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21권 : 7. 데스 오라 (97/520)

7. 데스 오라

"으흠, 좋은 바람이군."

위드는 입가에 썩은 미소를 지었다.

적재 과다인 중형 범선의 속도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느꼈지만 여유가 있었다.

"너무 빨리 벗어나도 안 되니까."

황금새가 지속적으로 적들의 위치를 알려 오고 있으니 시간에 맟춰서 대비를 하면 된다.

넒은 바다로 나간다고 하더라도 기동력이 좋은 적들을 따돌리지 못할 바에야, 얼지 않은 강에서 승부를 볼 작정이었다.

"그럼 준비들을 해 놓고......."

위드는 조각 생명체들 중에 날 수 있는 것들에게 일을 시켰다.

"근처의 얼음 밑에 묻어 놔. 먹는 거 아니니까 깨물지 말고 조심해서 살살 다뤄라."

지골라스에서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획득한 화염탄들이 많이 있었다.

협곡의 좌우에 조각 생명체들이 딱따구리처럼 부리로 쪼아서 얼음에 구멍을 뚫고 화염탄들을 넣었다.

누렁이는 그 광경을 측은하게 볼 뿐이었다.

'나는 날 수가 없어서 다행이구나.'

위드에게 생명이 부여된 것은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니었다.

주 5일제나 상여금, 연월차, 그 외 복지 혜택 전무.

모라타에서 암소를 만나 처음 새끼를 보았을 때에도 누렁이는 쉬지 못하고 일을 했다.

육아휴직도 금지!

끊임없이 일을 만들어서 부려 먹고, 갱도 안에서도 일을 했으니 최악의 근로조건이었다.

그렇게 조각 생명체들이 고생을 해서 협곡에 화염탄들을 묻어 놓았다.

"아까운 내 아이템들이......."

위드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슬픔 영화의 책을 봐도 하품만 나오던 위드였지만 지금은 너무 슬퍼서 눈물이 주룩주룩 나왔다.

위드는 지금의 감정에 솔직하기로 했다.

"내 한 방울의 눈물은 최소한 800골드, 아니 8,000골드 이상이다. 절대 에누리나 단체 할인은 없을 거야!"

이런 감정들은 참으면 절대로 안 된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위장병이 생길지도 모르고, 폭식을 해서 음식을 축낼 수도 있지. 

정신을 건전하게 지켜야 해. 항우울제를 사 먹을 돈이 드니까!"

위드가 바다를 향해서 배를 몰아가고 있을 때, 지골라스가 있는 방향에서 대규모의 선단이 등장했다.

하벤 왕국의 함대, 해적들의 전투함들이었다.

"예상보단 조금 늦었군. 더 늦었으면 기다려야 할 뻔했는데."

조각탑이 활약을 해 주었던 것은 모르고 있었다.

위드는 의미가 없어진 그리피스의 조각 변신술을 해제했다.

그리고 재봉으로 만들었던 옷들도 다 벗었다.

모라타로 돌아가게 되면 다시 팔아야 할 옷이기에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

일단은 필요에 의해서 수정 리치로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죽은 자의 힘이 늘어나는 게 우려스럽기는 했지만 부득이하게 곧 있으면 유령선들을 지휘해야 할 처지였다.

"조각 변신술!"

위드가 수정 리치로 조각 변신술을 펼쳤을 때에는 모습이 전과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몸이 두둥실 공중으로 30센치미터 정도 떠올랐다. 주변에서는 시커먼 기운들이 소용돌이치면서 흘러내렸다.

침이 꿀꺽 넘어갈 정도로 엄청난 위압감을 가진 리치의 모습이었다.

-조각 변신술을 사용합니다.

 조각술에 대한 무한한 애정은 그 조각품과 조각사를 서로 닮게 만든다!

-몸의 형태가 바뀌면서 새로운 장비들을 착용할 수 있습니다.

 제물을 바쳐 언데드 전용 갑옷과 무기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

- 조각 변신술의 영향으로 지혜와 지식이 매우 높게 증가합니다.

 체력의 한계가 사라집니다.

 네크로멘서 스킬을 사용할 때 25%의 추가적인 효과를 획득합니다.

 공중 부양이 저절로 이루어집니다.

 마법력이 깊어집니다.

 높은 예술성과 조각 변신술 그리고 언데드 소환 스킬의 영향으로 데스 오라가 발동합니다.

