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26권 : 7. 네 종족의 역사 (146/520)

[ 네 종족의 역사 ]

파브로아 마을은 생명의 숲 외곽에 있었다.

특산품으로 맛좋은 과일들이 있기에 여행자들이 많이 찾아왔다.

"산림욕하러 온 기분이네."

"신혼여행지보다도 더 좋은 거 같아요."

손을 꼭 붙잡고 있는 커플들!

높이가 수십 미터씩 되는 나무들 사이로 내려오는 햇빛이며 숲에서 뛰어다니는 작은 동물들로 인해서 인기 있는 휴양지였다.

토끼와 사슴, 여우도 마을 근처의 계곡에 내려와서 물을 마시고, 사람들이 가까이 접근해도 피하지 않았다.

사자나 곰 같은 맹수들도 인간들에서 친근한 척을 하며 먹을 것을 얻어먹었다.

엘프들이 있는 마을로, 여기서는 동물들을 사냥하면 안 된다.

그렇게 지나다 보니 동물들도 인간들을 편하게 대하는 것이다.

그 파브로아 마을의 입구에 위드와 유린이 갑자기 일렁이며 나타났다.

"흠, 여긴 먹을 것들이 아주 많군."

위드가 동물들을 보며 간단히 내린 평가였다.

유린도 옆에도 거들었다.

"오빠. 배고플 땐 뭐든 먹어도 되겠어."

"아까 밥을 먹었는데 다시 배가 고프군."

동물든은 그저 음식으로 보일 뿐이었다.

위드와 유린은 허기를 참으며 마을로 들어갔다.

숲 안의 나무들 아래에 있는 마을로, 엘프 경비병들이 상당히 많이 보였다.

엘프들의 무기와 방어구를 판매하는 상점, 과일을 바탕으로 요리를 하는 식당, 나무 위에 지어진 여관도 있었다.

초보 시절이었더라면 무기와 방어구 상점에 관심을 가졌을 테지만 위드는 바로 란델리아부터 만나러 갔다.

대장장이 스킬 때문에 엘프들의 무기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사실 상점에서 좋은 무기를 구하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물론 상점용 무기에도 소위 명품은 있다.

하지만 지금 위드의 수준에 쓸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더군다나 이런 휴양지의 마을이라면 더더욱 바가지가 극심할 터!

"가장 오래된 조각품에 대해 알아보러 왔습니다."

엘프 장로 란델리아는 마을 중앙에 있는 연못 근처에 앉아있었다.

그녀는 엘프답게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외모에 긴 머리카락을 가졌다.

"인간 조각사의 방문이로군요. 그대 모라타의 영주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왔습니다. 엘프들에게도 공평하게 대하며 예술을 사랑하고, 모험을 통해 대륙의 평화를 지킨다지요."

위드가 했던 여러 가지 일 때문에 엘프 장로 란델리아는 그를 정중하게 대했다.

"예. 예술의 길이 엘프들의 지식을 구하라며 이곳으로 저를 안내하였습니다."

"가장 오래된 조각품, 최초의 조각품에 대한 이야기는 엘프들 사이에서 내려오는 것이죠. 기록에 익숙한 인간들이 남기지 못한 과거, 삶의 주기가 짧은 오크들이 전하지 못한 이야기, 열정을 부태우며 사는 드워프들이 잊어버린 기억. 하지만 그만큼 신빙성도 없답니다. 그래도 듣고 싶나요?"

"예."

"네 종족이 동굴에서 살아갈 때예요. 그때는 많은 조각품이 만들어졌답니다."

위드의 눈앞에 다시 영상이 흘러나왔다.

대륙의 초창기, 몬스터들이 활개를 치며 돌아다닐 때였다.

인간과 엘프, 드워프, 오크 들은 곡물을 길러도 금세 빼앗기기 일쑤였다.

마을을 세우지도 못하고 깊은 동굴 안으로 숨어들어 가서 지냈다.

드워프들은 땅을 파는 재주가 무척 뛰어나서, 여러 개의 동굴을 연결시켜 놓아 몬스터의 위협으로부터 대처했다.

세상에 대화가 통하지 않는 난폭한 몬스터들이 가득할 때, 오크들이 유능한 전사로서 버텨 주는 덕분에 살 수 있었다.

"캬하아아."

인간들이 완전한 언어를 이루기도 훨씬 전이었다.

