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헤르메스 길드와의 격돌
위드는 불사의 군단에서 병력을 모집했다.
땅바닥에 엎어져 있는 해골도 들어 본 적이 있을 정도의 명성!
영광의 언데드 지휘관이나 불멸의 전사라는 호칭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병사들을 모으는 건 쉬웠다.
위드는 바르고 성채를 걸어 다니며 쓸 만한 언데드에게 말을 걸었다.
"나와 함께 가자."
"알겠습니다."
+ 데스 나이트가 부하가 되었습니다.
"같이 싸우자."
"바르칸 님의 신임을 받고 계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전투에서 훌륭한 활약을 하고 싶습니다."
+ 둠 나이트가 부대에 합류합니다.
"너희, 놀지 말고 전투하러 가자."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벨리컨 기사단의 언데드들이 부대에 합류합니다.
바르칸의 직속 부하라는 신분은, 벤들러 기사단만 제외하면 꽤나 높은 편이다.
둠 나이트, 데스 나이트들을 묶어서 얼마든 부하로 쓸 수 있다.
대단히 큰 권력이 주어진 것이다.
"권력이란 마구 쓰라고 있는 거지. 안 그러면 뭐하러 출세하려고 하겠어."
위드는 휘하의 언데드 부대를 마구 확충했다.
둠 나이트는 아직 일반 네크로맨서들은 소환도 하지 못하는 언데드다.
언데드 부대를 거느리고 헤르메스 길드를 괴롭힐 생각이었다.
불사의 군단에는 우선 바르칸의 명령에 따라서 엘프와 바바리안, 드워프 연합군을 공격하라는 방침이 세워져있다.
방침에 어긋나게 행동하면 불사의 군단에서 평판이 하락하고, 쌓아 올린 경력과 신뢰도가 감소한다.
"어차피 바르칸도 사냥해야 할 바에야……."
반역까지 꿈꾸는 마당에 못 할 짓을 없다.
위드는 정예 언데드 기사들만 골라 700명으로 부대를 편성했다.
인간들이었다면 굉장히 뛰어난 전력이었다.
주력을 아니더라도, 구색을 맞추기 위해 싼 맛에 유령 계열의 스펙터들도 대치했다.
"화살이 무제한은 아닐 거야."
마법사들의 마나와 레인저들의 화살을 낭비하게 만드는 데에는 유령이 최고다.
마법 공격을 당하더라도 완전한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고, 가져온 은화살은 수량이 한정되어 있을 것이다.
위드처럼 대장장이 스킬이 중급 이상이라면 재료만 있어도 현장에서 간단히 만들 수 있지만, 그런 유저는 베르사 대륙을 전부 뒤져도 찾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었다.
"나처럼 대장장이 스킬을 익혀 놓으면 어디서든 빛을 보기 마련이지."
무기점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것을 굳이 대장장이 스킬을 익혀 만들려고 하는 유저가 있을 리가 없으니까!
#
"왔다!"
위드가 언데드 부대를 끌고 갔을 때, 폴론은 기사와 레인저, 마법사들과 함께 대비하고 있었다.
마레이도 위드가 복수를 하기 위해서 다시 돌아올 것을 예상하고 있었듯이, 폴론도 마찬가지였다.
지난번의 싸움이 전초전이라면, 이번에는 본격적인 전투다.
헤르메스 길드의 수뇌부에서도 절대로 지지 말라고 따로 당부를 할 정도였기 때문에, 폴론과 그의 부하들은 방어에 유리한 구릉에서 싸움을 기다리고 있었다.
"놈이 정면에서 옵니다. 혼자가 아니라 언데드들과 같이 오고 있습니다."
"둠 나이트, 데스 나이트, 보통 언데드들이 아닙니다. 우리 기사들보다야 약하더라도, 만만치 않은 전력입니다."
"숫자가, 기사들만 치면 우리보다 더 많습니다. 어디서 기사 병력을 저렇게 많이 모을 수 있었던 건지 모르겠습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 기대했던 상황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위드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성급하게 다시 덤벼 오기라도 한다면 가볍게 죽여 주려고 했는데…….
그럼에도 정면 승부라면, 폴론과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의 입장에서는 다행이었다.
"언데드가 많다고 해도 마법에 화살을 퍼붓고 나서 싸우면 크레마 기사단으로 짓밟을 수 있습니다."