 통솔력과 카리스마를 제외한 다른 스탯들과 행운 스탯들이 최하로 감소합니다.

 생명력과 마나가 대폭 늘어납니다.

 리치 전용의 생명력 흡수와 마나 흡수의 효율이 47%까지 올라갔습니다.

-경고! 조각 변신술의 부작용으로, 리치로서 지속적으로 활동하다 보면 인간성을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완전한 리치로서의 변이: 19.3%

-조각품 리치로의 변화가 이루어지면서 조각품에 대한 이해의 스킬 레벨이 1 상승합니다.

조금 더 진짜 리치에 가까운 모습!

"그래도 아직 수치가 낮은 편이군."

위드는 일단 바뀐 모습에 만족했다.

해골 리치로 바뀌었을 때에는 평범하기 짝이 없었다.

리치 샤이어나 리치 바르칸에 비하면 미흡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네크로맨서 마법을 증폭시켜 주고 언데드를 강화해 주는 데스 

오라가 발생하면서, 시각적으로 부족한 점들을 충족시켜 주었다.

"키 높이 신발을 신을 필요도 없겠어."

고작 30센티였지만 시선의 위치부터 달라졌다.

리치가 되니 어두운 밤중임에도 불구하고 대낮처럼 훤히 볼 수 있는 건 물론이다.

"커험."

어쨌든 아직은 드린펠트의 함대에 의해서 쫓기는 신세!

"한 5분이면 따라잡겠군."

상대의 속도를 염두에 두었을 때, 그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히 마법이나 포격의 사정거리에도 들어오게 된다.

위드의 범선이 화염탄이 묻힌 장소들을 지나가고 있을 때였다.

"여깁니다."

"여기예요!"

"위드 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희를 태워 주세요. 에이취!"

멀리 강가에 오들오들 떨면서 나와 있던 3인조, 헤인트, 프레탈, 보드미르가 구해 달라고 옷을 흔들어 댔다.

빙하 지역을 걸어서 통과하기에는 무리고,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일념으로 

위드가 지나가기만을 강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갑판에 떠올라 있는 위드를 보며 간절하게 외치는데 뒤쪽으로 함선들이 보였다.

"뭐야! 드린펠트, 개자식의 함대가 쫓아오고 있잖아."

"아아, 틀렸어! 우리를 태워 주지 않을 거야."

"위드 님이 그냥 가면 우리가 대륙으로 돌아갈 방법이 없는데......."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뒤에 대규모의 함대가 쫓아오는데 강가까지 와서 그들 셋을 태울 의무는 없는 것이다.

위드가 지나가 버리고 나면, 그들 셋은 언제 다시 올지 모를 배를 기다리거나 빙하 지역을 걸어서 가로질러야 한다.

주변에는 나무가 없어 뗏목도 못 만들고, 돌아다니는 몬스터의 레벨을 감달할 수도 없는 처지.

얼지 않는 강가를 따라서 하류까지 내려간 다음에 빙하라도 잘라서 타고 망망대해를 가로질러야 할 판이었다.

물론 바다 한복판에서 빙하가 녹아 버리기라도 한다면 비참한 처지에 놓이게 될 건 뻔하다.

"제발 태워 주세요!"

절박하게 외치는 3인조에게 위드의 범선이 속도를 줄이며 가까이 왔다.

위드가 갑판에 서 있었다.

"대륙으로 갈 거지?"

"네, 물론입니다. 정말 멋있게 변하셨군요. 가지요. 가고말고요!"

몇 달간 고립된 것도 서러울 마당에, 어쩌면 1년 이상을 이곳에서 살아야 할지 모른다.

즐거움과 행복이 가득한 로열 로드에서, 외딴 곳에 그렇게 오랫동안 갇혀 있는 것만큼 억울한 일이 또 있으랴!

눈물에 콧물까지 흘리는 척하며 애원하는 헤인트와 프렉탈, 보드미르는 순한 양과 같았다.

위드가 느긋하게 다시 말했다.

"내 배는 승선료가 조금 비싼데... 얼마까지 가지고 있어?"

리치로 변하고 나서도 돈에 대한 갈망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그래도 이름난 악당이라고 순순히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던지, 헤인트가 교활하게 눈동자를 굴리더니 대답했다.

"우리 셋이 합쳐서 2,759골드 있습니다."

