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24권 : 10. 늙은 시녀의 의뢰 (128/520)

10. 늙은 시녀의 의뢰

유니콘 사의 시스템부에 있는 과학자들은 로열 로드의 상황을 확인했다.

"헤르메스 길드의 세력이 참 거대하군."

모니터에 보이는 헤르메스 길드의 숨겨진 군대는 칼라모르 왕국의 전력보다도 훨씬 위였다.

"인간들의 성장이 이 정도로 빠를 줄은 몰랐어."

과학자들은 중앙에 있는 대형 스크린을 보았다.

베르사 대륙의 지도가 영상으로 완성되어 있었다.

각 성들과 마을들이 표시되어 있었으며, 확대하면 몬스터 무리의 이동 현황까지 보인다.

대륙 전체를 실시간으로 살필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인공지능 시스템을 통하면 퀘스트의 발생이나 유저들 중에서 업적이 가장 높은 사람도 찾아낼 수가 있다.

물론 과학자들은 간섭은 하지 못하고 그저 지켜만 볼 뿐이었다.

로열 로드의 세계를 통일한 로열 로드의 황제!

가상현실에서 모든 종족을 지배하는 절대자가 되기 위한 싸움이 은연중에 벌어지고 있다.

지금도 성과 도시를 차지하고 있으면 엄청난 부를 벌어들일 수 있지만, 황제가 되고 나면 권력과 수입이 천문학적인 수준이 된다.

이를 위하여 많은 유저들이 레벨을 올리고, 세력을 형성했다.

뛰어난 자들이 있었고, 또한 좌절도 무수히 겪게 된다.

로열 로드라는 세상에서 펼쳐지는 인간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그런데 대형 스크린에 검붉게 반짝이는 점들이 지난달에 비해서 훨씬 많이 증가했다.

"엠비뉴 교단이 너무 커지는 거 아니야?"

중앙 대륙, 남부, 동부, 서부를 가리지 않고 엠비뉴 교단을 상징하는 검붉은 점들이 확산되고 있다.

유저들은 아직 모르겠지만 주민들이나 귀족, 왕 등을 포섭하면서 힘을 키워 나갔다.

특히 각 길드들이 차지한 중앙 대륙이 전쟁으로 혼란에 휩싸이면서 엠비뉴 교단은 더 빠르게 퍼졌다.

"사람들이 엠비뉴 교단과 싸우기 보다는 공성전을 통한 땅따먹기나 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지금 멈추게 하지 않으면 정말 곤란할 텐데……."

엠비뉴 교단은 역사적으로 대륙을 위험에 빠뜨리는 악의 무리다.

길드를 이끌고 있는 입장에서는 엠비뉴 교단과 싸우기보다는 근처의 만만한 성과 도시를 노리는 편을 택했다.

패권 동맹이라는 연합체의 경우에는 더욱 경쟁하듯 세력 확장을 하면서 무관심했다.

덕분에 엠비뉴 교단은 들불처럼 번져 나가고 있었으며, 비밀리에 마물들을 양성하였다.

과학자들이 보기에는 이대로라면 전 대륙이 엠비뉴 교단에 뒤덮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지. 이것도 인간들의 선택이니까."

"만의 하나 대륙이 엠비뉴 교단에 장악된다 해도 인간들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로열 로드의 운영 방침이긴 하지."

암흑의 대륙!

다른 게임이었다면 적극적으로 엠비뉴 교단을 말리고 인간들에게 경종을 울려 주거나 했겠지만, 유니콘 사에서는 그럴 의도가 없었다.

인간들이 스스로 알아낸 정보를 가지고 스스로 선택하게 한다.

암흑의 대륙이 되면 살아가기는 훨씬 힘들어지겠지만, 엠비뉴 교단의 박해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싸우는 것도 로열 로드의 일부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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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 대륙을 만들어 낸 유병준도 인공지능 시스템을 통해 로열 로드를 살펴보고 있었다.

"결국 엠비뉴 교단 아래 모든 것들이 종식되겠군."

인간들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그들이 자신들의 욕심에 눈이 멀어서 외면하는 동안 엠비뉴 교단은 성장했다.

그리고 점점 커져 가고 있으며, 더 크게 세상에 나타나서 혼란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결국 이런 식으로 끝나더라도 어쩔 수 없겠지."

유병준이 특별히 지켜보고 있는 몇몇 사람들이 있었다.

모험가, 발굴가, 전사, 기사, 마법사, 성기사, 사제 그리고 조각사!

각자 따로따로 활동하지만,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나면 권력이나 돈에 대한 욕심을 갖는 것은 모두가 다 똑같았다.

솔직히 유병준은 위드라는 캐릭터가 활동하는 것을 자주 지켜보았다.

"이놈을 달라."

처음부터 끝까지 돈이다.

인새의 제1의 가치관에 돈을 놓고, 절대 변하지 않을 인간!

