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24권 : 9. 크리스마스의 눈 내리는 밤 (127/520)

9. 크리스마스의 눈 내리는 밤

밤새 내린 눈이 이현의 집 마당에 수북하게 쌓였다.

이현은 아침 일찍 깨어 창문 밖의 광경을 보고 중얼거렸다.

"도로가 엉망진창이이 되어서 교통사고율이 높아지고, 거리에서는 미끄러져서 넘어지게 되겠지. 의사들이 돈을 많이 벌겠군. 역시 대한민국에서는 의사가 최고인데……."

마당의 눈을 쓸어 내고 닭과 오리, 토끼, 개들이 편안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우리에 담요를 깔아주는 등의 작업을 했다.

잠시 일을 하느라 우리에서 풀어 주었더니 동물들이 신나서 눈밭을 돌아다녔다.

"먹을 게 함부로 돌아다니면 안 좋은데… 오늘은 특별히 봐주지."

넓은 아량까지 베풀어 주는 이현!

크리스마스라고 해도 지금까지는 거의 로열 로드를 하면서 보냈다.

하지만 오늘은 특별히 할머니와 여동생에게 사줄 옷을 고르러 시내에 나가기로 했다.

"동생도 여자애니까… 겨울 외투가 두 벌밖에 없으면 지내기 어렵겠지."

고등학생도 아니고 멋도 부릴 나이가 되었지만 옷을 사 준 일은 드물었다.

직접 옷을 사 입으라고 돈을 주면 저축을 해버렸기 때문에 이현이 사서 선물할 생각이었다.

"브랜드가 있는 옷으로 사 줘야지."

이현은 외출 준비를 서둘렀다.

바르칸 사냥에도 성공했고, 각 방송국들로부터 받을 돈도 많다.

그렇기에 이혜연에게 멋진 브랜드의 외투를 사 줄 결심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쯤 겨울옷 세일을 시작했는지 모르겠군!"

#

"시장보다는 최근에 유행하는 디자인이 있는 아웃렛 쪽으로……."

이현은 전철을 타고 시내로 나갔다.

거리는 팔짱을 끼고 돌아다니는 연인들로 붐비고 있었다.

"범죄자도 아닌데 팔을 끼고 다니는 행위를 이해할 수가 없어. 가만 놔두면 어디 도망치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야."

이현은 그러면서 여성들이 입는 옷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여자들은 유행이나 스타일에 굉장히 민감하다.

로열 로드에서도 방어력이나 옵션이 아무리 좋은 옷이라고 해도 디자인이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본인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잘 입지 않았다.

"요즘 잘나가는 옷으로 사 줘야 하는데."

외투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한 벌 맞춰 줄 작정이었다.

생일이나 성탄절에 옷을 선물받고 기뻐하는 여동생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것.

"여자들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군!"

한겨울에, 눈까지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여자들은 추위를 느끼지 못하는 건가?"

대체적으로 여자들은 따뜻한 옷보다도 예쁜 옷들을 많이 입었다.

패션을 위해서는 다소의 불편함이나 추위 정도는 기꺼이 참는 모양이었다.

이현은 한참을 지켜보다가 혼자서는 고르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현의 입장에서야, 겨울이라면 등산용 점퍼와 발열 내의 가 최고의 선택이 아니던가!

그런데 여동생이 입을 옷을 고르라니 도무지 난감했다.

'여자 옷은 여자가 잘 알 텐데……."

이현은 여자들과의 인간관계도 넓은 편이 아니라 조언을 구할 사람이 많지 않았다.

"일단 연락이나 해 봐야지."

옷을 잘 알 만한 사람으로 제일 먼저 떠오른 정효린에게 일단 문자를 보냈다.

로열 로드에서도 화령으로 갖가지 옷을 입고 현실에서는 패션쇼에도 자주 나갔으니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그녀.

영상통화도 안 되는 구형 기종이지만 문자를 보내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여동생 옷을 사 주려고 하는데 시간이 되면 같이 봐 줄수 있어요?'

