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대해전
유령선들이 쾌속선에 포화를 퍼붓고 있는 사이에, 전투함들은 5척씩 삼각 편대를 이루며 돌진했다.
"우히히힛, 인간들이 덤벼 온다."
"침몰시키자!"
유령선들의 포화가 전투함들을 향해서 쏟아졌다.
"쏴라! 왜 이리 안 맞지?"
엉뚱하게 반대편을 보고 대포를 쏘는 유령들.
"안 보여. 아무것도 안 보여. 꽝 하고 터지는 소리가 너무 무섭다. 우리 배가 가라앉을 때도 그런 소리를 들었던 거 같아."
유령들은 눈을 질끈 감고 대포를 쏘기도 했다. 규율도 없이 완전 제멋대로인 유령선들이었다.
하지만 포실이 배의 측면에 있었고, 조준하지 않고 쏘더라도 진행 방향에 있는 전투함들은 표적이 되기에 충분.
전투함들의 바로 인근에 물기둥들이 치솟더니, 포탄이 돛대를 날려 버리고 갑판의 일각을 부쉈다.
유령선들이 사용하는 포탄은 매우 오래된 것이기 때문에, 떨어지고 나서도 터지지 않는 불발탄이 상당이 많았다.
그런데 재수가 없으면 나중에 갑자기 폭발해서 피해를 입혔다.
유령선들과 싸우면서 행운을 기대할 수는 없다.
없던 쥐 떼가 갑자기 선실 창고에서 튀어 올라오고, 전염병이 돌았다.
"전진! 전진하라! 제독님의 명령이다!"
전투함에 있는 함장과 선원들은 유령선들의 중심층을 향해 돌격했다.
NPC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하벤 왕국 소속의 군인으로 충성심이 높아서, 죽을 위험이 높은 임무도 서슴지 않고 수행하는 모습이었다.
전투함들이 집중 포격을 버티면서 가라앉는 사이에, 드린펠트의 2개 전투함대가 암초에 부딪치고 해초에 걸리면서 바다를 우회하는 데 성공했다.
"포문을 열어라. 발사. 발사. 발사!"
전투함대의 포문에서 시벌건 화염과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발사된 포탄들이 정확하게 유령선들에 적중했다.
"크에헤에, 배에 불이 붙었다."
"럼주를 부어라. 불을 끄자. 어? 불이 더 크게 타오르네. 추운데 잘됐다. 활활 타올라라."
불길이 크게 번지며 침몰하는 유령선 위에서 날뛰는 유령들이 보였다.
"발사!"
전투함대의 배들이 대포를 사격할 때마다 유령선들이 격파되었다.
"포탄을 아끼지 마라. 화염탄 장전!"
특별하게 제작된 화염탄들이 밀집해 있는 유령선들의 상공에서 화려하게 폭발했다.
불줄기들이 사방팔방으로 퍼지면서 유령선들을 뒤덮었다.
빗방울이 약해지면서, 불을 빨리 끄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제1, 제3 전투함대가 전공을 세우면서 더 많은 유령선들이 그들을 향해 몰려들었다.
하지만 적들의 진열이 흐트러진 순간, 드린펠트의 전투함에서 뿔피리를 세차게 불었다.
"본대 전진!"
드린펠트의 전투함을 선두로 하여 본대가 유령선들의 정면으로 나아갔다.
유령선들이 쏘아 낸 포탄에 피격되어 좌초하는 전투선들도 있었지만, 용감하게 얼지 않는 강을 나와 속도를 냈다.
"전 포문 개방. 장전되는 대로 모두 발사하라!"
전투함의 측면에 있는 포문이 개방되더니 불을 뿜었다.
드린펠트의 본대 좌우에 있던 유령선들이 격침되었다.
그사이에 위드는 소중한 잡템과, 누렁이를 비롯한 조각 생명체들을 작은 유령선들에 무사히 나누어 태웠다.
"우리도 싸우고 싶다. 아까 큰 전투가 있다고 말하지 않았었나!"
고블린의 영웅 케라노스커를 닮은 조각 생명체가 죽창을 들고 반발했다.
