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22권 : 5 [자연 조각품] (105/520)

5 [자연 조각품]

데브카르트 대산!

북부 몬스터의 2할 정도가 번식하여 위험한 몬스터들이 많은 회색 산맥에 있는

커다란 산이다.

숙련된 레인저가 아니라면 나무로 울창한 산을 탐험하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까웠다.

경사도가 가파를 뿐만 아니라, 몬스터들의 기습공격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드는 와이번을 타고 크게 한 바퀴를 돌았다.

"정말 엄청 큰 산이군."

오크들과 다크 엘프들을 지휘하면서 싸웠던 유로키나 산맥이 떠오를 정도로

독보적으로 큰 산이었다.

"조각사 데이크람이 이 아래 어딘가에 있을텐데!"

일단 나무로 집을 지어서 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철저한 자연보호주의자이니만큼 나무 집은 아닐 거야."

조각사이니만큼 돌이나 광물을 다룰 수 있는 능력도 뛰어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집을 지었을 것 같지도 않다.

"보나 마나 어딘가에서 궁상을 떨고 있겠지!"

위드는 틀림없이 그가 산속에서 궁핍하게 살고 있을 것이 라고 확신했다.

"퀘스트 정보 창!"

일단 정보 창을 열어 퀘스트가 남아 있는 시간을 확인해 보았다.

바르칸의 호출

언데드의 군주 바르칸 데모프가 부른다.

뭇 언데드는 그 명을 반드시 따라야 할 것이다.

남은 날짜 "84일".

난이도:C

보상:바르칸을 만나는 대로 연계 퀘스트의 시작

지금은 언데드가 아니라서 퀘스트를 취소할 수도 있다.

어차피 이 의뢰는 조각 변신술로 얻은 리치 샤이어에게만 부여되는 특별한

의뢰다. 서두를 필요는 없었기에 상황을 두고 봐서 유리한 쪽으로 선택하기로 한 것.

그때까지 사냥을 하는 대신에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을 배우러 온 것이다.

"어느 쪽에 있을까."

위드는 본능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산의 아래쪽은 왠지 아닐 것 같다.

"그건 전혀 폼이 나지 않는 장소야!"

산으로 간다고 했으면 적어도 중턱!

"아파트도 중간층 이상을 로열층으로 보니까."

자연을 좋아하는 조각사다. 전망이 확 트인 장소로 갔을 가능성이 높았다.

"물을 구해야 하니 계곡이나 옹달샘이 있는 근처가 좋겠지."

위드는 와이번과 함께 산에 근접해서 낮게 날았다.

산이 워낙 커서 높은 나무도 많고 가지들도 울창했다.

긴꼬리원숭잇과에 속하는 쟈몰리타를 비롯한 여러 몬트서들이 고함을 지르고

몽둥이를 휘둘렀지만 닿지 않았다.

긴 팔을 이용해서 나뭇가지와 넝쿨을 타고 돌아다니기 때문에 도망치는 것을

잡기가 어렵다. 그리고 사냥을 해도 나오는 아이템이 바나나, 밤, 이런

열매류뿐일 경우가 많았다.

가끔 특이한 금속이나 아이템을 몸에 걸치고 있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 확률이

지극히 낮아 그리 잡을 만한 몬스터는 아니었다.

"이곳은 아니야. 조각사의 입장에서 시끄럽고 성가신 몬스터는 피하려고 했을 거야.

조각품을 만들다가 방해를 받을수도 있을 테니 조용한 곳으로 갔겠지."

위드는 몬스터들이 있는 장소 근처는 제외하고, 사람이 살기 힘든 암벽 지대도

지나쳤다.

데브카르트 대산은 엄청나게 거대한 산이었지만 여러 기준으로 지역을 제한하니

데이크람이 있을 법한 장소는 훨씬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뭇잎 사이로

가려진 숲속을 일일이 헤매다 보면 찾는 데 시간이 제법 걸릴 수 있다.

그래서 위드가 택한 방법!

"황금새, 은새 그리고 와이번들."

끼야아아악!

위드를 따라온 황금새와 은새, 와이번들. 그들이 오랜만의 부름에 울부짖었다.

"이제부터 너희가 찾아라!"

귀찮은 일은 부하들에게 떠넘기기.

