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24권 : 3. 목숨보다 무서운 견적 (121/520)

3. 목숨보다 무서운 견적

"이제 몸 좀 풀어 볼 시간이군."

검치들은 불고기와 갈비에 얼큰한 찌개까지 먹고 나서야 싸우기 위해서 일어났다.

먹고 자고 싸우는 일만 매일 일어나면 행복한 그들이었다.

시간을 지체한 틈에 폴론의 부대는 헤르메스 길드에 가입하기로 한 네크로맨서의 증원군을 받아들였다.

언데드 군단까지 보유하게 된 폴론에 비하여, 위드와 검치들은 사제와 성기사들의 도움을 계속 거절했다.

"사형들이 있으니 괜찮습니다."

검치들만 있다면 베르사 대륙에서 어떤 싸움이라도 할 수 있다.

드래곤을 상대로도 호기롭게 뛰어들 수 있는 사람들이 검치들이었다.

단지 결과는 숯불구이 신세를 면하기 어렵겠지만 말이다.

"정말 이길 수는 있는 거야? 헤르메스 길드를 상대로 만용을 부리는 건 아닌지……."

"언데드에게 싸움을 시키고 도망치는 게 고작이었잖아. 저쪽에도 이제 언데드가 있고 네크로맨서들의 도움까지 받고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이기려고 하는 거지?"

성기사들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걱정스러워했다.

바르칸을 사냥하기 위해서 이곳까지 왔다.

위드를 믿고 있었지만, 검치들과 동행해서 이곳까지 오면서 본 모습들이 먹고 자는 것뿐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고레벨 유저라면 다 하는 레벨이나 스킬, 장비 자랑 따위는 일절 없었으니까.

전투가 벌어지고 난 뒤에야 비로소 진가를 보여 주는 게 검치들이었다.

위드에게는 나름 계획도 서 있었다.

"언데드들이라… 여러모로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지금까지는 싸움만 붙이고 도망갔다면, 이제 전투를 지휘해야 할 시간이다.

위드는 싸움에 대한 각오를 다시 다졌다.

"성소의 다이아몬드, 레벨, 숙련도, 잡템……."

헤르메스 길드에 대한 뿌리 깊은 원한!

마레이로부터 돌려받은 트레세크의 뿔피리와 옥새는 품안에 있었다.

"전투를 개시하자."

따각. 따각. 따각.

위드의 명령이 떨어지자 말발굽까지 맞춰서 이동하는 데스 나이트와 둠 나이트들이었다.

아이템으로 권위와 지휘능력을 되찾고 언데드 부대를 통제했다.

검오치가 물었다.

"우리는 어떻게 싸우면 되는 것이냐?"

위드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대답했다.

"사형들은 싸우고 싶은 곳에서 싸우시면 됩니다. 화살과 마법이 무서우니 조심하시고요."

"그거야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새로 배운 스킬이 있는데, 화살을 피하기에는 그냥저냥 쓸 만한 편이거든."

위드의 언데드들이 말을 타고 접근하면서, 폴론의 진영에서도 전운이 감돌았다.

폴론과 크레마 기사단, 제7마법병단, 레인저 부대에 속해있는 유저들은 위드와 검치들만이 언데드를 따라오는 것을 보며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성기사와 사제들은 움직이지 않는 모양이군."

"저들만 가세하지 않는다면야 쉬운 싸움이 될 수 있겠는데요."

가장 까다로운 전력인 사제들만 없다면 얼마든 이길 수 있다.

헤르메스 길드 측에는 전투에서 매우 큰 역량을 발휘하는 네크로맨서들까지 추가되었다.

위드도, 언데드만 싸움을 붙이고 빠지는 전술은 검치들이 있기 때문에 이제는 쓰지 못하리라.

이번 한 번만 진짜 싸움을 하면 되는 것.

폴론의 진영에서 창을 든 기사 1명이 혼자서 말을 타고 앞으로 달려 나왔다.

