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조각사 28권
1) 멜버른 광산
위드는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하여 하이네프 산악 지역에 있는 요새 트레이피크에 도착했다.
"이놈의 팔자는 안 다니는 곳이 없군."
베르사 대륙이 좁게 느껴질 정도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여행의 즐거움은 뒷전이고, 금역이나 위험한 장소에 가서 죽을 고생이나 하며 다녔다.
"철광석이 필요하신 분 구경이나 해 보고 가세요."
"할인 판매! 철광석 마지막 떨이 있어요!"
트레이피크에는 장사를 하는 유저들이 많이 보였다.
상인이 아니더라도 멜버른 광산에서 사냥을 해서 얻은 광물들을 유저들에게 판매했다.
멜버른 광산 출입료
지하 1층 300골드
2층 850골드
3층 1,800골드
4층 길드원 외에 출입 금지
흑사자 길드에서 내건 사냥터의 출입료를 납부하기 위하여 유저들은 전리품을 얻는 족족 판매해야 했따.
가끔 귀한 아이템을 얻더라도 흑사자 길드의 지분을 따로 떼어 주어야 했기에 사냥에서 수익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하지만 돈보다는 레벨을 올리는 걸 우선으로 여기는 유저들로 인하여 멜버른 광산의 인기는 항상 높았따.
철광석을 캘 수 있는 광부들은 시간에 따른 이용 요금까지 따로 납부해야 될 정도로 착취가 일상화된 장소였다.
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배울 점이 많은 훌륭한 통치로군. 여기서 독재까지 이루어진다면 완벽할 텐데."
얼마 후면 자신도 아르펜 왕국의 국왕이 된다.
영토로는 모라타와 바르고 성채의 작은 왕국에 불과하였지만 선진 통치 기법들을 배워 두면 나중에 악덕 국왕이 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2층으로 사냥 가실 분요. 밤늦게까지 사냥만 하실 분요!"
"흑사자 길드원이 파티 구합니다. 아이템은 저 혼자 다 가질 거고, 대신에 입장료는 무료로 해 줍니다. 직업 제한, 레벨 제한 있습니다."
위드는 사람들 사이에 끼지 않고 트레이피크 요새의 성벽에 서서 구름이 떠다니는 걸 지켜보며 잠시 시간을 보냈다.
입장료를 내기 아까워 흑사자 길드에 속해 있는 헤겔에게 귓속말을 보냈더니 기꺼이 와 주겠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트레이피크에서 장사하는 유저들은 산 능선을 따라 길게 지어진 성벽에 모여 있었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쭉 걸어 가면서 모두 구경할 수 있는 편한 구조였다.
"요즘에 직업 마스터 퀘스트는 누가 제일 앞서 나가지?"
"바드레이 아니겠어? 헤르메스 길드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 주잖아."
"에휴, 길드의 지원은 진짜 전쟁의 신 위드라도 당해 낼 수가 없나."
"흑기사 마스터 퀘스트는 무슨 보상을 주는지 알아?"
유저들 사이에는 직업 마스터 퀘스트가 화제였다.
최초로 스킬의 마스터를 한다는 의미를 갖기도 했고, 퀘스트의 규모가 워낙 대단했다.
유니콘 사에서 밝힌 정보에 따름련 보상으로 직업 스킬의 비기와 마스터로서의 영향력 그리고 특별한 무언가를 더 얻을 수도 있다고 했기 때문에, 갈수록 화제가 되었다.
스킬 레벨에 대해 무관심했던 랭커들이 현재 도처에서 숙련도를 위한 노가다를 하고 있을 정도였다.
"게시판에서 봤는데 흑기사 직업 퀘스트를 완료하면 기사단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도 있더라."
"CTS미디어에서는 전설의 창과 갑옷을 얻을 수도 있다던데."
"그건 바드레이가 열한 번째 퀘스트를 하면서 얻었잖아."
"언제 열한 번째 퀘스트를 했어?"
"몰랐구나 어제 성공시켰어 방송으로 밤새도록 중계해줬는데."
"우와 그거 꼭 재방송으로 봐야겠다."
"CTS미디어가 방송 잘했다더라 거기에서 봐 헤르메스 길드에서 CTS미디어와 협력하고 있어서인지 화면 편성 정말 괜찮더라."
위드의 눈가가 질투로 실룩였다.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에서는 각 종족의 우호도 증가나 고대 유적 발견의 이벤트를 제외하면 아직까지 특별한 보상은 받지 못했다.
