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26권 : 4. 대홍수와 스핑크스 (143/520)

[ 대홍수와 스핑크스 ]

위드는 사자후를 터트리고 서 있었다.

땅에 꽂혀 있는 창을 오른손으로 잡고, 가슴까지 내밀었다.

위엄으로 가득 찬, 당당하기 짝이 없는 모습!

"위드를 죽여라!"

"저놈부터 죽여야 한다. 벨로니 교주님의 명령이 떨어졌다."

불타는 세라보그 성에서 마물들이 튀어나와서 위드를 향하여 달려왔다.

성을 포위하고 있던 대규모의 엠비뉴 군대도 자리를 이탈해서 이동했다.

그들의 목표는 전부 위드를 죽이는 것이었다.

엠비뉴 교단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사자후를 터트린 효과는 너무나도 충분했다.

"으음."

위드도 이 정도의 여파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내 인기가 대한하군."

지금에서야 인기를 실감!

"......."

서윤이 물끄러미 위드를 쳐다보았다.

대체 무슨 계획과 자신감을 가지고 있기에 엠비뉴 교단을 이런 식으로 도발할까에 대한 인간적인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원 없이 싸울 수 있겠군."

"피의 축제를 열어 봐야겠다."

반 호크와 토리도가 전투태세를 갖췄다.

그리고 위드는 미련 없이 뒤돌아섰다.

"달려!"

위드의 선택은 도주였다.

당연하게도 엠비뉴 교단의 군대와 최후까지 싸우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계획일 리가 없었다.

그런 무모한 계획이란, 위드에게 있어서는 꼬박꼬박 적금을 부어서 복권이나 딱지치기에 쏟아붓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서윤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 위드를 따라나섰다.

그녀가 보기에도 엠비뉴 교단의 시선을 끌었으면 다음 선택은 당연히 도망치는 게 옳았다.

그래도 그럴 거라면 구태여 사자후를 터트리고 창을 땅에 꽂는 행동을 할 필요는 없지 않았을까!

하지만 위드의 생각에는 차이가 있었다.

'그래도 몇 초는 멋있었을 거야.'

남자로서, 누구나 괜히 잡아 보고 싶어 한다는 폼이었다.

엠비뉴의 군대가 총동원되어 쫓아오고 있으니 이제부턴 신 나게 도망치는 일만 남았다.

암흑 성기사들이, 위드의 도주를 막으려고 말을 타고 달려오고 있었다.

"어디 실컷 달려 볼까? 반 호크, 길을 열어라."

"알겠다, 주인."

유령마를 탄 채 마주 달려 나가며 반 호크는 검을 뽑아 세차게 휘둘렀다.

푸히히힝!

암흑 성기사들이 말과 함께 쓰러졌다.

위드가 그렇게 괴롭히고 경험치만 축내며 쓸모없다고 괄시했던 반 호크다.

하지만 사냥터를 같이 다니며 성장시킨 보람이 있어, 어둠의 기사로서 멋진 활약을 보였다.

위드가 있는 장소라면 사람들이 반사적으로 그와 같이 다니는 데스 나이트를 떠올릴 정도로 인기도 끌었다.

"가자. 계속 돌파하자!"

엠비뉴의 군대가 집단별로 이동하면서 포위망을 구성하고 있었다.

언덕에서 보고 있는 초보자들은 광신도의 부대와 마물들의 부대가 제법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거리를 좁혀 위드를 포위해 오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아 ... 혼자 싸운다고 하니 저런 식으로 되는구나."

"정말 살 떨리겠다. 수만 이상의 병력이 자기만 죽이러 온다고 생각해 봐."

"우왓! 정말 최고의 기분이겠다."

마물들이 모이는 걸 보면 웅장한 느낌까지 받았다.

"그대로 멈추면 안 돼!"

위드는 불렌서의 창을 맹렬하게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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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렬한 일격!

  적을 멀리 날려 버립니다.

- 통렬한 일격! 

  암흑 성기사가 마비 상태에 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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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트롤의 힘으로 암흑 성기사의 마물 들로 구성된 방어선을 날렸다.

그 정도로는 죽지 않는 적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따라가서 죽일 시간 여유가 없었다.

"사냥감을 남기면 안 되는데.... 안타깝군."