남부럽지 않은 떠들썩한 모험으로 사람들의 인기를 모으고 또한 칭송을 받고 있기도 했다.

"차라리 다행이겠지."

유병준은 이현을 만났을 때 그가 200원을 주었던 사실에 대해 약간은 기분 나쁜 감정을 간직했다.

결국 100원이 모자라서 코코아를 마시지 못했다.

"계속 퀘스트를 하고, 시기하는 사람들도 인하여 방해를 받고… 그러다 보면 결국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을 테니."

위드의 능력에 대해서는 정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 시스템을 통해 초보 시절부터 쭉 살펴봤는데, 언제나 조각품을 만들거나 사냥을 하고 있다.

그런 끈기로 많은 걸작, 명작, 대작의 조각품을 만들었다.

대륙을 떠돌며 조각술의 비기 5개를 다 모은 것도 대단하다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일.

"조각술 최후의 비기 그리고 조각술 마스터 자하브를 만나지 않으니……. 크크크. 사람들이 띄워 주는 칭찬에 빠져서 살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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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는 로열 로드에 다시 접속했다.

어둠이 깊이 내린 바르고 성채!

그는 기울어진 중앙 탑에 앉아서 고독을 되새겼다.

"헤르메스 길드의 척살령이라……. 이제 나를 완전히 죽이기로 작정한 것인가?"

정보에 민감한 위드가 모를 수가 없었다.

척살령은 헤르메스 길드의 자존심이라서, 그 명단에 오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죽인다.

상인들과 정기적인 무역과 관련된 거래를 하거나 다른 유저들에게 퀘스트 공유를 받을 수도 없다.

하벤 왕국은 물론이고 중앙 대륙에서는 활동하기가 어렵다.

헤르메스 길드에 잘 보이려는 사람들이 사방에 널려 있고, 현상금까지 걸려 있는 마당이다.

지금까지는 위드를 보고도 특별히 알은척하지 않고 지나갔지만, 앞으로는 모든 소식들이 헤르메스 길드와 현상금 사냥꾼들에게 전해질 것이다.

"이제부터 퀘스트를 하기는 어려워지겠군."

위드가 어느 곳에서 퀘스트를 한다는 소문이 돌기만 하면 암살자와 현상금 사냥꾼들이 구름처럼 몰려올 것이다.

"원래 의뢰는 장단점이 있긴 했지."

어려운 의뢰를 받아들여서 고생도 많이 했다.

고레벨로 갈수록 더 빨리 레벨을 올리기 위해 거의 사냥에만 전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만 위드는 의뢰를 해결하면서 남들이 갖지 못한 아이템과 보물들을 획득하고, 방송국을 통해서 돈도 벌었다.

명성과, 영지인 모라타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천공의 도시에 갔던 사건, 프레야 교단의 성물을 찾아 주던 의뢰, 오데인 오새 공성전 참여, 피라미드 제작, 절망의 평원에서 오크 카리취로 활약했던일.

여러 모험에 대한 기억들이 갑자기 떠올랐다.

위드가 그 혼자만 들을 수 있는 낮은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사람들의 습격을 받다 보면 퀘스트와 사냥을 제대로 못하고… 남들보다 뒤처지게 되겠지. 다크 게이머로서 돈을 못 벌게 되면 결국 다른 직업을 구해 봐야 될 테고."

현재 취업난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터무니없는 금액을 받으면서 공장에 취직하는 거야. 하루 17시간씩 일하면서 몸이 축나고… 공장에서 유해한 가스등에 비밀리에 노출되어 병에 걸리게 되겠지. 치료를 받으면서도 퇴사당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일을 하고, 아침에는 우유와 신문도 배달을 해야지. 그런다 어느 순간 땅에 쓰러지기라도 한다면……."

벌써 우울한 회색빛 미래를 그리고 있는 위드!

"그래도 아직은 건강한 편이니까 아파도 다시 일어나서 활동은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병 때문에 모을 돈을 계속 까먹을 거야. 회사를 15년 정도 다니다가 쥐꼬리만큼 적은 퇴직금을 받고 갑자기 쫓겨나겠지. 일용직이나 공공 근로 일자리라도 찾아다니다 보면 나중에는 결혼도 못 하고 노인이 되어 있을 거야. 우리나라의 연금 재정은 그때쯤 파탄이 났을 텐데, 온몸이 아프고 병들어서 그렇게 살다가 죽으면 라면에 계란이라도 넣어 차린 제사라도 지내 줄 사람이 있을까?"

헤르메스 길드의 척살령으로 이끌어 낸 완벽하게 절망적인 미래!

위드는 그래도 혼자 희망을 찾아보려고 했다.

"정말 안 좋은 경우에는 폐지도 수집할 수 있고, 고철도 괜찮지. 부양해 줄 가족이 없으면 최저생계비라도 지원받을 수 있을 테고, 위기의 순간에는 신장이라도 하나 떼어 팔면……."