"놈들이 사정거리에 들어오면 쏘자!"
언데드들이 가까워지기만을 기다리는 동안 폴론과 유저들은 입안이 바싹바싹 말랐다.
하늘을 뒤덮는 화살과 마법 공격으로 본때를 보여주리라.
마법 공격은 규모가 큰 전투에서는 승패를 좌우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위력을 갖는다.
하지만 위드가 둠 나이트가 되어 있고, 부담스러울 정도로 뛰어난 언데드들을 많이 끌고 왔기 때문에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쏴라!"
사정거리 안에 들어오자 레인저들이 시위를 당겼다.
때를 맞춰 마법사들은 마법을 퍼부었다.
은화살들이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고, 불덩어리들이 언데드의 머리위로 떨어진다.
위드의 명령이 떨어지면 부하들은 무수히 많은 공격들을 뚫고 돌진할 것이다.
"후퇴한다."
위드는 언데드들과 함께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대부분이 기사 계열이거나 유령이라서, 기동력이 강했다.
마법이 대지에 작렬하고 은화살들이 하늘을 온통 뒤덮었디만, 언데드들은 십분의 일도 죽지 않고 사정거리를 벗어날 수 있었다.
생각 외로 강한 공격이었던 듯이, 위드는 언데드들을 멈추고 잠기 대기했다.
그리고 언데드를 부채꼴로 넓게 펼쳐서 다시금 진군을 시도했다.
"다시 온다. 공격준비. 쏴라!"
레인저와 마법사들의 공격이 넓은 곳으로 분산되어야 했다.
"레인저들이 중앙을 맡고, 마법병단은 왼쪽과 오른쪽을 타격한다."
폴론이 많이 훈련시킨 병력이었기에 어느 한쪽만 집중 공격을 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골고루 타격할 수 있었다.
무서운 화력에, 위드는 이번에도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고 언데드들과 함께 다시 뒤로 물러났다.
부대가 넓게 펼쳐져서 전진했기 때문에 비교적 피해가 적었을 뿐, 언데드들이 90마리 이상 회생 불가능한 부상을 입었다.
"우와아아!"
"언데드들이 가까이 오지도 못한다!"
마법사와 레인저들의 사기가 올랐다.
더 가까이 다가왔을때 공격을 했더라면 더욱 많은 피해를 입힐 수 있으리라.
하지만 기사들 위주로 편성된 언데드들의 기동력이 빠를 것이기 때문에, 더욱 여러 번의 공격을 위하여 최대 사정거리 안에만 들어오면 바로 타격을 했던 것이다.
그런 식으로 네 번이나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었다.
위드와 언데드들은 공격을 할 듯 말 듯 하면서 레인저의 은화살만 소모시켰다.
불사의 군단 본진에 있던 언데드들이라서, 몸에 웬만큼 은화살이 꽂혀 있어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바르칸의 언데드 강화 스킬인 데스 오라 덕분에 마법 공격의 저항력도 상당히 높았을 뿐만 아니라, 생명력의 회복이 빨랐다.
"많이 얻었군. 일단 수거부터 하자."
위드는 스펙터들만 동원해서 땅에 빼곡히 쌓여 있는 은화살들을 챙겼다.
수도원에서 잃어버린 아이템을 은화살로 보충할 셈이었다.
"룰루루."
콧노래를 부르면서 은화살에 이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싸운다면 몇만 골드도 금방 모을 수 있겠어."
언데드야 죽거나 말거나 알 바가 아니었다.
#
다음 날에도 위드는 언데드를 다시 보충해서 끌고 왔다.
전날 전투에서 진 것과 다름없이 언데드를 무의미하게 잃어버렸기 때문에 사기가 다소 많이 떨어져 있었다.
언데드들은 사기가 떨어지면 불행한 일이 자주 생긴다.
전투 중에 검이 부러지거나, 적의 행운에 의하여 약한 공격에도 큰 데미지를 입곤 한다.
위드도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언데드를 모으는 동안 시간이 남아서, 바르고 성채에서 벤들러 기사에게도 말을 걸어 보았는데 반응은 좋지 않았다.
"햇병아리 둠 나이트로군. 언데드로서 큰 업적을 더 쌓지 못한다면 우리와 함께할 수 없다."
본 드래곤에게는 차마 말도 걸어 보지 못했다.
