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25권 : 6. 조각상에 남겨진 광휘의 검술 (135/520)

   조각상에 남겨진 광휘의 검술

 "빨리빨리 갑시다."

 위드에게 있어, 검술의 마스터에게 바칠 경의는 없었다.

 우호도는 일을 부려 먹어도 떨어지지만,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감소한다.

 기껏 올려놓은 우호도가 소진되기 전에 실컷 부려 먹어야 하는 대상일 뿐.

 펜필스 던전 격파.

 다크우드 숲의 대장 몬스터 사냥.

 가이트너 던전 몬스터 완전 소탕.

 카멜 마굴의 보물 탐색 성공.

 위드가 자하브를 데리고 다니며 일구어 낸 업적이었다.

 물론 누렁이와 금인이가 항상 같이 다녔고, 사냥터에 따라서 와이번들도 함께했다.

  "적입니다. 싸워요."

 자하브가 검을 휘두르면서 싸울 때에, 위드는 마음 놓고 공격을 했다.

 그라페스의 던전은 무시무시한 난이도를 자랑했다.

 몬스터의 레벨이나 공격력이 높아서 위험하다고 판단될때에는 멀찍이 숨어서 하이 엘프의 활을 이용해서 화살을 쐈다. 몬스터가 그럭저럭 상대할 만하다 싶으면 자하브와 함께 맞섰다.

  '역시 잘 싸우는군.'

 검술 마스터인 만큼 전투에서 이보다 더 좋은 용병은 없다.

 그러나 아무리 자하브라고 하여도 무적은 아니라서, 상처를 입기도 했다.

  "저런! 많이 다치셨군요. 여기 붕대를 감아 드리겠습니다. 약초도 듬뿍 발라 드릴게요."

 마스터 붕대 감기 스킬!

 위드는 요리와 치료 등을 통해 우호도 감소를 최대한 늦추려고 애썼다.

 그 모습이 다크 게이머들에게는 놀랍게 여겨졌다.

  '저렇게 독한 놈이…….'

  '이거야말로 전형적인, 부려 먹고 약 주는 행동이 아닌가!'

  '걸려들면 완전히 탈탈 털리는구나.'

 위드는 최적의 효울을 추구했다. 보스급 몬스터들을 찾아다니고, 몬스터가 넘쳐 나는 던전으로 자하브를 인도했다.

 자하브로서는 인간들이 없는 그라페스에서 살아온 것을 후회할 수밖에 없을 뿐.

 서윤과 화령은 원래 위드를 잘 알고 있었기에 그러려니 했다.

  '위드 님이 다치면 안 돼.'

 서윤은 자하브 못지않게 몬스터들의 앞으로 나서면서 싸웠다. 광전사의 전투 능력이 발휘되고 있기에 위드가 이끄는 몬스터들의 소굴은 그녀에게 최고의 사냥터였다.

 화령은 매력적인 춤으로 몬스터들을 유혹하고 눈을 멀게 만들었다. 인간들을 많이 본 적이 없는 몬스터일수록 춤에는 약했다.

 다크 게이머들도 전투에 동원되어 사냥의 효울을 높이는데 역할을 했다. 그들은 자신의 직업에 맞춰서 활약하며 짭잘한 소득을 얻었다.

  '부럽기 짝이 없군. 검술 마스터를 데리고 그라페스 지역을 마음껏 휘젓고 다니다니……."

  '정말 멋진 사냥터야. 여기서는 레벨도 금방 오르겠어. 아무튼 우리를 끼워 줘서 다행이다.'

  '던전에 있는 아이템과 보물 들을 독식하다니. 아, 전쟁의 신 위드의 명성이 괜히 나온 게 아니로구나.'

 다크 게이머들은 위드에게 매일 상납금을 바쳐야 됐다.

  "어제는 사냥을 많이 했는데, 오늘도 많이 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던전에 들어가려고 하는데요."

 지참금, 밥값, 붕대값, 약초값, 누렁이 생일, 무기 및 갑옷 수리 비용 등을 내야 했던 것이다.

 벼룩의 간이라도 쪽쪽 빨아먹을 위드!

 그렇게 자하브와 함께 그라페스 전역을 누비면서 사냥과 탐험을 했다.

  -자하브의 우호도가 25로 감소하였습니다.

 자하브는 검을 거두고 나서 말했다.

  "이제 대륙으로 가 보고 싶군. 그동안 함께 보냈던 시간을 잊지 못할 것이네."

