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22권 : 1 인어의가방 (101/520)

드디어 지골라스에서의 모험을 마치고 모리타로 돌아가기 위한 항해!

위드가 탄 배의 옆과 뒤쪽으로 행운을 부르는 돌고래와 수 천마리의

새들 그리고 인어들이 헤엄을 치며 따라왔다.

고운 선율을 연주하는 벨로트. 화령은 인어들의 시선마저 앗아 갈 정도로 아찔하게

춤을 추었다. 그 덕에 바다의 생물 들이 이렇게 많이 몰려든 것이다.

"우와, 진짜 예쁘다."

"바닷속이 그대로 내려다보여요. 어쩌면 좋아, 밑에서 거북이가 수영하고 있잖아요."

로뮤나와 수르카의 감탄처럼, 푸른 하늘 아래 빠져들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쪽빛 바다를 지나고 있었다.

작고 예쁜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서 돌아다니고, 가재나 새우 같은 갑각류가 물속을 기어 다니는 게 보였다. 

바위와 해초,조개 들이 수백 가지 색깔들로 이루어진, 놀랄 만큼 예쁜 색채와 아름다움이 있는 바다!

일행은 모두 갑판의 끝에 붙어서 바다를 구경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띄어오른다. 와!"

돌고래들이 자랑이라도 하듯이 물 위로 속구치고, 인어들이 몸을 흔들면서 유연하게

수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위드는 입맛을 쩍쩍 다셨다.

"맛있겠군!"

해양 동물들을 볼 때마다 해산물 요리들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몽땅 잡아다가 푹 끓여서 국물을 우려내고 먹어 치운다면 그것이

바다의 진미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위드도 최소한의 인간성은 있다고 자부했다.

인어는 인간과 유사한 바다의 종족이다. 높은 지성을 가지고 있고, 언어능력도 갖춰서

대화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더군다나 모두 아리따운 여자의 외모를 하고 있었다.

순박하고 평화로운 종족.

"어떻게 야만적으로 인어들을 살육할 수 있겠어? 그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위지."

위드는 그래서 장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자, 자!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닙니다. 어서 골라 보세요. 구경은 공짜! 예쁜 신상 옷들이 아주많이 모였습니다."

인어들은 인간을 잘 믿지 않고 경계했다.

"더러운 냄새가 나."

"썩은 냄새. 언데드의 냄새야."

위드가 리치로 활약한 이후로 약간 이상한 냄새를 풍기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조각품을 만들고 상업을 하면서 쌓은 명성이 매우 높다 보니 인어들의 경계심을 억누를 수 있었다.

세상에 믿을 인간이 없어서 위드를 믿고 배에 오른 인어들!

위드는 지골라스에서 테어벳과 볼라드를 사냥해서 얻은 가죽으로 만든 옷들을 내놓았다.

가방이나 조개껍질 귀걸이, 바다 돌멩이 반지 등도 진열해 놓고 인어들에게 판매했다.

"인어들도 여자일 거야. 여자들에게는 옷은 무조건 팔 수 있어."

병원에 있는 할머니에게 내복을 선물할 때에도 회색보다는 분홍색에 꽃무늬라도 들어가야 잘 사 왔다는 말을 한 번 이라도 더 듣지 않았던가.

"바다에서도 쓸 수 있는 유용한 가방! 요즘 가방 1~2개 없으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인어라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릅니다. 좋은 가방을 가지고 있으면 외출할 때 훨씬 좋죠."

마판은 스스로 생각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자책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 과연!"

인어도 바다에 사는 종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도 충분히 고객이 될 수 있었다.

그 누구이든, 대상을 철저히 사냥감 아니면 손님으로 인식하는 위드의 이분법적 사고!

"아직도 장삿속에서 위드 님을 따라잡지 못했구나."

인어들의 머리카락은 물에 젖은 해초처럼 찰랑거렸다.

-이 옷이 마음에 들어요.

인어들의 목소리는 영롱한 울림과 함께 귓가에서 메아리 쳤다.

시냇물이 기분 좋게 흐르는 것처럼 맑은 목소리였다.