이현은 기본요금을 제외하면 통화 요금을 1달에 2,000원도 안 냈다.

설혹 어쩔 수 없이 여동생에게 전화를 하더라도 간단한 몇 마디 말이면 충분하다.

"어디야?"

"늦게 와?"

"집에 같이 가자."

"밥 먹고 와?"

대화는 10초면 충분한 것이다.

무료 300분 요금제, 400분 요금제 등을 쓰는 사람은 전화를 하다가 끊지 않고 잠들었기 때문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통화 패턴!

문자를 보내고 나서 1분도 지나지 않아서 답장이 왔다.

'오늘 스케줄이 잡혀 있어서요. 공연이라서 빠질 수 없는데 어떻게 하죠?'

이현은 괜찮다는 답장을 보내고 나서 다른 사람을 떠올렸다.

김인영. 이리엔으로 활동하는 그녀라면 비슷한 또래인 여동생의 옷을 고르는 데 도움이 되리라.

'친구들과 오늘 영화 보러 가기로 해서요. 죄송해요!'

성탄절 하루 전에 약속이 잡히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학교의 친구들은 남자 친구를 만난다며 거절하거나, 아예 답장도 안 왔다.

"그러면 딱히 보낼 사람이 없는데……."

이현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서윤에게도 문자를 보냈다.

그녀를 생각하지 못했던 건 아니지만, 이런 부탁을 하기가 미안했던 것이다.

'시간 되면 여동생이랑 할머니 옷 사러 가는 데 와서 좀 도와줄래?'

#

서윤은 병원을 나와 주택으로 이사한 후 첫 번째 겨울을 맞고 있었다.

저절로 가동되는 벽난로 근처에는 몸보신이 드러누워 따뜻한 불을 쬐었다.

"위드의 모험이 다시 성공을 거두었는데요, 사람들의 찬사가 끊이지 않는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이번에는 혼자만이 아니라 다수의 동료들을 데리고 수행한 전투에서 대활약을 펼치며 승리를 거둠으로써 위드에 대한 칭송이 대단합니다."

"전투에 참여했던 사제들과 전사들 중에서도 함께 유명세를 타는 사람들이 있다는데요. 어떤 사람들이죠?"

"댄서 직업을 가지고 있는 여성 유저와 근육질의 전사들인데, 이들은……."

그녀는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텔레비전을 통해 이현의 영상을 보면서 얼마나 가슴을 졸이고 걱정했는지 모를 정도였다.

그때 그녀의 휴대폰에 이현의 문자가 도착했다.

'시간 되면 여동생이랑 할머니 옷 사러 가는 데 와서 좀 도와줄래?'

원래는 오늘 그냥 집에서 쉬려고 했지만 바로 외출 준비를 했다.

서윤이 집 밖으로 나가는데 옆집의 젊은 대학생이 친구들과 농구를 하고 있었다.

박진석.

서윤보다 일주일 늦게 이사를 와서 떡을 가져오면서 얼굴을 처음 봤다.

우연을 가장하여 만나게 된 H그룹의 장남!

아침 일찍 조깅을 하면서 서윤의 집 근처를 지나다니고, 친구들과 함께 테니스나 농구를 하는 모습을 가끔씩 보여 주기도 했다.

아직까지 말도 나눠 보지 않았지만, 그녀가 밖으로 나올 때마다 자주 마주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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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은 백화점 입구에 서 있었다.

백화점의 정문은 커플들이 모이는 옥상으로, 남자 여자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백화점도 나쁘지 않지."

크리스마스이기도 했으니 아웃렛보다는 백화점으로 왔다.

브랜드 제품을 살 때에는 가격적인 측면에서 크게 차이가 없기도 하고, 김인영이 문자로 백화점에서 특별 세일을 한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던 것이다.

"역시 쇼핑에도 정보가 필요해."

이현이 서서 기다리고 있자니 서윤이 종종걸음으로 걸어와서 앞에 섰다.

