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27권 : 5. 도예가의 탄생 (155/520)

[도예가의 탄생]

오크들의 크로노돈 사냥은 이후로 별 사고가 벌어지지 않고 무난히 진행됐다.

잘 만들어진 해알은 크로노돈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했고, 오크들은 능숙한 전사이며 사냥꾼이었다.

퀘스트의 마지막까지 딱 4마리가 남았을 때, 한꺼번에 6마리가 나타났다.

두 번째로 조금 위험한 순간이었다.

'저놈들로 끝낼 수 있겠다.'

6마리가 모두 지상에 내려앉자 위드와 오크들은 용맹하게 습격했다.

"취이익, 놈들을 잡아라."

"오크는 복수를 잊지 않는다. 췻!"

"이놈들을 물리치고 부르시리아로 돌아가자, 취이취이익!"

마지막이었음에도 오크들은 방심하거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몇몇이 가벼운 행동을 하기도 하였지만, 위드의 통솔력과 잔소리가 그들을 한눈팔지 못하게 만들었다.

-깨랙깨랙(함정이다. 도망쳐라).

-끼엣(새알은 먹고 가자)!

크로노돈과의 혈투!

4마리에게 올라미와 그물을 뒤집어씌우고, 나머지 2마리를 재빨리 사냥했다.

그물 안에서 크로노돈이 화염을 내뿜었다.

하지만 천천히 처리하면 된다.

퀘스트 완료까지는 다 된 밥상에 숟가락, 젓가락가지 올라온 상황!

그때 하늘에서 소리가 들렸다.

-꾸꼐에에에에(오크들이 우리 동족을 공격하고 있다)!

지나가던 크로노돈 1마리가 이 광경을 목격하고 만 것이다.

-으캬라루루루!

-꾸께캬아아아록!

-크키끄키!

그물에 갇혀 있던 크로노돈들과 하늘에 있는 크로노돈리 대화를 나누었다.

상황으로 볼 때, 구해 달라는 말 같았다.

하지만 하늘을 날아다니던 크로노돈은 지상으로 내려오지않고 방향을 바꿔 왔던 곳으로 돌아갔다.

아마도 동족들을 잔뜩 이끌고 돌아올 모양이었다.

"위드 님! 어떻게 하죠?"

구격한다면서 숨어있던 페일과 다른 일행이 놀라서 튀어나왔다.

동족들이 사냥당하고 있는 것 보았으니 크로노돈들이 보복을 하러 올 것이다.

엄청난 위기가 닥쳐올 수 이었다.

"일단 이놈들부터 처리하죠, 취이익!"

위드는 차분히 그물에 걸려 있는 크로노돈부터 없앴다.

-오크들과 같이 크로노돈 35마리를 모두 해치웠습니다.

퀘스트의 조건을 달성하셨습니다.

-조각술 스킬의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오크들에게 조각술에 대한 평판이 좋아집니다.

-통솔력이 4 증가합니다.

퀘스트의 완료!

위드는 오크들에게 명령했다.

"오크들은 먼저 돌아가라, 취익!"

"카리취, 설마... 췻!"

"취취췻, 너 혹시......"

오크들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맛있는 거 놔두고 혼자 먹으려는 거 아니냐, 취이취이이익!"

"만약 그렇다면 정말 나쁜 오크다, 취치췩. 동료들끼리는 다 나눠 먹어야 한다, 취칙!"

오크들이 생각하는 게 딱 이수준이었다.

벨로트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바보 오크들, 자기들을 살려 주려고 먼저 보내려고 하는 거잖아. 크로노돈에게 들켰으니 끝까지 지켜 주기 위해서......!'

그런데 위드는 무언가 찔리는 게 잇는 듯 갑자기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머, 먼저 가라, 취이익. 내가 형제들의 뒤를 지키겟다, 췻!"

오크들은 끝까지 같이 싸우겠다고 했지만 위드는 두 번 세 번 권유해서 어렵게 보냈다.

그리고 오크들이 모두 사라지자 조각 변신술을 해제하며, 오크들이 의외로 날카로운 면이 있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휴, 들킬 뻔했네!"

"위드 님, 무슨 계획이라도 있으세요?"

페일이 무언가를 느낀 듯이 물었다.

