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23권 : 8. 대재앙의 자연 조각 (116/520)

               =대재앙의 자연 조각=

언데드들이 나달리아 평원으로 걸어가는 데에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스켈레톤들은 두다리가 멀쩡하다면 행군은 정말 잘하는 편이다.

검을 바닥에 질질 끌면서 시키는 대로 걸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비나 구울등은 비틀거리면서 걸어서 방향이 자꾸 틀어지기 일쑤였다.

"똑바로 가자!"

네크로맨서들은 언데드들을 관리하느라 바빴다.

 11만이 넘는 언데드들!

스켈레톤도 공격력은 꽤 되기 때문에 전투에서 유용한 편이었다.

다시 되살릴 수 있고, 여차하면 시체들을 통한 저주 마법을 발휘할수도 있기에 최대한 많은 언데드를 끌고 가느라 시간이 지연되었다.

"나달리아 평원에 몬스터가 얼마나 많든 무난하게 이길수 있겠지"

"우리의 전력이라면 웬만한 보스급 몬스터는 다 잡을수 있을걸?"

네크로맨서들은 언데드를 보고 든든했는지 안심하고 있었지만, 위드는 초조하게 전투를 기다렸다.

'내가 더 많이 사냥해야 되는데, 내가 아이템을 더 먹어야 돼. 이렇게 언데드가 많이 가면 사냥할 수 있는 몬스터들이  적을지도 모르는데'

끝없는 욕심의 원천!

어쩌면 허무할 정도로 쉽게 끝날거라는 퀘스트에 대한 기대감은, 나달리아 평원에 도착하자마자 무너졌다.

     【에르벤스 수도원】

니폴하임 제국의 황실에서 만들어 놓은 수도원이 있는 자리였던 것이다.

『======================================

 - 신성한 힘이 깃든 장소입니다.

   

   ▷언데드의 육체를 약화시키고 저주 마법을 해소합니다.

  

   ▷네크로맨서들의 마법 발휘 능력이 24% 저하됩니다.

   ▷부서진 언데드들을 재생할 수 없습니다.

=======================================』

은은한 신성력의 기운이 땅에서부터 피어오르고 있었다.

몸에 신성력이 닿자 따스한 느낌이 돌며 검을 들고 있는 팔에 힘이 빠졌다.

 - 힘이 3 줄어듭니다.

   생명력이 240 감소합니다.

바르칸의 데스 오라의 영향으로 생명력은 다시 보충되었지만, 나달리아 평원에서는 그런 신성력의 기운이 굉장히 많이 올라오고 있었다.

어두운 밤 대지에서 하늘로 솟구치는 신성력 줄기들은 아름다웠지만, 네크로맨서들에게는 심각하게 공포스러운 것이었다.

"크으... 이대로면 어떻게 언데드로 공격하란 말이야?"

"마법은?"

"저주 마법이나 흑마법도 신성력을 뚫다보면 위력이 약화될 거고, 사정거리도 닿지 않을 거야"

"먼저 써 보기나 합시다"

쟌과 오템이 함께 힘을 모아 독 구름을 부르는 흑마법을 발휘했다.

몬스터들은 에르벤스 수도원의 담장 안쪽에 숨어 있었다.

수도원이라고 해도 담장이 매우 높고 넓은 건물인지라, 몇만 마리가 넘게 모여있을 수도 있다.

몬스터의 번식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가라! 지독한 독의 비를 내려라!"

독 구름이 수도원이 있는 방향으로 몰려갔지만, 솟구치는 신성력에 타서 사라지고 말았다.

"이거 정말 골치 아프군"

위드도 수도원을 보며 인상을 썼다.

'괜히 바르칸을 만나는 마지막 퀘스트가 아니로군'

언데드로서는 가장 끔찍한 신성력을 뚫어야 한다.

나달리아 평원 외곽의 신성력은 그리 강하지 않았지만, 수도원 내부에는 환한 빛들이 어려 있었다.