막혀 있던 가슴이 탁 트이는 것처럼 예쁜 소리를 들으면서, 위드의 머릿속은 최신형 컴퓨터에서

계산기를 실행하는 것처럼 빨리 굴러갔다.

"1,520골드입니다. 하지만 잘 어울리시니 한 벌값에 두 벌을 드릴게요. 이 모자도 한번 써보는 게 어떨까요.?

너무나 잘 어울려서 아까운데. 이렇게 예쁜 인어분들에게는 돈이 목적이 아니라, 하나라고 더 어울리게 맞춰 드리고 싶어서요."

칭찬과 바가지 그리고 덤핑까지 한꺼번에 사용하는 노회한 상술!

인어가 잘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 흔들었다.

-골드요? 옷을 가지는 데 그런 게 필요한가요?

인어들은 때 묻지 않은 순진한 종족들이었다. 인간들의 세계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있지만,

두려움도 있어서 잘 알지는 못한다.

"인간들이 물건을 거래할 때에는 골드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위드는 품에서 오래된 니플하임 제국의 금화를 꺼내서 보여 주었다.

"이런 금화 가지고 있는 거 없어요? 아니면 보석이나 골동품, 혹은 무기나 다른 장비도 받습니다."

인어들에게 돈이 없다면 거래가 성립될 수 없는 노릇.

그러나 위드는 종족의 차이로 물건을 팔지 못할 경우에 대해서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바다에 떠도는 전설들이 어디 한두 가지던가.

폭풍우를 만나서 침몰한 상선들도 어마어마하게 많았을 것이고, 바다에서 사는 인어들은 그런 배들을 자주 봤으리라.

동화책에도 있지 않던가!

침몰하던 배에서 왕자를 구출해서 생고생을 했던 인어의 이야기가.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옷을 고른 인어들이 바다로 뛰어들더니 한참 후에 금화를 보따리째 들고 돌아왔다.

어떤 인어들은 정말 오래도니 골동품들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었다.

특수하게 만들어진 도자기들, 금붙이들, 무기와 방어구, 오래된 지도, 마법펜던트까지!

"음, 녹이 많이 슬어서 팔 수 있을지 모르곘는데요. 이런거 받으면 제가 손해인데...옷이 어울리니 거래하도록 하죠."

-고마워요.

윈드는 호나전 바가지까지 적지 않게 씌웠다.

먼바다의 인어들이라 그런지 레벨들이 그리 낮지 않은 편이었다.

바다 생물들을 부릴 수 있을뿐더러, 침몰선들은 몽땅 그등 차지다.

알부자나 다름없는 고객이었던 것이다.

-저와는 안 맞는 것 같아요.

어떤 인어들은 옷을 입어 보고는 고개를 흔들며 내려놓았다.

아무래도 위드의 옷들은 주로 인간들을 상대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옷감이나 체형상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위드는 그럴 때면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옷을 받았다.

"입어 보신 옷은 아름다움이 묻어 있어서... 기왕이면 구입을 해 주셔야 되는데."

구구단을 외우듯이 튀어나오는 아부들!

위드는 순조롭게 지골라스에서 재봉한 옷들을 판매했다.

모리타까지 가져가서 유저들에게 판매할 수도 있지만, 방어구의 경우에는 시세가 비교적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인어들에게 파는 편이 바가지를 듬뿍 씌울 수 있다.

물론 가난한 인어들도 있었다.

"너희는 돈이 없니?"

-네, 가진 게 없어요.

소녀의 티도 벗지 못한 어린 인어들이 가방을 보며 아쉬움에 지느러미를 동동 굴렀다.

위드는 이런 어린 인어들이 마음에 들었다. 좋은 고객이었다.

훌륭한 상인은 고객의 처지까지 감안해서 물건을 팔아야한다.

위드는 물건을 팔면서, 절대 약자의 처지가 되어 상대가 사 주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런 연약한 마음은 고객으로 하여금 할인이나 경품을 바라게 만든다.

이 물건을 넌 이미 샀다!

전 대륙에서 너를 위해 만들어진 유일한 상품이다.!

지금까지의 인생은 잊어라. 이 가방을 드는 순간 새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걸 안 사고 얼마나 잘사나 두고 보자!

자신감 넘치는 감언이설을 할수 있는 원동력!