"해 질 때까지 못 찾으면 밤새도록 해매야 되니 어서 찾아!"

부하들은 다그칠수록 성과를 내오기 마련이다.

와이번들과 황금새, 은새가 데브카르트 대산으로 쭉 흩어졌다. 그리고 황금새가

30분 만에 결과물을 가져왔다.

제대로 구타를 당한 이후로 일 처리 능력이 좋아진 모습이었다.

"큰 나무 근처에 인간이 살고 있다."

"데이크람이 맞아?"

"근처에 조각품들이 있다. 매우 훌륭한 조각품이다."

"맞겠군. 가자!"

위드는 와이번들을 다시 모아서, 인간이 발견된 장소로 향했다.

데브카르트 대산은 사냥꾼이나 레인저도 잘 오지 않는 험한 장소였다.

몬스터들도 많고 지형이 험할뿐더러, 회색 산맥의 깊은 곳이라서

유저들도 이곳까지는 오지 못했다.

"저 집이군!"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나뭇잎 사이로 데이크람이 살고 있는 집이 보였다.

자잘한 나뭇가지들을 엮어서 만든 집.

지붕에는 마른풀들을 뭉쳐 놓고, 넝쿨과 넓은 잎사귀가 자라나서 덮여 있었다.

동화처럼 정겨운 전원주택이 아니라, 심할 정도로 없어 보이는 초가집.

위드는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와이번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갔다.

"살아 있을까? 이미 죽었으면 헬리움이 내 것이 될 텐데....."

조각술 마스터를 만난다는 기대감!

베르사 대륙의 시간이 한참이나 흘렀을 테니 데이크람은 죽어서 없을 수도 있다.

미스릴로 만든 강림하는 일곱 천사 상처럼, 조각품만 남기고 죽었을 수도 있지 않은가.

'몬스터도 꽤 많은 산이니까. 죽었다고 해도 의심스러울 것이 없어.'

조각술의 비기도 익히기 쉽게, 후인을 위해서 남겨 놓았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으리라.

위드는 기대를 잔뜩 품은 채로 초가집에 갔다.

흰 수염을 기른 노인이 집 근처에서 사슴의 뿔을 조각하고 있었다.

살아 있는 수사슴이 자신의 뿔을 조각해 주도록 머리를 내밀고 얌전히 서 있는 것이다.

뿔을 조각하는 정교한 모습에서 뛰어난 실력이 느껴졌다.

위드는 그를 보는 순간 데이크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입고 있는 옷부터

지독하게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저 옷을 입고 잡템을 판다면 분명히 도움이 되겠군. 요리를 할 때는 쓰지

못하겠지만."

너무 더러운 옷을 입고 있으면 위생상 요리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데이크람이 위드를 보지도 않고 말했다.

"나를 찾아온 조각사인가?"

위드는 정중하게 말했다.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지만 뜻한 바가 있어 조각사의 길을 걷고 있는 후배입니다.

지골라스에서 선배님께서 남겨 놓은 글귀를 보고 이곳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무척 먼 길이었지만 이렇게 선배님의 정정한 모습을 보게 되니 감격 스럽습니다."

위도하지 않아도 무의식적으로 입이 아부를 하는 경지.

"그렇군 산속에 틀어박혀 내 기술을 배울 조각사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자네는 조각술이 무엇이라고 생각 하는가?"

"조각술은....."

떠오르는 아부의 말들이 너무 많아서 순간적으로 정리를 하기가 버거웠다.

생고생과 함께 스킬 레벨을 올리며 했던 욕과 푸념이 수만마디는 될 테지만,

그렇게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다. 데이크람에게 맞는 대답을 해야한다.

"자연을 그대로 아름답게 보여 주는 것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자연만큼 아름다운 조각품도 없다.

데이크람이 맞혔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각술은 흙과 물, 바람, 이 모든 것들에서 아름다움을 이끌어 내는 예술이지.

자연은 때때로 난폭해진다네. 그런 난폭함마저도 아름다운 것이 자연이야."

"물론입니다. 저는 그런 난폭한 모습까지도 완전히 좋아합니다."

위드는 그 말에 적극 공감할 수 있었다.

빙설의 폭풍이나 화산 폭발, 지진 등을 직접 몸으로 겪지 않았던가!