하지만 네 종족은 힘을 합쳐서 숫자를 조금씩 늘려 나갔고, 몬스터들과 투쟁하는 법을 익혔다.

오크들은 훌륭한 싸움꾼이었고, 어떤 몬스터라고 하더라도 물러서지 않았다.

엘프와 드워프, 인간을 살리기 위해서 대신 희생하는 의리까지 있었다.

결국 그들은 동굴 밖으로 나와서 강가 근처에 정착하였다.

베르사 대륙 최초의 도시, '라체부르그'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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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 베르사 대륙 문명의 기원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셨습니다.

  지식이 15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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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체부르그라.....'

베르사 대륙의 역사서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은 이야기였다.

왕국들이 세워진 이후의 역사부터 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위드의 눈앞에 라체부르그의 모습이 비춰졌다.

드워프들이 나무를 세워서 만든 단단한 방책이 있었다.

도시에는 흙과 돌을 쌓아서 만든 집들이 늘어서 있었으며, 엘프들은 나무에서 잠을 청하기도 하였다.

오크들과 드워프들의 집은 입구의 크기부터 차이가 많이났다.

곡물과 과일나무를 키우는 넓은 평원 그리고 도시 근처로 유유히 흐르는 반짝이는 강물.

새들이 무리를 지어서 날아다녔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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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의 조각술 완료

엘프들은 대대로 내려오며 네 종족의 협력과 오래된 조각품에 대한 이야기를 해 왔다.

아마도 태초의 조각술은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라고 짐작된다.

- 퀘스트 보상 : 엘프 장로 란델리아에게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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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를 마쳤지만, 위드는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도 이대로 끝나지 않고 당연하게 연계 퀘스트로 이어졌던 것이다.

엘프 란델리아가 이어서 말했다.

"오랜 시간을 살아가는 엘프들이라고 하더라도 말로만 전해 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답니다. 지금은 그때 만들었다던 조각품에 대한 이야기도, 네 종족이 모여 살았다던 도시 라체부르그의 위체에 대해서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렇겠군요."

대륙에는 인간의 왕국이 세워지고 멸망하기를 반복했다.

몬스터 무리의 이동에 따라서 각 종족의 거주지도 바뀌었고, 무성한 숲이 있던 장소가 평야로 변하기도 했다.

로열 로드에서 베르사 대륙이 창조된 건 무려 10억 년 전!

각 종족과 몬스터가 탄생한 것은 자연이 제자리를 잡은 그때보다는 훨씬 이후였지만, 그럼에도 까마득한 과거의 일이었다.

몬스터에 의하여 멸망한 마을이 수만 곳을 넘어섰고, 인간과 엘프, 드워프, 오크 글이 각자의 안정적인 영역을 가진 현재의 구도가 완성된 것은 불과 수천 년 전이라고 한다.

"라체부르그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는 건 불가능한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조각사뿐이리라고 생각됩니다. 인간 조각사여, 찬란한 예술의 길을 걷는 사람이여.

 라체부르그에 대해서 우리 엘프들이 잘못된 말을 전해 온 게 아닌지 사실을 알아볼 수 있겠습니까?"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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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라체부르그

네 종족이 살았다는 신화의 도시

현제는 어디에서도 그 도시를 찾을 수가 없다.

라체부르그를 발견하라!

난이도 :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

퀘스트 제한 : 고급 8레벨 이상의 조각술.

                   조각술의 추억 스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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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술 마스터 연계 퀘스트!

위드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저도 라체부르그가 사실이라고 믿습니다. 네 종족이 화목하게 살았다는 그 도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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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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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은근히 눈치를 보았다.

어떤 보상을 줄지에 대해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엘프의 활이면 대박인데. 꼭 활이 아니더라도, 정령술을 높여 주는 엘프의 아이템이라도 괜찮아. 자연과의 친화력과 연관이 있는 장비도 나쁘지 않고.'

엘프의 아이템은 뭐든 귀한 편이었다.

인간이 아닌 엘프 종족을 택한 유저들은 그런 면에서 불이익을 상당히 받았다.

각 마을마다 엘프 대장장이가 몇 명 없고, 사냥에서도 엘프 전용 장비는 많이 안 나온다.

가끔 나오더라도 주로 초보엘프들이나 착용하는 물건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장비를 구하는 데에 상당히 애를 먹었다.

