 극복하면서, 목숨이 오가는 전투를 해야 남들보다 강해질 수 있는 직업.

광전사인 서윤이었지만 지금의 상태는 상당히 위험했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들 것 같아.'

지금껏 마주친 몇 안 되는 적들은 서윤의 무력으로 쉽게 이길 수 있었지만, 그사이에 다른 

어쌔신이나 도둑 들이 기사들을 끌고 몰려왔다.

각종 독에 중독되어서 신체의 저항력도 무너진 후였다.

"저년이다."

"죽여 버려!"

서윤에게는 그들을 뿌리치고 탈출하기 위한 시간이 없었다.

망설이다 보면 적들이 계속 늘어난다.

'싸운다.'

공격은 최소한으로 피하면서 31명에 달하는 인원을 척살!

그들을 제압하자마자 체력과 생명력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다른 직업이라면 부상으로 전투 불능 상태에 빠졌더라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였다.

전투가 끝나고 서윤은 잠시 쉬었다.

광전사의 후유증으로 온몸이 아프고 부상이 악화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하루 전부터 위드에게도 적들이 나타났다는 귓속말을 보냈다.

그랬더니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 나가는 중이야.

때마침 다행이었다.

전투도 하면서 10시간을 기다렸다가 왜 오지 않느냐며 다시 귓속말을 보냈다.

-짐이 많아서 늦어지는 중이야. 1시간 안에 도착할 거야.

다시 5시간이 지났다.

-거의 다 왔어.

2시간이 더 지났다.

-이제 금방이야.

'다른 곳으로 유인해야 해. 그러려면 이곳을 떠나야 한다.'

황금새와 은새가 헬리움 광산 안쪽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위드와 그들의 안전을 위하여 그녀는 떠나기로 결정했다.

서윤은 검을 쥐고 마지막으로 위드가 들어갔던 광산의 입구를 쳐다보았다.

'금방 다시 만날 수 있겠죠?'

서윤은 감정 표현이 서툴렀기 때문에, 스스로도 위드에 대한 감정이 명확히 정의되지는 않았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고, 같이 있으면 편하고 만약 위드가 자신을 싫어하면 어쩌나 가슴을 졸이기도 했다.

위드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싶기 않으며, 더군다나 다른 사람들에 의해 죽는 것은 절대로 보고 싶지 않았다.

'더 머무를 수 없어. 이제 가야 해. 추적대가 가까워지기 전에 이곳에서 멀리 떨어져야 해.'

서윤이 돌아서서 걸으려고 할 때 였다.

헬리움 광산에서 달그락거리는 바퀴 구르는 소리가 났다.

위드와 누렁이가 황금새, 은새와 함께 손수레를 끌고 오고 있었다.

강림하는 일곱 천사상이 실려 있는 손수레였다.

땀으로 얼굴이 젖어 있으면서도 입가의 찢어지는 미소는 제대로 한몫 챙겼다는 승리자의 표정.

'위드 님이 왔구나.'

서윤은 그녀도 모르게 더없이 환하게 웃었다.

반가운 마음으로 가득 찬, 남자들의 가슴이 설렐 수밖에 없게 만드는 미소였다.

하지만 위드의 가슴은 철렁 내려않았다.

살인을 저질러서 더 선명해진 서윤의 이름이 이마에 붉은색 마름모와 함께 표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적들과 싸웠는지, 갑옷도 넝마에 가까울 정도였다.

"여길 빠져나가야 돼요."

서윤이 도둑과 암살자 들을 요격한 덕분에 헤르메스 길드의 본대와는 아직 거리가 있었다.

반대 방향으로 빨리 피하면 이곳은 벗어날 수 있다.

위드도 이런 던전에서 헤르메스 길드의 기사들과 전사들과 부딪치는 것은 부담이 컸다.

광전사인 서윤도 몸이 정상이 아닌 상황!

"챙길 건 다 챙겼으니 다른 곳으로 가서 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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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린펠트는 헤르메스의 성직자와 마법사, 기사로 구성된 정예부대와 함께 헬리움 광산의 입구에 도착했다.

