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24권 : 1. 반역을 꿈꾸는 둠 나이트 (119/520)

달빛조각사 24권

1. 반역을 꿈꾸는 둠 나이트

위드가 다시 접속해서 나타난 장소는 불사의 군단의 진영이 있는 바르고 성채 안이었다.

나달리아 평원에서 수도원을 공략하는 퀘스트를 마쳤기 때문에 새로운 지역에서 되살아 난것이다.

레벨이 300에서 400을 넘어서는 고위 언데드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니고 있는 극악의 위험한 장소!

본 드래곤 2마리가 성벽과 탑에 서 있었으며, 1마리는 공중에서 날아다녔다.

"엘프들의 저항이 심하다는군."

"바르칸 님이 움직이기만 하면 금방 쓸어버릴 수 있을 텐데… 페어리들의 반격 때문에 함부로 나서시긴 어렵지."

"드워프들의 도끼질이 무서워."

페어리의 여왕 테네이돈이 머무르는 던전에서의 전투가 언데드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바르고 성채의 황량한 정원에는 수천이 넘는 정예 언데드들이 있지만, 대화를 나누는 언데드들은 몇 안 되었다.

위드는 말라비틀어진 나무 근처에 앉았다.

"우선 확인부터 해 봐야겠군."

대왕 아반나와 싸우다가 죽었으니, 얼마나 피해를 봤는지 살펴봐야 할 시간이다.

레벨은 예전에는 398이었는데, 1개가 떨어져서 397이 되어 있었다.

"잃어버린 물건은……."

위드는 잡템까지도, 가지고 있던 물건은 대부분 기억했다.

아이템에 대한 것은 아무리 생소한 이름이라도 정확한 수량을 알고 있었다.

장사를 하더라도 항상 기본이 되는 것이 재고 조사였으니까.

"보리 빵과 쪽파, 투구, 지렁이, 스켈레톤의 어금니를 잃어버렸군."

위드의 레벨에 쓸 만한 장비는 없어도 여러모로 속이 쓰렸다.

죽더라도 사람이 많은 장소가 아니라면 아이템을 회수해오곤 했기 때문이다.

완전히 잃어버린 아이템에 대한 미련도 잠시였고, 스킬 숙련도도 확인해 봤다.

고급 8레벨에 이른 조각술 스킬의 숙련도는 0%가 되어 있었고, 다른 스킬들도 4%에서 13%까지 떨어져 있다.

정의롭지 못한 언데드로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죽음의대가를 다른 때보다 더 크게 받은 것이다.

"이 정도의 피해라면 내 나이가 70대가 되기 전에 잊을 수 있겠군."

자칫 평생 동안 잊지 못할 원한을 일시불로 사게 된 폴론과, 그의 배경인 헤르메스 길드!

바르고 성채는 매우 거대한 요새였고, 유명한 언데드 기사인 벤들러 기사단이 주둔하고 있었다.

'베르사 대륙의 역사에 이름이 나온 언데드들이 많이 있군.'

불사의 군단에는 최고의 언데드들이 즐비했다.

위드는 퀘스트를 마쳐서 더 높은 단계의 언데드로 승급이 가능했지만, 아직은 데스 나이트였다.

위드가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을 때였다.

그에게로 시종의 유령이 찾아왔다.

"바르칸 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언데드로서의 승급을 위하여 바르칸을 만나는 것이다.

위드는 시종의 유령을 따라서 내성으로 들어갔다.

불사의 군단에서는 삼엄한 경계를 펼치진 않았다.

물론 위드가 언데드인 탓에 그냥 가만히 서 있을 뿐, 살아 있는 생명이 접근하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리라.

'여기를 뚫긴 상당히 어렵겠군'

시종의 유령은 위드를 지하로 인도했다.

바르고 성채의 지하에는 오래전부터 뜯지 않은 술들이 오크 통에 담겨 밀봉되어 보관되어 있었다.

'최상급의 와인과 브랜디.'

위드는 냄새만 맡고도 가격이 얼마나 비싼지 짐작할 수 있었다.

잘 만든 술은 금과도 같은 무게로 판매되는 실정이다.