다만 엘프들은 기초적인 육체 능력이 좋은 편이고 마법과 정령술, 궁술의 달인들이라서 가벼운 가죽옷으로도 활동을 잘했다.

마침내 엘프 란델리아가 다시 입을 열어 말한 첫 번째 퀘스트에 대한 보상은.......!

"제가 사는 집의 뒤쪽에 가 보면 과일나무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 혼자서는 다 먹지 못할 테니 마음껏 따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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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란델리아의 집 뒤쪽에 있는 과일나무에서 과일을 수확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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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헉!"

위드의 얼굴이 처참할 정도로 구겨졌다.

기대하고 부자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계란도 넣지 않은 라면을 끓여 주는 격!

"알겠습니다. 마침 과일을 먹고 싶었는데 잘되었군요."

"그럼 훌륭한 조각사가 되시기를. 그리고 라체부르그에 대해서는 엘프들도 더 이상 아는 것이 없으니 이 무리한 부탁은 언제든 거절하여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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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퀘스트를 포기하실 수 있습니다.

  퀘스트를 포기하면 엘프 란델리아의 친밀도가 감소하며 나중에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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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를 받고 나서도 해결하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게 될 바에야 아예 여기서 끝낼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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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는 유린과 함께 란델리아의 집 뒤롣 들어갔다.

사과나무, 배나무, 귤나무, 무화과나무, 석류나무, 밤나무, 살구나무, 대추나무 그리고 엘프목들.

많은 종류의 나무들의 가지에 열매가 가득 열려 있었다.

"맛있겠군."

"오빠, 과일값이 비싸잖아."

"그러니까 남김없이 따 가자."

보통 나무에서 열매의 맛이나 조금 보면서 다음 퀘스트를 하러 가는 사람들과는 달랐다.

"힘껏 흔들어!"

나무를 흔들어서 떨어진 열매들을 주워 담았다.

재봉용 천을 바닥에 깔아 놓았기 때문에 안심하고 떨어지는 과일들을 배낭에 쓸어 넣기!

여분으로 가지고 다니는 배낭들까지 가득 채우고 났더니 란델리아가 키우던 나무들은 열매를 남김없이 잃어버리고 말았다.

위드는 잘 익은 사과를 베어 물면서 말했다.

"그럼 이제 라체부르그로 가야 되겠군."

아무 단서도 주어지지 않았으니 상당히 막막할 수밖에 없으리라.

엘프들이나 드워프들에게 물어보더라도 뭔가를 얻어듣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위드는 라체부르그의 영상을 보았다. 그것을 단서로 해서 추적하면 된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변하지 않는 게 강의 위치와 돌의 종류라고 할 수 있지."

영상에서 집을 쌓는 재료인 돌을 세밀히 봐 두었다.

위드는 조각술로 대륙에 있는 웬만한 종류의 돌은 다 깍아 본 경험을 가졌다.

"대충 범위를 정할 수는 있겠어."

돌과 강, 새와 넓은 평원까지도 고려한다면 범위가 더 좁혀질 것이다.

"좀 더 뚜렷한 장소는 조금 계산을 해 봐야 되겠는데......"

정보들을 모아서 가공할 필요가 있었다.

위드가 아직 다음 행선지를 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리자 유린이 말했다.

"그럼 모라타로 돌아갈까?"

"아니. 모라타에서 왔으니까... 이번에는 바르고 성채로 가자. 그곳에 페일 님과 스승님과 사형들이 모여서 밥을 먹는다고 했으니까 들러 봐야지."

"응. 그림을 그릴게."

샤샥.

예쁘고 정밀하게 그려지는 바르고 성채.

모습이 빨리 바뀌기 때문에 지금에 맞게 정확하게 그려야 할 필요가 있었다.

유린은 다수의 그림을 그린 실력을 뽐내기라도 하듯이 멋진 그림을 그려 내고 있었다.

"근데 며칠 전에 도서관에서 공부한다고 하지 않았어? 저녁에 도시락이라도 전해 주려고 갔는데 안 보이더라."

샤샤샤샤샤샥.

유린의 스케치 속도가 다시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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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고 성채에 있는 페트는 주변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 인사가 되었다.

실제에 버금가는 그림을 그려서 몬스터를 현혹시키는 화가!