아무튼 앞으로는 정상적인 퀘스트나, 북부에서 그것도 모라타나 바르고 성채 주변을 벗어나서 사냥을 하는 건 굉장히 위험했다.

바다를 건너가야 하는 지골라스에서도 만만치 않은 방해를 받았고, 불사의 군단 퀘스트를 하면서도 죽음을 겪었다.

헤르메스 길드의 영향권이 그토록 넓다는 증거였다.

갑자기 대규모 군대가 나타나거나 한다면 항상 검치들과 동료들과 다닌다고 하더라도 감당하기가 어렵다.

"이제부터는 정말 조심해야겠군. 앞으로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퀘스트들은 모두 진행할 수 없겠지."

알려진 퀘스트, 혹은 지난번이나 이번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의뢰들은 위험해서 할 수가 없다.

'사냥이나 커다란 퀘스트에만 의존하는 건 조각사로서 제대로 된 성장법이 아니기는 한데…….'

잡캐라고 해도 주업은 조각사.

위드에게 갑자기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정말 오래전부터 묵혀 왔던 기억이었다.

"퀘스트 정보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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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하브의 유지를 이어라

 + 자하브는 그날 죽지 않았다.

 + 자신의 조각술을 시험하기 위해 멀고 먼 대륙으로 떠났다.

 + 조각술을 완성한 다음 자하브를 찾아, 그에게 노래를 배워 와서 늙은 시녀에게 들려주도록 하라.

 + 자하브는 마지막으로 그라페스 지역으로 떠났다는 이야기가 있따.

난이도 : A

퀘스트 제한: 늙은 시녀가 사망하기 전까지 완수해야 함. 취소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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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브를 찾아가는 퀘스트!

로자임 왕국의 시녀와 관련된 퀘스트였는데, 그때는 레벨도 낮고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진행하지 않았다.

조각술에 대해 실망하고 있었던 시기라는 점도 큰 이유였다

나중에는 가끔씩 로자임 왕국의 세라보그 성에 대한 정보 게시판을 통해 늙은 시녀가 죽지 않았는지만 확인하면서 미루어 두었다.

'오래전에 받았던 시녀의 퀘스트. 자하브를 만나서 노래를 배워 오고 조각술 최후의 비기와 관련된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면…….'

조각술은 고급 8레벨에 머물러 있다.

마스터까지는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조각술 마스터 그리고 조각술 최후의 스킬!"

헤르메스 길드가 건재한 이상 어쩌면 평생 쫓겨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 꼭 해야 하는 의뢰인데…….'

조각술을 완성하기 위한 길!

사실 불사의 군단과 싸웠떤 것도 모라타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컸다.

위드가 깊은 생각에 잠겼다.

'헤르메스 길드에서 정말 끝까지 나를 공격하고 방해한다면. 그리고 정말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면…….'

그때는 엎드려서 빌어야 할지 무릎부터 꿇어야 할지, 걱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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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는 바르고 성채의 언데드와의 싸움을 재개했다.

바르칸이 소멸되고 난 이후 불사의 군단 언데드는 더욱 약화되었다.

엘프, 바바리안, 드워프 연합군과 인간들이 협력해서 모두 몰아낼 수 있었다.

최후의 언데드까지 바르고 성채에서 사라졌을 때, 위드와 유저들의 눈앞에 동영상이 흘러나왔다.

개구리처럼 녹색의 피부를 가지고 있는 하실리스가 언데드를 이끌고 유령선의 전함으로 이동했다.

"바르칸 데모프 님이 사라지셨으니 이제 나는 바다로 돌아가겠다."

안개를 헤치면서 위풍당당하게 사라지는 유령선들.

바르칸의 부하 하실리스는 휘하의 언데드들과 함께 바다의 유령 제독으로 돌아갔다.

아마도 불운한 사람들은 하실리스를 만나 볼 수 있을 것이고, 바다의 전설과 관련된 어떤 모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동영상에서는 하실리스가 바다가 집어삼킨 왕국을 찾으러 떠난다며 단서도 주었지만, 위드는 어제 먹은 보리 빵만캄의 관심도 없었다.

"이젠 대충 보기만 해도 느낌이 오는군."

퀘스트에 휩쓸렸다가는 죽을 고생을 하며 바다를 헤매고, 폭풍과 암초를 맞이해야 될 것 같은 느낌!

"정말 재수 없는 누군가가 저 퀘스트를 하게 되겠지."

위드는 그것으로 하실리스에 대해서는 관심을 버렸다.

당장 바르고 성채에는 엘프와 드워프, 바바리안 연합군이 방문해 있는 상태였다.

성기사와 사제, 네크로맨서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 유저들은 벌써 발 빠르게 그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헤르메스 길드의 척살령을 받게 된 위드는 걱정하는 동료들과, 사실은 엘프들에게 말을 걸기가 민망한 검치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썩 꺼져라. 추잡한 언데드나 소환하는 네크로맨서 주제에 어디서 말을 거느냐!"

