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29권 : 1) 실패한 조각품 (171/520)

1) 실패한 조각품

★★★★★★★★★★★★★★★★★★★★★

모라타에는 로열 로드를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의 중앙 대륙의 여행자들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정말 기대했던 대로야."

"여긴 왜 이렇게 사람도 많아. 빨리 밖으로 나가서 사냥도 하고 모험도 즐겨 보고 싶다."

모라타에서 시작한 유저들의 국적은 아르펜 왕국 소속이 되어 있었다.

국왕 위드가 통치하는 신생 왕국!

초보자들은 4주간 모라타의 넓은 도시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서적 배달, 재료 운송 등의 소소한 퀘스트도 진행했다.

"수고 많았네."

"감사합니다! 다음에 일이 있으면 또 불러 주세요."

"조금 힘든 일이라도 괜찮겠는가?"

"물론이죠. 뭐든 시켜 주세요!"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10쿠퍼, 20쿠퍼씩 돈을 모았다.

녹슨 장검도 구입하고, 금방 닳아 버리는 가죽 갑옷도 장만해야 되어서 돈이 궁한 시기였다.

주민들과도 나중에 두고두고 퀘스트나 거래를 하면서 자주 만나게 될 테니 일찍 친해지려고 했다.

초보자들은 풀죽, 풀빵을 먹으면서 모라타에 대해서 알아갔다.

"거리도 넓고 깨끗하네. 신축 건물들도 많고."

"화가의 언덕이 있는 판자촌 가 봤어? 거기 볼 거 엄청 많대."

"우리가 가도 돼?"

"응. 모라타에서 꼭 가 봐야 되는 열두 곳의 명소 중 한 곳이야."

"다른 곳들은 어디야?"

"저녁 무렵의 빙룡 광장, 프레이야 여신상이 있는 호숫가, 대성당 뒤쪽 골목, 중앙 광장의 시장이랑 재봉사들이 모여 있는 가방 거리, 조각의 다리, 예술의 회관의 정원, 빛의 탑! 그리고 또 뭐가 있더라. 방송에서 봤는데."

"그럼 화가의 언덕부터 놀러 가 보자!"

조각품과 미술품, 공연, 위대한 건축물, 판차촌이 있는 도시!

역사는 짧아도 이것저것 구경할 거리가 정말 많았다.

오늘 하루를 즐겁게 보내도 다음 날 돌아다닐 생각에 힘이났다.

"커헉... 여기까진가."

"윽, 더 가 보고 싶은 장소가 많은데."

거리에는 뛰어다니다가 체력의 한계로 쓰려져서 쉬는 초보자들도 많았다.

요리 스킬을 배운 유저들은 풀죽 도시락을 싸서 다니면서 친구도 사귀었다.

"너 무슨 직업 할 거야?"

"위드 님 따라서 조각사 할 거야. 미래에 대륙을 쩌렁쩌렁 울리는 그런 모험을 해야지."

"조각사로 모험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던데..... 잘해 봐 내가 맛있는 요리 해 줄게. 나중에 판자촌에 식당 내면 놀러 와."

"응, 그래."

친구들끼리 다니다 보면 해가 저물어 간다.

그러면 손에 손을 잡고 성벽이나 언덕 높은 곳에 올라서 도시와 빛의 탑의 야경을 지켜보았다.

관람하기 좋은 장소의 바위에는 웅대한 포부를 품을 수 있는 명언들이 새겨져 있었다.

잡템이라도 모아서 팔자

초보자 때 고생해야 나중에 다리 뻗고 잔다

이른 주택 마련, 내 집의 든든함

성실한 세금 납부만이 평화를 지키는 길

조각칼로 새겨진 조악한 필체의 글귀들은 언제부터인지 모를 정도로 오래된 것들이었다.

도시에도 구경하고 놀 곳들이 많지만 4골드를 모아서 예술 회관에 들어가는 것은 초보자들의 목표이고 꿈이었다.

"풀죽신교 가입해야지."

"난 돈 벌어서 판잣집부터 살 거야."

그렇게 4주가 지나, 마침내 부푼 희망을 안고 성문 밖에 나갈 수 있게 된 초보자들!

원래대로라면 사슴이나 토끼를 사냥하면서 차근차근 성장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위드의 건국식이 모라타의 중앙 광장에서 거행되었다.

모라타와 도시 부근에서 사냥을 하던 초보자들은 일제히 중앙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성문의 동서남북으로 말과 마차, 유저 들이 계속 들어오는 광경은 장관이었다.

각 방송국에서도 당연히 전부 취재를 나왔다.

"지금 시작하려나 봐."

"즉위식 같은 거 처음 보는데... 완전 떨리네."

"앞에서 뭐라고 하는 거야. 주변이 소란스러워서 잘 안들려."

"왕관을 씌워 준 거 같은데......."

"벌써?"

"어라, 끝났나?"

"이대로 이렇게 금방 끝나 버린 거야?"

바드들의 거창하고 웅장한 연주나 기사단의 마상 시합 같은 의식도 없이 초고속으로 진행되어 버린 즉위식!

허탈해진 군중들은 이대로 흩어지기가 너무도 아쉬워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미적거렸다.

