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27권 : 7. 일국의 왕 (157/520)

[일국의 왕]

위대한 건축물을 2개나 건설하기 때문인지 모라타는 계속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도로 확장과 광장 개설 등으로 도시의 경계가 넓어지고 외곽에 주택 지구가 생겨나서 그나마 조금 분산되었다.

"우왓, 여기가 모라타구나!"

"건물도 생각보다 엄청 크다."

"방송에서 보던 대로 예술품들 진짜 많다. 음악 소리가 들리는데, 저기 공연도 하나 봐."

"빨리 가 보자!"

거리는 뛰어다니는 초보자들로 인해 정신이 없을 정도 였다.

-모라타의 인구와 경제가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생산과 소비, 무역의 활발한 활동으로 인하여 경제가 호황에 접어듭니다.

호황기에는 생산량이 25% 늘어나고, 주민들로부터 10%의 세금을 더 거둘 수 있습니다.

위드가 그토록 간절하게 바라던 세금 인상!

호황으로 인한 일시적인 효과로 벌어지는 것이었지만 어쨌든 세금이 늘어났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위드는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강가와 호수 인근으로 가서 흙을 캐내 왔다.

그동안 영주성의 보수 작업도 꾸준히 이루어졌다.

깨진 창문과 거미줄과 먼지 투성이의 방이 깨끗하게 치워졌다.

무기, 식량 창고, 마구간, 포도주 저장소, 서재, 안락한 영주 전용 침실도 사용할 수 있게 되고, 정원도 화초들로 가꿔지고 있었다.

"어디 가볍게 시작해 볼까."

영주성의 그의 방에는 처분하지 않은 퀘스트와의 연관 가능성이 있는 잡템과 돌 조각에 나무토막들이 널려 있었다.

여기에 종류별로 흙더미까지 잔뜩 쌓였다.

"같이 만들어요!"

도자기 만들기에 재미를 붙인 화령과 벨로트, 이리엔도 영주성으로 왔다.

다른 사람들은 유린의 그림 이동술을 통해 모라타에 도착해서 장비 점검이나 광장 구경에 여념이 없었다.

"저기... 내가 식당 자리를 예약해 놨는데, 같이 갈래?"

제피는 맛있는 걸 사 주겠다고 유린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

"배고프던 참인데. 좋아요."

그리고 둘은 상점이 밀집한 거리로 사라졌다.

물론 위드가 그들 둘만이 오붓한 시간을 보내라고 놔두었을 리는 없다.

서윤을 따로 불러서 부탁했다.

"몰래 따라가다가 으슥한 골목길로 들어간다거나 손을 잡으면서 수작이라도 부릴 것 같으면 그냥 죽여."

그녀라면 충분히 고통을 안겨 주면서 죽일 수 있으리라.

이렇게 위드는 이런저런 걱정을 덜고 도자기 만드는 데에만 전념했다.

단아하게 어우러지는 곳선.

흙과 불, 유약의 어우러짐으로 변화하며 나타나는 도자기의 우아한 색상은 예술품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

"손으로 천천히. 누르는 힘이 아니라 어루만지듯이......"

위드는 흙꾼이 돌리는 돌판 위에서 도자기를 빚었다.

"마인드 핸드!"

3개의 손으로 하니 이상한 광경이기는 했지만 흔들리지 않고 도자기에 집중했다.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서 흙무더기의 형태가 크게 바뀌었다.

과하게 힘을 주면 뭉개지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하는 데, 위드는 그동안 도자기를 꽤 많이 만들어 봤기에 그런 실수는 거의 하지 않았다.

손잡이가 없는 병처럼 기본적인 구조에 비례의 아름다움을 가진 도자기가 완성되었다.

필요하면 무언가를 담을 수 있도록 내부 공간이 넉넉한 도자기도 만들었다.

"상상에는 한계가 없을 테니 특이한 형상들도 만들어 봐야겠군."

조각술만큼이나 마스터를 얼마 안 남긴 손재주 스킬 덕분에 흙더미에도 내구성이 제법 높게 부여되었다.

얇거나 가늘게 만들더라도 허물어지지 않아서, 다양한 형상을 창조해 내는 데 제약이 없다.

와이번을 표현하며 부리에서 물이 나오게도 하고, 우직한 누렁이가 끌고 가는 물병의 형태도 만들었다.

사람들이 물통을 지고 나르거나, 여자 엘프가 예쁜 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도 만들었다.

예술적 가치가 높진 않더라도 대중이 좋아하는 작품들이었다.

특히 한전판 도자기류!

비슷한 형태로는 12개씩만 제작을 해서 희소성을 더 높였다.

위드의 주특기 중의 하나인 정밀한 묘사가 도자기에도 나타났다.

"정말 예쁜 물병이에요. 근데 잡는 부분이 너무 넓지 않아요?"

화령이 옆에서 조언도 해 주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물병이란 예쁘면 되는 거지 꼭 용도에 적합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휴, 정말 어렵네."

벨로트는 은근히 재주가 있어서 흙으로 무난한 그릇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손재주 스킬이 없는 그녀에게는 그것도 상당히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리엔은 간단히 판잣집에서 꽃을 키울 화분 정도를 만드는 데 그쳤다.

"이 정도면 기초 형태들은 잡아 놨고... 다음 과정을 시작 해야겠군."

위드는 만들고자 하는 도자기와 흙의 종류에 따라서 불의 온도를 다르게 했다.

흙더미를 그늘에서 완전히 말린 후에 초벌구이를 한다.

불과 도자기의 흙이 접하면서 색이 신비롭게 변했다.