몇 안 되는, 몬스터 영웅을 닮은 조각 생명체였다. 호전적이고 부모에 대한 정이 조금 약했다.
위드가 어림도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너희에게 왜 생명을 부여했는지 알아?"
누렁이와 황금새, 은새는 동시에 정답을 떠올렸다.
"돈 벌려고."
"돈 때문에?"
"돈 외에 다른 이유가 있을까?"
"철저한 수전노인 위드였지만, 해골 리치 주제에 자상한 동네 형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희는 갓 태어난 아기들이야."
"그렇지 않다!"
케라노스커를 닮은 조각 생명체가 강하게 반발했다.
다른 몬스터들을 닮은 생명체들과 기사들도 명예를 훼손당한 것처럼 불쾌하게 느꼈다.
자존심을 짓밟으면 친밀도가 하락해서 조각 생명체라고 해도 독립을 선포하며 떠나 버릴 수 있다.
더군다나 지금은 꺼림칙한 리치의 모습이 아니던가.
위드답지 않게 조각 생명체들을 서툴게 다루는 모습이었지만, 모든 게 당연히 계획의 일부였다.
"이 넓은 베르사 대륙이 얼마나 아름답고, 즐겁고, 행복한 곳인지 아니? 너희는 내 자식과도 같은 존재들이야.
그럴 리야 없겠지만 너희가 이 전투에서 나를 위해 싸우다가 죽어 버린다면 그것만큼 슬플 일은 없을 거란다.
너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난 뭐든지 할 수 있어. 이 리치보다 더한 것이라도, 너희를 위해서라면 될 것이다."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
"이건 내가 책임져야 할 전투야. 그러니 너희는 멀리서 구경이나 하고 있어."
"그렇지 않다. 그래도 전투는 하고 싶다."
설명을 듣고도 여전히 싸우고 싶다고 우기는 생명체들은 몬스터들을 닮은 흉포한 성정을 가진 이들뿐이었다.
까탈스럽지만 길들여지고 나면 더없이 순수하고 충직하기도 하다.
황금새와 누렁이는 생각했다.
"이제 패겠구나!"
"조용한 곳으로 끌고 가서 처리하겠지!"
위드는 말 안 듣는 생명체들에게도 따뜻하게 설명했다.
의대에 합격한 자식에게 아침에 어떤 반찬을 먹고 싶은지 물어보는 어머니처럼 애정을 듬뿍 담아서.
"내가 너희를 위해 옷을 만들고 집을 지어 줄 거야. 음식도 만들어 주어야지. 우리가 어디 보통 인연이니?
오랫동안 함께 행복하게 지내야지"
"싸움을 하고 싶다."
"그래그래. 전투는 나중에 실컷 할 기회가 생길 거야. 그 때가 되면 꼭 선봉에 세우겠다."
"약속했다."
"그럼. 너희가 좋은 것만 먹고 편안히 쉬는 걸 바라지만, 싸우고 싶다면 육지에 가서 전투를 시켜 줄게.
난 너희의 부모야. 너희가 하고 싶은 일들은 뒷바라지를 해 줘야지. 설마 나를 자기 일도 알아서 해결하지 못하거나,
돈밖에 모르는 그런 사람으로 아는 건 아니겠지?"
"물론 아니다."
조각 생명체들은 그들을 걱정해 주는 위드에 대해 감동하고 있었다.
"아, 좋은 주인을 만났구나."
조각 생명체들의 반발을 누르고, 더욱 친밀도를 얻어 낸 위드였다.
조각 생명체들이 몇 안 될 때에는 간편하게 협박이나 갈취, 폭력으로 모든 걸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각 생명체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늘어났으니 존경과 감사를 받으면서 부려 먹어야 된다.
이것이야말로 후천적으로 갈고닦은 위선자로서의 재능!
갑작스러운 변신이었지만 전혀 어색하거나 버벅거리지 않았다.
위드는 이런 태도 변화까지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를 해 두었던 것이다.
서윤조차도 착각에 빠져 버릴 정도였다.
"좋은 아빠를 두고 있어서 행복하겠어요."
위드는 가볍게 겸양의 말을 했다.
