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헬리움 조각품
KMC미디어, CTS미디어, 온 방송국, 디지털미디어, LK게임.
로열 로드에서 손꼽히는 방송국들에 제보가 입수되었다.
+ 위드가 언데드의 왕, 바르칸 데모프를 사냥한다.
+ 모라타의 사제들과 성기사들은 헤르메스 길드와 싸우기 위하여 그곳까지 간 게 아니었다.
+ 헤르메스 길드는 안중에도 없었다.
+ 위드가 불사의 군단에서 퀘스트를 하면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계급을 올렸던 이유도, 바르칸을 사냥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위드의 꿍꿍이가 모라타의 유저들을 통해서 퍼져 나간 것이다.
성기사와 사제들을 모았을 때부터 알음알음 알려졌던 사실이지만, 폴론의 부대가 소멸한 지금은 굳이 비밀을 지킬 필요가 없었으므로 마음껏 떠들고 다녔다.
각 방송국들은 주력으로 하는 뉴스 프로그램에서 이 사실을 공개했다.
"여러분, 놀랄 만한 사실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전쟁의 신 위드가 현재 바르칸 데모프를 사냥하려고 합니다."
"며칠 전에 위드가 헤르메스 길드의 공격대를 전멸시키는 영상을 보신 분들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앞으로 리치 바르칸을 사냥하려고 한다는 특종을 시청자 여러분에게 알려 드립니다."
"바르칸! 불사의 군단을 이끄는 수장이고, 위드가 퀘스트를 하면서 많이 유명해진 리치이죠. 위드와는 많은 인연이 있는 몬스터라고 볼 수 있는데……. 드디어 사냥에 도전한다고 합니다."
여러 방송국들이 속보를 냈다.
단체로 몰려가서 보스급 몬스터를 사냥하는 일은 자주 있었지만, 이번에는 가히 전설적인 등급의 몬스터.
위드를 비롯하여, 폴론의 부대와 싸우면서 실력을 보여 준 전사들이 전투를 한다.
싸움이 아직 벌어진 것도 아니지만, 명장면들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나올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다.
리치 바르칸과 위드과 싸운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만들기에는 너무나 충분했다.
족발과 통닭, 피자를 기다릴 때보다도 더 흥분되는 떨림!
+ 아, 미치겠네. 진짜 위드는 왜 이런 싸움만 하는 거죠? 다른 사람들처럼 그냥 만만한 몬스터나 사냥하고 레벨이나 올리면서 살아도 될 텐데……. 완전 기뻐요.
+ 왜 사람들이 위드, 위드, 그에 소문을 들으면서 좋아하는지 이제 알 것 같네요.
+ 너무 늦게 아셨네요. 저는 명예의 전당에 오크의 동영상이 올라왔을 때부터 완전히 팬이었어요.
+ 여러분, 과연 저만 할까요? 저는 행운아입니다. 로자임 왕국에서 시작해서 위드가 초보 시절에 팔던 여우 조각품도 사서 간직하고 있으니까요. 여자 친구랑 같이 있을 때 5실버에 사서 엄청 바가지를 썼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최고의 보물입니다. 여자 친구랑 저랑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자랑하지요.
+ 앗, 그 귀하다는 아이템을……. 지금 그 여우 조각품 저한테 10골드에 파세요.
+ 위의 분, 완전히 거저먹으려고 하시네요. 지금 시세가 100골드가 넘어요!
게시판에서는 위드의 용맹에 대한 찬사들이 즐비했다.
로열 로드에서 모험으로 유명해진 유저는 정말 많지만, 위드만큼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누리는 사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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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민과 오주완이 진행하는 '베르사 대륙 이야기' 에서는 이현과의 전화 인터뷰도 성사시켰다.
출연료까지 준다고 하니 이현은 마다하지 않고 나왔다.
"오늘 베르사 대륙 이야기에서는 들려 드려야 될 소식들이 정말 많은데요, 전쟁의 신 위드 님을 전화로 모셨습니다. 위드 님?"