아직 많이 알려지진 않았어도, 대륙 최고의 화가로 이름을 날릴 시간이 머지않았다.

방송사들도 그의 그림을 취재해 갈 정도였으며, 여기저기의 벽과 건물에 여러 명화를 그렸기 때문이다.

"이곳에 세울 건물에 그림을 그려 넣으려는데, 시간이 좀 되는가?"

"흠, 이런 구조라면 제 그림이 돋보이지가 않는데요."

"그렇다면 의견을 말해 보게. 적극 반영하겠네."

바르고 성채의 복구공사를 진행하던 건축가들도 페트의 그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떠오르는 샛별과도 같은 화가 페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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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고 성채의 영향력

영주 위드 : 43.198.

물빛의 화가 페트 : 3,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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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로 했던 바르고 성채의 영향력에서 위드를 능가하기는 한참이나 멀기는 했다.

위드는 격렬한 전쟁을 치른 끝에 불사의 군단에게서 이 지역을 되찾았고, 충성심 강한 주민들과 병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그림만으로 영주를 능가하여 지위를 빼앗기란,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쉬운 목표는 아니었다.

예술가와 문화를 즐기는 주민들이 아직 젊어서 영향력이 더욱 느리게 올라갔기 때문이다.

"너무 쉬워도 재미없지. 하지만 결국에는 내 뜻대로 이루어질 거야."

페트의 그림이 바르고 성채의 중요한 요소들을 뒤덮고 있으니 그날도 언젠가는 찾아오게 되리라.

바르고 성채의 유저들이 예술을 말할 때 조각사 위드가 아닌, 화가 페트를 먼저 떠올리는 것이야말로 통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많이 먹어라."

"멍멍!"

조각 생명체들에게 밥을 주고, 옷과 집도 사 주었다.

페트의 앞에만 서면 지옥의 파수꾼이라는 켈베로스도 온순한 강아지처럼 꼬리를 흔들었다.

바르고 성채에서 뛰어노는 페어리들도 그에게 와서 칭찬을 했다.

- 그림 정말 잘 그려요.

- 내 모습이 보여요? 꺄르륵.

- 나도 좀 그려 봐요. 어서어서!

페어리들은 그의 어깨에 앉거나 모자를 잡아당기면서 장난을 쳤다.

"역시 내 실력은 어디서든 통하는군. 당연한 일이니 특별히 기쁠 것도 없긴 하지."

페트는 바르고 성채에서 거칠 것이 없었다.

페어리들을 그려 주었더니 당연히 반응이 좋았다.

공간을 넘나드는 능력이 있는 페어리들은 놀랍게도 그가 그린 그림에 들어가서 술래잡기를 하며 놀기도 했다.

고레벨 유저들도 그에게서 그림 한 점 얻기 위하여 줄을 설 정도였다.

그가 그림을 그리겠다고 밝히면 수천 명이 몰려들어서 구경을 했다.

군중을 몰고 다니는 화가로 군림하고 있었다.

페트의 콧대가 한없이 높아지고 있을 무렵, 그림을 그려 달라는 사람들이 왔다.

아주 건장한 체격의 남자 셋이었다.

"그림을 잘 그린다던데, 20골드 줄 테니 우리를 좀 그려주겠나?"

페트는 코웃음을 치려고 했다.

'어디서 나에게 초상화 따위나 그려 달라고 온 거야.'

금액도 고작 20골드였으니 소문을 잘못 들은 게 틀림없다.

다른 초보 화가들에게는 많은 액수라고 할 수 있지만, 페트에게는 수백 골드고 모자랐다.

페트가 터무니없는 소리 하지 말고 썩 꺼지라는 말을 하기 직전이었다.

"검삼치 형님, 이번에 우리 애가 사람 하나 잡은 거 들으셨습니까?"

"들었지. 새로 들어온 애가 싸우다가 갈비뼈 세 대, 이빨 2개를 날려 버렸다면서?"

페트는 하려던 말을 멈추고 잠깐 눈치를 살폈다.

이건 무슨 조직폭력배들의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녀석이 화를 잘 못 참아서요."

"나도 대충은 들어서 알고 있다. 그래도 남자가 한번 손을 쓰기 시작한 이상 겨우 그걸로 끝내면 어쩌자는 거냐? 확실하게 보내 버렸어야지."

