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26권 : 11. 오크들의 역사 (150/520)

[ 오크들의 역사 ]

사각사각.

위드는 자신 있게 조각칼을 움직였다.

'오크들이야 익숙하니까.'

생소한 조각품일수록 표현하기가 까다롭다.

종족 특유의 균형미나 감성을 드러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드는 카리취로 모험을 하면서 오크들과 몸으로 부대끼며 살았으니 누구보다 잘 안다고 할 수 있다.

'파라취는 카리스마가 있는 오크였어.'

조금 심술궂고 이기심 넘치게 생긴 눈매는 외모의 일부일뿐이었다.

베르사 대륙에서 문화가 꽃피기 전, 네 종족의 운명을 등에 지고 살아가던 오크.

거칠 것도 없고, 발길을 내딛는 곳은 모두 미개척지다.

절벽을 지나고 산에 올라 고개를 들면 대자연과 몬스터들이 있었다.

가슴이 뻥 뚫린 듯한 자유로움을 안고 살던 오크.

파라취가 양손에 글레이브를 하나씩 들고 포효하는 장면을 조각했다.

위드가 조각품을 만드는 장소는 오크 성채 부르시리아의 높은 관문 위였다.

"취익!"

"카리취가 무언가를 만든다, 취췻!"

"재주가 좋은 것 같다. 카리취. 취취취!"

"취치이익. 우리 사냥 갈 건데 같이 가자, 카리취."

오크들이 지나갈 때마다 보면서 한마디씩 던지기에, 인간조각사라면 부담감이 상당할 수밖에 없었다.

미개하고 흉악한 오크라는 인식을 어느 정도 갖고 있다면 두려움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위드의 경우에는 전혀 달랐다.

"취이잇, 귀찮게 하지 마라. 몽땅 솥에 넣어서 삶아 버리기 전에, 취췩!"

"취, 취이익. 카리취는 한다면 하는 오크다."

"무섭다, 취췻!"

"사냥 나갔다가 돌아올 때 나 먹을 거 가져와, 취익!"

"아, 알았다. 취취칙!"

오크들을 등쳐 먹는 위드였다.

카리취의 얼굴은 오히려 다른 오크들이 무서워할 정도였고, 암컷 오크들은 몰래 구경하면서 얼굴을 붉힐 정도였다.

암컷 오크들이 돌멩이에 말린 말고기를 달아서 던지고 수줍음에 후다닥 도망가기도 했다.

오크 세계에서는 아이돌을 능가하는 인기!

#

파라취의 조각품은 4미터 정도의 중대형으로 만들어졌다.

위엄이나 강인함을 표한하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오크들이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부르시리아에 서 있는 오크의 영웅!

위드의 조각품은 멀리서 보더라도 사납고 거친 힘이 느껴졌지만, 가까이서 보면 굉장히 세밀한 부분까지 표현되어 있었다.

오크들이 운반해 온 갈색 돌로 만든 조각품에 눈매와 턱, 목의 주름까지도 재현했다.

당시의 착용했던 구멍 뚫린 가죽 갑옷. 드워프 대장장이들이 만들어 준 투박한 철 부츠까지도 똑같이 만들었다.

글레이브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길고 두꺼운 칼도 예리함이 느껴질 수 있도록 잘 갈아 놓았다.

오크 파라취가 사용하기에 조금의 모자람도 없을 정도로 잘 어울리는 칼이었다.

"이 정도라면...취익!"

더 이상 추가할 부분이 없기에 위드는 조각품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오크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 만큼, 그리고 파라취를 통해 엿본 묵직한 책임감과 자유를 조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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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신 조각품의 이름을 정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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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취익. 이미 정해져 있는 셈이지. 오크 로드 파라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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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 로드 파라취가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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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 때문에 조각을 한 것이기는 했지만, 파라취에 대해 알게 되자 언젠가는 꼭 조각해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대상이다.

부족한 실력에 대한 아쉬움은 남아도, 마음은 후련했다.

"카리취의 작품이다, 취췻!"