'언제부터 묵혀 놓은 술인지는 몰라도 대단하겠군.'

아무 술이나 대책 없이 오래 보관한다고 해서 고급술이 되진 않는다.

바르고 성채는 예전부터 술로 유명했고, 또한 리치 바르칸이 머무르면서 마나의 기운이 충만해졌다.

술은 환경의 영향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마셔 보면 엄청난 술들이 완성되어 있을 것 같은 예감이었다.

언데드들이 술을 마신다면 이미 다 동나 버렸을 테지만, 바다 해적의 유령들도 마시는 시늉만 할 뿐 실제로 술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게다가 여기에는 바르칸이 머무르고 있었기에 평범한 언데드들이 와서 술을 마실 수는 없었다.

'돈이 쌓여 있는 셈이구나.'

탐욕스럽게 눈독을 들여 놓은 술 창고를 지나서, 위드는 큰 문을 열고 바르칸이 머무르는 장소로 들어갔다.

서늘한 공기가 밀려오는 장소.

지하에는 물이 흘렀고, 시커먼 암석들이 수로와 제단의 역할을 했다.

바르칸은 그곳에서 왕이 사용할 법한 화려한 의자에 앉아 있었다.

고급스러운 재질로 만들어졌지만 먼지가 잔뜩 쌓여 있는로브, 머리에 쓰고 있는 큼지막한 보석 왕관, 독수리의 머리가 달린 스태프는 여전했다.

가슴에는 성검이 박혀서 신성한 힘을 줄기줄기 뿜어내고 있었다.

"데스 나이트여, 가까이 오라."

공동을 은은해게 울리는 바르칸의 음성!

"군주시여……."

위드는 바르칸의 앞으로 걸어가서 공손히 무릎을 꿇었다.

모라타를 공격하고 있는 불사의 군단만 생각하면 쌍욕을 퍼부어도 모자랄 판이다.

하지만 받을 게 있다면 받고 나서 처리해도 될 일.

위드는 걸어오는 내내, 그리고 바르칸이 머무르는 이 장소로 들어온 후에도 허실을 찾기 위해서 구석구석 잘 쳐다보고 머릿속에 각인시켜 두고 있었다.

베르사 대륙의 역사서에 바르고 성채에 대한 서술이 조금 나온다.

그리고 과거 북부에 존재했던 성들에 대한 지도도 도움이 되었다.

지금은 멀쩡히 남아 있는 성이 얼마 안 되고, 바르고 성채도 언데드들이 점거하면서 훼손되고, 무너지고, 쓰이지 않는 장소들이 많았다.

하지만 탑들을 연결하는 복도나 방, 계단의 구조들을 파악하는 데 참고할 수는 있다.

조각술로 만들었던 작품 덕에 전체적인 구조에 대한 인식이 어느정도 해박한 편이었다.

"군주께서 시키신 일을 처리했을 뿐인데, 저에게 직접 뵐 수 있는 영광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투박한 데스 나이트들이 잘하지 못하는 아부를 위드는 주저하지 않고 했다.

"성가신 몬스터들을 많이 처리했다고 들었다."

"제가 무슨 공이 있겠습니까? 전부 군주님의 은덕입니다."

"불사의 군단에는 너처럼 재능 있는 언데드들이 많이 필요하다. 데스 나이트는 너의 능력을 펼치는 데 부족한 것 같으니 새로운 몸을 내리겠다."

바르칸이 마법을 외웠다.

지은 죄가 있었으므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지만, 위드는 그대로 얌전히 있었다.

"너희가 살아서 움직이던 땅으로 돌아오라. 이곳은 어두운 곳, 검고 부패한 땅. 영영 사라지지 않을 암흑의 율법을, 모든 이들에게 새길 수 있도록 하라. 언데드 라이즈!"

위드의 몸에서 시커먼 연기가 흘러나오더니, 잠시 후에는 진한 회색 근육을 가진 육체로 바뀌었다.

다리도 길어지고, 등과 팔이 두꺼워 졌다. 키도 40센티 정도 커져서 바바리안보다도 체격이 좋아진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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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르칸 데모프의 언데드 소환 마법에 의하여 둠 나이트로 변했습니다.