그에 비하면 퀘스트의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바드레이는 장비를 구했고, 체이스는 중앙 대륙의 최고 모험가의 증표까지 받았다고 한다.
소화제로도 해결이 안 되는 남이 잘되었을 때의 배 아픔!
위드가 속이 쓰려하고 있을 때 텔레포트 게이트를 통해 헤겔이 도착했다.
위드는 손을 흔들었다.
"아, 여기야!"
"위드 형?"
"그래, 나야."
헤겔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라, 형 드워프 아니었어요?"
지난번에 봤을 때에는 위드가 드워프의 몸을 하고 있었던 기억이 났다.
위드는 대충 둘러댔다.
"그때는 사정이 있어서 드워프 왕국에 다녀오느라 퀘스트 때문에 몸이 잠깐 바뀌어 있었던 거야. 근데 왜 늦었어?"
"길드 사무소에 들렀다 오느라 늦었어요. 참, 여기는 제 동료들요 학교에서 봐서 알고 있죠?"
헤겔을 따라서 온 2명의 여자애들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디네와 알리스 그녀들은 최상준을 따라다니던 학교 여후배들이었다.
로열 로드에서도 헤겔과 같이 다니고 있는 모양이었다.
"여기서 또 뵙네요."
위드는 대충 인사를 받아 줬다.
"응, 그래 반갑다."
"형, 형이 멜버른 광산에 들어가 보고 싶다고 해서... 어차피 형 데리고 가야 되니까 애들도 같이 불렀어요. 괜찮죠?"
"나야 뭐 상관없지."
위드야 멜버른 광산에 공짜로 들어가는 입장에 가릴 만한 처지는 아니었다.
"멜버른 광산은 그냥 갈 만한 던전은 아닌데 간단하게 준비 좀 할게요. 저만 따라오세요."
헤겔은 갑옷에 흑사자 길드의 정식 회원 인장이 찍혀 있기 때문에 트레이피크에서도 혜택이 막대했다.
방문하는 상점마다 세금이 포함되지 않은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구입했다.
시샘이 일어날 정도로 싼 가격이었고, 몇 가지를 구입하면 한 등급 높은 물품들도 서비스로 챙겨 주었다.
"방문하신 것을 환ㅇ녕합니다, 기사 헤겔 님."
병사들이 창을 들어 올리면서 정중하게 인사도 했다.
"흑사자 정식 길드원이다."
"장비 멋있는 것 좀 봐."
눈에 띄는 주위의 반응에, 헤겔의 거만함까지도 자연스럽게 보일 정도였다.
"헤겔 기사님, 건투를 빕니다. 광산 안에 몬스터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곳까지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헤겔 기사님. 어서 안으로 들어가시죠."
멜버른 광산에 들어갈 때에도 입구를 경비하는 기사들이 먼저 말을 걸며 인사까지 건넬 정도였다.
위드는 그런 면에 있어서는 현실적이었다.
어릴 때부터 부잣집 아이를 질투하고 시샘하지 않았다.
그런 편협한 마음으로는 이 험한 세상에서 성공하기가 어렵다.
적극적으로 옆에서 아부를 하며 빌붙는 성향!
"헤겔아 너 참 대단하구나."
"헤헤 뭐 그냥 기본이죠."
"못 본 사이에 레벨도 많이 올린 것 같은데 장비도 좋아지고."
"이번에 길드에서 장비를 좀 받았죠 동급의 몬스터 정도는 위험하지 않게 잡을 수 있어요."
"흑사자 길드가 정말 대단하긴 하구나!"
"형은 길드 없어요?"
"나도 가입되어 있긴 하지."
황야의여행자 길드는 소속 인원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았다.
길드 채팅을 열어 놓으면 주로 들리는 말들은 보물 탐색이나 보스 몬스터 사냥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일반 중소 길드라면 보스 몬스터 사냥에 수십 명, 백 명 이상이 달려들기도 하였다.
많은 피해를 입더라도 널리 알려진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게 되면 길드의 명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길드에 가입하려는 사람도 늘어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라도 보스 몬스터를 사냥했다.
황야의여행자에서는 지금까지 그러한 이유로 길드원 소집을 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진 않았다.
전형적인 은둔자들의 길드였지만 필요에 따라서 보스 몬스터 사냥 등을 하더라도 정말 필요한 몇 명이 모여서 가볍게 슥삭 해치우는 식이었다.
