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28권 : 5) 발굴된 얼음 미녀상 (164/520)

5) 발굴된 얼음 미녀상

바드레이와 친위대, 전투단은 위드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말 좋은 기회야. 사사건건 우리의 발목을 잡은 놈을 드디어 처형할 수 있겠다.'

'하늘이 우리 헤르메스 길드를 돕는구나. 오늘 놈만 해치운다면.....'

멜버른 광산의 지하 1, 2, 3층은 어쌔신들로 장악되었다.

헤르메스 길드의 힘이 이곳 광산에 모였으니, 바드레이의 직업 퀘스트부터 마치고 나면 바로 위드의 차례였다.

'재미있게 되었군.'

바드레이도 위드를 보게 되리라는 생각에 가볍게 흥분이됐다.

로열 로드에서 복수를 하기 위해 얼마나 다시 만나고 싶었던가.

지금은 매우 아쉽게도 움바 벨카인의 은신처에서 놈과, 얼마 안 되는 흑사자 길드부터 없애는 것이 먼저였다.

그 후에는 어마어마한 전력을 끌고 가서 힘의 격차를 보여 주며 위드를 없애면 된다.

흑사자 길드가 이곳으로 오겠지만, 헤르메스 길드의 모든 ㅂ녕력이 던전 내로 들어온 것도 아니고 다른 대비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몬스터가 계속 모이고 있습니다!"

"뒤쪽의 통로 세 군데를 봉쇄해. 추가적인 몬스터들은 통로에서 막알,"

움바 벨카인의 은신처 뒤에 뚫려 있는 큰 동굴들, 그곳에서부터 새끼 벨카인ㄷ을이 계속 달려왔다.

- 끼엑!

- 우리 엄마를 건드리는 인간들을 먹어 버리자.

멜버른 광산의 유저들은 도망을 치려고 하다가, 나중에는 이판사판으로 침입자들을 곤란하게 하기 위하여 보스 몬스터가 있는 장소까지 뚫고 갔다.

기왕 죽는 것 몬스터들을 끌어모았는데, 그게 전투단과 친위대의 입장에서는 정말 곤란한 결과가 되어 있었다.

"자리를 지킨다. 생명력이 없더라도 물러서지 말고 버텨라."

친위대와 전투단 소속의 사제들은 바빠졌다.

움바 벨카인의 발에 걷어차이거나 뿔에 찔리면 기사라고 해도 사망 직전에 이르렀다.

새끼 벨ㅋ라인, 지옥의 들개도 만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레벨이 최소 400을 넘겼을뿐더러 피부가 강철처럼 단단하여 공격하더라도 피해를 적게 입었다.

"운디드 힐!"

절대적인 회복력을 발휘하는 4단계 치료 마법이 마구 쓰였다.

사제들의 레벨도 보통이 아니었기에 즉사할 정도만 아니라면 생명력을 절반 가까이 채웠다.

바드레이는 날뛰고 있는 움바 벨카인의 측면으로 걸어갔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땅속으로 다리가 푹푹 잠겼다.

땅이 늪처럼 변하게 만들어서 힘과 체력을 빼앗아 가는 기술이 시전되고 있었다.

"쇼크 웨이브!"

"선더 애로우."

마법사와 궁수 들이 움바 벨카인을 향하여 무차별 공격을 가했다.

외관상으로는 변화가 없더라도 생명력을 꾸준히 줄였다.

그만큼 움바 벨카인도 뿔과 앞발로 유저들을 공격했다.

몸 주변에서는 돌들이 치솟아서 사람들을 향하여 날아갔기 때문에 부수적인 피해도 상당했다.

"회심의 맹타!"

바드레이는 움바 벨카인의 측면으로 가서 옆구리를 연속으로 공격했다.

방어력이 취약한 부위를 연거푸 때리게 되면 기절이나 마비 증상이 오게 된다.

움바 벨카인은 그런 정도로 약한 모스터가 아니었지만, 생명력에 상당한 피해가 발생하는 것만큼은 막지 못했다.

검술의 비기, 다른 하나의 검도 알아서 움바 벨카인을 마구 찔렀다.

중형 이상의 몸집을 가진 몬스터가 옆으로 밀려날 정도로 강렬하기 짝이 없는 공격이었다.

- 네가 이곳에서 가장 강한 인간이구나.

움바 벨카인은 바드레이를 향하여 맹렬한 적의를 뿜어냈다.

