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24권 : 8. 바르고 성채의 주인 (126/520)

8. 바르고 성채의 주인

여러 가지 추억이 간직되어 있는 빙설의 폭풍!

대기의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언데드들은 추위를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몰랐지만, 위드와 검치들은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이 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하나 둘 눈송이들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금방 두꺼운 얼음 조각으로 변해 지상으로 묵직하게 내리꽂혔다.

바르소 성채 전역을 뒤덮으며 떨어지는 수천, 수만개의 얼음 조각들!

빙하처럼 커다란 얼음덩어리도 보였다.

그리고 소용돌이와 거센 바람이 성채를 휩쓸면서 위험한 대재앙이 시작되었다.

언데드 중에 저항력이 약한 스켈레톤들이 제일 먼저 결빙 현상을 보이며 몸이 굳었다.

공중에서 날갯짓을 하던 본 드래곤은 제대로 빙설의 폭풍에 휩쓸렸다.

얼음 조각의 폭풍에 휘말리더니 그 거대한 몸집을 가누지 못하고 미친 듯이 빙글빙글 돌았다.

"캬아오오오!"

본 드래곤의 몸에 얼음이 두껍게 쌓이고, 공중으로 더 높이 치솟아 오르는가 싶더니 성채로 갑자기 추락했다.

지진이라도 난 것 같은 굉장한 충격!

여기저기 충격을 받아 약해진 상태에서도 지금껏 간신히 버티던 성채의 구조물 일부가 허물어졌다.

"여, 역시 더럽게 춥군."

위드는 바르고 성채를 급속도로 얼음의 땅으로 만들어 버리는 재앙의 위력을 보며 새삼 대단하다고 느꼈다.

"전투를 하다가 갑자기 얼어 죽는 느낌이란 정말 대단히 허무할 거야."

위드는 스킬을 시전하자마자 갑옷 위로 겉옷을 입은 상태였다.

검치들도 사제들도, 가지고 있는 옷들을 두껍게 착용하고 건물로 들어가서 얼음 조각을 피했다.

위드가 빙설의 폭풍을 불러올지도 모른다고 말했기 때문에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이다.

몸을 피한 채 빠끔히 내다보니 옷이나 장비가 부실한 언데드들이 속절없이 빙설의 폭풍에 휘말려 버리고 얼어 버리는게 적나라하게 보였다.

"모두 숨어요. 지금 밖으로 나가면 안 됩니다."

"생명력이 갑자기 떨어져서 죽을 것 같은 분은 말씀하세요. 모포 남는 게 있습니다."

그 와중에도 검치들은 사제들을 챙겨 주었다.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을 지속 시간이 제법 길었다.

빙설의 폭풍이 아직도 불어오고 있는데 위드는 지붕에 있는 구조물에서 나왔다.

"이, 이놈의 팔자. 여, 역시 난… 따다닥! 이래서 안 돼. 펴펴펴, 평생 고생만 할 거야."

추위 때문에 말도 잘 나오지 않았다.

위드는 거센 얼음 조각의 폭풍을 피하며 중앙 탑으로 달렸다.

 + 얼음 조각이 이마를 비껴 지나갑니다.

 + 원뿔형의 얼음이 어깨에 꽂히려고 했지만 회피 스킬이 적용되어 피했습니다.

 + 얼음 조각이 등에 박혔습니다.

 + 얼음덩어리가 무릎을 스칩니다. 이동속도가 저하됩니다.

높은 민첩과 회피술이 있다고 하더라도 비처럼 쏟아지는 얼음 조각들을 완전히 피하는 건 무리.

위드로서는 바람에 휘말려서 날아가지 않도록 애쓰며 달리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때 검삼치로부터 귓속말이 전해졌다.

 > 본 드래곤을 해치울 방법이 있는 거냐?

위드는 폭풍을 피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우려했던 대로 차가운 바람과 얼음 파편에 맞아 몸이 굳어 가고 있었다.

