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지 않는 모래성=
"에휴,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이현은 기차역에서 서윤을 기다렸다.
방학을 맞아 데스 나이트가 되어서 한창 사냥을 하고있던 참이었다.
철판 갑옷도 입을 수 있었고, 암흑 투기를 사용하는 것도 가능했으며, 검술의 위력도 커졌다.
기사의 공격력은 극악무도한 수준!
많은 유저들이 택하는 직업답게 장점이 많고 균형도 잘 잡혔다.
기마술도 타고나서, 이동 속도도 상당히 빠른 편이였다.
말을 신경 써줘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전투에 많은 도움이 되었으니 충분히 돌볼만한 가치가 있다.
유일한 단점이 체력 감소가 검사나 다른 직업에 비해서 훨씬 빠르다는 것이었지만, 언데드인 데스 나이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었다.
"레벨을 정말 실컷 올릴 수 있는 기회인데..."
이현은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일찍 준비해서 나왔다.
들고 온 가방은 3개!
해외 여행을 가는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싸온 것이다.
서윤은 약속 시간인 오전 8시를 10분 앞두고 도착했다.
그녀도 여행용 가방을 2개나 들고 있었다.
청바지에 흰 반팔 티셔츠만 입고 있는데도 광체가 났다.
기차역에 있는 사람들이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할 정도였다.
그녀의 얼굴을 스쳐 지나가듯이 짧게 보면, 정말 맑고 예쁜 느낌이 크게 남았다.
그래서 다시 그녀의 얼굴을 보면, 시선을 떼지 못하고 한곳씩 살펴보게 된다.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다.
깊고 순수하고 영롱하다.
세상에서 가장 맑은 보석을 가져다 놓은 것 같았다.
눈썹은 곧고 가지런하고 흠잡을 곳이 없다.
콧날과 입술, 볼, 턱선, 이마, 궛볼, 어느 부위를 보더라도 결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녀를 보면 모든게 제자리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차원이 다른 아름다움 이라는게 무엇인지를 보여 주는 그녀.
"먼저 와서 기다렸어요?"
"아니야, 방금 왔어. 일단 차표부터 끊자"
여행은 기차를 타고 남쪽 바닷가의 큰 도시로 간 후에 차를 빌려 돌아다니기로 했다.
서윤이 면허증을 따서 차를 몰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근데 면허증은 언제 땄어?"
"지난번에 시험 통과하고 어제 받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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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타고 가면서는 집에서 싸온 김밥에 사이다를 마셨다.
이현은 창밖을 보다가 가만히 잠이 들었다.
여행이라고 하니 왠지 마음의 긴장감이 풀어졌던 탓이다.
"아...."
이현이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 말하려고 하니, 서윤이 귀를 가까이 댔다.
"...이템......"
잠꼬대를 하는 이현!
서윤도 새벽부터 준비하느라 잠을 제대로 못자서 이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깜빡 졸고 말았다.
기차가 잠깐씩 정차할 때마다 손님들이 탑승을 하며 그 광경을 보았다.
'여자가 너무 아깝다'
'왜 저런 평범한 놈에게........'
'이 더러운 세상 ... 불공평한 세상!'
기차가 목적지에 도착하자 둘은 가방을 들고 내렸다.
자동차를 빌리는 장소는 기차역 가까이에 있었다.
예약해놓은 소형차를 빌리고나서 서윤이 운전석에 앉고, 이현은 조수석에 앉았다.
"그럼 출발할께요"
"시동부터 걸고"
서윤은 시동을 걸고나서 말했다.
"이제 출발할께요"
이현은 조마조마했지만, 서윤은 실전에 강했다.
막상 출발하고 나니 부드럽게 운전을 잘했던 것이다.
그러다 갑자기 작동되는 와이퍼!
"방향 지시등이 어느쪽에 있어요?"
"반대쪽이야"
이현은 운전 면허를 미리 따놓지 않은 것을 후회해야 했다.