   최상의 언데드 소환 마법에 의하여 전투와 관련된 스텟들이 지금보다 15% 증가합니다.

   방어력이 뛰어난 뼈로 된 갑옷을 착용합니다.

   전투 스킬들이 최소 고급 2레벨로 오릅니다.

   흑마법에 의해 공격당한 적들에게 영원한 고통과, 그치지 않는 절규가 시전됩니다.

   다만 둠 나이트 상태를 벗어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게 됩니다.

   언데드로서의 지위가 바르칸의 직속 부하가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언데드 부대에 대해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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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 전투에서는 최강의 언데드라고 불리는 둠 나이트.

사실 깊은 절망 속에서 탄생한다는 어비스 나이트도 있었다.

본 드래곤을 가볍게 사냥할 수 있을 정도라는 절대적인 몬스터.

전설에 의하면 리치 바르칸과도 맞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어비스 나이트는 네크로맨서에 의해 언데드로 소환이 불가능하고, 특정한 조건이 성립되면 스스로 탄생한다.

물론 아직까지는 베르사 대륙의 전설에만 존재했다.

"이 바르고 성채를 지켜라. 엘프들의 반격에 맞서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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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프들의 척살

    

    우드 엘프들은 페어리의 여왕을 지키기 위해서 불사의 군단을 기습하고 있다.

    그들의 정령의 힘이 깃든 화살은 언데드들을 완전히 소멸시킨다.

    엘프들의 잠입을 막고, 그들에게 언데드의 무서움을 알려 주어야 한다.

    바르칸 데모프의 직속 부하 신분으로 평소보다 2배나 더 많은 언데드를 부대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이다.

    난이도 : A

    퀘스트 제한: 언데드 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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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칸이 직접 내려 준 퀘스트!

직속 부하가 되었으니 부릴 수 있는 언데드가 더욱 많아지고 질도 높아졌다.

불사의 군단에 있는 언데드를 영입하여 부대를 꾸려서 전쟁에 참여할 수 있다.

아부와 친밀도만으로는 오로지 못하고, 스켈레톤 병사와 유령, 데스 나이트를 거치면서 철저히 실적을 쌓은 덕분에 이룩한 경지였다.

'여기까지 해 놓은 게 아깝군.'

위드는 바르칸의 편에 서서 페어리 여왕의 생명을 빼앗을 생각은 없었다.

엘프들과 싸우고 드워프들을 살육해서 바르칸을 도와주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불사의 군단에서 반란을 일으킬 작정이었다.

위드는 바르칸 데모프를 사냥하기로 결정했다.

"지금밖에는 기회가 없어."

바르칸이 힘을 되찾거나 되찾지 못하거나, 모라타를 계속 공격할 거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어떻게는 바르칸을 없애야 하는 입장에서 지금까지 순순히 퀘스트를 해 왔던건, 믿음을 받으면서 불사의 군단의 허실을 찾기 위한 작업!

외부에서 불사의 군단을 공격하기 어렵다면 내부에서 무너뜨려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언데드를 통해 바르칸을 사냥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했다.

위드의 레벨이 바르칸을 넘어서고 또한 어비스 나이트가 된다면 모를까, 그 전에 언데드로 바르칸에게 적대할 수는 없었다.

"모라타의 군대를 데려올 수는 없고……."

영주의 특권으로 군대를 이용할 수는 있어도 바르칸에게 언데드만 늘려 주는 꼴이었다.

바르칸은 그를 잡기 위해 오는 허약한 인간의 군대를 보며 너무나도 기뻐하리라.

조각 생명체를 몰고 오지 않은 이유도 있다.

"음식으로 표현하자면 떡갈비, 회 무침, 보쌈, 갈비찜, 신선로, 삼합, 대게, 전복, 샐러드에 식혜까지 갖춘 한정식이나, 레스토랑 풀코스가 되겠지!"

바르칸의 강화 마법에 의해서 지배받는 불사의 군대와의 정면 승부는 위험부담이 너무나도 컸다.