위드는 자연의 재료로 얻어 낸 유약을 발라서 백색 도자기도 만들고, 청색 도자기도 만들었다.

이런 식으로 불에 굽는 것으로 도자기 만드는 게 다 끝난게 아니었다.

이 정도라면 전에 만들었던 도자기에 비해서 크게 바뀐 게 없다.

"무의를 새기거나 추가적으로 그림을 그려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흙무더기를 병의 형태로 만들고 나서 조각칼로 무늬를 새겼다.

파내는 간단한 방식도 사용했지만, 방법을 바꾸어서 초벌구이 후에 작품의 외부에 성질이 다른 흙을 붙였다.

다시 가마에 구워지고 나면, 도자기에 붙었던 흙의 색이 바뀌어 그림을 남겼다.

위드는 흰 종이에 그림 그리기는 못했지만, 도자기에 새기듯이 형상을 만드는 건 상당히 뛰어난 편이었다.

조각술과 그림이 다르다고 생각했던 기존의 관념이 많이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무엇이든 보이는 것이라면 그게 조각술일 수도 있고 그림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위드는 깨달았다.

-그림 그리기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과연 노가다의 끝이란 항상 겸손한 자세로 임해야 하는군."

위드의 목표에 그림이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가마에서 최종 완성 단계의 도자기들이 나왔다.

"진짜 예뻐요. 어쩌면 이런 것이 나오지?"

화령과 벨로트는 눈을 빛내면서 도자기를 봤다.

눈처럼 새하얀 백토에 우윳빛 광택이 흘렀다.

꽃과 동물 들을 그린 청색 도자기들이 가마에서 막 나오는걸 보면 감동이 있었던 것!

여러 시험을 거친 유약을 물의 정령과 흙의 정령의 도움을 받아서 깨끗하게 정화하여 사용했기에 도자기는 시선을 둘수밖에 없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조각사, 도예가, 화가 들이 할 수 있는, 손끝에서 벌어지는 마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직도 조금 모자라. 그림을 그리는 방식에 있어서... 조금 더 나은 방법이 있을 텐데."

위드의 조각술이야 이제는 마스터를 바라보는 경지에 올랐다.

흙무더기에 조각칼로 무늬나 그림을 새기는 데에는 최고의 수분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자기는 순수하게 조각품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자기는 순수하게 조각품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되었다.

"흙과 불의 조화... 조각 생명체에 생명을 부여하듯이 탄생시킨다는 느낌으로......"

위드는 도자기의 유연한 곡선을 가진 흙무더기들을 만들면서 고민에 빠졌다.

도자기를 파서 새기는 방식으로는 색감이 너무나 단조로웠다.

유약에 묻혀 무늬나 그린이 돋보이지 못하고 죽어 버리는 느낌이었다.

"여러 가지 색의 그림을 도자기에 부여해 보는 거야. 유약이나 색으로 억지로 칠하는 게 아니라 흙이 색이 변하는 성질 자체만 놓고 도자기를 만들어 보자."

조각칼로 무늬를 파고 흰 흙을 발라서 파인 부분에 채워 넣었다.

불에 구우면 검게 변하는 붉은 흙도 넣고 가마에서 굽고 나면, 맑은 푸른 도자기에 희고 검은 색으로 단장한 그릇이 나타났다.

"꺄아아아!"

"이건 정말 너무 예뻐요!"

위드의 그림 실력이 미숙했어도, 색감을 보는 눈이 없더라도 도자기는 아름다웠다.

유려한 선의 장점에 있는 도자기에 새겨진 보물 같은 그림.

꽃나무를 담은 청자: 내구도33/33.

흙의 아름다움을 일깨우는 조각사 위드의 작품이다.

다방면에 걸친 그의 천재성은 대륙에서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 낼 정도이다.

도자기에 새겨진 그림은 너무 깊지도, 얕지도 않게 새겨져 있다.

흙을 다루는 능력과 불의 온도를 다스리는 재주도, 작품을 만드는 데 약간의 아쉬움도 없다.

모든 과정을 조각사 위드가 직접 해냈다.

이 작품은 베르사 대륙의 도자기 중에서 최고로 꼽을 만하다.

예술적 가치:3,986.

특수 옵션: 높은 예술성을 가진 작품.

매일 특별한 행운을 한 가지씩 만들어 낸다.

집에 소유하고 있으면 기품, 매력, 행운을 5%씩 늘려 줌.

도자기는 최대 10개 까지 효과가 중복해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조각술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손재주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초급 그림 그리기 스킬의 레벨이 5로 상승했습니다. 그림의 선이 적확해지고, 활용하는 도구들이 특징을 보다 잘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대장장이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도자기는 다양한 작업을 거쳐야 했기 때문에 완성되면 여러 개의 스킬을 한꺼번에 올려 주었다.

화령도 이번에는 달라고 하지 않았다.

무척 갖고 싶었지만 이런 작품을 친분 때문에 거저 얻는 건 고생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꽃나무를 담은 청자는, 돈을 주고 팔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무례한 짓이라 고까지 느꼈다.

'이건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군. 나중에 좋은 주인을 찾아서 비싼 가격에 팔아먹어야 될 텐데.'

'아, 정말 이런 작품은 돈 주고도 못 살 거 같아.'

그녀는 위드가 가마에서 구워 내는 다른 작품들에라도 눈독을 들였다.

'상점에 들어오면 바로 사야지.'

벨로트도 도자기 몇 개를 점찍었다.