"흙냄새와 자연의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군요. 저는 대화를 나눌 수 없습니다."

"가지고 있는 갑옷만도 못한 인간이군."

어떤 사람이 말을 거느냐에 따라서 바바리안이나 엘프, 드워프의 대응도 달라졌다.

언데드와 싸울 때에는 연합을 이루었지만, 다른 종족끼리는 여러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친해지기 어렵다.

명성, 직업, 레벨, 스킬, 스탯, 장비, 과거 진행했던 퀘스트까지, 많은 변수들에 좌우되는 것이다.

인간들은 항상 사제들에게 호의적이었지만 다른 신을 믿는 드워프와 바바리안, 엘프들은 귀찮아하는 편이었다.

"크흠, 엘프들이 참 예쁘구나."

검백구십구치가 와서 위드에게 들리도록 말했다.

키도 작고 어두운 피부를 가진 다크 엘프와는 다르게 금빛 머릿결을 가진 늘씬한 몸매의 우드 엘프들은 상당히 아름다웠다.

활을 하나씩 어깨에 메고 있었으며, 갑옷을 입지 않은 가벼운 복장이었다.

누구와 대화를 하느냐에 따라 대응도 달라지지만, 동료에게는 퀘스트 공유나 비슷한 호감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

그러므로 위드가 먼저 말을 걸어 보기를 바라는 것이다.

위드는 바로 가까이 있는 엘프에게 다가갔다.

"자연의 축복이 그대에게 함께하기를. 당신이 북부의 자연을 되돌려 놓은 인간이군요."

 + 명성이 34 늘었습니다.

 + 자연과의 친화력이 25 증가합니다.

 + 큰숲 엘프족과의 우호도가 17이 되었습니다.

위드의 명성은 숲에 사는 엘프도 알아볼 정도였다.

바르칸을 사냥하면서 엘프나 드워프, 바바리안 같은 NPC만이 아니라 유저들 사이에서도 그를 존경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각 방송국들이 전쟁의 신이라면서 경쟁적으로 영웅만들기에 나선 영향이 컸으리라.

"저는 인간이지만, 자연의 풍요로움과 생명력을 존경하는 모험가이기도 합니다.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 망설이지 않고 작은 일을 한 것뿐입니다."

"그대의 도움에 북부에 있는 많은 엘프들이 고마워하고 있답니다. 인간들의 협력으로, 언데드도 땅으로 되돌릴 수 있었어요."

 + 큰숲 엘프족과의 우호도가 21이 되었습니다.

위드는 입술에 침을 잘 발랐다.

엘프들은 사람을 잘 믿는 순진한 종족이지 않은가!

"모험을 하는 와중에 정말 우현히 페어리들의 여왕이 바르칸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뿐입니다. 베르사 대륙의 정의를 지키려는 책임있는 모험가로서, 어찌 싸우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훌륭한 인간 모험가이시군요. 모든 인간들이 위드 님만 같다면 평화로워질 것 같아요."

바바리안, 드워프 들과도 만나서 여러 이야기를 듣고 정보도 얻었다.

"사냥터? 이미 전사로서도 상당히 유명한 것 같은데 더 강해지고 싶은가? 이 근처에는 강한 전사가 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곳들이 많지. 그래도 오고트 언덕 뒤쪽으로는 가지 말게. 거기에는 함부로 들어가서는 안 되는 던전이 있어."

"더 싸우고 싶어지는 군요. 몬스터들이 강하다면 없애 버리면 됩니다."

"과연 좋은 마음가짐이군. 그러나 몬스터들을 경계하는 마음을 허술히 하면 안 될 거야. 몬스터들이 이곳으로 자주 쳐들어올 테니 성벽부터 쌓아야겠지."

 + 명성이 21 올랐습니다.

 + 황무지 바바리안들과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숲에서 열리는 과일들요? 무척 달콤하고 맛이 있죠. 엘프들은 많이 먹지 않으니까 과일을 원한다면 필요한 물건과 교한하면 좋겠어요."

"엘프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에 대해 알려 주면 구해 보겠습니다. 엘프들의 숲에서 나오는 과일로 술을… 아니, 어린 아이들이 먹을 수 있게 해 주고 싶거든요."

교역에 대한 정보도 얻어 냈다.

위드가 상인이 아닌 이상 전문적으로 교역을 하고 돌아다니지는 않지만, 알아 두면 언제고 써먹을 수도 있기에 확실히 기억해 두었다.

"이 성채는 드워프들이 아주 좋아하던 곳이었는데 인간들이 차지하게 되었군. 드워프가 왜 언데드가 살던 장소를 탐내냐고? 자네만 알고 있게. 어디가서 내가 말을 해 주었다고 하면 안 돼. 여기는 오래전부터 굉장히 질 좋은 철광산과 은 광산이 있던 장소였어."

"철광산이나 은 광산이라면 땅을 파서 돈이 나온다는 자원! 바르고 성채의 땅값이 제법 오를… 아니, 드워프들이 필요로 하는 광석이 있으면 캐야겠지요."