평원과 멀리 떨어진곳에 음침하게 모여있는 언데드 대군이 빛을 보며 인상을 쓰고 있는 광경.

인간이었을 때는 신성력이 그저 조금 밝게 느껴졌을 뿐, 지금처럼 눈이 따가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언데드라서 신성력이 더 민감하게 느껴지는 거로군'

네크로맨서 유저들은 딱히 해답을 찾지 못하고 신성력이 미치지 않는 뒤쪽 땅에 서 있었다.

위드는 시간이 돈이라는 주의였기 때문에 명령을 내렸다.

"스켈레톤 막내야"

"예. 로드"

"앞으로 달려라"

위드의 부대에서 가장 키가 작은 스켈레톤이 수도원을 향해 절뚝거리며 달려갔다.

언데드라고 해도 죽음에 대한 본능이 남아있기 때문에 신성력을 무서워한다.

그런데 위대하기 짝이없는 위드의 카리스마와 통솔력은 스켈레톤을 완벽하게 지휘했다.

 타다다다닥, 저벅저벅, 쿵!

스켈레톤은 신성력에 의해서 이리저리 얻어맞으면서도 열심히 앞으로 달렸다.

수도원의 담장까지 절반정도 갔을 무렵에는 신성력에 의해 불에 타는 것처럼 보였다.

생명력도 많이 줄어들어서, 걸어가기만 하다가 검 한번 휘둘러보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이윽고 스켈레톤이 시체도 남기지 못하고 완전히 정화되는 것을 보며 네크로맨서들은 혀를 내둘렀다.

위드는 손가락을 들어 이번에는 스켈레톤 위리어를 가리켰다.

"전진"

"예. 로드"

스켈레톤 워리어는 조금더 버티면서 몇걸음 더 갈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담장에 도착하지도 못했다.

"스켈레톤으로는 못 가는군"

네크로맨서들은 언데드 부대에서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고 있는 스켈레톤이 쓸모없다는 사실에 크게 실망했다.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신성력의 두려움을, 스켈레톤이 녹아버리는 광경을 목격하며 심각하게 절감할 수 있었다.

"듀라한, 너도 앞으로 가라"

"예. 명령을 따릅니다"

듀라한이라면 꽤 사나운 전사라고 할 수 있다.

전투에서도 공을 많이 세울 수 있는 수준이지었지만, 위드는 아낌없이 실험을 했다.

듀라한은 금방이라도 허물어질것 같은 담장을 넘어가려다가 몬스터들의 공격을 받고 소멸!

데스 나이트들은 위드를 보며 공포에 질렸다.

다음 차례는 곧 그들이기 때문이다.

언데드들은 무자비한 군주인 위드의 부하가되어 전투를 치르면서 엄청난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흐음"

하지만 위드는 듀라한까지 보내본 이후로 더이상 언데드를 투입하진 않았다.

'듀라한이 저정도라면 데스 나이트들은 싸움을 할 수도 있겠군.

 오랫동안은 안 되겠지만.....'

다른 유저들의 데스 나이트들까지 다 모아 놓더라도 2,000이 넘긴 어려울 것이다.

그 정도만 보내놓고 몬스터들과 싸우라고 한다면 조금 활약은 하겠지만 뜨거운 여름의 아이스크림처럼 몽땅 녹아버릴 수 있다.

'그걸로 퀘스트 실패겠군'

사흘의 제한이 있는 퀘스트!

언데드들이 재빠르지 못해서 오는데만 7시간 정도를 썼다.

언데드들이 다 소멸되고 나서 이정도의 수준과 양을 다시 모아 싸울만한 시간은 없었다.

'기회는 딱 한번이야'

위드가 적진을 살피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여러가지 세심한 전략들이 필요했다.

"이거 퀘스트 난이도가 너무 높은거 아닌가요?"