"크아오! 나중에 커서 훌륭한 오크 전사가 되고 싶어진다, 취치취익!"

"잘생긴 오크다, 췩. 믿음직스럽다."

오크들이 관문 아래에 모여서 파라취의 조각품을 보면서 환호하고 있으니 위드의 마음도 한결 가벼웠다.

조각품이 적어도 오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틀림없기 때문이었다.

"오크 로드 파라취가 맞다. 취칙!"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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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 오크 로드 파라취를 완성하셨습니다!

베르사 대륙의 오랜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숨겨진 영웅, 오크로드 파라취의 조각품이 세상에 만들어졌다.

이 조각품은 충만한 재능을 갖추고 대륙의 역사를 거슬러 찾아가는 조각사에 의하여 만들어졌다.

오크 로드 파라취의 모습을 정확히 재현해 낸 조각품으로, 오크들에게는 무한한 긍지의 대상이 될 것이다.

예술적 가치 : 오크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작품.

                    21,328.

특수 옵션 : 오크 종족 전체에 생명력과 힘을 4% 늘려 줌.

                오크 로드의 카리스마와 통솔력의 효과가 14% 증가하게 됨.

                번식 능력 향상

                오크들이 낮은 투지 스탯에도 강한 몬스터들에게 위축되는 현상을 감소시킴. 

                새끼 오크들이 파라취의 조각품을 보면 전사로서 성장하는 속도를 20% 

                빠르게 만듬.

                오크 로드나 오크 대전사의 탄생률이 높아짐.

               조각상이 있는 지역 주변에서 오크들의 회복 능력을 65% 증가시킴.

지금까지 완성한 대작의 숫자 : 11

- 조각술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 손재주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 조각품에 대한 이해의 스킬 레벨이 1 상승하였습니다.

- 명성이 2,178 올랐습니다.

- 예술 스탯이 49 상승하셨습니다.

- 카리스마가 22 상승하셨습니다.

- 통솔력이 22 상승하셨습니다.

- 체력이 25 상승하셨습니다.

- 대작 조각품을 만든 대가로 전 스탯이 3씩 추가로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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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이익!"

위드는 기분 좋은 코웃음을 흘렸다.

오크 로드 파라취라는 의미 깉은 작품을 대작으로 성공시켰다.

조각술 숙련도도 이번에는 6.2%나 늘어 있었다.

'파라취를 조각한 이유가 크긴 크겠군. 그래도 내가 잘 조각한 덕분이지.'

잘되면 모두 내 덕!

불취가 위드에게 다가왔다.

"수고 많았다. 취칙. 위대한 오크가 가죽이나 벗기는 작은칼을 들고, 취치이익. 

 뭘 하나 궁금했는데 아주 훌륭했다, 췩! 이 오크가 파라취의 모습인가? 취취췻."

"그렇다. 취익!"

"매도 한입에 먹을 수 있겠다. 취이이익!"

"췻, 그 정도야 쉬운 일이다."

"이 돌덩어리가 마음에 든다. 취이췻. 정말 잘했다. 과연 카리취다. 취치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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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 로드 파라취의 조각 완료

오크 로드 파라취의 모습을 통해서, 오크글은 자신들의 역사적인 정통성과 힘, 용기를 깨달았다.

오크들은 조각품을 보면서 예술에 대한 눈을 뜨고, 문화의 불가사의한 힘에 대해서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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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로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 중에 오크 로드 파라취의 조각품을 완성시켰습니다.

  작품이 오크의 보물로 등록됩니다.

  오크의 도시와 마을에 문화가 생성됩니다.

  오크도 문화에 따른 헤택을 누릴 수 있게 되고, 예술 작품을 보는 안목이 생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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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 들과의 우호도가 "형제" 상태가 됩니다.

 오크들은 형제에게 위기가 닥쳤을 경우에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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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크들이 조각품의 완성을 기념하며 종족 전체의 죽제를 개최합니다.

  축제는 25일간 개최되며, 기간 동안 출생률을 300% 로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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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크 유저들에게는 축복과도 같은 소식!