  -자하브와의 자유 용병 계약이 해지되었습니다.

 자하브가 작별의 인사를 했다.

 우호도가 많이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위드도 더 이상은 붙잡지 못했다.

  "이렇게 가신다니 정말 아쉽습니다. 우리가 더 친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다시 음식이나 간단한 선물을 하려고 했지만 자하브가 받지 않았다.

  "많이 피곤해서 당분간 쉬고 싶으니 이별은 짧게 하는 게 좋을 듯하군."

 위드는 어쩔 수 없이 보내 줘야겠다고 생각하며 질문을 던졌다.

  "이 대륙에서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어디로 가실 겁니까?"

  "일단 브라이스라는 고원지대로 떠날 것이네. 언제까지 머무르게 될지는 나도 모르겠군. 혹시 나를 찾아야 한다면 그곳부터 와 보게."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살펴 가시지요."

 자하브는 부상으로 왼쪽 다리를 절뚝거리면서 검을 지팡이처럼 사용하며 떠났다.

 위드는 이별을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다음에 다시 부려 먹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언젠가 또 만날 수 있겠지.'

 자하브와 사냥을 하면서 레벨을 2개나 올렸다.

 검술 스킬도 고급 2레벨이 됐다. 검술 마스터와 사냥을 같이한 덕분에 부가적으로 얻은 수확이었다.

 달빛 조각 검술도 중급 9레벨이 되었다.

 화령이 위드에게 물었다.

  "이제 어디로 가실 거예요?"

 그녀는 둘이서만 오붓하게 시간을 좀 더 보내고 싶었다.

  "지금은 자하브의 집으로 돌아가 봐야 됩니다."

 로자임 왕국으로 가서 늙은 시녀에게 보고를 해야 한다. 그라페스는 떠나면 다시 돌아오기 어려운 지역이니 자하브가 만들어 놓은 작품들을 확실히 봐 두고 갈 작정이었다.

 자하브가 특수한 마법 배낭에 작품을 8할 이상 챙겨서 가기는 했지만 조금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

 다크 게이머들이 화령과 맺은 청부는 위드를 찾는 데 도움을 주고 그라페스에서 지켜 달라는 조건이었다.

 청부고 완료된 이상 화령은 돌아가도 된다고 했지만 그 누구도 가려고 하지 않았다.

  "그냥 달리 할 일도 없고 심심하던 참이기도 하고……."

  "어떤 위험한 사고가 벌어질지 모르는 게 세상일인데 조금 더 지켜 드려야죠."

  "안전하게 끝까지 돌봐 드리려고 합니다. 이렇게 어여쁜 아가씨를 두고 어떻게 저희만 편하자고 갈 수가 있겠습니까?"

 다크 게이머들은 핑계를 대며 쭉 눌러앉으려고 했다.

 그라페스에서의 사냥도 나쁘지 않았고, 위드와 있으면 뭐라도 건질 게 있을 것 같다는 예감 때문이었다.

  "오호, 검술의 마스터 창고가 이렇게 생겼군. 조각품이 정말 많네."

  "조각품들의 수준이 엄청 높은데요?"

  "케엑! 스탯 올려 주는 것 좀 봐요. 예술 스탯도 생겼어요."

 다크 게이머들은 자하브의 작업실에서 뜻하지 않은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위드는 자하브가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예술품들을 진지하게 감상했다.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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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을 겨누고 있는 사냥꾼

 은거하고 있는 조각술 마스터 자하브의 작폼.

 사슴을 노리는 뱀을 겨냥하고 있다.

 예술적 가치 : 871

 특수 옵션 : 사슴의 번식을 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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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각품에 담긴 추억까지도 읽을 수 있었다.

  "좋은 작품이긴 하군."

 위드는 백여 점의 조각품들을 감정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작품을 만드는 와중에 계절이 변했음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있었다.

 특이하게 진흙으로 만들어져 있는 조각상에는 이상한 영상이 담겨 있기도 했다.

 진흙을 구워서 만든 마을.

 사람들이 불안한 듯이 오가고 있었는데, 넓은 고원지대에 세워져 있는 마을이다.

 일찍이 본 적이 없는 경치였다.

  -헤매는 여행자에 대한 단서를 획득하셨습니다.

   퀘스트가 진행 될 때에 이미 입수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어떤 퀘스트의 영상일까?"

 아마도 조각술 퀘스트의 가능성이 높을 것 같았다. 하지만 조각술 퀘스트라고 해도 너무 많아서, 수행하게 될지 아닐지 모를 일.