도심을 나가서 국도를 따라 돌아볼 수 있는 대한민국의 남쪽 바다.
서해나 동해도 그만의 매력이 있겠지만, 남해는 따뜻한 기후와 함께 구경할 장소들이 많고 바가지도 심하지 않았다.
차를 타고 해안가를 따라서 큰 섬들을 한바퀴 돌수도 있었다.
바다를 옆에 두고 구불구불 이어진 길이나 길가에 피어있는 꽃들.
바닷가에 도착해서는 서윤이 카메라를 꺼냈다.
"우리 사진 찍을래요?"
"당연히 찍어야지"
여행의 필수 항목이라고 할 수 있는 사진이 아니던가.
"제가 찍어 줄게요"
이현은 바다를 뒤로하고 사진을 찍었다.
멋진 배경에 어색하게 끼어있는 관광객같은 구도였다.
"이번엔 내가 사진을 찍어 줄게"
이현은 카메라를 받아서 서윤의 사진을 찍기 위해 셔터를 눌렀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그대로 화보인 서윤이었다.
그녀는 가만히 서있을 뿐인데도 이현과는 전혀 느낌이 다른 사진들이 찍혔다.
괜히 모래알이 갑자기 반짝이는 것 같고,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오는 느낌이 난다.
웃거나 다양한 포즈를 취하지는 못했지만, 겨울의 바다에도 더없이 잘 어울리는 서윤이었다.
그들이 있는 해변가에는 다른 관광객들도 많았다.
이현은 바닷가에 있는 관광객들에게 부탁했다.
"저기... 사진 한장만 찍어 주시겠습니까?"
공대의 남자들이 대학의 졸업 여행을 온 것이었다.
"그 정도야 뭐 얼마든지 해 드리죠"
남학생들은 이현과 서윤이 같이 있는 사진을 찍었다.
찰칵!
정확하게 서윤에 초점을 맞추며 이현을 배제시켜 버리는 기술!
'우주의 물리법칙에 맞지 않는 커플이군'
'전생에 은하계를 구했을 거야'
여러 장소를 차로 돌아다니고, 관광지에도 들어가서 사진도 넉넉히 찍었다.
로열 로드에서도 단둘이 보낸 시간이 꽤 많았지만, 지금은 사냥이나 구체적인 목적없이 둘만의 데이트였다.
그렇게 돌아다니다 보니 순식간에 찾아와 버린 밤!
해가 지고나서 날씨가 꽤 추워졌기 때문에 숙소를 잡아야 했다.
"내가 알아둔 장소가 있는데.... 이쪽이었던가?"
차를 타고 조금 해매서 도착한 장소는 캠핑장!
아주 적은 이용 요금만 내면 마음놓고 사용할 수 있는 장소였다.
가족 단위로 온 캠핑족들이 벌써 텐트를 많이 쳐 놓은게 보였다.
"우리는 좀 늦었네. 서둘러야겠다"
이현은 커다란 가방에서 캠핑 장비들을 꺼냈다.
도장에서 마상범에게 빌린 것들이었다.
텐트를 치고, 버너를 꺼내서 물을 끓이고 저녁 준비도 했다.
물은 캠핑 장소에서 구할 수 있었다.
서윤이 밥을 안치는 동안 이현은 낚싯대를 들고 바닷가로 나갔다.
"저녁용 물고기 좀 잡아올께"
아저씨들이 딸과 아내를 데리고 낚시에 열중하고 있었다.
"여긴 물고기가 참 안 잡히네"
멋지게 낚시를 하는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지만, 타고난 낚시꾼이 아닌 이상 쉽지만은 않았다.
이현은 큰 돌 위에서 작은 통을 열었다.
힘있게 꿈틀거리는 지렁이들은 아침에 마당에서 직접 잡아온 것들.
지렁이들을 미끼로 낚싯대를 던질 때마다 금세 물고기들이 물렸다.
63센티 광어!
"지렁이만 버렸군"
49센티 우럭!