자신이 당하지만 않으면 정말 아름다운 것이 자연이었다.

"내 기술은 그런 자연의 무자비한 난폭함을 이끌어 낼 수 있지.

그래도 나의 조각술을 배우고 싶은가?"

"물론입니다. 조각술을 더 높은 경지로 이끌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을 배울 수 있다는 기대감!

빙설의 폭풍을 만들어서 몬스터들을 쓸어버리고 경험치와 아이템을 잔뜩 챙기는 

것이야말로 진정 바라던 조각사의 모습이 아니던가.

대규모 공격 기술.

실제로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은 자연과의 친화력이나 마나 소모 등 여러 가지로

제약이 있을 것이다. 정말 빙설의 폭풍 정도의 파괴력과 범위라면 그것도 사냥에

쉽게 이용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어디까지나 일단 사용해 봐야 아는 것!

스킬을 익혀 놓고 난 후에나 지형이나 몬스터에 따라서 고민할 문제였다.

"그런데 자네는 아직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눈을 뜨지 못했군."

"제 실력이 아직 부족한가요?"

위드가 내내 껄끄럽던 부분이, 자연 조각술이 아직 초급 3레벨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이라면 아무래도 한 등급 위의 스킬일 텐데

자연 조각술의 경지가 어느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자연의 진실된 힘을 깨달아야 내 기술을 배울 수 있다네."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길을 알려 주십시오."

"자연을 소재로 한 조각품들을 많이 만들어 봐야겠지. 내 가르침을 받아 보겠는가?"

띠링!

데이크람의 가르침

조각술 마스터 데이크람과 같이 지내면서 자연 조각품을 만들자.

그는 조각품을 만드는 것을 도와줄 것이다.

난이도:알 수 없음

퀘스트 제한:조각사 전용 퀘스트

보상:없음

이런 퀘스트를 거절한다는 것은 무모한 짓!

네 가지 조각술의 비기를 터득하고, 마지막 남아 있는 한가지였다.

다론으로부터 조각 변신술을 배울 때에도 그의 곁에 머물명서 여러가지를 보고

익혔다.

"위대한 조각술 마스터 데이크람 님의 가르침을 받아 보기를 원합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그러면 바로 시작해 보세."

자연의 조각품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은 아니었다. 바람에 떨어진 나뭇잎과 꽃잎 

등을 이용하여 조각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자연의 부산물들을 이용하여 만드는 작품!

자연 조각술은 대지의 넘치는 생명력을 끌어올 수 있기 때문에 꽃잎들이 금방

말라 버리거나 썩지는 않았다.

위드와 데이크람이 만든 작품에는 벌과 나비 들이 날아들었다.

-자연의 조각품을 만들어서 친화력이 2 증가합니다.

첫 시도치고는 성공적인 작품이었다.

마른 나뭇가지들을 모아서 새들의 둥지를 만들어 주고, 메마른 대지에 옹달샘을 파니

짐승들이 먹으러 왔다.

-자연의 조각품을 만들어서 친화력이 4 증가합니다.

 데브카르트 대산의 짐승들과의 친밀도가 향상됩니다.

자연과 더불어서 사는 데이크람은 짐승들과도 아주 친했다.

수사슴들이 뿔을 다듬어 달라고 놀러 올 정도였다.

위드도 사슴과 금방 친해졌다.

"참 멋지게 생겼구나. 이렇게 튼실한 뿔은 처음 본다."

'맛있게 생겼군. 이 잘 자란 뿔은 가져다 팔면 수백 골드는 족히 받겠어!'

데이크람만 없었더라면 뿔을 잘라 가는 것은 물론 가죽과 고기까지 챙겼을 것!

'불을 피워서 통째로 구우면 맑은 기름이 뚝뚝 떨어질 텐데. 거기에 간단히 소금

간만 해서.....'

데이크람은 고기도 먹지 않았다.

땅에 떨어진 나무의 열매나 풀과 나무껍질을 먹으면서 생활했다.

"자연은 자신을 해치지 않는 사람을 좋아한다네."

장기인 요리 스킬을 발휘할 일은 없었지만, 토끼처럼 풀을 먹고 생활하면서

작품을 만들 때마다 자연과의 친화력을 더 얻을 수 있었다.