눈이 내리고 바람도 부는 날씨 때문에 긴 외투를 걸치고 목도리까지 두른 차림이었다.

"많이 기다렸어요?"

"아니. 추우니까 들어가자."

이현은 서윤과 함께 백화점 1층으로 들어갔다.

"참, 근데 그 옷들은 어디서 산 거야? 제법 예뻐 보이는데."

서윤이 입은 옷은 특별하게 시선을 잡아끌거나 하진 않아도 색상이 참 예쁘고 질감이 우수해 보였다.

보통 때라면 묻지 않았을 테지만 여동생의 옷을 사야 하니 질문을 한 것이다.

"다른 백화점에서 샀던 것 같아요."

"그래? 가격은 얼마나 하는데?"

"기억이 잘 안 나요. 한 400만 원 정도 했을 거예요,"

"……."

이현에게 백화점에 대한 진한 공포를 심어 주는 말이었다.

본 드래곤보다도 백화점이 더 무시무시했다.

백화점은 1층은 여러 잡화 브랜드와 가방, 명품, 귀금속, 화장품 코너가 있었다.

이현의 걱정과는 달리 명품 브랜드가 아니라면 심하게 부담스러운 금액은 아니었다.

"그냥 평생 잊지 못할 금액 정도……. 쌀을 80킬로 사고도 남고, 꿈에 나올까 두려운 액수 정도군."

작은 머리띠 하나에 몇만 원씩이나 나가는 세상!

"노란 고무줄을 발명한 사람에게 노벨상을 줘야 했어."

여성용 액세서리의 가격이 대단하다는 것도 새삼 실감했다.

2층과 3층으로 올라가서 여성 의류들도 훑어보았다.

"여동생의 체형과 대충 비슷할 것 같으니까… 네가 대신 입어 봐 주면서 골라도 될까?"

"저는 좋아요."

이현은 예쁘다 싶은 옷들, 주로 마네킹에 걸려 있는 옷을 서윤에게 입혀 봤다.

일단은 점퍼나 외투를 사려고 했기에 간단히 걸쳐 보는 정도로도 알 수 있었다.

"손님, 두꺼운 점퍼가 정말 잘 어울리세요. 매장에 딱 한벌 남았는데요. 제가 지금까지 장사하면서 본 손님 중에 가장 예쁘세요."

"요즘에는 조금 슬림한 라인이 들어간 제품들이 잘 팔리는데요, 겨울이라도 몸매를 은근히 드러내는……. 그런데 너무 예쁘시다."

"편하고 질리지 않는 기본 스타일인데 소재가 고급이라서 촉감이 자주 좋죠. 그런데 연예인 아니세요?"

서윤은 뭘 입어도 예뻤다.

블라우스, 치마, 티셔츠, 모자, 하다못해 등산용 점퍼를 대충 걸치기만 해도 아름다웠다.

설혹 옷을 디자인한 사람이 와서 보더라도 자신의 옷이 이토록 예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감탄하리라.

"가격이 얼마죠?"

"얼마 안 해요. 54만 원 정도인데요, 지금 20% 세일하는 제품이거든요."

이현은 대충 시장에서 구입한 두꺼운 점퍼와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팔목에 착용하고 있는 시계도 2만 원짜리 전자시계!

'웬만한 부자들은 많이 봤지만, 진짜 부자들은 티가 안 난다더니…….'

'외국 물이야. 다른 나라에서 유학을 하면서 검소한 생활이 몸에 배었을 거야.'

'정말, 돈이 얼마나 많으면 이런 여자 친구와 다닐 수 있을까?'

본인이 입을 옷이라면 엄두도 못 내겠지만 동생에게 주는 선물이니만큼 이현은 과감하게 결심을 하고 구입을 했다.

외투 한 벌, 상의 세 벌, 치마와 바지, 구두 그리고 머리띠까지!

스무 살, 그 발랄한 나이에 어울릴 만한 옷들로 고른 것이었다.

