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골 요새=
오템이 앞에서 길을 인도하고, 네크로맨서들이 언데드들을 끌고 따라갔다.
멀리서 본다면 언데드들의 군단이 잔뜩 따라오는 것을 볼수 있으리라.
위드도 휘하의 언데드 부대들과 함께 뒤쪽에서 따라왔다.
유령마를 타고 당당하게 움직이는 그와, 스켈레톤과 듀라한, 데스 나이트들.
숫자가 많다고 할수는 없지만 힘든 전투를 거듭하면서 추리고 추린 정예병들이었다.
엘리트급 스켈레톤과 친위대 데스 나이트들!
"크으으, 로드께서 뭉쳐서 따라오라고 하셨다"
"모두 빨리빨리 움직여라"
언데드들은 위드를 두려워했다.
카리스마와 통솔력의 스텟뿐만 아니라 전투에서 보여준 위드의 의지!
언데드들의 어떤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적들의 주력을 꺾어 버리는 과감한 행동을 많이 지켜봐왔기 때문이다.
- 언데드 부대가 느끼는 공포심 :87%
적당한 공포심은 전투력에 도움을 주고, 충성심처럼 위드의 명령을 잘 따르게 만든다.
대규모 전투에서는 한곳이 무너지게 되면 연쇄적으로 붕괴해 버리는 경우가 잦은데, 그런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
"크흠, 길이 꽤 멀군"
위드의 헛기침 소리만 들어도 사시나무 떨듯이 하는 해골들!
스켈레톤들이 검을 땅에 끔며 걸어오고, 듀라한들과 데스 나이트들이 옆과 뒤를 지켰다.
별로 필요하지는 않지만 그나마 지켜보기에 이동 중에도 진형을 이루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에서 그렇게 하도록 시켰다.
다른 언데드들은 군데군데 종류별로 뭉치거나, 멀리 뒤처져서 뜀박질로 따라오는등 제멋대로였다.
네크로맨서들도 언데드들을 이끌고 행군을 하는 경우가 많은 편은 아니었다.
사냥터를 거의 정해놓고 다니면서 먼거리 이동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네크로맨서들은 언데드들을 다루는 데에도 여러번 신경을 써야 했다.
위드는 그저 뭉쳐서 따라오도록 했는데도 스켈레톤들의 이탈이 적었다.
"어서 빨리 움직여라"
"로드의 말씀이다. 자리를 벗어나지 마라!"
데스 나이트와 듀라한들이 지속적으로 위드의 명령을 반복하면서 지휘하였던 것이다.
이동중에 푸르골 수색대를 발견했지만 네크로맨서들이 마법을 퍼부어 처리했다.
"마나를 아껴야 되니 적당히 싸우세요"
수색대와 여러번 맞부딪치게 되면서, 네크로맨서들은 마나를 절약하기 위해 공격 마법을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
그덕에 몇명의 푸르골들이 살아서 도망쳤다.
"언데드들의 습격을 성에 알려라!"
"놈들이 쳐들어온다!"
푸르골들과는 거리가 있었고 마법으로 공격해야만 했다.
그런데 몇명이 살아 돌아가는걸 보며 위드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좋을 건 없겠군"
네크로맨서들은 걱정하지 않는듯 했다.
"수색대는 상관하지 마세요. 어떻게든 우리가 가는 것을 모를수가 없습니다"
오템이 행군을 지휘하고 있었다.
레벨이 높은 다른 네크로맨서들은 언데드들이 끄는 수레에 타고 이동하면서 명상으로 마나를 채우는 중이었다.
명상의 효과로는 마나 회복이 빠르다는 점 외에도, 일시적으로 마나의 최대치를 2배까지 늘릴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고위 마법을 쓰거나 큰 전투를 앞두었을 때에는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수색대가 가까이 접근하면 언데드 부대를 출동시켜서 사냥하고, 지금은 마나를 아끼면서 이동합시다"
오템의 말에 따라 네크로맨서들은 언데드 부대를 이끌고 전진하는데 신경을 쓰고 푸르골은 내버려 두었다.