'이거 예쁘다. 저것도 예쁘네. 어떻게 이렇게 예쁜 무늬들을 만들지? 형태의 조화로움도 좋고 생동감도 있어. 어쩌면 좋아! 꼭 갖고 싶어.'

굳이 예술적 가치나 유행이 아니더라도, 상점에 팔려 나간 다면 폭풍 같은 인기를 누리게 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위드는 선의 아름다움을 살린 도자기만 만들어 낸 것은 아니었다.

넓은 그릇, 천사상처럼 특별한 형태를 가진 도자기도 만들어 냈다.

조각술이 그렇듯이 도자기도 기술을 발전시키다 보면 만들어 낼 수 있는 소재가 무궁무진하다.

작품이 떠오르는 대로 흙을 빚어서 만들어 낼 뿐이었다.

"감정!"

꽃처럼 생긴 병: 내구도 17/17.

거장 조각사 위드가 만들었다.

그 말만으로 도 충분한 이 도자기는, 베르사 대륙에서 흙과 불이 만나서 탄생시킨 기적 같은 예술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녀린 얇은 줄기를 타고 활짝 꽃들이 피었다.

대체 어느 정도의 손재주를 가지고 있으면 이런 표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인지 신기한 작품.

예술성보다는 신비로움으로 작품이 더 인기를 끌 것 같다.

예술적 가치:598.

특수 옵션: 식물이 근처에 있을 경우, 물이 없더라도 마르지 않음.

술과 차의 맛을 더욱 좋게 만든다.

기품 +16.

매력 +22.

위드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작품에 푹 빠져들었다.

도자기는 과정이 복잡하고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되었다.

하지만 그 어떤 고생이라 할지라도 가마에서 나오는 도자기를 보면 감탄밖에는 안 나왔다.

"이걸로 끝이 아니지."

위드는 중간 이상 크기의 대접이나 작을 접시도 만들었다.

시간이 걸리지 않는 간단한 조각을 해서 무늬와 그림도 그렸다.

"모라타에는 돈이 없는 초보들도 많아. 그들도 살 수 있도록, 작고 금방 만들 수 있는 것도 제작을 해 놔야지."

예술가의 정신 속에서도 초보자의 토끼 잡은 돈까지 뜯어가려는 알뜰함!

다른 일행도 와서 도자기를 빚으며 한동안 다들 떠나지 않았다.

도자기는 만들수록 은근하게 빠져드는 매력이 있어서 쉬지 않고 계속 만들게 되었다.

"재료값이 얼마 안 들고 특산품으로 판매가 된다지만... 물론 그게 정말 중요한 이유지만 그걸 떠나서도 도자기는 예술품이라고 부르기에 정말 모자람이 없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작품을 만들어 내며 명작과 대작도 하나씩 완성!

영주성의 빈방에는 도자기가 줄줄이 쌓였다.

도자기에만 집중해서 파고든 결과 완성된 도자기가 400개가 넘었을 때 조각술 스킬의 숙련도를 9.5% 올릴 수 있었다.

고급 8레벨의 조각술 스킬이었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숙련도가 빨리 늘어나지 않았다.

도자기의 기본적인 형태에서는 조각술이 개입할 여지도 적었다.

대신 섬세한 불의 조절이 성공하면 대장장이 스킬의 숙련도가 특히 많이 증가했다.

굽거나 형태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끔은 실패작도 나왔지만 그런 경우는 이제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위드는 700개의 도자기를 마저 채웠다.

그때가 되었을 때에는 조각술 스킬의 숙련도가 고급 8레벨에 52.6%가 되었다.

대장장이 스킬도 중급 8레벨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숙련도도 75% 이상이었다.

그림 그리기 스킬도 초급 9레벨이 됐다.

도자기는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난해했다.

하지만 즐기면서 만들다 보니 좋은 작품이 많이 나왔다.

박진석은 매일 서윤을 그리워했다.

"아, 그녀가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서윤이 세라보그 성의 뒷산에서 친구들까지 몽땅 묻어 버리는 만행을 저질렀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어차피 그녀의 마음이 쉽게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알 고 있었다.

솔직히 기분은 안 좋았지만, 예쁜 여자의 행동은 무엇이든 용서해 줄 수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였다.

"위드를 따라다니면서 모험을 하는 여자 광전사가 그녀였구나."

서윤은 아름다움으로도 적수가 없을 정도다.

그런데 로열로드에서도 매우 강했다.

박진석은 그 점이 더 기뻤다.

"베르사 대륙의 여러 곳을 탐험하는 거야. 위드보다도 더 오랫동안 먼 곳을 돌아다니면 좋겠지."

단둘이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곳에서 모헌을 하면서 사랑을 싹틔운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았다.

"그때를 위해서라도 레벨이나 많이 올려 두어야겠군."

"약초 좀 사 주세요."

"부러진 검 많이 있습니다. 고쳐서 쓰시거나 아니면 초보자용으로 사용하실 분 찾아요."

사냥꾼 로빈은 다시 그가 주로 활동하는 팔레스 왕국에서 접속했다.

장사를 하던 상인이나 용건이 있어서 무기점 등을 들어가려는 사람이나, 다들 로빈에게 잠깐씩 시선을 주었다.

"우와, 레벨이 진짜 높나 보다. 착용하고 있는 옷 좀 봐."

"저건 베르탕이 만든 거 아니야?"

"밑에 금색 실로 서명되어 있는 것 보니 맞는 것 같아."

"엄청 비싸다던데...... 베르탕이 웬만한 돈으로는 옷을 안 지어 주잖아."

로빈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정말 이 기분은 질리지를 않는다니까.'