안 그래도 오크들의 번식 속도는 무시무시할 정도였는데, 축제가 지나면 새끼 오크들이 바굴바굴할 것임에 틀림없었다.

오크 유저들은 전사의 직업을 택하든 로드의 직업을 택하든, 다른 오크들과 파티 사냥을 많이 한다.

유저들끼리의 사냥도 있었지만, 마을의 청년 오크들이나 부하들을 끌고 다니면서 사냥하는 일에 흔하게 일어났다.

새끼 오크들이 대거 늘어나고, 조각품으로 인해 그들이 빨라 강해진다면 오크 유저들은 정말 기쁠 수밖에 없으리라.

베르사 대륙에는 아직 미개척지가 너무나도 많다.

모라타가 있는 북부에도 몇몇 곳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냥터들에는 몬스터가 많다.

그리고 동부와 남부, 오크들의 영역을 넘어선 장소는 험준한 산맥과 동물, 몬스터로 인하여 인간의 마을이 거의 없었다.

보다 강해진 오크들이 동부와 남부로 뻗어 나가고 문화끼지 이륙한다면, 언젠가는 오크의 왕국이 세워지지 말란 법도 없다!

'오크들의 번식력을 본다면 그 일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군.'

지금까지만 본다면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로 얻는 이득이 쏠쏠했다.

위드는 불취의 말을 기다렸다.

"카리취, 넌 보통의 오크 취치칫. 아닌 것 같다. 취치익."

"내가 좀 뛰어난 편이다. 취취취. 그래도 주눅 들지 않아도 된다."

"고맙다. 너어게 오크 무리 25만을 주겠다. 취칙!"

위드에게 이런 보상은 전혀 바라지 않던 것이었다.

"취치이익, 필요 없다. 안 받는다."

"꼭 데려가라, 취취취익! 그리고 파라취의 조각품을 보니 새끼 오크 때 부르던 노래가 진짜일지도 모르겠다. 취취췻."

"무슨 노래인가, 췩!"

"그건 얼마 전까지 나도 잘 몰랐다, 취익."

불취는 글레이브를 양손에 하나씩 들더니 서로 부딪쳐서 불꽃을 일으키며 노래를 불렀다.

아늑한 동굴을 나와서, 깡!

높고 침입하기 어려운 우리의 안식처, 깡!

바위 틈새를 막아 두고, 깡!

바람을 등지고 걸었지, 깡!

그 겨울이 지나고, 깡!

꽃잎을 밟으며 이동했네, 깡!

우리가 살아갈 곳, 깡!

귀중한 물을 구하고, 깡!

씨앗을 뿌릴 수 있고, 깡!

가축을 기를 수 있는 장소로, 깡!

몬스터들이 무섭지만, 깡!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깡!

오크들을 위하여, 깡!

오크들은 적을 향해 걷는 법을 모른다, 깡!

무조건 달려간다, 깡!

불취의 발음은 부정확했을 뿐만 아니라, 노래의 중간이나 중요한 단어를 발음할때에도 깡 소리를 냈다.

글레이브끼리 부딪치게 하다가 흥이 넘쳐서 주변의 돌들까지도 마구 내려치는, 드러머를 방불케 하는 모습!

그 때문에 알아듣기가 정말 어려운 노래였는데도 불구하고 위드에게는 통하는 면이 있었다.

오크 수준의 음치, 박치 였기 때문에 다 듣고 나서 박수를 쳤다.

"훌륭한 노래다, 취익!"

"오크들은 누구나 할 줄 안다, 취취칙. 그래도 내가 노래는 잘 부른다. 취이익.

 물론 카리취 너만큼은 못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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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종족이 모여 살던 동굴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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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취가 계속 이어서 말했다.

"카리취, 네가 무엇을 하든, 취이익! 오크들은 너를 응원 할 것이다. 

 새끼일 때 부르는 이 노래도, 취익. 알아봐 줄 수 있는가?"

오크라면 누구든 알고 있는 노래!