> 예
짧고 귀찮은 득한 음성!
"그동안 모험을 많이 하셨잖아요. 가장 힘들었던 모험이 무엇이었나요?"
> 모험은 다 힘들었죠.
"겸손한 말씀이신데요. 그래도 많은 장소를 다니신 만큼 제일 기억에 남을 만큼 고생하신 때가 언제인지 시청자분들이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현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 조각사로 전직했을 때…….
"……."
신혜민은 너무나도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로열 로드에서 사냥과 요리, 생산할 때를 제외하고 나무토막을 손에서 떼어 놓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눈을 감고도 조각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예술 계열 스킬들이 지독할 정도로 올리기가 어려움에도 지금 고급 조각술 8레벨이 된 것이다.
그러면서도 재봉이나 대장일, 요리, 낚시, 수리, 붕대 감기, 항해, 약초학 등도 익혔으니 진정한 노가다의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현은 돈만 많이 준다면 평생 이쑤시개나 나무젓가락만 만들며 살지도 몰랐다.
오주완은 농담인 줄 알고 넘어가며 다음 질문을 했다.
"위드 님도 시청자 게시판을 보시는지 모르겠는데요. 시청자들이 많이 감탄하는 것 중에… 사람들은 어느 정도 높은 자리에 오르면 안정을 추구하게 되지 않습니까? 이루어 놓은 것도 있고, 또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게 되고요. 지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는 비결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 제 팔자가 그랬습니다.
함축된 말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가만히, 평탄하게 살려고 해도 온갖 모험들에 휘말려 버리는 박복한 인생.
천공의 도시에 방문한 이후부터 자세히 설명을 하자면 눈물로 밥을 지어 먹을 정도라서 말을 더 잇지 못하는 것이다.
"남들이 얻지 못하는 특별한 퀘스트를 받으시는 비결은 정말 알려 주시기 어려운 부분일 텐데요. 그래도 이 순간 모험을 위하여 베르사 대륙을 떠도는 사람들을 위하여 조언이라도 해 줄실 수 있을까요?"
> 아부를 철저히. 그리고 퀘스트 함부로 받으면 생고생.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한마디였다.
이현은 인터뷰를 하기 위해 나왔던 다른 사람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베르사 대륙 이야기' 같은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사람들은 물건을 팔러 나오기라도 한 듯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쏟아 낸다.
그러다 보면 결국에는 자기 자랑으로 끝나기 마련인데, 이현은 짤막하게만 말하는 것이다.
'인터뷰가 길어진다고 해서 추가 요금을 받는 건 아니니까.'
남들에게 많이 알려 줘 봐야 입만 아픈일.
"마지막으로, 리치 바르칸 데모프를 사냥하실 계획이 있는 걸로 아는데요. 이것도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 될 것 같은데, 이기실 수 있겠죠?"
이현은 과거에 바르칸이 싸우는 모습을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전투에 필요한 전력은 갖추었지만, 가실 승산을 점치기란 어려웠다.
각 방송국에서는 바르칸 사냥이 성공할 것이냐 실패할 것이냐로 토론회가 벌어질 정도였다.
바르칸은 레벨이 높고 잠재된 힘이 거대할 뿐만 아니라, 최고의 네크로맨서다.
전투 중에 죽은 시체들이 끝없이 그의 원군이 될 테니, 강하기만 한 다른 전설적인 몬스터를 잡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부분이었다.
대군이 몰려가더라도 몽땅 언데드가 되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불사의 군단 소속의 언데드가 되어 버리면 그만큼 바르칸의 전력을 높여 주게 되는 것이고, 또한 잃어버린 아이템을 되찾지도 못하리라.
위험부담이 너무나도 큰 사냥이었다.
이현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 안 될 것 같으면 곧바로 도망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죽으면 경험치와 스킬 숙련도 하락 등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는다.
끝까지 이기겠다면서 싸움만 하려는 것은 용기가 아닌 만용!