그의 장비는 레벨 355가 입을 수 있는 최고급이었다.

무두질을 화여 광이 나는 베르탕의 가죽 갑옷 세트에, 직업 스킬을 올려 주는 보석 목걸이와 팔찌, 반지까지 착용했다.

물론 그가 사냥이나 퀘스트를 해서 모은 장비들은 아니었다.

위드의 경우만 하더라도 제아무리 최고의 퀘스트를 깨더라도 조각사의 직업 장비들이 줄지어 나오지는 않는다.

물론 어려운 퀘스트를 깼을 때 조각사용 물품이 나온다면 더 크게 실망했겠지만!

로빈은 막대한 현금을 들여서 액세서리와 장비를 최고급으로 구입했다.

초보 시절부터 최상의 장비를 착용했고, 레벨이 10씩 오를 때마다 돈을 아끼지 않았다.

좋은 장비를 착용하고 도시에 와서 사람들이 놀라는 모습을 보면 만족감이 크게 들었기 때문이다.

"어디 사냥이나 가 볼까."

로빈은 음식을 구입하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그때 길드 채팅 창에 메시지가 떴다.

쿠벨라: 로빈 왔네. 마침 우리도 금방 접속했는데.

리츠: 우리 지금 수도에 있는데. 어디야?

로빈이 가입한 길드의 이름은 '멋진녀석들'이었다.

재벌가의 자제들로만 구성되어 있었고, 돈은 열대우림에 비 오듯이 사용했다.

로빈: 어딘데? 나도 수도야.

쿠벨라: 그럼 잘됐네. 더디 의뢰라도 받은 거 있어?

로빈: 아니. 난 사냥 갈 거야. 귀찮게 의뢰나 할 시간 없어.

리츠: 그럼 같이 가자. 중앙 광장으로 갈게.

쿠벨라와 리츠는 같이 광장에 도착했다.

둘 다 기사로, 백금 갑옷 풀 세트에 투구에는 공작새의 깃털까지 꽂고 있었다.

"여어."

"바쁘니까 음식이나 사서 바로 사냥 가자."

"그럴까? 용병은 누가 구할래?"

"파벨라가 용병 길드로 구하러 갔어."

"걔도 같이 데려가려고? 너무 약하잖아. 레벨 올리기 힘든데......"

"요즘에 자기도 끼워 달라고 난리잖냐."

로빈, 쿠벨라, 리츠는 다들 300대 중반 정도의 레벨을 가졌다.

초보 시절에는 장비가 워낙 훌륭해서 사냥이 금방이었다.

장비의 도움만으로도 한 단계 높은 등급의 몬스터를 별 어려움 없이도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벨이 오를수록 사냠이 힘들어졌다.

더는 전투에 서의 순간적인 판단 오류나 서로 손발이 맞지 않는 문제를 장비로 커버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기초적인 스킬과 스탯에서 오히려 몬스터가 압도하는 상황마저 벌어졌다.

300대 중반의 레벨이었지만 전투력 자체는 다들 약한 편이라서, 용병이나 다크 게이머를 고용하여 극복해야 되었다.

모라타의 보석 거래소에서는 대단한 일이 벌어졌다.

상점의 주인이 정중하게 맞이한 사람이 물건을 내다 판 것이다.

"이런 작품을 정말로 팔아 주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가격은 얼마나 될까요?"

"이 예술품의 가격을 제가 결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어디 서라도 누구나 탐낼 만한 물건이로군요. 아마 대륙 전역의 왕족들에게 팔려 나갈 겁니다. 받기를 원하시는 금액을 말씀해 보시지요."

상점 주인이 물건을 팔러 온 사람에게 오히려 가격을 결정하라고 했다.

판매하고자 하는 물품은 푸른빛이 나거나 백색 빛깔이 도는 도자기였다.

여러 식물의 그림, 취향에 따라 황금 드래곤처럼 화려한 무늬도 있었다, 흰 구름이 떠다니는데 날개를 펼친 와삼이, 빙룡이 그려진 것도 있었다.

위드는 도자기 중에서 겨우 만들어 낸 명작이나 대작은 팔지 않고 예술 회관에 전시할 예정이었다.

모라타의 주민들이 정말 많았기 때문에, 입장료 수입을 늘리는 쪽을 충분히 노려 볼 만했다.

일반 도자기들은 가격만 잘 쳐준다면 특산품의 대우를 받으며 처분할 작정이었다.

"이 도자기들은... 값으로 따지기는 어려운 제 피땀으로 만든 것이지요. 더 넓은 세상으로 가서 많은 사람들이 간직해 달라는 의미로 1개에 798골드 정도를 받았으면 합니다."

800골드라고 하면 너무 비싼 느낌이 들고, 2골드 정도는 낮춰 주는 상술!

도자기가 위드의 전문 분야는 아니지만, 관여한 대부분의 스킬이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예술적 가치도 감안하면 그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798골드라니... 정말 받을 수 있을까?"

"위드잖아. 우리와는 까마득한 격차가 있는데 당연히 받겠지."

"그래도 그 돈이면 갑옷도 살 수 있는데."

"우리 같은 초보자용 갑옷이나 사겠지. 위드 정도의 수준에서는 큰돈이 아닐 거야."

만약 무리한 가격을 제시했다면 거래 자체가 취소된다.

예술가로서 특별한 페널티가 부여되기도 하는데, 적정한 금액이상을 달라고 했을 때는 돈만 밝힌다면서 평판이 낮아지기 도 한다.

위드에게는 그야말로 민감한 사실이었기 때문에 가장 꺼려지는 부분이었다.