몬스터들이 쌓여 있는데도 해치우지 못하고 도망쳐야 하니 너무나 괴로웠다.

하지만 주변의 전황은 그야말로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공성전에 투입되었던 최정예 마물 군단이 뒤쫓아 오고 있었으며, 주변에는 광신도와 암흑 성기사, 저주술사가 널려 있다.

"엠비뉴의 뜻을 따르지 않는 자는 겁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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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려움을 자극하는 저주로 인해 투지가 56 감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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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음에 빠져 있는 자는 깊은 고통에 잠겨 영원히 회개하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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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통의 자극으로 인해 상처를 입엇을때 생명력이 17% 더 많이 감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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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술사들이 퍼붓는 여러 저주의 효과들이 위드와 서윤, 반 호크, 토리도에게 부여됐다.

위드의 몸 근처에는 작은 해골이 빙글빙글 돌아다녔으며, 뒤에서는 불타는 거대한 손이 다가오기도 했다.

주변에는 새벽의 강가처럼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서 시야를 좁혔다.

엠비뉴의 저주술사는 과연 상대하기 어렵다는 소문 그대로였다.

순식간에 최소한 일곱 가지 이상씩의 저주가 넷에게 걸려든 것이다.

"역시 여럿이서 남 욕할 때가 좋다니까."

특히 뒤에서 몰래 이야기 할 때의 재미란, 3~4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릴 정도!

위드와 서윤은 전투에 나서기 전에 사제들로부터 가능한 모든 종류의 축복을 받았다.

하지만 저주로 인하여 축복의 효과가 빨리 떨어지고 전투력이 감소하는 등 여러 불편함이 생겼다.

"계속 달려서 암흑 성기사부터 넘어서야 해."

저주는 다시 축복을 받거나 축복받은 성물을 가지고 있으면 빨리 해소된다. 

흑마법에 대한 저항력, 정신력 스탯에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사라지기도 했다.

집요하게 덤벼드는 암흑 성기사들을 해치우는 게 우선 과제였다.

"어둠의 기사 반 호크가 승부를 청한다."

"엠비뉴를 따르는 자랑스러운 종, 델리크다. 승부를 받아주겠다."

반 호크는 암흑 성기사의 고위층을 연달아 격파!

역시 지금까지 데스 나이트를 성장시켜 놓은 보람이 있었다.

위드와 서윤, 토리도도 다가오는 대로 암흑 성기사들을 해치웠다.

서윤은 완전히 광전사로서의 눈을 뜬 상태로, 그녀의 공격력은 평소 때보다 늘어나기 시작하였으며 체력도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

서윤이 먼저 위드에게 다가오는 몬스터들을 처리해 버릴 정도였다.

암흑 성기사들을 돌파하였지만 앞에는 광신도 부대가 무기를 쥐고 도열해 있었다.

조금 전에도 상대해 본 적이 있지만 광신도들은 별로 위협이 되진 않았다.

하지만 암흑 성기사들 때문에 지체되는 동안 세라보그 성을 초토화시켰던 엠비뉴의 주력군이 가까워졌다.

광신도들에 의해 조금이라도 더 발목이 잡힐 테고 사방에서는 엠비뉴의 군대가 조여들고 있으니 완전히 포위되기라도 하면 그것이야말로 큰일!

"이런 게 카드 6개를 한도까지 돌려 막기 할 때의 기분인것 같군."

숨이 탁탁 막혀 오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안 보이는 상태!

위드는 반 호크와 토리도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간 험한 지역들을 많이 돌아다녀 본 경험 덕분인지 잘 싸웠다.

둘 다 언데드 계열인 만큼 저주나 독에도 내성이 굉장히 뛰어났다.

다만 암흑 성기사들과 싸우고 난 후라서 반 호크의 부상이 심한 편이었지만, 아직까지는 버틸 만한 정도였다.

서윤은 제대로 힘을 발취하면서, 몇 안 남은 암흑 성기사와 마물이 가까이 오기도 전에 처리했다.

광전사의 능력에 의해서 강한 적들을 해치울수록 잠재되어 있는 공격 본성이 깨어났다.

