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대륙을 떠도는 조각사]
서윤은 돈을 벌기 위해서 아르바이트 자리부터 구하기로 했다.
'취직이 쉽지 않다는데...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학교 때문에 시간을 쪼개서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쉽게 생각할 수있는
편의점이나 빵 가게,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는 일의 특성상 사람과 계속 접해야 한다.
조용하게 혼자서 지내왔던 그녀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사람들은 돈 때문에 더 열심히 살고, 바뀌기도 하겠구나.'
서윤은 강의를 마치고 난 다음 이력서를 작성해서 아르바이트 생을 구한다는
레스토랑으로 갔다.
시급5,300원!
매출에 따라서 소액이지만 인센티브도 지급된다고 한다.
서윤은 점장에게 이력서를 내밀었다.
이름:정서윤
나이:21
경력:한국 대학교 2학년 재학
특기:영어,중국어,일본어,국제법학,회계,경영,기억분석
절대로 레스토랑 이력서로 보이지 않는 특기들!
점장이 부드럽게 웃으면서 물었다.
"전에 레스토랑 서빙이나 그 비슷한 일을 해 본 적이 있어요?"
"없어요. 그러면 안되나요?"
서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점장은 50년 묵은 체중이 쑥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좋구나, 세상이란.....'
어여쁜 여대생의 목소리가 천사처럼 착하고 고왔다.
조심스럽게 반문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니, 저절로 활력이 치솟고 입가에 미소가
그려지지 않는가.
"일은 오랫동안 할 수 있겠어요?"
학생이라서 가능하다면 겨울방학 내내 일을 해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따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저녁에 일주일만 할 수 있을까요?"
면접을 보는 레스토랑은 꽤나 인기가 있는 곳이라서 경력직 위주로 뽑았다.
하지만 예외란 없을 수가 없다.
"오늘부터 일할 수 있겠어요?"
즉시 합격!
서윤은 그날부터 레스토랑의 입구에서 인사하는 일을 했다.
"어서 오세요."
"오래 기다려야 돼요? 헉!"
서윤은 그녀만의 세계를 나와서 세상으로 발을 내디뎠다.
오랫동안 닫혀 있던 시간을 벗어나서 가지게 된 호기심과 설렘.
"립 아이 스테이크랑 등심 스테이크 주세요."
"음료수는 필요하지 않으세요?"
"오렌지에이드와 사이다 주세요."
손님들은 식사가 나와도 서윤이 있는 출입문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비싼 스테이크를 먹으면서도 맛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
'이쁘다. 이쁘다. 이쁘다. 이쁘다. 이쁘다.'
'아, 이쪽을 한 번만 봐 주었으면....."
"타오르는 불꽃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지. 하지만 그 불꽃의 여운은 오래 남는다네.
불의 조각품을 만들어 보게."
위드는 데이크람의 지시에 따라 모닥불을 피워 불을 일으켰다.
"자연 조각술!"
위즈가 손을 휘젓는 대로 불꽃이 춤을 춘다.
불의 지배자가 된 것처럼 멋진 광경이었지만, 속까지 멋있는 건 아니었다.
불을 가까이하니 땀이 줄줄흐르고, 불길에 닿으면 생명력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불을 손으로 만지면서 조각한다는 건 화려하지만 매우 어려운 일.
"그래도 자연 조각술은 잘 늘어나는 편이군."
불을 만질 때마다 자연 조각술이 다소 빨리 늘어났다.
맷집과 인내력을 믿고 불로 화룡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불타는 멧돼지도 조각했다.
자연과의 친화력에 따라서 불을 다루는 수준이 달라졌다.
그래서 친화력을 올리기 위해 바람의 정령도 창조해 냈다.
씽씽이!
바람의 정령은 소환하는 데 마나가 적게 들었다. 쾌활하고
나돌아 다니기를 좋아하는 성격을 가졌다.
위드는 끊임없이 작품을 만들면서 떨어진 예술 스탯을 복구하고 스킬 숙련도를 올렸다.
죽은 자의 힘은 어느덧 190 이하로 감소했다.
"퀘스트 정보 창!"
바르칸의 호출
언데드의 군주 바르칸 데모프가 부른다.
