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30골드의 행사
몽벨트룰리아에서 얻은 나무와 꽃씨 들이 모라타에 뿌리를 내리고 자랐다.
프레야의 신도들이 아낌없이 축복을 내려 주어서 열매들이 주렁주렁 열렸다.
유저들도 마음 놓고 과실을 따 먹었으며, 요리사들은 가져가서 새로운 요리법을 연구했다.
위대한 건축물인 탐구자의 탑, 헤스티아의 대장간도 완공되었다.
바르고 성채도, 유저들과 군대가 활약하면서 몬스터를 토벌하며 치안을 높였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던 위드의 즉위식 날이 되었다.
"도시에 못 보던 병사들이 많은데, 오늘이 무슨 날이야?"
"몰라. 사람들도 평소보다 훨씬 많은데."
사냥을 나갔다가 모라타로 돌아온 유저들은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에 이상해했다.
거리마다 병사들이 깔려 있었으며, 성문에도 기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부탁할 만한 일요? 오늘은 영주님의 즉위식이 있는 날이라는 걸 모르세요?"
"이 북부에 큰일이 벌어지는 행사예요. 존경하는 영주님이 국왕이 되시는 날이니까요."
유저들은 주민들을 통해 영주의 즉위식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위드가 왕이 될 거란 점에 대해 놀라거나 불만은 없었다.
모라타라 급속하게 성장하다 보니 언제가 되더라도 당연히 벌어질 일이었다고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근데 즉위식은 어디서 하는 거야?"
"빙룡 광장인가, 와이번 광장?"
"중앙 광장에서 하지 않을까?"
"거기는 아무것도 없던데?"
"그러면 여신상 앞일까?"
모라타의 유저들은 즉위식에 참석하고 싶었다.
보통 이런 국가적인 행사들은 일찍부터 준비가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도시 개발이 잘되어 있는 모라라에는 대규모 행사를 진행할 광장이나 공원이 여러 곳이다.
"즉위식이 어딘지 알아봤어?"
"몰라."
풀죽신교에서도 나서서 즉위식이 벌어지는 현장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하지만 그들도 행사장을 찾아내지 못했다.
모라타 유저 전체가 당황하고 있었다.
위드가 왕이 되는데 즉위식이 어디서 벌어지는지를 모르다니!
해가 중천에 떴을 무렵에, 중앙 광장으로 병사들과 기사들이 배치되었다.
"즉위식이 중앙 광장에서 벌어지나 보다."
"빨리 가 보자!"
유저들과 주민들도 중앙 광장으로 몰리면서, 그곳은 수만 명 이상의 인원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위드의 즉위식이라니 페일과 다른 동료들도 다른 바쁜 일들을 모두 제쳐 놓고 참석했다.
중앙 광장에는 나무로 만든 탁자에 금으로 만든 얇은 왕관 그리고 맑은 물이 한 잔 놓여 있었다.
"설마......."
"제발 저것만큼은....."
"지금 상상하고 있는 그건 아니겠죠?"
잠시 후에 위드가 기사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나타났따.
새로 만든 여신의 기사 갑옷에, 평소에 보기 힘든 화려한 망토까지 걸쳤다.
즉위식을 기념하기 위하여 각종 특산품들이 영주성으로 진상되었다.
모라타의 최고 재봉사들이 만들어서 상납한 망토였다.
멋진 백마를 타고 나타난 위드와, 30인의 호위 기사들!
위드는 분수대 앞에 섰다.
흥분 때문인지 그의 얼굴은 조금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예산 30골드로 즉위식을 치르라고 했지만, 막상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실행하려고 하니 조금은 창피했던 것이다.
'40골드 정도는 쓸걸 그랬나?'
위드는 묵묵히 걸어가서 탁자 앞에 섰다.
그곳에는 프레야 교단의 교황 후보인 알베론이 와 있었다.
알베론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시간이 흐른 탓인지 곱상한 어린 소년이던 알베론도 성장을 했다.
키도 훌쩍 커지고, 영화배우 부럽지 않을 정도로 미남이 되었다.
곱고 매끈한 피부에는 흠잡을 곳조차 없어 대단한 인기라고 한다.
과거에는 위드가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기도 하였지만, 지금 알베론은 프레야 교단에서 대단한 지위를 차지하였다.
북부 대성당과 인근 지역의 포교 활동을 총관장하는 자리!
위드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반갑군. 그래, 어려운 일은 많이 없었지?"