위드는 아이스 트롤의 종족 특성에 따라서 냉기를 발산하며 다가오는 적들을 느리게 만들고 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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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이 냉기에 대한 낮은 저항력으로, 다가오던 도중에 결빙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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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가 창을 휘두르면 얼음이 된 광신도들은 몇 배나 되는 타격을 입으면서 한꺼번에 회색빛으로 변했다.

저주도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약화되어 갔으니 지금까지의 상황이 그리 나쁘다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가 정말 큰 문제였다.

'최선을 다해서 도망치더라도 추격을 따돌릴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해. 하지만 또 너무 일찍 빠져나가 버리면 독이 오른 엠비뉴의 군대가 피난민들을 노리게 되겠지.'

시간을 벌어야 했고, 엠비뉴 군대의 시선도 계속 끌어 줘야 한다.

그러면서도 살아야 했으니 정말 까다롭기 짝이 없었다.

"평일에도 늦잠을 자고, 자장면은 간자장에 곱빼기로 시켜서 남기고, 주말에는 텔레비전이나 보면서 빈둥거리고 싶은데 이놈의 팔자는..."

"오오오!"

"캬하하하하하."

"이런 게 위드라니까. 위드만 할 수 있는 모험이라고!"

바트가 있는 선술집은 사람들로 왁자지껄 시끄러웠다.

술집은 손님으로 가득 찼지만 다들 정작 맥주와 안주는 뒷전이고 대형 수정 구슬을 통해 위드의 모험을 지켜보느라 바빴다.

바트도 물론 보고 있었다.

'이런 게 뭐가 재미있나. 몬스터들에게 겁먹어서 던전을 나와 단체로 도망치기나 하는구만.'

그러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신 나긴 신 나네. 묘하게 눈길을 끌긴 해. 피난민들이 죽어 버릴 것 같은 아슬아슬함도 있고.'

잠시 후, 위드가 1명의 동료와 부하 둘을 데리고 미끼가 되는 역할을 자처해서 맡았다.

'오, 저런 결정을.......'

선술집도 어느새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대형 수정 구슬을 보느라 정신이 팔려 맥주가 떨어져도 주문을 하지 않을 정도였다.

위드와 서윤, 부하들이 도망치면서 만들어 내는 긴장감, 엠비뉴의 군대가 위협스럽게 몰려드는 걸 보면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바트는 전투 시스템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었기에 위드가 얼마나 잘 싸우는지를 몰랐다.

늑대, 여우, 토끼를 빼면 몬스터가 얼마나 강한지에 대한 감이 없었다.

전장을 헤치고 다니는 위드를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정말 움직임이 흉내 내지도 못할 정도로 뛰어나다고 하면 그러려니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위드가 계속 무언가를 벌일 듯한 느낌은 확연히 받았다.

직접 만나 본 시간이 길진 않았어도 아무 대책 없이 엠비뉴 군대의 앞에 뛰어들 정도로 무모한 성격은 아니었다.

"근데 저 옆에 있는 가면을 쓰고 있는 여자애는... 왠지 익숙한 느낌이 드는데, 설마 내 딸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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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도,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라."

"알겠다. 주인!"

토리도는 진혈의 뱀파이어족을 불러들였다.

뱀파이어들은 광신도를 습격하면서 레벨을 올렸다.

어떤 의미에서는 상당히 순수한 피를 가지고 있는 광신도들이었기에 진혈의 뱀파이어족이 상대하기에는 최적의 부대였다.

광신도와 뱀파이어의 대결이 도처에서 벌어졌다.

엠비뉴의 사제들이 많았지만 그들은 뱀파이어들을 상대하려고 하지 않고 위드만 쫓아왔다.

다른 일에 우선하여 반드시 죽여야 하는 목표가 위드였다.

토리도가 방향을 튼 왼쪽으로는 강이 흐르고 있었다. 

예전에 만들어 놓은 피라미드와 사자 괴물상이 우뚝 서 있는 장소였다.

"엠비뉴를 모독한 자는 도망치지 못한다!"

와이번 나이트들도 지상까지 내려와 창을 찌르면서 공격을 해 왔다.

그리고 멀리에서부터 화살과 마법이 계속 날아오고 있다.

엠비뉴의 군대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으며, 피라미드와 사자 괴물상 너머에서도 광신도와 마물 들로 이루어진 병력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는 마음껏 활개치고 다니지 못할 정도로 포위되어 완전히 고립되어 가는 상황!