 > 한 가지 있습니다. 그런데 이대로는 실패할 것 같습니다.

빙설의 폭풍이 그치더라도 몸이 얼어붙어 있으면 전투가 어렵다.

이렇게 되면 더 나아가지 못하고 중간에 숨어야 할 것 같았다.

 > 저 탑으로 가려는 거지?

 > 예. 원래는 그러려고 했는데, 지금은 힘들 것 같네요.

 > 가자.

검치들이 숨어 있던 장소에서 나왔다.

나무 방패를 들어 올리고 중앙 탑으로 달렸다.

있는 힘껏 달리면 자칫 얼음덩어리에 맞을까 봐, 위드는 상황을 살피며 전진하느라 그리 빠르게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만 검치들은 방패를 앞세우고 최대한의 속도를 냈다.

얼음 파편, 덩어리에 맞아서 쓰러지고 부상을 입으면서도 달리는 검치들!

그들이 위드를 뒤쫓아 와서 방패로 덮어 주었다.

"더더, 빠, 빨리 가자!"

검치들이 방패를 씌워 주고 사방을 에워싸 얼음 폭풍으로 부터 가려 주는 탓에 위드는 피해를 약간 덜 받았다.

그 상태로 중앙 탑으로 달리면서 검치들은 생명력이 떨어지고 몸이 얼어붙어서 낙오되고 죽어 나갔지만, 감싼 방패는 끝까지 거두지 않았다.

다시 오기 힘든 빙설의 폭풍을 뭉쳐서 뚫는 사형제들!

위드는 그들 덕분에 성벽을 타고 이동해서 중앙 탑에 뛰어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중앙 탑에는 또 1마리의, 마지막 본 드래곤이 있었다.

하지만 빙설의 폭풍에 휘말려 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반대편에 매달려 있느라 위드가 탑으로 들어온 것을 미처 보지도 못했다.

그 순간 위드에게 떠어른 메시지 창!

 + 동결 상타에 빠졌습니다.

검치들이 지켜 주었음에도 위드의 갑옷과 몸에는 얼음덩어리들이 두껍게 쌓였고 지금까지 입은 부상도 심했다.

신성 마법으로 생명력을 보충해 주었다고는 해도, 완전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상처가 남아서 오랫동안 영향을 준다.

위드는 인내력과 맷집 덕분에 살아 있는 것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었다.

밖에서는 점차 바람이 잦아들면서 빙설의 폭풍도 역활을 다하고 소멸되어 갔다.

언데드들이 다시 움직이고, 얼음에 파묻힌 본 드래곤도 일어나리라.

검치들 중에 죽은 이들조차도 언데드가 되어서 동료를 공격할 수 있다.

지금껏 연주를 하며 사제들을 따라온 마레이는 이 모든 걸 지켜보며 생각했다.

'이번에는 전설이 실패로 끝나게 되겠군.'

위드와 검치들이 중앙 탑에 다가서는 장면은 뭉클했다.

바르고 성채로 진입한 이후의 몇 번의 전투 장면도 대단하였다.

위드와 그의 동료들이 아니었더라면 불사의 군단과 바르칸에 맞서서 이렇게 싸우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로열 로드는 결과가 중요한 세상.

"정말 아쉽게 됐어. 바르칸을 사냥했으면 참 대단했을 텐데……."

#

"아……."

KMC미디어의 생방송을 진행하는 팀에서도 탄식이 흘렀다.

"여기서 이렇게 끝나는 것인가?"

각 방송국에서도, 빙설의 폭풍까지 나타난 이후로는 진행이자들이 말을 못 하였다.

이렇게 처절하게 싸울 거라고는 그 누구도 감히 상상조차 못 했기 때문이다.

바르고 성채에 인간들이 들어온 이후로 꽤 시간이 지났지만,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것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위드의 상황이 생각만큼 아주 나쁘지는 않았다.

 + 왼손에 들고 있는, 조각사들이 남긴 횃불로부터 따듯한 기운이 전해집니다.