위드의 속마음은 행동과 말투로 드러나서, 어쩔 수 없이 집게된다.

위드는 어린 인어들을 향해 자상하게 말했다.

"너희,울수있지?"

-네? 자주는 아니고 가끔 울기는 해요.

"눈물 좀 모아 줘.그러면 가방 줄게."

-알겠어요.

인어의 눈물은 희귀한 아이템이었다.

놔두면 진주로 변하는데, 세공을 하면 더없이 아름답다.

대륙에 가서 팔면 엄청난 상거래 명성과 교역 경험치를 얻을수 있는 바다의 보물 !

어린 인어들을 위해 동네 아저씨처럼 이야기도 들려 주었다.

옛날 옛적 고래가 숭늉을 마시던 시절에 네필로스라는 왕국에 왕자님이 살았어.

키도 크고 얼굴은 꽃미남에 성격도 좋아서, 왕국 내의 모든 여자들이 그분을 좋아할 수밖에 없었단다.

왕자가 마을을 지나가면 그곳에 사는 아가씨들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어.

왕자는 옷도 잘 입어서 광채가 흐를 정도였거든.

시장에서 사과를 파는 에일린이라는 아가씨도 왕자를 좋아했어.

순박하고 웃는 모습이 정겨운 아가씨였지.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드러낼 수조차 없었어. 

어머니가 일찍 병으로 죽고, 양엄마 아래에서 자라면서 돈을 벌어 오는 것에서부터 집안일까지 모두 그녀의 몫이었거든.

새벽이면 일어나서 사과를 따고, 저녁 늦게까지 사과를 다팔지 못하면 집으로 돌아오지도 못했단다.

팔 수 없는 덜 익고 상한 사과들을 먹으면서 그녀는 사과를 팔아야 했어.

"사과 사세요. 잘 익은 사과 팔아요."

에일린이 파는 사과는 그녀의 마음씨를 닮아 꿀처럼 달콤했단다.

숲의 정령들이 그녀가 따 가는 사과에 축복을 내려주었거든.

에일린의 사과가 유명해지고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그녀는 더 일찍 일어나서 사과를 따야 했단다.

지나가던 왕자님도 그녀의 사과 상점에 들렀어.

"아가씨,세금은 꼬박꼬박...아니, 아가씨가 파는 사과가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왔습니다."

에일린은 빨갛게 잘 익은 사과를 수건으로 닦아서 왕자에게 주었지.

왕자는 맛있게 사과를 먹고 나서 말했어.

"이번 주 토요일에...무도회를 엽니다. 하지만 아직 저와 춤을 출 사람이 정해지지 않았는데,

그대를 초대해도 될까요?"

왕자가 에일린의 번호를 따는...아니, 데이트를 신청한거야.

에일린은 몸 둘 바를 모르며 말했단다.

"죄송해요. 일을 해야 해서 시간이 나지 않아요."

시장에는 그녀를 시기하는 언니들과 계모도 있었거든.

왕자는 다시 말했어.

"그날 하루만큼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국왕 폐하의 생신이라서 모두 쉬니까요.

혹시 누가 힘든 일이라도 시키는 것입니까?"

왕자는 잘생겼을 뿐만 아니라 똑똑했어. 에일린의 가정사가 왕국 내에서도 유명했기에

미리 모두가 듣는 앞에서 말해 두었지.

"왕자인 저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면, 그날은 누구도 당신에게 일을 시키지 못할 겁니다."

계모와 언니들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리고 말았지. 감히 왕자의 위엄을 거스르면서

그녀를 무도회에 나가지 못하게 할수는 없었어.

결국 에일린은 무도회에 나갈 수 있게 허락을 받았고, 약 속했던 토요일이 되었지.

왕자는 착한 성품의 아가씨를 좋아했고, 에일린은 평생 해복하게 왕자와 살 수 있을것 같았지.

하지만 에일린은 안타깝게도 무도회에 나가지 못했어.

무도회에 들고 갈 좋은 가방이 없었기 때문이야.

마구 지어내는 삼류 스토리!

감수성이 한찬 예민할 대인 어린 인어들은 눈물을 흘렸다.