전 방향에서 엠비뉴의 군대가 옥죄어 왔다.

마물들의 이동속도가 빨라, 마물과 광신도를 해치우다 보니 미처 포위망을 벗어나지 못하였던 것이다.

'이번에도 지켜 주지 못하겠구나.'

서윤은 최후까지 싸우기 위한 각오를 다졌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녀는 마지막까지 위드를 위해 싸우다가 먼저 죽을 작정이었다.

"여기 있지 말고 올라가자."

위드는 피라미드의 외벽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네모난 돌을 쌓아서 만든 피라미드였기 때문에 위로 올라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다만 지형상 크게 유리한 점도 없이 오갈 데가 없는 막다른 곳으로 간다는 게 조금 의문!

"아!"

서윤은 묘한 깨달음의 탄성과 함께 뒤를 따랐다.

"여기는 적들의 마법이나 화살에 취약하다."

"도주를 포기하고 최후까지 싸우겠다면 나쁘지 않다, 주인."

토리도와 반 호크도 피라미드의 돌을 밟고 올라왔다.

엠비뉴의 광신도와 병사, 마물 들도 계속 따라왔다.

한 층씩 오르면서, 와이번 나이트들과의 싸움도 계속 벌어졌다.

와이번 나이트 자체는 위드는 물론이고, 서윤이 광전사의 능력을 발휘하는 이상 큰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그 탓인지 이제는 삼분의 일도 남지 않았지만 끈질기게 공격해 왔다.

위드가 피라미드의 정상에 있는 돌에 올라섰다.

예전에 큰 애착을 갖고 직접 만들었던 왕의 무덤!

지금은 선정을 펼치는 모라타의 영주이지만, 깊이 잠재되어 있는 악덕 기업주로서의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던 대공사의 결과물!

서윤과 반 호크, 토리도도 바로 밑에 있는 돌까지 도착했다.

"장관이군."

산 정상에 오른 것처럼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엠비뉴의 군대가 몰려들어 있었다.

쌔까맣게 몰려 있는 마물들과 암흑 성기사, 저주술사, 사제, 광신도의 무리!

교주 벨로니도 불타는 세라보그 성을 뒤로하고 친위 부대를 이끈 채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 이 정도면 목표로 했던 시간에서 절반 이상은 끌어 준 셈인가."

피난민들에게 별문제가 없는 이상 삼분의 이 정도는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후로도 노략자들이 장거리 행군을 해야 하니 이동 능력은 갈수록 떨어지게 되리라.

그러자면 더욱 여기서 엠비뉴의 군대를 붙잡아 놓을 필요가 있다.

"조각 변신술 해제."

위드는 아이스 트롤로 바뀌었던 몸을 버리고 원래의 상태로 돌아왔다.

임시로 착용했던 가죽 갑옷들을 벗어 버리고, 창도 다시 배낭에 넣었다.

한창 실컷 싸워야 될 때에 육체적으로 유리한 아이스 트롤의 몸을 버리다니!

방송을 보고 있는 모든 유저들이 그 까닭을 궁금해했다.

혹시나 급하게 피라미드를 올라간 게 도망치다 벌인 실수이고, 삶을 포기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이 깊어 갈 무렵.

"산동네에 살 때에도 장점은 하나 있었지. 비가 많이 와도 비교적 안전하다는 점!"

위드는 배낭에서 조각품을 꺼냈다.

걸작. '폭우와 범람하는 강'.

돌로 정교하게 지어진 조각품.

자연 조각술로 사용하여 빗물과 강물을 만들어서 완성시킨 걸작이었다.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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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재앙의 자연 조각술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예술 스탯 20이 영구적으로 사라집니다.

생명력과 마나 20,000씩이 소모됩니다.

모든 스탯이 사흘간 일시적으로 15% 감소합니다.

자연과의 친화력이 떨어집니다.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은 하루 한 번밖에 사용하지 못합니다.

위험한 재앙을 불러오게 되면, 그 피해에 따라서 명성이나 악명이 오를 수 있습니다.

재앙을 겪는 와중에 죽을 수도 있으니 주의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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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부지런히 올려 둔 자연과의 친화력 1,005로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을 사용하였다.