 + 동결 상태를 해소합니다.

 + 마나를 회복합니다.

빙설의 폭풍이 끝나 가면서 위드의 조각품으로부터 힘이 전해졌다.

게다가 검치들이 에워싸면서 지켜 주었던 덕에 조금 지나니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괜찮아졌다.

"크아아아아아!"

본 드래곤의 포효!

중앙 탑 밖에서 드래곤 피어가 들렸다.

검치들이 목숨을 내던지면서 본 드래곤과 싸우고 있을 것이다.

페일로부터 바르칸과의 싸움에 대한 전황도 귓속말로 전해졌다.

 > 여긴 갈수록 어렵습니다. 바르칸의 마나가 떨이지지가 않는 것 같아요. 생명력을 낮춰 놓아도 적정 수준으로 금세 회복해 버리니……. 그래도 아직은 버틸 수는 있습니다.

바르칸 쪽도 좋진 않다.

위드는 빙설의 폭풍을 뚫고 나서 떨어진 생명력을 회복할 틈도 없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끌며 중앙 탑의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인간이 여기까지 어떻게……."

"죽여 주겠다."

이곳도 언데드 보초병이 지키고 있었다.

원래는 벤들러 기사들이 지켰을 관문이지만 그들이 모조리 전투에 동원되다 보니 지금은 둠 나이트급!

위드는 그들을 스쳐 지나가면서 검을 휘둘렀다.

 + 정확한 타격을 가하셨습니다.

 +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셨습니다

 + 연속 공격을 성공하셨습니다.

방어가 불가능 할 정도의 엄청난 속도로 검을 휘두르며 둠 나이트를 지나쳐 안으로 들어갔다.

중앙 탑의 최상층에는 넓은 공간이 있었다.

빙설의 폭풍에 깨진 창 밖에서는 본 드래곤이 검치들을 공격하는 모습이 보인다.

본 드래곤이 움직일 때마다 탑이 진동했다.

그리고 위드의 눈에 보이는 자줏빛 항아리!

리치 바르칸 데모프의 생명력이 담겨 있는 라이프 베슬이었다.

"드디어 여기까지 왔구나."

위드가 중앙 탑으로 들어오고, 둠 나이트들이 고함을 지르면서 쓰러지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밖에서 싸우던 본 드래곤이 앞발을 내밀며 중앙 탑으로 급하게 날아오고 있었다.

"내가 이런 곳에서 죽을 줄 알았나?"

위드는 항아리를 목표로 검을 휘둘렀다.

베르사 대륙의 역사에 길이 남게 될 순간, 엄청난 수의 시청자들이 경악하면서 지켜보는 순간이었다.

대수롭지 않은 한마디의 말도 명언이 되어 버릴 수 밖에 없었다.

"내 밥그릇을 지켜야 하는 한 절대로 쓰러질 수 없다!"

가장으로서의 묵직한 책임감이 담겨 잇는 검이 항아리를 깨뜨렸다.

그러자 시커먼 기운이 넘실거리면서 나와 사방으로 흩어졌다.

#

언데드들은 갑자기 쇠락하고 힘이 약해졌다.

"이, 이렇게 사라질 수는 없는데……."

"끄으으으!"

유령들은 햇빛에 흩어지고, 스켈레톤이나 구울 같은 언데드들은 땅에 쓰러지더니 회색빛으로 변해서 사라졌다.

바르고 성채의 언데드 절반 이상이 흙으로 돌아가고, 지역 전체를 장악하고 있던 불사의 군단에서는 8할이 넘는 언데드가 사라졌다.

바르칸의 생명력의 원천이 깨진 여파가 전체로 퍼지고 있었다.

"시체들이 언데드가 되어 일어나지 않아!"

"언데드가 약해지기도 한 것 같아. 신성력에 금방 소멸되는데?"

바르칸의 3대 마법인 다크 룰과 데스 오라의 효과도 사라졌다.