"진짜 깨라고 있는 퀘스트가 맞아요? 완전 불가능인데, 이건"

"언데드들로는 해답이 안나오잖아요. 우리의 레벨이 더 높았어야 성공할 수 있는 퀘스트였나? 여기서 이렇게 막혀 버리다니....."

"어쩌면 사전에 몬스터들이 이곳에 모이지 않도록 하면서 사냥을 했어야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협곡에서도 그렇고 몇번 몬스터들이 도망치는걸 놔둔적이 있는데, 그놈들이 결국 여기로 다 모인걸 테니까 말이죠"

네크로맨서들이 갈피를 못 잡고 있을 무렵이였다.

헤리안이 위드와 마레이가 있는 장소로 다가왔다.

그녀는 저번에도 위드에게서 방법을 들은적이 있기 때문에 조언을 구하기 위해서 온 것이다.

위드는 심각하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잡템이 ... 가죽들은 별로인데 ...  수도원에도 보물이 남아 있으면 ....."

무언가 깊은 고뇌에 잠겨서 힘겨워하는 모습!

"혹시 이 퀘스트를 해결할 전략을 생각하고 계신 건가요?"

"몬스터들의 성향으로 짐작할 때 ... 금은보화의 가능성은 ... 하지만 역시 보물이 ....."

헤리안이 대답을 기다리면서 서 있으니, 쟌과 오템도 다가왔다.

그들도 위드를 지켜보면서 대단한 유저라고 여기고 있었다.

언데드 소환을 할 수 있는 마법 계열이 아닌 전투 계열로 여기까지 진행을 해 왔으니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위드의 언데드도 단일 세력으로는 가장 많다.

10분 정도가 경과되었을 때, 위드는 땅바닥에 손가락으로 글자와 숫자까지 쓰고 있었다.

 가죽, 거칠고 결함이 많아서 1,750.

 잡템, 다양한 물건. 퀘스트 연관성은 적음 마판 님에게 일괄 처분.

 수도원, 니폴하임 제국 역사서에서 아직 발굴되지 않은 신성 무구들에 대한 정보 부족

         판단 보류.

쟌, 오템, 마레이는 암호 문구같은 글귀들을 보며 앞에있는 몬스터들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

헤리안이 참다 참다 물었다.

"이 퀘스트를 해결할 방법은 역시 없는 건가요?"

위드가 글귀를 뚫어저랴 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예?"

"지금 퀘스트를 해결할 방법을 찾고있는 중이 아니었어요?"

"다른 계산을 하고 있었는데요"

"아....."

헤리안은 위드의 엉뚱한 행동에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허탈하기 짝이 없었다.

"휴우, 무슨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건져 보겠다고..... 괜히 지켜보고 있었네요"

쟌과 오템도 네크로맨서들에게 돌아가려고 했다.

그들에게 가더라도 막상 해답을 찾기는 어려운 문제였지만 고민을 해보다 보면 조금이라도 나은 방법을 찾기 마련이니까.

어떤 수단이든 빨리 찾아야 하는 처지였다.

그런데 위드는 전혀 문제도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수도원의 몬스터들이야 그냥 때려잡으면 되는 거죠"

"그러니까 어떻게요?"

"방법이야 많이 있죠"

위드는 몬스터들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끙끙댈 필요도 없다고 여겼다.

금방 결정을 내리고서, 지금은 사냥후의 견적을 뽑고 있었던 것이다.

내부에 있을 몬스터들의 개체수와 대략의 레벨, 전리품 그리고 수도원의 대충의 구조와 보물이 숨겨져 있을지 모를 장소까지도 감안!

'신성력이 넘쳐 나니까 뭔가 하나 있긴 있을 거야. 지하가 가능성이 높겠지'

어쩌면 그 보물이 굉장한 가치를 지니고 있을지도 모르기에 심각해져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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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맨서들은 모든 언데드 부대의 지휘권을 위드에게 넘겨줬다.