"일단 대피는 확실히 했으니까."

그간 이 스킬을 두 번 사용해 보고 확실히 몸으로 깨달은바가 있다.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을 잘못 쓰면 본인이 죽기에 딱 좋다는 점.

피라미드 꼭대기까지 힘들게 기어올라 왔으니 조금도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스킬을 사용했다.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들더니 비가 억수처럼 쏟아졌다.

마치 하늘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처럼 내리는 폭우였다.

위드와 서윤, 반 호크, 토리도와 엠비뉴의 군대를 적시는 빗물.

"슬슬 시작하는구나."

비는 계속 내렸다.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이 발동될 때까지, 악천후 속에서 피라미드를 기어올라 오는 광신도와 마물 들과 싸워야 했다.

"엠비뉴 신께서 재물을 기다리고 계신다."

"올라가라. 엠비뉴를 향한 용기를 보여라!"

광신도와 마물 들이 몰려들 뿐만 아니라, 저주술사와 마법사, 엠비뉴의 사제 들이 마법 공격을 했다.

위드는 헬리움으로 조각했던 횃불을 꺼냈다.

원거리 공격을 막는 마나 배리어, 흑마법과 저주 마법에 대한 강한 내성을 걸어 주고 그리고 마나 회복 능력까지 올려 준다.

"광휘의 검술!"

위드의 검에서 빛의 새들이 생성되어, 마물들을 정화시키고 마법 공격에 부딪쳐서 폭발했다.

서윤은 광전사답게 마물들을 위주로 상대해 가며 싸웠다.

빛과 마법이 작렬하면서 피라미드의 정상 부근은 화려하기 이를 데 없었다.

버티는 입장에서는 생지옥과도 같은 상황이지만!

불과 3~4분이 지났을 무렵, 반 호크가 주저앉았다.

"주인, 나는 여기까지인 것 같다. 끝까지 같이 싸우지 못해서 미안하다."

생명력이 한계에 달한 반 호크의 역소환!

위드가 조금의 여유라도 있었다면 붕대를 감아 주고 후방으로 돌렸겠지만 한눈을 팔며 챙겨 줄 틈이 없었다.

엠비뉴 마법사들의 공격이 무시무시했기에 피하거나 광휘의 검술로 막아 내면서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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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법 공격, 누른의 창에 적중당하셨습니다.

  생명력이 869 감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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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의 생명력이 34,000 이하로 떨어졌고, 서윤은 광전사의 지구력으로 버티고 있었다.

그녀도 위드에게로 달려가는 마물들을 막아 주고 저주와 마법의 표적이 되면서 상당히 많은 부상을 입었다.

몸을 사리지 않고 싸우면서 위드보다도 더 많은 공격을 허용했다.

말 그대로 퍼붓는 비 덕분에 마법과 화살의 위력이 약화되어 버티는 데 도움이 되긴 했지만 그 효과가 큰 건 아니었다.

"이대로라면 모두 죽겠는데......"

위드의 얼굴을 타고 빗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교주 벨로니와 그의 친위대가 피라미드를 공격할 수 있는 범위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피라미드 아래쪽에서는, 위로 올라오려는 마물과 광신도들이 아우성치고 빗물에 미끄러져 떨어진 동료에게 깔려 연속적으로 피해를 입는 아비규환!

그때, 이제나저제나 기다리고 있던 대재앙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피라미드와 사자 괴물상이 만들어진 장소는 로자임 왕국의 아루드 강가 근처였다.

빗물로 어느새 물이 많이 불어나 있다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강물이 넘치기 시작한 것이다.

"케에엑!"

"물이다. 물이 밀려온다."

범람한 물은 빠르게 퍼져 갔다.

광신도와 마물, 사제 들의 발목을 적시면서 번져 나가더니 수위가 급속도로 차올랐다.

아루드 강의 상류에서는 해일처럼 어마어마한 물리 밀려왔고, 산과 언덕, 평원에서도 저지대인 피라미드 주변으로 물이 차올랐다.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 대홍수!

집채만 한 파도가 밀려와 엠비뉴의 군대를 덮쳤다.

꾸위이익!

거친 물의 힘에 의해 칼라크롭스조차도 쓰러졌다.