"매운탕감이 필용했는데 잘됐군"
그리고 이 지역에서 별미라는 볼락 11마리.
"이것들은 잠도 없나? 귀찮게 자꾸 무네"
이현이 가져온 대야에는 생선들이 담겨서 비좁다고 북적거렸다.
아저씨 낚시꾼들은 아내와 딸을 생각하며 위안을 삼았다.
'가정이 행복하면 되지'
'바가지를 자주 긁기는 해도, 마누라랑 같이 여행을 온 기쁨은..."
이현이 낚싯대를 들고 궁시렁거렸다.
"저녁 하려면 빨리 가야 되는데... 감성돔이나 1마리 물어주면 좋을텐데, 이놈의 물고기들은 뭘 하고 있나"
아저씨들은 속으로 생각했다.
'감성돔이 어디 붕어처럼 쉽게 잡히는 어종인 줄 아나?'
'여기 열두 번째인 나도 구경을 못 해 봤는데'
그 순간 이현의 찌가 슬쩍 가라앉았다.
낚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위치 선정에, 낚싯대를 미묘하게 흔들면서 지렁이를 꿈틀거리게 만드는 고급 기술,
그렇게 또 1마리가 문 것이다.
낚아보니 기대했던 감성돔은 아니었고 바다 장어였다.
"구워 먹으면 먹을 만하겠군"
이현이 슬슬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을때, 캠핑촌에서 서윤이 걸어왔다.
"많이 잡았어요?"
"내 팔자에 무슨, 그냥 배부르게 먹을 정도만 잡은것 같아"
이현과 서윤이 캠핑장으로 돌아가고 난 이후에,
아저씨들의 눈가에는 촉촉한 물기가 어렸다.
"아빠, 자꾸 모기가 물잖아, 집에서 텔레비젼이나 보려고 했는데 뭐하러 여기 오자고 한 거야?"
"여보, 취미 생활은 혼자 해도 돼잖아요"
학교에 갔다가 돌아온 딸과 하루에 몇마디 나눌 기회도 거의 없다.
아내는 아줌마들끼리 제주도나 해외여행을 다닌다면서 집을 비우기 일쑤.
아저씨들은 한창 잘나가던 고등학교 시절, 대학교 시절을 떠올렸다.
'아 ...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으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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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숯불을 만들고 불판을 올렸다.
불이 안정될 때까지는 된장찌개를 하고 나서, 화력이 적당히 잦아들었을 때부터는 고기를 구웠다.
돼지고기나 소고기가 아니라, 다양하게 잡은 생선구이!
"혹시 볼락과 바꿔서 드실래요?"
다른 탠트들을 찾아다니면서 남는 생선으로 조개와 게, 소시지, 저렴한 와인도 얻었다.
생선을 돌리면서 굽고, 매운탕도 같이 끓였다.
파도치는 소리가 은은하게 들렸고, 조금 춥긴 했지만 날씨가 맑아서 별도 보였다.
묵은 김치까지 있었으니 따로 호텔이 부럽지 않은 저녁 식사였다.
"먹자"
야외에서 생선 살점을 발라먹는 맛은 일품이었다.
생선을 굽는 불빛에 비친 서윤의 얼굴.
이현은 푸짐한 식사를 마치고 나서 설거지까지 깨끗하게 했다.
"커피 한잔할래?"
"좋아요"
해변가에 앉아서 마시는 커피 한잔의 여유까지 챙겼다.
그리고 완전히 밤이 되어서 풀벌래 우는 소리들이 들리고,
다른 탠트들도 불이 꺼졌다.
"우리도 이제 자러 가자"
4인용 탠트라서 둘이 자기에는 충분히 넓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좁게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침낭안에 들어가서 눕고나니 상대방의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서윤은 심장이 콩닥거릴 정도로 긴장이 됐다.
텐트 안에서, 각자 다른 침낭안에 있다고는 해도, 사실 한방에서 잠드는 것과 별로 다르지도 않았다.