"뭐, 알아주기를 바라고 하는 건가? 그냥 다 녀석들 잘되라고 애정으로 돌봐 주는 거지. 무슨 보답을 바라거나 하면 안 되잖아."
누렁이와 황금새가 토할 것처럼 꺽꺽대었다.
해상전에서는 근접 전투에 적합한 조각 생명체들의 중요도가 떨어진다.
'앞으로 20년은 부려 먹어야 될 밑천인데, 여기서 죽일 수는 없지.'
배가 침몰하여 수영을 못하는 조각 생명체들을 한꺼번에 잃어버리기라도 한다면 그것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을 터!
더군다나 조각 생명체들은 전투의 판도를 바꾸어 놓을지도 모를 엄청난 전력이었다. 위험하고 효과도 떨어지는 이런 곳에서 보여 주기에는 무언가 아까운 것도 사실!
공중을 날 수 있거나, 물을 터전으로 사는 조각 생명체들을 제외하고는 전부 전장을 이탈하도록 지시했다.
위드가 조각 생명체가 탄 배들을 후방으로 돌려놓고 전투에 다시 시선을 돌렸을 때에는,
드린펠트의 함대가 유령선들과 뒤엉켜 엄청난 공적을 세우고 있었다.
그들의 배가 포격을 할 때마다 유령선들이 가라앉았다.
바다가 불타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광경과, 귀청을 찢어 놓을 듯이 커다란 대포 소리들.
기본적으로 지성이 떨어지는 언데드들은 네크로맨서의 지휘가 없으면 제멋대로 굴기 마련이다.
위드가 전장의 유령선들을 지휘하고 통제했다.
"대형선들은 적들의 진행 방향으로 돌진! 유령선 미켈란호, 반대로 선회하라!"
보통 포격 몇 번에 침몰이나 항해 불능이 되는 작은 유령선도 있는 반면에, 정말 커다란 여객선들이 유령선으로 변하기도 했다.
미켈란호!
승객 590명을 태우고 실종되었던 유령선이 연기를 내뿜으며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제2 전투함대의 진행 방향을 비스듬이 가로막았다.
"왼쪽으로 선회하라!"
전투함대의 함장은 소리치면서 미켈란호를 피하려고 했지만, 그곳에는 자잘한 다른 유령선들이 떠 있었다.
어부들이 유령이 되어서 바다에 그물을 펼쳐 놓고 낚시를 했다.
"물고기를 잡아서 혼자 다 먹어야지."
"상어는 싫어. 상어는 싫어. 상어가 나를 삼켰어. 무서워!"
전투함대가 어선들에 부딪치면서 지체되는 사이에, 유령 여객선 미켈란호는 무려 3척의 전투함과 연쇄 충돌을 일으켰다.
바다에서의 대형 교통사고!
심한 요동으로 선원들이 바다에 빠지고, 대포도 몇 개 쓰지 못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선체의 피해도 컸다.
갑판에 쓰러졌던 함장과 선원들이 막 몸을 일으키려고 할 때, 여객선에서 유령들이 둥실둥실 떠서 날아왔다.
"오랜만의 외출이군요."
"어서 무릎을 꿇어라. 후작 각하께서 오신다!"
여객선에서는 귀부인과 기사, 귀족 들도 유령으로 변해 있었다.
"새 배다. 이 배도 우리가 몰아야지
여객선을 몰던 항해 유령들도 배를 빼앗기 위하여 끝이 휜 곡도를 쥐고 덤벼들었다.
"우끽끽끽!"
돛대에 늘어져 있는 밧줄을 타고 유령 원숭이들까지 난입했다.
여객선이었던 만큼 타고 있는 유령들도 매우 많았던 것.
전투 함대의 길이 막힌 동안, 사방에서 유령선들이 와서 충돌을 했다.
전투용 충각을 단 배들은 아니었지만, 유령선에서부터 유령들이 계속 날아오면서 배를 완전히 빼앗기는 경우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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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의 모든 항해 인원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전투함 프리데커호의 주인이 유령들로 바뀌었습니다.