"위드 님께서 대륙의 평화를 위하여 애써 주신 덕분에......"
"내가 고생을 하기는 했지. 근데 알베론, 네 레벨이 몇이지?"
과거 알베론의 어마어마한 레벨에 기죽은 적이 있다.
뱀파이어들을 같이 잡기도 하였지만, 그때의 질투와 시기심을 지금까지 쌓아 둔 옹졸함!
"신에 대한 부족한 봉사가 항상 부끄럽습ㅂ니다. 제 레벨은 고작 553밖에 되지 않습니다."
"커헉!"
사제 계열이 레벨을 올리기란 정말 어려웠다.
파티에 끼어서 사냥을 해야 되었고, 항상 다른 사람을 보살펴 주어야 되었다.
하지만 그만큼 치로 능력과 축복 계열에 대해서는 다른 직업이 따라오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알베론 정도의 레벨이라면 하루에 한차례씩 '기적' 을 발휘하여 모든 상태 이상을 치료하는 절ㄷ래적인 치료, 축복 능력을 발휘하거나, 몬스터에게 경외감을 심어서 제 발로 떠나게 할 수도 있다.
위드는 알베론을 향한 시기심과 질투를 다시 깊숙이 감추었다.
"알베론, 같이 사냥했던 시간이 나에게는 항상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저도 그렇습니다."
"앞으로도 친하게 지내자꾸나."
"알겠습니다."
알베론이 즉위식을 진행했다.
병사들과 기사들의 행진이나, 왕을 찬양하는 연주단의 공연은 과감하게 생략됐다.
위드는 그럴 시간도 아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병사들과 기사들은 그런 쓸데없는 일을 하기보다는 주변의 몬스터를 자주 토벌해야 값비싼 군대 운용 비용을 조금이나마 낮출 수가 있었다.
"프레야 교단과 루의 교단 그리고 베르사 대륙의 네 곳 이상의 교단에서 위드 님이 아르펜 왕국 왕위에 오르시는 것을 축복합니다."
-각 교단의 인정을 받으셨습니다.
신앙심이 25 증가합니다.
명예가 17 증가합니다.
행운이 10 증가합니다.
통솔력이 15 증가합니다.
-호칭, 신의 인정을 받은 왕을 얻으셨습니다.
왕국 내에 종교 활동이 활발해집니다.
신앙심이 높은 주민들의 충성도가 하락하지 않습니다.
왕국에 있는 교단들이 퀘스트와 군대의 활동에 작은 지원을 해 줍니다.
알베론은 위드의 머리에 금색 관을 씌워 주었다.
딱 매력 7 올려 주는 효과밖에 없는 저렴한 관이었다.
왕관이야 어차피 착용하고 전투를 나설 수도 없었으므로, 바로 벗어서 영주성에 보관할 작정이었다.
"그러면 다음의 차례로 국왕 폐하의 말씀이 있겠습니다."
알베론은 즉위식의 마지막 순서를 진행했다.
국왕의 연설!
위드가 정식 국왕으로 취임하고 처음으로 주민들과 유저들에게 말하는 자리였다.
"흠흠."
위드는 제단에 올라서 사람들을 보았다.
중앙 광장에 모여든 많은 유저들이 보였다.
광장에는 빈곳을 찾을 수가 없을 정도였고, 거리도 인파로 빼곡했다.
"국왕으로서 말합니다."
-스킬 : 사자후를 사용하셨습니다.
"오오오오!"
"위드 님의 말이다!"
군중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왕.
위드가 연설을 시작하니 시끌벅적하던 광장이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거창한 즉위식을 기대하고 모여들었다가 순식간에 끝나 버려서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왕이 된 위드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기다림려 잠자코 지켜봐 왔다.
"아르펜 왕국은 앞으로 여러분과 함께 커 나갈 것입니다. 더 많은 상업 건물들이 세워질 것이며, 교역은 확대될 것이고, 퀘스트들이 탄생할 것입니다. 사람들이 살기 좋은 땅이 될 것입니다."
지도자는 확신에 찬 말로 희망을 주는 것이 중요했다.
위드의 속마음은 당연히 따로 있었다.
'여러분이 아르펜 왕국에 내는 세금을 거두어서 몽땅 내가 착취할 것입니다!'
"성문만 나가더라도 위험이 널려 있지만, 우리는 그 위험마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용기가 있다면 해낼 수 있습니다."
'성안에서 놀지 말고 죽더라도 나가서 죽어야 됩니다.'