푸르골 수색대가 가까이 접근해서 사냥당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체로 멀찌감치 떨어져서 언데드들의 이동을 지켜보기만 했다.
'푸르골들이 우리의 접근을 모르도록 했어야 하는데'
위드는 영 탐탁지 않았다.
지금 모여서 이동하는 언데드 군단은 엄청나게 많은 숫자다.
진군 속도도 느리고, 위장을 하기에는 지리를 잘 아는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잘만 대비한다면 푸르골의 왕국에서 늦게 알아차리게 할 수 있었다.
인간들처럼 적들의 접근을 보고 산봉우리에서 봉화를 올리는 것도 아니니, 살아서 돌아가지 못하도록 최대한 빨리 사냥을 해버린다면 모를수도 있다.
게다가 위드의 방식으로는 생존자를 보내주는 건 절대 안될 일이었다.
수색대의 무력이 그렇게 높은편이 아니더라도, 전쟁이 벌어지면 요새로 가서 싸우게 될 것이다.
귀찮게 적들을 늘려 줄 필요가 없다.
잡을 수 있을때 잡아가면서 남김없이 쓸어버리는 쪽이 위드의 방법이었다.
'뭐, 알아서 하겠지'
위드는 그래도 묵묵히 따라가기만 했다.
네크로맨서들끼리 서로간에 최고를 다투고 있어서, 경쟁심이나 은근한 질투가 보통이 아니다.
참견을 하기에는 시기가 좋지 않았고, 또한 여기의 주력은 네크로맨서들이 이끄는 언데드 들이었다.
'전체 언데드 전력에 비하면 난 약한 편이니까'
푸르골 수색대의 관찰을 받으며, 요새가 있는 장소로 도착했다.
흙을 구워서 벽돌로 만들어서 쌓은 성벽에, 경사면이 심한 장소에 세워진 요새는 언데드들이 오르기에 매우 힘들어 보였다.
푸르골 병사들은 벌써 성벽에서 전투를 대비하고 있었다.
싸움이 시작되면 어느쪽이 강한지 알 수 있으리라.
쟌이 명상을 멈추고 눈을 떴다.
"언데드 군단 공격!"
네크로맨서들의 명령을 따라서 언데드들이 앞으로 달렸다.
스켈레톤, 구울, 좀비, 듀라한, 데스 나이트!
위드의 부대도 다른 언데드들을 따라서 달렸지만 절대 앞으로 나서지는 않았다.
위드가 싸우지 말고 기다리라고 명령을 내려 놓았기 때문이다.
언데드들이 되살리기 좋다고는 해도, 쓰러졌다가 다시 일으키면 지금까지 키워놓은 능력들이 사라진다.
탐색전에서부터 전력을 잃을 수는 없는 법!
푸르골들이 쏘아낸 화살들이 언데드들을 향해 비처럼 쏟아졌다.
스켈레톤과 같이 생명력이 적은 일부 언데드들이 쓰러졌지만, 나머지들은 요새로 올라가는 좁은 길목에 도착했다.
"키야우우!"
"전진하라!"
언데드들이 오르막길을 달렸다.
외길에는 푸르골의 화살이 집중되었을 뿐만 아니라, 바윗덩어리들이 굴러 내려오면서 언데드들을 뭉개고 지나갔다.
모여있던 언데드들이 피하려다가 무더기로 절벽 아래로 추락도 했다.
피해만 막대할 뿐, 요새 근처에 다가가지도 못했다.
"길을 포기하고 절벽을 기어 올라가라!"
쟌이 고함을 질렀다.
그의 지휘 능력으로는 언데드들을 일사분란하게 다스리는게 현저히 무리었다.
하지만 다른 네크론맨서들도 같은 명령을 내리면서, 언데드들이 절벽에 붙어서 두팔과 두 다리를 움직이며 위쪽으로 올라갔다.
본능이 상당히 남아있고, 육체적인 능력이 뛰어난 언데드들이었기 때문에 절벽을 오르는게 불가능하지 않다.
쟌과 네크로맨서들의 생각으로는 적의 공격에 집중되는 길을 통해 요새를 점령하는 건 무리였다.