대단히 강하던 언데드들이 평범한 수준으로 변했다.

그것만으로도 위협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사제들의 신성력에 저항하는 능력까지 떨어졌다.

"어디로… 어디로 가야 하지?"

"저곳에서 생명의 기운이 느껴진다."

"가, 가 보자……."

모라타를 정벌하기 위하여 떠났던 언데드들은 다수가 쓰러지고, 얼마 안 되는 병력마저 흩어져 버렸다.

그러나 가장 큰 변화라면 바르칸과 본 드래곤들에게 있었다.

바르칸이 발휘했던 저주 마법들이 저절로 해소되었다.

게다가 로뮤나가 살펴보니 생명력도 갑자기 크게 줄어들어 있었다.

"바르칸이 약해졌어!"

"신성력을 집중시켜서 공격하자."

유저들은 다시 희망에 불타올랐다.

바르칸의 넘치던 마력이 뚝 끊겼다.

리치로서 생명력과 마나를 흡수할 수는 있었지만, 무한에 가깝던 마나의 샘이 고갈되면서 바르칸은 괴로워하고 있었다.

본 드래곤도 약하된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날갯짓이나 움직임도 둔해지고 몸을 가누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묻어 버리자!"

"뼈를 완전히 발라 주마."

검치들이 본 드래곤에게 덤벼들었다.

중앙 탑에 붙어 있는 본 드래곤을 향하여 검치들이 창을 던졌다.

무기술 스킬을 바탕으로 모든 종류의 무기들을 다룰 수 있는 검치들의 특성은, 이런 경우에 큰 장점이었다.

"크와아아아아……."

본 드래곤이 포효하였지만 공포의 효과는 미약했다.

바르칸에 의해 만들어진 지 이미 시간이 너무나도 오래 지난 본 드래곤이라, 육체를 유지하는 데에도 힘과 마나가 많이 소모되었기 때문이다.

"죽여!"

"없애 버려!"

생명력도 얼마 남지 않은 검치들이 마지막을 위해 덤벼들었다.

사제들의 신성 마법도 본 드래곤의 몸에 작렬했다.

바르칸의 라이프 베슬이 깨졌다는 것을 아는 이상 마나가 모이는 대로 신성력을 아끼지 않고 쓸 수 있었다.

지붕에도 언데드들이 있었지만 많이 줄어들고 약화되었다.

위드는 중앙 탑을 빠져나오자마자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빙설의 폭풍에 휩쓸려서 얼음덩어리에 파묻혀 있는 본 드래곤이 목표물!

"이놈 끈질기네."

"도대체 생명력이 얼마나 큰 거야."

벌써 그곳에서도 검치들 스물 정도가 붙어서 검으로 때리고 있었다.

본 드래곤에서도 검치들 스물 정도가 붙어서 검으로 때리고 있었다.

본 드래곤이 몸에 두껍게 쌓인 얼음을 깨고 나오려고 했지만, 데스 오라가 사라지고 바르칸으로부터 공급받는 마나도 사라져서 그저 바동거리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냥 그대로 죽어!"

위드는 검치들과 본 드래곤을 공격했다.

본 드래곤이 발버둥 칠 때마다 바르고 성채의 건물과 탑이 부서져 갔다.

굉음을 내며 완전히 붕괴되는 건물도 있었다.

힘을 상당히 잃었지만 사라지지 않은 벤들러 기사처럼 몇몇 눈에 띄게 설쳐 대는 언데드들도 있었지만, 위드에게는 오로지 본 드래곤만 보일 뿐이었다.

'제대로 한밑천 챙겨 보자.'

그리고 마침내 본 드래곤이 회색빛으로 변해서 사라졌다.

 + 바르고 생채에 있는 본 드래곤 부토리아가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습니다.

 + 불사의 군단 소속의 본 드래곤을 사냥하는 데 약간의 역활을 하여 전 스탯이 1씩 오릅니다.