조각 생명체들까지 언데드가 되어 버린다면 바르칸의 힘은 더욱 강성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르칸을 사냥할 수 있는 방법은……."

위드는 언데드 승급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바르고 성채를 원하는 대로 돌아다니면서 언데드를 만나 보았다.

"겔겔겔. 바르칸 님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둠 나이트님."

"경계를 하는 동안 특별한 일은 없었습니다. 엘프들의 흔적은 찾을 수 없습니다."

"클클. 인간을 구경한 지도 오래되었습니다."

보초병들과 파수꾼을 통해 병력의 배치와 질도 파악할 수 있었다.

언데드들은 하루 24시간 내내 경계를 섰다.

바르고 성채에서 몇 년째 경계를 서고 있는 이도 있었다.

경계병이 인간이 아니라서, 위드에게는 허점이 보였다.

"완벽한 기습을 가할 수만 있다면 조용히 돌파할 수는 있겠군."

북이나 뿔피리를 불기 전에만 처리한다면 경계병을 해치우고 내부로 잠입하기란 어렵지 않다.

바르칸이 엘프와 바바리안, 드워프, 페어리들이 지키고 있을 던전으로 뛰어든다면 전투 도중에 습격할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르칸은 하실리스를 비롯하여 불사의 군단 언데드에게 임무를 맡겨 놓고 바르고 성채를 떠나지 않으니, 몰래 사냥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불사의 군단이 진을 치고 있는 바르고 성채에서 언데드의 왕 바르칸을 없애는 것이다.

"레벨 100개 정도는 올라야 승산이 눈곱만큼은 있겠군."

위드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한 계획.

그때 황야의여행자 길드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사비나 : 이제 1층만 더 내려가면 보스 몬스터다.

에드윈 : 미공개 던전이라서 정말 힘들었죠. 어쨋든 끝이 보이네요.

핀 : 빨리 끝내고 쉬고 싶어요.

헤르만 : 좋은 금속이라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위드가 가입한 황야의여행자 길드에서는 심심치 않게 모여서 고위 몬스터 사냥을 즐겼다.

황야의여행자 길드 자체가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은둔형에 가까웠지만, 그들의 수준은 상당히 높은 편.

다양한 직업의 조합으로 몬스터들을 사냥하는 정석에 가까운 방식을 사용했다.

'보스 몬스터 레이드라…….'

여러 개의 파티나 실력자들로 구성하여 대규모 사냥을 하는 것이다.

혼자서는 절대 잡을 수 없는 몬스터를 합심하여 사냥하는 방법.

위드는 먼저 페일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 페일 님, 사냥 같이하실래요?

 > 물론이죠. 어디 계세요?

대답은 정말 빨리 돌아왔다.

위드가 헤르메스 길드에 쫓기다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작 위드는 나중에 더 크게 복수해 주면 될 뿐이라고 마음을 편하게 먹었는데 동료들이 더 신경을 써 주고 있었다.

 > 불사의 군단이 있는 장소입니다.

 > 그쪽으로 우리가 가겠습니다. 그런데 어떤 몬스터를 잡으실 건데요?

 > 바르칸…….

 > 예? 그런 몬스터는……. 혹시 리치 바르칸요?

페일도 불사의 군단의 수장인 바르칸 데모프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모라타를 침공하는 1, 2차 언데드와 맞서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전설적인 몬스터!

보통 사냥을 하려고 하는 던전의 보스급 몬스터와는 차원이 달랐다.

 > 바르칸이 현재 인간들이 잡을 수 있는 몬스터인가요?

 > 지금 확인해 보려고 합니다.

 > 잠시만요. 여기에 검치 님들도 와 계십니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 검삼치로부터 귓속말이 왔다.

 > 위드야, 방금 들었는데, 바르칸 잡을 거냐?

 > 예. 잡으려고 왔습니다.

 > 그런 재밌는 일이 있으면 진작 우리한테 알려 주지 그랬냐.

먼저 말하지 않았다며 서운해하는 검삼치였다.

 > 우리도 가도 되냐?