모라타에 가진 애정이 아르펜 왕국으로 이어지기 위해서 기념하는 어떤 행사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아르펜 왕국을 번영시키기 위한 사상 최대의 조각품을 창조하겠다는 위드의 선언!

지금까지 유저들은 예술가들이 만든 작품들을 구경만 해 왔지만, 다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아닌가.

대륙의 역사에 이전까지 존재하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누군가 감히 만들겠다고 덤벼들기 전에는 나오지 않을 굉장한 작품!

그런 작품을 계획하고 실천에 옮기게 되어 영광인지, 위드가 터트리는 사자후에는 미묘한 떨림까지 있었다.

"국왕 위드 만세!"

"저 꼭 하고 싶어요!"

광적인 열기가 광장을 휩쓸었다.

이런 거대한 기회는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았고, 참여하지 않으면 무언가 뒤처질 것만 같았다.

멋진 도시를 성장시키고 왕의 자리에까지 오른 위드를, 초보자들은 순수한 마음으로 존경했다.

"진짜 훌륭한 왕이 되어 주시겠지."

"응. 우리 같은 초보자들의 어려움도 고려해 주고, 예전에 레벨이 낮을 때의 설움도 잘 알아주실 거야."

절대 세금 인상 따위는 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 순진한 그들!

그러나 페일 일행을 정확한 진실을 알고 있었다.

조각품을 만드는 데 동참할 수 있는 기화란, 곧 강제 노동 개시와 같은 의미라는 것을!

무력을 동원하거나 억지로 시키는 건 아니지만, 일단 시작하고 나면 교묘하게 꾀어서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도록 하고야 만다.

위드가 역사상 존재하지도 않았던 규모의 조각품을 만들겠다고 하면 어지간해서는 참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쩌면 예산 30골드의 허무한 즉위식까지도 이를 의도한 것일지도 모른다.

광장의 대규모 인파를 몽땅 노동자로 삼으려는 웅대한 계획의 일부였다면!

수르카가 냉철하게 분석했다.

"위드 님의 목소리가 떨리는 건 아마 공사 비용 때문일 것 같아요."

마판은 닭살이 돋을 정도로 소름 끼치는 감정까지도 느꼈다.

"정말 배울 점이 많고 많구나."

위드에 의해 이 군중이 움직이게 되다니!

훌륭한 장사꾼은 사기도 잘 칠 줄 알아야 한다.

이 사상 최대의 공사가 이루어 낼 모습들이 조금씩이나마 상상이 되었던 것이다.

"자, 갑시다!"

위드는 군중을 이끌고 성문을 나갔다. 예쁘게 피어 있는 꽃길을 따라서 산으로 이동했다.

채석장, 광산이 있는 산악 지대였다.

"이걸 하나씩 들고 따라오시면 됩니다. 빨리빨리 움직이세요. 늦으면 곤란하니까요. 해가 저물면 다시 와서 옮기기가 어렵습니다."

끝도 없는 개미 떼의 행렬처럼 군중은 돌덩이와 광물을 등과 머리에 이고 운반을 했다.

위드가 점찍어 놓은 목적지는 풀 한 포기 자랄 수 없는 넓은 황무지였다.

모라타의 성벽과 건축물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먼 거리.

일꾼의 행렬은 금세 10만 명을 넘었고, 모라타에서 꾸역꾸역 나와서 계속 산악 지대로 향했다. 돌과 나무 등 필요한 자재를 채취해서 뒤를 따라왔다.

초보자들의 좋은 시절은 이것으로 끝나고, 이제부터는 충실한 일꾼이 되어야 했다.

★★★★★★★★★★★★★★★★★★★★★

"땅값도 싸고... 나중에 오를 일도 없는 이런 장소가 조각품을 놔두기에 딱 좋지."

위드는 황무지가 제법 마음에 들었다.

조각품은 지형과 자연환경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위드가 설계한 주제의 조각품들은 척박한 장소에서 시작해야 효과가 더 높게 발생할 수 있었다.

조각품들이 자리 잡을 수 있는 광대한 면적, 정말로 사상 최대의 공사를 필요로 했다.

"돌을 더 올리세요!"

"이곳은 지반공사를 더 튼튼히 해야 합니다. 땅을 더 깊이 파내고 시작합시다."

일꾼들이 돌산과 깊은 숲으로 투입ㅂ되어서 자재를 운반해왔다.

위드를 믿고 조각품을 제작하는 데 같이 참여하기로 한 유저들의 숫자는 이제 셀 수도 없을 정도였다.

로자임 왕국 출신의 유저, 중앙 대륙에서 건너온 레벨이 좀 높은 유저들만 해도 다단한 인원이었다.

거기에 풀죽신교를 대표로 하여 모라타에서 시작한 초보자들이 대거 합세하니 황무지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졌다.

위드가 지정한 장소의 땅을 파내고, 운반해 온 바위를 높이 쌓았다.

만리장성, 피라미드, 운하를 파내는 것처럼 엄청난 규모!

역대 왕들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실행했을 거대한 토목 사업이었다.

"너도 빨리 자식들 데리고 와서 일해."

"음머어어어어어."

누렁이도 새끼 소들과 같이 산더미 같은 바위와 진흙을 운반했다.

공사 장소에 쌓여 가는 각종 재료들!

매일 바위와 흙더미가 작은 산처럼 형성될 정도였다.