이현은 지극히 현실적인 생각을 가지고 전투에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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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론은 헤르메스 길드의 레인저들과 기사들, 마법사 유저들과 함께 로열 로드에 접속했다.
그들이 나타난 장소는 위드를 습격하기 전에 만들어 놓았던 은신처였다.
"살아남은 기사와 레인저들은?"
"중앙 대륙 방향으로 도주했습니다. 무사히 북부를 빠져나간 사람이 20명도 안 됩니다."
"너무 많이 죽어 버렸군."
폴론은 크레마 기사들의 죽음이 안타까웠다.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은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접속할 수 있지만, 일반 기사들은 완전한 사망이었다.
다시 양성해야 하는데, 고급 기사들을 키우려면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
헤르메스 길드 내부의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에 잃어버린 병력을 복구할 때까지는 고생을 해야 하리라.
"여기서 더 있으면 위험하니 중앙 대륙으로 돌아가는 편이 낫겠습니다."
폴론은 세력이 확 꺾여 버렸기 때문에 위드와 검치들에게 발각되지 않고 도망쳐야 하는 입장으로 바뀌고 말았다.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이 착용한 장비를 보면 잃어버린 아이템이 많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패전을 해서 잃은 게 많지만, 싸워서 항상 이길 수만은 없다.
"그래도 축복받은 성소의 다이아몬드는 건졌군."
"위드와 싸워 본 것도 재미있지 않았습니까?"
"맞다. 그와 싸워서 우리 크레마 기사단은 더 유명해졌다고 할 수 있지."
폴론에게 후회는 없었다.
위드와의 전투는 흔히 경험하기 어려운 기회였다.
"우리의 복수는 헤르메스 길드에 맡기자. 헤르메스 길드의 진짜 힘은 이런정도가 아니니까."
폴론은 그가 몸담고 있는 헤르메스 길드의 전력에 대해 대충 알고 있는 편이다.
그는 헤르메스 길드에 가입하고 나서 차차 높은 자리를 차지한 경우로, 나중에 길드의 실체를 알고 나서 얼마나 전율했는지 모른다.
그 넘치는 힘이 곧 칼라모르 왕국을 향해 분출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전쟁을 일으킬 것이며, 중앙 대륙을 점령하기 위한 사전 작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지독하게 실리를 추구하는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위드와의 전투 정도는 여흥으로 여기는 분위기마저 가졌다.
물론 그 고고한 자존심이 깨졌기 때문에 더욱 분노하게 되리라.
"위드.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순탄하게 베르사 대륙을 여행하면서 지냈지만, 앞으로는 어디서도 발붙이지 못하게 될 것이다."
폴론과 그의 병력은 그대로 철수하기로 했다.
"마법사들은 텔레포드 게이트를 만들도록 해라. 지금 바로 귀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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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땅뚱땅!
위드는 대장장이 스킬로 검치들과 성기사들의 장비를 손 보는 일을 끝냈다.
상당한 노가다였지만 워낙에 익숙한 일이기도 했고, 재료들을 녹여서 다시 만드는 것으로 대장장이 스킬 경험치도 얻을 수 있었다.
위드의 대장장이 스킬은 중급 5레벨, 전문적으로 익히지 않은 사람 중에서는 최고라고 봐도 됐다.
"사람은 한 우물만 파서는 안 돼. 가뭄을 대비해서도 열 우물은 파 놓고, 저수지도 만들어 놔야지."
이것이 위드의 삶의 방식!
"위드 님, 오랜만입니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마판이 대형 화로의 부품을 갖고 도착하면서 헬리움도 녹일 수 있게 됐다.
"운송비는 그동안 모아 놓은 잡템으로 드리려고 하는데……."
"위드 님의 잡템은 언제나 최고죠."
"다른 잡템도 많이 있는데, 저번이랑 같은 가격으로 처리해 주실 거죠? 일부러 여기까지 오셨는데 이렇게 신세만 지는 것 같아서 미안하네요."