"제발 좀 가"

"조금나 걸어가 봐라, 응?"

네크로맨서들이 하는 말을 언데드들이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예, 로드"

"데스 나이트, 사령관님의 명령을 따릅니다"

언데드들은 위드의 말을 거스르지 않았다.

데스 나이트라는 직업도 이유의 큰 부분이겠지만, 터무니 없을 정도로 높은 지휘 능력과 아이템이 영향을 줬다.

대규모 전투를 해서 피해를 입은적은 많지만, 위드는 끝내 승리를 거둠으로서 영광의 언데드 지휘관이라는 호칭을 얻었다.

과거 리치가 되었을 때, 지골라스에서 쿠비챠를 사냥하고 불멸의 전사라는 호칭도 부여받고 있었다.

그 때문에 언데드들은 위드의 명령이라면 죽음으로 향하는 길이라도 믿고 따른다.

네크로맨서들의 마나로 유지되는 언데드들이지만, 그들은 위드의 명령에 따라서 움직였다.

"전군 공격, 앞으로 달려라!"

위드가 큰 소리로 외쳤다.

스켈레톤과 듀라한들이 수도원을 향해서 일제히 달리기를 시작했다.

11만에 이르는 대공세!

이 언데드들이 사라지고 나면 다시 모을 시간이 없다.

"크에엑!"

"몸이 뜨겁다. 너무 뜨거워!"

신성력에 의해 몸에 불이 붙어서 타오르는 스켈레톤들, 그럼에도 스켈레톤들은 꾸역꾸역 달려가고, 넘어진 동료를 밟고 넘어갔다.

한밤에 뼈에 불이 붙은 스켈레톤들이 평원을 달린다.

언데드의 불길이 번져 나가는 것처럼, 네크로맨서들이 보기에도 멋진 광경이었다.

"길을 열어 줍시다. 본 월!"

"다크 크로우"

뼈로 된 벽을 소환하고, 어둠을 먹고사는 식물을 자라게 하여 네크로맨서들이 언데드들의 전진을 약간이나마 보조해줬다.

스켈레톤과 듀라한들은 그 뼈와 식물을 밟으면서 조금이나마 가까이 갈 수 있었다.

물론 땅에서부터 솟구치는 신성력에 오래 버티지 못하고 군데군데 타 버렸지만, 징검다리를 밟듯 하며 지나가는데 도움이 됐다.

언데드들이 상상하기도 어려운 피해를 입으면서도 끈질기게 앞으로 간다. 위드는 모든 언데드를 몰아쳐서 몬스터와 싸우는 결전을 계획한 것이다.

막중한 책임이 걸려있는 언데드 군단의 총사령관 자리.

보통 배포로는 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이것 이상의 나은 방법이 없었다.

몬스터들과의 거리를 좁히기만 하면 시체 폭발이나 저주를 이용해서 싸울 수 있다.

땅에서부터 무작위로 솟구치는 신성력 줄기들이 언데드에게 많은 피해를 주고 있지만, 전 언데드를 일거에 투입해서 1마리라도 더 그위로 밟고 넘어가기 위한 계획.

"너무 무리입니다"

다같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언데드 속도 증가와 방어력 향상같은 마법을 펼치지 않고, 불만만 쏟아내는 네크로멘서들이 있었다.

처음부터 위드의 계획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쟌과 오템, 헤리안이 동의를 하면서 다른 네크로맨서들도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막상 언데드들이 평원을 건너가면서 대량의 피해가 발생하자 불만 많던 네크로맨서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멈추고 다른 방법을 찾아봅시다"

"시작하기 전부터 무모한 계획이라고 했잖습니까. 이렇게 되면 수도원에 들어간다고 해도 몬스터들과 싸우지도 못하고 전멸하고 맙니다.  몬스터들의 전투력에 대해서는 우리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이 말도 안되는 작전은 취소해야 합니다"

위드의 계획에 찬성하기로 했던 유저들도 마음이 흔들렸다.