"그러게 말입니다. 애들 교육 잘못 시켜서 죄송합니다. 아예 엉금엉금 기어 다니게 두 다리부터 작살을 내 버렸어야 하는데."

검치 들이 하는 이야기는 새로 들어온 도장의 수련생에 대한 것이었다.

아주 질이 안 좋은 강간법이 사고를 치려는 장면을 목격하고, 흉기를 든 상대와 싸워서 저지한 사건이었다.

"팔다리 정도는 부러뜨렸어야지, 왜 그걸 멀쩡하게 남겨 놔!"

"죽도 못 삼키게 턱을 부숴 버렸어야 됐는데요."

"애들 교육 제대로 시켜라. 대충 쓰면 안 쓰느니만 못해."

"명심하겠습니다."

"그렇게 손을 써야 될 때는 상대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냥 말하는 짐승이라고 생각하면 되잖냐. 

 무슨 말을 지껄이든 상관하지 말고, 죽여 달라고 싹싹 빌면서 엎드려서 못 움직일 때까지 때려야지."

"다음부터는 그런 실수 없게 하겠습니다."

별로 좋은 내용의 이야기는 아니라서, 검삼치와 검사치, 검오치는 그들끼리 소곤거리면서 대화를 했다.

하지만 무슨 대화를 나누나 귀를 기울이고 있던 페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똑똑하게 들었다.

"아, 화가분! 혹시 지금 바쁘십니까?"

"아니요. 바쁘지 않은데요."

"20골드가 부족하다면 더 드릴 수도 있습니다."

"아니요, 충분한 금액인데요. 지금 바로 그려 드리겠습니다."

칠하던 벽화도 잠시 중단하고, 검칯 들의 그림을 그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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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가 유린과 같이 중앙 탑 정상에 나타났다.

바르고 성채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장소였다.

전투 이후 부서졌던 건물들은 복구공사가 한창이었고, 성벽까지 더 높고 두껍게 세우는 중이었다.

성채 전체가 거대한 공사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까운 내 돈....."

바르고 성채가 주변 산자락과 어울리는 장대한 모습을 갖추어 가는 걸 보자니 불현듯 세금이 아까웠다.

영화나 소설, 시, 드라마에도 비극은 참 많지만, 생돈이 나갈 때 느끼는 감정이야말로 슬픔의 절정이었다.

지금까지 투입된 바르고 성채의 복구공사 비용만 생각하면 눈물은 물론 콧물까지 흘러내릴 지경!

그래도 모라타처럼 발전하는 모습이 썩 나쁘지는 않았다.

현재는 낭만적인 성채 도시의 모습까지도 갖춰 가고 있었으며, 일찍 완공될 지역을 바탕으로 유저들이 활동하고 있다.

성문에는 동료들을 모아서 모험을 떠다는 유저들이 미지의 개척지를 향하여 두근거리는 발걸음을 떼고 있었다.

- 영주가 왔다, 꺄르르르.

- 뭐 하다 왔어요?

- 트롤, 트롤! 난 로자임 왕국에 따라갔다 왔어.

위드의 옷깃에 들어 있던 페어리들이 밖으로 나오기도 했다.

페어리들은 그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장난을 쳤다.

유린이 손가락을 올리면 페어리가 서너 명씩 앉거나 매달리면서 놀았다.

"우선 사형들부터 봐야겠군."

위드는 유린과 같이 검치 들이 식사를 하는 장소부터 방문했다.

검치 들은 아직 복구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은 건물 아래의 그늘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인간들 덕분에 제대로 먹어 보겠군."

"고맙게 잘 먹겠네. 그런데 입가심을 할 맥주도 있으면 좋겠는데."

드워프와 바바리안 들도 검치 들 사이에 끼어 있었다.

바르고 성채에서 검치 들은 드워프와 바바리안과 완전히 의기투합했다.

바바리안들과는 덩치와 힘을 겨루다가 사냥을 같이 나가면서 동료가 됐다.

"정말 죽이기 힘든 몬스터가 있는데...."

"당장 토막 내러 가지."

"던전을 돌파한 용사는 우리 마을의 전사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인간에게는 놀라운 명예가 될 거야."

"던전 따위야 어서 가자!"

검치 들과 바바리안은 죽이 아주 잘 맞았다.

드워프들과는 맥주를 마시면서 친해지고 무기와 방어구도 구입하면서 친밀도를 높여 놓고 같이 밥도 머근 사이가 되었다.