목숨은 여러 개라도 소중하기 때문이었다.
하루가 지났지만 폴론과 헤르메스 길드는 그대로 같은 구릉지대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이곳이 방어가 쉬울 뿐만 아니라 이동도 빠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첫 번째 목적은 위드의 척살.
그게 불가능할 경우에는 위드가 다시는 퀘스트를 성공하지 못하도록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것이다.
"오늘도 언데드를 다시 몰고 왔습니다."
첫날에 은화살의 소모가 막대했기 때문에 폴론과 헤르메스 길드 유저들의 대응도 바뀌었다.
"화살을 아끼자. 마법으로 타격하고, 기사단으로 쓸어버리자!"
오늘은 언데드들에게 실제 물자가 소모되지 않는 마나 화살과 마법을 퍼붓고 나서, 크레마 기사단을 돌진시키기로 작전을 바꿨다.
둠 나이트 등이 부답스럽더라도 그들은 축복받은 성소의 다이아몬드는 가지고 있다.
언데드들에게는 천적과도 같은 아이템으로서, 네 가지 신성 마법이 기사단에 자동으로 걸렸다.
축복, 보호, 집중, 약간 빠른 회복.
네 가지의 단체 신성 마법으로 크레마 기사단은 언데드를 사냥할 때 최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전력상으로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 단숨에 쓸어버리고 위드를 잡으려는 계획이었다.
"쳐라!"
"모두 짓밟아라!"
하벤 왕국의 전쟁에서 증명되었던 크레마 기사단의 용맹!
기사단이 가속이 붙으면 그보다 10배가 넘는 적이라도 충분히 물리친다.
더구나 마법병단의 지원을 받는다면 기사의 전력은 무시무시할 정도로 올라간다.
크레마 기사단에서도 최고라고 불리는 10인의 기사들.
그들의 레벨은 380이 넘고, 완벽하게 갖춰진 무장 상태로 전투마를 타고 있었다.
기사단이 함께 움직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위력은 훨씬 배가되웠다.
속도와 뭉쳐 있는 파괴력이야말로 기사단을 특별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차피 기껏해야 위드는 1명이고 나머지느 언데드들이다. 돌격으로 모두 쓸어버리자!"
"우와아아!"
위드에게도 크레마 기사단의 돌격은 매우 위협적이었다.
지난번에 사용했던, 말을 타고 추격전을 벌이는 방식도 두번 사용할 것은 못 됐다.
"지면서 이기는 싸움을 해야겠군."
위드는 돌격하는 기사단을 보며 둠 나이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바르고 성채에서 데려온 이들이라, 그가 거느리고 있는 불사의 군단의 전력도 상당하다.
하지만 오랫동안 중앙 대륙에서 명성을 떨친 크레마 기사단의 돌격에 마법과 화살 공격까지 받으며 싸워서 이길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그래도 데스 나이트가 되었을 때 데리고 다니던 9,800구의 언데드보다 오히려 강했다.
그렇다면 싸움을 하며 피해를 주기에는 충분한 전력이었다.
"전투가 벌어지면 일곱이 기사 1명에게만 공격을 집중해서 죽여라. 그리고 말에서 떨어진 기사는 최우선 목표다. 목표가 아닌 다른 적들에게는 상관하지 마라."
"예, 알겠습니다."
위드는 뒤로 빠졌다.
언데드들은 시킨 일은 그럭저럭 해도, 생각하는 능력이 많이 떨어진다.
마법에 의하여 계속 타격을 받는 상태에서 위드의 승패에 연연하지 않은 무리한 명령을 수행하느라, 언데드들의 전열이 급속도로 빨리 무너졌다.
하지만 전투 와중에 크레마 기사단도 27명이나 사망했다.
마법과 화살이 타격한 지역을 관통하고 있는 동안 둠 나이트들이 위드의 명령을 철저히 수행한 덕분이었다.
기사단의 특성상, 돌격하는 동안에는 주변에 쓰러지는 동료 기사들을 돕기가 어렵다.
피해를 최소화하는 싸움을 해야 했지만 작렬하는 마법들로 정신도 없었고 의외로 언데드들이 빨리 무너지기에 조금 신을 냈는데, 기사들이 삽시간에 많이 사망하고 만 것이다.
"나름 소득이 괜찮아."