"넓은 땅으로 나가서 전투도 하고, 모험도 하고, 발굴도 하고, 채광도 하고, 농작물도 기를 수 있습니다. 아르펜 왕국은 여러분의 고향처럼 기다릴 것입니다."
'세금을 납부하러 오는 사람들을 환영합니다.'
위드는 모라타 유저들에게 존경받는 영주였다.
중앙 대륙, 동부, 서부 남부의 유저들도 위드의 통치에 대해서 찬사를 보냈다.
위드의 진심이 담겨 있을 거라 생각하는 말을 들으면서 유저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올렸다.
"이제 전부 눈을 감아 주십시오."
위드의 말에 유저들은 대부분 눈을 감았다. 혹시라도 어떤 깜짝 놀랄 만한 이벤트라도 준비했을까 싶어서였다.
즉위식이 너무나도 소박하다 보니까 더욱 기대가 되었다.
위드는 당연히 따로 준비한 건 없었다.
그냥 돈이 안 드는 말로 해치울 작정이었다.
"눈을 감으면 보일 것입니다. 저 넓고 활량한 대지에 돌아다니는 몬스터 떼가......"
아무것도 안 보였지만, 유저들은 상상을 했다.
그 대상은 레벨이나 경험에 따라서 많이 달랐다.
완전히 초보자들에게는 고블린에 코볼트 정도만 되어도 위협적인 몬스터 집단이다.
중수 정도의 대우를 받는 이들은 언데드나 식인 부족, 리자드맨, 트롤, 라미아 등도 다양하게 떠올렸다.
고레벨 유저들이야 정말 위험하기 짝이 없는 몬스터들도 많이 경험해 보았다.
자신의 레벨이 어떻든 간에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서 본, 몬스터의 무리가 움직이는 멋진 모습들은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었다.
위드의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가 영웅의 탑에서 스켈레톤 나이트로 싸웠을 때나, 죽음의 계곡에서 본 드래곤을 해치울 때도 생각했다.
오크 카리취로서 다크 엘프와 오크들을 지휘하며 불사의 군단과 싸우던 것은 이미 전설!
'만약 내가 그 주인공이 된다면.....'
몬스터들은 두렵기도 했지만, 그만큼 흥분도 되었다.
심장이 쿵쾅대고 손발이 떨릴 정도의 모험을 할 때의 쾌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귀를 막아도 들릴 것입니다. 몬스터들의 거친 호흡 소리와 울부짖는 소리들이...... 자, 이제 눈을 떠도 좋습니다.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습니까?"
"예!"
"가고 싶습니다!"
위드의 입가에 자신만만한 썩은 미소가 맺혔따.
표정이야말로 대사보다도 더 훌륭한 감정의 전달 수단이 된다는 사실을, 피라미드를 제작하며 사기를 칠 때 깨달은 바가 있었다.
"아르펜 왕국의 미래는 밝지만은 않습니다. 북부에는 몬스터들이 무섭게 번식하면서 영역을 넓혀 가고 있고, 알려지지 않은 위험도 많습니다."
실제로 최근 북부에는 몬스터들이 무섭게 많아지고 있었다.
북부의 날씨가 따뜻해지고 작물들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몬스터들도 더욱 늘어나게 된 것이다.
"남들이 밟아 보지 못한 거친 땅으로 갈 것이고, 몬스터들과도 싸우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승리를 거두고 전리품을 가지고 아르펜 왕국으로 돌아와서 영웅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이 아르펜 왕국에서 여러분의 심장은 계속 뛰게 될 것입니다!"
위드가 단호하게 사자후를 터드렸다.
"믿습니까?"
"믿습니다!"
"아르펜 왕국의 주민이 되겠습니까?"
"되겠습니다!"
군중은 한마음으로 대답했다.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말 몇 마디로 즉위식을 해치웠다.
사이비 교주를 능가하는 연설 능력을 보여 주는 위드!
베르사 대륙의 모든 유저들에게 메시지 창이 떴다.
아르펜 왕국이 탄생했습니다.
국왕인 위드를 따라서 모라타와 바르고 성채를 거점으로 탄생한 작은
왕국.
북부 교역의 중심지이며, 예술과 문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상당한 양의 무기 생산력과 놀라운 품질의 옷감, 여러 종류의 특산품
을 보유한 왕국입니다.
주민들의 숫자는 방대하며,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풍요로운 땅에서 나오는 곡물로 인해 출생률이 매우 높습니다.
