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28권 : 9) 두 번째 검술의 비기 (168/520)

9) 두 번째 검술의 비기

한국 대학교에 가는 길. 이현은 불만으로 구시렁거렸따.

"도대체 여자들의 마음은 종잡을 수가 없다니까. 세계적인 학술지에 여자들의 마음이 변하는 공식이라도 싣는다면 최고의 발견이 될 텐데."

어제 서윤은 그렇게 슬퍼하더니 말도 하지 않고 부엌으로 갔다.

그리고 재료들을 다듬고 요리를 만들면서 살짝살짝 미소를 짓는 게 아닌가.

배불러 죽겠다는 이현에게 억지로 카레를 먹이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서윤이 아무리 예쁘더라도, 눈물로 뒤섞인 이상한 화장을 하고 신탁 옆에 앉아 있는 그 잔혹함!

그것만으로도 이현은 과거 그녀와의 악연들이 마구 떠오르려고 했다.

서윤이 돌아가고 나서, 저녁에는 정효린이 찾아왔다.

취소할 수 없는 스케줄 때문에 늦었다면서 나이트에 가서 기분 전환을 하자고 꼬드겼다.

술이 무엇이던가 그거야말로 배도 안 부르고 건강에도 안 좋은 방식으로 돈을 쓰는 최악의 선택이지 않던가.

그래도 이혜연이 꼭 한번 가 보고 싶었다고 해서 셋이서 나이트를 찾아갔다.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전력난을 잊은 것 같은 조명들.

그나마 조용한 편인 룸을 잡고 나서 술을 마셨다.

이현도 남자라서 나이트에 오면 부킹을 해 보고 싶었다.

모르는 여자들과 짤막한 대화를 하며 호감을 찾아내고 연락처를 받는 거야말로 나이트의 즐거움이라고 최지훈이 말했기 때문이다.

"실례했어요."

웨이터를 따라온 여자들은 이혜연과 정효린의 얼굴을 보고는 앉지도 않고 나가 버렸다.

이 방은 대체 어떤 곳인지 궁금증도 일었지만, 그런 수모까지 감수하면서 버티기에는 이현이 그냥 평범했던 탓이다.

결국 셋이서 술이나 마시면서 이야기나 했다.

이혜연과 정효린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서 신 나게 노래까지 부르고 쓰러졌다.

그렇게 허망하게 사라져 버린 어제저녁!

이현은 아침 일찍 학교에 가고 있었다.

봄의 신입생 환영회도, MT도, 축제도 다 지나가고 이제 시험만 치르면 여름방학이 된다.

"정말 등록금이 빨리도 날아가는군. 대학교수가 좋은 직업으로 손꼽히는 이유를 알겠어."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독하게 공부를 한 학생들이야말로 정말 선견지명이 있었다.

"그렇게 배워야 남한테 사기도 치고, 편한 직업을 택해서 놀고먹을 수도 있는 거지."

이현은 버스에 앉아서 창가를 내다봤다. 꾸벅꾸벅 졸면서 가다 보면 학교에 도착하게 되리라.

그런 이현을 보면서 주변의 학생들이 속삭였다.

"그거 아니야?"

"누구?"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온... 가상현실학과에 있었잖아."

"그 사람이란 말이야?"

"우리 학교 학생 같고 MT 사진이랑도 비슷하게 생겼잖아."

이현이 졸고 있는 동안 집중적인 관심을 보이는 대학생들 이었다.

목적지가 다른 아주머니나 다른 어른들도, 위드란 말에 힐끗힐끗 쳐다봤다.

"으하암! 벌써 도착했군."

이현은 한국 대학교의 정문에서 내렸다.

강의실이 있는 장소로 걸어가는 내내 학생들은 계속 그를 보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가상현실학과의 그......"

"맞네."

"사인이라도 받아야 하는 거 아니야?"

이쯤 되자 이현도 주변에서 뭐라 떠들면서 그에게 관심을 갖는 것을 느꼈다.