뭇 언데드는 그 명을 반드시 따라야 할 것이다.
남은 날짜 '46일'.
난이도:C
보상:바르칸을 만나는 대로 연계 퀘스트 시작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위드는 로열 로드에서 자연 조각품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자연의 조각품이란 막연히 노동의 양을 늘린다고 해서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위드가 있는 데브카르트 대산은 나무들과 새, 푸른 하늘이 있었다. 멀리에는
호수와 강줄기도 보였다. 천혜의 자연환경이었고, 회색 산맥으로 접어들면
언제든 산의 웅장함을 볼 수 있다.
"자연의 힘을 다룬 조각품이라......"
위드는 고생하면서 모험했던 장소들을 떠올렸다.
북부에서는 추워서 고생을 했고, 동부 유로키나 산맥에서는 오크로 변해서
마음껏 뛰어다녔다. 한 장소에 오랫동안 머무르면서 사냥을 하지는 않았다.
자연의 많은 부분을 경험한 것들이 조각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물과 바람, 땅, 구름, 얼음, 풀 꽃.
지금까지의 기억들을 더듬어서 작품으로 만들었다.
식물들이 바위를 타고 자란 것도 자연의 조각품. 계곡 사이를 흐르는 세찬
물줄기도 조각품이 될 수 있다.
데브카르트 대산에서 자연의 힘을 이용하여 조각품들을 대량으로 만들었다.
데이크람이 조언을 했다.
"재료만 바꾸어서는 안돼. 자연을 있는 그대로 조각해야 하네."
소재만이 아니라 작품까지 이어지는 고민들.
그럴수록 더 많은 것들을 만들어 보려고 애썼다. 몸을 움직이면서 생각을 하는
그만의 방식이었다.
낙엽을 모아서 나무를 만들어 보고, 산불로 인해 타 버린 곳에 나무들을 심기도 했다.
자연의 복원가가 될수록 스킬 숙련도가 빨리 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데이크람이 그를 불러서 말했다.
"자연 조각술의 기초는 충분히 가르친 것 같군. 조각술이란 스스로 일깨워 가는 것이지
더 이상은 배울 필요가 없을거야."
띠링!
데이크람의 가르침 완료.
조각술 마스터 데이크람은 후배 조각사에 대한 교육을 마쳤다.
그는 매우 뛰어난 조각사 후배를 받아들였다고 생각하고 가르침을 베풀었지만
적지 않게 실망했다.
"대륙의 조각술이 참으로 암울하군. 인재들이 조각술을 버린 게야."
-데이크람의 가르침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서 명성이 580 감소합니다.
데이크람은 초반에만 몇 마디 던져 주었을 뿐, 옆에서 지켜보면서 사사건건
간섭하는 부류는 아니었다.
방치해 두고 자유롭게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교육자!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위드에게는 영 적응이 안되는 스승이었다.
자연과 친숙해져야 한다니, 절대로 익숙한 삶의 방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정말 무능한 수준이었는데, 그나마 나중에는 자연의 힘을 작용하는
장면들을 떠올리면서 스킬 숙련도를 많이 올릴 수 있었다.
현재 자연 조각술은 중급 2레벨!
위드는 일단 친밀도를 위하여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서 인사를 했다.
"스승님에게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데이크람이 말했다.
"어디 가서 나에게 배웠다는 말은 하지 말게. 창피하니까."
"...알겠습니다. 그러면 이제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을 가르쳐 주시지요."
"자연의 진실된 힘을 깨달았는가?"
"아직은 깨닫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더 주신다면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을 받게. 자연에 대해서 깨닫게 되면 내 기술을 익힐수 있을 것이네."
-데이크람의 목조품을 획득하셨습니다.
목조품을 얻었으니 스킬의 레벨이 올라가게 되면 자연스럽게 데이크람의
비기도 터득할 수 있게 된다.
"훌륭한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이 은혜를 평생 기억하겠습니다."
생각이 나면 기억만 할 뿐, 구체적인 보답 계획을 세우진 않을 것이다.
"대륙을 돌아다닐 것인가?"
"악인들로부터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을 구원하기 위해, 그리고 예술의 길을 걷기
위해서 그렇게 할 것입니다."