바르고 성채로 진출한 드워프와 바바리안은 이전보다도 훨씬 많아진 상태였다.

수르카와 이리엔, 로뮤나, 메이런, 화령을 빼면 남자들만 8백 명 가까운 무리가 우중충한 식사 준비를 했다.

그때에 위드가 유린과 같이 찾아왔다.

"아니, 사형들! 어떻게 이렇게 비곤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습니까?"

"위드야!"

"제가 성대한 만찬을 차려 드리겠습니다."

스승인 검치도 있었고, 불사의 군단과의 전투에서 고생한 보답도 하기 위해서 위드가 식사 준비를 총책임지기로 했다.

"사형들이 먹을 음식인데 아까워하면 안 되지."

바르고 성채의 식량 사정은, 곡물류는 모라타에서 일체 수입하는 상황이어서 그다지 넉넉하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 일행의 앞에는 바바리안들이 사냥한 다양한 고기들이 4천 킬로 정도 준비되어 있었다.

"이 정도면 1인당 고작 5킬로씩밖에 먹을 수가 없겠군. 한참 먹다가 고기가 딱 끊기는 건 안 될 일이지."

보통 사람들은 푸짐하게 먹어도 1킬로면 되겠지만 검치들은 포식으로 죽기 직전까지는 먹는다.

먹을 때 무식하고, 싸울 때에도 무식한 게 사형들이었다.

게다가 지금처럼 야외에서 시원한 바람까지 맞으면서 고기를 먹으면 평소보다도 더 잘 들어갔다.

"영주의 권한을 사용해야 되겠군,"

바르고 성채에는 복구공사에 투입된 주민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들에게야 어차피 식사를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에 흔쾌히, 통 크게 한번 쓰기로 했다.

"지역 정보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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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고 성채

니플하임 제국에 소속되어 있던 지방.

최근까지 언데드들의 왕 바르칸 데모프와 불사의 군단이 주둔하였다.

몬스터들의 끈임없는 공격으로 인하여 파괴될 가능성이 높은 요새다.

영주 위드의 기적 같은 통치에 의해서 절망적이던 상황에서 복구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군사력 : 432  경제력 : 268

문화 : 192  기술력 :71

종교 영향력 : 67

지역 정치 : 7  

인근 지역에 대한 영향력 : 11%

구 니플하임 제국의 영향력 : 2.9% (영향력은 군사, 경제, 문화, 기술, 종교, 인구, 

                                                 의뢰 등의 분야와 관련이 깊음)

도시 발전도 : 33

위생 : 24  치안 : 41%

모라타와, 북부의 다른 지방에서 많은 주민들이 영주를 믿고 이주해왔다.

성실하고 뛰어난 건축가들에 의해서 성과 주택, 도로, 성벽 등이 복구되고 있음.

대대적인 보수가 이루어지면서 성채의 허물어진 부분들이 대체로 복원되었다.

아직 많은 위험을 간직하고 있는 지역.

거듭된 몬스터의 침공에 의하여 병사들의 실전 경험이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활쏘기에 뛰어남.

성채 밖의 치안 상태가 굉장히 위험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생산 황동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농업과 광산 개발, 가축 사육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성채의 시설들이 복구되면서 생활이 급속하게 개선되는 부분에는 만족하고 있다.

몬스터들이 설치는 외부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지만, 튼튼한 성채 안에서는 안전에 대한 믿음이 조금 있다.

페어리들이 있으며, 엘프, 드워프, 바바리안 들과의 교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짐.

바르고 성채의 세금 수입은 대부분 교역에 의존하고 있다.

건축물과 문화 예술품이 척박한 땅에 위안이 되고 있음.

지역 신앙으로는 프레야를 믿는다.

주민들의 믿음은 확고하여, 종교 활동을 위하려 신전의 건립을 원한다.

특산품 : 없음.

영토 전체 인구 : 6,892

1달 세금 수입 : 24,978골도.

마을 운영비 지출 내역 : 군사력 47%, 복구 작업 34%, 의뢰 및 몬스터 토벌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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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모라타와는 감히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었다.

모라타의 지금의 성장 속도라면, 단 며칠이면 바르고 성채규모 정도의 경제력이 더 커진다.