너무 적은 액수를 말하면 위드가 그냥 가 버릴 수 있다.

아까웠지만 가지고 있는 돈의 절반 조금 넘게 불렀다.

위드는 아쉽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통행료가 7,000골드인데... 미안하지만 못 태워 주겠군."

"예예? 하지만 위드 님이 태워 주기만을 기다렸는데.......

안 태워 주시면 저희는 이곳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나 말고 배 많이 있잖아. 돈 없으면 다른 배 타도록 해."

"저놈들한테는 이미 욕을 해서 태워 주지 않을 거라고요!" 그리고 저희와 함께 이곳까지 오지 않으셨습니까.

함께 왔으니 돌아갈 때도 같이 가자는, 나름대로 설득력있는 논리.

누렁이조차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반박할 만한 말이 없다고 생각했다. 

결자해지라는 말처럼, 일을 저지른 사람이 풀어야 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위드는 단칼에 잘랐다.

"그건 너희 사정이고."

그런 사소한 이유는 관심 밖!

"거리를 감안해도 승선료가 200골드면 되잖아요."

"싫으면 다른 배 타."

배를 뺏으려고 했던 악당들에게 자비를 베풀 필요는 없다.

위드의 목적은 단 한가지였다.

어차피 이곳까지 왔으니 돌아가야 하는 목적지는 같다.

합승에 바가지요금, 여차하면 승차 거부까지도 할 태도!

"야, 빨리 그냥 달라는 돈 주고 타자."

"저 사람도 가면 우린 진짜 여기서 갇혀서 지내야 돼. 드린펠트 함대도 계속 쫓아오잖아. 흥정을 할 때가 따로 있지.

여기서 시간 끌다가는 죽도 밥도 안돼.

드린펠트의 함대가 다가오는 것을, 위드보다 오히려 보드미르와 프렉탈이 더 걱정해 주고 있었다.

3인조가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꺼내 보고, 금괴나 보석 같은 귀중품을 털어 보니 딱 7,425골드가 나왔다.

"위드 님, 7,000골드를 내겠습니다!"

"선금이야."

간신히 7,000골드를 내고 셋은 중형 범선에 서둘러 뛰어올랐다.

그리고 갑판에서 본 엄청난 조각 생명체들의 떼!

"이 몬스터들은 데체 다 어디서 나온 거야."

"무진장 무섭게 생겼군."

웬만한 몬스터들은 생김새로 압도할 정도로 잔인하고 섬뜩하게 생긴 조각 생명체들도 있었다.

"이대로 몇 달을 갇혀서 보낼 줄 알았네."

"진짜 막막하던 시간이었어."

그들이 어쨌거나 살았다고 겨우 한숨을 쉬고 있을 때였다.

"이제부터는 너희가 이 배를 운전해라."

"예, 알겠습니다."

3인조가 원하던 바이기도 했다.

위드의 항해 스킬이 얼마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중형 범선이 움직이는 속도로 보아서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3인조가 베키닌의 미친 상어들로 불리면서 붙잡히지 않고 신출귀몰하게 활동하던 데에는 발군의 항해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적들이 내로라하는 하벤 왕국의 함대에, 해적들이었지만 승부를 걸어 보려고 했다.

"돛을 바람에 맞게 조종해!"

"물살을 최대로 받는 쪽으로 범선의 방향을 재조정하고 전속 항해!"

베키닌의 미친 상어들은 중형 범선을 바쁘게 오가면서 항배 속도를 높였다.

마음 한구석에는 뿌듯함도 있었다.

-어쨌든 다 뜯기지는 않았군.

-425골드나 남았어. 불리한 처지에도 불구하고 위드를 속인 것으로 우리 베키닌의 3마리 미친 상어들은 더욱 유명해질 것이다.

-우리를 버릴 때만 하더라도 지금까지 훔치고 뺏은 보물들을 다 내놓으라더니, 다 잊어버렸나봐. 킬킬킬.

그들끼리 귓속말을 나누고 있을 때였다.

갑판에 올라서 하벤 왕국의 함대 그리고 화염탄들을 쳐다보던 위드가 말했다.

"참, 너희......."

"네?"

"밥값은 유료다."

"예예?"

"대륙으로 돌아갈 때까지 물 한모금에 3골드, 생선회 한점에 5골드."

폭리도 이루 말할 수 없는 횡포의 수준!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습니까!"