평소에도 손가락질을 많이 당하면서 살았다 보니 그렇게까지 거슬리지는 않았지만.

이현이 강의실에 도착하자마자,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선배님!"

"안녕하세요!"

"어제의 전투 정말 멋있었어요. 불패의 신화가 깨진 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요."

"전쟁의 신 위드가 이렇게 가까운 장소에 있었을 줄은..... 선배님, 로열 로드 하면서 참고가 될 만한 조언 같은 거 해 주시면 안 되나요?"

"레벨 234 레인저인데, 사냥터 한 곳만 추천해 주세요."

학교 게시판에도 전쟁의 신 위드가 정체가 밝혀졌다.

최상준과 2명의 후배들이 친구들에게 떠들었던 것들이 빠르게 퍼져 나가서 게시판에도 오르고 학교 전체가 알게 된 것이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로열 로드의 유명 인사 위드가 같은 학교의 학생이라니!

"선배님, 존경해요."

"전투 이야기 조금만 해 주시면 안 돼요?"

"데스 나이트는 어떻게 얻은 거예요?"

평소에 친하지도 않던 학생들이 이현의 자리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어떻게 안 것인지 다른 학과의 학생들도 더 많이 와서 이현에게 질문 공세를 펼쳤다.

연예인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인기였다.

'이래서는 잠도 못 자겠군.'

이현은 팬들에게 친절한 편이 아니었다.

"로열 로드에서 싸움을 잘하는 비결은......."

"뭔데요?"

"꿀꺽!"

"없어. 그냥 사냥이나 해."

이현은 무시하고 자리에 엎드렸다.

여전히 책상 주변으로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있어 기분이 불편했다.

'바드레이라.......'

텔레비전으로 보거나 한 사람들은 잘 모를 수 있었다.

이현의 캐릭터와 바드레이는 박빙으로 느껴졌을 테고, 어떻게 보면 이현이 더 매섭게 공격을 퍼붓기도 했다.

'내가 이길 수가 없었어.'

하지만 이현은 지금으로써는 바드레이와 현격한 격차가 있다는 것을 그야말로 처절하게 느꼈다.

가공할 방어력과 공격력을 가지고 있는 바드레이였다.

전투 스킬들을 놓고 따졌을 때에도 전투에서 바드레이를 앞설 만한 것들이 딱히 없다.

유일하게 압도하는 점이 속도, 하지만 그것도 조각 파괴술로 인하여 일시적으로 향상시킨 이점이었다.

'바드레이가... 근접전에서는 어느 정도 나와 싸우는 방식을 맞춰 준 거야. 물러서면서 스킬들만 사용했더라면 절대 이길 수가 없었어.'

평소 실력만을 놓고 보면 넓은 지형이었더라도 도망도 못가고 사망했을 것이다.

마법사의 속박에 걸려들지 않았더라도, 바드레이와 조금 더 오래 싸웠다면 이길 방법이 없었다.

'만약 죽음을 거부할 수 있는 힘에 의해서 부활했더라면......'

로열 로드와 관련이 있는 게시판에는 그러한 논쟁도 활발히 벌어졌다.

전쟁의 신 위드는 죽음 후에 더 강력한 모습으로 부활한다.

언데드의 한 종류로 태어나서, 다른 부하들을 이끌고 기적 같은 전투를 보여 줬다.

위드가 살아났다면 상황을 많이 바꾸었을 거란 기대 어린 전망이 다수의 지지를 얻는 중이었다.

바르칸의 풀 세트. 해골, 로브, 망토, 부츠, 목걸이, 반지에, 마법 책까지 가졌다.

바르칸의 풀 세트가 한자리에 모이면 쓸 수 있는 3대 마법등을 운용한다면 헤르메스 길드의 전력과도 어느 정도 비등한 싸움을 했을지에 대해 생각을 해 보았다.

'그래도 상황을 완전히 바꾸진 못했을 거야.'