파도가 치는 소리, 풀벌래 우는 소리들에 섞여서 서윤은 그녀의 심장 소리가 들릴까봐 걱정되었다.
그런데 금방 이현의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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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새소리를 들으며 이현은 잠에서 깼다.
집이 아닌 낯선 장소에서도 뒤척이는 성격이 아니라서 푹 자고 일어난 것이다.
가만히 고개를 돌려보니 서윤이 그를 쳐다보는 방향으로 눈을 감고 잠들어 있었다.
이현은 조용히 침낭에서 몸을 빼내어 텐트 밖으로 나왔다.
아직 해가 뜨지는 않았지만 일찍 일어난 캠핑족들이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해물 대게탕이나 해 볼까?"
이현은 간단히 아침 재료를 씻고 정리해 놓고나서 서윤이 깨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녀는 여행의 피로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는지 해가 뜨고 나서도 일어나지 않았다.
사실 서윤은 이현이 잠든 모습을 2시간 넘게 쳐다보느라 늦게 잤던 것이다.
처음 만났을 때 느낀 감정이나, 로열 로드에서 봤을 때마다 했던 생각 그리고 여행을 같이 와줘서 고맙다는 말 등.
속마음을 털어놓고 여러 이야기를 했지만, 이현은 코를 골며 잤기 때문에 전혀 모르고 있었다.
"간단히 산책이라도 해 봐야겠군"
이현은 상쾌한 아침 바람을 맞으면서 백사장을 걸었다.
"날씨가 정말 좋구나"
새들이 먹이를 찾아다니며 울고 있었다.
일찍 일어난 아이들이 파도가 치는 해변에서 성을 쌓으면서 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한번 해볼까?"
바다에 오면 누구나 한번쯤은 해 본다는 놀이.
이현은 해 본적이 없지만, 시간 때우기로는 괜찮을 것 같았다.
구석에서 적당히 흙을 뭉쳐서 짓기 시작하는데, 10여 분이 지난 이후에는 아이들이 몰려서 구경을 했다.
그가 쌓는 모래성은 실제를 방불케 하는 1.5미터짜리 건축물이 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교한 성벽과 탑들이 세워지면서, 어른들이 와서 구경했다.
이현이 공사장과 로열 로드에서 조각품을 만들면서 익힌 실력이 발휘된 덕분이었다.
그렇게 1시간 정도가 걸려서 완전한 모래성이 만들어졌다.
주변에서는 정말 잘 만든다고 칭찬했지만, 이현은 별로 감동적이지 않았다.
"부동산으로 거래할 수도 없고... 돈이 나오거나 쌀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철저한 실리주의!
바닷물이 깊이 들어온다면 허물어지고 쓸려나가 버리고 말 것이다.
바람이 조금만 심하게 불어도 무너져 버리고 말 위태로운 모래성에 불과했다.
모래성이 다 만들어지고 나니 구경하던 사람들도 밥을 먹거나 집에 간다면서 하나 둘씩 떠났다.
이현은 밀려오는 파도와 모래성을 허무하게 쳐다보았다.
"지금은 이렇게 여행도 같이 왔지만, ... 언젠가는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을 정도로 먼 곳으로 떠나고 말겠지"
이현은 그녀를 위해서 기꺼히 떠나보내줄 수 있었다.
지금까지 같이 보낸 시간이 적지는 않아도 나중에는 추억만으로 남겨 두어야 하리라.
그래서 곧 무너질 모래성이라고 생각하며 아래에 글씨를 써두었다.
이현, 서윤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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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가에서 텐트로 돌아오니 서윤이 일어나서 아침 재료들을 가지고 요리를 하고 있었다.
든든히 아침을 먹고 나서, 남해를 조금더 차로 돌아보다가 낮에 기차를 타고 올라가는 일정이었다.
이현은 짐을 챙기고, 머물렀던 장소를 청소하면서 서윤에게 말했다.