강력하게 항의하려던 프렉탈이 잠깐 말을 멈추더니,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저희가 배를 몰겠습니다. 그 보수로 밥값으 쳐주시지요."

누렁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똑똑한 제안이었고, 합리적인 선에서의 타협이라고 할 수 있다.

딱히 반박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절충선이지 않은가.

"하루 일당 1쿠퍼."

"예?"

"싫으면 내리든가!"

"......."

완전히 칼까지 든 강도였다.

작은 권력도 효율적으로 이용하면서 상대를 철저히 쥐어짜 내는 완벽한 능력!

벨로트의 미모에 걸려들었을 때부터 모든 것이 결정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더 무서운 것은, 조각 생명체들은 생명을 부여한 사람을 부모처럼 따르게 된다.

위드를 보면서 많은 조각 생명체들이 배우고 있었다.

'인생은 돈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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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키닌의 3마리 미친 상어들을 구하는 모습은 드린펠트에게도 보였다.

"멍청한 놈. 죽을힘을 다해 꽁무니를 빼고 달아나도 모자랄 판에 저런 여유를 부려?"

드린펠트는 모욕이라도 당한 것처럼 기분이 더러웠다.

육지에서도 도망 다니던 주제이니 바다에서는 더욱 열심히 도주를 해야 할 것이 아닌가.

헤르메스 길드의 수뇌부에서는 연일 위드를 빨리 잡으라고 독촉이 심했다.

하지만 방송을 통해서 역습에 의해 피해를 입는 모습만 보여 주었고, 위드는 베르사 대륙에서 최초로 가장 높은 난이도의

퀘스트까지 성공시켰다.

지원군까지 보내 주었는데도 지금까지 지지부진하게 성과가 없어서 면목이 서지 않았다.

그러나 육지가 아닌 바다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육지에서는 경험 부족으로 미흡한 점이 많음을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었지만, 바다에서는 그가 왕이었다.

"목숨을 건지기 위해서 도망치는 것 외에는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주제에 건방지기 짝이 없군."

드린펠트는 배의 전투력의 차이가 너무 나니 승리 후에 나올 반응들을 걱정하고 있을 정도였다.

"포격전으로 단숨에 격침시켜 버릴까? 아니야, 그건 너무 빨리 끝이 나 버리는데."

최신 대포로 무장한 전투선들이 화력을 내뿜기 시작하면, 중형 범선 1척 정도를 파괴하는 건 일도 아니다.

"해상전이라서 쉽게 이겼다는 말이 틀림없이 나오게 될텐데."

저항도 할 수 없는 힘으로 찍어 누르듯이 이겨야 명예 회복이 이루어진다.

해상전이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는 평가는 받고 싶지 않았다.

"조금 후면 대푸의 사정거리에 들어옵니다!"

부사관이 큰 소리로 외쳤다.

베키닌의 3마리 미친 상어들이 배를 운행했지만 적재량 초과로 본래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드린펠트가 결심을 굳힌 듯 명령했다.

"전방으로 포격 개시."

"사정거리에 들어오기까지는 조금 남았습니다."

"포격 즉시 시작하되, 적을 겨냥하지 말고 쏴라."

중형 범선을 격침시켜 버리는 것은 역시 너무나도 시시하다.

포격으로 힘의 우세를 철저하게 과시하면서 항해 능력을 없애 버릴 것이다.

그런 다음에 상대의 배로 정예부대를 투입해서 돌격시키는 작전이다.

완벽한 승리를 노리는 드린펠트!

드린펠트의 명령은 함대 전체로 전해졌다.

하벤 왕국 제 2함대의 군함들이 앞으로 나가더니 선회하여 배의 측면을 비스듬히 드러냈다.

포문이 열리고, 탑재된 대포들이 순차적으로 불을 뿜었다.

꽈과과과과광!

5척을 합쳐 160문이 넘는 대포의 화력이 발사되었다.

켈버린 포에서 발사된 포탄들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서 위드의 배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장소에 떨어졌다.

물기둥이 10여 미터나 치솟으면서 천지가 개벽하는 굉음이 강을 울렸다.

"재장전!"

군함들에는 다시 켈버린 포가 장전되고 있었다.

함장의 포술 스킬과 선원들의 훈련도가 완벽할수록 장전속도와 정확도가 오른다.