둠 나이트가 되었지만 무기와 ㄱ바옷도 제대로 갖춰 입지 않았던 위드는 바랍처럼 달려 불사의 군단 진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초등학교에서 처음으로 선생님에게 야단을 맞은 어린아이를 능가하는 고자질!
"인간들이 우리를 물리치려고 진군 해 왔다. 불사의 군단, 나아가서는 존경해 마지않는 바르칸 데모프 님을 업신여기지 않는다면 있을수 없는 일이다. 인간들을 그대로 두고 볼 것인가. 나와 함께 싸우자. 전투를 하러 가자!"
바르고 성채에서 사자후를 터트리며 고자질을 하자, 언데드가 금방 모였다.
"이, 인간들을 없애야 한다."
"나는 바르칸 님을 위하여 싸운다."
둠 나이트와 데스 나이트의 조합으로 부대를 구성하고 다시 출격했다.
그리고 폴론의 부대를 다시 실컷 괴롭히다가 전멸했다.
위드도 손해가 없지는 않았다.
연속 패배로 인하여 불사의 군단에서의 평판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그대의 부대에 속해서 무사히 귀환한 언데드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매번 도망만 치는 무능한 둠 나이트라는 말이 있던데. 그래도 아직은 믿을 수 있고 인간들이 더 싫으니 그대의 부하가 되겠다. 뜬소문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 다오."
위드는 지휘력을 바탕으로 언데드를 더 섬세히 다룰 수 있었다.
시간이 걸려도 모은 언데드를 바탕으로 하여 유기적인 전략과 전술을 펼치지 말란 법도 없다.
그냥 원래대로 엘프와 드워프들을 공격하는 방향으로 노력한다면 벤들러 기사단의 단장이 되거나, 정말 만의 하나의 행운이 따른다면 바르칸의 최측근이 되어서 본 드래곤을 부리하로 부리거나 타고 다닐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말만 들어도 흥분되는 본 드래곤 나이트.
베르사 대륙에 아직 탄생하지 못한, 다시없는 영광이었다.
언데드 군단을 이끌고, 본 드래곤에 탄 채로 인간들의 마을이라도 침략한다면 그 짜릿함과 전율이란!
"모라타만 가까이 없었어도 좋았을 텐데……."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곳에서 가까운 큰 도시는 모라타.
바르칸을 배신하게 되면 딱히 쓸모도 없어지는 평판이다.
언데드를 모으느 용도로 제대로 활용되고 있었다.
상대가 마법을 은화살을 쏴 주건 기사단을 출격시키든, 개의치 않는다.
"고맙게도 은화살이다. 스켈레톤들은 어서 달려가서 맞고 돌아와! 마나를 낭비시키는 것도 좋다. 기사단이 오면 이기려고 하지 말고 한두 놈씩만 차근차근 죽여라."
불사의 군단 퀘스트를 한 번도 실패하지 않으면서 쌓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비겁함과 야비함을 무기 삼아 백배로 되돌려주는 위드!
은화살은 1개, 2개 모아서 은괴를 만들었다.
쌓여 가는 은괴를 보면서 위드는 간사하게 웃었다.
"클클클. 역시 최고의 사냥터는 만들어 가는 것이었어."
폴론과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은 신출귀몰하게 움직이는 위드를 죽일 수가 없었다.
"한 번은 실수로라도 잡힐 만한데… 저렇게 잘 도망 다니는 놈은 처음 보는데요."
"레인저와 마법사들의 공격이 가능한 범위를 절묘하게 이용합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움직이면 진형이 흐트러지게 되고요."
위드는 언데드들에게만 전투를 시키고 뒷전에서 구경만 하다가 싸움이 끝날 때쯤 불사의 군단 진영으로 돌아가 버렸다.
위드만을 목표로 기사단도 출격시켜 봤다.
폴론이 선봉에 서기도 했지만, 언데드를 방패막이 삼아서 놔두고 빠져나간다.
그리고 기사단이 남은 전장을 저리할 때쯤에는, 위드는 더 많은 언데드를 끌고 왔다.
맛있는 반찬을 싸 온 날, 친구들을 놀리는 유치원생을 능가하는 야비함!
"클클클클."
위드는 스켈레톤들로 하여금 은괴가 잔뜩 실린 수레를 끌고 오게 해서 도발했다.