상점 주인은 잠시 고민하고 나서 말했다.

"보통 때라면 그 값으로 매입을 하기에 적당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도자기를 찾는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따로 시간을 들여서 판매할 필요도 없이 바로 보내야 할 정도죠. 특산품으로 쳐서 5할의 가격을 더 얹어 드리겠습니다. 도자기를 팔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영주님!"

-1차 흥정이 성공하셨습니다.

지금 물건을 판매할 경우 명예 스탯을 3 얻을 수 있습니다.

도자기의 가치가 위드는 생각했던 금액 이상이었다.

하지만 상점 주인이 계속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대량의 작품을 한꺼번에 매입하기에는 제가 가진 자금이 부족하군요. 우선은 220개만 사더라도 괜찮겠습니다?"

"팔겠습니다."

상점 주인은 도자기를 하나씩 감별했다.

실금이 가 있거나, 색이 전체적으로 고르지 못하고 무늬가 어긋나 있는 경우에는 가격이 좀 더 많이 깎였다.

하지만 그런 물품들은 거의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리고 형태가 있는 작품들은 다른 것들보다 더 높은 매입가를 쳐줬다.

-대량의 예술품을 판매하여 대규모의 이익을 거두셨습니다.

명성 3,589상승.

조각사로서 명예가 9 증가합니다.

매력이 7 늘어납니다.

-모라타의 지역 명성이 1 증가합니다.

수입금 26만 8천 골드!

모라타나 다른 지역의 주민들이 위드에 대해서 떠들기에 충분한 이들이었다.

이제 팔린 도자기들은 대륙의 각 지역으로 흩어져서 새 주인들을 만나게 되리라.

위드가 도자기를 판 것을 보고 어쩌면 큰 꿈을 가진 도예가가 모라타에 많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좋은 흙이 지천에 널려 있고 헤스티아의 대장간까지 만들어지는 중이며 문화에 투자도 많이 하는 도시는 대륙의 어느 곳을 살펴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양질의 도자기가 모라타에서 많이 팔리다 보면 지역의 특산품으로 등록되게 된다.

지금은 어디서나 귀한 탓에 특산품 대접을 받지만, 유행을 타는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존경하는 영주님, 거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장사하시기를."

위드는 교역소를 나왔다.

그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유저들이 벌 떼처럼 모여서 그를 구경했다.

"거래 한 번으로 떼돈을 벌었대."

"완전 좋겠다."

"위드 님이니까 뭐 특별한 일도 아니지 않겠어? 저 정도 거래에 기뻐할 리가 없잖아."

위드는 도자기를 팔고 거액을 손에 넣어 입이 찢어져라 웃음이 나오려던 참.

비싼 약초 한 뿌리만 캐더라도 기뻐하는 가벼운 남자였다.

"커허험!"

괜히 체통을 지킨다며 엄숙하고 근엄하게 표정을 관리했다.

로열 로드에서 위드의 인기는 최고에 달했다.

모라타에서는 그를 싫어하는 사람이 드물 정도였다.

모라타의 마을 장로가 지팡이를 짚고 걸어왔다.

"영주님, 이곳에 계셨군요."

위드는 안색을 딱딱하게 굳혔다.

모라타의 백작이 되고 나서 마을 장로레게 많은 돈을 뜯겼던 아픈 기억!

"위대하신 백작님의 지배로 인해 마을이 도시가 되고 진정으로 살기 좋은 곳이 되었습니다. 주민들을 대표해서 감사드립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였습니다."

"이제 이 땅은......"

마을 장로가 잠시 말을 멈추고 회한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이번에도......'

모라타의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더 이상 위드가 사비까지 털어서 투자할 정도로 열악하지 않았다.

어마어마한 흑자를 이룩하고 있을 정도였지만. 돈이란 벌기는 어려워도 쓰려고 마음먹으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

이제는 단 한 푼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이 땅은 불굴의 지도력을 가진 영주를 맞이하여 훌륭하게 발전하였습니다.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근면하고 성실합니다. 니플하임 제국의 멸망 후, 몬스터와 한파로 신음하던 사람들이 모여서 안전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게 된 건 모두 영주님의 덕입니다."

"크흠."

칭찬을 받을수록 위드는 더 불안했다.

과연 무슨 요구를 하려고 이렇게 배경 설명이 긴 것일까.

어릴 때부터 칭찬보다는 욕이 차라리 더 친숙하게 다가왔다.

"주민들은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주님과 함께라면 그곳이 몬스터의 소굴이라고 하더라도 망설임 없이 따라갈 수 있을 것입니다. 주민들을 대표해서 말씀드립니다. 모라타의 영광과 발전이 계속될 수 있도록, 북부 전체에 백작님의 말씀과 군대가 닿을 수 있게 더 높은 자리에 올라 주시기를 간청드립니다.

북부의 땅에서 시작되는 작은 왕국

모라타의 인구와 경제력은 도시의 규모를 넘어섰다.

주민들은 치안에 쉽게 의심하지 않을 믿음을 가졌으며 융성한 문화, 종교적인 자유를 누리고 있다.

니플하임 제국의 몰락 이후로 북부에서 가장 발전한 도시로서. 모든 모험과 교역은 모라타를 통하여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패망한 제국의 유민들은 다시 안정된 지난 과거를 그리워한다.

왕국의 시작은 좁은 영토, 출몰하는 몬스터 무리, 알려지지 않은 위험들로 인하여 기대만큼 평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영주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지배를 기꺼이 요청한다.

모라타를 지금까지 이끌어 온 그대의 어깨에 어 큰 짐을 올려놓을 수 있겠는가?