"나는 크레마 기사단 소속 반 페르트다. 그쪽에도 사람이 있다면, 누가 나서서 나와 싸우겠는가!"

 + 크레마 기사단에서 기사의 결투를 신청하였습니다. 결투를 받아들이시겠습니까? 

 + 결투에서 이긴 쪽은 많은 명성을 얻으며, 부대의 사기가 오릅니다.

 + 결투를 거절하거나 지게 되면 부대 전체의 사기가 감소할 것입니다.

본격적인 전투에 앞서서 기사전을 신청한 것이다.

크레마 기사단 측에서는 위드만 나서지 않는다면 그들이 이긴다고 보았다.

또 위드에게 죽는다 해도 잃을 게 없었다.

위드와 검을 맞대고 싸우는 것도 기사를 택한 유저로서는 큰 영광이었던 것이다.

"내가 나간다!"

검삼백오십일치가 황소를 타고 앞으로 나갔다.

 + 양측의 결투가 성립되었습니다.

 + 결투 중에도 부대를 움직이거나 전면전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 결투에 난입하여 상대방을 죽여도 됩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비겁자라는 호칭이 붙으며, 병사들의 충성도가 크게 감소할 것입니다.

위드와 검치들은 그냥 편하게 구경이나 하기로 했다.

로열 로드에서 적용되는 레벨이나 스킬에 따라서 검삼백오십일치가 질 수도 있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지만 걱정하진 않았다.

"지면 앞으로 1달간은 화장실 청소지."

"매일 오천 번씩 내려치기를 연습시켜야죠."

그저 잔혹한 형벌이 기다리고 있을 뿐!

반 페르트와 검삼백오십일치는 말과 황소를 타고 두 바퀴를 크게 빙글빙글 돌았다.

상대의 허실을 간파하기 위한 탐색전!

숨을 거칠게 내쉬면서 적을 관찰했다.

그러다가 거의 동시에 상대방을 향해 말과 황소를 달렸다.

"이랴!"

푸히히힝!

"가자."

음머어어어!

기사는 말에서 창을 높이 들었고, 검삼백오십일치는 소에 탄 채로 가볍게 검집에 손을 올렸다.

기사들의 마상 결투는 굉장히 위험하다.

말과 함께 최대의 속도를 내서 한 지점을 공격하기 때문에 막대한 무게가 실리고, 방어력의 한계를 넘는 공격력을 발휘한다.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게 아니라 서로를 향하여 돌진한다면 단 일 합, 눈 깜짝할 사이에 승부가 결정지어지는 게 마상결투였다.

그리고 둘이 스쳐 지나간 직후 땅에 떨어진 것은 기사 쪽이었다.

 + 명예로운 결투에서 아군이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 명성과 사기, 충성심이 증가합니다.

"……."

폴론의 진영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고, 위드 쪽에서도 승리의 함성은 없었다.

"화장실 청소는 못 시키겠군."

"설거지도 담당시키려고 했는데……."

이긴 것이 전혀 놀랍지 않다는 태도였다.

검삼백오십일치는 로열 로드에서 오히려 그의 재능이 꽃을 피웠다.

레벨과 검술 스킬을 올리고 몬스터를 잡는 것이 좋아서, 지금까지 훈련을 하지 않을 때는 내내 사냥을 위주로 했다.

검치들 중에서 가장 높은 레벨인 380대였으니 크레마 기사와 싸워서 이기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상대의 눈빛과 어깨의 움직임, 호흡만 보고도 공격할 위치를 간파했기 때문에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나와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자가 있으면 나오라!"

검삼백오십일치가 폴론의 진영을 향해서 외쳤다.

방송에도 중계되고 있을테니 배에 힘을 주고 어깨를 쫙 폈다.

'동생들이 날 보겠지.'

동생들도 로열 로드의 열혈 팬이었다.

가족들이 본다고 생각하니 더욱 멋진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

"발머라고 한다. 그 콧대를 꺾어 주겠다!"