"위드 님과 거래하는 일인데, 얼마든지 뛰어와야죠."
위드와 마판이 잡템을 처분하는 장소에는, 네크로맨서들도 많이 구경을 와 있었다.
네크로맨서들도 레벨이 300대 후반에서 400을 넘기도 한다.
언데드를 끌고 다니면서 어마어마한 사냥과 의뢰를 했기 때문에 잡템들이 다들 많이 쌓여 있었다.
마판은 위드가 직접 잡템을 상점에 판매할 때에 비교하여 15%의 추가 금액을 줬다.
자신의 이익을 5%로 계산한 것이다.
마을과 성에서 잡템을 거래할 때에는 상인들이 훨씬 적은 마진을 받기도 하지만, 지금처럼 원정을 나온 경우에는 10%정도는 기본으로 챙겨 간다.
"완전히 착한 상인인데?"
"그러게. 예전에 나도 몇 번 거래하던 상인이 있었지만, 이렇게 멀리 와서 고작 5%밖에 마진을 안 받는 경우는 처음 봐. 친하니까 그런 거겠지?"
네크로맨서들은 슬쩍 자신들도 거래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잡템을 많이 가지고 다니면 챙기기 부담스럽기도 하고, 신경도 많이 쓰이는 것이다.
그런 마음을 짐작하기라도 한 듯이 위드가 쟌과 헤리안에게 마판을 소개시켜 주었다.
"여기 인사 나누세요. 예전부터 저랑 친한 동료 상인 마판님. 혹시 처분할 잡템들이 있으면 맡겨 보세요. 제가 특별히 저랑 같은 가격으로 처리해 달라고 부탁을 해 놓았습니다."
"정말 그래도 될까요? 위드 님과 같은 금액 수준이라면 상인님이 너무 남기시는 게 없는데요."
"5%면 여기까지 오신 수고에 비해서 정말 가져가시는 게 없는 것 같은데……."
네크로맨서들이 처음 만나는 마판에게 미안해할 정도였다.
운송료나 이동 시의 위험을 감안한다면 너무 높은 판매 가격이었다.
"괜찮습니다. 마판 님도 큰 상인이라서요. 예전에는 잡템거래를 많이 했지만 요즘에는 거의 하지 않고, 무역과 상점 운영을 중점적으로 하시거든요."
마판도 맞장구를 쳤다.
"저는 모험을 좋아해서 위드 님을 보러 여기까지 온 겁니다. 덤으로 잡템도 처분해 드리고 조금이라도 남기면 좋고요. 파실 물건 있으면 부담 없이 내놓아 보세요."
네크로맨서들은 가지고 있는 잡템들을 내놓았다.
모라타로 가져가면 2%나 3%까지도 더 받고 팔 수 있지만 번거롭기도 하고, 이 정도면 충분히 좋은 가격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게 다 얼마야'
마판은 잡템들을 대량으로 거래하며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네크로맨서들이 내놓은 잡템!
녹슬고 부서진 무기와 방어구, 액세서리들이 많았다.
위드는 마판과 거래하면서 일부러 잡템으로 분류를 했지만, 수선을 해서 판다면 더 이윤을 남기게 된다.
위드가 대장장이 스킬로 녹여서 재가공을 한다면 어엿한 쓸 만한 장비가 된다.
마판의 실질적인 이윤은 5%보다는 조금 더 높았을 뿐만 아니라, 우량 고객들을 다수 확보할 수 있는 기회였다.
잡템 거래를 마치고 나서, 위드와 마판은 조용히 마차 뒤로 돌아갔다.
손이 몇 차례 오고 가는 현장!
그들은 은밀하게 귓속말로만 대화를 나누었다.
> 소개비는 여기…….
> 수고하셨습니다. 녹슨 물건들은 재료가 좋으면 분류해서 저한테 넘겨주세요. 녹여서 장비로 만들어 드릴 테니.
> 뭘요.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있으면 불러만 주세요.