"어려운 일 있으면 언제든 말해요, 형. 흑사자 길드라면 어디서든 이 정도 대우는 받으니까요."
"그래, 고맙다."
★★★★★★★★★★★★★★★★★★★★★
트레이피크의 텔레포트 게이트로 사람들이 속속 도착했다.
"공기 참 시원하네."
"이곳이 톨렌 왕국이구나 비싼 텔레포트 이용료를 내고 왔으니 사냥이나 열심히 해야지."
도착한 유저들은 준비된 ㅁ날을 하면서도 연방 눈동자를 굴리며 주변을 정찰했다.
트록 : 흑사자 길드가 그렇게 많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아크힘 : 텔레포트 게이트 주변은 안전한가?
트록 : 그렇습니다. 친위대가 오셔도 될 것 같습니다.
10여 명의 유저들이 흩어져서 요새의 이곳저곳을 살피고 보고했다.
그들은 헤르메스 길드 소속의 비밀 정찰대였다.
텔레포트 게이트에서 연속으로 환한 빛이 일어났다.
파파팟!
바드레이와 친위대와 암살단이 텔레포트 게이트를 타고 이동해 왔다.
유저들 사이에는 무신이라고 불리며, 헤르메스 길드의 암중 지배자, 하벤 왕국의 국왕인 바드레이가 트레이피크에 도착했다.
그와 친위대는 평송에 사용하던 장비를 훨씬 수준이 뒤떨어지는 것으로 바꾸고 간단한 분장도 했다.
바드레이는 물론이고 친위대의 병력 중에서도 얼굴이 알려진 이들은 투구로 가리거나 샤먼들이 하는 칠을 해서 알아볼 수 없도록 했다.
뒤를 이어 따라온 암살단은 마을에서는 항상 평범한 복장을 착용했고, 외모에서도 댄서처럼 간단한 화장으로 특이한 점을 감출 수 있었다.
카심 : 멜버른 광산으로는 시간을 두고 흩어져서 가겠습니다. 아직까진 흑사자 길드 측에 발각되면 곤란하니 다들 주의하시기를.
바드레이와 친위대, 암살단은 상점에도 들르고 상인들로부터 쓸모없는 물건도 사면서 시간을 보냈다.
트레이피크로 이동해 오면서 평소보다 텔레포트 게이트를 이용하는 사람이 500명이나 많아졌다.
의심을 피하기 위하여 친위대도 2시간에 걸쳐 나눠서 도착했다.
정찰대는 주요 길목에 배치되어 흑사자 길드의 인원이나 트레이피크의 요새의 군대를 관찰했다.
그레이든 : 이곳은 확인된 바로 보병 6만, 궁수 2만, 기사 3천이 머무르는 군사 요새입니다. 흑사자 길드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새지만 베덴 길드와의 싸움이 먼 곳에서 벌어지면서 군대를 지휘할 유저는 거의 전방으로 배치되었습니다.
트록 : 그렇다고 해도 전투가 벌어지면 지원군은 금방 올 수 있습니다.
카심 : 놈들이 전력을 정비해서 오더라도 멜버른 광산까지는 바로 오지 못하도록 시간을 끌 수 있을 겁니다.
바드레이의 이번 퀘스트는 흑사자 길드의 영역에 있는 멜버른 광산에서 이루어진다.
직업 마스터 퀘스트로서 어마어마한 관심을 받고 있었으며, 광산에 숨어 있는 진짜 보스 몬스터를 퇴치하고 검술의 비기까지 얻을 수 있는 중요한 퀘스트였다.
헤르메스 길드에서 멜버른 광산으로 병력을 파견하는 것을 흑사자 길드에서 허용해 줄리가 만무했다.
협력을 요청하는 대신에 힘을 바탕으로 모조리 쓸어버리고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레이키나 : 광산에 정찰대가 도착했습니다. 입구를 살펴봤지만 아직 특별한 동향은 보이지 않습니다. 통행료를 내고 안으로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
위드는 헤겔을 따라서 멜버른 광산의 지하 1층으로 들어갔다.
깡깡깡!
유저들이 곡갱이를 들고 채광을 하는 모습들이 흔하게 보였다.
멜버른 광산에서는 질 좋은 철광석이 나오지는 않지만 곡갱이질을 조금만 하더라도 많은 양을 얻을 수 있었다.