전투함 프리데커호가 유령선으로 변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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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함에 급격하게 노화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새로 생겨난 해군의 유령들이 대포를 조작했다.
"발사하라!"
전투함에서, 드린펠트의 함대를 향해 포격을 개시했다.
쾌속선들은 이미 모두 침몰해 버렸고, 새로 생겨난 전투 유령선들을 위드는 교묘하게 이용했다.
일반 유령선들을 바탕으로 하여 드린펠트의 함대의 이동 가능한 경로를 한전시킨다.
바다이기 때문에 여러 방향으로 갈 수는 있었다. 하지만 포격을 하는 전투함들일수록 선회 속도가 많이 떨어진다.
진행 방향에서 일부러 길을 터 주고, 함대가 그쪽으로 이동하면 기다리고 있던 유령 전투함이 일제히 포격을 퍼부었다.
큰 충격이 발생해서 함대가 정지하면 유령선들이 대거 돌격했다.
"너희도 싸워라!"
위드는 반 호크와 토리도도 소환하였다.
"주인으로부터 강한 힘이 느껴진다."
"크아아아! 잃어버렸던 힘이 다시 되돌아왔다. 피에 흠뻑 취해 봐야겠다."
언데드들의 능력을 강화해 주는 데스 오라는 반 호크와 토리도에게도 적용되었다.
직접 소환한 그들의 몸에서도 데스 오라가 흘렀다.
원래 바르칸의 직속 부하였던 토리도와 반 호크는 뛰어나게 강한 보스급 몬스터였다. 이제 더 이상 초기에 만났을 때 처럼 레벨 200~300 정도의 수준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언데드들의 특성으로 데크로맨서의 뒷받침이 없으면 본래의 능력을 채 발휘하지 못한다.
순수한 스스로의 힘으로만 싸웠던 그들이, 네크로맨서 마법으로 인해 강화된 것.
위드에게 비참하게 맞고 부하가 되기는 했지만, 최소한 고급 언데드 관련 스킬이 있어야만 제대로 부릴 수 있는 반 호크와 토리도였다.
"배를 붙이겠습니다."
베키닌의 3마리 미친 상어들도 신이 났다. 유령선들과 싸우고 있는 하벤 왕국의 전투함에 배를 가져다 붙였다.
"간다!"
반 호크가 적의 갑판으로 뛰어 올라갔다.
데스 나이트들도 100명이나 함게 소환되었다.
위드의 네크로맨서 능력이 강화되고 마나가 늘어남에 따라서 암흑 군대의 실전 지위관인 반 호크도 부하 언데드들을 제대로 부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부대 단위의 데스 나이트들은 팬텀 스티드를 소환해서 적의 갑판에서 내달렸다.
"우리는 알아서 싸우겠다. 진혈의 뱀파이어 혈족들아, 널려 있는 피를 마셔라."
토리도는 붉은 눈을 가진 박쥐로 변신했다.
어두운 밤에 싸우기로 한 것은 하벤 왕국 함대의 포격이 조금이라도 약해지기를 바란 점도 있지만 토리도를 적극 이용할 생각에서였다.
해전에서 흡혈박쥐들은 상당히 처치 곤란한 것.
토리도와 진혈의 뱀파이어들이 박쥐로 변해서 인근의 전투함들을 기습했다.
대포를 장전하고 키를 조종하던 선원과 항해사 들의 목덜미를 콱 깨물었다.
토리도에게 피를 빨린 선원들은 뱀파이어의 하수인이 되었다.
"너희는 내 부하다."
"예, 로드."
"생전의 너희 동료들을 공격하라."
"예, 로드!"
하수인들은 동료였던 해군 함정들을 향해 대포를 날렸다.
"뭐야? 실수인가?"
"또 쏜다. 반격해라!"
누구도 믿을 수 없는 혼란의 극.
진혈의 뱀파이어들이 활약하면서 매혹과 환영의 마법을 펼친다.
밤하늘을 자유자재로 민첩하게 날아들 수 있는 뱀파이어들의 세상.
위드가 제대로 된 리치로 변한 이후로 반 호크와 토리도의 전투 능력은 눈이 부실 정도였다.