결집해 있던 엠비뉴의 군대는 이리저리 흩어지며 저마다 살길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사방이 온통 물바다였다.

무릎을 넘어선 물이 금방 머리 위까지 차올랐다.

건물이 무너지고, 공성 병기, 바위, 나무 가릴 것 없이 부서져서 떠다녔다.

엠비뉴만을 외치던 광신도와 마물 들이 물에 잠겨수 수장되고 휩쓸렸다.

위드는 보기만 해도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역시 가장 마음에 드는 조각술이야."

하지만 홍수가 끝나고 나면 엠비뉴의 군대의 피해가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였다.

비교적 약한 광신도들이야 절망적인 피해를 입었을 수도 있다. 

홍수의 급류에 휩쓸리거나 했다면 그대로 단체도 사망했을지도 모르는 일.

하지만 강한 마물들이나 암흑 성기사, 암흑 사제를 비롯한이들은 생명력이나 저항력이 높아서 홍수가 지나가고 나도 죽지 않을 가능성이 많았다.

엠비뉴의 군대가 엉망진창으로 홍수에 휩쓸리며 피해를 보고 있는 지금이 기회!

위드는 사자 괴물상을 향해 스킬을 시전했다.

"조각품에 생명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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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품에 생명을 부여하셨습니다.

족가품의 능력은 현재 설정된 예술 스탯 2,281에 따라 469로 변환됩니다.

뛰어난 명작 조각품의 효과로 인해서 10%의 레벨이 추가됩니다.

생명체에 네 가지의 속성이 부여됩니다.

조각품의 모양과 수준에 따라 부여되는 속성의 수준과 능력치가 다릅니다.

돌의 속성(100%), 불의 속성(80%), 예술의 속성(100%), 영광의 속성(100%)

돌의 속성은 생명체에 특별한 방어력을 부여합니다.

불의 힘을 이용해 적을 태울 수 있습니다.

모든 저주 마법에 대해 면역을 갖습니다. 

흑마법에 대해 강한 저항력이 생깁니다.

예술의 속성으로 인하여 조각품과 미술품을 좋아하고, 작품들의 효과를 150%로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자신뿐만 아니라 동료들 전체에 해당됩니다.

영광의 속성은 생명체에 기품과 카리스마를 부여합니다.

대규모 군대와 같이 싸울 때에 그들의 충성심과 사기를 끌어 올리고 기사들의 통솔력이 주는 효과를 늘릴 수 있습니다.

마나가 5,000 사용되었습니다.

스킬의 효율이 증가해서 생명을 부여할 때 소모되는 레벨과 스탯의 양이 20% 감소합니다.

예술 스탯이 6 영구적으로 줄어듭니다.

줄어든 스탯은 조각품이나 다른 예술과 관련된 활동을 통해 보충할 수 있습니다.

레벨이 2 하락합니다. 레벨 하락에 따라서 보유하고 있는 스탯이 10 줄어듭니다.

줄어든 스탯은 레벨을 올리게 되면 다시 부여할 수 있습니다.

생명이 부여된 조각품을 소중히 다루어 주십시오.

목숨을 잃으면 다시 생명을 부여해야 합니다.

완전히 파괴되었을 경우에는 되살릴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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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의 레벨이 다시 405가 되었고, 예술 스탯의 소모가 있었다.

하지만 로자임 왕국의 괴물 사자상이 살아나게 되었다.

"크허허헝!"

포효하면서 깨어난 대형 사자 괴물상!

"꼬로로록!"

앞발을 내딛다가 미끄러져서 자신의 몸의 절반까지 차오른 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렸다.

첫인상치고는 상당히 모자라 보였지만, 위드가 만들었던 조각 생명체들이 한두 번 보여 준 모습도 아니었다.

" 내 이름이 무엇인가."

생명이 부여된 사자 괴물이 위드에게 머리를 바싹 들이밀면서 물었다.

사자 괴물상의 높이는 피라미드와 대충 비슷했다. 

현왕 시오데른과 흡사한 얼굴에, 몸은 완전한 사자였다.

"네 이름은 스핑크스다."

"스핑크스가 내 이름이라면 상관없다. 어차피 명예에 대해서 잘 모르는 주인이 부른다고 해도 충실하게 따를 생각 따위는 없으니까."