 + 굳은땅 드워프 부족과의 친밀도가 상승합니다.

위드가 대장장이 스킬을 중급 이상으로 익히고 있다고 하니 드워프들을 호갑을 표시하면서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 보자고 했다.

제안을 받아들이면 드워프들과 협력해서 검과 갑옷을 만들 수 있는 소중한 기회로, 대장장이 스킬 숙련도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되리라.

가식과 선량한 척은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필수품이라고 생각하는 위드!

초등학교, 중학교 도덕 시간에 이런 걸 가르쳐 준다면 국가 경쟁력이 선진국을 압도할 것이라 믿었다.

위드가 대화를 나눈 엘프와 드워프, 바바리안들에게는 검치들과 다른 동료들이 다가가 쉽게 말을 걸 수 있었다.

위드와 같이 온 사람이라는 호의적인 시선 덕분에 훨씬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 것이다.

모험가가 전투력이 약간 떨어지더라도 우대받는 이유는 이런 것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엘프들의 대장, 론세르크도 만났다.

다른 유저들에게는 그저 가벼운 인사만 할 뿐 지금까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위드에게는 그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바르칸을 물리치는 데 중요한 도움을 주신 인간이군요."

"제가 해야 할 일이었을 뿐입니다. 그로 인하여 베르사 대륙이 평화로워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이지요."

"페어리의 여왕 테네이돈 님께서 그분을 도와주신 인간을 만나 보고자 합니다. 함께 가시겠습니까?"

론세르크가 제안을 했다.

페어리의 여왕이라면 일족을 거느리는 대단한 신분이다.

위드가 슬쩍 주위를 돌아보니 검치들과 페일, 이리엔 같은 오래된 동료들 그리고 사제와 성기사들도 옆에서 듣고는 흥분으로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한 종족의, 그것도 쉽게 만나 볼 수 없는 종족의 여왕을 만나게 되니 위드도 기대가 되었다.

사실 바르칸을 사냥했으니 페어리의 여왕도 한번쯤 만나 봐야 할 입장이었다.

"저만 가는 것입니까?"

"페어리 여왕 테네이돈 님께서는 여러분 모두를 초대하셨습니다."

유저들 사이에서 튀어나오는 함성!

"와!"

"정말 페어리의 여왕을 볼 수 있게 된 거야? 믿기지가 않아."

"바르칸과 싸우기를 잘했다."

"위드 님이 우리도 같이 갈 수 있는지 물어봐 주셨어."

바르칸을 사냥하고 나온 보물들만이 아니라 페어리의 여왕에게도 따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위드도 페어리의 여왕의 초대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언제 가면 됩니까?"

"지금 바로 출발하셔도 됩니다."

"선물은 일단 챙기고 보랬다고…… 아니, 페어리의 여왕님께서 무사하신 것을 눈으로 보고 싶으니 지금 가죠."

#

위드와 검치들, 다른 유저들은 엘프와 드워프들의 안내를 받으면서 이동했다.

"잘 따라오세요."

숲길을 지나는 내내 나뭇가지와 수풀 뒤에서 구경을 하듯이 쳐다보는 엘프 여성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곳이 다 있었구나."

"엘프들을 진작 만나러 올걸."

검치들은 작게 속삭이면서도 남자의 자존심 때문에 내색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엘프들의 뾰족한 귀는 작은 바람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저 인간들이 우리에게 관심이 있나 봐."

"우리 취향은 아니야."

"무식해 보여."

엘프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건, 전사보다는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 레인저나 마법사였다.

종족상으로도 인간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기 때문에 쌓을 수 있는 친밀도에 한계가 있다.

엘프의 마을이 가까운 곳에 있지만, 허가받은 상인이 아니라면 들어가지 못한다.

숲을 지나서 이제는 산으로 올라갔다.

이곳부터는 드워프들의 영토.

작게 지어진 집들과 화로들이 보이고 망치를 두들기는 소리가 들리는 장소였다.

드워프 마을마다 기술력이나 특기가 다르기에 위드는 그들의 솜씨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일단은 가까운 곳에 있는 던전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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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던전, 테네이돈의 휴식처의 최초 발견자가 되셨습니다.

혜택 :

 + 명성 890 증가.

 + 일주일간 경험치, 아이템 드랍률 2배.

 + 첫 번째 사냥에서 해당 몬스터에게 나올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좋은 물건 아이템이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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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이라고는 해도 작은 페어리들이 날개를 펼치고 날아다닐 뿐이었다.

페어리들을 사냥할 수는 없으니 경험치등의 효과는 무용지물이었다.

"조심해서 따라오세요. 이곳에는 함정이 많아요. 엉뚱한 길고 가게 되면 끝없이 헤매거나 대륙의 다른 장소로 이동할 수도 있어요."

엘프들의 경고에 유저들은 호기심을 누르고 뒤만 졸졸 따라갔다.