이현의 캐릭터가 가장 큰 힘을 발휘할 때가 네크로맨서 계열인 상황이었다.

최고의 군단 전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리치로 재탄생을 했더라도, 언데드 군단을 만들어 내서 훈련시키지 못하는 초기에는 약하다.

전투단과 친위대의 집중적인 방해와 공격을 극복하며 언데드 소환도 못했을 테고, 바드레이가 바로 가까이에서 덤벼들더라도 당해 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지고 싶지 않다.'

이현은 스킬 숙련도와 경험치가 떨어지고 아이템을 잃어 버리지 않는 것보다는, 패배하고 싶지 않았다.

전쟁의 신 위드로 여전히 우러르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바드레이에게는 졌다고 하더라도, 로열 로드가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이상 랭커 정도만 하더라도 대단했다.

전쟁의 신 위드라면 모두가 아직 좋아할 만했다.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아.'

이현은 어설프게 강한 정도로는 만족이 안 되었다.

마법의 대륙 시절에는 정말 이루 말할 수 없는 더러운 성미를 가지고 있었다.

기어오르면 밟고, 비난하면 죽이고, 시끄럽게 떠들면 쓸어버리고.

전쟁의 신 위드라는 이름이 현재의 로열 로드와는 다른 무게로 자리 잡았다.

그때의 본성이란 어디로 가지 않고 그대로 간직되어 있었다.

★★★★★★★★★★★★★★★★★★★★★

"질리도록 싸우는군. 남이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더 빼앗겠다고....."

유병준은 유저들의 싸움이 즐거웠다.

발전도가 높은 중앙 대륙의 이야기였지만, 전쟁이 끊임없이 터졌다.

세력 확장을 위한 공성전ㅇ니야 원래 많은 편이었다고 볼 수 있었다.

여기에 헤르메스 길드가 칼라모르 왕국까지 점령하면서, 힘이 있는 다른 길드들도 본거지에서 얌전히 있을 수가 없게 되었다.

주변의 성, 도시, 요새를 잡아먹으면서 몸집을 불렸다.

약자들의 연합도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저항했다.

하벤 왕국처럼 국왕이 물러나고 길드가 권력을 차지할 날이 머지않은 곳도 몇 군데 되었다.

엠비뉴 교단은 세뇌와 공포를 타고 들불처럼 번지면서 신도들을 모으고 있따.

거대 길드들의 입장에서는 적당한 혼란을 일으켜 기회도 제공하고 사냥터도 확보할 수 있어서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엠비뉴 교단에 점령당하면 쌓아 놓은 도시 발전도가 날아가 버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약탈한 재물을 다시 빼앗으며 공헌도와 민심을 확보할 수 있었다.

거대 길드들이 대부분 내정을 통한 발전보다는 침략을 기반으로 성장하였기에 벌어지는 현상이었다.

"이렇게 흘러가 버린다면 난세가 되어 걷잡을 수 없게 된 중앙 대륙은 암흑기를 거치겠지."

유병준은 로열 로드에서 진행되는 일이라면 정보가 빠른 단체와 방송국이 잡지 못한 부분까지도 알았다.

엠비뉴 교단의 저력은 민심을 얻는 데에 있다.

불안에 떨고 있는 이들을 통해서 급속도로 번져 나가며, 그 숨은 위력은 상상을 초월!

각 지파의 수장들이 힘을 얻어서 나온다면 중앙 대륙의 강력하고 쉽게 허물어뜨리기 어려운 세력이 될 것이다.

엠비뉴에 점령되지 않은 왕국, 영토로 사람들이 몰리고, 나머지 땅에는 암흑시대가 벌어지는 것도 가능성이 높은 일이었다.

"약자가 잡아먹히는 일이야 역사적으로 비일비재하게 일어났지. 로열 로드에서 그러한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놀랄것은 없다."

유병준은 로열 로드를 관장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에게 물었다.

"헤르메스 길드와 흑사자 길드는 어떻게 되었지?"