오크 종족을 선택할 수 있게 된 이후로, 유저들은 오크들이 부르는 몇 가지 노래에 대해서 

퀘스트나 보물을 가리키는건 아닌지 의문을 풀기도 했다.

하지만 라체루브그의 정확한 위치를 모른다면 전혀 쓸모가 없는 노래였다.

오크들은 글로 써서 후대에 남기지도 않고, 잦은 전투를 하다가 숱하게 죽는다.

그들이 종족 전체를 좌우하는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은 오직 노래뿐이었던 것이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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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종족의 은신처

인간, 드워프, 엘프, 오크가 모여 살던 동굴!

네 종족은 서로 힘을 합쳤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들이 같이 살아가던 동굴을 찾아와서 보고하라.

난이도 :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

퀘스트 제한 : 고급 8레벨 이상의 조각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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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익, 당연히 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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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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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이현은 머리도 어지럽고 몸이 심하게 쑤셨다.

강철처럼 튼튼하던 그였지만 최근에 학교를 다니고 로열로드를 하면서 피로가 누적되었던 탓이다.

"아무래도 하루 정도는 쉬어 줘야겠군."

로자임 왕국에서 최근에 큰 사건도 겪었고, 그 이루호도 쭉 퀘스트를 해 왔다.

머리가 특히 아픈 것이, 라체부르그에 대한 정보 조사를 며칠간 이어서 하며 심력을 너무 쏟아부은 것 같았다.

몸이란 보배처럼 아껴야 된다. 

어릴 때는 몸의 귀중함을 전혀 모르지만, 나이가 들면서부터 한 부위씩 아프고 탈이나면서 갈수록 힘들어진다.

"젊어서 건강하게 지내야 나중에 병원비가 적게 들지."

드래곤보다도 무섭다는 병원비!

토요일, 이현은 아침을 먹고 이불을 깔고 누웠다.

"드르렁!"

그리고 곧바로 잠!

완전한 숙면을 이루는 데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방에는 빨래도 널어놓다서 습도도 적당히 맞춰졌으며, 허브를 심은 화분도 가져다 놓아서 휴식의 느낌을 주었다.

"으하함! 잘 잤다. 벌써 점심이군."

점심 때 일어난 이현은 밥을 먹고 나서 다시 이불로 기어 들어 갔다.

"드르렁, 푸휴휴."

저녁까지 잠을 자고, 다시 밥을 먹고 누웠다.

"밤에는 푹 자야 되는데, 낮잠을 많이 자서 잠이 올까 걱정이군. 드르르르르르렁!"

그리고 불을 끄고 눕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하우 종일 잠을 자고 나서, 그다음 날 이른 새벽에 새들이 우는 소리에 깨어났다.

이현은 이불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찌뿌듯하던 몸은 새것처럼 가벼웠고, 머릿속도 찬물로 목욕을 한 것처럼 맑았다.

"역시 잠이 보약이야."

돈도 들지 않는 최고의 약이었다.

집에서 마음 편히 먹고 자고 했으니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하려고 했다.

컴퓨터를 켜고 가계부부터 작성하려고 했는데 날짜를 보니 약속이 있다는 사실이 갑자기 더올랐다.

"아, 오늘이 등산을 하러 가기로 한 날이었나?"

정효린과의 등산 계획이 오늘로 잡혀 있었다.

이현은 까맣게 잊고 있다가 가계부의 날짜를 보고 그제야 떠올랐던 것이다.

그녀를 알아보는 사람들 때문에 새벽 일찍 산에 오르기로 했었다.

"에휴. 준비를 해야겠군."

이현은 씻고 여동생이 먹을 밥을 차려 놓고 나서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었다.

음악을 위해 태어난 요정. 정효린에게는 굴욕적인 일이었지만 이현은 정말 등산이 하기 싫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운동도 한다.

그럴 거면 산동네로 신문 배달, 우유 배달을 하면 되지 않는가.

규칙적으로 일어나야 하니 가끔 하는 등산보다 건강에도 참 좋을 것이다.

한겨울에 눈이 내리는 날 가파른 산동네를 뛰어다니며 신문을 500부, 우유도 같이 돌렸던 이현이라서 정말 내키기 않았다.