길의 끝자락에 다다르더라도 요새의 성문을 통과하기도 어려웠고 피해가 너무 컸으며, 공격을 분산시키기 위하여 절벽을 타고 전 방향에서 습격을 하는 것이었다.
"언데드들이 올라갈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줍시다"
네크로맨서들이 시전한 공격 마법들이 요새를 향해서 날아갔다.
불덩어리들이 요새에 부딪치고, 흑마법 계열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푸르골들에게 닿을 때마다 생기를 빨아 먹으면서 커졌다.
네크로맨서들의 공격 마법은 취약한 편이라서 성벽을 무너뜨린다거나 하는 위력은 어림도 없었다.
궁수들이 잠깐 피했다가 다시 화살을 쏘게 만드는 정도였다.
흑마법도 경지가 낮아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중화되어 사라져 버렸다.
언데드들이 그사이에 절벽을 많이 올라갔지만, 다리를 헛디디거나 손이 미끄러지거나 하면 어김없이 지상까지 추락해야 했다.
땅에 떨어질 때에는 다른 언데드들끼리 연쇄적으로 부딪쳤다.
또한 언데드들은 대공세를 펼치고 있었기 때문에 많이 몰려 있기도 했다.
무방비로 화살을 맞을 때마다 피해를 입고, 하나가 아래로 추락할 때면 수십구씩 부딧쳐서 같이 땅에 떨어져서 박살이 났다.
절벽 오르기가 분명 나쁜 전략은 아니고 시도할 가치는 있었지만, 준비가 부족했다.
헬멧이나 갑옷, 하다못해 나무 방패라도 들었다면 좋겠지만 언데드들의 취약한 방어력이야 보나 마나한 것.
그러한 역경을 딛고도 요새까지 올라가려고 했지만 꼼꼼하게 벽돌로 쌓은 성벽은 사다리도 없이 스켈레톤이나 듀라한, 데스 나이트들이 손으로 오르기는 무리였다.
자꾸 미끄러지다 보니 떨어지지 않게 버티려다가 화살 공격을 맞아 죽곤 했다.
"안 되겠다. 후퇴합시다!"
쟌이 결국 포기를 선언하고 네크로맨서들과 같이 언데드들을 뒤로 물렸다.
절벽 아래로 다시 내려오는 것도, 푸르골들이 가만히 있진 않았으니 보통 일은 아니었다.
무사히 돌아온 언데드들을 세어보니 약 3할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
위드의 병력은 물론 거의 피해가 없어서 다소의 눈총을 받아야 됐지만, 어느 누구도 따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
"불사의 군단 퀘스트를 이렇게 포기하여야 할까요? 이대로 시간이 가면 푸르골 용사들까지 돌아와서 더욱 어려워질 텐데요"
"글쎄요. 몇번은 공격을 더 시도해 봐야지요. 그렇다고 해도 뾰족한 수단이 없으니까 큰 기대는 할 수 없겠죠"
"아무래도 네크로맨서들이 더 많았어야 깰 수 있는 퀘스트일것 같기도 한데, 우리끼리는 무리였을까요?"
"여기서 이렇게 먹혀 버리고 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불사의 군단, 바르칸의 퀘스트가 이대로 끝나 버리는 것은 너무도 아까웠다.
네크로맨서들 전체에게 부여되는 퀘스트나 다름이 없었으니, 단순히 퀘스트의 난이도를 볼것만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어려웠다.
네크로맨서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수도 많았더라면 지금보다 쉬웠겠지만, 불행히도 그런 상황이 아닌 것이다.
네크로맨서들이 의욕을 상실하고 실망속에서 앞으로의 대책을 논의하고 있을때, 위드는 평소처럼 떨어진 단추를 꿰매고 있었다.
"역시 거저먹는건 안 되는군"
구경만 하다가 끝날 수 있었으면 참 좋았을텐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네크로맨서들을 보면 협력이나 집단 전투에 대해서는 굉장히 서툴렀다.
기껏 언데드들을 많이 소환해서 정직하게 싸우기만 하면 된다고 판단하다니, 너무 답답했다.