장로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즉위식을 거친 이후 도시국가의 국왕 자리에 오르실 수 있습니다.

모라타와 바르고 성채가 왕국의 영역으로 선포됩니다.

다른 마을의 영역이 아닌 곳으로의 영토 확장이 가속화됩니다.

인근 지역에 정치력이 확대됩니다.

군대의 규모가 커지더라도 주민들은 불안감을 그끼지 않습니다.

하지만 군대의 규모가 너무 작다면 느끼는 불안감은 훨씬 심해질 것입니다.

다른 왕국과 외교 활동을 벌이실 수 있습니다.

내정과 건설 부분에서 더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으며, 새로지을 수 있는 건물들이 추가됩니다.

국왕의 명성에 따라서 외교적인 교섭의 결과가 달아질 수도 있으며, 내정에서 행운에 관련된 사건이 발생합니다.

일국의 왕!

하벤 왕국을 비롯해서 소국이라면 몇몇 유저들이 올라 있는 자리였다.

그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이미 갖춰진 왕국에서 그 자리에 오른 게 아니라 스스로 모라타를 일구어서 만들어 낸 직책이라는 것.

위드는 머릿속으로 계산을 끝냈다.

그는 굴러 들어온 복을 차는 사람이 아니었다.

접대, 뇌물, 눈먼 돈, 높은 지위.

이런 것들이야 말로 세상을 살맛나게 만드는 요소라고 믿었다.

"모라타의 주민들과 함께 어려운 일을 헤쳐 나가며 평생을 헌신하면서 살겠습니다."

종신 독재의 꿈!

-국왕의 자리를 승낙하셨습니다.

모든 권한은 즉위식 이후부터 생겨납니다.

왕국의 형태는 작은 도시국가부터이며, 영토가 커짐에 따라 정식 왕국이 될 수 있습니다.

왕국의 이름을 결정하실 수 있습니다.

"왕국의 이름이라......"

위드에게 딱히 갑자기 떠오르는 이름은 없었다.

그렇다고 평소에 이름을 짓던 대로 빛날이나 누렁이, 와일이, 와둘이, 와삼이 이런 식으로 지을 수도 없는 노릇.

자칮하면 북부에 유저가 최초로 만든 왕국이 놀림감이 될수도 있는 판.

하지만 위드는 금방 왕국의 이름을 결정했다.

"마음에 드는 건 위드만세나 북쪽 왕국인데. 그냥 원래 있던 국가인 아르펜으로 하겠다."

조각사가 만들어서 대륙을 통일했던 아르펜 제국!

그 영광이 수많은 세월이 흐르고 난 지금에도 남아 있을지 모르지만, 바닥에 깔려 있는 뭐라도 있다면 얻어먹고 싶은 마음이었다.

-왕국의 이름이 '아르펜'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즉위식을 마치면 정식으로 왕국으로서의 활동이 시작됩니다.

즉위식에 책정될 자금을 결정해 주십시오.

호화스럽고 성대한 즉위식을 할수록 왕국의 명성이 높아지며, 군대의 충성을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위드는 허례허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내실이 중요하지, 즉위식에 따라 오르내리는 정도라면 차라리 그대로 모라타로 남는 편이 더 나으리라.

"즉위식의 비용은... 그래도 어쨌든 행사니까 30골드 정도는 줘야겠지."

마음 같아서는 물 한 잔 떠 놓고 해 주고 싶었지만 그래도 국가적인 행사이니만큼 규모를 크게 키운 것이었다.

"너무 약소한 것이 아닐까요. 영주님께서 지엄하신 국왕폐하가 되는 것이니 주민들도 기대하는 바가 있을 것입니다만. 외국에서 오는 외교사절들도 비웃을 것이고, 북부 전체에 아르펜 왕국에 대하여 알리기에도 부족합니다."

"주민들을 아끼는 에에는 영주의 자리에 있거나 국왕이 되거나 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즉위식은 최소한 간소하게치르고, 10골드라도 남는 돈이 있으면 그 돈도 모라타의 가난한 주민들에게 일을 시키고 보수로 지불하세요."

"알겠습니다. 영주님의 뜻대로 집행하겠습니다."

-즉위식의 비용이 30골드로 결정되었습니다.

위드는 모라타의 일을 마치고 나서, 유린의 도움을 받아바르고 성채로 이동했다.

"이제 도자기를 판 돈으로 건물을 지어 주어야겠군."

바르고 성채에는 아직 손길이 필요했다.

큰 나무가 있는 광장, 오크들의 목욕탕, 마룬석으로 만든 거리 등.

네 종족이 모여서 살던 라체부르그의 도시 건물들을 짓도록 명령을 내렸다.

건축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 외에도 여러 종족들이 좋아했다. 바바리안과 드워프, 엘프 들이 근처에 살았으니 건물들의 효과를 충분히 살릴 수 있다.

"싼값에 괜찮군!"

15만 골드로 라체부르그의 건물들을 지어 두고 나서 남는 돈으로는 시장과 상품 거래소 등을 지었다.

무역 세금 수입이 늘어나도록 종족 간의 거래가 많이 이루어지게 했으며, 드워프들이 머무를 수 있도록 대장간도 건축했다.

엘프들의 특성을 이용하기 위한 궁술 훈련소도 건축하여, 레인저와 궁수 들의 전직과 정확도 향상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여시서 궁수로 자란다면 정말 최고겠지."

성벽으로 몰려드는 몬스터를 마음껏 쏠 수 있으니 성장을 위해서는 최고의 조건이었다. 궁수들은 관통 화살이나 추적화살도 얼마든지 쓰면서 스킬 숙련도를 늘릴 수 있게 된다.