철광석은 쉽게 돈과 바꿀 수 있었으며 운이 좋으면 은, 금도 획득 할 수 있기 때문에 캐내려는 사람이 몰리는 장소였다.
'여긴 사람이 많군.'
위드는 보통 혼자이거나 소수의 동료들과의 사냥을 선호했다.
인기 있는 사냥터인 멜버른 광산에는 유저들이 집단으로 몰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매몰된 광부, 길을 잃어버린 병사들이 몬스터로 출몰하기도 해서 파티 사냥도 원할하게 많이 이루어졌다.
알리스가 애교 섞인 귀여운 목소리로 물었다.
"선배님, 여긴 어떤 곳이에요?"
"레빌이 낮은 150대부터 사냥을 하기에 좋지 난 다른 곳에서 주로 성장을 했는데 여긴 전리품도 잘 나오는 편이라서 레벨 250까지 쭉 머무르는 사람도 있어 여기서 사냥하다 보면 대장장이들과도 친해질 수 있다더라."
헤겔은 여자 후배들에게 상냥하게 설명을 해 주었다.
괜찮은 길목마다 먼저 온 파티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흑사자 길드원이 오면 비켜 주어야 했기에 시선을 상당히 많이 받았다.
"참, 너희 레벨이 몇이지?"
"둘 다 220 조금 넘어요."
"그러면 여기는 넘어가고 바로 지하 2층으로 가도 되겠다."
"정말요? 고마워요, 선배님."
헤겔은 후배들을 데리고 한 층 더 내려가기로 했다.
"형, 형도 괜찮죠?"
"뭐 나야 상관 없지. 여기 멜버른 광산은 네가 더 잘 알 테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해."
지하 3층에서부터 사파이어를 캘 수 있기 때문에 위드도 불만 없이 따라갔다.
사실 지하 3층부터는 입장료도 문제였지만 신분 확인이 명확하게 되지 않으면 내려가지 못한다.
그 때문에라도 헤겔에게 얌전히 빌붙을 작정이었다.
지하 2층으로 내려가서부터는 흑사자 길드의 예비 회원 인장이 찍혀 있는 유저들이 보였다.
사냥을 하는 사람이 많아서 붐볐지만, 텅텅 비어 있는 구역도 있었다.
헤겔은 비어 있는 곳으로 사람들을 데려갔다.
"여기는 흑사자의 정식 길드원만 사냥할 수 있는 자리야. 내가 있으니까 너희도 사냥해도 돼."
디네가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고마워요, 선배님. 그런데 안 돌아다니고 여기에서만 사냥을 해요?"
"응. 통로에서 지키고 있다 보면 몬스터들이 뛰쳐나오잖아. 이동하지 않아도 되고 뛰어나오는 몬스터들만 해치우면 되니까 사냥이 편해."
"아하, 그렇구나."
흑사자 길드에서는 던전에서도 좋은 자리는 모조리 장악하고 있었다.
사냥터의 혜택을 많이 보는 거대 길드 소속일수록 쉽게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레벨이 높더라도 임기응변에는 약하고 장거리 모험도 선뜻 떠나지 못하고 주저하는 편이라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제 시작해 보자. 몬스터가 좀 많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침착하게만 대응하면 될 거야."
"우리가 여기서 사냥해도 되겠어요?"
"걱정 마 위험하면 내가 지켜 줄 테니까."
헤겔은 통로의 앞쪽을 막아섰다.
갑옷을 모두 착용한 기사의 높은 방어력은 전투에서 막강한 능력을 발휘한다.
어지간한 공격은 몸에 맞더라도 갑옷이 대부분 파괴력을 흡수해 버린다.
몸 전체를 감쌀 수 있는 카이트 쉴드까지 들고 있었기 때문에 실수로 몬스터의 공격에 많이 맞더라도 안전한 편이었다.
기사들의 높은 방어 능력은 몬스터와 최전선에서 싸울 수 있는 용기와 연결된다.
헤겔은 이렇게 전투 의지를 다지면서 방패를 들고 서 있을때가 참 좋았다.
'이 맛에 기사를 하지'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
주변의 시선을 받으면서 사냥을 개시하는 이 흥분이야말로 기사를 택하고 나서 조금의 후회도 남지 않게 만들었다.
"선배님, 멋있어요!"