살아남은 발굴가와 둘밖에 남지 않은 도둑 그리고 해군 기사들도 같이 있었다.

도둑들이 발자국을 조사하고 말했다.

"이 안으로 들어갔던 흔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위드는 발자국을 바꾸거나 교란하는 방법에 능숙합니다."

서윤이 나타났을 때부터 기사들과 전사들은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렇게 때문에 적당한 장소에 등장한 헬리움 광산은 위드가 있을 거란 의심을 강하게 심어 주었다.

"괜히 막으려고 하지는 않았을 거야. 위드가 아직 이 안에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빠져나갔을 수도 있습니다. 일단 최근에 만들어진 수레의 바퀴 자국은 멀리 이어져 있는데... 

몬스터들의 이동 흔적에 겹쳐서 그 뒤는 추적이 어렵습니다."

지리를 완벽하게 모르는 던전에서 포위망을 구성하기란 불가능하다. 

실제로 구멍이 많았기 때문에 그곳들을 이용해서 빠져나갔을 수도 있다.

"독 안에 든 쥐라... 하지만 그 독이 너무 크군."

도둑과 어쌔신, 발굴가가 함께 지골라스의 던전 지도를 만들어 가고 있다.

현재까지는 뒤쫓는 입장에서 많은 불리함을 안고 있지만, 지도만 완성되면 

수색 범위를 한정시킬 수 있고 병력을 보내 중요 길목들을 본쇄하는 것도 가능했다.

"도망치는 놈들을 쫓다 보면, 급한 마음에 그곳이 사지이더라도 들어가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됩니다.

그리고 혹시 모르지요. 이 광산의 중간에 다른 출구라도 있을지."

헬리움이나 조각사의 보물이란 글귀에도 욕심이 생긴 헤르메스 길드원이었다.

"어서 안으로 들어가지. 혹시 모르니 일부는 이곳에 남겨 놓도록 하고."

드린펠트는 절반 이상의 병력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위드가 예상했던 대로 공짜, 남의 것 좋아하는 명문 길드들로서는 빠져나가기 힘든 유혹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참을 헤멘 끝에 철로와 광산용 수레가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여기서는 이걸 타고 이동하는 건가?"

4명의 유저들이 조심스럽게 탑승했다.

그들이 탄 수레의 바퀴에는 위드가 참기름을 잔뜩 발라 놓은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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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된 함정에 의하여 3명이 사망하고 1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악명 29 증가!

위드와 서윤은 추적자들이 헬리움 광산으로 들어간 틈을 타서 멀리까지 도망쳤다.

황금새와 은새가 조인족으로 변신해서 누렁이를 거들어 주었기에 빨리 거리를 벌릴 수 있었다.

"이제 어디로 가요?"

서윤은 광전사의 후유증으로 인하여 모든 스탯과 스킬 숙련도가 줄어 있었다.

걷은 것도 힘든 수준이었다.

부상에서 회복되는 과정이라 온몸이 욱신욱신 쑤셨지만 힘든 기색을 억지로 숨겼다.

"원하던 것들을 다 얻었으니 지골라스를 빠져나가야지."

음머어어어!

누렁이가 다행이라는 듯이 크게 울더니 수레를 끄느라 힘겹게 움직이던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않았다.

지골라스에 오고 난 이후부터 죽을 고생만 했는데 드디어 벗어난다니 기뻤던 것이다.

베르사 대륙의, 이른 새벽의 이슬이 촉촉하게 젖어 있는 풀을 뜯어 먹으며 쉬고 싶었다.

정이 많은 누렁이는 빙룡이나 다른 조각 생명체들도 그리웠다.

"하지만 완전히 적들로 가득한데....... 밖에도 우리를 죽이려는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위드는 왠지 로맨스 영화에 흔히 나오는 장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난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고립되어 갇힌다.

게다가 그들을 찾는 사람들은 목숨을 해치려는 나쁜자들이다.

극도의 긴장감이 흐를 법한 상황이었지만, 위드는 무덤덤한 상태였다.