위드는 지금까지 베르사 대륙을 돌아다녔고, 앞으로도 사냥을 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계속 돌아다닐 것 같았다. 북부만 하더라도 안 가 본 곳이 너무나도
많았고, 던전들을 발굴해서 아이템을 얻어야 하지 않겠는가.
데이크람이 덕담을 남겼다.
"많은 곳을 여행하면서 조각술을 발전시켜 주기를 바라네."
"물론입니다. 조각술을 위해서 평생을 헌신하겠습니다."
"그래야겠지."
데이크람이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이 없는 사이에 위드는 매우 작은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감정"
혹시라도 잘못 받았을 수 있으니 확인은 필수인 것.
목조품:내구력1/1
데이크람이 자신의 기술을 수록한 목조품이다.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을 일으키는
방법을 담고 있다. 단, 자연의 진실된 힘을 먼저 터득해야 한다.
제한:중급 자연 조각술 6레벨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이 담긴 목조품이 맞군.'
위드가 목조품을 확인하고 주머니에 넣을 때, 데이크람이 한가지 선물을 더 주었다.
"이것을 받도록 하게."
데이크람이 손에 꺼내 놓은 것은 하늘색으로 빛나는 신비한 물질.
"자네도 알고 있겠지만 지골라스에서 얻은 물건이네. 이것을 조각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열기가 필요한데... 땔감으로 쓰기 위해 나무들을 훼손할 수가 없어서
아직까지 만들지 못했네."
헬리움!
"어떻게 이런 귀한 물품을 제게 감히... 데이크람 님께서 조각을 하시면 정말
대단한 작품이 나올 텐데요."
말과 다르게 위드의 손은 전투 시를 방불케 하는 속도로 헬리움으로 향했다.
-헬리움을 획득하셨습니다.
마나의 원천.
부르는 게 값이 되어 버릴 헬리움까지 손에 넣었다.
"좋은 작품으로 만들어 보게."
"명심하곘습니다."
"그럼 잘 가게."
"여기 34만원. 일주일간 고생 많았어요."
서윤은 일주일간의 시급 외에도 약간의 수당이 더해진 보수를 받았다.
그녀가 근무하는 동안 레스토랑에는 아침부터 손님들이 밀려들어 와서
저녁까지 가득 찰 정도로 장사가 잘되었다.
레스토랑 측에서는 서윤을 계속 고용하고 싶어 했지만 약속한 기한을
채우고 그녀는 그만두었다.
"처음으로 내가 번 돈이구나."
서윤은 봉투에서 돈을 꺼내어 만 원 짜리들을 한 장씩 셌다.
쓰기만 할 때는 몰랐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어야 했다.
밝게 인사를 하고 자리로 안내를 해주고, 다른 손님들에게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부탁한다.
레스토랑에서 친구와 연인, 가족 들이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면서
서윤은 마음이 밝아졌다.
'일을 하면서도 기쁠 수거 있는 거구나.'
직원들과 손님들이 없는 틈을 타서 게 눈 감추듯 밥을 먹고 청소를 했지만,
그럼고단함도 일을 마칠 때에는 깨끗이 사라졌다.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불편하고 먼저 말하는 것이 어색했지만, 노동을 하면서
바뀌어 가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돈이면 재료를 살 수 있겠어."
이현이 말했던 금액은 아르바이트로 모으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래서 생각해 본 것이 도시락 장사!
서윤은 다음 날 새벽 일찍 일어나서 시장을돌며 여러 재료들을 샀다.
"예쁜 아가씨네. 뭘 줄까?"
아저씨들에게 두둑한 인심도 받으면서 식재료와 장사에 필요한 재료들을 구입했다.
이른 아침에 밥을 짓고, 반찬도 만들었다. 플라스틱 도시락에 정성껏 꾹꾹
눌러 담고 보온병에 콩나물국도 넣었다.
'이제 돈 벌러 가야지.'
서윤은 양손에 도시락이 잔뜩 든 가방을 들고, 회사원들이 붐비는 거리로
버스를 타고 나갔다.
새벽부터 일하고 준비하느라 몸은 녹초였지만, 도시락이 잘팔려야 한다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몰랐다.