"사냥하는 모습 좀 보여 주세요. 먼저 싸우시는 거 보면 정말 도움 많이 될 것 같아요."
여자들의 응원은 헤겔의 기분을 붕 뜨게 만들었다.
'그리 어렵지 않겠군.'
위드는 주변 파티들이 몬스터들과 싸우는 모습들을 관찰했다.
지하 2층에는 멘추라라는 광산 몬스터가 주로 출몰했다.
레벨이 210 정도로, 지금의 위드에게라면 대충 휘두른 주먹에도 꼼짝 못하고 죽어 버릴 수준!
수백 마리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난전이 벌어진다고 해도, 급소도 조준하지 않고 정면으로 뛰쳐나가면서 무기를 마구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전멸시킬 수 있을 정도였다.
가끔 등장하는 파이어 멘추라는 준보스급으로, 불을 지르면서 돌아다닌다.
광산의 길에 불이 붙으면 주변 광물들이 반짝거려서 아름답게 보인다고 한다.
"이제 온다!"
긴 더듬이를 가지고 바퀴벌레처럼 생긴 몬스터 멘추라가 3마리 나타났다.
헤겔을 향하여 한꺼번에 덤벼들었지만, 기사의 높은 방어력에 의하여 크게 피해를 주지 못했다.
헤겔은 몇 대를 맞아주면서도 차분히 검으로 베어서 3마리를 해치웠다.
"선배님, 어쩌면 그렇게 강하세요!"
"이 정도야 기본이라고 할 수 있지 내가 막아 줄테니까 걱정 말고 공격해."
"넵!"
다음에 나타나는 멘추라는 헤겔과 디네, 알리스가 협력해서 잡았다.
위드는 적당히 어정쩡한 입장이었다.
멘추라를 사냥해서는 경험치가 거의 먼지만큼도 쌓이지를 않았다.
아무리 노가다의 달인이라고 하더라도, 구슬 꿰기도 되지 못할 상황!
"3등급 철광석이네. 이거 내가 필요하던 건데 잘됐다. 너희도 필요한 아이템 있으면 말해."
전리품은 헤겔이 가지거나, 다른 두 여자애에게 선심 쓰듯이 나눠 줬다.
"선배님, 방금 마법 맞으셨는데도 멀쩡하시네요. 저항력이 얼마예요?"
"대체로 39% 정도 되지. 불에는 피해를 안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헤겔의 장비는 훌륭한 편이라 디네와 알리스에게 몬스터를 몰아주기가 편했다.
흑사자 길드에서 몬스터 몰이를 많이 해 주어서 성장한 덕분에 그런 쪽에 대해서는 잘 알았다.
이렇게 셋은 화기애애한 사냥을 하고 있었지만, 위드는 심심했다.
레벨이 400이 넘는 상태에서 안전하고 편안한 던전에 왔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멜버른 광산은 인기 있는 사냥터였고 그나마 나타나는 몬스터들을 여러 파티들이 나눠 먹다 보니 위드의 눈에 차지도 않았다.
'더 위험해져야 하는데. 마구 움직이면서 몬스터의 집단을 찾아다녀야 되는데 이런 방식은 고기 뷔페에 가서 공기밥에 물 말아 먹는 것처럼 비효율적이군."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지하 3층으로 내려가자고 하기도 어렵다.
위드는 사냥에 끼어서 한몫 얻어 내려고 몸부림치느니 그냥 자리에 앉아서 조각품을 만들기로 했다.
그쪽이 차라리 시간 낭비도 하지 않고 이익이었다.
★★★★★★★★★★★★★★★★★★★★★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이 멜버른 광산에 배치되었다.
트록 : 정찰대 광산 주변에 배치 완료.
레이키나 : 지하 1층과, 광산의 입구 주변에 특이한 동향은 없습니다.
카심 : 흑사자 길드의 병력은?
트록 : 던전의 수준이 높지 않다 보니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미리 파견되어 사흘간 잠복하고 있던 정보원의 보고에 따르면 어제부터 레벨 300 이상의 유저는 광산으로 총 160명 정도가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중에 흑사자 길드 소속은 75명이었습니다.
지하 3층에서부터는 몬스터의 레벨이 300대를 넘었다.
그 때문에 고레벨 유저들도 상당히 많이 방문하는 편이었다.
물론 그래 봐야 침입한 헤르메스 길드의 세력에는 비교도 되지 않을 수준에 불과했다.