"도대체 뭘 만들려고 하는 걸까?"

"몰라. 일단 재료들을 모아 주면 뭐라도 만들겠지."

위드와 같이 조각품을 만들고 싶었던 유저들은 인근의 쓸만한 큰 돌은 닥치는 대로 채취해 왔다.

아르펜 왕국이 건국되고 나서 최초로 위드가 진행하는 사업인 만큼 많은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다.

모라타와 도로를 연결하고, 건축가 유저들은 땅을 고르며 광장을 지을 터를 닦았다.

위드는 32개의 조각품을 만들 수 있는 작업 구역을 정했다. 혼자서 전체를 관리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제자를 모집해야 되겠어."

서른두 곳이나 되는 대형 작업장에서 전부 혼자 조각을 할 수는 없었다.

조각상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전에 누군가 최소한의 손질을 해 준다면 일이 편해진다.

위드는 베르사 대륙 최고의 조각사로서 모라타의 성문에 구인 광고를 냈다.

위드가 제자를 구함

안녕하세요.

조각사 위드가 즐겁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황무지에서

같이 조각품을 깎을 제자를 찾습니다.

매일 하루 21시간씩 조각품을 만들고, 3시간 동안 심부름 

할 수 있는 분.

시급 4쿠퍼.

단, 사흘의 수습 기간에는 절반의 급여만 지급.

조각품을 만들다가 부상 시 붕대 지금 안 됨.

휴일 없음.

야간 추가 근로 수당 없음.

숙식 제공ㅡ하루 세끼 풀죽, 작업장 아무 곳에나 누워서 자면 됨.

월 2회 토끼탕 회식 있음

단, 토끼는 직접 잡아 와야 함.

상시 모집.

조각 경력자 우대.

초보도 상관없음.

재능보다는 성실하신 분을 필요로 합니다.

최악의 근로조건!

그럼에도 위드의 제자라고 하니 다시 찾아오지 않을 기회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설마 진짜 이렇게 쓴 대로 하겠어?"

"난 그렇더라도 제자가 될래. 기술을 배워 놓으면 써먹을 수 있잖아."

초보자들부터 고위 마법사까지 가리지 않고 지원자들이 구름처럼 모였다.

위드는 10명씩 간단한 면접을 봤다.

"조각술은 알고 있습니까?"

"네!"

"조금 전에 배우고 왔습니다."

위드의 앞이라서 지원자들은 숨도 제대로 크게 쉬지 못하고 긴장하고 있었다.

모라타에는 조각사의 꿈을 가지고 시작한 유저들도 많이 있었다.

그들은 조각사에 대한 큰 포부나 예술관에 대한 질문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미리 준비를 해 왔다.

"조각품을 깎다가 비가 오거나 공복일 때에도 작업을 계속할 수 있죠?"

"예? 물론... 악천후가 좀 있고 몸이 좀 힘들더라도 참고 계속할 생각으로 오긴 했는데요."

"합격!"

조각술 스킬을 가지고 있지 않은 완전 초보자들도 지원했다.

"팔다리 멀쩡하고... 시간 많이 있죠?"

"예. 백수라서 남는 게 시간인데요."

"합격!"

순식간에 700명의 제자들을 뽑아 버린 위드!

실력이 미숙한 조각사들은 위드가 시키는 대로 바위를 손질하는 일부터 맡았다. 

완전 초보자들은 그들을 돕는 역할로 심부름을 하면 되었다.

★★★★★★★★★★★★★★★★★★★★★

중급의 조각술을 익히고 있는 유명한 유저 뎁스도 제자로 지원했다.

로디움에서 북부로 이사를 와서 모라타에서 조각사로 명성을 날리고 있었다.

"평소에 흠모하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조각품은 자주 만들면 실력이 늘어나게 되니까, 일을 많이 하면 돼."

"어떤 일이든 시켜만 주세요."

뎁스를 비롯하여 실력이 괜찮은 조각사들은 조각상을 다듬는 역할을 맡았다.

재료가 높이 쌓이면 위드가 지시하는 대로 외관을 다듬으면서 조각상의 기본적인 형태를 잡았다.

"이 정도면 일을 시작할 만하군."

위드는 제일 먼저 사람처럼 형태가 잡힌 거대 조각상에, 조각칼과 모루와 정 같은 작업 도구를 꺼내고 매달렸따.

등에서는 빛의 날개가 활짝 펼쳐지면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잔뜩 자아냈다.

"기술이 과하게 들어갈 필요는 없겠지. 조금 투박하더라도 원형에 충실하게 해야 돼."

땅! 땅! 땅!

돌을 깎으면서 조각을 개시했다.

위드의 조각술이 고급 8레벨인 만큼 돌이 가진 재료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개울가에서 수백 년간 구르던 자갈돌처럼 매끈하고, 높은 산에 있는 큰 바위처럼 웅장한 면이 표현되었다.

공중에서 단단한 바위를 조금씩 정교하게 깎는 건 인내와 체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아름다움을 향한 열정과 노력으로 조각품이 탄생한다.

예술의 숭고함이란 노가다와 고난에서 탄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중에 커서 자식을 낳으면 절대 조각사는 시키지 말아야 되겠어!"

위드는 왜 부모들이 자신의 직업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으려고 하는지 이해했다. 경험해 봐야 제대로 알 수 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니었다.