온통 언데드들이 불타오르고 신성력에 의해서 정화되는 장면뿐이니 그럴 법도 했다.

성공에 대한 가능성이 적어 보이는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언데드들을 멈추거나 되돌린다면, 그것으로 퀘스트는 완전한 실패다.

행동하기 이전에 말을 했어야지, 지금은 이미 심하게 늦었다.

벌써 언데드의 절반 넘게 투입된 이후이기 때문!

그런데 네크로맨서들이 들고 일어난 이상으로, 언데드들도 동요를 했다.

"앞으로 가면 소멸당한다"

"이대로 타 죽고싶지 않아!"

대량의 언데드들이 신성력에 의해 없어지면서, 남아있는 언데드들이 위드의 명령을 거부하려는 사태가 벌어졌다.

추가적으로 언데드들이 계속 밀고 가야만 되었다.

언데드 투입이 이대로 끝난다면 현재 평원에서 앞으로 달려가고 있는 병력은 전부 타거나 녹아 버릴 뿐이다.

위드가 가고일에 탄채로 녹슨 명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턱을 열었다.

 냄...새, 냄새가 나네

 노래를 하는데도 냄새가 나

 멈춰도 냄새가 그치진 않지

".....?"

음정도 박자도 없이, 가사는 막 떠오르는 대로 부르는게 틀림없는 노래.

데스 나이트의 약간 쉰듯한 음성이 평원 전체로 넓게 퍼졌다.

나달리아 평원 가까이에서 마법을 쓰고 있던 쟌이 고개를 돌렸다.

"이런 노래를 부를 사람은....."

헤리안이나 오템, 보흐람, 그루즈드, 바레나, 고위급 네크로맨서들도 하던 일을 멈추고 위드가 있는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는 노래였다.

이렇게 무모한 노래가 어디서 작곡되었을리가 없다. 

하지만 전투를 하며 이런 노래를 부르는 사람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오늘은 어두운 밤, 깜깜한 밤

 나는 데스 나이트

 세수를 하지 않아도 되는 데스 나이트

 발을 씻지 않아도 되지

"전쟁의 신....."

"위드다!"

전투 계열의 직업을 택하고, 남들보다 훨씬 앞서 있었기 때문에 약간 의심하긴 했다.

그런데 바로 그가, 너무 엉터리라서 다른 누구는 절대로 따라할 수도 없는, 말도 안되는 노래를 한다.

베르사 대륙의 유저들 중 할머니와 할아버지까지 그를 알고 있으며, 동영상을 보고 밤을 세우며 설레게 만들었던 존재.

그것으로 모든 설명이 되었다.

"위드가 우리와 함께 있었다니....."

"마법을 써라. 수도원을 침략하고 몬스터들을 다 죽이자!"

안될 거라고 말만 많던 네크로맨서들이 자기 할일을 하기 시작했다.

마레이는 위드가 노래하는 때만을 기다렸다.

드워프들이 만든 하프를 꺼내 노래에 맞춰가며 즉흥연주를 했다.

'처음 곡을 만들 때보다는 더 힘들군'

최고의 바드가 위드의 노래에 맞춰주고 있었다.

 크흐으, 크흐으

 참외 값이 올랐어

 딸기는 정말 비싸

 귤은 아까워서 먹을 수가 없어

 밤에는 아무것도 먹지마

 그냥 일찍자면 돼

 이곳에 모인 언데드들이여, 노래를 부르라

 배고픔도, 지칠줄도 모르는 우리는 언데드

 어서 앞으로 갈지어다

위드는 노래를 마치자마자 뿔피리를 꺼내 들었다.

트레세크의 승리를 알리는 뿔피리. 

병사들의 능력을 엄청나게 이끌어 낼수 있는 유니크 아이템.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이 유명해질 수 있는 보물이었다.

위드는 입에 뿔피리를 대고 힘껏 불었다.