"어지간한 산동네는 죄다 알고 있는데. 어디로 갈지 모르겠군."

이현은 컴퓨터를 하면서 기다렸다.

그가 가지고 있으면서 팔지 않은 장비들의 시세도 확인했다.

"역시 검의 거래 가격은 정말 꾸준하고 마법 스태프들은 가격 하락이 일어나고 있군.

 하기야 마법사들의 장비값이 워낙 비쌌으니까 떨어질 때도 되기야 했지."

최근 명예의 전당에는 개인 모험가보다는 특정 길드 소속 유저들이 전투 동영상이 주를 이뤘다.

자유 게시판에도 가 봤는데, 여전히 이야기는 많지만 크게 세가지 정도로 간추릴 수 있었다.

헤르메스 길드 욕, 엠비뉴 교단 욕, 다른 길드 욕, 자기자랑!

위드의 모험에 대한 이야기는, 모험과 의뢰 게시판을 장악 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오크 종족의 게시판에는 위드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다. 

암컷 오크 유저들의 이상형은 카리취처럼 듬직해야 한다면서,

오크들의 오모가 날이 갈수록 흉악해졌다.

'오크 유저도 정말 많아지고 있군.'

유로키나 산맥을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불편함이 많았다.

도시가 아니라서 발전도 역시 떨어져서 오크는 쉽게 택할 수 있는 종족은 아니었다.

하지만 종족 자체에 매력이 있기에 새끼 오크들을 키우는 재미 등으로 오크들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고 있었다.

부족의 자신을 닮은 새끼 오크들이 무럭무럭 수배그 수천 마리가 자라나는 것이다.

종족의 특성상 영역도 빠르게 넓어지고, 몇몇 유저들 중에서 오크들을 데리고 제법 큰 세력을 이룬 사람들이 나타나서 인기를 끌었다.

꼬끼오! 꼬꼬댁!

인터넷을 하는 사이 백숙과 양념이가 시원하게 울었다.

등산을 약속했던 6시가 거의 다가오고 있었다.

이현은 파전을 하고, 간단하게 김밥과 막걸리를 준비했다.

'이 정도만 먹으면 되겠지.'

도시락을 싸고 점퍼를 걸친 채로 밖에 나가 보니 정효링늬 차가 짚 앞에 주차되어 있는 게 보였다.

그녀는 새벽까지 공연을 하고 곧바로 와서 모자와 선글라스를 쓴 채로 운전석에서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이현이 창문을 가볍게 두들기자, 정효린이 깨어나서 상큼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좋은 아침이예요."

"입가에 침 자국이......"

"앗!"

아침에 해가 뜨기 전에 산으로 바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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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입구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 이현은 도시락을 손에 들었다.

"갈까요?"

"네. 오랜만의 산행이라서 정말 즐거울 거 같아요."

도시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산이었다.

하지만 이른 시간이라서 주차장에 차도 별로 없고 한적했다.

정효린은 등산화는 물론이고 등산복과 배낭까지, 준비가 완벽했다

"학교 생활은 어때요?"

"그냥 자퇴를 못 해서 다니는 거죠."

"이건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요, 오해하시면 안돼요 나중에 아이는 몇 명 정도 낳고 싶으세요?"

"요즘 애들은 키워 봐야 돈만 드는데. 그래도 생기는 대로 낳아야죠."

"대가족이면 정말 화목하고 좋을 거 같지 않아요? 

 전 돈이많은 것보다 서로 아껴 주면서, 밥이랑 국도 먹여 줄 정도로 사랑하는 남자랑 살고 싶은 거 있죠?"

"그래도 인생에는 돈이 있어야......"

그렇게 20분 정도 대화를 하면서 등산로를 올라갔다.

정효린은 이현과 오랫동안 같이 있고 싶은 욕심에 등산하는 데 최소 4~5시간은 걸리는 코스를 잡았다.