겨울이 다가옴에 따라서 한국 대학교의 2학기도 마지막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덧없는 등록금이여... 이렇게 너를 완전히 떠나보내는 구나."

교수들의 열띤 강의에 과제들도 많아졌다.

1학년 때에는 이론 수업 위주로 강의가 진행되지만, 2학년부터는 첨단 가상현실

기자재들을 경험할 수 있다. 강의 내용의 수준이 오를수록 대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리라.

이현은 그 부분도 못내 아쉬울 뿐이었다.

돈을 벌면서 학업을 함께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에휴....."

이현이 늘어져라 한숨을 쉬고 있을 때, 그 옆자리에 앉은 서윤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겨울방학....'

지금처럼 평일에 매일 이현을 만날 수는 없게 된다.

로열 로드에서도 위드가 데브카르트 대산으로 가 버려 만나지 못하고 떨여져 있어야

했다.

서윤은 정말 오랜 시간을 말없이 지내왔지만, 이현과 더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었다.

그녀가 용기를 내서 종이에 글을 써서 보여 주었다.

방학하면 겨울 바다 보러 같이 갈래요?

단둘이 떠나는 여행 제안으로, 서윤의 입장에서는 정말로 큰 용기를 낸 것이었다.

다른 남자들이라면 꿈인지 현실인지 의심하면서 기쁨의 춤이라도 출테지만 이현은

시큰둥했다.

한여름에 가는 바다도 이해가 안 가는데, 뭐하러 굳이 겨울에 바다를 가겠는가.

"추운데 집구석에 있는 편이 낫지 바다는 왜 가? 감기라도 덜컥 걸려서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킬 필요는 없잖아."

"......"

낭만이라고는 전혀 없는 남자의 태도!

"여행 가면 다 돈이야. 여행지의 바가지가 얼마나 독한지 알기나 해?"

돈. 돈. 돈. 돈.

여행은 곧 돈이다.

여름의 바닷가처럼 심하지는 않겠지만, 기본적으로 많은 돈이 든다.

게다가 서윤의 아버지까지 만나 보고 온 이후이니 단둘이여행을 떠날 생각도

들지 않았다.

서윤은 괜찮다는 듯이 쪽지에 글을 썻다.

여행 비용은 제가 낼게요.

이현은 고개를 저었다.

"돈을 직접 벌어 본 적 있어?"

서윤은 학생의 신분으로, 그리고 지금까지 어떤 종류의 일도 해 본 적이 없었다.

아니요.

"세상에는 돈처럼 무서운 게 없어. 공포 영화보다, 매년 오르는 극장 관람비, 

대중교통비가 훨씬 더 무서운 거야."

"......"

"직접 돈을 벌어 본 적이 없으니 그 가치를 모르겠지. 함부로 돈을 내겠다는

말은 하지마."

이현은 말을 하면서도 그저 부러울 뿐이었다.

부잣집 자식!

이거야말로 누구나 선망하는 훌륭한 가족 관계가 아니던가.

어릴 때 이현은 신문 배달, 우유 배달 같은 아르바이트를 뼈 빠지게 해야 했지만,

부잣집 아이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 그저 전화만 한 통 하면 될 뿐이다.

엄마, 용돈 좀 주세요.

지난달에 5천만원 넣어 주었잖이

해외여행가서 다 썻단 말이에요.

프랑스 갔던 걸 엄마가 잊고 있었구나. 비서한테 1억 보내라고 할게.

맛있는 거라도 사 먹으렴 저녁 꼭 챙겨 먹고.

이현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부자들의 대화였다.

실제 드라마를 봐도 재벌 후계자나 부잣집 아들이 나와서 돈을 펑펑 쓰지 않던가.

그런 주인공들의 성격은 보통 개차반에, 여자관계가 복잡하고, 불량한 짓도

자주 저지른다. 물론 그들도 인간적인 고뇌 한두 가지쯤은 가지고 있었다.

부모님과의 관계가 나쁘다거나, 원하는 일이 잘되지 않았다거나 하는 정도의

고민거리.

하지만 그런 정도의 고민도 없이 사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는가.

드라마의 후반에 가면 착한 일 몇번 하고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

결국 재벌 2세나 부잣집 자식은 절대 미워할 수 없는 존재!