"네케르다. 어디 이름도 없는 놈이 운이 좋았구나. 이제 죽여주마!"

크레마 기사 4명이 연달아서 도전을 했고, 검삼백오십일치에게 모두 패배했다.

전력 질주를 해서 맞부딪치고 말에서 떨어지면 최소 전투불능이거나 사망이다.

3명이 죽고 2명이 죽기 직전의 상태에 다다르자, 크레마 기사단에서는 도전자가 더 나오지 못했다.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지기도 전에 폴론이 결투에 나선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았고, 다른 기사들이 나가서는 이길 수가 없다.

크레마 기사들이 줄어들면 전력 손실도 막대했기 때문에 누구도 더 이상은 섣불리 결투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었다.

 + 상대방이 결투를 포기했습니다.

 + 전투를 시작하기 전에 전체 아군의 사기가 최대치가 됩니다.

검삼백오십일치는 카리스마와 투지, 힘, 민첩 등의 여러 스탯과 검술 스킬의 숙련도 그리고 많은 명성도 얻었다.

폴론이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이제 싸울 시간이다! 언데드들은 진군하라!"

시작은 너무나 안 좋았더라도, 아직 진짜 전투가 벌어진것도 아니다.

네크로맨서들이 부리는 언데드를 앞세워서 전투를 개시하고 레인저와 마법사들이 활약을 하면 이 정도는 극복할 수 있다.

그를 위하여 레인저와 마법사들이 언데드의 뒤쪽에 배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위드가 사자후를 터트렸다.

"언데드들이여, 들어라!"

폴론과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은 위드도 불사의 군단 소속 언데드를 먼저 앞세워서 전투를 하려는 것이라 짐작했다.

그리고 코웃음을 쳤다.

"우리 쪽에는 네크로맨서가 있지. 쓰러진 언데드도 다시 일으킬 수 있으니 전투가 일어나면 우리가 무조건 이득이다."

검치들의 레벨이 높고 수도 많았지만, 전부 직접 전투형직업들이다.

시체들이 만들어진다면 네크로맨서들에 의해 헤르메스 길드에 지극히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다.

"모든 언데드들의 아버지, 지극히 존귀하신 바르칸 데모프의 이름을 걸고 말한다."

위드의 사자후가 광량하게 전체 진영을 휩쓸었다.

이쯤 되자 헤르메스 길드 측에서도 약간 불안감을 느꼈지만, 그래도 설마했다.

그것만큼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가장 나쁜 경우이기 때문이다.

"바르칸 데모프를 따르는 나를 공격하는 것은 언데드로서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 암흑 군단의 율법을 따르라! 나의 적은 너희에게도 적! 바르칸 님을 위하여 싸우라! 죽여라!"

 + 스킬 사자후를 사용하셨습니다.

 + 사자후 스킬의 영향 범위에 있는 모든 아군의 사기가 200% 상습합니다.

 + 존재하는 모든 혼란 상태가 해제됩니다.

 + 5분간 통솔력이 285% 추가 적용됩니다.

위드의 언데드로서의 지위는 바르칸의 직속 부하!

그에 비한다면 네크로맨서들은 소환자의 신분이었다.

데스 오라의 범위에 있었기 때문에 언데드들은 바르칸의 존대를 직접적으로 느낄 뿐만 아니라 그의 힘에 영향을 받는다.

위드가 권력을 남용하니 통솔력과 지배력, 충성도의 싸움이 된 것이다.

데스 나이트들이 먼저 돌아섰다.

"바르칸 님의 명령을 따라야 한다."

"우리의 거스를 수 없는 군주이며 영원한 생명의 권한을 가진 바르칸 데모프님의 지위를 존중합니다."

네크로맨서들이 소환한 언데드부대가, 위드의 말에 따라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레인저와 마법사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이 미친 언데드들 좀 누가 어떻게 해 봐!"

"네크로맨서들은 어서 이놈들을 역소환해 줘!"