이런 상황에서 위드가 오크들을 먼저 보냈을 때에는 무언가 다 꿍꿍이가 있을 테니까.

"일단 새알이나 같이 먹죠."

아직 부서지지 않고 남아 있는 새알들!

전투 중에 화염이 뿜어져서 딱 맛있게 잘 익었다.

지골라스에 항해를 나갔을 때 직접 만든 소금을 뿌리며 일행과 느긋하게 나눠 먹었다.

1마리의 크로돈은 서식지로 날아갔다.

'오크들은 몽땅 죽은 목숨이다. 1마리도 살려 두지 않을 거야.'

크로노돈을 이끄는 대장이라면 이 원통함을 갚아 줄 수 있으리라.

최대한 빠르게 둥지에 도착했더니 동족들은 보이지 않고 인근에 전투가 벌어졌던 흔적만 가득했다.

"꾸우?"

크로노돈이 둥지를 살펴보니 와이번들과 금인이, 빙룡이 있었다.

조각 생명체인 기사 세빌 프렉스턴이 지휘하는 오크 투사 1만 마리가 크로노돈의 서식지를 덮쳤던 것.

오크들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지만, 빙룡과 와이번들의 활약으로 크로노돈을 말끔히 정리하는 데 성공했다.

"취익. 카리취, 너는 정말 너무 훌륭하다. 취치칙. 못하는게 없는 뛰어난 오크다."

위드가 부르시리아로 돌아가니 오크 로드 불취로부터 칭찬이 듬뿍 쏟아졌다.

암컷 오크들의 카리취에 대한 호감도가 더욱 높아지고, 수컷들은 그만큼 질투를 할 것도 분명한 사실이었다.

"먼저 온 오크들에게 말 들었다, 취치칙. 오크들은 직접 봐야 믿는다. 조각술, 오크들에게도 상당히 중요하다. 나 불취도 인정한다, 췩."

크로노돈과의 싸움 완료

오크들은 타고난 전사들이며 완력을 가지고있다.

날아다니는 크로노돈에게는 약점을 보였지만, 조각술을 바탕으로 승리를 거뒀다.

오크들은 엘나스 산맥과 잿빛 호수로 영역을 넓혀 나가게 될 것이다.

알려지지 않은 몬스터들이 많이 있겠지만, 오크들은 위기를 잘 극복 할 수 있으리라.

오크 로드 불취가 조각술을 존중하게 되어, 종족 내에서 오크 조각사들이 더 우대받을 수 있을 것이다.

-명성이 2690 올랐습니다.

-모든 스탯이 3씩 증가합니다.

-오크들과의 우호도가 높아집니다.

오크들이 조각술을 보다 존중하게 됩니다.

-오크들이 조각술로 문화와 지식을 발전시키게 됩니다.

오크들의 실력은 일천하기 짝이 없지만, 그들이 만들어 낼 무수히 많은 조각품 중에는 인간과 드워프 들이 시도하지 못한 색다른 작품이 탄생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오크들이 문화를 만들어 내면 그들의 결속이 더욱 굳건해질 것입니다.

오크 샤먼, 주술사 들의 탄생을 늘리게 됩니다.

조각술을 통해 어린 오크들에게 사냥 기술을 전수할 수 있게 됩니다.

-오크 존족을 결속시키는 오크 영운이 탄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위드는 퀘스트를 해결하고 나서 기뻐하기보다는 눈치를 보았다.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가 이걸로 끝이라기에는 어딘가 허전한 것도 사실!

"조각술이, 췻. 좋아질 것 같다. 라체부르그, 많은 걸 생각하게 했다. 오크들은 드워프들이 그동안 장난감을 갖고 논다고 비웃었다, 취이익!"

오크와 드워프가 사이가 안 좋았던 건 어제오늘의 이야기도 아니다.

오크는 대부분의 유사 인종과 관계가 나빴지만, 드워프들을 특별히 싫어했다.

"사실이긴 하지만, 취치췩. 그들에게 사과를 하고 싶다. 카리취, 선물로 조각품을 주려 하는데, 췩! 네가 이 일을 맡아 주었으면 한다, 취이이익."