바바리안들을 써먹기 위해서는 워리어 투기장도 만들었다. 

여러 스킬을 배우고 몸을 쓰는 법 등을 가르칠 수 있는 장소였다.

"대충 이 정도면 된 것 같군."

위드는 이제 드워프의 왕국 토르로 이동했다.

노른 산맥에 있는 드워프 최대의 도시.

아이언해머!

토르 왕국위 수도이며 베르사 대륙 최대 강철 생산지이기도 했다.

분수대 주변을 뛰어다니는 키 작은 드워프들을 보며 유린이 말했다.

"드워프들이 모여 있으니 참 귀엽다. 달리기도 느리지 않아."

"드워프 마을에는 안 와 봤어?"

"가끔 관광지에서 보긴 했어도 이렇게 많은 드워프들을 보는 건 처음이야."

위드는 유린과 같이 토르 왕국의 관청으로 향했다.

토르 왕국에는 국왕이 없으며 드워프 장로들이 번갈아 가며 일을 보았다.

"인간 모험가로군. 우리에게도 이름이 알려진 걸 보니 중요한 용무를 가지고 왔겠지? 들어가도 좋다."

위드의 놓은 명성 때문에 입구를 지키는 드워프 전사들은 두말없이 길을 비켜 주었다. 

그 덕에 곧바로 드워프 장로를 만날 수가 있었다.

"무슨 일로 나를 만나러 왔는가?"

"오크들과의 관계 개선에 대해서 말하려고 왔습니다."

"오크들이라. 그 냄새나는 더러운 콧김을 내뿜는 놈들에 대해서 나누고 싶은 말은 없네. 그런 일로 왔다면 헛걸음을 한 셈이군."

띠링!

드워프 장로와의 친분

드워프 에인핸드는 오크들에 대해서 짜증 내고 있다.

드워프와 오크는 여행 중에도 마주치면 사움밖에 하지 않을 정도의 앙숙이다.

하지만 에인핸드와 친해진다면 그는 당신의 말에 대해 귀를 기울여 들을 것이다.

난이도 : D

퀘스트 제한: 오크와 드워프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이 퀘스트를 먼저 해결해야 함.

"제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 보시지요.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퀘스트가 부여되었습니다.

위드는 정보 게시판 등을 통해서 에인핸드의 성격에 대해서 알고 왔다.

'보석이나 집접 만든 갑옷 그리고 술을 아주 좋아하지.'

아부와 아첨이야말로 위드가 논문을 쓴다면 박사학위는 따 놓은 정도! 

세계적인 학술지에서 권위를 인정받을지도 모른다.

일단 간단히 흙으로 만든 컵을 하나 꺼내서 보여 주었다.

"별거 아니지만 평소 존경하던 드워프 장로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이것은... 최근에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는 도자기로군. 이런 걸 만들어 내다니 과연 놀라워. 인간의 능력에 대해서도 존중을 할 필요가 있겠지. 하지만 드워프들이 좋아하는 금속이 아니라서 조금 아쉽군."

위드에 대한 에인핸드의 평가가 약간은 높아졌다.

드워프인 이상 손재주가 뛰아난 작품을 보면 당연히 좋아하는 것이다.

"별 볼일 없는 재주입니다. 혼을 담아서 만드는 검이야말로 진정으로 뛰어난 명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건 우연한 발견품인데요, 맛이라도 한번 보시죠."

위드는 포도주병을 꺼냈다. 

안에는 몽벨트룰리아에서 찾아낸 맥주가 담겨 있었다.

오크 통에 담겨 있던 여러 종류의 과일주는 와이번들을 통해서 모라타로 운반을 했다. 

와삼이를 시켜서 검치 들에게도 한 통 보내 봤더니 꿀맛이었다고, 더 있으면 바로 보내라고 했다.

실제로 술을 개봉하니 그 냄새를 맡고 짐승들이 모여들 정도였다.

위드는 드워프를 만나러 오면서 보리로 담근 술을 일부러 한 병 챙겨 왔다.

에인핸드의 주름진 눈가가 찌푸려졌다.

"포도주 따위를 마시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습관이야. 그 떫은 걸 대체 무슨 맛으로 먹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냥 마땅한 병이 없어서 하잖은 포도주병에 담았습니다."

"난 술에 대해서는 아주 까다롭네. 괜히 어설픈 맛으로 내혀를 모욕한다면 그나마 잠깐이라도 이야기한 시간이 아까워질 거야."

위드는 코르크 마개를 뽑았다.

'땅!' 하고 맑은 소리와 함께 퍼지는 맥주의 알싸한 향기.

"크으으으읏! 이, 이 냄새는......"

"몽벨트룰리아에서 발견한 맥주입니다. 앞으로 말씀드려야 할 이야기를 하려면 조금만 맛보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이런 냄새라니 과연 맛은 어떨까. 생전 처음 맡아 보는 최고의 향이야. 이 술을 정말 마셔도 된단 말인가?"

"술이란 마시라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위드는 꺼냈던 잔에 맥주를 따랐다.

거품이 보글보글 위로 올라오는 걸 보는 에인핸드의 눈동자가 마구 떨렸다.

"고맙군! 크윽. 정말 죽여주는 맛이야."

-에인핸드가 맥주를 마셔서 아주 기분 좋은 상태가 되었습니다.

드워프 장로와의 친분 완료

완고한 드워프 에인핸드는 순식간에 인간 모험가에 대한 호감을 갖게 되었다.