은화살을 쏴 달라고 약 올리기라도 하듯이, 언데드들이 일부러 느리게 슬금슬금 접근한다.
간혹 춤을 추거나 뒤로 돌아서서 거꾸로 걸어오기도 했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악역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위드는 심술궂었다.
그런데도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는 사람들은 위드만을 응원하고 있으니 환장할 노릇.
"이대로는 안 되겠다."
전투가 거듭되면서 폴론의 부대에도 야금야금 피해가 누적되었다.
크레마 기사들이 유저들로만 이루어져 있다면 레벨과 스킬 숙력도의 피해만 발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유저들보다 NPC가 더 많았기 때문에 규모가 갈수록 줄어들었다.
폴론에게 있어서 크레마 기사단은 어디까지나 아끼는 부하들이었다.
"놈이 퀘스트를 하거나 사냥을 할 때 우리가 기습을 하는편이 훨씬 더 낫겠다."
폴론 : 여기에 머무르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이대로는 위드를 죽이지 못할 테니 이동이나 퇴각을 허가해 주십시오.
폴론은 헤르메스 길드의 통신 채널을 통해 수뇌부에 요청했다.
그의 직속부대만 있는 게 아니라 길드로부터 마법병단을 지원받았다.
또한 이곳에 온 것도 길드의 명령으로 인한 것이었기 때문에 허가가 있어야 이동할 수 있었다.
라페이 : 지역의 장악은 중요합니다. 네크로맨서들을 포섭해야하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방송을 통해 전투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아직 우리의 손으로 위드를 죽이지 못했지 않습니까? 성공하기 전에 부대를 움직여서는 안 됩니다.
폴론 : 여기는 시야가 탁 트인 곳입니다. 암습을 할 수도 없으며, 마법과 화살의 사정거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경계를 넘어오지 않습니다. 넘어오더라도 그건 유인책입니다. 미꾸라지도 이런 미꾸라지가 없습니다.
라페이 : 그래도 계속 머무르십시오. 위드의 퀘스트를 방해하는것도 수확입니다.
위드가 더 이상 퀘스트를 성공시키지 못하도록 적극적으로 저지하는 것도 헤르메스 길드의 목표였다.
길드 수뇌부 입장에서는 폴론과 그의 부대 자체가 소모품이었기 때문에 위드의 발목을 잡아 두는 정도로도 충분했다.
#
"계속 싸우면서 피하지 않는다니 이상하군."
위드는 언데드 부대를 데리고 계속해서 폴론과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을 괴롭혔다.
그사이 바르칸을 잡기 위해서 모라타에서 출발했던 페일 일행과 검치들이 도착했다.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황소를 달려서 도착한 것이다.
"커험, 저놈들이냐."
검삼치가 황소에서 내리며 언덕 위에 있는 폴론의 기사단과 마법병단, 레인저 쪽을 쳐다보았다.
"아직 다 끝난 거 아니지?"
"사형들 몫은 남겨 놨습니다."
폴론도 바보는 아니라서 몇 번 피해를 입고 난 이후부터는 수비에만 주력했다.
언데드가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마법과 화살 공격을 하다가, 언데드들이 피해를 많이 입었다 싶으면 위치를 지키면서 싸웠다.
그래도 처음 왔을 때 크레마 기사단은 정원을 가득 채운 200명이었는데 지금은 127명으로 규모가 줄었다.
대신 1천의 레인저와 마법병단의 마법사 130인은 아직 그대로 건재했다.
위드도 불사의 군단에서의 평판이 형편없을 정도로 나빠졌지만, 크레마 기사단이 73명이나 줄어들었다는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은 폴론과 비할 바는 아니었다.
하벤 왕국에서 보병과 함께 진군하면 어지간한 성은 그대로 점령할 수 있었던 크레마 기사단이었지 않은가.
검치들은 타고 온 황소에서 음식 재료들을 내려놓았다.
"위드야, 배고프다. 불고기나 해 먹자꾸나."
맛있고, 빨리 익혀서 먹을 수 있는 불고기.
얼른 먹고 더 먹고 많이 먹기 위해 검치들은 모라타에서부터 음식 재료들을 가져왔다.
헤르메스 길드가 가까운 장소에 있거나 말거나 밥 먹고 싸우면 될 뿐!
위드는 양념 불고기를 만들어서 굽고, 검치들의 검과 갑옷을 넘겨받았다.