오크와 드워프의 관계 개선

오크 로드 불취는 라체부르르의 진실을 알고 그곳의 조각품을 보면서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옹졸하고 편협하며 말도 나누기 싫은 드워프에게 먼저 화해의 사과를 하는 것이다.

너그러운 오크이기 때문에 드워프들에게 손을 내밀 수도 있으리라.

난이도: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

퀘스트 제한: 고급 8레벨 이상의 조각술.

드워프와의 관계가 친밀한 상태여야 함.

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끄럽게 떽떽거리며 수염에 맥주나 묻히는 드워프들, 취치치치칙! 정말 귀찮지만 만나서 이야기해 보겠다, 췩!"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케헤헤헷, 드디어 왔군!"

마판은 마차를 타고 힐쉐이드 성에 도착했다.

아이데른 왕국의 수도로 큰 산점들이 많으며 사치품이 많이 유통되는 도시!

"그런데 제값을 받을 소가 있을지 모르겠군."

마판은 몽벨트룰리아에서 만든 위드의 도자기와 다른 일행의 도자기를 매입했다.

상인의 번뜩이는 감각이, 도자기를 사면 벌이가 짭짤할 것같았다.

위드의 도자기는 1개당 30골드씩!

예술품으로 보면 헐값이라고 해도 무방한 정도였지만, 사실 그중에는 초반에 잘못 만들어진 게 상당히 있었다.

위드가 제대로 도자기를 빚어내기 전에 경험 삼아 만들어 본 작품이라서 30골드씩을 받고 팔았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만든 도자기는 5실버씩밖에는 쳐주지 않았다.

"이게 잘 팔릴 수 있을지 의문이군. 시세를 모르니까 큰 모험이 되겠어."

마판은 도자기가 가득 들어 있는 마차를 조심해서 몰며 상점가로 향했다.

교역소 주변에서 주민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세상이 참 살시 어려워."

"상인 필두가 어디선가 유리 세공품을 가져와서 엄청난 돈을 벌었어. 그 돈으로 무엇을 샀을까? 떠나갈 때는 마차를 열두 대나 끌고 갔다는군."

"바닥에 까는 융단이 요즘에 보기 드물어졌어. 지금 판매한다면 좀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구입할 사람들이 많을 텐데......"

"다음 주쯤에 햇포도로 담근 포도주가 나온다는군. 이 근처에서는 인기가 없지만 멀리 떨어진 곳에 가져다 팔면 좋지 않을까? 참, 북부의 모라타에서도 포도주가 나온다는데 그곳의 포도주 맛은 어떨지 궁금하군. 이이데른 왕국에서는 향이 풍부하고 약간 텁텁한 포도주가 잘 팔리는데."

주민들이 하는 말들은 상인들에게는 매우 귀중한 정보가 된다.

작은 부분들을 모으다 보면 베르사 대륙 전체의 물자와 유행의 흐름을 좇을 수가 있는 것이다.

마판은 명성과 매력을 늘려주는 비싼 영업용 옷으로 갈아입고 나서 마차에서 내렸다.

"이 도자기가 잘 팔려야 될 텐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릇 상점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힐쉐이드 성에 있는 만큼 상당히 넓은 곳이었고, 20명이 넘는 유저들이 그릇을 고르고 있었다.

상인, 요리사, 집에 그릇을 장만하려는 사람 등 각양각색이었다.

"뭘 사러 오셨소?"

"물건을 좀 팔러 왔습니다."

"어디 보여 주시구려."

마판은 배낭에서 위드가 만든 물병과 그릇을 3개 꺼냈다.

그릇집 주인은 찬찬히 살펴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어디서 산 건지 몰라도 우리 상점에서는 이런 제품은 구매할 수가 없소."

"아, 그렇습니까?"

마판은 그릇을 받으며 민망해서 얼굴을 붉혔다.

"킥킥!"

"저 사람 좀 봐. 완전 싸구려 그릇 가져와서 창피당하네."

"그러게. 얼마나 못쓸 정도였으면 상점에서 구매를 다 안한다고 하냐. 웬만하면 다 가 주는데."

"사람이 쓸 게 못 되면 고블린들한테라도 팔아야 되는거 아냐?"

베르사 대륙에서 가장 만만한 게 초보 상인이라서 함부로 비웃는 것!