레인저들의 경우, 가까운 거리에서의 전투에서는 활을 사용한 공격을 하기가 어려웠고 방어력도 약했다.

비싼 활대로 언데드의 공격을 막으면서 유저들이 고함을 질렀다.

그래도 그나마 이들은 상황이 훨씬 나은 편이었다.

마법사들은 매우 강한 공격력을 가지고 있는 대신에 마법시전에 긴 시간이 필요했으며, 낮은 생명력과 방어력을 가졌다.

지혜를 높이면서 체력과 힘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있는것이다.

그런 그들이 언데드들의 습격을 받자, 순식간에 사망자가 속출했다.

미리 발현시켜 놓았던 공격 마법이 마법사의 죽음으로 폭발하면서 폴론의 진영은 완전히 난장판이 되어 갔다.

"언데드가 역소환이 되지 않습니다."

"무슨 미친 소리야! 자기가 소환한 몬스터를 되돌릴 수 없다는 게 말이 돼?"

"여기는 바르칸의 영역으로, 언데드들을 유지시켜 주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언데드들을 막기 위하여 크레마 기사들이 급하게 투입되었다.

마법사들은 매우 귀중한 전력으로, 1명도 잃어버리기 아까웠기 때문이다.

"언데드여, 진격하라!"

위드는 둠 나이트와 데스 나이트 기사대를 출전시켰다.

시간과의 싸움. 적들을 혼란에 빠뜨렸으니 수습하기 전에 공격해야 성과를 올릴 수 있다.

"라면도 익자마자 먹어야지. 내버려 두면 면이 퉁퉁 불어터지고 말아."

때를 놓쳐서는 곤란하다는 깨달음을 주는 사례.

냉장고에 처박힌 채 유통기한을 넘겨 버린 음식만큼 아까운 것이 없다.

언데드 기사대가 최대 속도로 적들을 향하여 돌진했다.

폴론의 진영 측에서는, 처음에는 미숙한 점들이 다소 있었더라도 위드와 여려번 싸움을 치러서 대응 능력이 많이 올라 있었다.

위드는 전투의 기본서라고 불러도 될 정도였다.

적으로 싸우다 보며 배운 점으로는, 포기할 부분은 빨리 택하고 진형 변호는 수시로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충 싸우는 게 아니라 가지고 있는 병력 효율의 극대화를 끊임없이 이루면서 유혹하고 교란하여 함정에 빠뜨렸다.

폴론은 부대에 명령을 내렸다.

"기사들은 언데드에 맞서 마법사들을 지켜라. 레인저들은 지금 출발한 언데드 부대에 화살을 쏘도록. 전투를 구경하지말고 내가 내린 명령만 따르라."

위드는 객관적인 수치상 더 강한 적들과 싸워 본 경험이 많았기에 전력을 쥐어짜 낼 줄 알았다.

모든 부대들에 명확하게 임무를 부여하고, 그들을 조합하여 결과를 만들어 낸다.

폴론도 그와 자주 싸우면서 보고 배운 바에 따라 부대 운용을 적극적으로 하려고 했지만 때늦은 감이 있었다.

"이게 다 얼마야."

위드는 폴론의 대응이나 뒤섞여 있는 레인저와 마법사, 언데드들을 보며 벌써 견적을 뽑았다.

이거야말로 로열 로드에서는 사형선고라고 부를 수 있는 일!

크레마 기사들은 전쟁에도 동원되었고, 무고한 상인들의 습격같은 나쁜 짓도 많이 저질렀다.

그 탓에 악명도 굉장히 높고, 살인자 상태가 유지되고 있었다.

하벤 왕국의 정식 소속이라서 살인자 상태이더라도 부작용은 적었지만, 죽게 되면 내놓아야 하는 아이템은 매우 크다.

값비싼 풀 플레이트 메일을 통째로 떨어뜨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유린이 옷 한 벌 사 주고, 할머니도 겨울 외투 한 벌 사드리고… 요즘에 은행에 특판예금이 하나 떴던데."