위드가 바다로 나왔을 때, 맞을 각오를 한 빙룡과 와이번들도 멀리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니들도 싸워라."
황금새와 은새, 불사조 그리고 아직 이름도 붙이지 못한 바다 생명체들을 전투에 투입시켰다.
"외곽에서 치고 빠지는 방식으로 싸워. 빙룡과 와이번들, 너희가 전투를 지휘하도록 해."
"알았다, 주인."
빙룡과 와이번들은 무척이나 기뻤다.
동생들이 이렇게 많이 생기다니, 일찍 태어나서 나이를 많이 먹은 보람이 있지 않은가!
"우리만 따라와라."
바다에서 사는 생명체들은 바다 괴물들과 뒤섞여서 싸우고, 공중을 날 수 있는 생명체들은 빙룡과 불사조, 와이번들과 함께 편대를 이루었다.
그들은 밤하늘을 날면서 돛에 불을 뿜고, 발톱으로 갈기갈기 찢었다. 대포를 쏘는 선원들을 잡아다가 바다로 내던지기도 했다.
"전투 상황이 썩 유리하지 않습니다, 제독님."
드린펠트의 함대는 줄어들고 있었다. 문제는 그 줄어든 선박들이 유령선으로 변해서 아군을 공격한다는 점이다.
이 해역 전체에 유령선들이 몰려들면서 불행한 기운을 전파하고 있고, 그 때문에 위드의 네크로맨서 마법이 없더라도 침몰한 배들은 시간이 지나면 유령선이 되었다.
"매우 짜증스러운 놈들이군."
유령선들은 시간이 오래 지난 옛날 범선들이 많았다. 항해 속도도 느리고 포술도 별로지만, 진형을 잘 잡았다.
위드의 통제에 의하여 방비가 취약한 보급선들을 습격하기도 했다.
드린펠트의 함대의 화력은 가공할 정도였지만, 유령선들을 수호하는 바다 괴물들까지 습격을 해서 온통 정신이 없었다.
"이건 난전에, 전투방식도 백병전에 가깝습니다, 제독님."
드린펠트의 함대는 포격전에 중심을 두고 편성되어 있었다. 해군 기사들이 타고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검술보다 포술이 더 높은 이들이다.
선박끼리의 포격전에서는 아직까지 패배해 본 적이 없지만, 지금은 몬스터 군단과 백병전을 하는 셈이다.
드린펠트의 기함이야 전투 병력과, 헤르메스 길드에서 온 지원병도 타고 있기 때문에 주변의 유령선들을 신성 마법과 화염 마법으로 공격해서 침몰시켜 버렸다.
유령선과 백병전을 붙더라고 월등했지만, 일반 전투함들은 그렇지 않다.
신성력의 보호가 아예 없거나 사제들이 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배를 넘어오는 유령들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위드의 배도 다른 전투함에 비스듬히 옆으로 달라붙었다.
역사적인 정당성이나 거창한 대의명분 따위는 말하지도 않았다.
"진수성찬이구나!"
메마른 인간성!
위드의 눈에는 그저 경험치와 아이템으로밖에는 안 보이는 것.
유령들이 넘어가서 칼을 휘두르며 선원들과 싸웠다.
위드도 늦을세라 싸움에 끼어들었다.
"리치다!"
위드를 보자마자 전의를 잃어버리고 도망치는 선원들. 공포심을 자극하는 리치의 특성과 데스 오라의 효과였다.
사실 매번 힘들고 어렵게 전투를 했던 위드에게는 싱겁기 짝이 없었다.
네크로맨서는 성직자에게 약한 것을 제외하면, 정말 좋은 직업인 것.
위드는 미끄러지듯이 날아서 선원들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마나 드레인!"
선원들로부터 마나를 빼앗아서, 침몰한 유령선들을 다시 소환했다.
바닷물 아래에서부터 기포가 보글보글 올라오더니 한순간에 유령선들이 솟구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리치의 두렵기 짝이 없는 모습.
데스 오라에 의해 유령선들이 싸우고, 적들의 생명을 취할수록 생명력과 마나가 증가한다.