-아흐흐흐흐.

-훌쩍.

위드는 인어들이 갑판에서 흘리는 눈물을 부지런히 병에 담았다.

눈물을 대가로 위드가 만든 옷과 가방, 악세서리 들이 불티나게 팔렸다.

위드가 정상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물건 가격을 제외하고

계산한 바가지로 인한 순익은 최소한 3만5천골드 이상!

인어들에게서 얻은 골동품들은 육지로 돌아가서 팔아봐야 제대로 된 가격을 책정할 수 있었다.

녹이 슬어서 뽑히지도 않는 검은 트집을 잡아서 마구 가격을 후려쳤지만, 녹여서 다른 무기로 만들면 된다.

특히 인어들의 세공품이나 그들이 가지고 있던 액세서리들은, 육지에서는

엄청난 금액에도 판매될 수 있다.

3만5천골드는 정말 최소로 잡은 이익금에 불과했으니 하루 벌이로는 천문학적인 수익이었다.

-고맙습니다. 잘 쓸게요.

"나중에 언제라도 또 오렴."

-내일 다시 올게요.

"신상품 많이 만들어 놓을게."

인어들은 가죽옷을 입고 가방에, 모자까지 쓰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부유한 인어들을 보며 욕심이 나기도 했지만 그들을 공격 할 수는 없었다.

베르사 대륙의 전설에 따르면 바다의 신이 만든 자식, 그리고 해룡의 친구라서

인어들을 사냥하면 엄청난 형벌을 받는다. 게다가 바다 생물들을 지배하기 때문에

인어들을 노하게 하면 곤란했다.

하지만 위드는 오히려 인어들의 감사를 받았다. 

철저하게 고객을 만족시키면서 물건을 판매하는 바가지의 원칙을 지키기 때문이었다.

"인어들도 여자니까 구두를 좋아할 텐데 아쉽군. 신상 구두야말로 진짜 비싼 가격으로 팔수 있을텐데...... 그래,

물갈퀴라도 만들어서 파는 거야!"

순박한 인어들을 된장녀로 타락시키는 위드였다.

육지와 바다를 가리지 않고 그가 지나간 곳마다 넘쳐 나는 피해자들!

모리타가 있는 북부 대륙으로 돌아가는 항해는 바람과 해류의 도움으로 지골라스로 향할 때보다는 조금 빨라졌다.

신비로운 바다의 일출과 일몰, 그리고 먼 곳에서 들리는 알수 없는 노랫소리.

바다 여행은 특별한 추억과 낭만을 갖기에 좋다.

화령이나 다른 일행은 일광욕을 하거나 경치를 보며서 다시 경험하기 힘든 배 여행을 즐기는 중이었다.

누렁이도 따뜻한 갑판에 배를 깔고 누웠다.

음머어어어!

문어 매운탕을 먹고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보통의 황소는 먹지 못할 산해진미들을 먹었지만, 다 일당에서 제외되는 금액!

누렁이는 눈을 감고 편히 쉬었다.

지골라스에서 고생을 했으니 쉴 때는 쉬어 줘야 한다.

모라타로 향하면서 위드의 일행과 조각 생명체들은 3척의 배에 나누어서 탔다.

그런데 그들을 유유히 따라가는 거대한 섬 같은 물고기가 있었다.

지골라스를 나올 때만 하더라도 손바닥만 하던 작은 생명체가 바다로 들어가더니

산호초와 물고기 들을 잡아먹으면서 몸집이 순식간에 불어난 것.

비늘이 바닷물과 햇빛에 반짝였다.

외모만으로 놓고 본다면 초대형 우럭!

와이번들은 몸무게 때문에 조각 생명체 위에 내려앉아서 따라왔다.

눈매가 옆으로 쭉 찢어진 화칠이가 비늘에서 미끄러져서 바닷물에 풍덩 빠졌다가 올라왔다.

고소공포증이 있지만 물은 좋아하는 수르카도 바다를 즐기기 위해서 물고기에 탔다.

"넌 이름이 뭐니?"

물고기는 수면으로 약간 가라앉더니 몸을 바다 위로 띄우면서 말했다.

"거북"

"거북이야? 등껍질도 없고, 거북이는 아닌 것 같은데."