저축 계획까지 세우고 있는 위드였다.

#

KMC미디어를 비롯하여 게임 방송국들이 합계 시청률이 사상 최대에 육박했다.

 + 게임 방송사 통합80%가 넘는 시청률!

 + 게임 방송사의 절반 이상이 이 전투를 방송했다

 + 로열 로드 유저들 중에서 모르는 사람을 찾기 어려운 전투!

그다음 날 뉴스의 제목들이었다.

위드와 헤르메스 길드의 전투가 이미 예상되어 있었기에, 많은 시청자들이 기다렸다가 보았다.

광고주들도 예약을 받아서 중간 광고를 했기 때문에 대단히 만족스러워했다.

전투는, 위드의 명령에 따라서 언데드들이 돌아서서 피해를 입히고 진형을 무너뜨렸다.

미리 대비를 하고 있었더라면 피해를 적게 받고 수습하는 시간도 줄일 수 있었겠지만, 어쨌거나 폴론이나 그의 진영에 있는 레인저와 크레마 기사들은 당황한 와중에도 잘 싸우는 듯했다.

그러나 이어서 돌격한 검치들이 압도적인 힘으로 짓밟아 버리는건 버텨 내지 못했다.

최고의 명장면중의 하나였다.

"빨리 다 죽이고 해장국이나 한 그릇 하자."

"어디 새로 익힌 스킬이나 시험해 볼까? 분검술!"

"밥 먹어야 되지만 너희도 어쨌든 검에 목숨을 건 인생을 살고 있지 않냐. 그러니 최선을 다해 봐라."

용맹 높던 크레마 기사들이지만, 검치들과 붙으니 가차없이 짓뭉개져 나갔다.

검치들의 공격력이란 기사들을 정면에서 압도할 지경이었다.

혼란 상황이었고, 크레마 기사들은 그 점에 큰 충격을 받아 지금까지 보였던 실력을 반도 내보이지 못했다.

"이놈들 왜 이리 약해."

"전에 잡았던 대왕 오징어보다 진짜 약하네."

"바닷속에서 싸우던 갑갑함에 비하면 정말 여기는 편하구나."

검술 마스터 애쉬의 비기도 사용되면서, 크레마 기사들과 시청자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분검술이 시전되면 검치들의 분신이 2개에서 4개 정도씩 나타났다.

스킬 숙력도의 탓도 있었디만 지혜와 지식이 너무나도 낮아서 그 이상은 무리였다.

그럼에도 수습조차 되지 않는 속도로 빠르게 무너지는 기사들의 진형!

스킬의 숙련도가 낮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기사들이 지푸라기처럼 쓰러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검치들은 크레마 기사들보다 평균 레벨도 뒤처지지 않았고, 검술 스킬, 승부욕, 경험은 훨씬 많았다.

지옥 밑바닥에 던져 놓더라도 강한 몬스터를 찾아 돌아다닐 천생 싸움꾼들!

위드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갑옷이 마음에 드는군!"

기사들 중에서도 레벨이 높은 자들만 잘도 골라 거침없이 베면서 다닌다.

"헤라임 검술!"

혼자 외롭게 싸우지 않아도 되었다.

검치들이 있으니 방어에 신경을 덜 써도 되었고, 고립되는 것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먹을 것이 널렸구나!"

그저 전투를 위해서 태어난 것처럼, 크레마 기사들을 베었다.

위드가 탄 말은 바르칸의 마법에 의하여 대단히 빠르고 흉포했다.

얼굴 생김새까지도 말이 아니라 몬스터에 가까울 정도다.

그런 말이 독한 주인 만나서 제대로 길들여진 후에 전장을 헤집으며 뛰어다녔다.

바람처럼 누비는 자유로운 둠 나이트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눈에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향후 기사를 직업으로 선택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지게 될 것을 예고하는 부분이었다.