대부분의 피해를 다른 검치들이 주어서 위드는 경험치와 명성을 크게 얻지 못했다.

그럼에도 얻는 스탯은 고마울 뿐.

어렵고 힘든 대형 레이드에서 승리를 거둔 것만으로도 참가자들은 큰 보상을 받은 셈이었다.

"이쪽도 본 드래곤을 사냥했다!"

"이겼다. 본 드래곤을 모두 처치했다."

중앙 탑이 있는 쪽에서도 함성이 나왔다.

그쪽으로 더 많은 검치들이 갔는데 사냥이 약간 늦은 이유는, 본 드래곤이 중앙 탑을 기반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이제 이 바르고 성채의 언데드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군."

많은 언데드가 땅에 쓰러져서 일어나지 못했고 본 드래곤들은 사냥되었다.

벤들러 기사들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위드도 알지 못했지만…….

"아무튼 엘프 연합군들과 계속 전투가 벌어진다면 언데드들은 버틸 수가 없을 거야."

바르고 성채에 모여 있던 불사의 군단은 이것으로 대충 정리되었다고 봐도 된다.

위드는 힘이 빠져서 비틀거리는 언데드들은 무시한 채로 지하로 달렸다.

민첩성 때문에 어마어마한 빠르기로 달리는 위드였다.

바르칸에게서 무언가 얻어먹을 게 있을지도 몰라 최대한 빠르게 갔다.

지하로 들어가는 계단 부근에, 힘을 잃고 무수히 많이 쌓여 있는 언데드들!

일부 언데드들이 위드를 발견했다.

위드는 공격을 그대로 몸으로 맞아 주면서까지 최대한 서둘러 지하로 내려갔다.

"어서 오세요!"

지쳐 있던 화령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바르칸은요?"

"아직. 거의 다 죽어 가요!"

애쓴 보람이 있어서인지, 아직 늦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위드는 바르칸과의 싸움이 벌어지는 장소로 들어갔다.

"잡아!"

"조금만 더 몰아붙입시다."

"사제들은 언데드부터 정화를! 바르칸만 남겨 놓아야 사냥이 더 빠를 겁니다."

위드가 왔을 때에도 바르칸 사냥은 진행 중이었다.

바르칸이 검치들과 성기사들의 시체들을 가지고 소환했던 언데드가 꽤 되었기 때문에 그들부터 처리하느라 싸움이 끝나지 않은 것이다.

"안식으로 떠나라, 턴 언데드!"

사제들의 신성 마법이 언데드들의 몸에 작렬했다.

위드가 마판을 통하여 가져왔던 강림하는 일곱 천사상!

조각상 주변에서는 신성력의 효과가 증가되니 때문에 엄청난 광휘가 일어났다.

인간들에게는 힘을 북돋아 주고 체력을 회복시키며 언데드에게는 손상을 입힌다.

"이렇게 끝날 수 없다. 인간들의 땅이 되고 있는 이 대륙을 파멸로 이끌어야 한다."

바르칸의 목소리가 지하를 으스스하게 울렸다.

"블링크!"

단거리 순간 이동을 하면서 성기사와 사제, 검치들을 가리지 않고 마법으로 결박하여 생명력과 마나를 흡수했다.

하지만 바르칸의 몸에는 성검이 꽂혀 있었고, 그곳에서부터 시커먼 연기가 흘러나왔다.

 + 지하 공간의 마나의 밀도가 높아집니다.

 + 마나 회복 속도가 증가합니다.

봉인된 생명력이 깨져서 생명력과 마나가 걷잡을 수 없이 새어 나가는 것이다.

바르칸이 마법을 외웠다.

"다시… 다시 돌아올 것이다. 게이트 오픈!"

다른 장소로 텔레포트를 할 수 있는 마법.

여기서 바르칸을 도망치게 해서는 안 된다.

위드와는 완벽한 원수 관계가 되었으니 빠져나갈 경우 모라타가 위험했다.