"여긴 내가 치울테니 좀 쉬고있어"
"저도 도울게요"
"운전해야 되잖아, 조금이라도 더 쉬고 있어"
서윤은 이현이 하는 일을 구경하다가 백사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시 도시로 돌아가게 되면 이렇게 바다로 올 기회가 없다.
밖으로 잘 돌아다니지 않던 그녀였기에. 산책도 하면서 여행의 작은 기념품으로 소라나 돌맹이라도 주우려는 생각이였다.
'오늘이면 다시 돌아가야 하는구나'
백사장의 모래를 밟으며 가볍게 걸어다니던 그녀의 눈에 유난히 커다란 모래성이 보였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아주 튼튼하게 지어진 모래성이었다.
서윤은 그 모래성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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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사의 군단에서 모라타를 목표로 진격하는 4개의 언데드 군단.
막상 모라타에서 일주일 거리까지 도착한 언데드의 숫자는 고작 2개 군단을 넘는 정도였다.
언데드들의 특성상 다리가 없거나 걸음걸이가 불편해서, 늦게 오는 숫자가 상당하다.
중간에 엉뚱한 방향으로 새버리거나, 우물에 떨어져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언데드, 숲에서 빙글빙글 도는 언데드들이 많았다.
언데드 군단은 움직이면 많이 분산되기 때문에 피해가 더욱 크게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북부에는 일반 몬스터들도 많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사라지기도 했다.
고블린과 트롤, 오우거같은 몬스터들도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기 때문이다.
"언데드 군단이 이쪽으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모험과 사냥을 떠났던 유저들이 언데드를 발견하고 모라타로 소식을 전했다.
초보자와 상인들에게는 그야말로 대형 사건이었다.
프레야 교단에서는 모라타에 성당 기사단을 배치하자마자 출동하게 되었다.
"성당 기사단이 언데드를 사냥하러 가는것 같습니다."
"루의 교단, 프레야 교단에서 언데드를 사냥하는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모라타에서 사냥을 하던 파티들도 사제와 성당 기사단을 따라서 언데드를 퇴치하는 임무에 참여했다.
영주성에서도 언데드를 섬멸하는 토벌대를 모집했다.
적 중에는 약한 스켈레톤들이 있었기 때문에 30레벨만 넘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다.
"놀러나 가 볼까요?"
"언데드르 때려잡으러 갑시다!"
초보자들에게는 좋은 구경거리였고, 또한 대규모 토벌 의뢰에 참여하는 경험도 얻을 수 있다.
프레야 교단의 성당 기사단 450기.
모라타의 기사단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엄청나게 강력한 신성 기사들이었다.
도시와 마을에 소속되어 있지 않아서 영주의 권위로도 명령을 내릴수가 없다.
종교적인 분쟁이나 몬스터들로부터 위기가 찾아오면 교단에 의해서 싸우는 성당 기사단.
루의 사제들과 프레야의 사제도 불사의 군단과 싸우기 위하여 840명이나 참전했다.
그 전력이 사뭇 대단했지만, 일반 유저들로 결성된 토벌대에는 사제만 3,000명이 넘었다.
모라타에서 사제의 직업을 가진 이들은 신앙심을 올릴 수 있는 이번 퀘스트에 웬만하면 참석을 했다.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이미 다른 의뢰를 수행하고 있지 않다면, 사제들은 눈썹을 휘날리며 전장으로 달려왔다.
"아싸, 언데드다"
"언데드 완전 좋아하는데"
언데드를 보면서 사제들은 기쁨을 만끽했다.
이들은 말을 탈 줄 알아서 성단 기사단과 토벌대와 비슷하게 먼저 온 것이고, 뒤늣게 합류하는 사제들도 많았다.
여신상과 대성당으로 인하여 사제들의 인기가 다른 도시에 비해서 상당히 높아서, 프레야의 사제를 택한 유저만 해도 수만 명이나 될 정도였다.
그 사제들이 오히려 불사의 군단 언데드를 향해 뜀박질하며 진격해 오고 있는 상황!