정령 에르리얀이 이주해 오면서, 아르펜 왕국이 그들의 새로운 놀이
터가 될 것입니다. 영양분이 풍부한 과일과 곡물 들이 앞으로도 더욱
풍성하게 열리게 될 것입니다.
에르리얀의 이주로 인하여 엘프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국왕에게 바치는 지지는 절대적이며, 어떤 힘겨운 일이 있
더라도 똘똘 뭉쳐 이겨 낼 수 있을 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어려운 환경에서 눈부신 도약을 이루어 낸 주민들이기 때문에 낙천적
인 성향을 가졌습니다.
주민들이 같이 건설한 위대한 건축물들은 아르펜 왕국의 시작을 밝혀
주는 등불과도 같습니다.
-모라타와 바르고 성채의 지역 명성이 증가합니다.
-아직 왕국에 속해 있지 않은 주변 지역에 대한 정치적인 영향력이 커
집니다.
-벤트 성에서 작은 소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
바트는 사냥을 하다가 뒤늦게 파티원들과 모라타로 들어왔다.
모라타의 거리는 넓어서, 평소라면 마차와 말 들이 속도를 내고 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위드의 즉위식이 벌어지면서 실로 엄청난 인파가 모여서, 중앙 광장 쪽으로는 갈 수도 없을 정도였다.
바트가 속해 있는 파티원들이 말했다.
"우와, 역시 전쟁의 신 위드 님이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 좀 봐요."
"왕국이 탄생하는 건 대륙에서 최초라면서요?"
"위드 님이니까 왕국까지 만드는 거죠. 혼자의 힘으로 마을을 회복시켜서 다스릴면서 사람을 모아 왕국까지 이룩해 내다니 진짜....."
바트는 파티원들의 말을 들으면서 새삼 위드의 대단함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위드가 인기인이고 사람들이 다들 그의 모험을 좋아한다는 사실이야 경험을 통해서 알았다.
하지만 이런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을 줄이야.
"근데 우리도 풀죽신교 들어야 하지 않겠어요?"
"레벨이 25인데도 받아 줄까요?"
"모라타의 주민이라면 얼마든지 받아 준대요. 바트 아저씨도 풀죽신교 가입하실래요?"
바트도 당연히 풀죽신교에 가입을 하고 싶었다.
단일 세력으로는 최대의 단체!
북부에서 모험을 하면서 풀죽신교에 들어가 있는 것만으로도 심심하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
그사이에 베르사 대륙에서는 직업 마스터를 위한 경쟁이 한창이었다.
직업 마스터를 시도하는 유저들끼리 위치와 이름이 밝혀지면 암살이나 방해 공작도 쉽게 벌어질 정도라고 한다.
방송국들이 열을 올릴면서 싸움을 부추길수록 더욱 격렬해지는 경쟁!
검치와 수련생들은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얘네들도 이제는 싱겁구나."
"그렇습니다, 스승님!"
분검술에 광휘의 검술까지 배웠으니, 바르고 성채 주변에서 사냥을 하기도 훨씬 쉬웠다.
"무기술 스킬의 숙련도도 예전보다 훨씬 잘 늘어나는 것 같다."
"저도 그렇습니다, 스승님!"
과거에는 무작정 검을 찌르고 휘두르면서 싸웠다.
무예인으로서 마나를 사용하는 스킬도 직접 만들 수 있었지만, 대부분은 단순한 힘을 쓰는 스킬들밖에는 안 만들어졌다.
왜냐하면 스킬을 발휘할 만한 마나 자체가 없었으니까!
이제는 모라타의 예술 회관에서 작품도 감상하고, 바르고 성채에서 엘프의 퀘스트도 하면서 레벨이 오를 때마다 지혜와 지식에도 스탯을 분배했다.
그 결과 스킬을 만들어 낼 만한 마나도 생겨났고, 검술의 비기도 한두 번씩 사용이 가능했다.
평생 나무를 비벼서 불을 만들다가 라이터를 손에 쥔 듯한 기쁨!
"너위 쉬워서 싸우는 거 같지가 않아."
"예, 스승님."
검치와 검둘치, 검삼치가 있는 장소로 50여 마리의 몬스터가 올라오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120마리를 잡고 나서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붕대를 감으면서 잠깐 쉬어 준 게 전부였지만 그 정도라면 얼마든지 충분했다.
광전사는 아니더라도 싸우면서 체력도 관리하고 생ㅁ녕력도 늘릴 수가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고기를 먹고 있을 때 전투가 벌어지면, 갈비를 뜯으면서도 싸우는 그들!