로열 로드에서도 이렇게 힘들고 위험한데, 현실에서 평생 조각품을 만든다면 얼마나 거친 인생을 살아야 되겠는가.

물론 그 인생 자체가 멋지고 존경할 만한 가치도 있겠지만, 자식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적당히 죄짓고, 남한테 피해도 주고, 공부 열심히해서 성공하는 게 최고지."

부모들의 마음이란 다 똑같은 것.

위드가 가끔 아래를 내려다보면 지상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황무지 일대에는 도로가 놓이고, 조각 재료들이 흙더미 바위 더미 옆에 쌓였으며 광장에도 벽돌을 깔고 있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조각상의 개수에 따라서 대리석 건물까지 건축되고 있었다.

다들 무엇을 만드는지도 모르지만, 위드의 지시에 따라서 엄청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걸 다 해 놓기 전에는 쉴 틈도 없겠군."

다른 작업보다 늦어지면 안 되기에 위드는 바위를 계속 깎았다.

그가 조각을 할 때에는 와이번들과 빙룡, 불사조가 구경을 했다.

"왜 또 왔냐. 가서 사냥이나 하지."

"주인, 주인! 오늘은 말을 2마리 먹었다."

"배부르겠다. 바쁘니까 가라, 좀."

"맛있었다. 말고기는 만날 먹어도 맛있는 거 같다. 주인."

"그래, 맛있는 거 알아. 그러니까 다른 데로 가."

은새는 가끔 진지한 고민도 늘어놓았다.

"황금새가 자꾸 날 보는 시선이 이상해요, 짹짹. 근데 꼭 싫은 건 아니고요."

불사조는 한낮에 더울 때 와서 바싹 달라붙었다.

"주인, 조각품이 멋진 것 같다."

딱히 용건도 없으면서 활활 타오르는 뜨거운 몸을 들이대며 조각품을 가까이에서 구경하다가 가는 것이다.

위드의 짧은 인내력은 벌써 밑바닥을 완전히 드러냈다.

그때 와삼이가 날아왔다.

"주인, 오늘은 말을 3마리 먹었다. 이러다가 살찌면 어떻게 하지?"

조각 생명체들은 요즘 들어서 위드와 같이 보내는 시간이 적어서 서운했다.

그렇기에 자꾸 와서 조금이라도 더 위드 곁에 있으려고 투정을 부리는 식이었다.

그리고 조각 생명체들로서 위드가 만드는 예술품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것도 사실이었다.

"와삼아."

"주인. 말해라."

"오래오래 같이 살자."

"알았다, 주인."

하지만 위드는 화를 풀기 위해서 때리거나 하지 않았다.

나중에 오래오래 힘든 일, 어려운 일에 부려 먹으면서 조각 생명체들과 같이 지내다 보면 해결될 문제였으니까.

★★★★★★★★★★★★★★★★★★★★★

모라타 군중의 기대는 엄청났다.

"저 방대한 규모를 좀 봐. 대체 뭘 얼마나 지으려고 저렇게까지 넓게 하는 걸까?"

"왕궁 지으려는 거 아니야?"

"정말 그럴 수도 있겠는데?"

위드는 광장에, 대리석으로 건물까지 세웠다.

만들려고 하는 조각품의 숫자에 맞춰서 32개의 건축물이 지어지고 있었지만, 그것들은 자세히 보면 일반적인 왕국과는 형태가 많이 달랐다.

그다지 호화스럽지도 않았으며, 그저 대리석으로 기둥들을 줄줄이 세워 놓고 지붕을 씌워 넓고 큰 공간을 만드는 방식이었다.

돌과 흙은 근처에서 파낼 수 있었지만 대리석은 당연히 공짜가 아니었다.

북부의 다른 마을에서 구입하면서 아르펜 왕국의 국가 예산도 소모되고 있었다.

위대한 건축물 3개를 세워도 될 만큼의 자금이 이 공사로 빠져나갔다.

사람들은 도대체가 너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무슨 조각품을 만들려는 것이기에 이렇게 거창해?"

"여기에 아르펜 왕국의 재정을 다 투입해서 바로 몰락해 버리는 거 아니야?"

공사의 규모로 볼 때, 그야말로 돈을 쏟아붓는 꼴이다.

왕국 주민들의 충성도가 지금은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치안 역시 높았다.

모라타와 바르고 성채의 미래는 매우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세상일이란 모르는 것이 아니던가.

국가재정이 과하게 소모되면 그다음 수순은 당연히 세금 인상이고, 그러면 주민들과 유저들의 불만을 감당해야 될 것이다.

게다가 어쩌면 세금 인상이 한차례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치안이 악화되어 생산량이 감소하고 도적 떼가 들끓게 된다.

자칫 아르펜 왕국이 잘못되는 건 아닌지, 유저들이 더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위드가 마른 수건도 쥐어짜서 다시 말려 쓰는 방식으로 예산ㅇ늘 최대한 절감하여 추가적인 공사 비용이 들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었지만 이미 투입된 돈만도 미증유의 거액이었다.

다른 도시에는 있지도 않은 위대한 건축물을 3개는 세울 자금 규모의 투입이라니, 공사에 대해 납득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차라리 왕궁이나 군사시설을 짓는다면 이해라도 하겠지만, 이런 자금을 들여서 조각품을 탄생시키다니!