놀라운 일이지만 인간 모험가의 재주와 맥주에 반해 어떤 이야기든 들어 줄 것 같다.

드워프 정도야 칭찬하고, 선물하고, 술 먹이면 그걸로 끝!

대한민국에서도 뇌물과 술이면 안 되는 게 없지 않던가.

위드는 이제 오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오래전 드워프와 인간, 엘프 그리고 보잘것없고 있으나마나 한 오크는 서로 협력하면서 살아갔습니다."

말이란 듣는 대상에 따라서 표현을 달리해야 하는 법.

위드는 라체부르그에 대해서 설명을 했다. 

물론 다분히 드워프 위주였다.

"그 과정에서 드워프가 나머지 세 종족을 먹여 살렸다고해도 과언은 아니었죠."

"그런 일이 있었다니 까맣게 몰랐군. 우리에 대해 잘 아는걸 보니 자네의 말에 믿음이 가."

"오크들이 그때의 일을 알게 되어 드워프들에게 정중히 사과를 하고 같이 잘 지내보자는 것이죠."

"그렇게 안 봤는데 오크들도 기본적인 양심은 있었군."

띠링!

오크와 드워프의 관계 개선 완료

드워프는 오크들의 화해 요청을 받아들였다. 

앞으로 그들 사이의 싸움이 조금은 줄어들 수도 있으리라.

-드워프와 오크 종족 사이의 우호도가 오릅니다.

-명성이 157 올랐습니다.

에인핸드가 말햇다.

"우리 관대한 드워프가 미개한 오크들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보내야 되겠군. 대장장이들에게 말해서, 글레이브라도 만들어 오크들에게 보내라고 하겠네."

"오크들도 그 선물을 받으면 좋아할 겁니다. 드워프들의 무기 만드는 능력이야말로 오크들은 영원히 따라오지 못할테니까요."

오크들에게 보내지는 글레이브의 제작이나 운송은 퀘스트가 발생하여 유저들이 맡을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진정한 의미의 관계 개선이 성공할 수도 있으리라.

물론 이런 중요한 운송 퀘스트 등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두 종족 사이가 다시 친해지기는 어렵게 되겟지만.

에인핸드가 말했다.

"그런데 오크들의 사정을 알려 준 자네라면 우리 드워프만큼이나 조각사로서의 자질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드는군."

"제 실력은 물론 괜찮습니다. 인간들 중에서는 상당히 좋은 편이죠. 그래도 어떻게 감히 드워프들의 실력을 따라갈 수 있겠습니까?"

"아니야. 자네의 이름은 우리 드워프들도 많이 들어 보았네. 상당한 작품들을 만들면서 베르사 대륙의 예술을 이끌어 간다고 하더군."

위드의 실력은 자존심 높은 드워프 에인핸드도 칭찬해 줄 정도였다.

"하지만 조각품을 볼 때면 항상 아쉬움이 들었어."

"네?"

"철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나? 철은 튼튼하고 가공하기가 편해서 쓰임새가 정말 많은 재료지. 우리 드워프와 인간의 문명의 발전은 철이 이끌어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철은 세상에서 정말 중요한 재료였다.

대부분의 무기의 소재로 사용되었고, 건축 재료로도 사용이 된다.

현대에서도 철은 국가 발전의 필수적인 소재로 쓰였다.

"대부분의 조각사들은 안타깝게도 나무나 바위처럼 다루기 쉽고 보이기 좋은 재료들만 사용하더군. 철도 잘 다듬으면 정말 아름다운데. 철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조각사라면 드워프로서도 인정해 주지 않을 수가 없지."

띠링!

드워프가 좋아하는 철

드워프들에게 조각사로서 인정을 받고 싶다면 철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조각사로서 철을 다루는 실력을 갖춰라.

드워프들의 눈에 들려면 상당한 수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난이도: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

퀘스트 제한: 고급8레벨 이상의 조각술.

초급 대장장이 스킬 8레벨 이상 습득해야 함.

퀘스트를 무사히 끝내면 에인핸드와의 친밀도 증가.

"아, 그런데 내가 지난밤에 맥주를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가? 사람을 잘못 봤군. 자네는 이미 대장일 쪽으로도 아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이런 일을 시킬 필요는 없겠지!"

-퀘스트를 해결하셨습니다.

-명성이 350 증가합니다.

-대장장이 스킬의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드워프 에인핸드와의 친밀도가 놓아졌습니다. 그와 밤새도록 맥주를 나눠 마실 수 있을 정도의 사이입니다.

위드의 대장장이 스킬이 높다 보니 퀘스트가 바로 해결되어 버렸다

'역시 조각사는 잡캐의 운명을 타고난 거군.'

조각 재료를 다양하게 쓰려다 보면 잡캐가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에인핸드가 다시 말을 이었다.

"크흠, 대장장이로서도 능력이 있다니 이번에도 말하기가 편하겠군. 이건 드워프위 치부와도 같은 이야기인데 말이지......"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십니까?"

위드는 아부와 아첨을 하던 간사한 표정에서 진심으로 걱정을 나누는 진지한 표정으로 얼굴을 바꾸었다.

영화배우를 능가하는 표정 연기였다. 

돈이 조금이라도 걸려 있다면 눈물 연기 정도는 기본이었다.

"케이베른에 대해 알고 있는가?"

"다, 당연히 알고 있지요."

악룡 케이베른!

토르 왕국의 터줏대감이나 다름이 없는 존재였다.

드워프들은 주로 험준한 산맥에서 거주하는데, 이 지역이 케이베른의 영역에 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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