"가, 가방도 하나 필요할까? 필요하겠지?"

고민 끝에 가방도 중저가 브랜드에서 할인하는 걸 샀다.

할머니가 입으실 옷들도 구입을 하느라 결국 이현은 백화점에서 예상보다 훨씬 많은 돈을 쓰게 되었다.

'그래도 필요한 것들이니까.'

로열 로드를 통해서 상당한 거금을 벌어들이고 있으니 이 정도는 큰맘 먹고 지출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이러다가 악의 구렁텅이로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기는 했다.

"그리고 이건 내가 주는 선물."

이현은 서윤에게도 선물을 줬다.

그녀에게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 주는 건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주었다.

이현은 현실에서도 조각하는 일에 익숙해지기 위해서 꽤 많은 나뭇조각들을 깎았다.

조각과 관련된 책이나 동영상 강의를 보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정성껏 조각품을 만들었다.

서윤과 처음 만난 날, 그녀와 함께 모험을 떠났던 때, 와이번을 타고 지나가면서 봤던 그녀의 눈물, 북부를 탐험하며 고생했던 시간, 대학에서 만난 그녀, 최근에 남해로 여행을 가서 봤던 모습.

그녀에 대한 조각품이 15개나 되었다.

옷차림이나 머리 모양도 그때마다 다 달랐다.

만들어서 지금까지 다른 물건들과 같이 창고에 보관해 놓았던 물건을 종이 박스에 담아 그녀에게 준 것이다.

"비싼 게 아니라서 미안. 심심할 때 만들어 본 거야."

"…잘 간직할게요."

서윤은 조각품을 받았다.

그녀에게는 가장 멋진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둘은 백화점을 나와서 거리를 걸었다.

따로 갈 곳은 정해놓지 않았다.

음악이 흘러나오고, 커플들이 활개 치며 돌아다니는 시간!

조금이라도 싸고 예쁜 옷을 사기 위해 매장을 뱅뱅 도는 바람에 슬슬 배가 고파 왔다.

'밤이 되었군.'

헤어지기 전에 저녁밥이라도 사 줘야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크리스마스 때에는 식당도 바가지인데…….'

오늘 같은 날은 갈 곳도 마땅치가 않다.

어디를 가도 비싸고 사람들이 복작복작할 테니 꺼림칙한 것이다.

이현은 차라리 집으로 데려가는 게 낫겠다 싶었다.

"우리 집에 갈래? 동생은 친구들끼리 영화 본다고 해서 밤늦게 돌아올 건데."

"……."

어떻게 생각하면 오해의 소지가 깊은 말.

하지만 서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따라나섰다.

이현을 단단히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이현은 밥부터 차렸다.

"동생은 밥 먹고 나중에 올 테니 둘이 먹을 것만 장만하면 되겠군."

밖에는 여전히 눈이 조금씩 내린다.

돼지갈비나 감자탕이 먹고 싶은 날씨였다.

"재료는 없는데."

오늘 밤에는 간단히 된장찌개나 해 먹으려고 했으니 집에 미리 사 둔 고기가 없었다.

"그러면 다른 할 만한 요리로……."

이현은 냉장고를 뒤적였다.

그러다가 방송국에서 보내온 음식 재료를 발견했다.

연어와 철갑상어의 알 그리고 샴페인!

"KMC미디어에서 보낸 게 있었구나."

연말 선물이라면서 방송국에서 보내 준 음식 재료들이었다.

솔직히 한우 갈비 세트에 사이다 한 상자나 보내 주면 맛있게 먹을 텐데, 무슨 이딴 걸 보내는지 모를 일이었다.

"잘됐어. 알탕에 넣었다가는 맛 이상해질지도 모르니 이참에 먹어 치워 버려야지!"

이현은 연어와 캐비어를 손질해서 샴페인과 함께 꺼내 왔다.

오전에 여동생에게 만들어 주고 남은 쿠키도 조금 가져왔다.

"차린 건 없지만 많이 먹어."