다수의 대포를 탑재하게 되면 중량으로 인해 배의 기동력이 매우 느려지게 되지만, 

드린펠트의 군함들은 그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다시 추격에 합류했다.

이번에는 다른 군함들 7척이 함께 배의 측면을 드러내고 포문을 열었다.

"발사!"

238문이 포탄을 발사!

발사 각도를 올려서 하늘로 높이 솟구친 포탄들이 강으로 떨어졌다.

포격 범위에 들어온 강물이 솟구치며, 강이 통째로 뒤집어질 것 같은 위력!

포탄이 떨어진 지점은 위드의 배와 더욱 가까워져 있었다.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어. 더 빨리 속도를 내!"

"지금이 낼 수 있는 최대 속도야."

베키닌의 3마리 미친 상어들은 갑판을 내달리면서 선체의 속도를 더 올려 보려고 안간힘을 다했다.

위드는 흑마법을 이용하여 본 쉴드나 다크 쉴드를 형성할 수 있었지만 아직은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포탄들이 한 지역으로 한꺼번에 떨어지는 건 흔히 구경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아슬아슬하게 쫓기는 입장에서는 최고의 자리에서 관람을 하는 셈이었다.

겁 많고 소심한 누렁이는 선실로 숨어 버렸지만, 서윤도 가면을 쓰로 옆에 함께 있었다.

"포탄 한 발에 비싼 건 3골드는 될 텐데... 역시 돈이 많이 놈들이군."

부러운 것은 역시 돈 자랑!

강을 가득 메우고 뒤를 쫓아올 정도의 많은 함선들과, 그 배들을 무장시킬 수 있는 재력에 배가 아플 정도였다.

중앙 대륙에서도 상업이 크게 발달하고 인구도 많은 하벤 왕국의 함대이기에 이러한 무장을 갖출 수가 있으리라.

바다의 유저들은 시력이 좋아서 위드가 배의 뒤쪽에 남아 있따는 것을 드린펠트나 다른 유저들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위드에게 악취미가 생겨서 일부러 도발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영웅적인 기사처럼 목숨을 지푸라기인 양 가볍게 여기지도 않는다.

목숨을 잃으면 떨어질 스킬 숙련도나 레빌, 손실할 수 있는 아이템은 무진장 아까운 것.

적들을 끊임없이 분석하고 살펴봐야 한다.

살기 위해 필요한 만큼의 용기를 낼 뿐이었다.

하벤 왕국의 함대와 해적선들이 얼지 않는 강을 따라서 전속력으로 쫓아오고 있었다.

"슬슬 시작해 보자."

적 함선들이 정해진 위치에 들어왔을 때, 위드가 외쳤다.

"전부 태워 버릴 시간이다!"

13대 조각사 길드의 수장 로야닌이 만든 불의 거인!

끊없이 타오르는 카스탈로 만들어졌지만, 그 때문에 배에 타지 못한 비운의 조각 생명체였다.

불의 거인은 대신에 다른 탈것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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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가 유령선을 타고 떠난 이후로 빙룡과 와이번들, 불사조는 사냥을 하며 레벨을 높였다.

"쿠에에엑!"

빙룡의 아이스 브레스, 와이번들의 공중 낙하 공격, 불사조의 화염 방사로 일대의 몬스터들을 괴롭혔다.

가뜩이나 1마리 1마리가 위력적인데 여러 마리가 모여 있으니 지상의 몬스터들을 사냥하기는 식은 죽 먹기였다.

그렇게 잘 먹고 잘살고, 등 따뜻하고 배부르다 보니 괜히 위드가 그리워졌다.

미운 정이 들 만큼 들어서 허전한 사이였다.

"주인이 어디서 뭘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몰래 맛난 거 먹고 있는 거 아닐까?"

"우리가 없는 곳에서 혼자만 맛있는 걸 먹고 있을 거다."

와이번들의 입에서 가끔 나오던 위드에 대한 이야기들은, 그가 사라지고 나서 베르사 대륙의 시간으로 3달여가 지나고 나서 더욱 심해졌다.

"주인이 만들어 준 음식을 먹고 싶다. 돌아오면 맛있는 음식을 해 달라고 해야지."

"주인이 보고 싶다. 부려 먹고 괴롭히더라도 같이 있고 싶다."

일찍 태어난 와이번들은 위드와 함께 보낸 시간이 가장 길어서 부모처럼 따랐다.