위드가 불사의 군단에서 데려온 언데드를 견제하느라 레인저들은 공격할 타이밍을 높쳐 버렸고, 이어서 검치들이 크레마 기사들에게 달라붙는 순간 전투는 끝난 것이나 다름 없었다.

레인저와 마법사, 거리에 강점을 두고 있는 병력 편성에 기사단까지 있었지만, 순식간에 무너져서 어느 하나의 장점도 살리지 못했다.

일방적인 학살이었고, 위드의 표현대로라면 조금 편한 수금이었을 뿐!

폴론은 성소의 다이아몬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언데드에 대해서는 유리한 점이 있었지만, 검치들은 인간이라서 해당 될 일도 없었다.

상대를 찾지 못한 검치들의 일부가 레인저와 마법사들에게 덤벼들었고, 네크로맨서들에게도 향했다.

폴론도 끝까지 싸우면서 검치들 셋을 베었지만, 다른 검치들에 의해서 사망했다.

보통은 싸우면서 몇 명을 죽이면, 자신은 죽지 않으려고 겁을 먹어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검치들은 잘 싸우는 상대를 다른 이들에게 뺏기지 않기 위해 서로 경쟁해가며 몰려들었다.

폴론의 레벨이 아무리 높다고 해도, 결투가 아닌 전투에서 검치들의 합공을 받으며 멀쩡할 정도는 아니었다.

"설거지와 화장실 청소 담당이 정해졌군."

"빨랫감도 많이 쌓였습니다, 사형."

위드는 그렇게 수금을 마치고, 검치들은 싸워서 이긴 자리에서 말고기를 구워 먹었다.

시청자들은 게임 방송사와 로열 로드의 각 게시판에 시청소감을 올렸다.

 +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시원합니다.

 + 일주일간 화장실을 가지 못하던 제가 시원하게 일을 치를 수 있었어요.

 + 실수를 해서 팀장님한테 깨지고 난 후에 퇴직을 고려할 정도의 우울증에 걸려 있었거든요. 지금 완전 신나요!

 + 몸살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방송을 보고 자고 일어났더니 개운하네요.

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현상들을 본인이 겪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며, 여러 방송국을 돌아가면서 시청하는 유저들도 많았다.

재방송이니 중요 부분 편집 방송이니 해서 방송국마다 열심히 다시 보내는 바람에 하루에도 몇 번씩 볼 수 있을 정도였다.

헤르메스 길드를 비롯한 명문 길드들이 저질렀던 악행들이 있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더욱 위드의 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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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득수 회장은 서윤의 건강 상태에 대해 정기적으로 보고를 받았다.

"의사소통에 무리가 없고,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적응이 빠르다니 좋은 소식이군."

서윤이 사회생활도 가능할 정도로 회복이 된 건 그를 기쁘게 만드는 소식이었다.

"하지만 이현이라는 청년과 너무 가깝게 지내는 것 같은데……."

정득수 회장은 경호원들을 통해서 둘이 여행을 다녀왔다는 사실도 들었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펄쩍 뛰고도 남을 일이었지만, 서윤의 마음에 상처가 생길지도 몰라 말리지도 못했다.

재계에서는 냉혈한이라고 해도 딸에게는 보통의 아버지일뿐이다. 

"그래도 평범한 남자보다는 보다 훌륭한 조건을 갖춘 남자와 만났으면 좋겠는데 무슨 방법이 없겠소?"

서윤에 대해서 보고하던 차은희 박사는 책상에 서류를 내려놓았다.

"아시다시피 서윤의 심리 상태가 안정적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강제로 둘을 갈라놓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될지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그건 나도 알고 있소. 우리 애의 마음이 다치지 않는게 최우선이 되어야겠지."

정득수 회장은 이현에게 손끝 하나도 건드릴 수 없는 처지였다.

"염려하시는 부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회장님이 보시기에 괜찮은 남자를 소개시켜 주는 건 어떨까요?"

"그래도 되겠소?"