그 생명력과 마나는 다시 빠져나가서 언데드드을을 강화하고, 바다 깊숙한 곳에 가라앉은 유령선들을 일으켰다.
리치야말로 언데드들을 지배하는 제왕이며 구심점인 것이다.
드린펠트는 멀리서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중간에 유령선들과 아군의 전투함들이 뒤섞여서 포격을 할 수 없었으며, 마법사들 또한 주변에만 신경을 써야 할 정도로 난장판이었다.
떨어지고 있는 빗방울까지 신경질이 날 지경이었다.
"설마……."
"네?"
"백병전으로 유도하기 위해서 일부러 우리의 돌진을 수수방관하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
얼지 않는 강을 기반으로 삼아서 치고 빠지기 식으로 싸웠다면 시간은 오래 걸려도 드린펠트의 함대의 승리 가능성은 압도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위드가 멀리 도망갈 수가 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위드를 잡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과감하게 싸움을 벌여야 했다.
혹시 위드는 드린펠트가 이끄는 전투함들이 가까이 접근하는 것까지 예측해서 바다 위의 난전을 만든 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위드에 대한 평가를 다시 세우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육지뿐만이 아니라 바다에서도 자신의 전력을 최대한 활용해서 싸울 줄 아는 것.
언데드들을 지휘하여 해전에서 이 정도의 수완을 발휘하리라고는, 정말 드린펠트의 예상 밖이었다.
배들은 정면이나 후미가 취약하고, 측면의 갑판이 강하다. 그리고 대포의 9할 이상이 측면에 배치되어 있다.
배들끼리는 싸우는 위치가 무엇보다 중요했는데, 유령선들의 선회 능력이나 기동성은 천차만별이다.
위드는 이런 난전 속에서 본인도 전투에 뛰어들었다.
그러면서도 유령선으로 변한 전투함들의 위치와 항로를 지시하면서 포술로도 밀집해 있을 수밖에 없는 드린펠트의 함대에 적지 않은 피해를 입히고 있었다.
포격과 백병전을 고루 이용하면서 상대하는 솜씨는 해전을 겪어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지골라스에서는 혼란과 약점을 이용하는 기습 공격에 비겁하다고 비난했지만, 지금은 적장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바다의 제독으로서의 훌륭한 자질을 가진 것이다.
몸이 1개가 아니라 2개, 3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넓은 시야와 판단력이었다.
"야, 이 멍청한 놈들아! 빨리빨리 움직여, 누가 금화나 세고 있으래? 다시 깊고 어두운 바닷속에서 미역이나 몸에 감고 있고 싶지?
누더기 모자를 쓰고 있는 외팔이, 넌 지금 왜 닻을 내리고 있어. 빨리빨리 움직여서 1척이라도 더 가라앉혀야 될 거 아니야!"
어마어마한 잔소리와 참견, 짜증으로 유령선들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하는 위드였지만, 그들이 있는 곳에서 그 목소리까지 들리지 않았다.
"어쩔 수 없군. 이런 혼란 상태에서의 백병전은 우리보다는 해적이 더 제격이니 해적왕 그리피스에게 연락을 취해라.
그들에게 이 싸움에 끼어도 된다고 허락해라."
해적들은 얼지 않는 강을 나오지 않고, 닻을 내리고 정박한 채 구경하고 있었다.
드린펠트의 함대가 무섭다기보다는 헤르메스 길드의 세력을 존중해 주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우리에게도 기회가 생겼군. 출발하라!"
묵묵히 구경만 하고 있던 해적들이 노를 저으면서 일제히 출발했다.
해군과 해적의 연합!
유령선들이 전투함에 달라붙어서 백병전을 하고 있으면 해적선도 그곳에 배를 붙였다.
"쳐라!"
"유령들을 쓸어버리자!"
해적들이 가담하면서 전투함에 붙은 유령들과 전투가 벌어졌다.
전투함을 강탈하려던 유령선들의 시도가 번번이 무산되고 격퇴되었다.
얼지 않는 강으로 접어드는 바다에 물이 반, 하벤 왕국의 전투함과 해적선, 유령선과 바다 괴물이 절반이었다.