"많이 낡았군요."
"바다에 다녀와서 그래. 고칠 수 있겠냐?"
검치들이 쓰던 검은 듬성듬성 이도 빠지고, 내구력이 20도 남지 않았다.
"완전히 부서지지 않았다면 어려운 일도 아니죠."
위드는 수리를 해서 최대 내구력을 복구하고, 숫돌을 꺼내서 검날을 시퍼렇게 갈았다.
"안녕하세요. 둠 나이트가 잘 어울려요."
"벨로트님도 오랜만입니다."
페일은 신중한 성격답게 폴론의 진영을 정찰하고 돌아왔다.
"으흠, 저들이 헤르메스 길드라……. 레인저들을 보니 만만치 않겠군요. 참, 오늘은 메이런도 같이 왔습니다."
"시간이 됐나 보죠?"
"이번에는 확 사표 써 버릴 수 있다고 했거든요."
매번 일하느라 중요한 전투에는 끼지 못했던 메이런도, 이번에는 큰 결심을 하고 휴가까지 내서 바르칸 사냥을 위해 왔다.
이렇게 위드가 동료들과 평범한 대화를 나누는 걸 보며 모라타에서 온 성기사와 사제들은 새삼 감탄했다.
'저런 배포는……! 큰 전투를 앞두고도 긴장을 하지 않는군.'
'헤르메스 길드가 무섭지 않은 걸까?'
위드는 숫돌에 슥삭슥삭 검을 갈면서 성기사와 사제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위드 님!"
군기가 바짝 들어 있는 성기사화 사제들!
위드가 둠 나이트였기 때문에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위드는 성기사와 사제들을 찬찬히 훑어 보다가 말했다.
"혹시 필요한 물건 있으세요?"
"네?"
"알뜰 구매 한번 해 보실래요?"
그러면서 배낭에서 꺼내는 것은 온갖 잡템들과 녹슨 무기류, 사제들이 사용하는 불량 메이스류였다.
사제들이 쓰려면 신앙심은 올려 주는 스탯이나 신성력이 가장 중요한데, 언데드의 손에 닿아서 그런 것들은 말끔히 사라지고 난 고물이었다.
위드가 끌고 오는 언데드들과 주기적으로 싸우던 폴론과 헤르메스 길드 측에서도 난리가 나 있었다.
"저들은 누구야?"
"위드의 동료들인가?"
"여기까지 온 이유를 모르겠군. 설마 위드를 도와서 우리를 공격하러 온 건 아니겠지?"
위드에 대해서 조사를 했을 때에는, 주로 혼자 다니거나 소수의 동료들과만 함께한다고 했다.
그런데 사제와 성기사들을 비롯하여 검치들도 구성된 1,000명이 넘는 인원이 도착한 것이다.
위드는 개인적인 싸움이 있을 때에는 도와달라고 먼저 요청하는 성격도 아니었다.
바르칸 데모프를 사냥하기 위해서 모라타에서 출발한 인원이 도착한 거라고는, 폴론 측에서는 짐작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큰일 났다."
폴론과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에게는 완전히 날벼락이었다.
#
로열 로드와 관계된 게시판마다 위드와 헤르메스 길드의 싸움이 화제였다.
- 위드, 빛나는 별의 몰락
- 헤르메스 길드야말로 베르사 대륙 최강의 세력인가?
게임 방송사에서 중계를 해 주면서, 위드가 다시 폴론의 부대를 몰아붙이는 모습이 나왔다.
그러자 여론도 급반전되었다.
- 위드의 진면목
- 헤르메스 길드, 드디어 숙적을 만나다
- 폴론과 그의 긍지 높은 기사단, 마법병단, 레인저들이 언데드들에게 맥을 못 추고 있음
- 위드의 지휘 능력, 과연 한계가 어디인가?
여러모로 초미의 관심사가 되어 있었다.
일반 유저들 사이에서는 위드를 응원하는 쪽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각 방송사에서도 전투가 벌어질 때마다 위드를 편들어 주는 말을 많이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냥 방송만 해도 시청률이 평소보다 2~3배씩 늘어나는 즐거운 상황!
방송 관계자들은 입가에 웃음을 매달고 살았다.
"요즘처럼만 계속 싸워 주면 더 바랄게 없겠네."