 뿌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

 - ▷언데드들의 사기가 오릅니다.

   

   ▷언데드들이 승리를 갈망하게 됩니다.

   

   ▷일시적으로 잠재되어 있던 육체적 능력을 120% 발휘할 수 있습니다.

   

   ▷적들에게 불행한 일이 자주 생깁니다.

==============================』

"진격하라!"

위드가 사자후를 터트렸다.

그러자 동요하던 언데드들이 수도원을 향해 일제히 질주를 개시했다.

신성력에 의하여 괴로움을 당하던 언데드들도 속력을 올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신성력으로 약화 되었지만 잠재 능력 이상을 발휘하고 있었다.

스켈레톤들의 손실이란 이루 말할수 없을 정도지만, 수도원이 가까워졌다.

영악하고 강인한 스켈레톤 들은 동료들의 어깨와 머리를 밟으면서 앞으로 뛰쳐나가기까지 했다.

"데스 나이트가 출동할 시간이다"

위드는 가고일을 타고 높이 날았다.

휘하의 데스 나이트들도 가고일을 타고 옆에서 날아올랐다.

"팬텀 스티드 소환!"

위드의 부대가 아닌 데스 나이트들은 네크로맨서들이 소환해 준 팬텀 스티드에 탑승했다.

나달리아 평원에는 신성력이 하늘로 솟구치고 있었지만, 지금은 언데드들이 땅을 가득 뒤덮었다.

언데드들이 방패막이가 되어 주는 것이다.

언데드를 꿰뚫거나, 빈 곳으로 올라오는 신성력 줄기들만 피한다면 하늘을 날아서 접근하는게 가능했다.

"가자!"

위드는 데스 나이트 부대를 이끌고 수도원으로 날아갔다.

그때쯤에는 언데드들도 도착해서, 세곳의 담장을 무너뜨리고 수비하는 몬스터들과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거의 생명력이 떨어진 언데드들이라서 몬스터들의 반격에 무너지는 모습들이 보였다.

'그래도 많이 약하군'

위드가 예상했던 대로 몬스터들도 정상은 아니었다.

언데드만큼은 아니더라도, 몬스터 역시 신성력에 의해 위축되기는 마찬가지 신세.

다수의 언데드들이 달려와서 몬스터 1마리에 3~4 마리씩 달라붙었다.

"지상으로 내려가자"

위드는 가고일을 타고 수도원 안쪽으로 들어갔다.

지상에 밝은 빛들이 뭉쳐 있는게 보였다.

빛들이 모이다가 땅을 꿰뚫으면서 굵은 신성력 줄기들이 위협적으로 솟구쳐 올랐다.

데스 나이트를 태운 가고일 몇 마리가 추락했지만, 대부분은 급격하게 방향을 틀면서 회피하여 무사히 수도원 안쪽에 내렸다.

『=================================

 - 아르벤스 수도원에 도착했습니다.

   

   ▷충만한 신성력으로 인하여 육체적인 능력이 45% 감소합니다.

   ▷생명력이 1초에 300씩 줄어듭니다.

==================================』

성당이나 신전에서는 언데드들이 활약하기가 어렵다.

데스 나이트가 오래 버틸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다.

위드에게는 몬스터들이 마구 몰려왔다.

"언데드다. 죽여서 없애라"

"언데드들을 지휘하는 데스 나이트다!"

몬스터들도 사고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위드를 가장 먼저 노리는 것이다.

위드를 사냥하게 되면, 그 혼자만이 죽는 것이 아니라 휘하에 있는 언데드들도 지휘관을 잃고 갈팡질팡하게 된다.

인간이나 엘프라면 영향이 덜하겠지만, 언데드들에게는 그야말로 절망적인 사태!

물론 오크들은 지휘관이 죽거나 말거나 상관없었다.

글레이브를 들고 먼저 소리치는 오크가 대장이 되는 것이었으니까.

"헤라임 검술!"