육체에 큰 타격을 당하고 난 이후로 다른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에 비하여 더 경계하고, 적대감을 가지게 된 것이다.

-움바 벨카인이 투지를 뿜어냅니다.

높은 명예로 인하여 극복합니다.

바드레이는 놈을 마주 보면서 섰다.

근처에는 돌덩어리들이 회오리치며 날아다니고 있고, 마법과 화살, 도끼에 창, 철퇴까지도 난무했다.

- 쿠에에에에엑

움바 벨카인은 사방에서 당하는 고통으로 비틀거렸다.

그러나 보스급 몬스터답게 쓰러지지 않고 달려들 수 있도록 자세를 바짝 낮췄따.

"이겄가지 쓰게 되는군. 용사의 검!"

바드레이가 가진 검이 파르스름한 빛을 발산했다.

또 하나의 검술의 비기!

용사의 검은 명성이 높고 전설적인 몬스터를 산야할 때 유용하다.

대신 스킬이 사용된 검이 복구 불가능할 정도로 부서지게 된다.

헤르메스 길드에서 구한 최고의 마법검이 여러 개 있었으므로 바드레이는 무기를 아깝게 여기지 않았다.

- 크아아!

움바 벨카인이 뛰어오르며 앞발을 휘둘렀다.

바드레이는 그 앞발을 향하여 검을 휘둘렀다.

꽈아아아아아앙!

무지막지한 소음, 마나로 인한 폭발이 일어났다.

힘 대 힘.

바드레이가 정면에서 움바 벨카인과 맞서고, 친위대에서는 옆에서 마법과 화살, 도끼질을 하면서 생명력을 감소하게 만들었다.

움바 벨카인의 뿔과 앞발에 희생된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만 14명이 넘었다.

그들의 죽음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맞서는 게 아니라, 바드레이가 가진 지휘 스킬 때문이었다.

흑기사는 적의 대장과 싸우고 있을 때에 부하들의 전투력을 올려 주는 '용감한 지휘' 스킬을 가졌다.

헤르메스 길드원은 모두 하벤 왕국의 소속이었기에 바드레이가 직접 움바 벨카인과 싸울 필요가 있었다.

★★★★★★★★★★★★★★★★★★★★★

위드가 함정에 걸려들자 화염이 강하게 일어났다.

화살과 창도 사방에서 날아왔다.

"지금이다."

어쌔신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습격을 가했다.

헤겔, 알리스, 디네가 뒤에 있었지만 그들에 대해서는 거들떠도 안 봤다.

'나중에 죽이면 돼.'

'상대할 가치도 없는 녀석들이군.'

어쌔신들의 목표는 위드!

최대한의 공격을 집중시켜서 위드를 죽이려고 했다.

실제로 높은 맷집과 회피술에도 불구하고 함정에 빠져듦으로 인하여 위드의 생명력도 30% 이상이 한꺼번에 감소했따.

그 전에 당했던 부상은 붕대를 감아서 대충 치유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체력윽 약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위드는 눈을 감았다.

방어력을 높여 주는 눈 질끈 감기 스킬!

"반 호크, 앞으로."

"알았다, 주인!"

데스 나이트 반 호크가 위드의 앞으로 암흑 투기를 뿌렸다.

위드는 반 호크를 믿고 눈을 감은 채로 정면으로 달렸따.

향상된 민첩을 가지고 펼치는 바람의 질주 스킬!

함정에서 발동된 화살과 창을 절묘하게 피해 냈다.

몇 개는 맞기도 했지만 맷집과 인내력으로 견뎌 냈다.

정면의 어쌔신들은 반 호크의 암흑 투기를 수비하고 있었다.

놀라운 속도로 뛰어온 위드가 그들의 앞에서 눈을 떴다.

"헤라임 검술!"

완벽히 모습을 드러낸 어쌔신은 약하다. 어둠에 몸을 가린채로 은밀한 기습이 성공했을 때가 최대의 피해를 입히는 순간이었다.

함정에 기꺼이 빠져 줍으로써 어쌔신들의 공격 시간을 결정했다.

어쌔신들이 나타나게 한 이상 정면 대결은 승산이 높았다.

물론 둘러싸인 채로 취약한 부분을 공격당하게 되면 그건 더 위험하게 될 수도 있다.

어쌔신들과 싸울 때는 장소와 시간을 결정해 놓고 속도전으로 펼쳐야 했다.