"거북,거북."

스스로를 거북이라고 말하는 조각 생명체.

평생을 멸종 생명체들을 조각하던 라트체리가 만든, 지골라스에 있던 몇 안 되는 명작 조각품이었다.

원래의 이름은 말레인스 에어노토 터틀!

심해에 사는 초거대 거북이로, 성장하면 머리와 꼬리를 제외한 부분에 갑주가 자라난다.

지골라스에서 생명을 부여받고 태어난 것 중에는 잘생기고 예술적인 녀석들 외에도

희귀, 멸종 생명체들이 많았다.

위드는 옷에 단추를 끼웠다. 인형 눈 붙이기와 더불어서 가장 예민해지는 작업!

지긋지긋하기 짝이 없었지만, 단추나 인형 눈에는 단 1개의 실수도 용서할 수 없다.

"단추는 조개껍질을 갈아서 만들어야지. 여러 빛깔의 조개껍질들을 끼우면

상품 가치가 높아질 거야. 물론 원료값은 들지도 않을거고, 희소성이 있어서 팔기도 좋을거야."

원가 절감과 바가지를 씌우기 위한 궁리야말로 장사의 근본정신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위드!

인어들로부터 얻어 낸 아이템 중에 오래된 지도들도 확인했다.

"감정!"

플라네티스해 어딘가의 지도 " 내구도 3/10.

무엇을 기록했는지 알 수 없는 지도다.

별의위치, 바람과 해류를 바탕으로 제작되어 있다.

보물 등급:D

"보물 지도라."

해적들이 숨겨 놓은 보물이 있을 가능성도 높고, 침몰선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가치가 높은 해양 생물에 대해서 기록되어 있을 수도 있다.

아쉬운 것은 지도가 낡아서 군데군데 지워진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유린이가 복원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지도의 복원은 모험가나 화가의 스킬에도 있었다. 물론 위드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림 그리기 스킬의 레벨이 낮았고, 아직은 물감을 섞는 정도에만 활용할 뿐이다.

갑옷은 금속을 이용하여 색채를 조합해도 되지만, 재복으로 만든 옷들은 염색을 하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보통 등급D라면 어렵게 찾아가더라도 수고에 비해서 소득이 크지는 않을 거야."

위드는 바다에서의 모험도 다채롭고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인어들이 모아 온 잡다한 지도만 해도 무려 한 보따리가 넘었다.

해양 생물이 있는 곳, 소용돌이나 해저 동굴 같은 지형을 알려주는 지도등!

육지에서의 던전 탐험 못지않게 바다에서도 할 일이 많았다.

하지만 위드의 항해술을 바탕으로 모험을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바다의 해류에 대한 정보, 해저 지형과 암초, 바람 등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1~2년은 족히 걸릴 수 있다.

이번에는 어쩌다 지도와 퀘스트 때문에 지골라스까지 찾아갔지만, 바다의 모험가들은 따로 존재했던 것이다.

"이런 지도는 차라리 옷을 만드는 데 쓰자."

절로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디자인. 실제 보물의 위치를 알려 주는 옷이다.

위드는 오래된 지도의 가죽이나 천을 수선해서 옷과 가방들을 만들었다.

"운이 좋은 누군가는 찾아내겠지."

보물이 숨겨진 옷이라는 명목으로 좀더 높은 가격을 받을테니 위드로서도 손해는 아니다.

항해를 하는 동안에는 딱히 할 일이 많지 않아서, 가지고 있는 해양 지도들로 모조리 옷을 만들었다.

제피는 오랜만에 제대로 된 바다낚시에 푹 빠졌고, 페일과 메이런은 배의 안 보이는 곳에 가서

서로에게 회를 먹여 주는 닭살 행각을 벌였다.

화령과 벨로트는 이리엔, 수르카, 로뮤나와 함께 가벼운 차림으로 일광욕을 즐기다가 해양 생물들을 상대로 공연을 했다.

서윤은 갑판에 서서 위드가 일하는 것을 보다가, 돛대에 앉아서 바다를 구경했다.

전투 시에 용맹을 불어넣는 전사의 가면을 착용하고 있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의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장면만으로도 화보의 일부분이었다.