마판이 현재 입고 있는 상인 복장은 검치 들을 따라다니면서 획득한 희귀한 것이라서 알아보는 유저가 없었다.

그릇 상점 주인의 말이 이어졌다.

"예술을 너무 모르는군. 이런 귀중한 작품을 술이나 음식을 올려놓는 데에 쓴단 말이오?"

"네?"

"사치품 상점이나 예술품 거래소, 조각풉 상점으로 가 보시구려."

-높은 가치를 가진 교역품을 가지고 와서 명성이 2 증가합니다.

마판의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대박이구나!'

위드에게 속는 셈치고 구입한 감도 있었는데, 최소한 30골드의 값어치는 할 것 같았다.

마판은 그릇 상점 주인의 말대로 사치품 상점으로 갔다.

비싼 물품이라면 무엇이든 거래할 수 있는 곳이었다.

시세를 알아보기 위해 주인에게 도자기를 보여 주었다.

"음. 이런 그릇이라면... 색감이 예쁘고 마감질이 상당히 뛰어나군. 귀족들이 많이 찾겠어. 마판이라는 상인에 대해서 몇 번 들어 보았지. 좋은 상품을 자주 거래한다던데... 평판이 좋은 걸 보니 특별히 인심을 써서 1개에 220골드씩에 사 주지."

벌써 7배의 이득이었으니 특산품을 거래한 때 못지않은 엄청난 금액!

게다가 위드가 흙과 물, 불을 이용하여 직접 만든 것이니 생산가격이 따로 정해져 있지도 않았다.

지금 팔아서 교역 이득을 거둔다면 순전히 다 흑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상인에게는 엄청난 경험치와 명성을 안겨 줄 수 있었다.

그러나 마판은 덥석 받고 팔기보다는 일단 튕겨 보기로 했다.

판매하는 물건이 좋다면 돈을 더 달라고 할 수 있었으니까.

물론 최악의 경우에는 친밀도가 하락하여 거래를 안 하겠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다른 왕국에 가서 팔면 된다.

"이 작품을 누가 만들었는데 고작 그 가격에 팔 수 있겠습니까? 가격을 잘 쳐주시리라 믿고 가져왔는데 섭섭합니다."

마판은 살짝 눈치를 보며 위드의 이름을 팔면서 강하게 나갔다.

"어디 보자. 어이쿠... 이런 실수를 하다니! 대륙에서 가장 유명한 조각사이며 모험가인 위드의 작품이로군! 내 평생 위드의 조각품을 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이런 실수를 하다니.”

  

-1차 흥정이 성공하셨습니다.

지금 물건을 판매할 경우 회계 스킬의 숙련도가 0.9% 오릅니다.

  

위드의 명성이 조각품의 가격을 높여 받는데 영향을 주었다.

위드의 여러 모험들로 인하여 어느 주민이든 일정 수준 이상의 친밀도를 가지고 있는 게 보통이었다.

상인으로서는 작정하고 꿈만 같은 바가지를 씌울 수 있는 교역품이었다.

마판은 연신 흥분으로 침을 삼켰다.

전사들이 본 드래곤을 사냥할 때처럼 짜릿한 순간이었다.

"만든 사람을 고려하면 정말 곧 없어서 못 팔 물건이 되겠어! 희귀한 이런 그릇이라면 다른 곳에서 구하기가 어려우니 280골드씩은 쳐줄 수 있겠어. 어떤가. 팔겠는가?”

50골드만 넘더라도 처음 기대했던 이상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한 번 더 웃돈을 받고 싶은 것이 상인의 욕심이었다.

"기대했던 것보다는 못하군요. 다른 곳을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315골드! 자세히 보니 국왕 폐하께서도 사가실지 모르겠군. 어떤가. 내가 보기에는 괜찮을 것 같은데 이 가격에 팔겠는가?"

  

-2차 흥정이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지금 물건을 판매할 경우 회계 스킬의 숙련도가 1.2% 오릅니다.

  

마판도 지금 사치품 상점에서 퇴짜를 맞으면 다시 힐쉐이드 성에 와서 이 상점에서 거래하기는 어렵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도 다시 한 번 마지막으로 욕심을 부렸다.

"글쎄요. 생각보다는 조금 낮은 가격인데... 이 물품들이 아시다시피 아주 귀하지 않습니까?"