"도대체 네크로맨서라는 직업을 택해놓고 침략이나 약탈, 방화 한번 저지른 적이 없는 순진한 사람들이라니....."
위드가 처음부터 조각사가 네크로맨서였다면 언데드를 모아서 상업도시 몇개쯤은 잡아먹었을지도 모를 일이였다.
어찌나 순박하고 양심적인 네크로맨서들인지 침략의 기본도 알지 못하는 게, 허둥지둥하는 행동들을 보며 훤히 알아낼 수 있었다.
푸르골의 성문이 열리면 창고에 보물이 얼마나 있을지 숟가락부터 들이밀 작정이었는데, 이젠 요세를 점령할 걱정부터 해야할 판이었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군"
여러 전투의 경험 덕분에 요세의 허실을 파악한 공략법이 한순간에 떠올랐다.
위드는 그중 한 방법을 헤리안의 근처에서 중얼거렸다.
"...해도 되는데"
"네?"
"퀘스트의 목표가 요새 점령이라고 하더라도... 지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인데....."
위드는 대화를 나누는게 아니라 먼산을 보면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 있었다.
\\\\\\\\\\\\\\\\\\\\\\\\\\\\\\
"쿠아아! 더 빨리가자!
우리 왕국이 언데드들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푸르골의 지원군!
흩어져서 사냥을 하던 푸르골 용사들이 왕국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 숫자가 약9,000!
푸르골이 모두 모인다면 네크로맨서들을 역으로 포위하여 섬멸할 수도 있는 병력이었다.
"처라!"
하지만 네크로맨서들은 공성전을 하면 전력을 잃어버리지 않고 역으로 푸르골 용사들이 돌아오는 길목에서 기다렸다.
언데드들을 숨겨놓고 있다가 급습을 가하여 섬멸하기 좋은 장소들을 이용했다.
푸르골 용사들이 죽어서 언데드가 되면서 네크로맨서들의 세력이 늘어났다.
더 긍정적인 부분은, 푸르골측의 지원군이 끊겨 나간다는 점이다.
"지원군이 오는것을 알고 있으니 무리해서 시간을 단축하며 요새를 점령하려다 위험에 빠질게 아니라, 그냥 지원군부터 잡으면 되는 거였어!"
평지에서 언데드들의 위력은 발군이라고 할 수 있다.
스켈레톤으로 규모부터 적들을 압도할 수 있었으며,푸르골들이 사망할 때마다 시체 폭발로 피해를 늘리거나 언데드로 만들수 있다.
여러 방향에서 네크로맨서들이 언데드 부대를 끌고 오면서 모여있는 푸르골 용사들을 전멸시켰다.
퀘스트를 위한 사냥이 아니라 순수하게 보더라도 경험치와 아이템의 수확이 상당히 좋았다.
"모조리 잡아라. 다음에 또 이동할 곳이 많으니까 서둘러야 해"
위드도 휘하의 언데드 부대를 이끌고 푸르골 용사를 사냥 다니면서 경험치를 모았다.
그가 헤리안에게 넌지시 일러주었던 대로 무슨 천재적인 지략이 있거나해서 떠올린 발상은 아니었다.
"몬스터는 일찍 잡든 늦게 잡든 차이가 없지. 남기지 말고 다 잡아야 돼!"
선후 관계를 따지지 않고 경험치와 아이템으로 보았을 뿐!
네크로맨서들은 푸르골 용사들의 8할 이상을 사냥할 수 있었다.
잃어버린 언데드 군단도 확실하게 복구한 것은 물론이고, 제법 더 많아졌다.
공성전에 걸맞게 가볍고 맷집이 좋은 스켈레톤 워리어와 스켈레톤 메이지, 스켈레톤 궁수등으로 재편하기도 했다.
요새에 갇혀있는 푸르골들이 버티더라도 지원군이 없는 이상 네크로맨서들의 파상 공새를 언제까지고 감당해 내지는 못한다.
전염병을 요새 내부로 퍼트리고, 거듭된 전투로 인해 성벽이 조금씩 무너졌다.
푸르골 병사들이 보수를 하러 나왔을 때에도 공격을 함으로써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힌 끝에 결국을 요새를 점령할 수 있었다.