미운 정까지 깊이 쌓여서, 배신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난 정말 주인에게 가고 싶다."

불사조는 다섯 형제로 태어나서 이젠 혼자 남았다.

외로움도 가장 크게 타서, 위드가 있는 바다를 향해 구슬프게 울었다.

"정말 주인이 있는 곳으로 가 볼까?"

"주인이 있는 곳으로 날아가는 여행은 좋다."

와이번들은 유로키나 산맥에서 북부를 오가는 장거리 여행을 했었다.

넓은 대지를 돌아다니는 자유로운 성격을 가졌다.

"주인이 있는 곳으로 가자."

"여행이다. 끼야아아악."

빙룡도 혼자 남을 수 없어서 동참하기로 했다.

"나도 너희와 같이 가겠다."

북쪽으로의 비행!

빙하 지역으로 여행을 한 경험이 있는 빙용이 길잡이가 되었다.

와이번들과 부사조는 뒤를 따라서 날아갔다.

철새도 아니고, 외로움에 주인을 찾아서 날아가는 조각 생명체들이었다.

"이곳으로 갔다."

"냄새가 난다."

"주인의 기척이 점점 느껴진다. 어딘가 음습하고 야비하고 추악한 느낌이, 영락없는 우리 주인이다."

조각 생명체들은 바다가 아닌 육지를 넘어서 지골라스 근처까지 날아왔다.

"크워어어어! 이곳으로 돌아오니 내 힘이 강해지고 있다."

빙룡은 빙하 지역에서 생명력과 힘이 더욱 강성해졌다.

와이번들은 추위를 견디기 어려워했지만, 위드가 만들어준 옷을 걸치고 있었고, 

불사조의 곁에 가까이 붙으면서 얼어 죽는 것을 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주인이 우리를 반가워해 줄까?"

"화부터 내고 때리면 어쩌지?"

"사냥 안 하고 따라왔다고 구박하고, 괴롭히고, 매일 과도한 노동으로 부려 먹는 거 아니야?"

와삼이가 머리를 굴리더니 말했다.

"거기까지는 참을 수 있어. 그런데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서 사냥이나 하라고 하면 어쩌지!"

같이 보낸 시간이 길었떤 만큼 위드에 대해서는 너무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조각 생명체들은 지골라스에서 멀지 않은 장소에서 사냥을 하면서 기다렸다.

불사조의 힘은 빙하 지역에서도 그리 약화되지 않았다.

타오르는 불은 어느 장소에서든 뜨겁다.

얼음 내성은 높지만 불에 대한 내성이 없는 몬스터들을 사냥하면서 성장했다.

빙하 지역에 있는 몬스터들은 경험치가 높았고, 고기에는 영양가가 넘쳐 났다.

육식을 즐기는 와이번들은 사냥을 하면서 승리를 했을 때도 경험치를 받지만, 몬스터들을 잡아먹으면서도 경험치를 얻는다.

불사조, 빙룡, 와이번들의 파티 사냥!

그런데 위드를 발견하기 전에, 불의 거인이 빙하 지역을 성큼성큼 걸어서 이동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조각 생명체들끼리는 표현되어 있는 예술성을 바탕으로 상태를 알아볼 수 있었다.

"우리의 주인, 위드를 아는가?"

빙룡과 불사조, 와이번들이 길을 막고 물으니, 불의 거인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했다.

"생명을 부여해 준 분이다."

"우린 너보다 일찍 태어났다."

"그럼 우린 가족이구나."

조각 생명체들끼리는 간단한 서열이 정해지면 사이가 굉장히 좋아졌다.

위드의 지휘 능력이나 매력이 관여하는 덕분이기도 했지만, 속성상 상극이라고 

할 수 있는 빙룡과 불사조도 금세 친해져서 함께 다닐 정도였다.

형제들을 잃어버리고 혼자가 된 불사조가 말했다.

"비슷한 성격을 가진 네가 마음에 든다."

불의 거인도 불검을 손에 든 채로 뜨거운 눈빛을 보냈다.

"나도 네가 좋다."

"어디로 가는 길이지?"

"주인님이 말씀해 주신 곳에 가서 숨어 기다리라고 했다. 강의 폭이 좁아지는 협곡까지 가야 한다."

"걸어가기가 쉽지는 않을 텐데."

불의 거인은 얼지 않는 강을 향해 멀리 돌아가고 있었다.