 그 외에도 몇몇 조각품들은 그라페스에 완성되어 숨겨져 있는 자하브의 다른 조각품들에 대한 영상을 비춰 주기도 했다.

  "이것들을 발굴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겠찌. 몬스터들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조각품이 던전의 벽에 새겨져 있거나 아니면 몬스터들의 보물로 보관되고 있기도 했다.

  "그보다 내가 만든 조각품이 문제인데."

 위드는 자신이 만든 조각상을 꺼내 놓고 살펴보았다.

 검을 휘두르는 자하브상.

 숨겨져 있는 한 가지의 검술이 검술 마스터의 비기일 가능성이 너무나도 높다.

 위드의 추측이 만약 맞다면 이 조각상이야말로 검사들에게는 보물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보아도 그냥 잘 만든 조각품에 불과했다. 자신이 직접 만들었으니 더 잘 알았지만 감정을 해 봐도, 조각품에 얽힌 추억을 읽어 보더라도 특별한 게 나오지 않았다.

  "조각품의 비밀을 풀어야 해."

 남들이 보면 황당해할지 모르지만 위드에게는 아주 진지한 문제였다.

  "크흠."

 위드는 조각상의 구석구석을 살폈다.

  "혹시 내가 자하브의 검술을 완벽하게 조각품으로 재현해내지 못한 것일까?"

 각 신체 부위의 크기나 비율, 검을 휘두르는 각도까지도 정확하게 맞췄다. 복잡한 동작들을 모두 조각상에 담기란 어려운 일이었지만, 위드는 많은 경험과 관찰력을 통해서 이루어 냈다.

 상상을 바탕으로도 조각품을 만드는데 직접 보이는 것도 제대로 만들지 못할 리가 없다.

 그래도 조금의 실수가 있어서 자하브의 검술을 익히지 못한다면 통탄할 일이었다.

  "확 깨트려 볼까?"

 조각 파괴술을 사용하는 극단적인 방법까지도 고려해 볼 정도였지만, 아까워서 차마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어딘가 방법이, 방법이 있을 텐데."

 자하브가 전투 중에 검술의 비기를 보여 주었다면 알아보는 데 도움이라도 되었을 텐데 그런 것도 없었다.

 완전히 조각상만 보면서 깨달아야 한다.

 위드는 사냥도 쉬고 조각상에만 매달렸다.

 어쩌면 조각술 스킬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라페스의 몬스터나 화령의 조각품을 만들면서 스킬 숙련도도 조금씩이나마 올렸다.

 크게 진전이 없이 3시간 정도를 보내고 있을 때였다.

 다크 게이머들은 근처의 가까운 곳으로 사냥을 가고, 조각 생명체들도 따로 인근에서 사냥을 했다. 화령은 밤이라서 접속을 하지 않았으며, 위드와 서윤만이 남아 있었다.

  "검술. 검술을 깨달아야 되는데……. 조각술이라면 마스터까지 얼마 남지고 않았으니 계속 올릴 수 있어. 하지만 검술 스킬이 모자라서 익히지 못하는 거라면 앞으로 언제 배울 수 있을지 기약도 할 수 없는데."

 위드가 골머리를 싸매고 있는데 등줄기를 서늘하게 만드는 소리가 들렸다.

 스르릉.

 검집에서 검이 빠져나오는 소리.

 위드가 뒤를 돌아보니 서윤이 차가운 표정으로 검을 뽑아들고 있었다.

  "거, 검은 왜?"

 조각 생명체들을 보내 놓은 지금, 설마 서윤이 그를 공격하는 것은 아닌가!

 해묵은 오해였지만 서윤은 간혹 무서울 때가 있었다.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고 지내다 보니 목소리에 억양을 담지 않고 이야하를 하거나, 혹은 말보다도 행동이 앞서는 경우가 많았다.

 바로 지금처럼!

 서윤이 검을 휘둘렀다.

 물론 그 대상은 위드가 아니라 허공이었다.

 어느덧 시간은 달이 떠오른 한밤중.

 서윤의 검이 달빛에 빛나며 흩뿌려졌다.

 그녀가 사뿐사뿐 움직이면서 검을 휘두르는 동작들은 위드에게도 익숙했다.

  "조각상이 취하던 동작들!"

 촤라라라락.

 서윤의 검술이 부드럽게 펼쳐졌다.

 춤처럼 조각상의 동작들을 연결해서 따라 해 보는 것이었다.