"회장님이 일부러 자리를 만들어서 소개해 주는 게 아니라, 서윤이의 근처에 머물면서 일상생활에서 많이 만나게 해주는 거죠."

"자주 보며 정을 쌓게 만든다라. 좋군!"

서윤에게 강제로 만나게 하는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맡겨두는 일이었다.

'H그룹의 장남이 말도 잘하고 외모도 뛰어났지.'

정득수 회장과 H그룹은 업무상 가까운 관계일 뿐만 아니라, 직접 만나 본 그는 사내다우면서도 여자를 잘 배려하는 세심한 성격까지 갖춘 남자였다.

'서윤과는 잘 맞겠군.'

차은희는 화장실을 나오면서 생글생글 웃었다.

"서윤이의 마음이 그렇게 쉽게 바뀔 수 있을지……."

이현에게 어떤 비결이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서윤은 그를 볼 때마다 밝게 웃곤 했다.

얼마나 웃지 않던 서윤이었던가.

가끔 보여 주는 모습들만으로도 서윤이 이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잇는지를 알았다.

"하지만 남녀관계가 너무 지지부진해도 곤란해."

둘이 만난 시간으로만 따지면 벌써 제법 흘렀다.

요즘 시대가 어떤 때인데 제대로 손도 못 잡고, 팔짱도 안 끼고, 스킨십이 이렇게 적단 말인가.

"둘 다 연애에 익숙하지 않으니 진도를 빨리 나가게 해 주려면 조그만 자극 정도는 있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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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는 폴론의 부대에 속해 있는 기사들과 레인저들이 25명 정도만 겨우 살아 도망칠 정도로 완벽하게 격파했다.

네크로맨서들과 마법병단의 마법사들은 1명도 살지 못하고 전멸하고 말았다.

검치들과 페일 일행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절대 불가능했을 압도적인 승리였다.

"드디어 바르칸을 사냥할 시간이군."

이제 남은 일은 언데드의 군주 바르칸 데모프를 사냥하는 일!

성검이 가슴에 꽂혀 있어 약화되어 있다고는 해도 전설적인 몬스터다.

모라타에서 사제들과 성기사들도 몰려왔고 일단은 복수도 끝냈으니 드디어 대규모 사냥을 벌일 시간이었다.

위드가 사제들과 성기사들을 격려하며 나서려고 할 때, 그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아, 정말 멋진 전투였어."

"말달리는 거 봤어? 완전히, 어떻게 그런 식으로 말의 방향을 지그재그로 바꾸어 가면서 싸울 수 있는 건지."

"박력 그 자체잖아."

둠 나이트로서 전장에서 눈부실 정도로 활약하며 누비고다닌 덕분에 유저들이 존경스러워하고 칭찬을 했다.

위드는 검을 어루만지면서 가만히 서 있었다.

칭찬이 계속 이어지도록 기다려 주는 미덕!

머리카락이 있었다면 쓸어 넘기기라도 했을 텐데, 유감스럽게도 해골밖에 없는 대머리였다.

'크흠. 헤라임 검술도 연속으로 적중시켰고, 마법을 가르면서 돌진할 때도 꽤 멋있었지. 그리고 또 칭찬받을 만한 순간이 몇 번이더라.'

차후 같이 싸워야 하는 입장에서는, 설득을 하거나 세세하게 설명을 붙이는 방식도 있겠지만 힘을 보여주는 것처럼 확실한 게 없다.

"근데 저쪽에 잘생긴 오빠 봤어?"

"진짜 멋있게 싸우더라. 소에 탄 채로 무슨 줄을 던져서 1명씩 붙잡고 달리는데……."

여성 사제들은 위드보다도 제피에게 더욱 큰 관심을 쏟았다.

제피가 늘어져라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펴기만 해도 꺅꺅거리면서 좋아했다.

"턱 선도 갸름하고, 완전 멋있지 않니?"

"응. 진짜… 반할 거 같아!"

"친구 등록하자고 하면 해 줄까?"