페어리들은 지형을 무시하고 공간을 넘나드는 능력을 가졌다.

그렇기 때문에 자칫하면 사막의 한복판이나 몬스터들이 입을 벌리고 있는 마굴로 들어가 버리게 될 수도 있다.

묵묵히 엘프들을 따라가서 마침내 도착한 여왕의 쉼터.

커다란 나무의 뿌리였다.

매우 작은 몸집을 가진 페어리의 여왕 테네이돈은 그 뿌리에 걸터앉아서 쉬고 있었다.

 ─ 어서 오세요, 인간 여러분.

페어리의 여왕 테네이돈의 목소리는 너무 작아서 귀를 기울여야 간신히 들렸다.

여왕은 날개 한쪽이 찢겨 있을 뿐만 아니라 육체에도 큰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나무의 생명력을 받아서 조금씩 회복하는 모양인데, 겨우 상처의 악화를 막아 주는 정도에 그치는 것 같았다.

"위드라고 합니다."

위드는 정중하게 여왕에게 한쪽 무릎을 꿇으며 예의를 차렸다.

모라타의 영주이며, 귀족인 백작으로서 충분히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

위드의 지금 명성이라면 못 만날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 저를 도와주신 인간이시군요. 그대의 활약은 페어리들이 전해 주어서 듣고 있었답니다.

 + 페어리의 여왕 테네이돈과 대화를 합니다.

 + 경건한 기품으로 인해서 일부 스탯이 오릅니다.

 + 우아함, 기품, 명예, 예술.

테네이돈은 말을 하면서도 찢어진 날개를 가늘게 떨었다.

많이 아파하는 모습이었다.

위드의 머릿속에 불현듯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부상이 심한데 사제들이 치료해 줄 수 있을까?'

언데드가 아니라면 믿는 신이 다르거나 종족이 다르다고해도 치유의 힘은 비슷하게 적용된다.

페어리들은 상당히 선한 종족이기 때문에 신성력에 대해서 부작용이 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다.

베르사 대륙의 역사서에도 영웅이나 용자들과 함께했다는 페어리들의 이야기가 간간이 나왔다.

"부상이 심하신 것 같은데……. 제 동료가 사제이니 치료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테네이돈 님께서는 어떠신지요."

위드가 정중하게 묻자, 테네이돈과 어느새 나타난 페어리들은 무척 반가워했다.

 ─ 고마워요. 고마워요.

 ─ 인간의 도움이 있으면 여왕님께서 빨리 나을 수 있을 거예요.

 ─ 인간의 치료 마법. 금방 나을 뿐만 아니라 따뜻해요.

반딧불처럼 장난스럽게 빛을 내며 다니는 페어리들이 위드를 온통 감쌌다.

머리카락 사이로 들어가고 어깨에 올라가서 앉았으며, 심지어는 코에 매달리기도 했다.

페어리들은 친한 사람에게 장난을 많이 친다.

불사의 군단과 바르칸을 물리친 데다 치료를 해 주겠다는 말까지 꺼낸 덕에 최고의 친밀도를 얻은 것이다.

 ─ 저를 도와주실 수 있다면 고맙겠어요.

테네이돈의 허락마저 떨어졌다.

"이리엔 님, 이쪽으로 오세요."

유저들의 뒤쪽, 멀리서 구경하고 있던 이리엔은 장난치며 날아다니는 페어리들과 부디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걸어왔다.

"여왕을 치료해 보세요."

"네? 그래도 될까요. 위험하진 않아요?"

"페어리들도 허락한 일이니 별일은 없을 겁니다. 간단한 치료 마법부터 써 보세요."

이리엔은 잠시 심호흡을 하다가 성호를 긋고 나서 신성 마법을 외웠다.

"성령의 힘이여, 여기 고통 받는 이를 구원해 주세요. 치료의 손길!"

단순하지만 빠르게 생명력을 채워 줄 수 있는 신성 마법이었다.

 + 페어리 여왕 테네이돈의 생명력이 735만큼 회복됩니다.

 + 상처 부위가 조금 진정됩니다.

이리엔의 신성 마법이 성공했다.

페어리의 여왕을 치료함으로써 경험치와 스킬 숙련도도 올랐다.

지금은 날지도 못하는 신세이지만 테네이돈은 역사서에도 나올 정도로 대단한 활약을 했던 페어리라서, 도움을 주면 명성도 같이 늘었다.

"와, 치료 마법이 돼요. 그리고 경험치도 얻었어요!"

이리엔은 테네이돈을 치료할 수 있어서 많이 감격스러워 했다.

"계속 치료해 주세요."

위드의 말에 이리엔은 가지고 있는 모든 마나를 사용하여 테네이돈을 치료했다.

그녀는 순수하게 회복 계열 마법을 익힌 사제였다.

 + 성스러운 행동을 함으로 인해 신상심이 커집니다. 정의로워집니다.

 + 페어리의 여왕을 치료하면서 성직과 관련된 특별한 경험을 얻습니다.