퀘스트 성공!
큰 전쟁일수록 싸우는 방법에 따라서 전력이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났다.
"감사드려요. 그쪽의 조언 덕분에 편하게 전투를 이길수 있었어요"
헤리안이 와서 고마움의 뜻을 표현했지만, 위드는 푸르골의 창고에 쌓여있는 말린나무 열매들을 보며 절망했다.
그저 씁쓸하게 열매들의 말린 껍질을 씹으며 돌아설 뿐이었다.
\\\\\\\\\\\\\\\\\\\\\\\\\\\\\\\\\
위드의 불사의 군단에서의 등급도 중견 지휘관이 됐다.
불사의 군단에서 언데드 부대를 통솔할 수 있는 위치!
"전투에서 큰 공을 올리셨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충성을 다짐합니다."
위드의 휘하로 들어오는 언데드들도 많아졌다.
스켈레톤들이 뼈마디를 달그락거리면서 걸어오면 귀찮았다.
"니들은 알아서 줄 맞춰서 서"
듀라한 정도도 뭐 조금쯤 식상했다.
"칼 뽑을 줄 알지? 대충 잘 싸우면 될거야"
데스 나이트들이 휘하로 들어온다고 해도 위드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어, 왔구나"
대충 이정도!
애써 공들여 키우더라도 그의 원래 직업이 네크로멘서도 아니고, 진짜 부하로 만들수는 없는 언데드였다.
1회용 나무젓가락도 씻어서 다시 쓰는 위드였지만, 퀘스트가 끝나면 언제 적으로 돌변할지 모르는게 언데드인 것이다.
실제로 불사의 군단에서 1차로 모라타를 정벌하기 위해 떠난 병력은 몰살됐다.
무려 12만에 달하는 언데드 대군이었지만 행군 과정에서 흩어진 수도 만만찮았고, 나머지는 성당 기사단과 모라타 유저들의 참전으로 막아냈다.
오랫동안 묻혀있던 골동품들이나 갑옷, 검들을 아이템으로 얻고 신앙심도 올리면서 유저들은 기뻐했다.
하지만 불사의 군단에서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더욱 많아진 19만의 언데드 대군이 다시 출발했다고 한다.
모라타와 불사의 군단 사이에서 전쟁이 계속 벌어지고 있었다.
바르칸이 완전히 힘을 되찾기라도 한다면 모라타는 잿더미가 되어버리고 언데드들에게 점령당한 도시가 되어 버리고 말리라.
모라타의 치안이 급속도로 낮아지고 있었으며, 불안을 느낀 초보자와 주민들의 유입도 적어졌다.
대성당을 짓지 않았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최악으로 곤란했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어쩼거나 현재 위드가 지휘하는 언데드 군대도 만만치 않았다.
계급이나 등급이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스켈레톤들도 꾸준하게 늘어서 600이 조금 넘고, 듀라한이 123, 데스 나이트가 89였다.
이때부터 위드가 받는 퀘스트는 부대를 이끌고 진행하는 것이었다.
언덕과 동굴의 몬스터를 토벌하라거나, 언데드 군단의 이동로를 확보하라는 등의 명령이 떨어졌다.
위드의 카리스마가 놓았기 때문에 언데드들이 말을 잘 들어서, 난이도 C급 이하의 의로들은 가뿐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럭저럭 할만은 하군. 사냥하는 거에 비해 퀘스트 보상이 별 볼일 없지만"
위드가 그렇게 의뢰들을 해결하고 있는데 언데드 부대를 이끌고 다가오는 네크로맨서 유저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그쪽에서 먼저 인사를 하기에 위드도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요"
보통 네크로맨서들은 로브를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해골 지팡이를 구해서 들고 다닌다.
위드야 갑옷을 입고 있었으며 검까지 찼지만, 보통 언데드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끼리의 산뜻한 인사란 기괴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마레이라고 했던가?'
이곳에 있는 유저들 중에서 협곡에서 최근에 도착해서 이름만 알고 있는 정도.