일반인들이 했으면 욕을 수천 마디 얻어먹었을 짓도 그들이 저지르면 금방

용서되어 버리는 것이다.

서윤은 강의가 끝날 때까지 깊은 생각에 빠졌다.

돈의 가치에 대해서 정말 모르고 있었구나.'

이현이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이현의 상상처럼 그녀는 부동산이나 신탁 기금, 펀드, 주식 등을 많이 가지고

있었으므로 돈에 대해서 구애받으며 산적이 없었던 것이다.

서윤은 반성하면서 쪽지에 글을 썻다.

제가 직접 일을 해서 돈을 벌어 볼게요. 그러면 같이 여행 갈래요?

이현은 어차피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곧 겨울방학인데.'

방학까진느 삼 주일도 남지 않았다.

"얼마 정도 모을 수 있는데?"

해 보지 않아서 아직..... 얼마정도 모으면 돼요?

서윤이 눈을 반짝이며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그녀에게 따끔하게 쓴맛을 보여 주어야 하리라.

이현은 평범한 여행을 강조하며 말했다.

"바다는 남해나 제주도 쪽이 좋지. 그러면 일단 교통비로 최소한

45만원 이상. 그리고 밥값으로 한80만원은 들거 같고. 숙박도 할거야?"

끼니때마다 회를 먹어도 밥값이 80만원이 드는 경우는 없을 테지만 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리저리 이동만 하다가 시간을 다 보내면 안 되니 밤에

와인도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녀가 아는 와인이란 원래 100만 원은 넘었으니까.

"호텔 숙박비가 50만원이 넘을거야. 방도 2개 잡아야 되고 기차에서 사이다에

계란도 까먹고, 기념품도 좀 사고 하려면 적어도 한500만 원이나 600만 원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현은 절대 불가능한 금액을 말한 것이었다.

'겨울방학 내내 아르바이트를 해도 못 모으지.'

터무니없는 액수를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서윤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현이 다짐을 받기 위해 말했다.

"직접 노동을 해서 벌어야 돼. 은행 이자나 이런 건 순수 하게 네 힘으로

번 돈이 아니니까."

알겠어요.

위드는 데브카르트 산에서 자연 조각품을 만들면서 20일을 보냈다.

"오랜만에 조각술에 집중을 하는군."

의뢰나 사냥을 하다 보면 정작 조각품을 만들 시간이 모자랐다.

환경에 구애받지 않는 자잘한 조각품들이야 만들 수 있지만,

조각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명작이나 대작을 만들기 위해서는 차분한 장소와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슬의 조각품!"

위드는 이른 새벽에 조각품을 만들었다.

조각술의 기본은 재료 채취.

바가지를 들고 쪼그려 앉아 풀잎에 내려앉은 이슬들을 모은 것이었다.

자연과의 친화력이 늘어나면서 물과 관련도니 조각품의 범위가 넓어졌다.

위드가 만들어 낸 물의 정령은 자연의 조각품 중에서는 최초의 걸작이었다.

걸작! 이슬로 만든 물의 정령

만물과 자연을 조각할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른 조각사의 작품

맑은 이슬만을 모았다.

땅과 나무, 꽃의 향기가 섞여 있다.

활발하게 뛰어노는 물의 정령을 조각한 것으로, 생동감 넘치는 표현에 있어서는

극찬을 받을 만하다.

베르사 대륙에 몇 되지 않는 자연의 조각품!

조각사가 타락해 있기 때문에 작품에도 나쁜 영향을 미쳤다.

예술적 가치:898

특수 옵션:이슬로 만든 물의 정령상을 바라본 이들은 생명력과 마나 회복 속도가

          하루 동안12%증가한다.

          정령술사들이 물의 정령을 소환하는 데 필요한 마나를 줄여 줌.

          목마름을 오랫동안 해소시켜 준다.

다른 조각품과 중복 적용되지 않음.

지금까지 완성한 걸작의 숫자:89

-조각술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손재주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자연 조각술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명성이 263 올랐습니다.

-체력이 1 상승하셨습니다.

-지력이 1 상승하셨습니다.

-예술 스탯이 8 상승하셨습니다.

-걸작 자연의 조각품을 만들어서 자연과의 친화력이 9 증가합니다. 친화력이

증가하면 자연을 조각할 수 있는 범위와 영향력이 커집니다.