카심 : 고작 그 정도라면 금방 쓸어버릴 수 있겠습니다.
아크힘 : 시간을 오래 끌면 그리 좋진 않습니다. 어디서든 저들이 눈치를 챌 수 있으니 바드레이 님과 친위대가 광산에 도착하고 나면 바로 시작하지요.
카심 : 마지막 확인을 위해 묻겠습니다. 흑사자 길드만을 상대로 싸웁니까?
현재의 길드 채팅 채널은, 헤르메스 길드에서도 특수한 임무가 부여된 이들에게만 따로 입장이 허락되었다.
다른 길드의 영역에서의 전투 임무인 만큼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신경을 쓴 것이다.
아크힘 : 우리의 목표는 바드레이 님의 퀘스트 성공이며, 그를 위하여 이곳 멜버른 광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죽어야 합니다.
흑사자 길드도 대단한 명문 길드 중의 하나였다.
패도를 걷는 헤르메스 길드이기 때문에 가능한 과감한 결단을 내린 셈이다.
아크힘 : 계획에 대해서 간단히 알려 드리겠습니다. 이곳 멜버른 광산 외에도 흑사자 길드의 영역에 속해 있는 열한 곳에서 동시에 전투가 벌어지게 됩니다. 흑사자 길드와 적대하고 있는 베덴 길드도 움직이게 될 테니 구원 병력이 이곳으로 도착하려면 상ㅇ당한 시간을 필요로 할 거라고 봅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여러 곳에 공격대를 보내서 동시에 교란작전을 펼치기로 했다.
베덴 길드와도 협약을 맺어서 시기를 맞춰서 공성전을 벌이도록 했다.
흑사자 길드를 완전히 뒤흔들어 놓겠다는 계산을 끝마친 상태였다.
★★★★★★★★★★★★★★★★★★★★★
헤겔은 지하 2층에서부터 후배들과 멘추라 사냥을 하며 실컷 힘자랑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몬스터는 연속 공격에 약해. 강하게 때려서 혼란 상태를 일으키거나 놈들이 물러서면, 그 틈을 타서 따라가며 계속 때리면 되거든."
"어려워요, 선배님."
"내가 시범을 보여 줄게."
헤겔의 의도대로 후배들과의 오붓한 시간이 흘렀다.
위드는 그사이에 하품을 하며 간단한 조각품들을 만들었다.
대충 만드는 것 같지만 순식간에 완성되는 조각품의 가치는 상당했다.
조각품을 만들어서 바가지를 듬뿍 씌워서 판매하면 그게 전부 돈!
"형도 사냥하세요."
"아냐, 난 괜찮아. 나중에 할게."
위드는 조각품을 만들며 가끔 고개를 들어서 사냥을 구경 정도만 했다.
지하 3층으로 가려면 어차피 헤겔과 동행해야 된다.
야비하고 치사한 것이 던전 인심이라고, 무단으로 아래층으로 가서 채광을 하다가는 흑사자 길드에 의하여 공격을 받게 될 테니까.
빌붙으려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되는데 헤겔은 양호한 성격을 갖고 있었다.
"헤겔, 너 전투 참 시원하게 잘한다."
"아니, 뭘요."
"이야! 싸우는 모습을 보니 레벨 많이 올렸나 보네."
"아! 형, 저 이번에 레벨 330 찍었어요."
가끔씩 칭찬의 말만 한마디씩 던져 주면 될 뿐!
★★★★★★★★★★★★★★★★★★★★★
멜버른 광산의 지하 4층!
이곳에는 흑사자 길드에서도 정예라고 할 수 있는 레벨 360이상의 유저들이 파티를 구성하여 사냥을 하고 있었다.
지하 4층은 일곱 갈래로 이어지는 갱도의 형태를 가졌다.
흑사자 길드에서는 모든 영역을 밝혀내고 나서 지도까지 제작한 후였다.
몬스터들이 많이 나와서, 유저들은 사냥을 즐겼다.
"오늘도 그럭저럭 사냥 많이 했ㄴㅔ."
"으하암 피곤한데 요새로 돌아가서 바람이나 좀 쐬고 올까?"
"그것도 괜찮지."
사냥을 하던 흑사자 길드의 파티 하나가 요새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러던 그때, 광산이 크게 흔들렸다.
쿠르르르릉!
"땅이 흔들린다!"
"이거 무너지는 거 아냐?"