사제들의 신성 마법도 집중되면서, 텔레포트 마법은 성공하지 못했다.

 + 상대방의 이동 마법이 취소되었습니다.

"바람의 질주!"

위드가 단숨에 거리를 좁히며 바르칸에게 다가섰다.

"소드 카이저!"

아껴 놓았던 스킬.

위드는 바르칸의 몸을 검으로 있는 힘껏 찔렀다.

속도가 빨라지면 그만큼 파괴력도 함께 커진다.

검치들과 성기사들도 도착해서 바르칸을 같이 검으로 찌르고 베었다.

이미 바르칸이 소환한 다른 언데드들은 모두 힘을 잃고 소멸해 혼자만 남은 것이다.

레이드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무차별 공격.

생명력과 마나의 상실, 마법 주문도 외우지 못하는 바르칸이었기에 그대로 힘을 잃어 갔다.

위드와 검치들, 성기사들, 사제들은 이 순간에는 다른 것은 모두 잊고 오직 공격만 했다.

그리고 마침내.

 + 불사의 군단의 지배자, 어둠의 주술사이며 네크로맨서인 리치 바르칸 데모프가 영원한 안식에 들어갔습니다.

#

위드와 생존자들은 바르고 성채의 가장 높은 중앙 탑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꼭대기에서 망토를 휘날리면서 바람을 맞았다.

이 완벽한 고립감과 자유를 나누는 것이다.

성채에 새겨진 격력하기 짝이 없는 전투의 흔적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본 드래곤이 몸부림을 치다가 무너지고, 통째로 붕괴된 장소.

아직도 불이 꺼지지 않아 타오르고 있는 건물과 탑들도 보였다.

외성을 지키던 언데드들은 엘프와 바바리안, 드워프 연합군에 의하여 사라지고 있었다.

"크흠."

"엣헴."

"이것 참… 이런 기분이었군."

지금 이 심정은, 그저 재미있다거나 즐겁다거나 하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직도 떨려 죽겠다.'

'워… 전투가 끝났다니 실감이 안 나네.'

'오늘 같은 전투가 다시 벌어질 수 있을까?'

'로열 로드를 안 했다면 죽을 때까지 평생 후회했을 거야.'

'친구에게 자랑해야지. 부모님에게도 자랑해야지. 직장 동료에게도 자랑해야지.'

'살았다. 살아남았다.'

저마다 최고의 기분을 만끽하면서 중앙 탑에 서 있었다.

거대한 전투를 마무리 지을 때까지 살아남은 기쁨을 나눴다.

검치들과 사제, 성기사들이 서로 친구 등록을 하는 것도 보였다.

위드도 승리로 인하여 흐뭇했다.

'많이 챙겼군.'

원래 대인원이 참여하는 레이드에서는 전투에 참여하여 승리를 거두기만 해도 보상이 크다.

바르칸으로부터 승리를 하고 나서, 사람들은 전투 공적에 따라 전 스탯이 최대 5개에서 2개씩 오르는 경험을 했다.

위드는 3개의 스탯이 올랐다.

처음부터 바르칸과만 싸웠던 게 아니기 때문에 그랬으리라.

사실 바르칸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했던 사람은 검백이십일치였다.

그래서 그의 레벨은 12개나 오를 정도였다.

위드도, 막판 전투에 참여했던 것만으로도 경험치가 24%나 늘었다.

이것만으로도 큰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직접 모든 일을 준비하고 참여했던 사람으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는데, 넓은 배포를 보여 주었다.

"이게 다 여러분의 덕분입니다."

힘든 전투를 마치고 나서도 다른 사람들부터 먼저 걱정했다.

"사형, 많이 다치셨지요? 붕대를 감아 드리겠습니다."

사형들을 챙기고, 다른 유저들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섰다.

"동료분들의 희생이 크셨는데… 다행히 내성에서 보물을 얻은 게 있으니 나중에 다 함께 나누도록 하죠. 이걸로 보상이 될 수는 없겠지만… 제 몫에서도 일부를 떼어 놓겠습니다."