-순수한 조각품을 만듦으로 인해서 죽은 자의 힘이 정화되어 6 감소합니다.

위드는 조각에만 전념하면서 여러 작품을 만들었다.

짐승들이나 특별한 식물들을 표현하면서 숙련도를 얻었다. 언데드로 활동하고

난 이후에 얻은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는 죽은 자의 힘 때문에 작품의 가치가

높지는 못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부분으로, 조각품을 만들면서 자연의 힘에 정화되어

줄어들었다.

"죽은 자의 힘을 줄이는 건 신성력이 아니더라도 가능하군."

프레야 교단의 교황 후보 알베론에게 줄 돈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대단히 긍정적이었다.

"걸작의 조각품인데 아깝게 됐어."

물의 정령은 이슬을 모아 만든 조각품이다.

자연의 마나가 부여되어 있기 때문에 햇살이 비친다고 해서 금방 사라져 버리진

않으리라.

하지만 데브카르트 대산에 남겨 놓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조각품!

재료비가 들지 않았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이슬을 모으는 일 자체가 굉장히 어려웠다.

"처음 만든 자연의 걸작 조각품이니 그냥 놔둘 수 없지."

조각술의 비기!

위드는 정령 창조 조각술을 쓰기로 결정했다.

물의 정령을 창조해 놓으면 그 이후로 소환해서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과의

친화력도 늘어나게 된다.

정령도 성장을 하니, 당장은 쓸모가 적더라도 나중에는 부려 먹을 일이 생길 터!

위드는 조각품을 향해 스킬을 시전했다.

"정령 창조!"

띠링!

-새로운 정령을 창조하셨습니다.

예술 스탯이 160소모됩니다.

-조각술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정령 창조 조각술의 스킬 레벨이 초급 6레벨이 되었습니다.

정령 창조 조각술의 숙련도는 새로운 정령을 창조하거나 기존의 정령들이

벌이는 활동에 따라서 증가합니다.

-자연과의 친화력이 75 증가합니다.

-명성이 440 올랐습니다.

-매력이 74 올랐습니다.

외모는 귀엽게 생긴 물의 정령이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너 따위가 나를 만든 조각사이더냐! 감히 나를 이런 꼴로 만들다니, 죽을 각오는 했겠지?"

위드가 만든 조각품 중에서는 가장 버릇이 없었다.

마치 유치원도 땡땡이치고 말 안 듣는 꼬마 아이처럼 까불었다.

"감정!"

이름이 아직 정해지지 않음

물의 정령.

자연을 배우는 조각사에 의하여 탄생하였다.

창조되는 순간 나쁜 기운에 물들었다. 물의 정령답지 않게 인내심이 부족하고,

위아래를 잘 모른다.

정령계에서의 힘을 이 세계에서 71%까지 발휘할 수 있다.

상급 정령까지 활동 가능.

정령술사의 소환 등을 통한 지상계의 활동에 따라서 더 많은 정령들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특기:물의 방패, 정화된 물 제공, 남다른 지성

정령 자체는 성공적. 성격적인 면에 대해서는 전혀 걱정을 하지 않았다.

막 태어난 정령은 첫날 가장 많은 것을 배우는데, 대화로 얼마든지 고쳐 놓을 수

있었으니까.

"대화를 좀 나누어야겠군."

개성이나 존증을 완전히 무시한 대화 방식!

위드가 성자의 지팡이를 꺼내서 가볍게 들었다.

퍼버버버벅!

아프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때린 곳을 다시 때리고, 아픈곳을 골라서 때리고, 그만 때릴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다가 다시 처음부터 때렸다.

"내가 말을 너무 막 한 것 같다. 정령으로 만들어 준 것은 고맙다."

퍽퍽퍽!

"아까 있었던 일은 사과를......"

퍽퍽퍽!

"주인님!"

물의 정령의 빠른 태도 변화가 있었다.

위드는 성자의 지팡이를 배낭에 집어넣으면서 중얼거렸다.

"역시 난 교육에도 소질이 있었어. 학교 선생님이 되었어도 잘했을 텐데."

본인의 생각에 충분히 갖췄다고 여기는 교육자로서의 자질!

위드가 초등학교 교장이 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네 이름은 물방울로 하자."