정면의 두 어쌔신들은 수비를 하려고 했지만, 위드의 공격은 그들의 몸통에 작렬했다.

적중할수록 강해지는 헤라임 검술 6연타!

"기회는 계속 있따."

"놈도 약해졌으니 죽여라."

함정에서 덮치려다가 허탕을 친 어쌔신들이 위드를 쫓아왔다.

위드는 돌아서면서 더욱 강해진 헤라임 검술을 시전했다.

-7차 연속 공격이 성공하였습니다.

민첩이 추가로 30% 늘어납니다.

힘이 추가로 20% 늘어납니다.

치명적인 일격을 가해서 파괴력을 증가시킵니다.

-8차 연속 공격이 성공하였습니다.

민첩기 추가로 15% 늘어납니다.

적을 멀리 밀쳐 냅니다.

-9차 연속 공격이 성공하였습니다.

힘이 추가로 25% 늘어납니다.

적을 기절시킵니다.

치명적인 일격이 적중했습니다.

총 열여섯 번까지의 연속 공격!

검이 멈추지 않은 채로 적을 정확히 공격해야 하는 고난이도의 검술이었다.

위드는 기회를 틈타 다급하게 몰려드는 어쌔신들을 헤라임 검술로 차례대로 무너뜨렸다.

민첩이 높아지고 스킬의 발동 시간까지 짧아져서, 헤라임 검술은 시작과 끝이 이어진것처럼 진행됐다.

위드의 발과 허리, 어깨, 손이 미리 예정된 동작들을 그림처럼 완벽한 자세로 수행하면서 스킬을 완상시켰다.

-헤라임 검술의 숙련도가 0.1% 늘어납니다.

-검술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격렬한 움직임으로 데몬 소드의 내구도가 감소합니다.

반 호크, 토리도도 뒤에서 어쌔신들을 공격했다.

함정에 걸려들었을 때부터 번갯불에 콩 구워 먹는 속도로 진행되는 전투였다.

"크으으......."

"이렇게 강하다니."

헤라임 검술에 당한 어쌔신들은 죽거나 생명력에 큰 피해를 입었다.

걸작 조각품을 파괴하면서 민첩ㄴ을 많이 늘린 상태이기는 했다.

그러나 그보다는 방어력과 속도로 은밀한 어쌔신의 습격을 제압한 것이다.

"위드, 우리 헤르메스 길드를 건드렸으니 너도 반드시 오늘 이곳에서 죽을 것이다."

부상을 당한 어쌔신이 이를 갈며 말했다.

위드는 가볍게 그를 죽이고 아이템을 취했다.

연막탄의 습득!

"전쟁의 신 위드와 싸워서 영광이었다. 다음에는 더 멋진 전투를......."

"위드 너를 죽이기 위하여 이곳으로 더 많은 병력이 올 것이다. 얼마나 버티는지 구경을 하고 싶은데 아쉽군."

위드는 다른 어쌔신들에게도 미련 없이 검을 휘둘렀다.

완전히 종적을 드러낸 어쌔신들은 위드보다는 느리기에 빠져나가지 못한다.

토리도와 반 호크에 막혀서 도망도 갈 수 없는 처지였다.

마지막 남은 어쌔신은 애원했다.

"한 번만 살려 주세요. 초보 사냥터에서 노는 아내와, 보리 빵을 사 달라고 우는 자식들이......"

위드는 마찬가지로 검을 휘둘렀다.

목숨을 내건 싸움을 벌인 이상 용서해 달라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경험치와 전리품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

"이 주변은 대충 정리가 된 것 같군."

위드는 헤르메스 길드의 지하 3층에 있는 어쌔신들을 전멸시켰다.

조각 파괴술까지 쓴 데다 반 호크와 토리도가 있었기에 시간을 두고 싸웠더라도 승리를 거두었으리라. 하지만 함정에 빠져들면서까지 어쌔신들을 단번에 해치우느라 위드의 몸도 만신창이였다.

헤라임 검술을 쓸 때의 커다란 단점이, 적의 공격을 피하려고만 하다 보면 검의 움직임이 멈추게 된다.

맞아야 하는 공격은 몸으로 버티면서 적을 찾아 달려야 되는 기술이었기에 생명력도 57%나 감소해 있었다.

"잠깐 시간을 벌기는 했는데, 이제 이곳으로 벌 떼처럼 몰려들겠지."