"크흐흠. 정 그렇다면 326골드까지도 쳐줘야겠지."

  

-3차 흥정이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지금 물건을 판매할 경우 회계 스킬의 숙련도가 1.7% 오릅니다. 

호칭 ‘귀한 물품을 파는 똑똑한 상인.’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상점 주인들에게 유명한 상인이 되어 가격을 높이 올려 받을 수 있습니다.

  

3차 흥정도 성공하기가 아주 까다로웠다.

상인 게시판에 일주일에 성공담이 하나 올라올 수준.

조건으로는 교역품이 좋아야 되고, 긍정적인 평판이 퍼져있어야한다.

친밀도가 높고 단골일 경우에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오히려 실패했을 때의 위험부담이 커서 시도조차 하기 어려웠다.

마판의 상인으로서의 입지가 그리 나쁜 편은 아니지만, 위드의 도자기를 거래하니 3차 흥정까지 성공했다.

'여기서 4차까지 해버려?'

4차 흥정까지 성공하면 회계 스킬은 물론이고, 엄청난 명성과 교역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

다른 상인이 받지 못한 특별한 호칭도 얻을 수 있을지 몰랐다.

"팔겠습니다.”

"정말 고맙군!”

마판은 여기서 멈추기로 했다.

상인으로서 무리한 욕심은 화를 부른다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위드의 도자기가 지금은 귀해서 보물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나중에 물량이 많이 풀리면 가격도 떨어지고 품질에도 엄격해질 테지만, 현재로써는 고급 사치품의 수준이었다.

-예술품을 판매하여 대규모의 무역 이익을 거두셨습니다. 

명성 3697 상승. 

예술 스탯이 2 증가합니다.

  

그때 상인들에게 보이는 메시지창이 떴다.

  

새로운 교역품. ‘도자기.’가 시세표에 등록되었습니다.

  

그 시간 이후로 아이데른 왕국에서부터 주민들이 너도나도 말했다.

"도자기란 걸 보았나? 못 봤다고? 그 청아한 색상과 우아한 자태란... 고작 물병이란 걸 믿을 수가 없어!”

"조각사 위드가 또 대단한 예술품을 만들어냈다는군. 도자기라니! 예술품을 좋아하는 귀족들과 부유한 상인들이 서로 가지려고 쟁탈전이 일어났다고 해."

"위드의 작품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힐쉐이드 성에 있다는 군."

"상인 마판이라는 사람은 앞으로 엄청난 부자가 될 것 같아. 그와 정기적인 거래를 한다면 상점의 입장으로서도 좋지 않을까."

  

-도자기가 유행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베르사 대륙의 국왕과 귀족들이 도자기를 소유하고 싶어합니다.

어느 상점에 팔더라도 특산품의 대우를 받을 수 있습니다. 

대량으로 판매한다면 도시에 대한 공헌도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새로운 일이 벌어졌다.

  

-직업. 도예가가 탄생합니다.

도자기를 만드는 전문적인 예술 직업으로, 현재는 조각사 실드에서 전직할 수 있습니다. 

흙과 불을 다룰 줄 알며, 손재주의 성장이 가장 빠른 편에 속하는 직업입니다.

  

새로운 예술품이 신규 직업까지 만들어냈다.

"에휴......"

이현은 걸어서 학교를 갔다

기계적으로 대학교에 가서 강의를 듣고 점심을 먹고 귀가 하는 생활!

"대학교에는 낭만이 없군!"

정작 MT나 동아리 모임, 체육대회, 학회라고 하면 무조건 외면하고 절대로 참석하지 않는 이현의 입에서 나올 만한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사실 대학교도 이미 취업 전쟁에 휘말린 지 오래이기는 했다.

2학년인 학생들도 장래를 준비하기 위해 벌써부터 자격증과 어학 공부, 관련 기업에서 인턴 경험까지 쌓는 것도 예사였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은 어디서나 쉽게 발견할 정도다.

"정부나 회사의 노예가 되기 위한 노력을 일찍부터 해야 하는 시대에 사는 거지."

이현은 그런 측면에서는 일찍부터 깨어 있었다.

"세상은 역시 땅이야."

땅 투기!