위드의 조각품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몰리고 있을 때, 어렴풋이 조각상의 얼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봐도 특별할 것 없이 평범하게 생긴 여자의 조각품이었다.

멋지고 대단한 작품을 기대하며 돌과 흙을 나르고 작업에 참여한 유저들로서는 어깨에 힘이 빠졌다.

"고작 이걸 만들려고 이렇게 대작업을 하는 거였어?"

"말도 안 돼. 위드가 만든 얼음 미녀상만 하더라도 엄청 예쁜데."

"프레야 여신상도 예쁘잖아."

위드의 조각품들은 모라타의 유저들에게 대단한 긍지이고, 볼 때마다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새벽안개를 헤치고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받을 때의 프레야 여신상은 정말로 황홀할 정도였다.

그런 위드가 모라타 유저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가면서 만들어 낸 조각품이 평범한 수준이라니, 믿기지가 않았다

"이건 완전 실패작이잖아."

"어쩌겠어. 위드라도 조각품이 매번 성공한다는 법도 없지, 뭘."

"그렇게 보기에는 실력이 엄청 퇴보했네."

"에이. 난 그냥 사냥이나 갈걸 그랬다. 이렇게 대공사를 벌여서 저런 졸작을 창조해 낸다는 건 돈 낭비, 시간 낭비였어."

유저들 사이에 실망과 우려가 생기려고 했다.

고된 작업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했고 기대도 많이 했는데 작품이 너무 평범한 수준이었다.

"고작 저 정도라면 배울 것도 없겠다."

제자로서 참여하던 조각사들 중에도 불만을 품고 일을 그만두는 이들이 속출했다.

모라타의 뒷골목에서는 은밀하게 흉흉한 소문도 돌 정도였다.

"바드레이한테 죽고 나서 조각술도 감이 떨어졌나 봐."

"위드의 조각품도 알고 보니 별 볼일 없네. 그동안은 그냥 운이 좋았던 거 아니야?"

풀죽신교의 눈초리가 무서워서 드러내 놓고 떠들지는 못 했지만, 모라타에 온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은 위드에 대한 비난도 했다.

세상의 인심이 각박하다는 걸 드러내는 것처럼, 위드가 조각품을 만들기로 한 계획을 밝히자 열렬한 환호를 보냈던 군중이 차갑게 등을 돌리고 돌아서고 있었다.

대작업에 어마어마한 자금과 인원을 동원한 만큼 작품의 가치에 따라서 비난과 실망을 사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조각사로서의 무거운 짐과도 같은 일.

"어쩌려고 저러시지?"

"이번 건 우리가 보기에도 조금 별로인 것 같기는 한데요."

이리엔, 수르카도 작품을 만들기 위해 석상에 매달려 있는 위드를 보며 안타까웠다.

저렇게 고생을 하는데 사람들은 기대보다 떨어진다고 쑥덕거리고 있었다. 이럴 때에는 당사자인 위드의 마음이 가장 아프지 않겠는가.

위드는 불신을 받으면서 첫 번째 조각상의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별 기대도 없이 광장에서 그 광경을 올려다보았다.

위드가 마지막으로 조각상의 쌍커풀을 완성하는 순간!

『 여신 헤스티아의 신상이 탄생하였습니다.!

고대부터 베르사 대륙을 수호하던 헤스티아.

불과 화로를 관장하던 그녀는 가정적이며, 창조적인 능력을 사랑한다.

그녀의 신상이 전쟁으로 파괴되고 난 이후로는 드워프들의 말과 인간

들의 기록에 의해서만 그 존재가 알려져 왔다.

베르사 대륙의 인간과 드워프들을 보살펴 온 여신 헤스티아의 완전한

석상을 복원시킨 것은 종교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역사가 기록되고 난 이후에 최초로 완성된 헤스티아의 여신상입니다.

여신 헤스티아의 신상을 감상하여 하루 동안 생명력과 마나 회복 속

도, 체력의 최대치가 35% 증가합니다.

불과 관련된 정령술, 마법, 공격 스킬의 효과를 11% 높입니다.

종교적인 조각ㅍ무을 감상하여 신앙 스텟이 영구적으로 7 증가합니다.

조각사와 화가, 음유시인의 예술 스텟이 영구적으로 9 오릅니다.

예술 계열의 직업에 대한 헤스티아 여신의 축복이 비정기적으로 발생합니다.

주변 일대에서 인간과 드워프의 불을 다루는 능력이 13% 향상됩니다.

마법사들의 화염 계열 마법에도 4%의 확률로 꺼지지 않는 불꽃의 효과가 부여됩니다.

고대의 작품 탄생법으로 예술 스텟이 영구적으로 6 높아집니다. 』

여신 헤스티아의 신상!

단지 완성된 조각품을 밑에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스탯이 마구 올랐다.

"위드가 만든 조각품이 헤스티아의 신상이었던 거야?"

"우와왓, 끝내준다!"

그래도 위드를 믿으면서 작품의 완성을 지켜보던 사람은 스탯을 얻는 효과를 누렸다.

조각품의 재료를 운반해 오고 기반을 다지고 있던 사람들도, 순간 어깨에 지고 있던 무거운 짐이 새털처럼 가볍게 느껴질 정도로 기쁜 소식이었다.