서윤은 고층 빌딩들이 즐비한 곳에서 가방을 열어 도시락들을 차곡차곡 쌓았다.
커피를 마시면서 바쁘게 출근하던 회사원들이 그녀를 보고 멈췄다.
'예쁘다.'
'아, 천사로군. 어떻게 이렇게 예쁜 아가씨가.....'
'오늘은 정말 운ㄴ이 좋은 날이군. 팀장한테 까여도 거뜬히 참을 수 있겠어.'
서윤을 보면 보이는 한결같은 반응!
예전의 서윤은 표정도 경직되어있고, 사람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들었다.
무의식적으로 피하기만 하던 그녀가, 이현을 만나고 난 다음부터 그 얼음 같은
표정이 풀어졌다. 웃지는 않았지만,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순수한 표정이야말로
남자들을 미치게 만드는 것!
회사원들이 도시락을 보고 가까이 다가왔다.
"이거 파는 거예요?"
"네"
서윤의 짧은 대답에 황홀해하는 30대의 남성회사원들!
"얼마예요?"
"그건요....."
막상 가격이 얼마냐는 질문을 받으니 서윤은 뭐라고 답해야 할지 곤란해졌다.
어느 정도의 금액을 책정해야 될지는 결정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직 가격은 정하지 못했어요."
"그래요? 한 6,000원 정도면 될까요?"
도시락을 열어본 남자가 말했다. 요리 재료 가격을 감안하더라도 마진이 제법
많이 남았다.
"제,저는 좋아요."
"여기, 우리는 3개 살게요."
2만원을 내고 2,000원을 거슬러 간 회사원.
다른 회사원들도 줄을 서서 서윤의 도시락을 사 갔다.
음식 맛은 중요하지 않다. 설혹 고추장이나 간장만담겨 있더라도 사 가야만 하는
남자들의 본능!
정갈스럽게 준비한 반찬들, 그리고 실제로 맛도 있는 도시락을 먹으면서 회사원들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이걸 다 직접 만드신 겁니까?"
"네."
"이렇게 도시락들을 만들려면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남성들이 꿈꾸는 이상형이 서윤이었다.
어여쁘고, 청순하며, 요리도 잘하고, 생활력까지 강했다.
길거리에서 장사를 할 정도로 가정 형편이 조금 어렵더라도, 그게 왜 허물이 되겠는다.
도대체 더 이상 뭘 바랄 수거 없을 정도로, 만나 본 것만으로도 아침을
영광스럽게 만들어 주는 그녀.
"정말 맛있네요. 내일도 장사하세요?"
"아마 할 것 같아요."
회사원들은 그 자리에 선 채로 도시락을 다 먹고 나서도 근처를 떠나지 않았다.
지각을 하더라도 그녀를 조금이라도 더 보기 위해서 미적거렸다.
"도시락 2개 더 주세요."
아침을 때운 회사원들이라도, 도시락을 2개 더 샀다.
'점심, 저녁도 이걸로 먹어야지.'
성혹 먹지 않더라도 서윤의 얼굴을 봤으니 배가 부를 것같았다.
'저런 외모라면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돈을 내야 돼.'
회사원들의 가슴이 학창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두근거렸다.
서윤 같은 여자 친구를 사귈 수만 있다면 직장 상사에게 일주일을 시달리더라도
기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만 그녀가 모르는 사소한 일이 한 가지 정도는 있었다.
회사들이 밀집한 지역의 인도에서 영업을 했기 때문에 구청에서 단속반이 나온 적이
있었다.
"사람들이 쭉 서서 기다리는 걸 보니 또 누가 장사를 하나 보네. 빨리 쫒아내고 가자."
단속반은 서둘러 왔다가, 도시락만 하나씩 사 먹고 돌아 갔다.
어느 날 아침에는 서윤이 거슬러 줄 천 원짜리가 모자란 적이 있었다.
신입 사원은 급한 마음에 크게 소리를 쳤다.
"아니, 거슬러 줄 돈도 없이 무슨 장사를 해요? 빨리 먹고 회사 들어가 봐야 하는데!