한국 대학교의 축제가 다음 주였는데, 그것 때문에 학과별로 동아리별로 준비가 한찬이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신입생이 아니라서 모든 일에서 빠지기로 했다.

"그날은 학교에도 안 오고 로열 로드를 해야 되겠군."

이현은 다부지게 결심했다.

대학생 때 축제를 즐기면 추억이 남지만, 그 시간에 일을 하면 돈이 남는다.

지금까지 로열 로드를 하면서 아이템 경매로 상당히 많은 액수의 돈을 꾸준히 벌어들였다.

방송국에서 모험 영상을 중계하면서 받은 출연료까지 차곡차곡 저축해서, 요즘에는 부잣집 아들이 조금만 부러울 정도였다.

코미디 프로그램이 웃기지 않을 때에도, 서랍 깊숙한 곳에 숨겨 놓은 통장만 보면 흐뭇한 웃음이 나왔다.

"형, 어서 와요!"

박순조가 반갑게 인사를 했다.

"일찍 왔네."

"예. 얼마 전까지 진행하던 퀘스트를 끝냈거든요."

요즘 고생하던 퀘스트를 마쳐서인지 박순조의 표정이 밝아져 있었다.

그가 해 본 최고의 모험이라고 불러도 될 절도로 여러 단계의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형, 제 퀘스트 얘기해 드릴까요?"

"뭐, 강의 시작하려면 아직 시간도 남아 있으니 말해 봐."

"그게 처음에는 도둑 길드에서 간단한 의뢰로 시작했는데요, 회색 망토를 하나 구해 오라는 부탁이었죠."

무려 여덟 차례의 연계 퀘스트로 이어지면서 난이도와 규모가 대폭 커졌다.

보통의 연계 퀘스트가 그렇듯이 퀘스트를 마친 이후에는 반센 지역에서 주민들이 도둑 나이드에 대해 아느냐고 떠들 정도로 반향이 상당히 컸다.

"도둑 나이드를 본 적이 있는가? 영주님이 그를 보면 잡아 죽이겠다더군."

"영주님이 아끼는 마법 물품을 털어 간 모양이야. 그것로 어떤 던정으로 갔다고 해!"

"나이드라는 도적이 큰일을 해냈어. 던전에서 엄청난 무언가를 발견했다는 모양이더군."

도둑 길드에서 얻은 퀘스트였기 때문에 의뢰를 완수하고 나서 악명도 얻었지만, 대신 도둑 전용 아이템 펠로의 도둑장갑을 획득했다.

"휴우, 부럽다. 역시 아이템 얻는게 최고라니까."

"형도 레벨 높잖아요."

"나야 뭐... 여기 저기서 뜯어 가는 놈들이 많으니까. 벌어서 먹여 살려야 되는 식구들도 있고."

이현의 옆자리에 서윤이 책가방을 내려놓으며 앉았다.

어느새 그 자리는 서윤만이 앉는 고정석이었다.

"안녕하세요."

박순조가 인사를 하니, 서윤은 고개만 까딱하면서 받아 주었다.

이 도도하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우아, 오늘은 어제보다 더 예쁜거 같아.'

박순조로서는 인사를 받아 주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서윤이 그에 대해서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없는 기쁨이 되었다.

이현과 친하게 지내서 서윤과도 가까이 앉아 있음에 감사했다.

그녀가 해 준 도시락을 먹으며 점심 때 오붓하고 정겹게 시간을 보낼 수만 있다면 평생 살면서 가장 행복한 추억이 될 텐데.

"어제 베이컨에 오므라이스 맛없더라."

"늦잠을 자서 만들 시간이 부족했었어요. 오늘은 해물 영양밥에 감자조림 했는데 괜찮아요?"

"그건 맛있던데."

이현과 서윤이 소곤거리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굉장히 좋아하는 형이긴 하지만 가끔 한없이 미워질 때가 있었다.

강의 시간이 되었을 때 조교가 들어와서 말했다.

"자, 자! 오늘 교수님이 조금 늦으신답니다."

"그럼 휴강인가요?"

"아뇨. 학사 일정 때문에 휴강을 할 수는 없고, 40분 정도만 기다려 주세요!"

이현은 공부에 애정을 갖진 않았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괜히 아까워지는 대학 등록금!