- 흑사자 길드가 패배한 이후 헤르메스 길드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패권 동맹은 아직 유효하며, 전쟁은 신중히 벌어지게 될 것 같습니다. 흑사자 길드는 다른 명문 길드로 이탈하는 유저들이 발생하여 세력이 많이 위축될 것으로 보입니다.

"흑사자 길드의 톨렌 왕국 점령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정도일까?"

- 내부 수습을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을 소모할 것입니다. 대표 칼리스는 인망과 높은 수준의 무력을 갖추었지만 바드레이에 의하여 처참하게 패배하는 모습이 방송으로 나오면서 예전의 명성을 회복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헤르메스 길드의 꾀가 상당하군."

- 큰 틀에서 보자면 전략적인 부분에서, 추진력과 과감한 전술에서 뛰어납니다.

헤르메스 길드는 멜버른 광산에서 흑사자 길드를 회생이 쉽지 않을 정도로 짓밟았다.

유저들이야 사냥을 통해서 잃어버린 경험치와 숙련도를 복구할 수 있을 테지만, 패배한 이후로 자신감은 많이 사라졌으리라.

처음부터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흑사자 길드를 끌어들이는 전술을 펼쳤다.

바드레이가 방송으로 드러나고 나서도 철수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보스급 몬스터 사냥을 진행했다.

당연한 듯이 칼리스와 흑사자 길드에서 분노하여 달려오니 전투단과 친위대의 전력으로 상대를 완벽히 격파를 해 버렸다.

흑사자 길드에서 멜버른 광산으로 들어오지 않고 입구만 봉쇄하고 기다렸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으리라.

유병준은 인공지능을 조절하여 모든 화면을 볼 수 있었다.

멜버른 광산 주변으로 헤르메스 길드의 전투단 200명이 숨어서 배치되어 때만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진행 상황에서든 철수하지 않고, 향후 경쟁자가 될 흑사자 길드를 무너뜨리려는 계략을 성공시켰다.

이번 전투의 최대 수혜자는 헤르메스 길드였다.

"결단력이 좋은 녀석이 있겠군."

- 명분상으로 길드장인 라페이로 추정됩니다.

"나름대로 능력이 있으니 헤르메스 길드의 외부적인 수장 노릇을 하고 있겠지. 하벤 왕국을 먹어 삼킬 때에도 계략이 괜찮았던 것 같군."

유병준은 로열 로드의 여러 장소들을 살폈다.

이름 있는 관광지는 여전히 흥청망청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절벽, 산, 화산, 호수, 늪지, 강, 바다.

여핼할 곳이 많고, 입이 떡 벌어지는 절경들이 워낙에 많다 보니 많은 유저들이 즐겁게 살아갔다.

농사를 지어도 풍성한 곡식의 이삭과 탐스러운 열매를 보며 기쁨을 누릴 수 있을 정도이다.

현실에서 얻기 어려운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즐거움들이 만들어져 있었다.

유저들은 그곳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역할을 하면서 살아간다.

거친 몬스터들을 이겨 내기 위한 성장, 남을 돕는 의뢰도 중요한 요소였다.

유저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며 부대끼리 살아갈 것도 같지만, 대륙의 면적이 워낙에 넓다.

위험을 무릅쓰고 멀리 떠나기만 한다면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했다.

다만 모험과 사냥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할 수 없거나 안전을 생각한다면 유명한 성들 주변의 사냥터에 있는 수밖에 없다.

"농부 미레타스의 직업 마스터 퀘스트는 얼마나 진행되었지?"

- 지금 9단계를 완료하고, 열 번째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농부는 씨앗을 뿌리고 가꾸어야 했기에 직업 퀘스트의 진전 속도가 조금 느렸다.

"모험가 체이스는?"

- 필요한 자주색 소검을 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필요한 모험의 단서들도 아직 2개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열한 번째 퀘스트에 오랫동안 막혀 있군.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능력, 던전에서 길 찾기 능력에 비해서 아쉽게도 사교성이 조금 모자라."