조각품이라 원래의 크기보다 작다고는 하지만, 걸음을 뗄 때 마다 몇십 미터씩을 성큼성큼 움직인다.

온몸에서 내뿜는 열기로 인해서 빙하의 얼음이 녹아내렸다.

발에 물이 닿을 때마다 수증기가 피어오를 뿐만 아니라, 미끄럽게 짝이 없다.

불의 거인은 땅을 덮고 있는 빙하 위로 쉴 새 없이 움직여야만 했다.

불사조가 먼저 제의했다.

"내 등에 타라. 다른 이들은 태울 수 없지만 너라면 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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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조에 탄 불의 거인이 얼지 않는 강을 낮게 날았다.

날개를 펼치니 강이 꽉 차게 느껴질 정도였다.

비행에 익숙하지 못한 불의 거인이 괴성을 질렀다.

"키야아아아아!"

인근에서 하늘을 나는 것을 연습하던 중에 위드의 부름을 받고 어마어마한 속도로 돌아와야 했다.

불사조는 협곡에 날개와 머리를 부딪쳐 가면서까지 최대한의 속력을 발휘했다.

높은 상공에서 보면 뜨겁게 타오르는 혜성이 강줄기를 거슬러 내려오는 것 같은 광경이다.

"그리피스 님, 확인되지 않은 몬스터가 후방에 나타났습니다."

함대의 뒤쪽에 있던 해적들이 먼저 불의 거인과 불사조를 발견했다.

밤하늘을 멀리서부터 밝히면서 등장한 그들은 유난히 눈에 잘 띄었다.

해적들이 추격전에서 후방으로 밀려난 것에는 전력상 하벤 왕국의 함대보다 밀린다는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

실제 백병전에 돌입하면 어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해상 포격전에서는 왕국의 군대를 당해 내지 못했다.

해적들은 원해 격침보다는 약탈을 주로 하느라 기동력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리피스는 기회가 올 거라고 믿었다.

"지골라스에서도 그렇게 잘 도망 다녔는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무작정 강으로 나온 것은 아닐 터.

그건 정말 미련한 짓이지. 드린펠트 함대의 추격 정도는 예상을 하고 대비책을 마련해 놓았을 거야."

그리피스는 전투준비를 단단히 해 놓고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리피스가 해적선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대포를 쏴라!"

해적선들이 즉시 장전되어 있던 대포를 발사!

"캬아아아악!"

불사조가 날개를 접고 몸을 회전시키면서 포탄들을 피했다.

채 피하지 못한 포탄들은 스쳐 지나가거나 강으로 떨어졌다.

체력과 생명력이라면 남부럽지 않던 불사조.

몸에서 부딪친 포탄들이 강한 화염을 내뿜으며 폭발했다.

"키야오오오오오오!"

불사조는 약해지지 않았다.

화염의 속성을 띠고 있는 불사조와 불의 거인에게 포탄의 공격력은 제구실을 하기 어려웠다.

생명력으로 재흡수되어 버리는 것.

그리피스는 뱃사람의 필수 도구라고 할 수 있는 망원경을 통해 그 모습을 생생하게 보았다.

"불사조의 능력이 대단하군."

위드가 엠비뉴 교단과 싸울 때 모습을 드러냈던 거대 괴수. 화염의 데미지로 잡기가 상당히 어려우리라.

"마법탄을 장전하라!"

마법사 길드에서 판매하는 포탄으로, 폭발형 마법이 내재되어 있어서 가격이 몇 배나 비싸다.

불사조에게 만만치 않은 피해를 줄 수 있었겠지만, 마법탄을 준비하고 장전하는 

사이에 불사조는 그들을 날아서 지나쳐 버렸다.

"공격할까요?"

해적들이 물었을 때 그리피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들을 노리는 것이 아닌 바에야 구태여 마법탄을 낭비하고 싶진 않았다.

"키야호오오오오오오오오!"

불사조는 하벤 왕국의 함대 상공에서 깃털들을 뿌렸다.

지상을 향해 떨어지는 깃털들은 곧 엄청난 열기를 동반한 불의 비가 되었다.

"저건 뭐냐?"

"디바인 쉴드."

"바다의 수호!"

성직자들의 각종 보호 마법과, 바다를 지키기로 약속한 수호자들의 가호가 배들을 보호했다.

신성력과 물의 방벽이 불의 비를 약화시키거나 막아 주었다.