띠링!

-헤스티아 신상이 완성되면서 아르펜 왕국의 지역 정치력이 확장됩니다.

드워프들과의 관계가 개선됩니다.

새로운 종교의 영향은 주민들에게 긍정적인 희망을 안겨 주게 될 것입니다.

헤스티아 여신상이 만들어졌다는 말을 듣고 모라타에서도 사람들이 마구 찾아왔다.

"과연 조각사 위드야. 조각술의 신이야, 완전!"

"내가 돌덩어리 일곱 번이나 옮겼다니까! 저 석상 만드는데 나도 엄청 고생을 했어!"

"난 처음부터 위드 님이 하는 조각품이라면 무조건 믿고 있었다니까."

"이럴 게 아니라 빨리 돌 나르러 가자."

"일한 후에 마시는 풀죽의 맛은 최고지."

초보들 외에도, 일을 하기 위해 모라타에서부터 달려오는 지원자들이 끝도 없이 늘어났다. 하루 만에 지원하는 인부가 30만 명이 넘어갈 정도였다.

헤스티아의 신상을 만드는 데 역할을 한 사람은 여신의 축복을 특별히 더 받았다.

신앙심이 더 늘어나고, 힘과 인내력도 약간 향상되었따.

아르펜 왕국에 대한 공헌도마저도 늘어났으니 이런 일감은 다시없는 기회!

드넓은 공사 구역에 돌이 산더미처럼 쌓여 갈 정도였다.

"곡괭이질은 이렇게 체중을 이용해서 하는 겁니다."

"돌덩어리는 등에 짊어지고 허리를 굽히는 편이 운반하기가 쉬워요. 그다음에는 무조건 앞만 보며 가는 거예요."

"무리해서 한꺼번에 너무 많이 짊어지려고 하지 마세요. 무겁게 한 번에 나르기보다는 두 번,  세 번 나누어서 나르는 편이 더 빨라요."

로자임 왕국에서 피라미드를 만들 때부터 동원되었던 숙련된 유저들은 경험을 과시하면서 초보자들을 이끌어 줬다.

"힘들어요?"

"아니에요. 전 괜찮아요."

페일과 메이런도 오붓하게 석판을 나르며 다시금 애정을 과시했다.

수르카도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내심 인연을 기다렸다.

"이건 너무 커 보이는데, 부숴 드릴까요?"

"그러면 좋긴 한데... 가능하세요?"

"연환권!"

파바바바박!

맨주먹으로 바위를 부수는 수르카!

웬만한 남자들은 자기들이 들지도 못하는 무거운 돌을 번쩍번쩍 운반하는 그녀에게 감히 말도 붙이지 못했다.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사제님."

이리엔은 다른 사제들과 같이 고된 일을 하는 유저들에게 축복을 걸어 주면서 대환영을 받았다.

돌을 나르는 일꾼들이 쉬어 갈 만한 장소마다 요리사들이 나와서 풀죽을 제공했다.

대대적인 노동력 투입을 통해, 매일 지형이 바뀔 정도의 엄청난 공사가 펼쳐지고 있었다.

★★★★★★★★★★★★★★★★★★★★★

벤트 성!

니플하임 제국의 수도 모드레드를 지키기 위한 중요한 관문 중의 하나였다.

제국의 수도가 완전히 무너지고, 북부가 얼음과 몬스터로 뒤덮이고 난 이후에 얼마 남지 않은 기사단과, 군대가 할 수 있는 건 성문을 걸어 잠그고 주민을 지키는 것이었다.

"이곳을 목숨으로서 지킨다. 언젠가 니플하임 제국은 다시 일어설 것이다!"

제국의 기사단은 몬스터들과 싸우면서, 어렵게 성을 보호했다.

혹독한 빙하의 폭풍이 불던 시절. 그나마 북부의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장소는 벤트 성이 유일하였다.

얼마 안 되는 땅을 일구고, 식량을 자급자족하면서 몬스터를 경계하면서 살아왔다.

북부 대륙이 다시 온화한 기후를 되찾았지만, 그들의 성문은 열리지 않았다.

"북부는 위험하다. 그리고 니플하임 제국을 계승하는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다."

기사단과 병사들이 다스리는 벤트 성!

그 사이에 북부의 다른 지역이 개발되고, 모라타가 프레야 여신의 축복을 받으면서 농작물을 많이 수확하고 있었다.

모라타의 식료품의 가격이 저렴하게 유지가 되면서, 그곳의 식량은 받은 마을의 출생률은 기적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북부에는 사냥꾼과 전사들이 매우 많이 흩어져서 살았다.

추운 기후에 얼어 죽고 몬스터에 투쟁하며 살던 주민들이 아이를 낳아 기르게 된 것이다.

작은 부략이 마을이 되면서 커지는 곳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모라타의 지역 정치 영향력등이 증가하고 있었다.

벤트 성에도 그 변화의 물결이 찾아왔다.

"저기... 식료품을 팔러 왔는데요."

모라타에서 온 초보 상인 가몽이었다.

"저리 썩 꺼져라!"

벤트 성의 기사들은 야박하게 내쫓았다. 하지만 가몽은 그런 대접이 익숙했다.