유병준은 직업 마스터에 도전하는 유저들을 1명씩 관찰했다.

각자의 직업과 연관되어 있는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하여 접속 시간들이 부쩍 늘었다.

방송국들은 직업 마스터에 도전하는 유저들을 파악하고, 그들과의 인터뷰, 혹은 퀘스트 영상이라도 따내기 위하여 안달이었다.

유병준이 보고 있는 화면을 방송사에 제공한다면 큰 인기를 끌 수 있겠지만 그런 것쯤은 안중에도 없었다.

직업 마스터 퀘스트가 진행되면서 유저들의 생활에도 변화가 생겼다.

전에는 본 적이 없는 견과류가 새로운 상품으로 등록된다거나, 커다란 던전이 새로 열린다거나, 국가 간의 우호도에도 영향이 발생했다.

"위드는?"

- 접속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접속할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았습니다.

목숨을 잃었을 경우 현실 시간으로 24시간 동안 접속할 수 없다.

"타격이 크겠군. 바드레이에게 공개적으로 패배하고, 레벨보다는 스킬의 숙련도가 많이 하락했겠어. 지금이 중요한 시기인데."

조각사는 스킬 숙련도를 얻기가 남보다 많이 어려운 직업군에 속한다.

"접속하면 알려 주도록 해. 그리고 모니터의 하단ㄴ에 위드의 영상을 띄워 놓도록."

- 명령을 수행합니다. 유저 위드가 접속함현 8, 9번 모니터에 그의 영상이 올라오게 하겠습니다.

유병준이 보고 있는 거대한 모니터가 위드를 위한 공간으로 준비되었따.

"접속해서 절망에 빠져 발버둥 치는 걸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겠지. 클클클."

★★★★★★★★★★★★★★★★★★★★★

이현은 학교에서 몰려드는 학생들로 인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우려했던 대로 후배들 사이에도 알려졌다.

"모라타에서 풀죽 사 주시면 안 돼요?"

"선배님이랑 풀죽 같이 먹어 보고 싶어요."

언제부터 선배님 소리를 들으며 후배들한테 인사를 받았는지 모를 일.

MT와 축제, 학과 행사에도 끼지 않았는데 이현을 모르는 신입생 후배가 없을 정도였다.

가상현실학과인 만큼 모두 로열 로드를 했고, 이현이 그곳에서 이룬 업적이 대단하다는 걸 알았다.

3학년 선배 중 1명도 도시를 가진 영주이기는 하지만, 모라타의 인기도와 영향력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모라타는, 방송사에서 투표를 해 본 결과 가장 살고 싶은 도시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 모라타에 있는데요, 선배님 만나 뵐 수 있을까요?"

수줍어하는 여대생의 고백도 들었다.

장점으로는, 대학교수들도 이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 점이었다.

'학점을 따는 데 도움이 되겠군.'

이현은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하루 동안 접속을 하지 못해서 어제는 서윤과 함께 집 청소를 실컷 해 두었다.

미루었던 집안일을 끝내 놔서 상쾌한 기분!

"전장으로 다시 들어갈 시간이군."

이현은 캡슐로 걸어갔다.

★★★★★★★★★★★★★★★★★★★★★

위드가 다시 접속한 장소는 트레이피크의 성벽 아래였다.

"가죽 갑옷 착용."

레벨 130대의 초급자용 복장을 재빠르게 입었다.

"외모가 평범해서 이럴 때 조금 도움이 되는군."

흔한 복장으로 바꿔 입기만ㅁ 해도 알아보는 사람이 많진 않다.

트레이피크는 여전히 흑사자 길드의 영역이었다.

헤르메스 길드의 습격을 받아서 혼란스러운 상황에, 위드가 이곳의 유저들에게 그렇게 중요한 존재는 아니리라.

"일단 확인해 봐야 할 것은... 잃어버린 경험치로군!"

위드는 나쁜 소식 세 가지를 살펴야 되었다.