몬스터들과의 전투나 퀘스트도 쉬웠던 적이 없다.

게다가 하벤 왕국의 함대가 도착했을 때 언데드 군단을 이끌로 기습을 한 건 위드였다.

헬리움 광산에도 함정을 파서 유인했다.

웬만큼 나쁜 놈들에게는 친절하게 지옥을 가르쳐 줄 인간이었다.

"정찰을 좀 해야겠군. 나갔다 올 테니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어."

"조심하세요."

서윤에게 누렁이를 맡겼다.

헬리움 광산과는 멀리 떨어진 다른 던전이었기에, 헤르메스 길드원들에게 당장 발각당할 염려는 없었다.

하지만 지골라스에서 사냥한 아이템을 비롯해서 천사상도 그녀에게 보관을 맡겨야 하니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한 수순!

위드는 아무도 듣지 못할 정도로 작게 중얼거렸다.

"외출하기 전에 임대차계약서라도 작성하고 갈까? 아니야.

내 물건을 챙겨서 도망쳐 봐야 어디로 간다고. 물건들을 처분하기 위해서는 베르사 대륙까지 가야 할 텐데.

무거워서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일 거야. 후후, 내가 그렇게 의심 많고 속 좁은 인간은 아니잖아."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니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다.

"그래도 최대한 빨리 다녀와야지."

굴러다니는 돌덩어리로 작고 불길하게 생긴 까마귀를 조각했다.

"조각 변신술!"

위드의 몸이 작아지더니 까마귀로 변신했다.

그리고 누렁이의 등 위에 올라타 있는 황금새와 은새를 향해 귓속말을 했다.

-너희도 날 따라와라.

-알았다, 주인

-그냥 가면 너무 눈에 띄니까 위장을 해야지.

황금새와 은새의 몸에 시커먼 숯가루를 묻혔다.

그러고는 누렁이의 등에 매달려 있는 배낭을 하나씩 입에 물도록 지시했다.

-가자.

위드와 배낭을 입에 문 2마리 새들은 던전의 통로를 날아서 지나쳤다.

캬우!

몬스터들이 그들을 발견하고 몽둥이를 휘두르기도 했지만 빠른 비행으로 따돌려 버리며 통과.

영락없는 까마귀 3마리가 되어서 지골라스의 동굴 밖으로 뛰쳐나온 셋!

오랜만에 위드의 눈에 시리도록 푸르고 맑은 하늘이 보였다.

부글부글 끓고 있는 용암 화산들과, 저 멀리 하얀 설원까지.

지골라스의 경치를 하늘에서 고스란히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가슴이 천 배쯤은 넓어진 것처럼 확 트이는 개방감!

좁은 던전에서 곡괭이질을 하면서 겪었던 답답함이 모두 사라졌다.

위드는 있는 힘껏 사자후를 터뜨렸다.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악!"

-불길한 외침을 터트리셨습니다.

 소리를 듣는 이들의 행운이 감소합니다.

 모든 이들의 적대감을 증가시킵니다.

듣기 싫은 괴성을 지르니 황금새와 은새의 시선이 곱지 않았지만, 위드의 낯 두꺼움은 그 정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위드의 까만 눈동자가 지골라스를 샅샅이 훑고 지나갔다.

'음, 역시 많이 몰려 왔군.'

하벤 왕국 함대의 선원들과 그리피스의 해적들이 지상에서 사냥을 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헤르메스 길드의 지원군이 올 때에도 선원들이 대거 도착했다.

드린펠트는 위드를 상대할 지원군과 함께 부족한 전투선원을 보충했던 것이다.

얼지 않는 강 주변에 정박해 있는 수십 척의 군함과 해적선이 눈에 들어왔다.

위드 혼자서라면 조각 변신술만 이용하더라도 빠져나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유린의 그림 이동술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물론 그것은, 적들 중에서도 마법사들이 있었기에 공간 왜곡을 펼치게 되면 엉뚱한 곳으로 떨어질 수 있는 위험한 방법이다.