> 그런데 네크로맨서들에게 판매할 물건들은 많이 챙겨 오셨죠?
> 흑마법사. 네크로맨서용으로 모라타에 있는 물건들을 쓸어 왔습니다.
네크로맨서들에게 잡템만 사 가는 게 아니라 물건도 팔아 먹을 계획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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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화로가 임시로 설치되고, 불이 크게 지펴졌다.
"잘되어야 하는데… 실패는 절대 있어서는 안 돼."
헬리움이 너무도 귀한 금속이었기 때문에 위드도 긴장했다.
"대장장이 스킬이 더 높았으면 좋았을 텐데."
대장장이 스킬의 마스터라면 최고의 아이템도 만들 수 있는 헬리움!
성물이나, 왕국을 대표하는 무구를 만들 수도 있는 재료다.
하지만 위드는 헬리움을 가지고 조각품을 만든다는 게 조금도 아깝지 않았다.
"조각품은 레벨 제한이 없으니까. 일단 쓰다가 나중에 녹여서 검을 만들어야지."
조각사로서 예술을 우선하지 않는 실용적인 태도를 가진 위드.
"형틀은 일단 준비가 되었고……."
헬리움을 넣어서 굳힐 형틀을 데스 나이트, 둠 나이트로 사냥을 하면서 고은 흙으로 수없이 많이 시도한 끝에 미리 만들어 놨다.
위드가 대형 화로에서 작업을 하니, 주변으로 사냥을 나간 페일 일행과 검치들을 제외하고 성기사와 사제들이 모두 모여들었다.
대형 화로까지 꺼내 놓고 대체 무엇을 만들기 위해서 그러는지 궁금해할 수밖에 없었다.
위드는 불의 온도를 뜨겁게 만들었다.
대형 화로 안에 장작을 가득 쌓아 두고 활활 타오르게 한다.
그리고 계속 화력이 강한 나무들을 넣으면서 불을 키웠다.
"아직 모자라. 장작은 많이 있으니까."
위드가 쓰는 장작도 마판을 통해 돈을 주고 주문해서 마차로 운송해 온 것들이었다.
헬리움을 작업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나무값을 아낄 겨를이 없었다.
화력이 강하고 유지가 잘되는 최고급 나무들을 사용했다.
불을 키우기 위하여 소모되는 나무의 가격이 10분에 300골드가 넘었다.
"아직도 모자라."
위드는 불을 다스리는 일에만 집중했다.
"미스릴로만 이루어진 검을 만들려는 걸까?"
"바르칸을 사냥하려고 좋은 무기를 만들려는 걸 거야."
성기사와 사제들은, 위드가 바르칸을 사냥하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하니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대형 화로를 다루는 모습으로 보아 곧 이유가 밝혀지리라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그들은 네크로맨서들과는 다르게 파티 사냥을 많이 하다보니 대부분 길드가 있었다.
노엘 : 위드 님이 화로에 불을 피우면서 뭘 만들려고 하네요. 마을에나 있는 대형 화로를 가져온 걸로 봐서 대단한 걸 제작하실 것 같아요.
실시간으로 길드와 풀죽신교 등에 알려졌을 뿐만 아니라, 동영상이 인터넷에 나가고 있기도 했다.
위드가 다른 유저들과 자주 다니지 않는 이유에는, 전리품을 나누기도 싫었지만 너무 대단한 유명세 때문에 사생활이 없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전투에서의 비결이나, 조각품을 만들고 다른 생산 스킬들을 활용하는 모습들, 위치까지 다 공개되어 버리니 유저들이 많이 있는 장소에서 정체를 들러내기가 어려운 처지였다.
"이제 불의 온도가 적당해졌군."
1미터 떨어진 거리에서도 토끼 고기 정도는 곧바도 익어버릴 정도로 뜨거웠다.
위드는 엄청난 열기를 참으면서 헬리움을 꺼냈다.