경험치, 숙련도, 장비!

"스탯 창!"

캐릭터 이름 : 위드                     성향 : 역사적인 영웅의 기질

레벨 : 409                             직업 : 전설의 달빛 조각사!

칭호 : 세상을 바꾸는 조각사

명성 : 92.007

생명력 : 41,230                       마나 : 19,405

힘 : 1,443                            민첩 : 1,097

체력 : 209                   

지혜 : 293                            지력 : 314

투지 : 525                            지구력 : 265

인내력 : 892

예술 : 2,430                          카리스마 : 530

통솔력 : 787                          행운 : 143

신앙 : 207+435                      매력 : 451+30

맷집 : 471                            기품 : 153

정신력 : 92                           용기 : 200

명예 : 43

자연과의 친화력 : 1,043

공격력 : 7,103                       방어력 : 1,941

마법 저항 불 : 33%                   물 : 39%

            대지 : 39%                흑마법 : 41%

+모든 스탯에 20개의 포인트가 추가됩니다.

+예술에 추가로 80개의 포인트가 부여됩니다.

+달이 뜨는 밤에는 30%의 능력치의 향상이 있습니다.

+아이템과 특화됨

+모든 생산 스킬을 마스터의 경지까지 배울 수 있게 됩니다. 모든 아

이템 제조와 제련의 스킬에 우대 적용. 최고급 스킬들을 배울 수 있

습니다.

+특이하거나 예술적 가치가 높은 조각품을 만들면 명성이 상승합니다.

+조각품과 생산 스킬, 전투 경험, 퀘스트로 인하여 전 스탯이 178 증가합니다.

+착용하고 있는 바하란의 팔찌로 인하여 전 스탯이 15 증가합니다.

레벨인 다시 409로 감소했다.

경험치를 쌓기 어렵다고는 해도, 다른 것들에 비해서는 쉬운 편이었다.

숙련도는 조각술이 11.4%가 감소하여 고급 8레벨 49.7%가 되었다.

손재주, 대장일, 재봉, 요리, 낚시 그리고 공격 스킬들까지 숙련도가 전부 조금씩 하락했다.

"역시... 행운의 도움을 받지 못했군."

모험가들은 특별히 행운을 올려 주는 아이템이 있따면 죽음의 충격도 약소한 피해로 넘긴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직업들은 그런 행운의 작용이 잘 적용되지 않았다.

위드는 특별히 행운이 죽음의 페널티로 막아 줄 정도로 높은 편도 아니었다.

"그다음으로는 아이템인데......."

소지품들을 일일이 하나씩 확인했다.

붕대와 약초, 화살, 낚싯밥, 숫돌, 조각 재료, 광물, 퀘스트 아이템인 사파이어까지 꼼꼼하게 확인!

"타, 탈로크의 믿음 갑옷이 사라졌군."

몬스터의 공격으로부터 오랫동안 지켜 주었던 훌륭한 갑옷을 잃어버렸따.

"이 피해는......."

위드는 잠시 눈을 감았다.

가슴에서 솟구치는 분노를 참아 내야 했다.

마음 같아서는 헤르메스 길드 영역인 하벤 왕국으로 가서 실컷 복수를 해 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다시 죽는 것 외에 다른 결과는 없다.

"반드시 갚아 줘야지."

위드는 분노를 삭이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을 하면서 움직이기로 했다.

"직업 퀘스트는 조금 뒤에 보고하기로 하고, 검술의 비기를 얻어야 되겠군."

더 강해지기 위한 첫걸음!

망망대해에 있는 검술 마스터 애쉬를 만나 스킬을 전수 받는 것이다.

위드의 검ㅅ물 스킬은 이미 고급에 올라 있었기 때문에 자격이 되었다.

단지 광휘의 검술 하나라도 제대로 먼저 익혀 놓기 위하여 분검술은 배우지 않았을 뿐이었다.

"어차피 광휘의 검술도 숙련도가 낮으니 이것저것 다 같이 배워 두는 편이 낫겠지."