어떤 경우레 처하더라도 유린을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다.

더군다나 그림 이동술은 지골라스에서 사냥과 채광을 하며 모은 잡템이나 광물, 조각상까지 옮겨 주지는 못했다.

생명과도 같은 소중한 잡텝들이 지골라스에 인질로 잡히는 것!

어떻게 해서든 배를 구해서 빠져나가야 했다.

-나를 따라와라.

위드는 하늘을 날아서 군함들의 위를 통과했다.

그리고 얼지 않은 강을 따라서 낮게 날았다.

온도 차이가 극심한 지역이라서 조금만 높게 올라가도 강한 바람에 날기가 힘들었다.

암초에 내려않아서 잠깐씩 휴식을 취하고 다시 날기를 반복하길 수차례!

얼지 않는 강을 벗어나 북동쪽 큰 바다의 입구에 이르러서 바닷가에 내려않았다.

"조각 변신술 해제!"

위드는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후에 배낭을 열었다.

그 안에는 유리병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포도주, 위스키, 뱀 소주, 약초주 등 여러 종류의 술을 담을 병들까지 언제나 준비해서 다니는 위드였다.

"아까운 병들인데 써야 되겠군."

흔히 영화를 보면 무인도나 알 수 없는 곳에서 표류하던 사람들이 연락용으로 병에 쪽지를 

담아서 상대에게 전해지라고 바다에 띄운다.

위드도 그 행동을 따라서 해 보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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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쪽지를 보는 모든 언데드들이여, 이곳으로 오라.

세상을 어둠으로 물들이고, 살아 있는 것들을 

죽음으로 초대할 시간이다.

너희들을 부른다.

                              불멸의 전사, 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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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에는 리치로 변해서 손바닥 인장까지 선명하게 찍었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위드는 토막 난 나무들을 꺼냈다.

유령선을 수리할 때에 부러진 돛대나 선체의 일부에서 나무들을 상당히 많이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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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퀴한 냄새가 도는 나무: 내구력 4/49.

오래된 나무.

소금기에 절어 있으며, 긴 세월을 바다의 유령들과 같이 보냈다.

불운을 몰고 다니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무언가를 만들기에는 부적합한 재료.

옵션: 행운 -15.

      타는 듯한 목마름을 불러옴.

      해상에서의 습격을 감소시킴.

      가까이 두면 여러 종류의 소소한 저주를 받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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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는 이 나무토막들을 가지고 해골이나 유령선을 조각했다.

"기념품으로 하나씩 줘야지."

해골과 쪽지를 담은 병들이 수백 개나 바다로 떠내려갔다.

나무토막으로 조각한 초소형 유령선들도 파도에 출렁거리면서 먼 바다로 향했다.

"그리고 새로 익힌 조각술의 실험도......."

위드는 바닷물에 손을 담갔다.

"조각 재료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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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지어지지 않은 해안가의 해수

바다의 물이다.

물은 생명력과 넓은 포용력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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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의 손에 담긴 바닷물이 반짝반짝 빛났다.

"물이야 말로 자연의 마나를 손상시키지 않고 조각하기에 좋은 거지."

물은 깎거나 부수지 않고, 모으고 합치는 것만으로도 조각품을 만들 수 있다.

"자연 조각술!"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 버리려던 물이 그대로 공중에 떠올랐다.

흐트러지거나 쏟아지지 않고 고스란히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위드는 누렁이도 목용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물을 띄워 올린 다음에 자하브의 조각칼을 꺼내서 형태를 다듬었다.

"괜찮은 작품을 만들어야겠지."

대충 만들 수는 없지만, 첫 작품인 만큼 완벽하기를 바라기도 무리다.

위드는 유령선에서 먼 곳을 쳐다보고 있는, 외팔에 외다리의 리치 해적 더럴을 조각했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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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선을 조각하셨습니다.

바다를 누비는 리치 해적!

나쁜 언데드들의 표준으로 불러도 무방한 조각품.

물을 이용하여 조각되었다.

예술적 가치: 179.