"설마 이렇게 큰 광산이 무너지기야 하려고."
"하지만 이렇게 땅이 들썩이는데... 천장에서 돌 떨어진다 조심해!"
그들만이 아니라, 멜버른 광산에서 사냥을 하는 흑사자 길드의 채팅을 통해서도 아우성들이 일어났다.
멜버른 광산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꿈틀거렸다.
땅을 흔드는 구슬로 인하여 숨겨진 던전, 벨카인의 은신처가 드러납니다.
멜버른 광산과 연결되어 있는 던전으로, 현재 광산에 들어와 있는 모
든 유저들에게 일주일간 경험치, 아이템 드랍률 2배의 혜택이 부여됩
니다.
첫 번째 사냥에서 해당 몬스터에게 나올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좋은
물건 아이템이 떨어집니다.
"이게 뭐지? 갑자기 던전의 입구가 나타나다니 신기하네."
"우리 여기로 들어가 봐야 하는 거 아니야?"
"멜버른 지하 4층에서 연결된 던전이면 난이도가 보통이 아닐 텐데. 길드로 연락을 취해 보는 게 우선 아닐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벽이었던 장소에 큰 동굴이 뚫리게 되었다.
흑사자 길드의 유저들은 모여서 같이 탐험을 할지 길드에 보고할지 상의를 했다.
그리고 그때 길드의 전체 채팅으로 급보가 날아들었다.
카마라스 : 오이홀 던전입니다. 정체불명의 세력이 들어와서 유저들을 마구 학살 중! 우리 흑사자 길드원 1명이 나서서 말리려고 했지만 공격을 받아 죽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나서 봤지만 모두 사망했습니다. 우리로는 무리이니 지원이 필요합니다.
1분도 지나지 않아서 다른 유저도 보고했다.
제크트 : 포크리드 던전 이곳에도 정체불명의 자들이 대거 진입, 모든 유저를 죽이고 있습니다. 우리 길드원에 대해서도 가차 없는 공격을 퍼부으면서 전투가 발생했습니다. 적들의 전력이 상상 이상이라서 밀리고 있습니다.
폼 : 푸인 산악 지대에서도 전투가 시작되었습니다. 공격받은 초소가 함락당했으며 성채에도 불이 붙었습니다. 지원군을 급히 요청!
흑사자 길드의 세력권에 있는 사냥터, 던전이 갑자기 공격을 받았다.
사태는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미르나케 : 쿠른 성으로 베덴 길드의 대규모 전투 병력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마법사 부대와 공성차들로 볼 때 공성전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던전과 사냥터의 평화는, 회복이 크게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그곳의 몬스터들이 뛰쳐나가 주민들을 살육하지 않는 한 경제력과 치안에 실질적인 피해까지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공성전이 벌어져 패배하게 되면 소유하고 있는 성과 주변 지역의 지배권이 모조리 베덴 길드로 넘어가게 된다.
흑사자 길드에서 투자해서 쌓아 올린 발전도가 날아가고, 되찾는다고 해도 치안이 극도로 불안정해진다.
주민들이 줄어들게 되면, 그것도 복구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린다.
베르사 데륙의 대부분의 부는 중앙으로 집중되고 있었는데, 전쟁으로 많이 피폐해진 이유도 농업 지역의 파괴와 기술을 가진 주민들의 감소에 있었다.
적 병사들에 의해 죽지 않더라도 성이 함락되거나 치안이 떨어지면 도주를 해 버렸기에 많은 손실을 입는다.
네차크 : 저도 지금 쿠른 성에 있습니다. 관찰된 바로는 베덴 길드의 병력이 만만치 않습니다. 흑사자 길드의 병력에 긴급 소집령을 내려야 합니다.
꼬까 : 길드의 전투부장으로서 알림 각 지역에서 사냥이나 퀘스트, 장사를 하고 있는 유저들은 전투준비를 하고 명령을 대기하라.
흑사자 길드가 비상 체제로 들어갔다.
길드의 수뇌부에서는 갑자기 여러 곳에서 터진 사태의 파악을 위하여 힘을 쏟으며, 쿠른 성으로는 급히 지원군을 보냈다.
다른 일에 우선해서 성을 빼앗기는 것만큼은 막아야 됐다.
흑사자 길드의 유저들이 정신이 번쩍 든 사이에, 멜버른 광산에서도 헤르메스 길드에 의하여 학살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