 + 페어리와의 관계가 친근해집니다.

 + 그들이 크게 도움을 준 인간으로 기억합니다.

테네이돈을 치료하며 사제로서는 더없이 소중한 순간을 누리게 되었다.

"위드 님, 제 마나가 다 바닥났어요."

얼마나 심하게 다친 것인지, 이리엔이 마나를 다 쓸 때까지 회복 마법을 퍼부었는데도 테네이돈은 여전히 아파했다.

처음부터 부상이 커 보였는데, 몸집은 작아도 생명력이 엄청나리라.

"다른 사제분들도 치료를 해 주시죠."

위드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사제들이 치료를 위한 신성 마법을 외웠다.

안 그래도 이리엔이 테네이돈을 치료하는 광경을 보면서 잔뜩 부러워하고 있던 참이었다.

"치료의 손길."

"힐!"

"리커버리."

"라운드 힐!"

"완전한 회복."

치료의 대제전이라고 하여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였다.

하급 신성 마법에서부터 하루에 세 번밖에 쓸 수 없는 상급 치료 마법들까지 테네이돈을 대상으로 사용되었다.

성기사들도 회복 마법을 외울 수 있었기에 따라서 시전 했다.

 + 테네이돈의 생명력이 43%가 되었습니다.

 + 집중적인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장엄하다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치료의 빛이 테네이돈에게 집중되었다.

사제들은 마나가 채워지는 대로 쉬지도 않고 신성 마법을 시전하며 좋아했다.

특수한 경험과 신앙심, 스킬 숙련도와, 페어리들에게 공헌도를 얻었다.

"경험치가 전투하던 때보다 훨씬 많이 쌓여요."

"쌓이는 공헌도랑 스킬 숙련도 좀 봐요."

"신앙심도 차곡차곡 오르는데요. 지금까지만 해도 한 단계 높은 계열의 사제로 승급하던 때보다 더 올랐어요."

위드는 배가 아파 왔다.

불사의 군단이나 사제들 그리고 테네이돈의 관계를 보면서 퀘스트에 대하여 떠오르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불사의 군단이 다시 활약하는 것을 베르사 대륙의 교단들은 필사적으로 막으려고 했겠지.'

위드도 마찬가지이기는 했다.

바르칸이 힘을 되찾고 모라타를 침공할 낌새가 보이니 급한 불부터 끄기 위해 싸웠다.

하지만 그가 싸우지 않았다면, 바르칸이 테네이돈의 생명을 흡수하기 전에 전투를 펼치던 엘프와 드워프, 바바리안 연합군의 의해 아마도 불사의 군단에 대한 소식은 널리 알려지게 되었으리라.

그랬더라면 바르칸을 물리치기 위한 퀘스트가 만들어졌을 건 확실했다.

각 교단이나 왕국을 중심으로 하여, 위드처럼 그냥 사냥하는 게 아니라 막대한 보상을 걸고 바르칸과 전투를 했으리라.

그때가 되면 바르칸을 사냥하기란 훨씬 더 어려웠겠지만, 각 왕실을 대표하는 기사들까지 나서서 같이 싸웠을 수도 있다.

바르칸과 불사의 군단을 이기고 나서 엄청난 보상을 받으며 테네이돈을 만난다.

사제들이 그녀를 회복시키면서 다시 큰 역활을 하고 이득을 거둔다는 이야기!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실제로는 위드가 주로 싸웠지만, 바르칸 사냥의 퀘스트에서는 사제와 성기사들이 핵심이었을 수도 있다.

지금도 테네이돈을 치료하면서 그들이 많은 보상을 받고있는 광경을 보며 위드의 배는 쓰라리고 아팠다.

급성 맹장보다 참기 어렵다는, 염장에서 우러나오는 고통!

위드는 붕대를 꺼냈다.

붕대 감기 스킬을 쓰고 싶었지만 참아야 되었다.

페어리의 여왕을 질식시킬 수도 있는 크기였기 때문이다.

사제들이 신성마법을 집중시켰음에도 테네이돈은 완벽하게 정상을 되찾지는 못했다.

몸의 상처들은 많이 나았지만 찢어진 날개만큼은 복구되지 않았다.

 ─ 고맙습니다, 인간 여러분.

테네이돈의 말이 이제 모두에게 선명하게 전달되었다.

페어리들은 사제들의 몸에도 매달리고, 코를 간질였다.

그들의 여왕이 회복된 것을 보며 장난을 치며 기뻐하고 있었다.

치료에 참여한 사제들과 성기사들은 앞으로 페어리들의 친구가 되어 많은 혜택을 누릴 수가 있을리라.

위드는 테네이돈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인간들로 인하여 치료가 된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여왕 폐하."

사제와 성기사들의 공에 은근히 숟가락을 올리려는 위드였다.

 ─ 인간들이 보여 준 회의를 잊지 않을 것입니다.