기차도 늦게 도착하면 요금을 환불해 주는 시대인데, 휴강이나 수업을 일찍 끝낸다고 해도 등록금을 돌려주진 않앗다.

"비합리적이고 전근대적인 시스템이야. 역시 학교 재단의 비리는 파고들수록 지하수처럼 샘솟기 마련이지!"

어째서 학교 재단의 비리와 연결되는지는 이현만이 알 수 있는 내용이엇다.

학생들 중 누군가가 말했다.

"지금 이 시간이면 베르사 대륙 이야기 할 시간인데... 그거나 볼까?"

"찬성!"

학생들은 강의실 벽면에 설치되어 있는 대형 텔레비젼을 켰다.

막 프로그램이 시작해서, 신혜민과 오주완이 방송할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오늘 말씀드릴 내용이 참 많은데요. 오주완 씨, 어떤 소식들이 준비되어 있나요?"

"예, 일단은 여러분이 가장 궁금해하시는 바드레이의 퀘스트 전투 영상이 1부에 생중계로 진행됩니다."

학생들은 기대로 눈을 빛냈다.

"우와, 바드레이의 싸움을 볼 수 있는 거야?"

"지난번에 칼라모르 왕국의 군대와 싸울 때도 정말 대박이었지."

"명실상부한 베르사 대륙 최강의 유저잖아. 그 정도는 기본으로 해 줘야지."

하벤 왕국의 국왕이며 헤르메스 길드에 속해 있는 바드레이의 무력은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두려워하거나 질시했다.

"흑기사의 퀘스트에는 전주가 아주 많은 것 같아요. 그것도 참략자들과 싸우는 내용이 대다수를 이루는 것 같은데요."

"네. 바드레이가 직업 마스터 퀘스트를 진행하는 건 많은 시청자분들이 알고 계실 겁니다. 흑기사의 직업 퀘스트는, 배경 때문인지 대부분 어려운 전투를 극복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전쟁에서 활약하는 기사의 줄거리를 담고 있는데요, 이 부분 잠시 후에 영상을 보며 자세히 안내드리겠습니다."

바드레이의 전투라면 누구나 보고 싶어 할 테니 오늘은 시간까지 맞아떨어져서 생중계로 편성을 했다.

이현에게도 평소에 바드레이의 전투가 많이 참고가 됐다.

흑기사의 막대한 힘과 스킬이 잘 어우러져서, 구경하는 사람의 눈을 시원하게 만드는 전투!

언제나 압도적인 무력을 발휘하였기에 무신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여진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할 정도였다.

"그다음으로는 엠비뉴 교단의 최근 동향과, 지난 사흘간 벌어진 전쟁의 결과와 영상, 상인들을 위한 소식들도 준비되어 잇죠?"

"네. 그리고 놀라운 사건 소식이 이어집니다. 도자기가 귀족들 사이에 대단한 인기를 끌면서, 도예가라는 예술 계열 직업이 새로 탄생했습니다."

"위드가 만든 도자기가 엄청난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는 소문이 많은데요, 이부분이 사실인지 아닌지 잠시 후에 여우진 기자가 알려 드리겠습니다. 도예가라는 직업을 택한 초보 유저들을 따라다니며 취재한 내용도 담겨 있으니 꼭 놓치지 마세요."

"숨겨진 던전과 사냥터에 대한 소개, 그리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난이도 높은 퀘스트, 팔레모 성에서 매일 벌어지는 기괴한 사건, 그리고 몬카 성과 모라타에 대한 최근 소식도 2부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그럼, 광고 후에 계속됩니다."

학생들은 강의가 늦게 시작되기만을 바라며 정신없이 텔레비전에 빠져들엇다.

"소라야, 우리 이번에 모라타로 가려고 했잖아. 잘됐다. 오늘 방송 보면 참고가많이 될 것 같아."

"모라타로 오는 거야? 와서 프루딘에게 귓속말 보내봐. 나 지금 모라타에 있으니까."

"거긴 언제부터 가 있었어?"

"꽤 오래전부터! 전쟁의 신 위드가 다스리는 곳이기도 하고, 내가 원래 북부에 관심이 많았잖아."

모라타에서 모험을 즐기고 있는 학생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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