신의 눈물이라는 하늘색의 금속. 고귀한 가치를 가진 헬리움이 화로에 들어갔다.
대형 화로에서는 많은 금속들을 한꺼번에 녹일 수 있었지만, 집중하기 위하여 헬리움 외에 다른 금속들은 넣지 않았다.
그리고 불을 다스리는 기다림!
위드가 중얼거렸다.
"많이 바라지도 않아. 사람이 욕심을 버려야 좋은 결과를 얻지. 그냥 헤레인의 잔이나 파고의 왕관 정도만 나와 주면……."
프레야 교단의 3대 성물 중에서 위드가 구해 온 두 가지.
사실 그런 성물들을 가지고 있으면서 착용할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위드가 지금 헬리움으로 만드는 건 아쉽게도 장비가 아닌 조각품이었으니 그저 마음으로만 바랄 뿐이었다.
"파고의 왕관을 머리에 쓰고 사냥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헤레인의 잔만 있으면 성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할 수 있는데."
끝없이 솟아오르는 욕심으로 헬리움이 녹기만을 기다렸다.
위드는 보통 때보다 5배는 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헬리움을 꺼냈다.
돌그릇에 하늘색의 물이 담겨 있었다.
무사히 헬리움이 녹았다.
"지금부터가 진짜야."
대형 화로를 사용하고 녹이는 것은, 일정한 스킬만 있다면 실패할 가능성은 적었다.
조각품으로 바뀌는 것은 이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위드는 그 하늘색의 물을 맞추어 놓은 형틀에 부은 다음에 적당히 식을 때까지 기다렸다.
"실수가 없어야 되는데……."
초조한 기다림이었다.
대장장이 스킬을 익힐 때 많이 해 봤고, 금인이도 같은 방법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어떤 작품이 완성될지에 대해서는 전혀 짐작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헬리움의 금속의 재질을 가지고 있다 보니 실패하더라도 무한정 다시 녹여서 더 나은 작품을 만들면 될 것 같지만, 재료에 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마법이 붙은 금속의 경우에는 자주 녹이다 보면 원래의 성질을 조금씩 잃어버린다.
신성력과 마나의 원천인 헬리움도 제련을 반복하다 보면 불에 의하여 조금씩 약화되는 것이다.
"지금이다."
위드는 평소보다 빨리 흙으로 만든 형틀을 벗겨 내었다.
그러자 헬리움으로 이루어진 작품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두움을 비추는 횃불!
맑은 하늘빛의 헬리움이 횃불 모양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역시… 부족했어."
대장장이 스킬이 헬리움을 다스리기에는 너무 낮았기 때문에 횃불의 세밀한 부분들이 완벽하게 살아나지 못했다.
실패작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위드가 평소에 정성껏 만들었던 조각품에 비해서는 세밀함이 많이 떨어졌다.
위드는 자하브의 조각칼을 꺼냈다.
헬리움과 자하브의 조각칼처럼 귀한 아이템은 모라타에 있는 영주성에 놔두었다가 출입 허가가 있는 유린이가 가져다준 것이다.
탈로크의 갑옷, 바하란의 팔찌, 콜드림의 데몬 소드, 그 외에 위드가 직접 만든 장비도, 아직 쓰지 않았지만 유린이 몇 번에 걸쳐 모두 옮겨 왔다.
"조각은 이제부터야."
슥슥.
위드는 헬리움의 둔탁한 표면을 조각칼로 긁어냈다.
잘못 튀어나온 부분은 과감하게 잘라 내기도 했다.
+ 신성력에 접속하셨습니다.
+ 힘이 35 감소합니다.
+ 생명력이 950 저하됩니다.
+ 죽은 자의 힘이 4 떨어집니다.
둠 나이트였기 때문에 헬리움을 건드릴 때마다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오래 끌지 않고 바로 해치워야 된다.'
죽기 전에 조각을 끝내야 했다.
헬리움은 내구도가 엄청나기 때문에 완전히 식지 않고 열기가 남아 있는 지금밖에 조각이 안 된다.