 > 오셔도 되기는 하는데 위험해서요.

 > 위험하면 더 좋지. 몬스터들은 많이 있고?

 > 강한 몬스터들이 깔려 있습니다. 본 드래곤도 3마리나 있고요.

 > 본 드래곤? 꼭 가겠다.

 > 다른 사형들은요?

 > 잠깐, 물어보고 알려 줄게.

검삼치에서 검오백오치까지 합의를 보는 시간은 1분도 안 걸렸다.

"바르칸 잡으러 갈 건데 빠지고 싶은 사람 빠져."

"……."

"위험하다니까. 웬만하면 좀 빠지지 그러냐. 그곳에서는 뼈도 못 추린대. 죽어서 언데드가 되고 싶냐? 본 드래곤도 3마리나 있다는데."

"……!"

"너희 불사의 군단 알아? 언데드로 이루어진 강력한 놈들인데, 그놈이랑 싸우러 가는거야."

검치들은 빨리 싸우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했다.

 > 다 가고 싶어 하는데 안 되겠냐?

 >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위치는 페일 님한테 알려 드릴테니까 같이 오세요.

 > 알았다.

눈이 좋은 페일은 길 찾기를 잘하는 편이었다.

모험가만큼은 아니더라도 별자리만 보고도 찾아올 수 있었고, 또 경험이 많고 지도를 보는 법도 아니까 불사의 군단진영이 있는 장소까지 오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사형들이 이곳에 와 준다라.'

검치들이 바르고 성채로 침입한다면 언데드와 싸워 볼 만 할것이다.

불사의 군단이 대단하긴 하지만 평야가 아닌 성 내부에서 벌어지는 전투라면, 협소한 탓에 지형적인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사형들은 위드가 어느 곳에 있더라도 달려와서 싸워 줄 사람들!

"성기사와 사제들도 필요한데……."

이리엔 1명으로는 사제가 너무 부족했다.

황야의여행자 길드에서는 아쉽게도 다른 고위 몬스터를 사냥하는 도중이라니, 모라타에서밖에 데려올 사람이 없다.

위드는 마판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 바르칸을 사냥하려고 하는데, 믿고 도와줄 만한 성기사나 사제가 없을까요?

모라타의 광장에서 장사를 하며 아는 사람이 가장 많은 마판이니 그에게 물어본 것이다.

 > 제가 거래하는 사제들이 몇 명 있는데요, 몇 명이나 필요하세요?

 > 많을수록 좋습니다.

 > 그럼 알아보고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

마판은 광장에서 거래를 하며 친숙해진 사제들에게만 위드와 함께 바르칸을 사냥할 생각이 있냐고 물어봤다.

"물론 있죠."

"언제 어디로 가면 되는데요?"

중앙 대륙에서 건너온 유저들은 위드와 함께 퀘스트와 사냥을 하고 싶어 했다.

'바르칸을 사냥한다고? 뭔가 계획이 있겠지.'

'바르칸을 죽일 수 있겠구나!'

'위드 님이니까 그런 생각도 하는군. 잘 따라만 다니면서 치료만 해 주면 될 거야.'

위드가 바르칸 사냥을 한다니까 어떤 계획인지도 모르는채 너도나도 끼려고 했다.

"그런데 제가 아는 누나도 프레야 교단의 고위 사제인데 같이 가도 돼요?"

"모르는 사람이 끼면 곤란한데……."

"누나 말고 다른 사람한테는 절대 말 안 할게요."

"내일 아침 6시까지 동쪽 포도밭 너머 큰 나무 아래로 오면 됩니다."

"꼭 갈게요."

마판에게 연락을 받은 사제들은, 그들과 친한 유저들에게 알렸다.

 > 형, 위드 님이 바르칸 사냥한다는데…….

 > 무조건 가고 싶어. 내가 전쟁의 신 위드 님 때문에 모라타에 온 거 너도 알잖아. 나도 데려가 줄 수 있지?

 > 아침에 동쪽 포도밭에 모여서 가기로 했어. 6시까지는 와야 돼.

 > 1시간 먼저 도착해서 기다릴게.