"돛부터 걷어라."

대형 범선이나 군함의 선원들은 서둘러서 돛을 내렸다.

불의 비가 좀 떨어진다고 해서 마법 보호가 걸려 있는 특수 재질의 나무로 만든 배들이 송두리째 타 버리진 않는다.

하지만 돛은 작은 불길에도 금방 타 버릴 정도로 취약했다.

약한 몬스터라면 불의 비에 의해서 몰살을 당할 수도 있지만, 그들은 여러 몬스터 사냥을 통해서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헤르메스 길드의 지원군인 성기사와 사제 들이 마나를 써서 넓은 방어막을 형성시켰다.

"후속 공격을 대비해라. 마법사들은 대응 마법을 준비. 수비보다는 공격으로 놈들을 잡는다."

드린펠트는 자신의 함대가 가진 힘을 믿었다.

배들의 기동력이라는 게 한계가 있지만, 화살과 대포, 마법의 범위에 들어온다면 불사조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불사조에 타고 있던 불의 거인에 대해서는 크게 경각심을 갖지 않았다.

"귀찮지만 주인이 시킨 일이니 해야 한다."

그런데 불의 거인이 좌우의 협곡을 향해 불의 검을 휘둘렀다.

퍼퍼퍼펑!

얼음 밑에 있던 화염탄들이 불의 기운에 자극을 받아서 폭발!

충격과 열기에 의해 협곡의 양측에 두껍게 쌓여 있던 만년빙들이 끔찍한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실금들이 점점 크고 넓어져서 주체하지 못할 정도가 되었을 때, 결국 만년빙들이 협곡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눈사태다! 아니, 얼음 사태다!"

"협곡의 얼음들이 무너지고 있다!"

"멈춰! 멈춰!"

협곡을 지나던 드린펠트의 함대로서는 날벼락이 따로 없었다.

바다를 주름잡던 그들이, 높은 곳에서 얼음덩어리들이 떨어지는 것과 비슷한 공격을 받아 본 적은 단연코 없다.

마법사들과 성기사, 사제 들이 펼친 보호 마법을 뚫고 얼음덩어리들이 선체에 내리꽂혔다.

거대한 얼음덩어리에 정통으로 직격당한 배가 통째로 가라않기도 했다.

이러한 지형지물을 활용한 자연적인 공격은 보통 미리 대비하지 않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

협곡의 얼음덩어리들이 줄줄이 쏟아지면서 함대를 덮치고 있었다.

"속도를 높여라. 항해술을 최대한 발휘하여 이곳을 벗어난다."

드린펠트의 함선을 필두로 돛을 다시 활짝 펼쳤다.

협곡의 양측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얼음덩어리들을 민첩하게 피해서 정면으로 내달렸다.

두 쪽으로 갈라져서 침몰하는 함선들. 발사를 위해 준비시켜 놓은 포탄들이 폭발하면서 아비규환이었다.

보호 마법이나, 단단한 목재로 짠 선체의 재질이 무색하게 무거운 얼음덩어리들은 배를 부수고 짓눌렀다.

"전속력 항해!"

드린펠트의 선박이 다른 전투함들과 함께 전진했다.

하지만 위드가 묻어 놓았던 화염탄들이 연쇄적으로 폭발하면서 그들이 가는 길마다 얼음덩어리들이 떨어졌다.

"제독님! 피해가 너무 막대합니다. 잠시 뒤로 돌아가야 합니다."

"놈은 내 손으로 잡아 없애야 한다."

드린펠트는 부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직접 배를 조종하며 뒤를 쫓았다.

얼음덩어리들이 강물로 떨어져서 물기둥을 높이 일으키고, 협곡의 일각마저 흙과 돌 더미와 함께 무너졌다.

그런 재난조차도 피해를 감수하며 전진하던 드린펠트의 함대였지만, 공중에서 불사조의 깃털이 만들어 

낸 불의 비로 인하여 돛들이 버티지 못하고 타올랐다.

"전투용 비상 돛을 걸어라."

훈련된 선원들은 불을 끄고, 전투용 소형 삼각돛을 달았다.

바람을 타는 힘은 약하지만 역풍에 강하고 특수 재질로 불에 잘 타지 않는다.

드린펠트의 함대와 해적선들은 상처 입은 맹수처럼 사납게 위드의 뒤를 추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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