그녀는 위드가 아닌 사람과는 대화를 하지 못했고, 목소리 조차도 들려주지 않았다.

아직은 편안하지도 않고 어색함 또한 많이 남아 있으리라.

위드는 그녀가 혼자 있는 것을 보면서도 다가가서 말을 걸지 못했다.

"지골라스에서는 신세를 많이 졌는데...그녀 덕분에 의뢰도 할수 있었고, 헤르메스 길드와도 싸울수 있었지."

고마운 마음이야 충분하지만, 서윤을 볼 때마다 그녀의 아버지가 자꾸 떠올라서 전처럼 편안하게 대할 수가 없었다.

가끔 먹을 것을 전해 주면서 눈빛을 교환하는 정도였다.

"조각품이나 만들어야겠군."

위드는 맑은 하늘에 바닷물을 모아서 구름을 띄웠다.

흰 구름과 먹구름 들.

구름 조각술을 익히기에는 바다가 최적의 장소였다.

더없이 신비롭고 아름다운 광경이라서 베르사 대륙으로 돌아가면 엄청난 화제를 불러올 수 있을것이다.

서윤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위드는 항상 나름대로 진지한 조각품, 예술성을 높여서 조각술 숙련도를 올릴 생각을 하며 조각을 했지만 지금은 뜬금

없는 조각품을 만들었다.

교관의 통나무집에서 함께 고기를 구워 먹던 장면을 조각품으로 만든 것이다.

구름 조각품치고는 나오는 인원수가 여럿이고 규모가 커서 빨리빨리 만들어야 했는데,

위드의 손놀림에 힘입어 충분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작품이 나왔다.

물론 엉성해서 작품으로서의 가치는 거의 찾기 힘든 수준!

가면을 쓰고 있어서 서윤의 표정은 알아볼 수 없었지만, 구름 조각품을 쳐다보는 시선에 기뻐하는 감정이

있을 거라고 위드는 생각했다.

"구름이 바다위를 잘도 흘러가는군. 이주변에 있는 해산물의 가격이 엄청날 텐데. 대게를 잔뜩 잡아다가

육지에서 팔면 그게 다 얼마일가. 싱싱한 참돔도 낚아 주고, 갯벌에서는 꼬막이라도 캐서 팔면....."

바다는 자원의 보고. 어류와 해산물을 몽땅 잡아다가 팔면 그게 다 돈이다.

"바다에서도 땅 투기를 할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그렇게 바다를 가로지르며 북부 대륙으로 향했다.

모리타에서는 어설프게나마 가죽 갑옷을 차려입은 유저들이 분주히 길을 오가고 있었다.

"대장장이님, 주문한 장검은 언제쯤 나오나요?"

"이름이 뭔데요?"

"멸치찌개요."

"스물세 번째 순서네요. 한 이틀 기다리셔야 되겠는데요."

"으흑, 어떻게 더 빨리 안되나요?"

"여기 밀려 있는 사람들을 보세요."

대장장이의 뒤로 주문을 위해 서 있는 손님들!

이곳뿐만이 아니었다. 대장장이나 재봉사 들은 넘쳐 나는 주문들로 인하여 비명을 지를 정도였다.

"보라색 화살 팝니다. 모리타 뒷산에서 캐낸 독초로 만든 화살이에요. 물량은 2,000개가 있으니 빨리 오세요."

"실력 있는 마법사가 파티 구합니다. 이틀 정도 제대로 사냥하실 분만 초대해 주세요. 간단한 마법 부여도 해 드림.

유효기간 사흘 보장합니다."

"몬스텀나 보이면 달려가는 전사 셋이 여기 있습니다. 치료해 주실 성직자 계시면 바로 던전으로 갑니다."

"플리오의 검 80개 팝니다. 선착순으로 150골드에 깔끔하게 팔아요. 사냥 같이 가실 분도 환영해요."

"길잡이가 던전까지 안내해 드립니다."

모라타 전체에 넘치는 활력!

사람들은 여행과 모험, 사냥 등으로 즐거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광장에서 물건들을 사고팔고, 파티를 구해서 던전이나 사냥터로 떠났다.

"이리 와."