잡캐다운 다짐을 하는 위드!

수련생들도 우연히 도착했던 그 장소를 배를 타고 다시 찾아가기란 매우 어려웠다.

항로에 대한 기록을 조금도 해 두지 않았기 때문에, 바람과 해류가 바뀐 지금은 시간을 몇 달은 투자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

하지만 유린이 있었기 때문에 설명해 주는 것만으로도 그림을 그려서 그곳으로 가는 게 가능했다.

★★★★★★★★★★★★★★★★★★★★★

철썩... 철썩......

갈매기들이 놀고 파도가 치는 섬!

위드는 검치와 검둘치와 같이 애쉬가 사는 이름 모를 섬에 도착했다.

"위드야, 이곳이 검술을 배울 수 있는 장소냐."

"예. 맞습니다, 스승님."

"그다지 쓸모는 없겠지만 참고삼아서 배워 두는 것도 좋겠구나."

유린의 그림 이동술로 어제 검치와 검둘치 그리고 다른 사범들도 늦게나마 멜버른 광산에 갔었다.

막 텔레포트로 빠져 나가려던 헤르메스 길드를 공격하다가 장렬하게 사망!

검치와 검둘치의 강함에 대한 자부심은 남다른 편이라 검술을 배우려고 하지 않았지만 위드의 부추김에는 당해 내지 못하고 검술의 비기를 익힐 수 있는 섬으로 찾아오게 된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다 익히고 있는데......"

"........"

"물론 스승님과 대사형에게 꼭 필요하진 않겠지만 검술의 비기를 알고 있다면 필요할 때 적당히 써 주면서 엄청 멋지게 싸울 수도 있을 텐데요."

"......."

"뭐, 여자들한테 인기도......."

"........!"

위드와 검치, 걸둘치가 도착하고 나서 조금 있으니 애쉬가 나무 사이에서 걸어 나왔다.

"검술을 배우러 나를 찾아온 자들인가. 그렇다면 자격을 갖추어야 될 것이다."

애쉬는 나타나자마자 검을 뽑고 대결을 하려고 했다.

"말이 짧아서 편하군."

검치는 검 한 자루 뽑아 들고 나서더니 간단히 자격을 증명했다.

30개의 분신들 사이에서 잠깐 싸워 주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무기술 스킬이 올라가면서 검에 부여되는 마나를 조절하여 공격력을 배가시키거나 상대를 밀쳐 낼 수 있게 되었다.

어설픈 분신들은 오히려 장애였다.

검치는 느긋하게 분검술을 즐기면서 애쉬가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패싸움이야말로 검치의 최대 장기!

검둘치도 비슷하게 관록 있는 검으로 분신들 사이에서도 활약을 했다.

"위드입니다. 저는 조각사이지만 평소에 뛰어난 검사를 존경했습니다. 대륙의 평화를 지키기 위하여 약간의 검술을 익히고도 있기에 이렇게 가르침을 청합니다.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위드는 좀 달랐다. 상대가 검술의 마스터이고 레벨도 높아 보이니 그의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아부가 나왔다.

"조각사는 직업으로 이만한 검의 성취를 이루었다면 그 노력이 대단하군. 좋은 승부를 기대하겠다."

위드는 애쉬의 똑같이 생긴 분신들을 보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분신 중에서 진짜를 찾아서 격파하면 전체가 약해진다.

위드는 가장 단순한 방식을 택했다.

죽기 직전까지 무작정 싸워 보는 법!

"시작하겠다."

위드를 가운데 두고, 애쉬와 분신들이 주변을 겹겹이 포위한 채로 공격을 퍼부었다.

위드는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여만 했다.

'더 빨리 생각하고, 더 빨리 움직인다. 생각과 몸의 반응 속도를 최대로 해서... 길거리에 만 원짜리가 떨어진 걸 발견했을 때처럼 뛴다.'