위드는 빠져나가는 것만 생각하면 아득해졌다.

헤겔을 통해 흑사자 길드에서 수집한 정보를, 페일에게서는 방송국에서 알려 주는 상황을 전달 받았다.

헤르메스 길드에서 이곳으로 들어온 인원만 300명에 이르렀다.

그 대단한 전력을 감안할 필요도 없이, 지하 1층과 2층은 어쌔신들과 함정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고 한다.

위드에게는 함정 해제 스킬이 없었기에, 그 많은 함정들과 수십 명이 넘는 어쌔신들을 뚫고 달아나기란 정말 아득한 일이었다.

게다가 헤르메스 길드의 일반 전사들도 기다리고 있었다.

"어쌔신들이 더 제대로 된 함정을 파 놓고 습격을 준비하고 있다면 거기로 빠져나갈 수는 없어. 월급도 제대로 안 주는 악덕 사정에게 휴가비를 달라고 부탁하는 것만큼이나 무모한 일이지."

생명력이 많이 감소하면 서윤의 광전사 스킬도 쓸 수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연속으로 큰 함정에 걸려들ㄷ라 보면 육체에도 장애가 발생하기 때문에 살아날 가능성은 많이 희박해진다.

"여기에 있으면 위층의 어쌔신들이 더 몰려올 텐데. 다시 숨더라도, 놈들이 수색에 나서면 금방 발각되겠지."

위드는 전리품으로 얻은 아이템들을 살펴봤따.

어쌔신들의 위장복, 단검, 석궁, 부츠, 장갑, 허리띠, 마스크까지, 어지간한 것들을 다 1개씩은 습득했다.

어쌔신들이 살인자 상태였기 때문에 평소보다도 많은 아이템을 떨어뜨린 탓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위드는 탈로크의 갑옷과 데몬 소드, 기타 장비들을 무장해제했다.

"옷을 바꿔 입어야 되겠군."

어쌔신들의 장비를 착용!

대장장이 스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직업의 옷도 입을 수 있었다.

위드 본인의 레벨도 409나 되었기 때문에 대장장이 스킬의 효과까지 감안하면 유저들이 착용하는 웬만한 장비는 다 입었다.

"뭐, 이정도면 감쪽같군."

어쌔신들의 장비는 특색이 따로 드러나지 않는 헤르메스 길드의 지급품이었고, 얼굴까지 완벽히 가려 줬다.

★★★★★★★★★★★★★★★★★★★★★

단테는 모라타에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 유저였다.

풀죽, 풀떡, 풀 차를 마시며 성장해 온 모범적인 초보자.

그는 직업을 결정해야 되었다.

"위드 님을 따라서 조각사를 하고 싶지만... 그래도 절대 그분을 넘을 수는 없을 거야."

예술 회관에 있는 위드의 조각품을 보면 감탄이 먼저 나왔다.

절대 쓸모없이 재료를 낭비하는 법이 없다.

단순하고 간결하면서도 형태를 뚜렷하게 표현해 냈다.

실패작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위드는 여러 가능성들을 시험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 도전 정신이 있었기에 모두가 우러르는 조각사가 되었겠지."

실상 위드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있으면 만들어 보는 것이었다.

최악의 경우에도 만만한 사람에게 바가지를 씌울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단테는 재료를 다루어야 하는 조각사는 하지 않기로 했다.

최고가 될 수 없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나한테 어울리는 다른 직업을 구해야지."

그는 광장에서 장사도 하고, 기초적인 얼음 마법도 배웠다.

한때 북부는 얼음이 뒤덮고 있던 시기가 있었다. 그 때문에 빙계 마법사들의 비율도 높은 편이었고, 관련 마법도 많이 개발되었다.

단테는 모라타의 대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서 지식과 지혜 스탯을 높이고 예술 회간에서 작품도 감상했기에, 어설프나마 기초 마법을 배울 수는 있는 수준이었다.

모라타의 유저들은 예술의 지식, 종교적인 부분에서 다른 지역보다 유리했다.

"또 돈이 모자라네. 먹을 것도 공짜로 얻는데 돈이 금방 다 떨어져 버리니 원."

단테는 호주머니에 돈이 떨어지면 공사장으로 향했다.

모라타에서는 별장과 주택, 상업 시설의 공사가 많이 이루어진다.

지금은 위대한 건축물인 헤스티아의 대장간과 탐구자의 탑이 건설되고 있었다.