위드는 공격을 위한 스킬을 시전하면서 몬스터들을 베었다.

헤라임 검술은 스킬의 레벨이 올라서 총 13번의 연속 공격이 가능했다.

그리고 연속 공격이 성공할 때마다 힘과 민첩, 파괴력이 늘어난다.

스킬 마스터가 그리 머지않다 보니 쓸 때마다 검술 스킬의 숙련도가 부쩍 증가했다.

위드의 휘하에 있는 데스 나이트들도 그를 호위하면 같이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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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진짜 대단하기는 하네. 아무리 위드이고 퀘스트를 성공하기 위해서라지만 어떻게 저렇게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곳으로 뛰어드는 거야?"

"가고일을 탈 때까지만 해도 설마 했는데 정말 들어갈 줄이야. 목숨이 아깝지도 않나?"

네크로맨서들은 위드의 용기있는 행동에 큰 감명을 받았다.

전투를 승리하기 위해 지휘관이 온통 위험으로 가득한 

적진으로 뛰어들다니!

'소문 그대로야'

'정말 이번 전투에 승산이 있을 것 같다'

위드가 네크로맨서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었다.

네크로맨서들은 완전히 파괴되지 않은 언데드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보조 마법으로 강화시켰다.

"이 앞은 비교적 안전하니 우리도 전진합시다"

대량의 언데드들이 쓰러진 땅은 뼈와 시체로 오염되었다.

신성력이 위로 발출되지 못하고, 언데드의 잔해만 타들어 가게 만들었다.

네크로맨서들은 구울의 등에 타고 마법을 날릴수 있는 거리를 목표로, 수도원으로 접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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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벼라!"

위드는 몬스터를 도발하며 더 많이 사냥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곁눈질을 했다.

용감무쌍한 데스 나이트들과 수도원의 내부를 공격하면서, 몬스터들이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더주기 위함은 물론 아니었다.

위드는 영웅심으로 위험한 일에 앞장서기 보다는, 언데드들을 싸우게 만들고 뒤에서 고구마나 구워 먹으며 유리한 때를 기다리는 편!

"수도원의 굉장한 보물이 어딘가에 있을 거야"

아이템에 대한 욕망이 그를 수도원 안쪽까지 오게 만들었다.

전투를 마치고 난 이후에 네크로맨서들과 같이 온다면 보물을 나누어야 한다. 

하지만 아무도 몰래 혼자 주운 보물은 나눠가질 필요가 없는 법!

수도원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는 오직 지금뿐이다.

 푸슈슈슝!

눈앞에서 신성력이 모여서 하늘로 분출되고, 멀리서는 네크로맨서들과 스켈레톤 메이지들이 시전한 마법이 날아와 땅에 적중하였다.

언데드들을 투입하고 나서 약간 안전해졌다는 판단이 들자, 네크로맨서들도 나달리아 평원으로 전진을 했으리라.

'보물이 어딘가 있을 텐데. 무너진 건물이나 계단으로 내려가는 장소를 찾아야 돼'

몬스터와 잔해 속에서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를 보물의 실마리를 찾기란 위드라고 해도 매우 힘들었다.

몬스터들이 그를 향해 몰려들고 있었기 때문에 데스 나이트들과 함께 싸우기도 바빴다.

"모두 베어라!"

데스 나이트들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서 명령을 내렸다.

"지휘관의 명령을 따릅니다"

"몬스터들을 죽여라!"

위드의 직업은 전투 계열의 데스 나이트.

그리고 같은 직업의 부하들이 있었음에도 덤벼드는 몬스터의 머릿수에는 장사가 없었다.

수도원에서는 버티기도 힘든 언데드로서, 신성력의 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데스 나이트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위드의 생명력도 무섭게 줄어들었다.

남들이 보았을 때는 용감무쌍하거나, 완벽하게 미친 짓이였다.