연락을 받은 사제들은 매우 귀한 기회라고 여겨서, 다시 친한 사람들에게 마랳ㅆ다.

 > 위드 님이 바르칸 사냥하는 거 알고 있었어?

 > 정말?

 > 사제들과 성기사만 낄 수 있다더라.

 > 나 직업이 성기사잖아. 위험할 텐데, 나도 가도 될까?

 > 응. 같이 가자.

성기사도 소식을 퍼트렸다.

 > 위드 님이 바르칸 사냥하는데, 언데드 죽이러 가자.

 > 준비하고 갈게.

연락을 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방식으로, 1시간도 되지 않아서 200명이 넘는 이들에게 전해졌다.

소식은 풀죽신교에도 퍼졌다.

모라타를 총괄하는 초거대 단체!

가입된 유저만 현재 80만 명이 넘는다. 

대부분이 초보자들이었지만, 북부 전역에서 사냥과 모험을 하는 고레벨 유저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위드 님이 사냥을 하시는데, 사제와 성기사들을 모집한답니다."

"도움이 될 만한 실력을 가진 사람들을 추려 볼까요?"

다음 날, 모라타의 동쪽 포도밭 앞에 있는 큰 나무에 도착한 페일 일행과 검치들은 사제만 330명, 성기사도 223명이나 되는 큰 무리를 만나게 되었다.

위드가 그냥 불렀더라면 더욱 많은 사람이 왔겠지만, 바르칸을 사냥한다고 해서 나름 실력자들만 온 것이었다.

"마판 님, 이렇게 많은 인원은 뭐죠?"

"글쎄요. 저는 딱 14명만 불렀는데……."

모라타에 있는 고위사제와 성기사들은 바르칸을 사냥하는 일에 모두 참여하려고 했다.

위드의 사냥이었기 때문에 참석하고 싶어서 난리였다.

페일은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여기서 오래 있으면 사람들의 눈에 너무 띄니 출발하죠. 헤르메스 길드에서 알게 되면 안 좋을 테니까요."

"갑시다!"

검치들과 모라타의 사제들, 성기사들이 황소를 타고 달렸다.

목적지는 불사의 군단이 있는 바르고 성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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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는 바르고 성채의 그늘진 곳과 하수로도 정탐하며 돌아다녔다.

"보수가 되지않아서 개구멍이 많군!"

워낙 엄청난 몬스터들이 들끓는 장소인지라, 바르고 성채의 성벽은 높고 두꺼웠다.

그런데 돌이 빠져 있거나 해서 사람 1명 정도씩은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숨어 있었다.

언데드들에게 성벽을 보수하는 일은 무리였던 것이다.

"엘프들의 습격도 자주 일어나고……."

낮에는 언데드들의 행동이 굼떠지고 약해진다.

그럴 때 엘프들이 바람처럼 나타나서 화살을 쏘며 공격을 했다.

불사의 군단의 언데드들이 출동하긴 했지만, 엘프들의 기동력을 따라잡기는 만만치가 않았다.

엘프들을 따라서 계속 쫓아가다 보면 드워프와 바바리안의 매복까지 당해서 오히려 언데드들이 전멸하기 일쑤!

바르칸의 마법, 다크 룰에 의하여 나중에 되살아나서 영락없는 패잔병의 몰골로 돌아왔다.

"엘프들과 싸우고 싶진 않군."

위드는 엘프야말로 만만치 않은 상대라고 생각했다.

레벨이 높은 엘프는 말을타고 쫓아가지 않고서는 따라잡기가 어렵다.

활을 귀신처럼 다루며, 나뭇가지를 타고 도약하고 다니니 사냥이 힘들었다.

언데드들과 같이 싸우더라도 그다지 재미를 보기는 어려웠다.

페어리나 엘프를 사냥하면 자연과의 친화력도 많이 떨어질텐데, 그러면 대재앙을 일으키기고 힘들어진다.

"굳이 엘프가 아니더라도 싸울 대상은 많이 있지."

경험치나 전리품으로 볼 때 몬스터보다 훨씬 나은 대상이 이곳과 가까운 장소에 있었다.