"광고도 금방 붙고……. 방송을 안 보던 사람들도 많이 봐 주는 거 같아."
아예 계속 언데드를 끌고 폴론의 부대와 싸움을 했으면 바랄 정도였다.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이 죽어 나갈 때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겁기 짝이 없다.
그런데 위드의 지원군이 도착했다.
대규모 성기사와 사제들은 그 힘이 막강할 뿐만 아니라 치료와 축복 능력 때문에 장기전으로 갔을 때에는 결정적인 역활을 한다.
방송국의 진행자들은 생방송으로 여러 추축들을 이야기했다.
"성기사와 사제들이 착용한 장비를 보면 레벨은 헤르메스 길드 쪽이 더 높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직업적인 조합을 무시할 수가 없겠죠."
"저기 검사들로 보이는 이들의 장비는 많이 낡았습니다. 전투에 쓸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지경인데요?"
"언데드와 신성력은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데요, 위드도 언데드를 쓰기에 곤란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전히 헤르메스 길드 측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결과는 싸워 봐야 알 것 같습니다. 굳이 한쪽을 택하라면 헤르메스 길드가 이길 것으로 예상하겠습니다."
"이제 언데드가 아닌 유저들로 구성된 병력을 거느리고 있다면, 위드도 싸움을 붙이고 도망치는 방식을 더는 쓰지 못할 겁니다."
방송국마다 견해가 조금씩 달랐다.
하지만 대부분 폴론의 부대 쪽이 레벨은 더 높을 테니 그들이 우세할 거라고 전망했다.
#
모라타에서 온 사제들과 성기사들은 그들끼리 모여서 회의를 했다.
"우리도 싸워야 되는 걸까요?"
"바르칸과 싸우는 줄로만 알고 왔는데……."
전설적인 몬스터보다 헤르메스 길드의 위세가 더 무서웠다.
당장 보복을 당할 수도 있으며, 차후 헤르메스 길드가 더욱 커지게 되면 정말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될지도 모른다.
왕국 규모로 커진 길드를 거스르기란 곤란할 수 있는 일.
"그래도 저는 위드 님의 모험을 좋아했습니다. 바르칸을 잡으러 왔지만 여기까지 와서 빠질 수도 없으니, 같이 싸울래요."
"어디 싸워서 이겨 보죠, 뭐. 원래 저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성기사들은 중앙 대륙에서 시작했던 유저들이기 때문에 헤르메스 길드의 힘을 누구보다 더 잘 알면서도 싸우기로 결정한 사람이 절반을 넘었다.
물론 이미 헤르메스 길드의 공격대와 호각으로 싸우는 위드가 아니었다면 감히 전투에 끼어들 생각도 하지 못했으리라.
헤르메스 길드의 무자비함도 한몫을 했다.
"이곳에 끼었다는 것만으로도 헤르메스 길드는 우리를 내버려 두지 않을 거예요."
"위드와 전투에 참여하기로 한 분들이니 남은 사람들도 안전하지 못할 겁니다. 차라리 다 같이 싸우기로 하죠."
각자 결정을 내린 사제들과 성기사들이 위드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서 말했다.
"저희도 같이 싸우겠습니다."
결의에 차서, 위드에게 동료가 되겠다고 말하는 유저들이었다.
영화처럼 감동적인 분위기가 될 수도 있었지만 위드는 고개를 저었다.
"곤란합니다."
"괜찮습니다. 저희도 앞가림은 할 줄 압니다. 앞으로 헤르메스 길드로부터 어떤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이건 제 몫입니다."
"네?"
"사형들에게는 양보할 수밖에 없지만, 늦게 온 여러분은 자격이 없습니다."
위드는 폴론의 부대를, 뜬금없이 몰려와서 나눠 달라고 하는 성기사와 사제들에게 절대 내줄 수 없었다.
이게 콩 한쪽까지 나눠 먹자고 요구하는 파렴치한들과 뭐가 다를 것인가.
연락 끊긴 지 5년이 넘는 친구가 결혼한다면서 청첩장을 보내는 것보다 약간 나은 수준!
성기사와 사제들은 검치들에게 간단한 축복 마법을 쓰는 정도로 역활을 다하고 싸움에는 끼지 못했다.
폴론도 위드를 돕기 위해 온 지원군들이 만만치 않게 느껴져서 헤르메스 길드와 긴급 협의에 들어갔다.