여자들의 칭찬은 오래 들으면 민망할 것 같았기 때문에 위드는 괜찮았다.

'역시 남자는… 남자들끼리 통하는 거지.'

주로 남자들로 이루어져 있는 성기사들 쪽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들었다.

"검치님들이라고 하는데… 무지 거칠게 싸우잖아. 나도 저렇게 싸우고 싶었는데."

"저쪽에 엄청 몸매 좋은 댄서가 있던데, 봤어?"

"전투 중에 춤을 추는데, 어찌나 매력적이던지 눈을 떼지 못하겠더라. 기사들도 춤을 구경하다가 픽픽 쓰러지더라니까."

"얼굴이 예쁜 바드도 있잖아. 목소리가 정말 맑더라."

검치들과 화령, 벨로트가 성기사들의 많은 관심을 끌고 있었다.

위드에 대한 이야기도 중간마다 자주 나왔지만, 동료들을 보며 놀라는 반응이 대단했다.

위드는 푸근하게 웃으면서 지켜볼 수 있었다.

이번 전투로 그는 기사들의 풀 플레이트 메일 4개에, 마법 병단에 속한 마법사들이 입던 로브, 팔찌, 부츠, 목걸이, 반지를 여러 개씩 획득했고, 레인저용 갑옷과 활도 골고루 많이 주웠다.

금화, 은화, 동전류와 여러 잡템들은 말할 것도 없다.

검치들도 푸짐하게 장비들을 챙기면서 더 고급 검이나 방어구들을 장만할 수 있는 돈을 벌었다.

"올겨울에 난방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

잠시 동안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이유였다.

#

위드는 바르칸을 사냥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사형들, 전리품으로 얻은 검과 방어구들을 일단 저에게 주세요. 성기사분들도, 언데드와 싸우려면 저한테 잠깐 장비를 맡겨 보시죠."

검치들이 얻은 장비는 녹여서 언데드에게 강력한 무기로 만들었다.

기사들의 두꺼운 검과 갑옷은 그들이 바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은과 미스릴을 소량 섞은 복합 검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언데드와 싸우고 나서는 다시 녹여서 강도를 약화시키는 은을 뺀 검을 만들어 주면 된다.

위드의 대장장이 스킬은 일반적인 검 종류를 만드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정말 더 좋은 검으로 만들어 주시는 겁니까?"

"적어도 나빠지진 않을 겁니다."

성기사들은 반신반의하면서 쉽게 무기를 맡기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위드의 명성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성기사들에게 검은 귀중한 재산이었기 때문이다.

"어, 진짜 예전보다 더 좋아졌는데! 공격력도 조금 올랐고, 옵션으로는 언데드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힌다고 되어 있고 내구력도 조금 올랐어."

하지만 검치들의 무기를 만들어 주고, 간간이 성기사들의 것도 챙겨 주니 신뢰를 얻는 것은 금방이었다.

위드의 대장장이 스킬은 사람들의 존경심을 받기에 충분한 경지에 올라있었던 것이다.

'이걸 확 챙기면…….'

좋은 검을 받았을 때에는 이렇게 군침을 다신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절대로 무기를 맡기지 않았겠지만, 모르니 다행이었다.

위드는 장비를 개조하는 한편으로는 마판이 오기를 기다렸다.

"슬슬 올 때가 되어 갈 텐데……."

모라타에서 후발대로 오는 성기사와 사제들과 같이 출발한 마판은 보급 물자를 잔뜩 가져오고 있었다.

그러면서 함께 헬리움을 녹일 수 있는 대형 화로의 부품을 옮겨 오고 있었다.

위드는 전투 중에도 틈틈이 조각을 해서 헬리움을 녹여서 넣을 형틀을 완성해 놨다.

신의 눈물.

대형 화로를 가져와서 마나와 신성력의 원천인 헬리움을 녹여 조각품으로 완성하면 바르칸과 싸울 준비가 끝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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