초보자들은 그곳에서 돌과 모래를 운반하는 일을 해 주고 돈을 벌었다.

조각사, 화가, 건축가, 마법사, 대장장이 들도 참여하여, 위대한 건축물의 대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직업을 구해야 하는데........"

단테는 마을 근처에서 사냥을 하고 돌아오면 모험과 관련된 책을 읽었다.

그의 레벨도 이제 47을 넘어서, 일반적인 전직을 할 시기는 훨씬 지났다.

초보 시절의 동료들이 좋은 직업을 얻고 레벨이 60대가 넘은 것을 보면 부러웠다.

그에게 모라타의 마을 주민 캐런이 다가왔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단테는 먼저 반갑게 인사를 했다.

"궁금한 게 있어서 찾아왔네. 자네가 책을 많이 읽어서 아는 것이 많다지?"

"별거 아닙니다. 그래도 궁금한 게 있으시면 알려 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니 질문을 해 보세요."

캐런은 뱀파이어가 지배하던 시절부터 석상이 되어 있던 모라타의 주민이었다.

현재로써는 유저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토박이보다는 북부 전역에서 이주해 온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보상이 짭짤하고 규모가 큰 퀘스트를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단테는 평소에 유저나 주민이나 가리지 않고 대화 하는 걸 좋아했다.

"예전에 우리 모라타에는 말이야, 이제 상당히 오래된 일인데... 북부에는 겨울밖에 없었을 때지. 춥고 황량하고 배고프던 시절에 사냥꾼들이 얼음으로 만든 조각품을 봤다는 이야기가 있어."

"아, 그런 일이 있었어요?"

단테는 웃으면서 말을 들었다.

이곳은 위드가 세운 것이나 다름없는 도시다.

조각품을 봤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당연했다.

주민들은 종종 쓸데없는 이야기도 대단한 것처럼 폼을 잡고 늘어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저들은 시간 낭비를 하는 경우도 흔했다.

"지쳐서 도착한 조각품이 있는 주변에서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고 한다네. 놀랍게도 추위도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다더군. 사냥꾼들은 그 조각품을 귀중하게 여겼지."

"조각품은 정날 특별한 힘을 주는 것 같아요."

"내가 생각해도 그래. 조각품이야말로 우리 모라타 주민들의 자긍심이지. 그곳에는 거대한 얼음의 드래곤과......"

단테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번뜩였다.

'가만! 이거 빙룡 이야기 안인가?'

위드를 따라다니는 생명체인 빙룡은 이미 북부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 인사였다.

모라타와 바르고 성채를 오가면서 사냥을 하기도 했는데, 아이스 브레스에 얼어붙는 몬스터들을 구경하기 위해 쫓아다니는 유저들까지도 있을 정도였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유난히 빙룡을 좋아했다.

"얼음의 드래곤과 마찬가지로 얼음으로 만ㅁ든 신비한 미녀의 조각상이 있었지."

"미녀라니요?"

"조각품을 본 사냥꾼들이나 여행자들이 열병을 앓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네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조각품에 대해서 좀 알아봐 주겠는가?"

띠링!

모라타에 만들어졌다는 얼음 미녀상!

거장 조각사 위드는 모라타를 위하여 여러 조각품을 남겼다. 그 조각

품의 하나로서, 아름다움을 찬양한 작품을 찾아라!

난이도 :  D

퀘스트 제한 : 모라타 주민들과의 친분, 잡다한 지식, 주변 지역을 많이 걸어 본 경험, 얼음 마법의 습득자.

"제가 찾아볼게요."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단테는 기꺼이 퀘스트를 받았다.

발견되지 않은 위드의 조각품이라니, 흥분되지 않을 수 없었다.

"퀘스트 제한이 조금 복잡한데. 설마 이거 나만 할 수 있는 퀘스트는 아니었겠지? 에이, 아닐 거야."

단테는 희미한 희망을 안고 남은 돈 14실버를 털어서 인근 지역의 지도를 샀다.

초보 화가들이 많았기에 그들이 스킬 숙력도를 쌓기 위하여 그린 지도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단테는 전 재산을 들여서 산 지도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게 어디에 있을까? 위드가 빙룡을 만들기 위한 얼음은 빙설의 폭풍을 통해서 얻었다던데."

위드가 조각품을 만들었던 역사를 살펴보면 그저 감탄할뿐이었다.