"근데 생각보다 험하네"

무대에서 춤을 추면서 단련된 체력이었는데, 그래도 새벽 일찍 갑자기 산을 오르려니 벌써부터 힘이 들었다.

"이러면 화장 다 지워지는데......"

정효린은 점점 숨을 가쁘게 쉬었다.

등산을 하면서 심장이 빨리 뛰고 몸에서 열이 난다는 것은 무리를 하고 있다는 증거!

휴식을 취했다가 올라가야 하지만. 벌써부터 그랬다가는 중간에 다시 내려가자는 말을 들을까 봐서 억지로 올라갔다.

"자, 잠깐만 쉬어요"

30분 정도가 되니 정효린은 산을 올라가기가 힘들었다.

근처에 있는 돌에 앉아서 쉬면서 체력이 보충되기를 기다리는데 이현이 말했다.

"힘들면 내려갈래요?"

"아니예요! 꼭 정상까지 가고 말겠어요. 해가 떠 있을 때 정상에서 안개 걷히는 것도 보고, 답답하던 기분도 날려 버리고 싶어요."

이현은 옆에 앉은 채로 정효린이 다시 일어나서 출발하자고 하기를 기다려 주었다.

어느 순간, 그의 어깨에 슬그머니 정효린의 머리가 닿았다.

가뜩이나 공연 준비로 잠이 부족했는데 새벽부터 무리했더니 그냥 잠이 들어 버린 것이다.

이현은 산들바람을 맞으면서 새소리를 들었다.

그의 어깨에 기댄 정효린은 계속 잠든 채로 깨어나지를 못했다.

"흠, 이런 곳에서 잠들면 추울 텐데. 감기에 걸리면 약도 먹어야 될 ㅌㄴ데."

이현은 조심스럽게 점퍼를 벗어서 정효린의 등에 감아 주었다.

그러는데도 깨지 않는 게 아주 깊이 잠든 모앙이였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내가 업고 가는 게 낫겠군."

이현은 정효린의 팔을 끌어당겨서 들쳐 업었다.

"자, 어디 가 볼까?"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산을 오르니 산동네에 쌀 배달하던 기억이 떠오르는군."

그때는 20킬로짜리 세 포대였는데, 정효린은 그보다 가벼웠다.

여자를 업은 산행이 쉬울 리는 없었지만, 이래저래 육체 단련을 많이 해 왔다.

무거우면 쉬다가 갈 수도 있으니 마음은 편했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티셔츠도 안개와 땀 때문에 묵직해졌다.

몸이 힘들수록 운동이 되고 있다는 충족감이 들었다.

"오늘은 도장에 나가지 않아도 되겠어. 하루 종일 로열 로드만 해야지."

정효린을 업고서도 하체 단련을 위한 쌀 포대 정도로 생각하는 이현이었다.

정효린은 꿈을 꾸었다.

그녀가 아주 힘이 들 때, 든든하게 지켜 주는 남자가 있었다.

표현은 서툴지만 자상하고 따뜻한, 가정적인 남자!

가금 기괴한 행동을 벌이기는 해도, 웃음을 주는, 믿을 수 있는 남자.

그 나자와 결혼을 하는 꿈이었다.

"빨래도 남자가 해 주고, 요리도 남자가 해 주고, 청소도 남자가 하고, 돈도 벌어 오고, 애를 낳으면 애도 키워 주고...."

정효린의 배우자는 모든 면에서 완벽했다.

텔레비전의 아파트 광고, 냉장고 광고, 세탁기 광고 등을 합쳐 놓은 것 같은 분위기의 달콤한 꿈이었다.

정효린이 꿈에서 깨어나서 살짝 눈을 떴다.

현실로 돌아오니 이현이 그녀를 업고 산을 올라가고 있었다.

'아....나를 업고 올라가는구나.'

정효린은 이현이 힘들어할 것 같아서 깜짝 놀라 내려 달라고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은근히 이현으로부터 느껴지는 포근함

땀에 흠뻑 젖어 있는 남자의 체취가 역겹거나 더럽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내가 정상에 올라가고 싶다고 하니까 그 부탁을 들어주려고 하는구나."