'오래되어서 폐러밖에 없는 수도원에 신성력이 이렇게 많이 남아있을 까닭이 없지'

엄청난 보물이 있을것 같은 느낌을 받지 못했다면, 이렇게 무모한 전투까지 하지는 않았으리라.

"어쩔 수 없군"

위드가 품에서 조각품을 꺼냈다.

걸작, 명작, 대작에 속하는 조작품은 아니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조각품으로, 지골라스에서 돌아오는 배에서 폭풍을 보고 만든 작품이다.

『=================================

 * 먹구름과 천둥 벼락

   유령선의 돛대와 술통의 나무를 해제하여 만든 조각품

   넓은 나무판자 2개로 형상화된 땅과 하늘, 그 사이에 벼락과 회오리 바람이 불고 있다.

   재질의 한계로 인하여 예술적 표현에 미흡함이 많다.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술 향기가 난다.

   예술적 가치 : 49.

===================================』

조각품으로서는 어디 팔기도 곤란한 물건이었다.

그런데도 위드는 언젠가 쓰게 될날을 기다리며 소중하게 보관해 왔다.

"그날이 바로 오늘이로군"

위드는 조각술의 비기를 사용하기로 결정하고, 즉시 행동했다.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

『====================================

 -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예술 스텟 20이 영구적으로 사라집니다.

   ▷생명력과 마나가 20,000씩 소모됩니다.

   ▷모든 스텟이 사흘간 일시적으로 15% 감소합니다.

   ▷자연과의 친화력이 떨어집니다.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은 하루에 한번밖에 사용하지 못합니다.

   ▷위험한 재앙을 불러오게 되면, 그 피해에 따라서 명성이나 악명이 오를 수 있습니다.

   ▷재앙을 겪는 와중에 죽을 수도 있으니 주의 하십시오.

======================================』

수도원에는 몬스터들이 널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드는 검을 무장 해제하고 땅에 엎드렸다.

"데스 나이트들도 검을 버리고 누워라!"

데스 나이트들은 전투중의 갑작스러운 명령 변경을 미쳐 따를수가 없었다.

위드가 다시 명령했다.

"검을 버리고, 나무 방패로 막아라"

데스 나이트들은 녹슨 검을 버리고 기본적인 나무 방패를 들었다.

깨지고 썩어서 어디 구실이나 할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몬스터들의 공격을 받아내기를 10여초, 엎드려있던 위드가 빼꼼히 고개를 들었다.

"스킬이 실패인가?"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은 자연과의 친화력에 따라서 위력에 차이는 있지만 스킬 숙련도를 따로 올리지는 않아도 된다.

위드가 잠깐 혼란스러워하고 있을때, 스킬이 사용되었던 나무 조각품이 고운 모래처럼 부서져서 사방으로 퍼졌다.

"카오! 데스 나이트, 죽어라"

몬스터가 도끼를 들고 데스 나이트와 싸우고 있었다.

     콰콰쾅!

몬스터에게 떨어지고만 낙뢰!

그 여파가 상당해서, 주변에 있던 몬스터들 6마리가 

같이 시커멓게 타 버렸다.

엄청난 위력을 기대했던 위드에게는 커다란 실망감이 밀려왔다.

"역시 명작이나 대작을 바탕으로 스킬을 썼어야 하나?"

조각술의 비기임에도 불구하고 허전하기 짝이 없는 재앙.

겨우 마법사가 쓰는 라이트닝 볼트 정도의 위력이 아니던가.

전투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정도는 아니더라도, 이런 수준이라면 스킬을 익히기 위해서 고생한 보람이 없었다.

그런데, 새벽이라서 알아차리는 사람은 없었지만, 별들이 하늘에서 점차 모습을 감췄다.

어느덧 검은 구름들이 뒤덮어 버린 하늘. 심상치 않은 소리들이 발생했다.

       파지지지지지지지직.

본능적으로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조금 늦게 오는구나"

위드는 서둘러 구덩이로 몸을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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