정면의 적들과 싸우면서 좌우측도 신경을 써야 하고, 뒤쪽에서의 공격까지도 고려해야 되었다.

-애쉬의 분신으로부터 다리를 부상당했습니다.

부상 부위가 회복될 때까지 이동력 7% 감소합니다.

높은 맷집으로 생명력이 983 감소합니다.

분신은 진짜에 비해 그렇게까지 강하지 않다.

위험도가 덜한 공격은 맷집과 인내력으로 버티면서 격렬하게 검을 휘둘렀다.

"헤라임 검술!"

분신을 하나씩 격파할 때마다 위드는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위험한 경로의 공격은 철저히 막으면서도 나머지는 몸으로 막아 내는 것이, 전투에 미친 광전사처럼 보일 정도였다.

지독하게 무식한 방법을 택한 것이 다른 검치 들을 능가할 정도였다.

위드를 중앙에 두고 분신들이 뛰어다녔다. 

검이 부딪칠 때마다 격렬한 불똥이 튀었다.

왕국이 멸망하고 나서 남은 마지막 기사처럼 싸우는 위드!

거친 숨을 헐떡이면서도 애쉬의 분신들과 검을 겨루었다.

바드레이에게 패배한 이후로, 더는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고작 이 정도에서 패배한다면... 나는 평생 부잣집 아들을 부러워하며 살 수밖에 없어.'

위드의 생명력은 삼분의 일도 남지 않았다.

분신은 고작 10개박에 없애지 못했기에, 애쉬가 제안을 했다.

"이 정도에서 물러나는 것이 어떤가. 너는 아직 내 기술을 소화하기에 모자랄 것 같다."

위드는 고개를 저었다.

"계속 싸우겠습니다."

"그렇다면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겠는가."

"후회는 하겠지만 그래도 싸울 겁니다."

분신이 줄어든 만큼 위드도 전투가 처음보다는 쉬워졌다.

그러나 생명력이 감소하고, 무엇보다 자잘한 부상이 많아졌다.

상처들로 인해 움직임이 느려져서 오히려 어려워진 감도 있었다.

'믿을 건 몸밖에 없다. 맞으면서 이기자!'

검치와 수련생들의 전투력은, 무기술 스킬이 높은 경지에 있기 때문에 뛰어났따.

순간적인 공격력 강화가 가능했기 때문에 전투를 하면서 숨어 있는 진짜 애쉬를 잡을 수 있었다.

위드의 검술 스킬은 고급 2레벨이었다.

공격력이나 마나 운용에서 차이가 심해서, 분신들 사이에서 진짜 애쉬가 공격을 하더라도 역습을 가해서 제압하기가 어렵다.

그사이에 애쉬는 분신들 사이로 몸을 숨겨 버리기 때문에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전부 다 부숴 버린다.'

위드는 몸을 내던지면서 분신들을 줄였따.

-과격한 전투로 인하여 투지가 솟구칩니다.

투지 스탯으로 인해 공격력과 방어력이 높아집니다.

"커헉!"

위드의 생명력은 4%도 안 남았다. 그렇지만 분신도 모두 사라졌다.

남은건 애쉬 혼자였다.

몸을 던지면서 분신을 2개, 3개씩 줄일 기회를 만들어 낸 덕분이었다.

"검에 대한 이해나 기술적인 면은 많이 모자라지만 검사로서 포기하지 않는 자질이 엿보이는군.  나와 싸우면서 충분히 분검술에 대해서 깨달았을 것이다."

띠링!

-애쉬보다 많이 낮은 레벨과 무기, 방어구를 가지고 싸웠기 때문에 모

든 스탯이 3씩 오릅니다.

-전투를 통해 검술 스킬, 분검술을 획득하셨습니다.

분검술의 습득!

검치와 검둘치는, 다른 사범들과 수련생들과 같이 모라타에 방문하기로 했다.

영주성에 보관된 조각상의 광휘의 검술을 익히기 위해서였다.

위드는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를 에르리얀에게 보고하기 위하여 우고트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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