스핑크스는 성향상 자의식과 독립심이 강해서 위드를 주인으로 많이 존중해 주는 편이 아니었다.

위드도 굳이 걸고넘어질 생각은 없었다.

"이 문제는 한가할 때 먼지 나도록 이야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고, 일단은 싸움부터 하자."

"원하던 바다."

스핑크스가 포효하면서 물로 뛰어들었다.

급류에 휩쓸려 가는 암흑 성기사들을 입으로 물고 앞발로 때렸다.

"저 사자 괴물을 해치워라!"

"이 모든 일의 원흉인 위드가 저기에 있다. 위드를 제물로 바쳐야 한다!"

헤엄을 치는 마물들의 등에는 엠비뉴의 사제들이 타고 있었다. 

하지만 급류에 휩쓸리거나 소용돌이에 휘말려서 사라지기도 했다.

강에서 범람해 흐르는 물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향했기에 엠비뉴의 사제들은 원하는 대로 싸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건축물과도 같이 무거운 스핑크스는 강물에서 첨벙거리면서 엠비뉴의 군대를 사냥했다.

"스물, 스물하나, 스물둘."

위드는 하이 엘프 예리카의 활로 무장한 채로 물에 떠 있는 마물들을 위주로 화살을 쏘았다.

서윤과 토리도 역시 피라미드를 붙잡고 올라오는 마물들을 척살했다.

대홍수가 엠비뉴 교단을 쓸어버리고 있었다.

콰르르릉!

가끔씩 벼락이 떨어지면서 피라미드에 서 있는 위드의 모습을 잠깐씩 비춰 줬다.

비바람을 맞으며 활시위를 겨누는 모습!

어둠과 빛이 적당하게 뒤섞여 상당히 멋진 자세였다.

위드는 실컷 화살을 쏘며 대상을 바꿔서 엠비뉴의 사제들위주로 사냥을 했다.

잘 죽지 않는 마물보다는 경험치를 많이 주는 사제를 노리는 편이 훨씬 이득이었다.

하지만 좋은 시간은 빨리 지나갔다.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의 효과가 서서히 사라지면서 비가 그쳐 가고 있었다.

하지만 피라미드 주변으로는 물이 더욱 많이 불어나서, 급류가 더 거세졌다.

"이 정도라면 충분히 할 만큼은 한 거 같군."

만족스러울 만큼 엠비뉴 교단의 사제를 많이 사냥한 건 아니지만 슬슬 떠나야 할 시기라고 생각했다.

물의 수위가 낮아지고 나면 이리저리 쓸려 다니던 엠비뉴의 군대가 전열을 정비하게 된다.

물론 세라보그 성에서의 전투와 홍수로 지쳐서 군대의 전력이 많이 줄어들어 있겠지만, 더 이상 머무르다가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지게 되면 위험하다.

서윤도 마물들을 도맡아서 사냥하며 꽤나 힘들어하고 있었다.

"대충 피난민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시간은 벌었군."

엠비뉴의 군대가 다시 추격을 해 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리라.

상당히 많은 광신도와 마물이 아루드 강의 하류로 떠내려 갔지 때문에 엠비뉴의 군대가 얼마 죽지 않았더라도 그 여파는 굉장했다.

왕국 간의 전쟁 등에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을 사용한다면 정말 끔찍한 피해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적군과 아군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 작은 부작용일 뿐!

"스핑크스, 이제 가자."

"난 계속 싸우고 싶다."

"놈들이 몸을 추스르는 대로 쫓아올 거야. 지금 빠져나가야 덜 위험해."

교주 벨로니와 친위대, 그리고 물에 이리저리 쓸려 다니는 대형 마물들은 대재앙이 끝나기마 하면 원래 전투력을 발휘하게 되리라.

그들이 추격해 오는 것까지 감안한다면 서둘러 빠져나가는 게 현명했다.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다."

"왜?"

"여기에는 내가 지켜야 할 것이 있다. 현왕 시오데른의 무덤을 끝까지 지킬 것이다."

"......."

스핑크스는 자유롭게 떠나는 대신 피라미드를 선택했다.

조각품에 생명 부여의 부작용!

조각품이였을 때 피라미드를 지키는 역할을 부여받아, 왕의 위엄을 상징하던 사자였다.