"마법사, 레인저, 기사 폴론이라고 했던가? 복수를 해 줄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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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스 길드에 가입하지 않기로 한 쟌과 오템, 헤리안, 그루즈드, 바레나를 비롯한 30인은 고충을 겪고 있었다.

"협곡에서 물러나라. 사냥을 금지한다!"

레인저와 마법사들의 견제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구경만 해야 했다.

폴론은 처음의 말과는 달리 그들을 공격해서 죽이지는 않았다.

헤르메스 길드에 가입하지 않으면 어떤 불이익을 당해야 하는지 몸으로 겪게 만든다.

아직까지 네크로맨서들을 포섭할 생각이 있었으므로 기회를 준 것이라고 봐도 되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보통 분통이 터지는 게 아니었다.

보흐람과 다른 34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헤르메스 길드에 가입했다. 

그들만이 협곡에서 사냥을 하면서 경험치와 스킬숙련도를 올렸다.

"젠장. 더러워서 못 해 먹겠네."

오템이 불만을 토해 냈다.

다른 네크로맨서들도 비슷한 기분이었다.

"이럴 바에야 그냥 확 돌아가 버릴까?"

불사의 군단에서의 의뢰나 사냥을 포기하고 원래 혼자 사냥하던 장소에서 착실하게 스킬을 올리는 편이 나을 것 같단 생각도 들었다.

마레이가 그들을 말렸다.

위드가 몰래 넘겨준 아이템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헤르메스 길드에 가입하려고 했지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말하고 돌아와 있었다.

"그러면 안 됩니다. 그렇게 하면 헤르메스 길드는 공식적인 척살령을 내리고 계속 괴롭힐 겁니다."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길드에 가입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죽이진 않는다.

일정한 영역을 정해 놓고, 협곡의 근처로 오거나 사냥을 하지 못하게 막을 뿐이다.

하지만 여기를 떠나서 중앙 대륙으로 넘어간다면 그때부터는 헤르메스 길드에서 적으로 간주한다.

네크로맨서들은 누구 도와줄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그 점이 두려웠다.

답답했던지 헤리안도 말했다.

"차라리 시원하게 싸우다가 죽는 게 낫겠어요."

죽이지도 않으면서 격리만 시켜 놓는 게 더 화가 나는 일이었다.

바레나가 주변의 유저들을 돌아보았다.

"이대로 참고만 있을 겁니까? 싸워 보는 건 어떻습니까?"

"싸움요?"

"밟으면 꿈틀거린다는 거라도 보여 줘야죠."

네크로맨서들의 전력만 놓고 보면 쟌과 오템, 헤리안 등이 있는 이쪽이 월등했다.

하지만 헤르메스 길드의 공격대까지 감안한다면 계란으로 바위 치기.

언데드와 싸울 준비까지 하고 있는 그들이었고, 또한 이쪽의 움직임을 지켜보고만 있어야 할 이유도 없다.

네크로맨서의 큰 단점이, 바로 충분한 양의 언데드를 소환하는 데 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체들을 보아야 되고, 사냥을 하면서 언데드 부대를 늘려야 한다.

그러다 보면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없고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공격을 할 테니, 무의미한 죽음이 되어 버릴 가능성이 훨씬 높았다.

차라리 의미 있게 헤르메스 길드에 피해라도 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였다.

마레이가 빙긋 웃으며 얘기했다.

"기다리면 다 잘될 겁니다."

마레이가 유명한 바드라는 사실을 알기에, 쟌이 혹시나 하며 희망을 갖고 물었다.

"무슨 작전이라도 있습니까?"

"그냥 지켜보면 됩니다. 좋은 소식이 올 테니까요."

마레이는 대외 관계도 좋고, 여러 유저들을 만나면서 다양한 인간상을 겪어 보았다.

그들 중에서 그 누구도 위드만큼 속이 좁진 않았다.

편협하기 짝이 없는 마음!

화해, 용서, 포용력은 유치원에서부터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게 분명하다.

당한 것은 잊지 않으며 몇 배 크게 보복해 줄 사람이 위드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기다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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