 + 테네이돈과 페어리 일족에 대한 공적치가 164 상승하셨습니다.

위드의 입가에 살짝 썪은 미소가 맺히려고 하는데 다른 사제들이 하는 대화가 들렸다.

"공적치가 600이 넘게 올랐네."

"난 800도 넘었어."

위드의 표정은 다시 딱딱하게 굳었다.

배 속이 뒤틀리면서 끓어오르려는 고통!

차라리 다른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 편이 마음이 편했다.

"공적치로 아이템을 얻을 수 있을까?"

"페어리들은 정령 무기 같은 것도 전해 줄 수 있지 않아?"

"마침 목걸이가 필요한데……."

"이 공적치라면 페어리 친구도 1명 둘 수 있겠다. 페어리와 사냥을 다니면 도움이 많이 된다고 들었어."

위드의 아픈 가슴을 송곳으로 후벼 파는 것만 같은 소리들!

전투를 하며 생명력을 100 이하까지 낮추며 맷집을 증가 시킬 때가 훨씬 덜 아팠던 것만 같다.

위드느 어쨌든 인간들을 대표해서 테네이돈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왕님의 날개는 낫지 않으시는군요."

 ─ 제게 걸려 있는 저주 때문이에요. 날개를 고치기 위해서는 붉은 갈대의 숲으로 가서 어떤 물건을 구해 와야 한답니다.

테네이돈의 말을 들으니 퀘스트의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위드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것만큼은 죽어도 하면 안 될 퀘스트 같다.'

바르칸에서 이어져 온 배경이나 테네이돈의 지위, 레벨을 고려한다면 명성이 높은 위드가 퀘스트를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고생을 하더라도 불가능할 퀘스트일 가능성이 높았다.

죽을 고생을 해서 성공시킨다면 아무튼 보람이 있겠지만, 그냥 노력만 하다가 죽어 버린다면 그거야말로 헛수고!

 ─ 인간들이여, 이미 큰 신세를 진 저로서는 감히 하지 어려운 부탁입니다만 여러분이 저를 조금 더 도와주실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 페어리의 여왕 테네이돈은 호기심에 드래곤의 영역으로 들어갔다.

 + 그리고 드래곤 라투아스의 영역에서 마음껏 놀던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쪽 날개에 저주를 받았다.

드래곤의 저주.

라투아스는 감히 그의 위엄을 거스른 페어리의 여왕에게 나타나서 말했다.

"장난을 좋아하는 여왕이여… 나는 침입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만약 내 저주를 풀고 싶다면 가장 슬프게 사라진 드래곤의 유품을 가져오라."

위드의 짐작대로 드래곤과도 연결된 죽음의 퀘스트였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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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래곤의 저주

 + 페어리의 여왕 테네이돈의 날개를 치료해 주기 위해서는 라투아스의 분노를 해결해야 한다.

 + 페어리들은 그 일을 위하여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붉은 갈대의 숲에 단서가 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난이도 : C

퀘스트 제한 : 

 + 믿을 수 있는 자.

 + 페어리를 도운 사람만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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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C. 하지만 이건 엄청난 연계 퀘스트로 이어질 테고, 나중이 되면 절대 감당을 못할 거야. 이 장면도 인터넷이나 방송국을 통해서 알려지겠지.'

위드는 속으로 계산을 마쳤다.

보통 감당 못할 퀘스트라면 애초에 받지 않는 편이 낫다.

퀘스트를 포기할 때 페어리들과의 관계가 나빠지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바르칸과의 전투에는 언데드 소환 때문에 조각 생명체들도 데려오지 않았다.

애정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조각 생명체들이 언데드로 되살아나서 활동하는 광경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칫 이 퀘스트를 받아들였다가는 조각 생명체들까지 몰살을 할 판이다.

상식적으로는 절대 받아들여서는 안 될 퀘스트였고, 그럴 마음도 없었다.

"퀘스트를 받아들일까?"

"전쟁의 신 위드 님이잖아."

"위드 님의 기록에 또다시 엄청난 퀘스트가 남겠구나."

유저들이 부러워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내가 이 퀘스트를 받아들이는 것을 나를 노리는 수많은 사람들도 알게 되겠지. 일단 이 퀘스트를 받아 놓는 다면, 방해 안 받고 다른 일을 해치울 수 있을 거야.'

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페어리의 여왕님의 날개를 제가 반드시 치유해 드리겠습니다."

 +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우와, 진짜 의뢰를 받아들였어!"

"페어리 여왕의 의뢰를 위드 님이 수행하기로 해다!"

"세상에! 또 게시판에 난리가 나겠는데?"

유저들이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위드의 속마음은 까맣게 모르는 채였다.

'어차피 시간제한이 없는 의뢰니까 내년 이맘때에나 시도를 해 볼까? 아니야, 그땐 아직 위험할 거야. 돌다리도 미끄러져 굴러떨어질 수 있으니까. 내후년, 아니면 여동생 대학 졸업부터 시킨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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