연어 샐러드와 캐비어, 쿠키, 샴페인의 성대한 만찬을 만들어 놓고 텔레비전을 켰다.

막 나오는 프로그램은 크리스마스에는 반드시 봐야 한다는 '나 홀로 무인도에' 였다.

크리스마스에 무인도에 갇힌 초등학생 둘이 겪는 모험 영화!

공룡에 쫓겨 다니고 악당까지 퇴치한 후에 보물을 발견하고 나서, 초등학생들은 서로 욕심을 부리다가 싸우게 된다.

둘이 최후의 승부를 겨루려고 할 때 연락을 받고 무인도에 엄마가 왔다.

말썽 그만 피우라고 엄청 야단맞고 집에 가서 공부를 하는 스토리!

1편이 워낙에 대대적인 인기를 끌어서 후속작으로 '나 홀로 던전에' 도 촬영 중이라고 한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창밖을 내다보니 눈이 제법 많이 쌓여 있었다.

서윤과 단둘이 밥을 먹으며 텔레비전에서 틀어 주는 영화를 시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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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희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정득수 회장과 만났다.

이현과 서윤이 데이트를 하고, 밥도 먹으면서 함께 저녁 시간은 보내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정득수 회장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기회가 될 때마다 마주치게 했는데 진전이 없다고 하는구려."

H그룹의 장남.

남자답고 씩씩하고, 연애 경험도 많았다.

자연스럽게 마주치게 해서 끌리게 만들려고 했는데 서윤의 반응이 없었다.

"도무지 알 수가 없군. 그러면 그 이현이라는 청년을 떼어내기 위해서 도대체 어떤 남자를 소개시켜 줘야 하겠소?"

차은희는 정득수 회장의 궁금중을 풀어 줄 때라고 여겼다.

"따듯한 사람이어야 하죠."

"따듯하다?"

"서윤의 얼어 있던 마음을 풀어 주었던 건 따뜻함이거든요. 이현보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 소개를 해 주려면 그런 사람을 해 줘야 될 거예요. 찾으려고 해도 쉽지는 않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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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과 서윤 그리고 저녁에 집에 들어온 이혜연은 거실에서 판을 벌였다.

밥도 먹고, 영화도 보았다.

그리고 대미를 장식하는, 사람 3명이 오붓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고스톱!

'지금 광이 두 장이 내 손에 들어 있고, 벌써 두 장을 먹었으니까……. 1명은 광박을 씌울 수 있겠군. 그러면 무조건 쓰리 고!'

이현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여러 가지 경우의수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놓았고, 패를 먹을 때의 우선순위도 완벽하게 챙겨 놨다.

'쓰리 고다!'

이현은 아무렇지 않은 척 외쳤다.

"뭐, 못 먹어도 이럴 때는 고를 해줘야 재미가 있겠지? 고!"

결국 이현이 판을 쓸어버렸다.

현찰이 오가고 있었기에 집중력은 로열 로드에서와 비교할 바가 아니었다.

돈을 딸 때마다 굉장히 행복해하는 이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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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레이와 헤르메스 길드의 전력은 하벤 왕국 장악 이후로 급상승했다.

다른 길드를 흡수하고, 하벤 왕국의 유저들을 받아들이면서 외형적인 성장을 크게 이루었다.

"헤르메스 길드의 소속이 아니면 이 사냥터에서 떠나라!"

"길드원 소속이 아닌 사람들에 대해서는 교역 세금을 35% 추가한다."

"던전에서 5인 이상의 파티 사냥 금지."

각종 규제 조치들을 만들어 내며 일반 유저들의 고혈을 쥐어짰다.

위드가 보았다면 겸손하게 한 수 배움을 청할 정도의 착취!

헤르메스 길드에 대한 지탄의 소리가 드높았지만 그들은 개의치 않았다.

주요 영주들과 귀족들을 장악하고 있었기에 일부 유저들이 소란을 일으키더라도 무력으로 금방 진압이 가능했다.