성기사들도 출동하고, 용병과 전사, 마법사, 정령술사, 소환술사, 바드등의 직업을 가진 유저들도 토벌대에 속해서 불사의 군단의 침입을 격퇴하기 위하여 모였다.
모라타는 중앙 대륙에서 건너온 고레벨 유저들이 제법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평균 레벨이 높다고는 할 수 없었다.
매일 엄청난 숫자의 초보자들이 모라타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부분이 장점이 되어 사람 숫자만큼은 이제 왠만한 대도시에 버금갈 정도였다.
모라타 초기의 유저들은 밤이 되면 마을이 고요하고 한적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은 한밤중에도 광장마다 상인들이 진을 치고 있을 정도였다.
사슴 가죽 열장을 팔기 위해서 2~3시간씩 기다리는 초보자들이 많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달라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성당 기사단과 사제들에 속해서 빨리 도착한 토벌대는 5만!
2개의 언데드 군단, 6만을 조금 넘는 적들에 비해서는 약간 적은 병력이었다.
하지만 먼저 언덕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으며, 보급을 완전히 끝냈다.
사제들로부터 단체 축복 마법도 받아놓고 기다렸으니 사기는 최고조였다.
토벌대장으로 퀘스트를 받은 쟈프란이 크게 외쳤다.
"우리의 새로운 고향, 우리의 땅을 침략하는 언데드들을 무찌릅시다!"
"우와와!"
"공격!!!"
성당 기사단과 토벌대 그리고 언데드들이 서로를 향해 달렸다.
토벌대에 참여한 유저들이 후속대로 계속 도착하고 있었으며, 불사의 군단에도 넘쳐나는 것이 언데드였다.
바야흐로 모라타와 불사의 군단간의 전쟁이 개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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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론은 헤르메스 길드를 통해서 정보를 입수했다.
-네크로멘서들이 알수없는 힘에 의해 소환되어 불사의 군단 소속 언데드가 되어 싸우고 있다.
길드 소속의 네크로맨서도 불사의 군단에 속해 있다고 한다.
헤르메스 길드에는 여러 직업군의 강자들이 모여 있었지만, 불행히도 네크로맨서는 최근에 탄생한 마법 계열 직업.
길드의 네크로맨서는 레벨이 높은 편도 아니고 사냥 속도가 떨어져서 스켈레톤에서 상급 정도의 계급에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
자부린 : 이곳에는 베르사 대륙의 네크로맨서들이 전부 모인것 같습니다.
자부린은 길드의 원정대 통신 채널을 이용하여 보고했다.
폴론을 비롯하여 기사단과 마법병단, 레인저 부대등이 보고 있었고, 헤르메스 길드의 간부들도 통신 채널에 들어와서 지켜볼 수 있었다.
자부린 : 쟌이나 보흐람, 유명한 네크로맨서 유저들이 다 모여 있거든요.
폴론 : 지금 진행하는 게 어떤 퀘스트죠?
자부린 : 정확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불사의 군단과 관련이 있는 전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자부린은 보고를 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적극적인 지원을 해 준다.
장비를 맞춰 주고 사냥터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퀘스트까지 동행하며 도와주기도 한다.
제대로 공로만 세운다면 자부린이 따라갈 수 없는 등급의 파티 사냥에 끼워 주는 것도 기대해 봄직한 상황!
더 앞서가는 네크로맨서들과 같이 다니지 못한다는 말을 했으니, 조금만 도와주더라도 레벨이 300이 안되는 자부린에게는 큰 이득이 생길 것이다.
그가 헤르메스 길드에 가입한 이유도, 지원을 받으면서 쉽게 성장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부린 : 필요하신 정보가 있다면 제가 적극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네크로맨서들 사이에서 친해진 사람이 많으니 뭐든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폴론 : 네크로맨서들 사이에 우화 세력을 만들어 주면 좋을 것 같군요.