"애들보고 스킬 빨리 올리라고 해라. 다들 8레벨이나 0레벨 정도 되면 우리도 퀘스트 시작하게."
"옛. 검오치가 먼저 하고 있으니까 금방 따라갈 수 있을 겁니다."
검오치는 고급 8레벨의 무기술 스킬을 달성했다.
그것으로 무예인의 퀘스트를 먼저 경험해 보기로 하였다.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였다.
★★★★★★★★★★★★★★★★★★★★★
검오치는 바바리안 핸슨을 만나서 대화했다. 무예인 퀘스트를 하면서 만나게 된 바바리안이었다.
"10여 년 쯤이야. 아주 강한 무사를 만난 적이 있지."
"그놈을 죽이면 되나?"
"그는 어떤 무기든 아주 잘 다루었어."
"죽여? 아니면 끌고 올까?"
"베리탄의 둥지로 떠났다는데... 그 후에 마을 사람이 베리탄의 둥지에 가 보니 몬스터의 시체들만 가득 남겨져 있었다더군. 지금 그 베리탄의 둥지에 몬스터들이 모여 있다고 하네."
"가서 다 죽이면 되겠군."
"몬스터들을 해치우고 잘 살펴본다면 그 강한 무사가 남겼던 흔적을 조금이라도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
검오치에게는 생각보다 재미있는 직업 퀘스트였다.
어느 한 대단한 무예인이 있었다. 그의 행적을 뒤쫓으면서 관련된 의뢰와 전투를 하는 방식이었다.
"결국 마지막에 그놈을 죽이면 될 것 같군!"
★★★★★★★★★★★★★★★★★★★★★
아르펜 왕국의 국왕에 오르면서 위드에게는 자신만 볼 수 있는 메시지 창이 떴다.
-왕의 행동에 대해 권위가 부여되어 주민들에게 어떤 요구라도 할 수
있습니다. 주민들은 죽고 싶지 않다면 왕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을 것
입니다. 다만, 무리한 요구는 충성도를 하락시키며 저항군을 탄생시키
기도 합니다.
귀족을 임명할 수 있습니다. 귀족들은 세금과 영토에서 혜택을 받습니다.
왕실 기사의 임명이 가능합니다.
국교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프레야 여신을 믿고
있습니다. 국교가 정해지면 해당 종교의 포교 활동이 원활해지고 여신
의 행운이 따릅니다. 하지만 다른 종교들의 강한 반발을 사게 됩니다.
-더 많은 내정과 통치를 위하여 왕궁 건설이 필요합니다.
국왕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막강했다.
주민들을 상대로 명성과 기품, 매력이 최고가 된다.
어떤 퀘스트라도 부여받을 수 있었으며, 재산을 강제로 빼앗는 것도 가능했다.
"역시 권력을 얻기 위하여 노력하는 이유가 있어."
즉위식의 정해진 행사가 끝나고 나서도 주민들과 유저들은 다른 장소로 흩어지지 않았다.
그들의 반짝이는 눈에는 기대감이 어려 있었다.
왕국이 탄생한 것은 이 베르사 대륙에서도 최초로 있는 일이었다.
흑생 거성의 창고라도 풀어서 거하게 베풀리라고 생각했다.
모라타는 어느덧 재정적으로 부유한 도시에 속했기 때문에 기대하는 것도 더욱 많았다.
극단적인 위기에 처하게 된 위드!
중앙 광장과 거리로 사람들이 계속 몰려왔다.
위드는 사자후를 터트렸다.
"위대한 건축물이 모라타에는 4개나 만들어져 있습니다!"
"꺄아아아!"
"우와아아아아!"
환호 소리가 도시를 가득 채웠다.
"아르펜 왕국은 매일 살기 좋은 곳이 되어 갈 것입니다!"
"국왕 위드 만세!"
모라타에서 시작한 초보자들까지 큰 소리로 호응했다.
멋모르고 같이 좋아하는 유저들이 모라타의 성벽 밖에까지 흘러넘칠 정도였다.
즉위식을 구경하기 위하여 유저들은 평소보다 훨씬 많이 접속했다.
50만이 넘는 유저들을 들뜨게 만들어 버린 국왕 위드!
이리엔은 지금의 상황이 많이 걱정됐다.
"분위기를 계속 고조시키는 것 같네요. 이거 어쩌려고 저러시는 거죠?"
페일도 비슷한 우려를 안고 있었다.