그는 명성이 높지도 않았고, 교역 경험이 많지도 않았던 것이다.

북부에서 상인이 활동하기란 썩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모라타에서 나오는 방대한 특산품을 가지고, 중앙 대륙으로 가면 좋은 대우를 받을 수가 있었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모라타와 중앙 대륙을 오가면서 교역을 하거나, 아니면 모라타에서만 유저들을 상대로 장사를 했다.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짭ㅉ발해서 북부를 교역 마차를 끌고 돌아다닐 생각은 잘 하지 않았다.

상인들에게는 위험한 몬스터들이 많이 돌아다니는데, 그에 비해서 도로는 뚫려 있지 않아서 이동이 힘들었던 것이다.

북부의 다른 마을들은 발전도도 느려서 모라타처럼 특산품이 개발되어 있지도 않아 더욱 이득이 적었다.

"하지만 상인의 길은 남보다 먼저 뚫는 교역로에 있다고 했어!"

가몽은 안락함을 추구하는 다른 상인들처럼 성장하고 싶지 않았다.

모라타의 존경 받는 대상인들은 주로, 도시가 커지기 전에 와서 장사를 시작한 인물들이다.

다행히 모라타에는 풍부한 산물들이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이것을 북부를 돌아다니면서 팔면 어떨까 싶었던 것.

잡템을 거래하고, 멀고 먼 중앙 대륙과 오가면서 벌어들인 재산을 털어서 가몽은 북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일단 맛이라도 한 번 보세요."

가몽은 올리브와 와인, 쌀을 기사들에게 다섯 보따리씩 주고 나서 물러났다. 그리고 남은 식료품은 주변의 작은 마을들을 돌면서 나누어주었다.

식료품들은 유통 기한이 있어서 오래 놔두면 상해버렸던 것이다.

큰 재산상의 손실만을 얻은 거래!

가몽은 그럼에도 희망을 가졌다.

"모라타는 갈수록 커질 거야. 그리고 북부에도 사람들이 사는 곳이 늘어나면 교역은 활성화 될 거야."

모라타에서 돈을 벌면, 식량 마차를 끌고 장사를 하며 북부를 돌아다녔다.

몬스터를 만나서 몽땅 털리거나, 공짜로 나누어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운 좋게 여행자나, 전사들의 무리, 다른 영주의 마을에서 판매를 하기도 했지만 수익이라고 할 수는 없을 정도였다.

"야야. 그거 미친 짓이야. 하지 마."

"돈 모아서 모라타에 상점 하나만 내. 그러기만 하면 그 다음부터는 놀고먹어도 된다니까."

상인들은 술집에서 만나더라도 다들 말리기만 했다.

가몽은 그럴 때마다 모라타의 밤을 밝혀주는 빛의 탑을 보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나는 큰 교역 상인이 될 거야. 1000대를 끌면서 거래하는..."

그렇게 몇 개월 이상을 북부를 돌아다녔다.

돈은 벌지 못하였지만 작은 마을들을 잇는 빠르고 안전한 길을 발견하고, 현지의 주민들과 친해진 것이 소득이었다.

"벤트 성에 가보고 싶다고?"

어느 산골 마을에서 식량을 나눠주고 있는데, 주민 중의 할머니가 말했다.

"예. 아 그런데 거의 포기하고 있어요. 어차피 쉽게 될 일도 아닌 거 같고요ㅣ."

"그곳의 경비병이 손자인데... 아마 밤에 오르데라는 내 이름을 대면 들여보내 줄 거야."

띠링!

-벤트 성에 들어갈 수 있는 정보를 획득하셨습니다

가몽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북부에서 누구도 방문하지 못하던 성을 처음으로 들어가 본다!

다른 직업들이라면 그곳에서 얻을 수 있는 퀘스트에 관심이 많겠지만, 그는 상인이었다.

장사를 위하여 그곳에서 뭘 구매하고, 팔 수 있을지에 대하여 궁금했다.

가몽은 이틀 후의 밤에 벤트 성에 도착했다.

"음... 자네가 이 근처에서 식량을 나누어주는 착한 일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할머니의 부탁이 있었다면 들여보내줘야지."

벤트 성에서는 과거 니플하임 제국 시절의 유물이 간직되어 있었다.

상점의 교역품으로도 그 당시의 기술을 고스란히 가진 상품들이 나왔다.

"나... 난 이제 대상인이다!"

가몽은 크게 소리를 지르며 기뻐했다.

벤트 성의 물품을 가져다가 다른 곳에 팔 수 있다는 것은 교역으로 큰 돈을 벌어들일 수 있따는 보증수표와도 같았다.

거기에다가 경쟁자도 없는 독점 판매!

독점이 언제까지 지속이 될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가몽이 성공한 이상 다른 상인들도 벤트 성의 문을 두들길 것은 분명했다.

설혹 독점 기간이 끝나더라도 그동안 쌓아놓은 친밀도나 인맥, 상품에 대한 정보들이 자산이 될 수 있었다.

가몽은 벤트 성의 우수한 세공품과, 갑옷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을 해서 모라타에서 판매했다.

벤트 성은 그동안 닫혀 있던 곳이었기 때문에 세공품과 갑옷의 가격의 시세가 낮게 유지가 되었다.

모라타에서는 막대한 양의 식료품을 구입을 해서 벤트 성으로 왔다.