자부린 : 예. 시도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유명하고 강한 네크로맨서들은 더 상급의 언데드로 전직해서 여기서 가까운 곳에서 싸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레벨이 조금 낮아서 그들을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폴론 : 지금 마법사용 장비를 착용하실 수 있습니까?
자부린 : 물론입니다. 착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왕이면 저주가 붙은 물건이면 더 좋습니다.
스켈레톤도 따로 종족 제한이 걸리지 않은 장비는 착용할 수 있고, 유령으로 변한 이후에도 마찮가지다.
저주가 걸려있는 아이템. 예를 들어 생명력을 깎으면서 마나를 늘리는 아이템은 두 가지를 동시에 올려 주었다.
자부린의 입장에는 저주 아이템들 일수록 훨씬 도움이 되었다.
폴론 : 필요한 게 뭐든 지원을 해 주겠습니다. 하지만 매일 보고를 해 주셔야 되고, 뭐든 중요한 정보를 들으면 그 즉시 알려 주셔야 됩니다.
특히 위드에 대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자부린 : 저를 믿어 주십시오. 저역시 헤르메스 길드 소속으로서, 실망시켜 드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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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클클클!"
여행에서 돌아와서 다시 접속한 위드는 불사의 군단이 있는 협곡에 있었다.
데스 나이트로 승급이 이루어지면서 전장의 협곡에 배치되었다.
▷ 띠링!
『===========================================
* 킬리자르의 수비병
▷불사의 군단에서는 그대의 능력에 대해 믿음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모든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였고, 킬리자르 협곡에서도 적들을 완벽하게 무찌를 것을 기대한다.
난이도 : B
퀘스트 제한 : 언데드 한정
=============================================』
퀘스트 난이도가 대폭 올랐다.
다행이라고 볼 수 있는 점은 쟌과 오템, 보흐람, 헤리안, 그루즈드, 바레나, 고슈를 비롯하여 네크로멘서 33명도 먼저 와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의 경우에는 원래 마법사나 소환술사 등의 직업을 가지고 있다가 전직을 했기 때문에 레벨이 높았다.
쟌은, 네크로맨서로 전직을 한 이후로도 레벨을 많이 올린 덕분이겠지만, 현재는 408 정도는 넘을 것으로 짐작됐다.
사람마다 스텟과 스킬 숙련도가 다르기에 장비나 소환한 언데드만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레벨을 추정하기는 어려웠다.
실력의 일부는 감출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까다롭다.
바레나의 레벨이 390이라고 밝혀졌는데, 엄청난 마나를 사용하여 언데드들을 소환하고 시전하는 흑마법들을 감안한다면 쟌은 최소 레벨이 408 이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네크로맨서 중에서 최고를 다툴 만하군'
위드도 쟌이나 오템 등 이자리에 있는 네크로맨서들을 인정했다.
언데드들을 다루는 실력이 빼어날 뿐만 아니라, 스킬을 연마하고 전투에서 시전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었다.
위드는 직접 전투를 하는 쪽으로 전직을 했지만, 그들은 언데드를 소환하는 계열을 택하고 있다.
데스 위자드, 데스 위치!
다른 유저들은 마법사와 마녀의 직업을 가졌다.
언데드들을 쓰려면 시체들을 일으켜야하며,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강화 마법을 써 주어야 했다.
적들에게도 온갖 저주 마법을 시전해서 약화시키고, 느리게 만들고, 혼란을 일으켜야 했다.
시체들을 폭팔시키거나 뼈를 소환해서 방어를 하느라 네크로맨서는 대단히 바쁜 직업이였다.
다른 마법사, 성직자들이 파티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차분하게 마법을 준비하는 것과는 달리 많이 뛰어다녀야 되고, 전장을 관찰해야 한다.
1인 군단으로 불리는 만큼 언데드를 위해 해야 할일이 많았고, 키워야 하는 스텟과 스킬이 다양했다.