음머어어어.

특이한 점으로는, 상인이 아니더라도 송아지를 1마리씩 끌고 다니는 경우를 쉽게 볼수 있다는 것이었다.

소를 타면 이동속도도 걷는 것보다 빠르고, 배낭 등의 짐을 올려놓을 수도 있어 편하다.

일가족이 함께 로열 로드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동생 장검이라도 하나 사 줘야 되는데... 소1마리 팔아야 겠군."

소 팔아서 장비까지 장만할 수 있으니 초보 유저들에게 소는 필수였다.

어떤 유저들은 게시판에 "모라타에서 성정하는 법" 이란 글도 올렸다.

제목:모라타의 초보 유저들이여!

저는 중앙 대륙에서 시작한 유저입니다. 모라타에 와서 판잣집을 얻어 정착한 데르벨이라고 하죠.

모라타에서 시작할 유저들을 위해서 몇가지를 서 봅니다.

1.조각품을 감상하라

모라타의 영주이며 위대한 조각사가 만든 작품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직업에 따라서 조각품들을 보면 굉장히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중앙 대륙에서도 볼 수 없는 큰 행운이죠.

야밤에 빛의 탑 주변에는 선남선녀들도 많이 서성이고 있고, 프

레야 여신상 주변에서는 청초한 여자 성직자들을 볼 수 있답니다.

2.돈을 모아서 예술 회관에 입장하라

대륙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모라타 예술 회관은 반드시 들어가

봐야 되는 장소입니다.

초보시절에는 이 예술 회관에서 얻는 스탯들이 정말 커다란 도움이 되죠.

베르사 대륙의 다른 곳에서도 이 예술 회관 때문에 일부러 찾아

올 정도인데, 멀리 찾아갈 필요동 없이 시작한 도시에 예술 회관이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3골드라는 입장료가 초보들에게는 엄청 큰돈이긴 하지만, 절대 후회할 일은 없을 겁니다.

작품들을 보면 너도나도 조각사나 화가가 존경스러워지고 그들에게 친절해질 것입니다.

잊지마세요, 예술 회관에 좋은 작품이 늘어날수록 우리에게 도움이 됩니다.

3.너무 멀리 가진 마라

모라타는 하루가 다르게 엄청나게 번성하고 발전하는 도시입니다.

베르사 대륙 전체를 뒤져 봐도 이런 곳이 없을 겁니다.

반면에 단점으로는, 여러 탐험대가 돌아다니고 있긴 하지만

북부 대륙 자체가 밝혀지지 않은 장소들이 워낙에 많습니다.

그러므로 확실한 능력을 갖추기 전에 도시에서 크게 벗어나면 살기

어렵습니다.

이건 기초에 가까운 내용이지만, 워낙 모라타가 보일까 말까한 장소에서 죽으신 분들이

많아서 써 보았습니다.

4.동료들과 함께하라

모라타에는 여러분과 비슷한 레벨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들과

함께 성장하면서 모험을 해 보세요.

도움도 많이 되고, 나중에 친구들도 사귈 수 있습니다.

5.직업 선택은 자유롭게

모라타에서 최근 각광받는 직업은 누가 뭐라고 해도 정령사입니다.

말 잘듣는 화돌이와 흙꾼이를 데리고 사냥을 하는 기쁨!

정령들은 외모도 매력적이고, 화려하기까지 하죠.

하지만 모라타에서 한 직업으로 쏠리는 것은 시시한 일입니다.

모라타의 영주가 조각사이지 않습니까? 

전투형 직업 외에도 예술 계열 직업이나 생산직을 해 보는 것도

인기가 좋을 겁니다.

프레야의 사제는 누가 뭐라고 해도 최고죠.

자기가 정말 바라던 직업을 갖고 베르사 대륙을 마음껏 누비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진정 바라던 일이 아니겠습니까.

6.자신만의 집을 가져라

모라타에서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가 쉽습니다.

판잣집이라도 한채 있으면 훨씬 애착도 가고 든든하죠.

집은 휴식이나 물건을 보관하는 용도로 쓸 수 있고, 마당에는

나무도 심을 수 있습니다.