네크로맨서들이 협력할 때도 있지만 경쟁 때문에 쉴새없이 사냥과 퀘스트를 하느라 화기애애하게 파티라고 열지는 않았기에 상대에 대해 알고있는게 적었다.
마레이가 먼저 작은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소개했다.
"제 이름은 마레이라고 합니다. 지나가다 많이 뵈었죠. 스켈레톤 때에도 그렇고 유령이었을 때도 그렇고요. 지금 이쪽 협곡에서도 와서 봤고요"
"알고 있습니다"
"그러시군요. 그런데 제 원래 직업이 바드입니다"
"예?"
위드는 웬만해서는 잘 놀라지 않는 성격이었지만, 이번에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레이 스텐버드, 원래 직업이 바드라고 한다면 틀림없다.
할스부르크 왕국의 직위까지 가지고 있는 랭커였으며, 바드 중에서 최고라고 알려진 굉장히 유명한 유저였던 것이다.
"어떻게 여기에....."
"궁금하신 모양이군요. 복잡하게 설명하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바람을 타고 도착해서 지금은 언데드들의 노래를 만들고 있다고 할까요?"
"........"
바드들은 가끔 수수께끼같은 모험을 하곤 한다.
전설이나 던전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모험가와는 다르게 정처없이 방랑을 하며 돌아다니는게 바드였다.
소문이나 온갖 잡다한 이야기들을 알고 있으며, 악기를 연주하는 직업!
명성이 낮아도 쉽게 호감도를 이끌어 내서 주민들이 사연을 말하게 한다.
퀘스트를 중간에 포기하더라도 페널티가 적다.
꽤나 매력적이라서 선택하는 유저들이 많았고, 모라타에서도 바드는 정말로 인기 있는 직업이었다.
마레이가 신기하다는 듯 물었다.
"그런데 그쪽은 혹시 전쟁의 신 위드님이 아니세요?"
위드가 조각 변신술로 정체를 감추려고 했을 때에는 외모가 완벽하게 바뀌기 때문에 눈썰미가 좋더라도 알아보기가 어렵다.
지금은 조각 변신술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퀘스트 때문에 불사의 군단에 속해서 데스 나이트 행세를 하고 있는데 마레이가 알아차린 것이다.
"어떻게 아신 겁니까?"
"바드의 장점이라면 유별나게 귀가 밝다는 거죠. 동물들이 내는 소리와 땅의 울림을 통해서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요. 이렇게 정보를 엿들을 때가 있습니다. 지금 그쪽이 가장 큰 공적을 세우고 있다고 하는군요. 다른 네크로맨서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말이지요."
유저들끼리의 경쟁이 엄청난 편인데, 단연 앞서나가고 있는게 위드라는 의미.
네크로맨서들은 전투에 집중하고 언데드를 끌고 다니느라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쏟지는 못했다.
하지만 마레이는 모험의 경험도 많았기 때문에, 들려오는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가장 뛰어난 공적을 쌓은 사람이위드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순수한 네크로맨서는 전투에서 그런 움직임을 보일수 없습니다. 언데드를 소환하지도 않고 이렇게 앞서 나갈수 있는 사람은 위드 님밖에 없죠. 오랫동안 지켜보다 보니 확실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네크로맨서 유저들끼리도 사실 위드가 퀘스트를 하고 있을 거라는 이야기가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연계 퀘스트를 계속하다 보면 언제가 바르칸의 옆에 있을지 모르는 위드를 만날수도 있을 거라는 호기심!
정작 그들과 함께 스켈레톤으로 맨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추리력이 대단하시군요"
위드는 가만히 검으로 손을 가져갔다.
솔직히 여기저기 쌓아놓은 원한들이 많으니 마을과 도시가 아닌 장소에서는 절대 방심할 수 없다.
상대방이 최고의 바드라고는 하지만, 자신도 유저들 사이에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조각사다.
바드가 좀 더 민첩하고 갑옷이나 검도 착용할 게 많으며 전투에 가까운 직업이라고는 하지만, 그 정도의 불리함은 가뿐히 날려 버릴수 있는 잡캐!
게다가 지금은 데스 나이트이고, 데리고 다니는 언데드도 훨씬 많다.
"때려잡을까?"