특수 옵션: 언데드들의 활동 능력을 강화.

           유령선들의 이동속도를 5% 올려 준다.

           바다에서의 통솔력 2%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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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무난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었다.

"구름 조각술!"

위드가 만들어 낸 조각품이 증발하듯이 사라졌다.

-구름 조각술을 사용했습니다.

 자연과의 친화력에 따라 물의 조각품을 구름으로 만듭니다.

 스킬의 레벨이 낮기 때문에 구름의 성질을 졀정하실 수는 없습니다.

높은 상공에 형성된 먹구름은 하늘에서 다른 구름을 먹어 치우면서 몸집을 부풀렸다.

하늘에 구름으로 만들어진, 유령선과 해적 더럴의 완벽한 재현!

위드가 처음으로 만든 구름은 어마어마하게 큰 먹구름이었다.

바람에 따라서 구름은 큰 바다로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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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네티스해의 재난이라고 불리는 유령선 플라잉더치맨호!

"선...장, 바다에서 이걸 건졌다."

누더기를 입고 있는 유령 선원이 병을 꺼내서 선장에게 보여 주었다.

구멍 난 해적 모자를 눌러 쓰고 있는 외다리 선장은 쪽지를 읽어 보고 나서 말했다.

"우...리를...부르는...초...대장이다. 돛...을 펼쳐...라. 전...속 항해...한다."

플라잉더치맨의 돛을 묶고 있던 밧줄들이 풀어졌다.

바람을 받아서 팽팽하게 펼쳐져야 할 돛들이었지만, 구멍이 나고 닳아서 제대로 펴지는 돛은 1개도 없었다.

그럼에도 플라잉더치맨호는 순풍을 받은 것처럼 북동해를 향해 전진했다.

위드의 유리병에 담긴 쪽지를 받은 유령선은 플라잉더치맨호만이 아니었다.

네리아해의 유령선들도 그 쪽지를 받고 진로를 틀었다.

"가...자......."

"우리...를 부...른다. 리치...님의 거...부할 수...없...는...명...령이다."

"혼돈...의 대...전사를... 해치...운... 영예로...운 불...멸...의 전...사의 불음이...다."

위드가 다시 수정 리치로 변신했을 시기에는 고급 언데드 소환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스킬이 예상치 못한 효과를 발휘해서 유리병 쪽지들은 대부분 유령선들에 전달됐다.

게다가 혼돈의 대전사를 사냥함으로써 언데드로 변신했을 때의 명성이, 유령선뿐만 아니라 베르사 대륙의 언데드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인간들이나 다른 종족들에게는 전혀 관심도 두지 않던 언데드들끼리 위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참!

어마어마한 명성이 효과를 발휘했다.

인근만이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는 바다의 유령선 선장들까지 움직인 것이다.

"더... 빨...리, 바다를...가르...자."

플라네티스해, 북극해, 대륙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유령선들이 전속 행해를 했다.

네리아해에서 유령선들은 바다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갔다.

유령선들은 선체가 아무리 부서지더라도 파괴되지 않는다.

네리아해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간 유령선들은 한참 후에 대륙의 서쪽에서 나타났다.

"이...곳이 아니...야."

다시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서 북동해에 출현하는 유령선들.

어디 그뿐이던가!

깊은 바다에 고요히 가라않아 있던 침몰선들이 유령선이 되어 떠오르기 시작했다.

고급 언데드 소환 스킬이, 잠들어 있던 침몰선들과 난파선들을 깨운 것이다.

"킬킬킬, 싸움이 났군."

200년 전에 잔인하기로 유명했던 해적 선원 자브리차!

그는 부하들에게 버림받고 무인도에 갇혀 굶어 죽은 이후 스스로 원한을 품고 언데드가 된 경우였다.

백사장에서 그에게도 유리병의 쪽지가 전달되었지만 어디 움직일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킬킬, 킬킬킬!"

하릴없이 바닷가에서 서성거릴 때 지나가던 유령선이 그를 태웠다.

"어디...로 가는...가?"

"위드...에게로."