포격과 백병전에 의해 침몰되고 점령되는 유령선에는 데스 나이트들이 타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때 딱 시간을 맞춰 위드에게도 원군이 왔다.
"위드 님, 저희가 왔습니다!"
페일 일행이 탄 배가 지골라스 인근 해역까지 도착한 것이다.
다시 굵은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티아라(T-ARA) 팬카페 스피넬[Spinel] http://cafe.naver.com/tara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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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령은 선실에서 천연 재료들을 이용하여 만든 화장품을 얼굴에 발랐다.
피부는 맑고 환한 느낌에, 어린아이처럼 뽀송뽀송해야 한다.
화장은 한 듯 안 한 듯 구분하기 힘들어야 하는 건 필수!
댄서들은 화장품을 이용하여 외모를 가꿀 수 있었다.
"비가 오니까 볼 터치도, 아이라인도 오늘은 하지 말아야지."
그녀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도 자연스럽게 풀었다.
댄서의 특권 중 하나가 머리카락이 빨리 자라는 것이다.
남들보다 금방 자라는 머리카락을 이용해 다양한 헤어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가장 빛나고 도도하고 매력적이던 화령이 오늘은 청순하게 변신했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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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을 완성하셨습니다.
매력 +21%,
카리스마 +15%,
행운 +29%,
댄스 스킬의 효과 +31%,
빵을 들고 있거나 꽃을 파는 아가씨의 역할을 할 때에 호감도가 더욱 오릅니다.
화장을 지울 때까지 효과가 유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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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무대에 오르면서 관객들에게 여러 모습들을 보여 주었지만, 지금은 가장 원래 얼굴에 가까운, 꾸미지 않은 본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랜만에 만나는 위드 님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춤을 보여 줘야지."
화령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면서, 착용하고 있던 귀걸이와 목걸이, 반지도 빼 버렸다.
좋은 옵션이 있는 액세서리들이었지만 춤에 따라서는 맞지 않기도 하다.
그녀가 입은 옷은 속이 조금 비치는, 나풀거리는 흰 드레스였다.
티아라(T-ARA) 팬카페 스피넬[Spinel] http://cafe.naver.com/tara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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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일의 배가 미끄러지듯이 전장의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쳇, 비가 오면 내 마법의 위력이 약해지는데… 어쩔 수 없지. 회오리치는 화염!"
로뮤나의 마법이 전투가 벌어지는 바다의 중심에서 시전되었다.
바다에 불이 거세게 타오르며 일어나더니 면적을 점점 넓혀 나갔다. 바람과 함께 소용돌이로 변해 하늘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
흔들리며 공중에 떠 있는 화염의 소용돌이!
그곳에서부터 불덩어리들이 전투함들을 향해 떨어졌다.
"정확히 노려서… 가라. 멀티플 샷!"
페일은 전투함의 돛을 고정하는 밧줄들을 향해 화살을 쐈다. 쏟아지는 빗방울의 틈으로 흔들리는 밧줄을 노리기란 정말 어려운 일.
특수하게 제작된 화살촉에는 갈고리가 달려 있어서 넓은 돛을 옆으로 쭉 찢어 놓았다.
전투 불능 상태까지는 아니지만, 적선들의 기동력을 크게 저하시키는 전공을 세웠다.
'붉은 모자를 쓰고 있는 저놈이 선장이군.'
선장과 항해사들도 화살로 저격!
제피는 낚싯대를 휘두르면서 근처에 다가오는 해적선들을 견제했다.
큰 역할까지는 아니지만 해적들이 배에 오르지 못하게 막는 것이었다.
수르카도 주먹을 휘두르면서 배에 적들이 오르지 못하게 막았다.
페일이 새로운 화살을 시위에 걸면서 중얼거렸다.
"여기에 메이런이 있었으면 좋아했을 텐데."
모험을 선망하는 메이런이라면, 이런 전투에는 정말 빠지고 싶지 않아 했을 것이다.
하지만 특별 프로그램을 방송해야 하는 그녀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했다.
직장인의 서글픈 비애인 것이다.
"쏴라. 격침시켜 버려!"
해적선에도 당연히 대포가 있었다.