이슬로 만든 물의 정령이었기 때문에 물방울로 이름을 붙였다.

"이름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주인님."

날씬하고 귀엽게 생긴 물의 정령을 역소환하고 위드는 대장장이용 화로를

꺼냈다.

"금인이에게도 다시 생명을 부여해 주어야겠지."

되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은 없었다.

그렇기에 차일피일 미루기는 했지만, 언젠가는 시도해 봐야 할 일.

데브카르트 대산에서 조각품만 만들면서 감각도 물이 올라 있는 상태였다.

"지금 해 보자."

데이크람은 어딘가로 가서 자연의 조각품을 만들고 있었다.

위드는 떨어진 나뭇가지들을 모아서 불을 피우고 화로를 달구었다. 그리고

지골라스에서 회수한 잔해와 모라타에서 구입한 금괴들을 넣었다.

금인이는 금덩이를 녹여서 만든 대작 조각품이었다.

"형틀을 짜도록 하고......"

흙으로 금인이의 몸에 맞춰 틀을 짜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었다.

예술의 도시 로디움에서 했던 세세한 기억들까지 남아 있지는 않지만, 금인이와

같이 다닌 시간들이 길었던 것이다.

틀에 금을 붓고, 충분히 식을 때까지 다른 조각품을 만들면서의 초조한 기다림!

작업을 하는 도안 골골거리던 금인이가 자꾸 떠올랐다.

"금인이처럼 말 잘 듣고 싹싹한 녀석도 없었는데. 부려 먹을 일거리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형틀에 금을 붓고 기다린지 한참이 지났다.

"이제 됐겠군."

형틀을 떼어 내고 나니 금인이의 외모를 한 조각상이 다시 만들어져 있었다.

위드의 기억력은 매우 정확한 편이었다. 금이 아까워서 키가 조금 작은 것까지

그대로였다.

'금으로 만들어서 다행이군. 나무나 바위에 생명을 부여했더라면 육체의 일부분을

모아서 원래의 몸을 갖지도 못했을 거야.'

위드는 눈이나 코, 입 등을 세심하세 손본 후에 스킬을 시전했다.

"조각품에 생명 부여!"

남아 있는 경험치가 얼마 없어서 레벨이 2개 떨어지고, 6개의 예술 스탯이 감소했다.

-조각 생명체의 육체의 일부를 사용 하셨습니다. 물의 속성을 가지고 있던 생명체는

새로운 삶을 얻을 것입니다.

조각품에 대한 추억 스킬이 발동됩니다.

조각 생명체가 자신에 대한 기억을 되찾을 수 있지만,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다시 조각한 시점에서의 늘어난 예술 스탯과 조각술의 효과는 적용되지 않으며,

예전에 살아 있을 때보다 5%의 레벨이 줄어듭니다.

조각품에 생명에 부여되면 서서히 깨어나던 것과는 달리

금인이는 바로 눈을 떳다.

위드가 애타네 보고 있을 때, 금인이가 고개를 흔들더니 말했다.

"이름을. 제 이름을 정해 주십시오."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말투!

"결국 기억을 되찾지는 못한 것인가."

정이 돈독하게 들었던 금인이와의 영원한 이별.

"누렁이가 많이 슬퍼하겠군. 그리고 서윤도."

금인이와 누렁이는 가족처럼 붙어 다녔고, 서윤도 많이 안타까워하고 눈물도 흘렸었다.

화령이나 다른 동료들도 금인이의 사망 소식을 슬퍼했을 정도다.

"네 이름은 금인이라고 하자."

"알겠습니다, 주인님."

"편히 쉬고 있어."

"예."

위드가 다시 자연 조각품을 만들기 위해서 돌아서려고 할때였다.

멀리 나무 위에 와일이, 와둘이, 와삼이가 앉아 있었다.

그런데 금인이가 열심히 손을 흔드는 것이었다. 기분 좋은 울음을 터트리면서.

"골골골!"

위드가 물었다.

"너 금인이지?"

금인이가 손을 내리고 공손히 머리를 숙였다.

"조굼 전에 제 이름을 그렇게 정해 주셨습니다, 주인님."

"조금 이상한데."

위드의 비범한 눈치는 금인이에게서 어색함을 느끼기에 충분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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