이렇게 준비성이 부족하니까 이런 곳에서 밥이나 팔고 있지. 돈이 필요하면 차라리
술집을 나가든가."
서윤은 화내는 그의 모습에 놀라서 가만히 있었다.
정적이 채 2초가 지나지 않아 상황은 정리되었다.
'저놈 뭐야!'
'끌어내!'
'죽여?'
남자 손님들이 달려들기 전에 부르는 목소리
"이철진 씨."
"예?"
도시락을 사기 위해서 줄을 서 있던 손님 중에는 신입 사원에게는 하늘 같은
과장과 부장도 있었다.
"와일아, 가자!"
위드는 와이번을 타고 데브카르트 대산을 벗어났다.
"감정!"
헬리움:내구력3,000/3,000.
신의 눈물이라고 불리는 금속.
무한한 신성력과 마나의 원천이다.
무기나 방어구로 가공할 수 있으며 조각품으로 만들 수도 있다.
제한:가공을 위해서는 높은 등급의 화로가 필요함.
고급 6레벨 이상의 조각술 스킬이 요구됨.
무기나 방어구로 가공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고급8레벨 이상의
대장장이 스킬이 필요.
헬리움은 보통 물건이 아니라서 화로가 반드시 필요했다.
"모라타에 있는 대형 화로에서 작업을 하면 되겠군."
항상 고열로 타오르고 있는 대형 화로라면 금속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헬리움을
약하게 만들수 있으리라.
"어쨋든 이건 조금 뒤에 조각해야겠어."
기대하던 헬리움 조각이었지만, 위드는 잠시 후로 미루었다.
현재 조각술 스킬은 고급7레벨.
불의 전사 쿠비챠를 사냥할 때 연속으로 두번 죽어서 조각술 스킬 숙련도가 심하게
하락했다. 하지만 자연의 조각품을 만들어서 줄어든 숙련도를 많이 복구헀고,
얼마 후면 8레벨이 된다.
그래도 워낙 귀한 조각 재료이다 보니 스킬 레벨을 올려놓고 조각할 작정이었다.
"어서 빨리 조각술 스킬도 올려놓고,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도 터득해야 돼."
위드는 우선 순위를 사냥이나 탐험보다는 조각술에 맞추기로 했다.
자연 조각술은 익힐 때 성과를 내야지, 나중에는 스킬 레벨을 올리기가 더욱 어렵다.
더군다나 다섯 번째 조각술의 비기를 익히는 일을 미루어 놓을 수는 없는 것.
"회색 산맥의 깊은 곳으로 가자."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옮는다는 속담도 있지 않던가. 그것이 다 작업 환경의
중요성을 의미하는 말이리라.
위드는 산맥으로 들어가 계곡 근처에서 작품을 만들었다.
물과 흙으로 여러 작품을 만들면서 스킬 숙련도를 쌓아, 자연 조각술이 중급
3레벨이 됐다.
밤마다 몬스터들의 괴성에 푸닥거리면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바람 소리도
거세고 비까지 자주 내렸다. 산맥이라고 해서 절대 조용한 것은 아니었고,
숲에서 갑자기 몬스터들이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조각품을 만들고 있으니까."
바르칸의 퀘스트까지 남은 날짜는 43일.
그렇게 참으면서 조각품을 만들고 있을 때, 유린으로부터 귓속말이 전해졌다.
-오빠, 뭐 하고 있어?
위드는 돌과 물로 인어들을 조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자연과의 친밀도가 높은 엘프나 요정, 인어 들을 만들었을때 평가가 좋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인간이나 드워프, 바바리안 들은 종족 자체의
습성 때문인지 자연 조각품을 만들어도 호의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
-조각품 만들고 있어. 넌 어디에 있니?
-여기 바르뎀 산이야.
-거기는 어떻게 갔어?
-풍경이 좋다고 해서 놀러 왔어.
그림 이동술을 이용해서 자유롭게 베르사 대륙 전역을 떠도는 그녀였다.
위드의 머릿속에 스쳐 가는 생각.
'베르사 대륙에는 큰 산이나 호수, 강이 많이 있지. 그런 장소에서 조각품을
만들면 성과가 훨씬 높을 거야.'