+ 뜨거운 금속에 데었습니다.
+ 생명력이 318 줄어릅니다.
불과 신성력!
두 가지 종류의 피해를 입으면서 위드는 조각칼을 놀렸다.
다른 여러 예술 계열 직접과도 차별화되는 조각사라는 직업은, 육체의 고난까지도 자주 짊어져야 됐다.
"고통 속에 탄생한 작품이 더……."
위드는 무언가 뒤로 말을 더 하려다가 말았다.
따지고 보면 편하게 조각했던 시절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았으니까.
"그냥 내 팔자가 이렇지."
위드는 형틀로 전체적인 구도를 잡고, 조각칼을 이용하여 다듬으며 세세한 표현을 했다.
횃불 전체를 살피면서 만들어 가는 과정에는 지금까지 조각품을 만들었던 많은 경험들이 녹아 있었다.
헬리움은 식어 가면서 점점 단단해졌고, 그러다 보니 점점 마나와 신성력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어라, 마나의 최대치가 늘어나네?"
"나도 신성 마법의 스킬의 효과가 커진다는데. 이런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마나의 회복 속도도 50% 이상 빨라졌어."
조각품이 완성되어 가면서, 사제와 성기사들은 몸에 변화를 느꼈다.
위드가 만들고 있는 헬리움의 횃불.
그곳에서 나오는 신성력에 의하여 사제들과 성기사들의 능력이 강화되었다.
+ 신성력에 의하여 육체가 취약해집니다.
+ 방어 능력이 사라집니다.
+ 저항력이 감소합니다.
반대로 신성력이 몸을 휘감으면서 위드는 점점 약화되었다.
빠르게 늙어 가는 사람처럼 힘이 빠지고 뼈가 굳어 갔다.
"조금 더 다듬어야 하는데……."
헬리움의 가치를 생각하면 차분하고 꼼꼼하게 마지막까지 손을 봐야 하지만 생명력이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것으로 완성이다."
횃불 아래에 들기 편하게 막대를 끼우는 것으로 작업을 완료!
막대기도 미스릴과 아다만티움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불사의 군단에서 사냥을 하며 얻은 오래된 무기류 중에서 조금씩 모은 것이었다.
+ 만드신 조각품의 이름을 정해 주십시오.
위드는 이번에는 이름을 빨리 말했다.
생명력이 20% 정도밖에는 남이 않았기 때문이다.
"조각사들이 남긴 횃불."
+ 조각사들이 남긴 횃불이 맞습니까?
"맞다."
많은 조각사들이 지골라스에 가서 목숨을 잃으면서 헬이움을 찾았다.
위드가 만든 작품은 조각사들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었다.
매우 훌륭한 작품이 나와 주면 좋겠지만, 대장장이 스킬이나 손재주, 조각술 등이 마스터가 되지 못하였다는 점이 내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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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작! 조각사들이 남긴 횃불을 완성하셨습니다.
+ 헬리움으로 만들어진 조각품!
+ 대륙의 조각술의 역사에 기록되기에 충분한 작품.
+ 조각술을 대표해서 이끌어 간다고 과언이 아닐정도로 위대한 명성을 쌓고 있는 위드에 의하여 탄생했다.
+ 신의 금속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더없이 고귀하며, 찬란한 영광을 가져올 것이다.
예술적 가치 : 18,619.
특수 옵션:8
+조각사들이 남긴 횃불상을 본 이들은 생명력과 마나 회복 속도가 하루 동안 52% 증가한다.
+ 추가로 조각품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의 마나 회복 속도를 30% 빠르게 함.
+ 모든 스탯 29 상승.
+ 스킬 사용에 따른 마나의 소모량을 75%로 낮춤.
+ 신성 마법을 2레벨 더 높은 효과로 사용할 수 있음.
+ 마법의 위력이 33% 증가.
+ 마나를 사용하는 전투 스킬의 위력을 14% 늘려 줌.