타르킨 : 저들이 착용하고 있는 장비 일부는 하급품입니다. 레벨이 200만 넘어도 입지 않는 것들입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동영상을 보고 장비들의 내력을 분석했다.
KMC미디어를 비롯한 여러 방송국에서 생중계도 진행하고 있었지만,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무기 상인과 대장장이들이 즉시 정보를 알아냈다.
폴론 : 그러면 무시해도 되겠군. 레벨이 200 정도라면 마법 저항력도 약할 것이고, 그럼 마법병단을 불러서 쓸어버리면 될 일이니까.
타르킨 : 그 뜻이 아닙니다.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인데……. 착용하고 있는 방어구들은 확실히 초보들이 입는 것이 꽤 됩니다. 그것도 관리 상태가 상당히 안 좋습니다.
잘 제련된 최상의 판금 갑옷을 입고 있는 크레마 기사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검치들의 방어구는 허술하다.
음새가 뜯어져 있거나 보호대의 일부가 깨져 있기도 했다.
어떻게 저런 방어구를 입고 돌아다니는지가 의문스러울 수준이었다.
타르킨 : 하지만 들고 있는 검은 최소한 레벨이 320을 넘어야만 쓸 수 있습니다.
폴론 : 320이나?
타르킨 : 힘과 민첩의 제한이 높아서, 사실상 320의 레벨로는 들 수 없는 검입니다. 350은 넘을것으로 보입니다.
위드가 조각품을 만들면서 착실히 스탯을 올렸다면 검치들은 육체 단련과 검술 수련, 용맹한 사냥으로 스탯을 올렸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검치들이 많이 착용하고 있는 울림의 검이나 장대한 투쟁의 검, 마법검은 레벨이 350은 되어야 쓸 수 있었다.
폴론 : 최소 350이라면 매우 껄끄러운 적들이군.
검치들은 외모만 봐도 왠지 한가락씩 하게 생겼다.
레벨이 높다고 하니 오히려 쉽게 납득이 가는 상황!
지원군까지 도착했으니 위드에게 날개가 달렸다고 봐야한다.
여전히 레인저와 마법병단이 있었기 때문에 쉽게 접근전이 벌어지진 않겠지만 전력의 균형은 넘어간 것 같았다.
폴론 : 이곳에서 장기간 계속 주둔하는 것은 어렵겠습니다. 길드에서 새로운 지휘명령을 내려 주시죠.
폴론이 위드로부터 공격을 받으면서도 버텼던 건 퀘스트를 방해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젠 그들의 안전조차 위험하게 될지 모른다.
라페이 : 알겠습니다. 그래도 한 번은 싸워서 이기고 움직이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폴론 : 저도 그런 부분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기사단의 기동력이 뛰어나지만 레인저와 마법병단이 따라오려면 저들과 싸워서 한번은 물리쳐야 됩니다.
라페이 : 이길 수 있겠습니까? 더 많은 지원 병력을 미리 보내지 않은 것은 미안하지만, 헤르메스 길드의 이름으로 나간 전투에서 패배하는 건 곤란합니다.
폴론 : 싸워 봐야 알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유리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성기사와 사제들도 위드와 함께 싸운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폴론은 쉬운 전투가 아닐 거라고 여겼다.
폴론 : 상황이 어려우니 헤르메스 길드에 가입한 네크로맨서들에게도 협조를 구하려고 합니다. 그들이 도와준다면 상당한 전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적어도 사제들의 마나를 낭비시키는 데는 도움이 되겠죠.
라페이: 마법병단과 레인저에, 언데드의 조합이라……. 나쁘지 않겠군요. 허락합니다.
헤르메스 길드가 위드를 노골적으로 적대하는 이상, 폴론의 부대가 패배한다면 자부린을 포함한 네크로맨서들도 된 서리를 맞을 수 있다.
그럴 바에야 아예 같이 싸워야 한다는 폴론의 의도를 라페이는 받아들였다.
각 방송국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나달리아 평원에서의 전투!
연락을 받은 네크로맨서들이 팬텀 스티드를 소환해서 허겁지겁 날아왔다.
하지만 전투는 뜻하지 않게 조금 늦춰지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검치들이 불고기로 양이 차지 않아서 갈비까지 굽고 있기 때문이었다.
많은 시청자들과 유저들이 전투가 벌어지기만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