"가는 곳...이 같...군."

거친 파도와 폭풍우를 뚫으며 전진하는 유령선들이 바다에 모이고 있었다.

쪽배나 뗏목, 심지어는 통나무나 나무로 된 술통에 올라탄 채로 이동하는 언데드들도 엄청날 정도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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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 일행은 과거 니폴하임 제국의 수도였던 모드레드에서의 퀘스트르르 겨우 마쳤다.

"후아, 진짜 힘들었네요."

여간해서는 어려움을 내색하지 않는 이리엔이 의뢰를 마치고 주저앉을 정도였다.

"몬스터의 천국이라더니 과장이 아니었어요."

화령도 지쳐 있던 와중이라 숨을 고르며 말했다.

무대에서야 기왕이면 관중이 많은 게 좋았다.

몇만 석 이상의 공연도 열정적으로 마쳤던 그녀지만, 끝도 없는 몬스터 떼 앞에서는 잘 숨어 다니는 게 최선이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을 모두 극복하고, 기사의 검을 전문적으로 만들었던 명장 가문 비테오르의 후손을 모라타까지 데려왔다.

-명장의 가문 의뢰를 완수하셨습니다.

 모라타에 비테오르 가문의 장인들이 정착하게 됩니다.

 도시의 무기 기술력이 빠르게 증가합니다.

퀘스트의 보상으로는 비테오르 가문에서 보관하고 있던 보석들을 받았다.

"나중에 여러분을 위한 장비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우리 가문은 검을 전문적으로 제작해 왔지만, 

방어구들을 제작하는 실력도 그리 뒤쳐지지는 않습니다."

몬스터들을 해치우면서 비테오르 가문의 생존자들을 데려온 보람이 있었다.

상인 마판은 그 보석들과, 바다에서 교역했던 물건들을 처분하고 목돈을 벌었다.

"마판이라는 상인이 이번에는 보석 거래소의 돈을 쓸어 갔다는군."

"구경을 가 보세."

주민들이 그를 보기 위해서 이동하는 것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들이 여유롭게 쉬기도 전에 다시 사건이 터졌다.

"위드 님을 죽이기 위해 헤르메스 길드에서 보낸 병력이 지골라스에 도착했다네."

"우리가 도와줘야 되는 거 아니에요?"

굳이 메이런이 말해 주지 않아도, 다들 로열 로드와 관련된 프로그램들을 관심있게 시청하고 있었다.

위드가 하벤 황국의 함대와 싸울 때부터 관심을 두고 지켜보고 있었는데, 헤르메스 길드의 

고레벨 유저들도 지골라스에 도착하는 장면이 방송에서 나왔다.

베르사 대륙은 그 사실로 인하여 무수한 논쟁이 벌어지는 와중이었다.

거대 길드의 폭거라는 말에서부터, 혼돈의 대전사도 사냥했던 위드이기 때문에 호락호락하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싸움 예상까지!

페일이 걱정스럽게 이야기했다.

"위드 님은 귓속말도 차단해 놓았고... 어떻게 지내시는지 모르겠군."

"유린이한테 물어볼까요?"

화령이 나서서 위드의 여동생인 유린에게 근황을 물어보기로 했다.

-유린아, 지금 어디야?

-그림 속이에요.

-그림? 그보다 지금 궁금한 게 있는데... 위드 님은 요즘 어때?

-오빠가 많이 힘들어하던데요.

-힘들어해?

-네. 집에서 밥을 먹으면서도 어딘가 지쳐 있고 화가 난 표정 같기도 했어요.

당시 위드는 한창 곡괭이질을 하면서 헬리움을 찾으려고 할 때였다.

땅을 아무리 파도 끝이 안 나니 당연히 표정이 좋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알아서 잘하고 있다고,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고 했어요.

유린은 위드의 말이라면 철석처럼 믿었다.

어릴 때부터 업고 다니면서 지켜 주던 든든한 오빠였다.

그녀가 솜사탕을 먹고 싶어 할 때나 장난감이 필요하면, 동네 꼬마들의 것을 강탈해서라도 조달새 주던 믿음직한 오빠.