자연 조각술은 지역 환경과 떼려야 뗄 수가 없는 관계였으니 돌아다니면서
작품을 만들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마센 왕국의 바르뎀 산.
수도인 노비스 성과 넓은 평야가 내려다보이는 경치가 끝내주는 장소.
유린의 도움을 받아 도착한 위드는 놀러 온 많은 유저들을 볼 수 있었다.
'부르주아들이구나.'
주로 활동하던 로자임 왕국이나 모라타와는 비교할 수 없이 유저들이 수준이 높았다.
레벨 200대가 넘는 유저들이 삼분의 일 이상!
그리고 레벨 300대가 넘는 장비를 착용한 유저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전쟁이 도무지 멈추질 않는군. 이번에는 끝장을 보려고 하나 봐."
"3만 명의 병사들이 죽었다는데, 피해가 꽤 크겠지?"
"성에 갇혀서 몰살을 당했으니 기가 제대로 꺾였을 거야. 그래도 아직 남은
군단이 많으니까."
중앙 대륙에서 벌어지는 전쟁 이야기를 바르뎀 산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
"초상화 그려 드려요. 연인들끼리 한 폭의 추억을 남겨 보세요."
유린은 그림을 그려 주면서 돈을 벌었다.
동화처럼 따뜻한 색감에 귀엽게 그려 주는 그녀였기에 유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위드는 땅바닥에 앉아서 조각품을 만들 준비를 했다. 일부러 허름한 옷으로 갈아입은
그에게는 사람들의 관심이 거의 모이지 않았다.
'노비스 성을 빋어서 만들어 봐야지.'
흙에 물을 섞어서 손으로 반죽을 했다.
들판 위에 진흙을 쌓아 산의 형태를 만들고, 평평하게 흙을 펼쳐 넓은 평야 지대도
마련했다.
노비스 성은 손으로 주물럭거리면서 꼼꼼하게 만들었다.
4시간 정도에 걸쳐서 만들었지만, 길이며 왕실 정원, 상점, 마차들과 사람들도 어느
정도 표현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조각품을 만들면서 생긴 관찰력과 감각을 동원해서 빨리 만든
것이었다.
유린의 그림이 그려지기를 무료하게 기다리던 유저들과, 단순히 관광을 왔던
사람들도 위드의 조각품에 관심을 가졌다.
퀸 사이즈 침대 매트리스 정도의 면적에 재현된 노비스 성과 주변의 풍경들.
그들이 있는 바르뎀 산의 공원과, 심지어는 그림을 그리는 유린과 위드 본인도
표현되어 있었다.
"저거 봐. 진짜 대박으로 잘 만든다."
"조각사인 것 같아."
진흙의 형태를 잡고 조각칼로 잘라 내기도 했다.
신속하게 만들어지는 작품에 감탄과 놀라움을 보이는 유저들.
위드는 돌판에 흙으로 만들어진 작품을 보면서 약간은 만족했다. 나무나 돌처럼
표면을 깎으면서 기술이 필요하지도 않았고, 물로 작품을 만들 때보다는
훨씬 쉬었다.
"이 정도면 어느 정도 비슷하게 만들어진 것 같은데. 자연 조각술!"
가볍게 스킬을 시전하자 산 형태로 쌓아 놓았던 흙들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리고 자라나는 작은 나무들!
평야 지역에서는 작물들이 깨알처럼 올라왔다.
자연의 힘을 끌어내니 마법처럼 변하는 조각품!
-만드신 조각품의 이름을 정해 주십시오.
"여동생과 놀러 온 바르뎀 산."
-여동생과 놀러 온 바르뎀 산이 맞습니까?
"맞아."
띠링!
걸작! 여동생과 놀러 온 바르뎀 산
자연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줄 아는 조각사의 작품
땅의 기운을 빌려서, 대지의 모습을 조각품으로 만들었다.
자연의 힘이 깃든 조각품이다.
예술적 가치:559
특수 옵션:여동생과 놀러 온 바르뎀 산을 바라본 이들은 생명력과
마나 회복 속도가 하루 동안11% 증가한다.
대상 지역의 자연의 힘이 충만해져 정령들의 활동력이 왕성해짐.