정효린은 이렇게 가슴까지 따뜻한 남자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하였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온기였다.

자기를 업고 가느라 호흡도 거칠어지고 온몸에서 땀을 흘리면서도 묵묵히 산을 오르는 그 믿음직함이란!

"뭣하러 볼 것도 없는 정상에 가 보고 싶어 하는지 모르겠군. 빨리 정상에 가서 김밥이나 먹고 내려가야지."

그의 생각은 짐작도 하지 못했다.

정효린은 이현의 등에 얼굴을 묻었다.

'산에 오길 잘했다. 오늘은 정말 행복한 기억이 될 것 같아.'

그리고 이현..

"무겁다, 무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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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는 다시 접속해서 라체부르그가 있던 장소로 돌아갔다.

오크의 노래를 바탕으로 네 종족의 은신처가 되어 주었던 동굴을 찾아야 된다.

"높고 침입하기 어려운 장소라고 했지. 일단은 주변의 산이나 산맥부터 봐야 되겠군."

일스 대평원을 넘어가면 지형이 가파른 산이 많았다.

"바람을 등지고 이동했다니 바람이 부는 쪽으로. 꽃들이 피어 있는 시기에 걸었다고 했는데, 봄이었지. 

 이 지역에 많이 피는 꽃은...."

위드는 라체부르그의 모습을 유추하여 가야 할 방향을 동쪽으로 정했다.

와이번을 타고 단숨에 날아서 어파치 도착해야 되는 산이 있는 장소로 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 지나치고 넘어 갈 수도 있었기에 직접 걷는 쪽을 택했다.

걷다 보면 더 많은 것들을 보고, 생각하고, 경험할 수 있다.

바네사의 꽃길

나비 축제가 벌어질 때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꽃길이었다.

그곳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꽃과 풀 들을 위드는 밟지 않게 조심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아야 하니까."

흙을 밟으며 걸어가면서 바람에 꽃들이 흔들리는 걸 보았다.

"좋구나."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가에 위태롭게 피어 있는 꽃. 

냇물이 넘쳐서 죽어 가고 있는 꽃 들은 수고를 무릅쓰고 옮겨 심어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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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토양 환경을 조성해 줘서 꽃꽃이 스킬의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자연과의 친화력이 1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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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뭐, 꼭 바랃ㄴ 건 아니었는데... 이런 것도 나쁘지 않지!"

자연과의 친화력이 아니었으면 몽땅 뽑아서 꽃집에 팔아 치웠을지도 모를 노릇.

꽃길을 계속 걸어가다 보니 돌무더기가 쌓여 있는 장소가 나왔다.

예전 같으면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지나쳤을 정도에 불과했다.

위드는 혹시나 싶어서 돌무더기가 쌓여 있는 장소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 순간!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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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장소, 페드라 성벽을 발견하셨습니다.

명성이 230 증가합니다.

지식이 3 높아집니다.

다스리는 도시에 페드라 성벽을 건설하실 수 있습니다.

페드라 성벽은 낮은 건축 비용으로 몬스터들의 사기를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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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의 눈앞에 영상이 나왔다.

드워프들이 큰 바위들을 쪼갰다. 

적당한 크기로 잘린 바위를 쌓는 건 오크들의 몫이었다.

그 바위들은 일스 대평원에 침략하는 몬스터들을 막는 방벽이 되었다.

"이곳에 온 게 내가 처음은 아닐 텐데."

위드가 돌무더기 근처에 서 있는 동안에도 다른 유저들이 자주 지나다니곤 했다.

사냥터로 빨리 가기 위해서 돌무더기를 밟고 지나가기도 했다.

그런데 위드처럼 무언가를 발견하면서 특별한 경험을 얻진 못하는 모습이었다.

보르니스에서 축제가 벌어질 때는 여기에 사람들이 정말 많이 몰리기도 할 테지만, 

라체부르그에 대한 역사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건 위드뿐이었다.

'사전에 알고 있는 지식이 지형이나 아이템에 영향을 주는군.'