비가 오는 날에는 우산을 가져다주고, 날씨가 더우면 포장도 뜯지 않은 아이스크림을 갖고 왔다.

동네에서 장난꾸러기로 유명한 꼬마들도 위드나 유린만 보면 공포에 몸을 떨어야 했다.

화령은 뒤에 붙은 유린의 말은 싹둑 자르고 요약해서 말했다.

"어떻게 해요. 위드 님이 힘들어한대요."

그러자 상상력이 풍부한 수르카가 울상을 지었다.

"제 생각에 위드 님은 헤르메스의 유저들에게 쫓겨 다니고 있을 것 같아요."

"설마 위드 님이?"

메이런이 믿을 수 없어서 반문했다.

"살기 위해서 완전 불쌍하고 처참한 모습으로 도망 다니고 있을 거예요. 그러다가 결국 잡히면 죽임을......."

"아!"

그들이 공통적으로 떠올린 것은 영화에서나 나오던 '도망자'였다.

물 한 모금 편히 마시지 못하고 고초를 겪으면서 도주하는 장면들이 저절로 연상되었다.

마음 약한 이리엔의 눈가에는 벌써 글썽글썽 눈물이 어렸다.

위드나 드린펠트나 해적들에게 쫓기고 있다니, 막 퀘스트를 마친 후였음에도 불구하고 않아서 쉴 수가 없었다.

"우리라도 지골라스로 가요! 가서 위드 님을 도와주는 거예요."

화령이 당차게 말하자, 일행은 근처에 새로 생긴 교역항으로 달려갔다.

배를 사서 지골라스까지 항해하려는 것이었다.

"쾌속선을 사러 왔어요. 어서 보여 주세요."

배를 구하던 도중에 벨로트가 불현듯 말했다.

"그냥 유린이의 그림 이동술로 데려오면 안 돼요?"

벨로트는 말하고 나서도 스스로 깜짝 놀라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못 들은 걸로 해 주세요. 제가 괜한 말을 했어요."

강대한 적과 싸우지 않고 피할 수 있다면 그게 최선의 길!

하지만 실행하는 데에는 지골라스와 적 마법사들의 존재 때문에 현식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그리고 명분상으로도 유린의 그림 이동술로 지골라스를 벗어나는 것은 편법이었다.

전생의 신 위드가 헤르메스 길드가 무서워서 꽁무니를 뺀다.

그러면 위드가 쌓아 놓은 명성은 물거품이 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남자을은 때때로 그런 사소한 것에도 목숨을 거는 법이 아니던가.

그런 이유로 벨로트가 자신의 말을 취소했을 때, 다른 일행은 이미 그림 이동술에 대해서 냉정하게 검토를 마친 후였다.

대외적으로 평판이야 어떻든 간에 오랜 동료들만 아는 이야기.

위드는 절대 잡템을 포기할 사람이 아니다.

화령과 제피는 기억 속의 지독한 악몽이었던 바스라 마굴에서의 사냥을 떠올렸다.

장장 29시간 동안의 연속 사냥을 하면서 그저 죽기만을 바랐다.

그 정도로, 악착같이 살아남으면서 몬스터들을 학살하던 위드!

배낭에 가득 담긴 잡템을 처분하기 위해서 마을을 다녀올때만이 짧은 휴식 시간이었다.

그동안에도 위드는 조각품을 만들면서 노가다를 했다.

지골라스에는 마을도 없으니 잡템들을 엄청나게 모아 놨으리라.

"잡템을 포기하는 위드 님이라니 도저히 상상도 안 가요."

"삶의 의욕을 완전히 잃어버릴지도......."

"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서 쓰러질 때까지 사냥을 할 수 도 있어요."

그림 이동술의 한계로, 지골라스에서 사냥하며 모았을, 산더미처럼 쌓여 있을 잡템까지 옮기지는 못한다.

결국 위드를  구출해 오기 위해 배를 사서 지골라스를 향해 항해하려는 동료들이었다.