 위드도 검술의 동작들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부분적으로는 따라 해 봤지만, 중간 중간 흐름이 끊어졌다.

 서윤은 조각상이 만들어진 순서가 아니라, 달빛에 비춰져서 점점 빛을 내는 순서대로 움직였다.

 후우우우우웅!

 서윤의 검이 강렬한 빛을 뿌렸다.

 마치 빛의 검을 들고 있는 것처럼!

  -검술의 비기, 광휘의 검술을 터득하셨습니다.

 서윤이 먼저 검술의 비기를 습득했다.

 그녀의 몸은 마치 특별한 축복이라도 받은 것처럼 빛에 둘러싸여 있었다.

 위드는 그녀가 멈추가 나자 물었다.

  "혹시 검술의 비기를 배웠니?"

 끄덕끄덕.

 서윤의 고개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을 보며, 위드는 환하게 웃었다.

  "잘됐다."

 하지만 속으로 살살 아파 오는 배!

  "흠흠, 뭐, 원래 여자들에게 먼저 배려를 해 주는 게 예의지. 이제 나도 익혀도 되겠군."

 서윤이 하는 것을 보았기에 위드도 조각상의 동작들을 따라서 취했다.

 검술을 익혔기 때문에 동작을 따라서 하는 것은 훨씬 잘했다.

 개개의 동작의 의미이 따라서 몸 전체의 무게를 실어서 강하게 휘두를 때고 있었고, 어떤 때에는 산들바람처럼 가볍기도 했다.

 위드는 동작들을 따라 하면서 정말 검술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정한 스킬이라기보다는 고정된 동작들이 연속으로 이어지는 검술에 가까운 것 같다.'

 실전에서 검술이 어떻게 쓰이게 될지는 상당한 의문이 들었다.

 몬스터나 비행 생명체나 혹은 주술사, 소환술사, 마법사들과 싸울 때마다 상황이 전혀 달라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검술의 비기, 광휘의 검술을 터득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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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휘의 검술 : 조각사이며 검사인 자하브가 만든 검술.

 빛을 모아서 사용하는 검술이다.

 스킬의 레벨에 따라 빛의 형태는 짐승이나 몬스터, 조각품으로 달라짐.

 검술에 사로잡힌 적은 환각에 빠져서 움직이지 못함.

 단, 적들이 많아질수록 효과는 감소한다.

 검술을 중단하면 효과는 사라짐.

 달빛 조각술로 인하여 스킬의 위력이 커집니다.

 직업과, 익히고 있는 다른 스킬의 특성상 낮보다는 밤에 위력이 커집니다.

 어둠의 속성을 가진 몬스터에게 유용함.

 -검술 스킬의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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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사냥부터 가 보자."

 위드는 서윤과 같이 켈코그가 나오는 장소로 향했다.

  "광휘의 검술!"

 마나를 소모하면서 순간적으로 발동하는 스킬이 아닌 검술이었기 때문에 동작들을 그대로 펼쳐 내야만 했다.

  "케에엑?"

 켈코그들은 창을 던졌지만 강렬한 빛에 눈이 부셔서 명중률이 많이 떨어졌다.

 위드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검술을 마저 끝까지 시전했다.

 몬스터와 달라붙어서 싸우는 게 아니라 혼자서 움직이려니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리라고 여겼지만 겉보기는 그렇지 않았다.

 위드가 검을 두 차례 휘두르고, 뛰어올라서 힘을 모아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는다. 그러자 빛나는 참새들이 나타났다.

 참새들은 위드의 근처를 빙글빙글 돌더니 날개를 파닥이고 몬스터들에게 날아가서 폭발했다.

 콰과과과과광!

 하늘과 땅의 중간에 빛줄기가 연결된 것 같은 화려한 효과!

 위드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빛의 새들이 몬스터들을 향하여 날았다. 켈코그들은 환상에 빠져 잡히지 않는 새들을 잡기 위해 빙빙 돌기도 했다.

 그리고 검술을 완전히 다 펼치고 난 후에는 전리품만이 그 자리에 남았다.

  -광휘의 검술 스킬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위드의 마나가 8,000이 넘게 쭉쭉 감소했지만, 마나의 회복 속도를 늘려주는 여러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어서 조금 보완은 됐다.

  "이런 검술이었군."

 위드의 입가가 부들부들 떨렸다.

 지금까지, 멀리 떨어져서 화살을 쏘거나 하는 몬스터들은 상대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웠다. 공격만 하고 빠르게 도망치거나 하면 상당히 난감한 부분이 있었다.