위드는 일스 대평원 근처를 돌면서 옛 유적들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크게 의미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오크들의 무기를 보관해 놓던 창고와 엘프들이 씨앗을 넣어 두던 돌로 만든 바가지도 찾아냈다.

라체부르그가 존재했을 때 이후로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다 보니 이제는 산산이 부서져 버린 토기 조각, 금속의 파편등도 찾아냈다.

티너스 강에는 그 당시의 낚시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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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체부르그의 낚시터

인간들이 물고기를 잡던 장소다.

드워프들도 안줏거리가 필요할 때 자주 찾아왔다.

낚시 스킬의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이 장소에서 낚시를 하면 물고기를 낚을 확률이 37%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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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한 발견들을 이루고 나서, 위드는 다시 동쪽으로 걸었다.

한참을 지나고 나니 토론 산 지역으로 들어왔다.

위드의 레벨로는 신경 쓸 필요도 없는 짐승들이 사는 장소였다.

보르니스에서 시작한 초보자들이 가끔 오기는 했지만,

멀고 지형이 험해서 거의 텅 비어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 부근에 있을 것 같군,"

라체부르그에서 꽃들이 피어 있는 길을 걸어와서 도착한 산이었다.

"높고 침입하기 어렵다고 했지. 그렇다면 산의 아랫부분은 수색할 필요가 없겠어."

토론 산에는 봉우리가 여러개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수색해야 하는 지역이 훨씬 줄었다.

"와삼아!"

위드는 와이번을 타고 봉우리들을 차례로 올라가 봤다.

"이곳은 너무 심하게 노출되어 있군. 가장 높은 봉우리라서 몬스터들이 금세 발견하고 말 거야.

 위험을 피해야 하는 네 종족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지."

다음 봉우리로 가서도 살펴봤다.

"지형이 심하게 험해. 이런 절벽에서는 굴러떨어지면 그대로 사망이지."

나무가 적당히 많고 계곡도 가까운 장소가 좋을 것 같았다.

이번 퀘스트를 하면서 위드는 전원주택의 입지에 대해서 많은 지식을 쌓았다.

"여긴 너무 좁아. 안에 동굴이 있더라도 커다랗기는 힘들겠어. 통과!"

아늑하면서도 은밀한 안식처!

울창하게 자란 나무가 많고, 아래에는 크고 작은 바위들이 수북했다.

짐승들이 많이 오지 않는 장소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때문에 몬스터들도 근처에서 어슬렁거리지 않았으리라.

위드는 바위들을 확인하며 걸어 다녔다.

큰 바위들은 밀어보기도 하고, 한쪽에 다른 공간이 숨겨져 있지는 않은지 살폈다.

이 봉우리에는 유별나게 바위가 많은 편이였다.

그래도 조각사에게 바위란 반가운 재료일 뿐이었다.

조각사의 힘이 부족하더라도 요령 좋게 바위의 결을 따라서 깨뜨리거나 깍아 낼 수 있다.

많이 다루어 본 재료이고 가져다가 쓴 적도 많기에, 눈으로 대충 보기만 하더라도 이상한 정도를 알아냈다.

"여기 무언가 부딪친 것 같은 흔적이 있는데..."

생채기가 그득한 바위 발견!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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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크의 투기가 부딪친 자국을 살펴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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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근처로구나."

위드는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살폈다.

큰 나무들이 자라 있는 장소가 수상쩍었다.

나무들이 매우 컸는데, 그 아래에 돌과 바위가 많았다.

'처음부터 있었던 것 같진 않은데...."

위드는 돌을 위에 있는 것부터 하나씩 치웠다.

투다다닥!

숨어 있던 다람쥐가 튀어나와서 다른 장소로 뛰어갔다.

위드가 돌을 빼낼수록, 안쪽으로는 일부러 쌓아 놓은 것처럼 인위적인 형태에 적당한 크키의 돌들이 나왔다.

"이건 가공한 게 틀림없어."

돌을 다 치우고 나니 사람 2~ 3명쯤은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커다란 구덩이의 입구가 나왔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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