식물들이 자라는 속도4% 증가.
더 많은 곡물들을 추수할 수 있게 됨.
다른 조각품과 중복 적용되지 않음.
지금까지 완성한 걸작의 숫자:95
-조각술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고급 손재주 스킬의 레벨이 8이 되었습니다. 도구나 손을 이용하는 능력이
추가로 8% 증가하며, 다양한 분야에 걸쳐서 영향을 주게 됩니다.
-자연 조각술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명성이 197 올랐습니다.
-힘이 1 상승하셨습니다.
-정신력이 3 상승하셨습니다.
-예술 스탯이 7 상승하셨습니다.
-걸작 자연의 조각품을 만들어서 자연과의 친화력이 8 증가합니다. 친화력이
증가하면 자연을 조각할 수 있는 범위와 영향력이 커집니다.
-순수한 조각품을 만듦으로 인해서 죽은 자의 힘이 정화되어 4 감소합니다.
위드의 고급 조각술 스킬은 17%만 더 모으면 8레벨이 된다. 죽은 자의 힘도
186만이 남아 있었다.
"우와아아아!"
"말로만 듣던 걸작 조각품이잖아. 조각사들 중에 누가 저런 작품을 만들수 있지?"
"마법처럼 식물들이 자라게 했어. 그게 더 대단해!"
바르뎀 산의 유저들이 놀라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을 때였다.
위드는 태연하게 만들어진 작품을 마법 배낭에 넣었다. 작품을 더 크게 만들 수도
있었지만, 무게나 부피까지 고려해서 딱 배낭에 넣을 수 있는 크기로만 만든 것.
"이제 다음 장소로 가자."
유린이 그려 놓았던 풍경화에 그녀와 위드의 모습을 그렸다.
"그림 이동술!"
스킬이 사용되면서 신기루처럼 유린과 위드의 모습이 천천히 사라졌다.
하르판 왕국의 스네이크 계곡.
하벤 왕국의 피르타 성.
브리튼 연합의 로인 광장.
아이데른 왕국의 만개한 꽃의 거리.
바쿠바 왕국의 아르티안 분수와 일대.
리튼 왕국의 바네타 지역, 봄의 별궁.
로자임 왕국의 피라미드 주변.
브렌트 왕국의 거울의 호수.
위드는 유린과 함께 여행을 다니면서 생기를 불어넣어 자연의 조각품을 완성!
그가 조각품을 만드는 광경은 다른 유저들에게도 목격되었다.
"뭐야, 저 조각사는?"
"방금 작품을 완성한 것 같은데."
웅성거리면서 사람들이 몰려들면 위드와 유린은 그들을 피해서 그림 이동술로 사라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들이 본 광경을 게시판에도 올렸다.
제목:오늘 본 조각사에 대해 적습니다.
스네이크 계곡에서 사냥을 하다가 어느 한 조각사를 봤는데요, 그는 흙으로 장난치듯
조각품을 뚝딱뚝딱 만들고 있었답니다. 초보자용 복장에 조각품을 만들어 봐야
뭐 얼마나 대단하곘냐고 무시했죠. 그런데 흙을 쌓아서 만들어진 스네이크 계곡은
생생하게 잘 표현된 작품이었습니다.
진짜 멋지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조각품에 계곡물이 흐를 수 있는 거죠? 분수나 다른 곳에서
물줄기를 끌어온 것도 아니었는데요.
-에이, 말도 안 돼요.
-꿈을 꾸신 듯. 이제 꺠어나세요. 밤에 푹 주무시고요.
제목:스네이크 계곡에서 조각품을 만드는 것을 저도 봤습니다.
마법을 썼던 건지는 모르곘지만, 흙으로 만든 조각품에서 물이 흘렀습니다.
완성된 것도 무려 걸작의 조각품이었죠.
대화를 나누어 보고 싶었지만 워낙 빠르게 떠나 버려서......
-진짜 조각품에 물이 흘렀나요? 그 조각사의 정체가 누군가요?
-하르판 왕국에도 중급 이상의 조각술을 가진 유저가 나온 건가요?
-마법을 쓰는 조각사?