+ 적의 행운을 빼앗아 옴.
+ 특정한 범위 내에서 원거리 공격을 막는 마나 배리어 (고급 4레벨)가 형성됨.
+ 어두움을 물리친다.
+ 상태 이상을 해제.
+ 부대 전체의 사기 증가.
+ 흑마법과 저주 마법에 대한 강한 내성.
+ 조각품을 감상하면 신앙심과 지혜, 지식이 영구적으로 10씩 증가.
다른 조각품과 중복 적용되지 않음.
지금까지 완성한 대작의 숫자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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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각술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 손재주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 대장장이 스킬의 레벨이 중급 6으로 상승했습니다. 제련에서 금속의 고유한 성질을 보다 잘 이끌어 냅니다.
+ 대장장이 스킬의 레벨이 중급 7로 상승했습니다. 가벼운 종류의 갑옷을 만들 때 방어력과 내구도가 올라갑니다.
+ 명성이 4,921 올랐습니다.
+ 예술 스탯이 51 상승하셨습니다.
+ 지혜가 7 상승하셨습니다.
+ 인내가 3 상승하셨습니다.
+ 지구력이 4 상승하셨습니다.
+ 카리스마가 13 상승하셨습니다.
+ 매력이 25 상승하셨습니다.
+ 대작 조각품을 만든 대가로 전 스탯이 3씩 추가로 상승합니다.
+ 신성한 조각품을 만들어 내어 죽은 자의 힘이 대량으로 감소했습니다.
위드가 만들어 낸 여덟 번째 대작 조각품!
들고 다닌다면 전투에 굉장한 도움이 될 것 같은 조각품이었다.
"역시 내가 만든 조각품이라서…… 이정도는 기본이지."
검이나 갑옷도 아닌데 스탯을 올려주고 마나 소모율을 낮춰 주는 효과는, 조각품으로서는 대단했다.
옵션으로 봤을때에는 마법사나 성직자에게 가장 좋을 것이다.
헬리움을 가공한 덕분에 대장장이 스킬이 단숨에 두 단계나 올랐다.
6레벨이 되기까지 숙련도가 얼마 안 남은 것도 이유이지만, 인간이 다룰 수 있는 최고 등급의 금속이었기 때문이다.
"조각품 하나가 만들어지고 나니 이렇게 든든하다니……."
위드의 턱뼈가 귀에 걸렸다.
+ 조각사들의 꿈의 재료인 헬리움으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 조각사 길드로 간다면 추가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대단히 기쁜 일들이 연속으로 벌어졌지만, 둠나이트에게는 모든 옵션들이 부정적으로만 적용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몸의 힘은 갈수록 떨어졌다.
조각품을 만들어서 오래 들고 있다가 죽는다면 그것처럼 허무한 죽음도 없다.
위드는 조각품을 흰 천으로 감싸서 배낭에 넣었다.
+ 조각사들이 남긴 횃불의 영향을 벗어났습니다.
+ 몸에 신성력의 기운이 남아 있습니다.
+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면 원래의 전투 능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위드가 헬리움으로 조각품을 만든 장면도 방송과 인터넷으로 생중계되어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어차피 도저히 숨길 수가 없는 일이었다.
베르사 대륙의 주민들이 떠들었기 때문이다.
A급, S급 퀘스트를 성공해 낸 이상으로 대단한 일이었다.
프레야 교단의 성물 같은 물건을 헬리움으로 만들어 낸 것이었으니까.
"굉장한 조각품이 세상에 만들어졌다지. 예술적으로 훌륭한지는 나는 모르겠지만, 신비로운 힘이 깃들어 있는 조각품이라네."
"베르사 대륙의 보물이 한 가지가 더 늘었다는군. 인간의 손으로, 노력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더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
"그 조각사를 만나 보기 위하여 국왕 폐하께서 안달이 나셨다는군. 그 조각사가 왕궁의 출입문을 지키는 경비에게 간다면 두말하지 않고 통과시켜 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