네크로맨서 본인의 관찰력이나 순발력,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에 따라서 전투력에 많은 차이가 발생하는데, 그들의 종합적인 능력은 수준급이었던 것이다.
'역시 나쁘지 않군'
위드는 데스 나이트가 된 것에 매우 만족했다.
'뛰어난 아군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야'
네크로맨서들이 언데드를 불러 일으켜서 싸우고 있으면 몬스터들을 해치우면서 경험치와 전리품을 얻으면 된다.
언데드와 몬스터 수천 이상이 뒤엉켜서 싸웠으니 잡을 적들이 수두룩하게 몰려 있었던 것이다.
'몬스터들이 계속 몰려드는군'
이 주변은 그야말로 거친 몬스터의 천국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들은 북부에서도 외곽에 치우쳐있는 이곳까지 와서 사냥을 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몬스터들이 많이 번식했고, 집단으로 몰려다닐 정도로 약간의 지성까지 겸비했다.
불사의 군단이 대단히 강했지만, 몬스터들의 수준 또한 높았다.
니폴하임 제국이 몰락하고 난 이후로 병기고가 털렸던지 수십년 묵은 무기와 방어구를 착용하고 있기도 했다.
몬스터들은 불사의 군단을 심한 위협으로 느꼈던지 계속 공격했고, 바르칸은 과거 싸움의 후유증으로 끝없는 마력을 쏟아낼 수 있는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 때문에 지독하게 혼란스럽고 격렬한 언데드와 몬스터들의 전장이 마련된 것이다.
위드도 사냥에 흠뻑 빠져들면서 레벨도 두 단계 더 올라서 394가 되었다.
키야호오!
몬스터 무리는 격퇴한지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또 몰려오고 있었다.
일어나는 흙먼지를 보았고, 멀리서부터 다가오는 생명력의 따스한 온기를 느꼈다.
"곧 적들이 다가옵니다. 언데드에 강화 마법을 사용하세요"
쟌의 말에 유저들이 마나를 보충하기 위한 명상을 풀고 급하게 전투를 준비했다.
네크로맨서들은 전투를 지휘하느 대표로 쟌을 인정한 것이었다.
매번 전투때마다 언데드 부대들이 협력을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맡은 바 임무가 정해졌다.
"싸워라. 절대 밀리지 마라!"
"몽땅 죽여 버려!"
오템과 보흐람, 헤리안, 그루즈드가 소환한 언데드들이 협곡 아래에서 무기와 방패를 들었다.
"본 스트라이크!"
"아이스 필드!"
"포이즌 클라우드!"
"언홀리 웨폰!"
쟌과 바레나, 고슈는 다른 유저들과 함께 협곡 위에서 공격 마법을 펼쳤다.
고레벨 네크로맨서들의 온갖 저주 마법과 공격 마법들이 협곡을 돌진하는 몬스터 부대에 작렬했다.
스켈레톤 메이지와 스켈레톤 궁수들은 화살을 쏘았다.
다시 몬스터들과의 전투가 시작되는 늦은 밤!
언데드들이 유리한 지점을 잡고 싸웠지만, 몬스터들의 돌격도 대단했다.
도끼를 들고 언데드를 베면서 돌파해오고 있었다.
"유령마 소환!"
위드는 말을 불러서 탔다.
『=============================================
-말의 사기가 최대입니다.
말에 탑승하면서 투지와 카리스마, 민첩성이 10% 씩 늘어납니다.
==============================================』
유령마가 성장하면서 데스 나이트의 스텟도 올려 주었다.
"가자!"
푸히히힝!
위드는 유령마를 타고 절벽을 거꾸로 달려 내려갔다.
기마술 스킬이 원래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스켈레톤 나이트와 데스 나이트로 활동하면서 약간이나마 성장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말을 타고 절벽을 거꾸로 달려 내려올 수 있는 용기!
"내 경험치와, 아이템들아!"
화살과 마법이 오가는 절벽을 타고 거침없이 아찔한 질주를 하며 몬스터들을 향해 돌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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