-설마 비가 내리던 날에 조각품을 보신 건 아니겠죠? 우튼 님이 그러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하르판 왕국에서 던전도 여러 개 발견한, 신뢰할 만한 경력이 있는 유저였다.
그리고 속속 이어지는 제보들!
제목:마센 왕국의 바르멤 산에서도 어떤 조각사를 봤습니다.
즉석에서 조각품을 만드는 걸 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최고였어요 나무들이 막
자라던데요.
-나무들이 자라다니, 정령술을 펼친 건가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눈에 띌 정도로 나무들이 금방 자랐습니다.
-물이 흘렀다는 것만큼이나 믿기 어려운 이야기네요.
제목:혹시 그 조각사에 대해서 자세히 묘사해 주실 분?
저는 바쿠바 왕국의 유저입니다.
혹시 여러분이 본 사람이. 때가 덕지덕지 묻은 누추한 옷차림에 평범한 얼굴
아니었나요? 같이 다니는 화가는 엄청 예쁘고 챙이 넓은 초록색 모자를 쓰고 있고요.
-맞습니다. 스네이크 계곡에서 제가 봤어요.
-마센 왕국에 왔던 조각사도 바로 그랬습니다.
-말도 안 돼요. 하르판 왕국. 마센 왕국. 바쿠바 왕국의 거리가 서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데요.
-마법사의 텔레포트나 게이트 마법을 최대한 활용한다고 해도 어렵겠는데요.
기적을 만드는 조각사!
그러한 별명이 붙으면서 마센 왕국에서 위드가 조각품을 만드는 장면을 누군가가
게시판에 올렸다.
중앙 대륙의 여러 왕국의 유저들이 호응하듯이 자신도 봤다면서 글들을 올렸다.
제목:그 조각사의 정체는 위드입니다.
저는 로자임 왕국에서 활동하는 유저입니다.
위드 님이 우리 왕국 출신인 것은 다들 아실 겁니다. 그리고 어제 위드 님이 피라미드
위에서 조각품을 만들고 계시는 것을 봤습니다.
저도 피라미드를 만들 때에 한몫했기 때문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유로키나 산맥에서 오크와 다크 엘프 드과 함꼐 파티 플레이를 하다가 세라보그
성으로 돌아와서 정말 행운이었네요.
이제는 저도 초보가 아니니까 모라타로 갈 겁니다.
제2의 고향 모라타를 향해!
-역시 위드였군요.
-위드라니까 그냥 설명이 되네요.
-지금 그의 조각술은 대체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걸까요?
-설마 스킬을 마스터한 건 아니겠죠?
-모험을 하기도 바쁜데 어떻게 스킬을 마스터 했겠어요. 조각술을 마스터 했다면
직업 스킬을 최초로 마스터한사람이 될 텐데요.
전투 스킬도 레벨을 올리기 힘든데 조각술은 오죽하겠어요.
-만약이지만 스킬을 마스터했다면 엄청난 화제가 되어서 주민들을 통해 다
알려졌을걸요. 그건 진짜 엄청난 건데요.
하벤 왕국의 피르타 성에서도 조각품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유저들에게 전해졌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뒤늦게 알게 되었다.
"위드가 죽고 싶었던 모양이군. 감히 피르타 성까지 와?"
피르타 성은 산꼭대기에 지어진 고성이다. 전략의 요충지 이기도 하지만,
하벤 왕국의 자랑거리인 아름다운 곳이다.
"진작 알았으면 길드의 정예부대를 보내서 쓸어버렸을 텐데!"
헤르메스 길드의 고위 간부들은 불쾌해하며 이를 갈았다.
지골라스 인근에서 드린펠트의 함대가 무너진 것으로 그들의 자존심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더구나 지금이 어느 때이던가.
하벤 왕국을 완전히 점령하고 바드레이가 국왕에 올라 최고의 힘을 과시하고 있었다.
다른 유저들과 길드들도 바싹엎드려 있을 때였다.
그동안 혼자서 활동하던 고레벨 유저들이 속속 길드에 가입 의사를 밝히고
있는 시점에 피르타 성에 와서 유유자적 조각품을 만들고 떠나 버리다니!
유저들은 그 배포에 더욱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