혀를 내두를 정도의 원가절감의 철학이 있었다.

조각사들은 작품 욕심으로 인해서 돈을 물 쓰듯이 하면서 항상 적자에 허덕인다.

위드는 지금까지 엄격한 절제로 돈을 벌면서 조각품을 만들었으니, 그 점이 가장 뛰어났다.

단테는 지도를 보며 계속 중얼거렸다.

"마녀 세르비안의 저주가 북부를 뒤덮고 있을 때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은데."

그 시절만 해도 환경적인 영향으로 이곳까지 와서 모험을 하는 유저가 드물었다.

자칫하면 지도값만 날리고 퀘스트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았다.

조금 전에 지도를 팔았던 화가 아이엘스가 물었다.

"어디 찾으시는 장소라도 있으세요?"

"그게요, 위드 님이 빙룡을 조각했던 장소를 알고 싶어서요."

"그거 아는 사람은 없을 텐데. 혹시 모르니 화가의 언덕 위쪽으로 가 보세요. 빙룡 그림을 전문적으로 그리는 화가가 있어요."

모라타에는 화가의 언덕이라 불리는 장소가 따로 있었다.

판자촌의 한쪽에 화가들이 1명, 2명 모여 살기 시작하더니 집단촌을 이루었다.

그림을 구매하고 싶은 사람들도 모이면서, 화가의 언덕이라는 이름의 붙었다.

"원하시는 그림 그려 드려요. 던전 사냥하고 그냥 끝내지 않으셨습니까. 여기 말씀해 주시면 그 영광의 순간을 그림으로 남겨 드려요."

"초상화 전문! 몬스터를 사냥하시는 그림도 그려 드립니다. 레벨 1이라도 본 드래곤 사냥하는 그림을 가질 수 있는 기회예요!"

"물감 팝니다. 색이 약간 변하기는 하는데 그럭저럭 그릴만한 물감요."

단테는 언덕을 올라가며 빙룡의 그림을 많이 구경했다.

빙룡, 와이번, 불사조, 은새, 황금새, 누렁이.

조각 생명체들은 그림의 주제로 인기가 높아서 화가의 언덕에 완성품도 많이 있었다.

위드의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조각 생명체들을 모을 뿐만 아니라 카리취와 근원의 스켈레톤, 애꾸눈 수정 해골의 그림도 다 모았다.

토리도, 반 호크, 리치 샤이어, 리치 바르칸도 인기 있는 그림이었다.

모라타에 관광을 온 유저들이 필히 구입해 가는 기념품으로도 팔렸다.

"진찌ㅏ 위드 님이 모험을 한 내용이 많구나. 별별 곳을 다다녔네."

화산이 새빨간 용암을 토해 내는 지골라스에서의 장면들도 그림으로 다 그러져 있었다.

모험 전문 화방

위드의 발길이 닿은 곳

모라타의 사계절. 베르사 대륙의 여러 장소의 그림들도 있습니다.

단테는 모라타의 사계절 화방에 들어갔다.

그림 중에는 과거 눈 덮인 모라타의 모습이 그려진 것도 있었다.

눈과 얼음이 근처 산과 언덕 들을 뒤덮고 있을 때의 모습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추운 느낌이 절로 나는 그림들을 보면서 빙룡을 조각할 만한 장소들을 관찰했다.

며칠 후

단테는 친구인 광부 셋과 같이 고산지대로 올라갔다.

"정말 여기라고? 모라타와 너무 가깝잖아."

"그렇다니까. 빙설의 폭풍이 그 시절의 마을로 불어오는 것을 막아 주는 장소로 얼음이 정말 많이 떨어졌던 곳이야 일단 파 보자."

"뭐, 믿을 수는 없지만... 네 말이니 시도는 해 봐야지."

광부들은 요즘 일감이 많았다.

모라타 근처의 광산에서 철광석이나 구리 광석, 보석류를 주로 캐던 그들은 현재 위대한 건축물의 기초공사에도 참여하고 있었다.

중요한 시간을 뺏는 셈이었지만, 예전에 같이 풀죽을 먹으면서 친해진 덕분에 무리한 부탁을 할 수 있었다.

"말도 안 되기는 해. 이런 곳을 파면 영주 위드의 조각품이 나온다니."

"이제 곧ㄱ 영주가 아니라 국왕이 되잖아."

"영주나 국왕이나 뭘 어차피 왕국이라고 하기에는 좁은 땅은 다스리는데."