 하이 엘프의 활을 꺼내서 쏘더라도, 그 활로만 사냥을 할 수는 없었던 것.

  "몬스터들을 다 잡아 줘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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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라모르 왕국의 기사 콜드림!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그를 상대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했다.

 한때 콜드림이 군대를 이끌고 와서 하벤 왕국이 시스타인 요새까지 밀린 적이 있었다. 물론 헤르메스 길드가 참전하지 않은 전투였고, 국왕군이 참패를 하는 바람에 오히려 하벤 왕국을 장악하기는 더욱 쉬워졌다.

  "그래도 콜드림이 이끄는 기사단은 대단히 무섭다. 계획대로 병력을 투입하여 완벽하게 전멸시키도록 한다."

 헤르메스 길드는 칼라모르 왕국의 국경 수비군을 격파하고, 6개의 성과 2개의 요새, 14개의 마을을 점령했다.

 칼라모르 왕국에서 콜드림이 총사려관으로 전장에 투입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헤르메스 길드의 주력군은 둘로 갈라졌다.

  "별동대는 돌아가서 요룬 요새를 점령하고, 본대는 이곳에서 콜드림의 군대를 맞이한다."

 콜드림이 이끌고 오는 군대는 칼라모르 왕국의 정예군. 기사단이 7개나 포함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1만 기가 넘는 기병들까지 속해 있다.

 헤르메스 길드의 본대는 말들이 움직이기 어렵게 땅을 파놓고 함정들을 설치했따.

 마법사와 궁수뿐 아니라 기사단의 진격을 방해하기 위해 공성전에 쓸 만한 쇠뇌까지 대량으로 준비했다.

 콜드림이 이끄는 칼라모르 왕국군과 헤르메스 길드의 전투가 벌어지는 날.

 각 방송사에서도 생중계를 나서면서 유저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전투의 결과에 따라서 하벤 왕국과 칼라모르 광국, 중앙 대륙의 판도마저도 달라질 수가 있었다.

 하지만 콜드림이 이끄는 칼라모르 왕국군은 쉽게 공격을 하지 못하였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평원에 온갖 함정들을 설치해 놓았기 때문에 지루하게 대치하기만 했다.

 그사이에 별동대가 칼라모르 왕국의 내부로 깊숙하게 들어갔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별동대에 기병들과 길들인 그리폰 부대에 레인저와 마법사 들을 대량으로 배치해 놓았다.

 별동대의 전력도 어지간한 성은 날아 넘어가서 점령할 수 있을 정도라서, 콜드림에게 힘든 선택을 강요했다.

 헤르메스 길드의 본진을 놔두고 대거 별동대를 쫓아갈 수는 없었다. 그들이 빠지고 나면, 칼라모르 왕국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가 적들에 의하여 점령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하벤 왕국군을 공격한다."

 칼라모르 왕국군의 대진군!

 헤르메스 길드에서 마법과 쇠뇌로 대응하면서 대대적인 전투가 벌어졌다.

 두 왕국의 운명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전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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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일의 일행에 뒤늦게 검치가 합류했다.

  "괜히 신세만 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구나."

  "아닙니다. 저희도 근접 전투를 맡아 줄 사람이 필요했는데요."

 페일이 부드럽게 말했다.

 상점을 이용하고, 또 퀘스트를 받기 위하여 잠시 모라타에 왔다가 검치를 만난 것이다.

  "이 근처 사냥은 좀 해보셨어요?"

  "누가 데려가 줘서 던전이란 곳을 몇 곳 가 보기는 했다."

 검치는 생각만 해도 시시하다는 듯이 하품을 했다.

  "그런데 적당히 싸울 만한 놈들도 없더구나."

  "하긴 그러실 거예요. 모라타에서 아주 가까운 곳들은 프레야의 성기사단에 의해서 토벌이 되기도 했고, 유저들이 많이 가서 사냥을 하고 있으니까요."

 알려진 던전일수록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

 경험치를 많이 주고 아이템이 좋은 게 떨어지면 너도나도 몰려간다. 그러다 보니 마땅히 몬스터를 잡기가 애매할 때도 있었다.

  "그게 정말 그렇더구나."

 수르카도 손에 강철 장갑을 끼며 말했다.

  "저희가 많이 도와 드릴게요."

  "그래. 어서 가자꾸나."

 페일 일행에 검치가 끼어서 모라타의 성문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광장에서 장사를 하던 상인들이 쑥덕거렸다.