마레이는 넓은 베르사 대륙에서, 수많은 사람들 중에 위드를 만났다는 반가움에 말을 걸며 다가왔다.
하지만 위드의 머릿속에는 유혹이 오가고 있었다.
'죽이면 괜찮은 아이템이 떨어질거야. 레벨 380대가 쓸수있는 유니크 하나 정도는 떨어지겠지?'
견적까지 뽑아버린 위드!
사실 마레이는 로열 로드의 랭커 중에서도 매우 평가가 좋은 편이었다.
자유롭게 여행을 하고 다니면서 가끔 사고도 치지만, 초보자들에게는 친절하고 정말 뛰어난 악기연주 실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뜬소문일 거야.그런걸 어떻게 다 믿겠어?'
깊고 헤어나기 어려운 불신의 늪.
'그래. 유니크까지는 아니어도 그럭저럭 봐줄만하 아이템이 떨어질 거야. 그러면 그것을 팔아서 쌀을 사서 밥을 지으면 끼니때마다 행복할수가...'
이미 마레이를 처치하고 아이템을 경매 사이트에 올릴 시간대까지 정하고 있었다.
다른 고레벨 유저들은 살인하러 다니면서 돈을 버는건 위드의 방식이 결코 아니었다.
사냥을 통해서 레벨을 올리는 편이 꾸준한 수입을 위해서 훨씬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큼지막한 먹잇감이 눈앞에 등장했다.
마레이의 생명이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위태로워지고 있었다.
그런데 마레이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
"저와 파티 사냥을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예?"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저는 위드님이나 이곳에 있는 분들과는 목적이 달라서요. 바드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십니까?"
위드는 당연히 바다라는 직업에 대해 날들만큼은 알았다.
직업의 특징이나 사용하는 악기, 장비들의 가격, 심지어 노래와 연주 실력에 따른 공연 수입금까지 꿰고 있을 정도였다.
"저는 언데드와 관련된 노래를 만드는게 목적이고, 가능하면 큰 퀘스트를 하는 사람의 옆에 붙어 있으면 서사시를 지을 수 있거든요. 그러니 사냥이나 의뢰로 얻는 아이템에 대해서는 모든 권리를 포기하겠습니다."
바드가 지은 노래나 서사시는 유행이 되면 대륙 전역으로 퍼진다.
바드는 명성과 돈을 얻을 수 있으며, 자신이 작곡한 노래가 유명해지면 카리스마와 매력같은 스텟도 획득할 수 있다.
대륙을 떠돌며 퀘스트와 전투를 경험하는 것이 바드의 낭만이라서, 자신의 능력이나 제한 때문에 수행할 수 없는 의뢰들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었다.
마레이가 낡고 구멍뚫린 망토를 오른손으로 잡아 상체를 가린체 살짝 몸을 숙였다.
"대륙을 떠돌며 노래를 짓는 것, 그게 음유시인의 숙명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어떤 의뢰를 수행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방해가 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저와 함께 파티 사냥을 해 주시겠습니까?"
바드는 남들이 하는 큰 모험을 옆에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직업.
위드에게 손해를 입힐 만한 제안은 아니었다.
다만 마레이가 먼저 다가온 거야말로 은행 강도에게 적립식 펀드를 드는 격!
"같이 하도록 하죠"
본업만 놓고 봤을 때, 조각사와 바드라는 어색한 조합의 탄생이었다.
\\\\\\\\\\\\\\\\\\\\\\\\\\\\\\\\\\
자부린은 카푸아 마을에서 푸짐하게 성과를 올렸다.
유령으로 진급하면서 필요한 아이템을 이야기하면 헤르메스 길드에서 조달을 해준다.
"역역역시시시, 아아아이이이템템템이이이 최최최고고고야야야"
레벨은 좀 낮아도 아이템의 엄청난 효과를 받을 수 있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 흑마법사도 2명 도착해서 축복 마법을 걸어 주었으니, 자부린은 대량으로 몬스터들을 몰아서 사냥했다.
유령이나 언데드 계열이 착용할 수 있는 뇌격의 반지, 파괴의 반지에 깃들에 있는 주문을 적극 활용했다.