모험을 마치고 돌아와서 프레야의 신전에서 성수를 조금 얻어

나무를 키워 보세요. 나무들이 정말 빨리 자라고, 열매도

풍성하게 열립니다.

그 열매들을 시장에서 팔아서 돈을 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프레야 여신의 축복을 받아서 행운이나 여러 추가적인 효과를

얻을수 있을 겁니다.

7.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들을 구해주자

모라타 주변에서 짐승과 몬스터의 가죽등을 구해 주면 주민들과의

친밀도를 올리기가 좋습니다.

그러다 보면 좋은 아이템도 얻을 수 있는데, 팔아서 초보용 무기들을

구하기가 정말 좋죠.

8.치안군을 이용하라

글이 너무 길어지는군요.

하지만 이건 모라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제가 꼭 드리고 싶은

말이기도 하고요.

중앙 대륙의 여러 성과 도시 들을 가 봤지만, 모라타의 특색이

예술의 발전과 함께 가장 크게 두드러지는 부분이 바로 이 항목

입니다.

모라타의 영주는 난이도 높은 여러 퀘스트들을 성공시켜서

명성이 대단할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리고 주변에는 파헤쳐지지

않은 던전과 사냥터가 많습니다.

모라타의 군대는 주변 지역의 치안을 안정화시키기 위하여 프레야

교단의 사제들과함께 끊임없이 정벌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런 원정대에 속해서 부지런히 사냥을 하다 보면 친밀도나 공헌도

그리고 스탯과 경험치를 올리기에 유리합니다.

모라타의 영주 위드가 병사들이나 주민들과 얼마나 친한지는 다들

익히 알고 계실 겁니다.

세상에 우연이란 많지 않죠.

모라타에 와서 에술 작품들을 감상하며 스탯을 올려 본 유저들이라면

이렇게 조금씩 쌓인 스탯들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아실 겁니다.

우리도 위드처럼 될 수 있습니다.

9.퀘스트를 하자

모라타에는 북부에 흩어져서 살던 주민들이 많이 모여 있습니다.

그들 중에는 역사적인 유물이나 특이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이가 많죠.

주민들의 퀘스트를 따라가다 보면, 여러 개가 이어진 연계 퀘스트

를 할 수도 있습니다.

미리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가 봅시다.

베르사 대륙의 즐거움을 우리가 몽땅 경험해 보는 겁니다.

간단히 쓰려고 했는데 흥분하다 보니 글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혹시라도 모라타에서 창을 들고 있는 전사, 데르벨을 보면

반갑게 인사라도 해주세요.

모라타에 직접 와서 생활하는 고레벨 유저의 글이었다.

모라타에서는 레벨이 로열 로드의 최상위권에 속하는 몇십 멸의 유저들이

모험을 하고 있었다. 데르벨도 그들 중 1명으로, 그가 게시판에 올린글은

댓글 숫자만 7,000개가 넘을 정도로 인기였다.

이체와 에이라는 모라타의 여사제들이었다.

그녀들은 프레야 굣단에 속해있으면서 모험을 했다.

사제들끼리도, 쉽지는 않지만 파티 사냥을 할 수 있다. 성기사들과 함께

전투를 할 때는 최고의 효율을 보이는 직업이었다.

교단의 늙은 여사제가 말했다.

"조각사 위드라는 사람은 정말 믿을 수 있다고 하더군. 그에게 맡기면 해결되지 않는 의뢰가 없다지?"

경비병들도 곧잘 말했다.

"프레야 교단은 위드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았지. 프레야 교단의 잃어버린

성물들을 되찾아준 은인이니까."

"위드라는 조각사가 경이로운 모험을 마쳤다는 것을 자네들도 알고 있겠지.

나도 그런 모험에 참여해 보고 싶어. 아니면 그의 모험 이야기를 들을 수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모라타에서는 위드에 대해 이야기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영주였으며, 그의 의뢰가 모라타에 끼쳐온 영향은 대단히 컸기 때문이다.

"위드는 얼마나 특별한 사람일까?"

"용맹하고, 명석한 머리에, 물러설 줄 모르는 남자"

이체와 에이라뿐만 아니라 모라타의 여성 유저들 사이에서 위드의 인기는 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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