하벤 왕국 전체에 헤르메스 길드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었다.

"억울하면 하벤 왕국을 떠나라. 하지만 뜨내기들은 어떤 왕국에서도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베르사 대륙 최대의 길드이기 때문에 이 정도의 이권은 있어야 한다. 우리가 하벤 왕국을 경영하면서 무료로 봉사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하벤 왕국의 주민들에게도 높은 세율을 적용했다.

헤르메스 길드에 쌓여 가는 막대한 부!

대장간에서는 병장기를 만들고, 징병으로 군대를 몇 배나 양성했다.

헤르메스 길드의 현재 전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는 추측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중앙 대륙이 엠비뉴 교단으로 혼란스러울 때, 헤르메스 길드는 대제국을 이루기 윈한 전쟁 준비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폴론과 기사단, 마법병단, 레인저들이 모조리 패배!

수뇌부끼리의 회의가 열렸다.

"위드에 대하여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야 됩니다. 모라타를 잿더미로 만들어 버립시다."

"개미 새끼 1마리 남겨 놓지 않도록, 그곳의 주민이라면 몰살시켜야죠. 조각품? 박삭을 내서 가루로 만들면 됩니다. 쓸 만한 게 있다면 여기로 가져와도 좋고요."

"척살령을 내려서 모두 죽입시다."

수뇌부 회의에서는 랭커들의 격앙된 의견들이 봇물을 이뤘다.

위드가 개인으로서 명성이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결코 바드레이와 같은 반열에 올려놓지 않았다.

강한 자들끼리의 경쟁이 치열한 중앙 대륙에서도 무신으로 불리는 바드레이가 그런 자와 비교되는 자체를 수치스럽게 여겼다.

게다가 헤르메스 길드의 패배는 용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일!

결국 바드레이가 직접 명령을 내리지 않는 이상, 길드장인 라페이가 결정해야 할 사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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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스 길드의 홈페이지.

하루 방문자 숫자만 엄청난 그곳에 새로운 공지 사항이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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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 척살령 296호

 + 조각사 위드를 헤르메스 길드의 최우선 척살 대상으로 정함.

 + 위드에게 협력하는 자들 모두가 헤르메스 길드의 목표가 됨.

 + 위드가 하벤 왕국이나 중앙 대륙의 가까운 곳에 있을 때 제보한 사람에게는 13만 골드를 수여함.

 + 또한 어느 곳에서든 위드를 죽인 사람에게는 40만 골드를 현상금으로 지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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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스 길드의 특별 공지가 가져온 위력이란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위드의 모험을 조금씩 방해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선전포고를 했다.

이 척살령이 취소되는 경우는 대상자가 더 이상 죽일 가치도 없어졌을 때와 헤르메스 길드에 굴복하는 때 뿐이었다.

 + 앞으로 헤르메스 길드와 위드의 전면전이 벌어지는 건가요?

 + 세력 면에서 비교가 안 되는데 전면전이 벌어질 수나 있을까요? 북부의 도시 하나와 하벤 왕국의 싸움이라니.

 + 위드는 어떤 불리한 상황도 극복해 내는 마법을 가지고 있죠.

 + 헤르메스 길드에서도 군대를 움직이려고 했으면 척살령을 내리지도 않았겠죠. 위드가 인정할 만한 상대라는 증거나 다름없네요.

 + 그보다는, 위드가 암살단에도 무사할 수 있을까요?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척살령에 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암살단을 운영했다.

척살령을 받은 사람이 나타나면 가까운 곳에 있는 암살단이 움직여서 목숨을 빼앗는 방식!

헤르메스 길드의 척살령에 오르면 중앙 대륙 어느 곳에서도 안전을 보장하지 못할 정도였다.

어쌔신들은 들키지 않고 은밀하게 적에게 가깝게 다가갈수 있다.

어지간한 적 길드의 인물조차도 어쌔신 3~4명이 함정을 파고 습격하면 살아남이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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