유저들은 승리만으로도 좋았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이게 다 위드 님 덕분에 이루어진 결과인데요."

"정해진 몫만 주셔도 돼요. 알고보니 위드 님이 바르칸의 라이프 베슬을 파괴하지 못했더라면 이기지도 못했을 거잖아요."

염치를 가진 유저들!

명성과 스탯, 전투 경험.

승리를 거두면서 스킬의 숙련도도 제법 늘어났다.

이제 전리품도 붙배받을 텐데 위드가 자기 몫까지 더 내놓겠다고 하니 어떻게 이렇게 훌륭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난 웬만하면 사람을 안 믿는 편이었는데… 위드 님은 진정 천사구나.'

'도덕책에나 나오는 성인이 따로 없군.'

'대체 누가 위드 님에 대해서 인색하다거나 속이 좁다고 나쁜 소리를 하고 다녔던 거야? 역시 사람은 겪어 봐야 안다더니, 그런 헛소문이나 퍼트리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혼을 내 줘야겠네.'

유저들이 단단히 착각해 버릴 정도의 위선!

위드는 보물에 대해서는, 생색을 내기 위해 아주 조금 양보하더라도 아깝지가 않았다.

바르칸에게서 나온 아이템은 처분하여 골고루 사람들에게 분배를 해 주어야 하며 위드의 몫은 보물과 마찬가지로 3할이다.

루 교단의 성검의 경우에는, 돌려주면 오늘 벌어졌단 전투 공적에 따라서 보상을 받을 수가 있었다.

그리고 위드에게는 매우 흡족한 보상 하나가 더 있었다.

 + 언데드가 장악하고 있던 바르고 성채를 점령하셨습니다.

 + 모라타의 영역이 확장됩니다.

 + 바르고 성채가 있는 지역을 영토로 편입합니다.

 + 영주로서의 영향력과 명성이 커집니다.

땅은 배신을 하지 않는다.

척박하고 몬스터들이 들끓는 지역이지만, 유물들이 많이 붇혀 있으리라.

모험가와 사냥을 위한 파티들이 대거 몰려올 수 있었다.

바르고 성채를 보수하여 개방하고, 주민들이 이주해 오면 농사를 짓고 식량도 수확할 수 있다.

차근차근 발전이 이루어진다면 이곳에서도 초보자들이 시작할 수 있게 되리라.

머지 않은 미래에, 본 드래곤이 날뛰었던 곳의 뒤쪽 언덕에 판자촌이 난립하는 광경이 마치 눈앞에 그려지는 듯 선명했다.

#

방송국과 인터넷 게시판의 폭발적인 반응!

그것은 이미 예견되어 있던 일이나 다릅없었다.

언데드와의 싸움이었기 때문에 진행자들도 인간의 입장에서 설명했고 응원도 했다.

무난한 사냥은 아니었다.

바르칸에게 죽고, 본 드래곤에게 죽었으며, 언데드에 의하여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바르고 성채의 내성으로 밀려오는 언데드를 보면서는 설명을 하며 긴장한 나머지 입안이 바싹바싹 말라 들어갔다.

그렇게 힘겹게 거둔, 믿기지 않는 승리!

"정말 제대로 보여 주었습니다. 우리는 언제 다시 또 이런 전투를 볼 수 있을까요?"

"백마디 말보다는 그저 지금을 만끽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저곳에 있지 않은 게 너무 아쉬울 따름입니다."

"바람을 맞고 있습니다. 대격전이 벌어졌던 그 장소에서요. 내일 성탄절 최고의 선물이 되겠습니다."

진행자들은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받으면서 방송을 진행했다.

바르고 성채의 전투를 중계하고 지켜보다 보니 어느새 현실의 시간으로도 새벽이 되었다.

크리스마스이브!

그리고 그다음 날은 성탄절로, 창밖에는 어느새 흰 눈이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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