위드가 부담스러워할지 모른다는 판단에 그에게는 비밀로 하고 숨기기까지 했다.

도착하기 하루나 이틀 전에 말할 작정이었다.

"지골라스로 가는 항해로를 잘 모르는데......."

"위드 님이 갖고 있는 지도를 몇 번 보긴 했는데, 잘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마판이 솜씨 있는 NPC를 선장으로 고용했지만, 항해에 대한 여러 걱정들도 많았다.

그런데 정작 북동해로 나오니 엄청난 유령선들의 행렬이 지골라스가 있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뗏목과 통나무에 탄 유령들, 바다에 떠 있는 것이 신가할 정도로 부서진 난파선, 유령선을 호위하는 

바다 괴물들까지 함께 움직이고 있는 놀라운 광경이 아닌가!

바다에 나오지 않았더라면 미쳐 볼 수 없었을 장면이다.

북동해에는 아직 다니는 배가 없었지에 페일 일행만이 이 광경을 보고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으리라.

그제야 페일 일행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왠지 우리가 생각했던 그런 모습이 아닐 수도......."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질 모양이네요."

유령 선원들이 조종하는 배들은 돛대 주변을 날아다니는 시커먼 콘도르들과 함께 이동했다.

페일 들이 탄 배는 유령선들과 적당한 간격을 두고 따라 갔다.

그런데 저 뒤에서 고만고만한 크기의 배들과는 다르게 대형 전함들이 바다를 가르면서 무시무시한 속도로 접근해 왔다.

"좌현 전타!"

배에 고용된 선장은 부딪치지 않기 위해서 키를 완전히 왼쪽으로 꺾었다.

일행이 타고 있는 배는 아슬아슬하게 전함들의 진행 방향에서 벗어났다.

전함들이 일으키는 물보라에 배가 심하게 휘청거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전함에는 다크 나이트를 비롯하여 마녀, 해군 병사의 유령, 그 외 언데드들이 가득가득 타고 있었다.

전함들은 일행이 타고 있는 배는 거들떠도 보지 않고 지골라스가 있는 방향으로 항해했다.

"휴, 겨우 살았네."

"완전 죽다 살아난 기분이야."

앞서서 전진하는 전함들을 보며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였다.

메이런이 손가락으로 전함의 깃발을 가리켰다.

"그런데 우리 저 깃발,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아요?"

고통에 몸부림치며 절규하는 해골의 깃발.

틀림없이 본 기억이 있다.

그것도 매우 비중이 있는 문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봤던 거 같은데."

"나도 본 기억이 나."

수르카와 페일도 확실히 봤던 문양이라고 했다.

"어디서 봤더라."

떠올리기 위해 애를 쓰고 있을 때, 마판이 설마 하며 말했다.

"전에 위드 님이 오크 카뤼취로 변했을 때요."

"네?"

"그때 저 깃발을 봤습니다. 세르파의 마녀들이나 샤이어가 들고 나왔던, 불사의 군단을 상징하는 깃발입니다."

마판이 몸서리를 치며 말했다.

상인으로 살면서 죽을 고비를 가장 많이 넘긴 날이었다.

전황이 바뀔 때마다 마른침을 수없이 삼키면서도 눈을 떼지 못했던 전투!

카리취와 다크 엘프, 오크 들이 연합을 해서 벌였던 전투는 아직도 명예의 전당에서 조회수가 5위 안에 올라 있다.

"아, 맞다! 불사의 군단이었지."

메이런이 이제야 떠올랐다는 듯이 박수를 쳤다.

"뭇 언데드들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불사의 군단의 깃발......."

"그럼 저 전함들이 불사의 군단에서 나온?"

일행은 동시에 눈을 마주쳤다.

"갑시다!"

"가요!"

"선장님, 최대 항해 속도로!"

돛들을 펼치고 가장 빠른 속력을 냈지만 장거리 항해였다.

언데드들과는 달리 선원들도 쉬어야 했고 그리 좋은 쾌속선도 아니라서, 순식간에 유령선들보다 훨씬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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