그러나 다른 종족들과 교역이 활발하고 높은 난이도의 사냥터들이 주변에 산재해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바르고 성채의 잠재력은 매우 높았다.

치안만 바로잡힌다면 모라타의 넘쳐 나는 주민들이 옮겨와서 급속하게 발전시킬 수 있으리라.

위드는 다스리는 지역이 1개보다는 2개인 쪽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세금도 더 많아지지.'

바르고 성채가 아직 준비 기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복구 속도는 믿기지가 않는 수준이었다.

불사의 군단과의 전투가 끝났을 때만 해도 멀쩡한 건물이 드물 정도였다.

무엇보다 성벽은 굶주린 늑대 떼도 막지 못할 지경이었는데, 지금은 철옹성에 가까워졌다.

"영주의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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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의 권한으로 주민들에게 명령을 내립니다.

강제성이 있는 명령은 주민들의 충성도를 저하시키거나 치안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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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성의 창고에 있는 고기를 풀어서 마음껏 나눠 먹어라."

바르고 성채에는 모라타의 곡물 창고처럼 관련 건물들이 일찍부터 만들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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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에 비축되어 있는 고기를 주민들에게 나누어 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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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먹기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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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의 명령에 따라 고기를 분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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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저장소의 문이 열리고, 주민들이 마음껏 고기를 가져 갔다.

이 주변에는 사냥감이 많아서 비축되어 있는 고기도 많았다.

위드는 고기를 쌓아서 20미터짜리 탑을 만들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질려 버릴 양이었지만, 검치 들에게는 입맛을 돋우는 효과를 불러왔다.

"몽땅 구워 먹읍시다."

"우오오오!"

"과연 위드다."

"바르고 성채의 인간 영주는 통이 크군."

베풀 때는 티를 내며 베풀어야 얻어먹는 사람들이 고마워한다.

이리엔이 와서 물었다.

"저기, 근데...식량 저장소에 있는 고기를 다 먹으면 내일부터는 어쩌시려고요?"

"그야,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면 안 된다는 말도 있잖습니까."

"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자는 교훈이 담긴 명언이죠."

"......"

위드의 제멋대로의 해석이었다.

어쨋든, 덕분에 바르고 성채 전역에서는 고기 파티가 벌어졌다.

장사를 하던 상인들도 일단 고기를 굽고, 모험을 떠나려던 유저들도 삼삼오오 모여서 불을 피웠다.

성채에서 만 명이 넘는 유저들이 한꺼번에 고기를 구워 먹는 이 광경이야말로 바르고 성채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일.

위드는 고기가 궁합이 좋은 찌개와 요리들도 재빠르게 만들어 냈다.

10명씩 앉을 수 있는 넓은 상에 차려지는 요리들!

상을 뒤덮은 요리들의 가짓수가 많아지면서, 유저들은 저마다 생각했다.

'요리 스킬이 높으니 향기만으로도 죽여주는구나.'

'요리 잘하는 남자한테 시집을 가야 돼. 아침밥은 꼭 챙겨주는 위드 님이면 되는데.'

'순식간에 요리들을 만들어 버리네.'

메인 요리인 고기는 아직 익히고 있었으므로 다들 음식에 손을 대지 않았다.

사범들과 수련생들은 조바심을 냈지만, 검치가 아직 음식을 먹지 않고 지긋하게 앉아 있었으므로 얌전히 기다렸다.

위드는 한꺼번에 방대한 양의 요리를 해서 각 상에 나누어 담는 방식으로 음식을 만들어서, 차려지는 속도가 무척이나 빨랐다.

과일이나 잡채, 제피가 강가에서 낚은 생선도 구워서 상에 올렸다.

푸짐하게 차려진 상을 보면 배가 터지도록 먹을 수 있을것 같았다.

위드를 보기 위해 구경 온 유저들도 군침을 꼴깍꼴깍 삼켰다.

그리고 상에 음식들이 그득하니 차게 되었을 때, 고기 구운 것들을 추가로 올렸다.

콰자자작!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상다리의 네 부위가 큰 소리를 내면서 부러지고 말았다.

위드가 사전에 칼질을 해 놨기 때문이다.

식사 전에 상다리가 부러지는 이 효과야말로 요리의 맛을 돋우는 최고의 잔머리!

검치가 포크를 들었다.

"이제 먹자!"

"먹읍시다!"

바르고 성채의 고기 파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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