카푸아 마을에는 네크로맨서 유저들의 절반 이상이 모여 있었다.
"필필필요요요한한한 아아아이이이템템템이이이 있있있다다다면면면 나나나눠눠눠 드드드리리리죠죠죠"
자부린은 아이템으로 인심을 쓰면서 유저들로 세력을 모았다.
폴론과 기사단, 마법병단 등이 위드를 잡기 위해 온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의도했던 바와는 달리 네크로맨서들이 그들의 관심에 들어왔다.
파티 사냥이나 모험에는 그다지 썩 좋은 직업은 아니다.
마을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또 퀴퀴한 냄새가 난다면서 질색을 하며 싫어하는 주민들이 많기 때문!
네크로맨서들은 강력한 힘을 가졌으나 그런쪽의 차별에 대해 설움을 느끼는 직업이었다.
하지만 전쟁에서의 활용도는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중앙 대륙에서는 끊임없이 크고 작은 전투들이 벌어지고 있다.
하벤 왕국을 장악한 헤르메스 길드는 잠시 휴식하면서 전력을 보충하고 있지만, 그 기다림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설혹 헤르메스 길드가 먼저 나서지 않더라도 인근 왕국에서 세력을 넓히는 길드들이 동맹을 맺고 선재 공격을 가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 네크로맨서들을 길드로 끌어들이게 된다면 전투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큰 전력이 되는 셈이었다.
헤르메스 길드의 수뇌부 회의에서는 자부린을 이용하여 최대한 많은 유저들을 포섭할 수 있도록 선물을 뿌리라고 지시했다.
"불사의 군단도... 얻을 수 있을까?"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당연히 바르칸의 불사의 군단도 탐냈다.
완성되어 있는 언데드 군단들!
어마어마한 숫자에 식량 보급도 필요하지 않다.
자부린의 보고에 따르면, 이곳에 도착한 이후로 끊임없이 퀘스트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퀘스트의 마지막에는 무엇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꿈꾸는 목표는 있었다.
최고의 네크로맨서가 되어서 바르칸의 후계자가 된다.
그리고 언데드 군단을 물려받는 것.
"그렇게만 되면 위드를 사냥하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야"
위드도 이곳 어딘가에 있을 확률이 높지만, 없더라도 상관할 것 없다.
언데드들을 이끌고 모라타를 잿더미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으며, 헤르메스 길드에 적대하는 세력들에 끔찍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기회.
헤르메스 길드에 날개를 달게 할수도 있는 셈이었으니, 자부린에게 지원하는 아이템들이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폴론은 길드의 수뇌부와 수시롤 대화를 나누었다.
- 협곡에 있다는 상급 네크로맨서들은 어떻게 처리합니까?
- 쟌이나 헤리안 등을 말하는 겁니까?
- 예. 그렇습니다.
- 가능하다면 포섭을 하는 편이 좋겠죠. 자부린보다는 여러모로 불사의 군단을 지휘할 권한이 가까울 테니 말입니다.
- 포섭을 시도해 보겠습니다.
쟌을 포함한 어지간한 네크로맨서 유저들은 이미 소속된 길드가 있다.
하지만 헤르메스 길드에서 가입을 권유한다면 어찌 될지는 모를 일이었다.
- 헤르메스 길드원이 되는 것을 거절한다면......
- 적절하게 처리하겠습니다.
- 그리고 확실하게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네크로맨서들이 있을 겁니다. 그중에 위드가 있을 확률도 꽤 높겠죠?
- 가능한 일입니다. 네크로맨서들은 일부러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활동을 하기도 하니까요.
- 알아보고 증명이 불가능한 이들은 모두 죽이세요. 따르지 않는 이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애매하게 넘어가는 것을 싫어한다.
가질 수 없다면 짓밟아 놓는다.
길드의 악명이 높아지게 되는 원인이였지만, 하벤 왕국에서는 그들을 거스를 수 있는 존재가 존재하지 않는다.
불만이 있더라도 감히 헤르메스 길드가 있는 곳까지 일부러 찾아오거나 보복을 가하는 경우란 아직까지 없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