광역 해적들이 페일의 배에 대한 격침 지시를 내렸을 때 였다.
따라라라란.
대포 소리와 칼 부딪치는 소리로 요란한 전장에 하프를 연주하는 소리가 들렸다.
망루에 서서 하프를 연주하는 바드, 벨로트. 그녀의 연주가 신들린 듯이 시작되었다.
"뭐야."
"이런 전쟁터에서 무슨 저런 연주를 하고 있어?"
해적들은 실소했다.
억수처럼 비가 쏟아지고, 주변에서는 장대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이런 마당에 몽환적이면서도 부드럽고 다정한 느낌의 연주라니, 어이가 없는 것이다.
음악이 시작되면서 메인 돛에 앉아 있던 화령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작게 소곤거렸다.
"이런 무대에는 다시 서 볼 기회가 없겠지?"
그녀는 돛대 위를 사뿐사뿐 걸었다.
먹구름 많은 하늘에는 화염 회오리가 마치 노을처럼 붉게 물들어 있다.
화령이 걸을 때마다 빗방울이 그녀의 몸과 흰 옷을 적셨다.
평소에 추던 부비부비 댄스는 닿을 듯 말 듯 가까운 거리에서 춰야 효과가 있다.
딱 그 애매하고 애태우는 간격이 부비부비 댄스의 중요한 포인트!
하지만 이렇게 넓은 전장에서, 그것도 비가 오는 날에 평범한 춤은 어울리지 않는다.
비 오는 날 격렬한 춤을 추면 아무리 화령이라고 하더라도 자칫 광년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
"무대에 선 나를 관객들이 보게 만드는 일은 익숙하잖아. 이 내가 추는 춤이야."
어릴 때는 비가 내리면 하늘에서 지렁이가 떨어지는 줄 알았다.
대지를 촉촉이 적시고, 생명을 움트게 만드는 비.
빗속에서 순수하게 춤을 추고 싶은 꿈을 누구나 꾸었던 적이 있으리라.
화령은 발레를 하듯이 우아하게 손으로 원을 그리며 발끝으로 걸었다.
세찬 바람이 그녀를 흔들고, 빗불이 몸을 적시고 체온을 빼앗아 갔지만, 그 정도로는 힘들지 않았다.
내리는 비, 빗소리와 함께 기쁨의 춤을 춘다.
"라랄라라라."
콧노래를 부르며 빗물이 떨어지는 대로, 바람이 부는 대로 그녀의 몸이 움직였다.
손과 발이 유연하게 선을 그리며, 몯루해 있는 그녀의 표정에서 나오는 눈빛은 관객의 심장을 멈출 만한 매력을 가졌다.
빨려 들어가 버릴 것 같은 느낌.
무대 전체를 지배하는 매력.
얼마나 화려하고 예쁜 모습인지.
비를 사랑하는 요정이, 빗속에서 다시 못 볼지도 모를 환희의 춤을 추고 있다.
옷이 물에 젖어 있는 그녀에게서는 뇌쇄적인 관능미까지 느껴진다.
가녀린 목선과 예쁜 눈빛을 가진 청순한 얼굴에, 하루 종일 보더라도 계속 보고 싶을 것 같은 매력적인 몸매(책에는 마력적인 몸매라고 적혀 있음.),
긴 머리카락은 물에 젖어서 찰랑인다.
쏟아지는 빗물마저도 그녀를 돋보이게 만드는 장식에 불과했다.
그녀는 정말 좋아하는 춤을, 세상에 다기 없을 무대에서 이순간을 위하여 춤을 추고 있었다.
발랄하게 시작된 춤이 격정적인 열기와 거센 흐름을 탔다.
무대가 어느 곳이든, 관객이 몇만 명이는 그녀에게는 상관이 없다.
닿을 수 없는 곳에 있기에 더욱 눈부신 여신의 매력.
"아……."
근처의 해적들은 입을 떠억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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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서 화령이 춤을 추고 있습니다.
춤에서 시선을 뗄 수 없습니다.
정신이 혼미해져서 스킬의 성공률이 낮아집니다.
체력이 저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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