모라타와 바르고 성채 사이에는 마차 4대가 한꺼번에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넓은 도로가 연결되고 있었다.

도로 건설은 많은 비용이 따르기에 모라타에서 투자했다.

도로가 완성되고 나면 상인들의 마차와 말이 길을 통해 빠르게 이동할 수 있으며, 체력의 감소도 비약적으로 줄어든다.

몬스터들이 나타나더라도 마차를 몰고 도망치기가 편해져서 상인들에게는 큰 혜택이었다.

신선한 제품도 거래할 수 있고, 교역량의 확대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특정 물품 조달 퀘스트를 일찍 완수함으로써 명성과 돈을 얻는 것도 가능했다.

북부에서는 최로로 장거리 도시들 간의 도로 연결.

이것도 어느 순간부터 조용히 시작되었지만 한두 푼이 드는 공사가 아니라서 모라타가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정책이었다.

"어서 계속 파기나 하자고."

광부들은 조심스럽게 땅을 파헤쳤다.

한참을 살펴봐도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휴, 역시 허탕이구나. 여기서 못 찾아내면 퀘스트는 포기해야 될 것 같은데."

단테는 씁쓸해하며 광부들에게 그만둘 것을 권하려고 했다.

모라타도 도시 자체로만 보면 제법 넓어서, 한창 성장해야 할 때에 여기저기 땅만 보며 돌아다닐 수는 없었다.

그때 광부 한 사람이 갑자기 소리쳤다.

"잠깐만 여기 뭔가가 있다!"

돌과 흙을 치우고 나니 튀어나온 얼음 조각의 일부분이 보였다.

현재는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녹아 있었다.

단테는 빙계 마법을 시전했다.

"콜드 스프레이!"

간단한 한기를 몰고 오는 마법으로, 몬스터와 싸울 때는 적합하지 않다.

그래도 단테는 마법을 배우는 자체가 좋아서 이것저것 다 익혔다.

"계속 꺼내 봐."

"알았어. 진짜 조각품일지도 모르니까 장비 쓰지 말고 손으로 파 보자고."

광부들은 손으로 흙을 쓺련서 얼음덩어리를 발굴했다.

조각상의 손과 다리 일부분은 그동안의 방치 ㄸ래문에 아쉽게도 녹아 있었다.

"뭐, 이거 녹아 버려서 제대로 가치나 있을지 모르겠네."

"찾아내기는 했찌만 이 정도로도 퀘스트 완수되겠어?"

광부들은 파내면서 조각상의 얼굴을 슬쩍 쳐다보았다.

"어, 어떻게 이렇게 예쁜 여자의 조각품을......."

"크으윽! 평생 솔로로 살아온 보람이 있어. 이 조각상의 얼굴만 봐도 위로를 받는 기분이야."

위드의 외면을 받은 얼음 미녀상은 진작 사라졌어야 마땅했다.

칼날 같은 한기를 품ㄱ모 있는 얼음으로 조각을 했지만 따스한 기운에 오래 접하다 보면 사라지기 마련.

그러나 이곳 고산지대는 마녀 세르비안의 저주가 풀리면서 땅의 일부가 한꺼번에 허물어졌다.

눈과 얼음이 함께 땅속에 묻히게 됨으로써 얼음 미녀상이 보존될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빙룡도 과거에 같이 탄생했던 얼음 미녀상을 잊지 않고 찾아와서 닭이 알을 품듯이 보듬어 주었다.

얼굴과 몸의 형체가 남아 있었던 건 그 덕분이었다.

위드가 바란 마을에 만들었던 프레야의 여신사엥 이어, 제대로 만든 두 번째 조각품이었다.

"이 조각품을 우리만이 아니라... 이제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될 거야."

단테는 직업을 결정했다.

특ㅂ결하고 아주 고귀한 직업의 인연을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지금의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는 직업.

"모험가로 전직을 해야겠다. 베르사 대륙에는 신비와 전설이 많으니 평생 그것을 파헤치고 살아야겠어."

전사나 마법사, 혹은 상인 계열이 좋은 것은 휴양지에 가서 편히 즐길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에 반해 모험가는 퀘스트를 주로 해야 하기 때문에 할 일이 많고 경쟁이 치열한 분야였다.

발견, 발굴, 탐색, 지형 보고가 한정되어 있어서 다른 직업보바도 열심히 살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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