  "뒤집힌 던전을 싹 쓸어버렸다던 사람이 저 사람이라면서?"

  "파티에 끼어 가서, 혼자서 몬스터를 다 잡아 버렸다던데."

 #

 던전에 도착해서 검치는 가볍게 앞으로 나섰다.

  "에고… 늙으면 죽어야지."

 검치가 휘두르는 검에 몬스터들은 회색빛으로 변했다.

 치명적인 일격은 예사로 터트렸고, 몬스터들이 공격을 하며 드러나는 취약한 부분들이 장난처럼 베었다.

  "나이를 먹으니 몸이 움직이는 게 젊을 때처럼 편하지가 않은 것 같아."

 뻑! 와장창!

 빠바바바바박.

 검치의 무기술 스킬은 고급 7레벨.

 몬스터만을 상대로 해서는 이룩하기 불가능한 경지였다.

 무예인의 무기술 스킬이 고급 5레벨을 넘으면 자연을 극복하고 스스로를 넘어야 한다.

 검치는 무기술 스킬이 한 단계씩 발전할 때마다 아주 미묘한 숙련도 변화의 차이를 깨닫고, 최적의 성장 과정을 밟아 왔다.

 그게 다른 사람들보다 적게 사냥을 하고도 스킬의 성장이 빠른 이유였다.

 페일과 다른 동료들은 다 검치가 죽여 버리기 전에 부산히 나서서 몬스터를 처리해야 했다.

  > 새삼스럽게 느끼는 거지만 검치 님이 정말 강하긴 하신거 같아요.

  > 저 힘과 무게가 검 끝에 실리는 날카로운 공격. 가볍게 움직이는 걸로 보이는데 어떻게 저렇게 정확한 공격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 저런 분이 무려 500명이 넘으니까요.

  > …….

 수르카만 하더라도 주먹으로 레벨 350이 넘는 몬스터도 떡이 되도록 두들길 수 있을 정도였다. 제피도 낚싯대를 휘두르면서 제법 잘 싸우는 축에 들었다.

 그런데 검치를 보면 대단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검을 쓰기도 귀찮군."

 몬스터들이 떨어뜨린 창이나 도끼가 있으면 바로 집어 들고 싸웠다.

 무기술은 어떠한 무기라도 능숙하게 다루며 최대의 파괴력이 나오게 해 준다. 어떤 병기를 쥐더라도 몬스터들을 잡는 데 지장이 없었다.

 때때로 워리어처럼 보이기도 하고, 야만족 병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검치가 자주 무기를 바꾸는 것을 보면서 페일이 질문했다.

  "검이랑 다른 무기는 쓰임새가 조금 다른데, 괜찮으세요?"

 무기술 스킬이 있더라도 무게중심이나 전투에서의 쓰임이 다 다른데 바로 적응하는 게 신기해서 물어본 것이었다.

  "어떤 무기든 전투는 손맛으로 하는 거란다."

 몬스터를 후려갈기는 손맛!

 유로키나 산맥에서는 중병기라고 할 수 있는 오크들의 글레이브를 쓰면 갑옷까지 단번에 때려 부수는 재미가 있었다.

 제피가 의아해서 물었다.

  "손맛도 역시 검이 제일 좋지 않으세요?"

 검치는 평생 검을 수련하면서 살아온 사람이다. 다른 무기도 몇 가지 익혔을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검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지에 오른 사람이었다.

 당연히 검에 대한 예찬을 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최고의 손맛은 검이 아니고……."

 검치가 슬며시 눈치를 살폈다.

 사실대로 말하려면, 미성년자나 어린 학생이 들으면 정서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 했다.

  "어릴 때 잡았던 쇠 파이프와 각목을 따라올 만한 게 드물 긴 하지."

  "……."

  "검은 마음을 단련하는 수단이란다. 훌륭한 검사의 마음은 명경지수와 같아서, 어떤 일에도 동요하거나 흔들림이 없지."

 그 순간, 던전 저쪽 통로에서 갑자기 한 무더기의 몬스터들이 몰려왔다.

  "인간이 침입해 왔다."

  "덩치 크고 못생긴 인간부터 죽여라."

  "대장, 누구부터 공격하라는 뜻인가. 나이 많은 놈을 말하는 건가?"

  '그렇다."

  "케케케케켈!"

 다른 동료들이 손을 쓸 틈도 없이, 검치가 몬스터들일 향해 달려들었다.

  "죽여도 곱게는 안 죽이겠다. 크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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