생명이 부여된 이후로도 그역할을 잊지 않고 엠비뉴의 군대와 끝까지 싸우려는 것이다.

"그러다가 죽을 수도 있어. 기껏 얻게 된 생명인데 아깝지도 않아?"

"지켜야 할 것을 지키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나와 같이 가자. 앞으로 매일 고기반찬도 해 주고 1년에 이틀씩 휴가도 줄게."

물론 정말 지켜질지는 전혀 장담하지 못할 약속!

"내 뜻은 이미 정해졌다. 가라. 이곳은 내가 맡겠다."

스핑크스의 충직함을 보며 위드의 눈가가 아릿하게 흐려졌다.

'비가 아직 몇 방울씩 떨어져서 다행이군. 내 눈물을 감출수 있으니.'

스핑크스의 말에 감동을 받아서는 당연히 아니었다.

아까운 예술 스탯과 레벨!

소중한 경험치를 투자해서 생명을 부여해 준 스핑크스가 고집불통으로 이곳에서 싸우다가 죽겠다고 하다니.

"너무 급하게 생명을 부여했어. 시간이 충분히 있을 때 생명을 부여한 다움에 몸으로 교육을 시켜 놨어야 하는데."

이미 때늦은 후회였다.

스핑크스를 설득하며 더 이상 머무르다가는 위드와 서윤도 위태로울 수가 있었다.

"와삼아!"

위드는 사자후를 터트렸다. 그러자 잠시 후에 하늘 저 멀리에서부터 와이번이 날아왔다.

새벽잠도 제대로 못 자고 눈곱도 떼지 않고 날아오는 와삼이.

와이번 나이트들이 견제했지만 와삼이는 유유히 방향을 바꾸어 가며 피라미드에 도착했다.

위드와 서윤이 와이번의 등에 탔을 때에는 홍수의 물살이 많이 약해져 있었다.

물에 잠겨 있던 엠비뉴의 군대가 다시 땅을 밟게 되었다.

물을 많이 먹고 쓰러져 있던 마물과 광신도 들로 지상은 온통 난리였다.

엠비뉴의 마법사와 사제 들이 공격을 가하려고 했지만 스핑크스가 그들을 몸으로 막아 주었다.

"어서 가라!"

위드와 서윤은 와삼이의 등에 탔고, 토리도는 직접 날아서 전장을 벗어났다.

멀리서 보니 스핑크스가 용맹하게 싸우고 있었지만, 결국은 엠비뉴의 군대에 포위되어서 어려운 전투를 해야 될 것이다.

'살아남기는 힘들겠군.'

날지 못하는 스핑크스를 이끌고 도망치가란 처음부터 상당히 힘든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스핑크스 덕분에 위드는 편하게 빠져나갈 수 있었다.

"와삼아, 바로 피난민들이 있는 방향으로 가지 말고 다른쪽으로 멀리 돌아가자."

"알겠다. 주인."

위드는 혹시나 모를 추격을 방지하기 위해 와이번으로 한바퀴를 돌고 피난민들을 향해서 갔다.

언덕과 야산을 넘어서 끝없이 이어진 것 같은 피난민들의 행렬!

위드와 와삼이를 보면서 유저들과 주민들이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엠비뉴의 군대가 아직 크게 쫓아온 건 아닌 거 같군.'

돌아다니던 몬스터들이 일부 습격을 가했지만 그쯤은 유저들과 병사들로도 막을 수 있었다.

위드가 떠나고 난 이후 이미 로그아웃을 한 유저도 많았지만, 상당수가 세라보그 성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서 접속을 종료하려고 걷고 있었다.

위드는 와이번에 탄 채로 피난민들을 계속 따라갔다.

"여기 붕대 있어. 팔 좀 내밀어 봐."

그러면서 광전사의 후유증 때문에 전투가 끝난 후에도 계속 괴로워하는 서윤에게 붕대를 감아 주기도 했다.

아침이 된 이후에도 한참을 뒤따라가니 피난민의 선두가 로자임 왕국의 군대를 만났다. 

세라보그 성에서 피운 봉화를 보고 로자임 왕국의 군대가 진군해 왔던 것이다.

'이제 마음을 좀 놔도 되겠군.'

위드는 약간의 피로를 느끼며 로그아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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