즉위식마저도 간소하게 진행한 위드가 천문학적인 자금을 풀어서 베풀 리가 없다.
"이러면 뒷감당이 어려울 텐데......."
조용히 빠져나가는 편이 나았을 텐데 자꾸 군중을 부추기는 것으로 보아서 뭔가 심상치 않은 기분!
수르카와 마판조차도 분위기가 무거웠다.
"정말 많이 걱정돼요. 어떻게 하죠?"
"위드 님의 성격으로 봐서 이러다가는 정말 대형 사고가 터질 텐데요."
그들이 걱정하는 대상은 위드가 아니었다.
모라타에 모여 있는 군중!
위드는 모여든 사람들을 잘 활용할 줄 알았다.
그의 달콤한 말에 속아서 휩쓸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 테니까!
★★★★★★★★★★★★★★★★★★★★★
"여러분을 위해 아르펜 왕국은 상업을 발전시키고 군대를 확충하여 더 넓은 지역의 치안을 안정시키겠습니다."
"국왕 폐하 만세!"
"대장장이와 재봉사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여 그들이 일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국왕, 국왕, 국왕!"
"예술가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정책들은 왕국이 되고 난 이후로도 계속될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아르펜 왕국을 믿습니다!"
군중의 기쁨은 최고조에 달했다.
위드조차도 국왕의 자리에 오르면 태도가 뒤바뀌리라고 의심했던 사람도 솔직히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군중이 있는 자리에서 저렇게 당당하고 큰 배포로 약속할 수 있다니!
과연 위드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문화와 예술이 있었기에 모라타가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모라타는 앞으로 아르펜 왕국의 수도가 될 것입니다!"
"와아아아!"
이제는 환호성과 국왕 만세, 아르펜 왕국이 영원하라는 축복의 말이 쉬지 않고 나왔다.
군중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 주는 듯한 화술이 누렁이를 협박할 때처럼 술술 발휘되었다.
군중심리를 유도할 줄 아는 천부적인 사기꾼 기질!
"아르펜 왕국이 번영하기 위해서는 문화와 예술이 멈춰있지 않고 발전해야 합니다. 예술품들이 늘어나고, 공연들이 새롭게 개최되어야 합니다!"
위드의 말은 유저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모라타의 유저라면 조각품과 미술품을 보면서 스탯을 올린 경험이 다들 있었다.
전투와 관련이 적은 용기나 매력이라고 하더라도, 스탯이 영구적으로 올라간다면 모두 좋아하기 마련이었다.
문화와 예술이 발전하면 명성을 올리기 쉬워지고, 그와 관련된 모험, 상인 계열의 의뢰들도 많이 생긴다.
"이제 저는 아르펜 왕국의 건국을 기념하기 위한 조각품을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주겠습니다!"
국왕 위드, 동시에 대륙의 최고의 조각사가 만드는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
"저도 시켜 주세요!"
"어서 만들고 싶어요."
대륙의 그 어느 곳보다 모라타의 유저들은 노가다에 익숙했다.
위대한 건축물을 4개나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여신상, 예술 회관 제작에도 참여했다.
로자임 왕국에서부터 건너온 유저들은 피라미드를 제작한 경험도 있다.
위드가 초대형 조각품을 만든다는 소문이 퍼진다면 더 많은 군중이 따르게 되리라.
풀죽신도만 370만 명이라는 무시무시한 지원군!
'지금부터도 늦지 않아.'
조각술 스킬은 다른 직업 스킬에 비해서 성장 속도가 확실히 느리다.
재료도 구해야 하고, 일일이 혼자서 손을 보는 데에는 작업 시간이 오래 걸렸다.
고급 8레벨이 넘고 난 이후부터는, 많은 조각품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킬 숙련도의 성장이 더욱 더뎌진 편이었다.
위드가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짜낸 방법은 혼자가 아니라 군중과 같이 조각품들을 만드는 것이었다.
'직업 마스터 퀘스트는 몇 단계 남지 않았어. 나머지 의뢰들이 조각 생명체들을 이용하여 싸우는 거라면 생각보다 금방 끝날 수도 있겠지.'
어려운 전투를 미뤄 두면 조각 생명체들도 그동안 성장을 해서 강해져서 승산이 높아지게 된다.
지금처럼 띄엄띄엄 어중간한 조각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킬을 올려놓고 나서 순식간에 나머지 의뢰도 끝내 버리려는 계획.
직업 마스터 퀘스트!
위드는 막판 대반전을 노리면서 포기하지 않았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