"자. 모라타의 특산품! 양고기와 맥주, 쌀, 토마토, 포토, 치즈, 와인, 야자 술을 정말 싸게 팔아요! 어서 와서 사가세요!"

"상인님. 이거 얼마에요?"

"4쿠퍼만 주세요. 덤으로 밀도 조금 더 드릴게요."

광장에서 판매를 하면 순식간에 동이 나버렸다.

-벤트 성의 주민에게 싼 가격에 식료품을 판매했습니다. 

 교역 명성이 24 오릅니다.

 매력이 3 증가합니다

가몽은 먼 미래를 생각해서 식료품은 거의 마진을 남기지 않고 팔았다.

구입가에 비해서 최소 서너 배를 더 받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거래 자체가 이득이었다.

모라타에 많은 식료품을 팔면서 이렇게 명성과 스탯, 친밀도까지 얻을 수 있는 기회란 지금 뿐이었다.

그리고 벤트 성의 상점에서 구매를 할 때에는 바로 반응이 왔다.

"좋은 상인 가몽이로군. 당신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었소. 이건 여간해서는 잘 팔지 않는 물거인데... 한 번 보시겠소? 참 그리고 당신에게는 판매하는 수량도 조금 늘려주겠소."

상인으로서 돈이 있다고 물건을 무한정 구입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무기나 방어구 등에는 정해진 수량이 있었는데, 그것이 대폭 늘어나게 됐다.

"에헤헷 부자다. 부자!"

가몽은 교역으로 큰 돈과 명성을 얻게 되었다.

초보 상인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부가 교역을 할 때마다 축적되었다.

상인으로서 위엄을 뜻하는 뱃살도 볼록하게 나와서 걸을 때마다 출렁거렸다.

그것이 가몽 혼자만의 이득도 아니었다.

모라타에서는 재배하고 가공하는 식료품의 판로가 확대되는 효과를 가졌고, 벤트 성은 당장 치안이 좋아지고 출생률이 높아졌다.

상인이 지역 안정에 큰 이바지를 하는 것이었다.

교역이 이루어지면서 벤트 성의 폐쇄성도 조금씩 풀리게 되었다.

"고블린의 말에 따르면 조각사 위드라는 사람이 대단한 모험을 성공시켰다더라고. 거짓말을 잘하는 고블린의 말이라서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 그런데 위드에 대해 모르는 건 우리뿐이라고 놀라더군."

"길 잃은 인간이 지금의 따뜻한 기후는 위드의 모험 덕분이라는데 과연 정말일까?"

"우리가 존경하는 니플하임 제국의 황실의 명예를 되찾아준 사람도 위드라는 헛소문이 많이 들리는 것 같아."

"벤트 성보다 남쪽에 모라타라는 도시가 크게 번성하고 있다는데 그게 정말은 아니겠지?"

"아르펜 왕국이 건국됐다고? 글쎄... 요즘 들어서 계속 위드와 모라타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씩 벤트 성의 주민들도 위드에 대해서 알아갔다.

"떠돌이가 말했는데 위드가 엄청난 신상들을 만들고 있따지. 그 신상들로 인하여 모라타는 놀라운 도시가 되고 있다더군."

"우리들이 먹고 있는 식량이 모라타에서 재배가 된 것이라는데... 그곳의 밀로 구운 빵은 아주 고소해."

★★★★★★★★★★★★★★★★★★★★★

"이곳이 작업실을 운영하기에 적당하겠군."

대장장이 헤르만은 드워프의 왕국 쿠르소를 떠나서 모라타에 왔다.

대장장이 마스터에 도전할 뿐만 아니라, 궁극적인 목표로 최고의 검을 만들고 싶어 하는 헤르만.

그는 많은 것을 따져 보고 이곳으로 왔다.

"헤스티아의 대장간과도 거리가 가까워서 도움이 많이 되겠어."

쿠르소에서는 양질의 철과 희귀 금속이 풍부하게 공급되었다.

드워프 대장장이에 대한 대우도 좋은 편이었다. 쿠르소에서 대장간을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만드는 장비의 가격을 다른 곳보다 2~3배씩은 더 받았다.

하지만 여러 편의에도 불구하고 헤스티아의 대장간이 지어지자 더 훌륭한 생산물을 만들기 위해 5대 대장장이 중의 1명인 헤르만이 모라타로 온 것이다.

그 혼자만이 온 것도 아니고, 다른 드워프 대장장이 상당수가 이주에 동행했다.

드워프들은 땅 보러 다니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곳도 좋아. 평탄하고 넓은 땅이군. 주택과 대장간을 같이 지을 수도 있겠어."

"캬하! 이곳의 맥주 맛이 기가 막히다던데. 집부터 짓고 마시러 가야지."

"인간들이 빚은 맥주가 다 거기서 거기지 않겠어?"

"마셔 보지 않고서는 모르지. 맥주 맛이 좋으면 강철을 두둘길 때에도 도움이 될 거야."

드워프 대장장이들은 손재주와 재료를 다루는 능력 덕분에 쓸 만한 건축 기술도 가지고 있었다.

헤스티아의 대장간과 가까운 장소의 땅을 사려고 했는데, 개발되지 않은 공터들이 벌써 널찍하고 평평한 형태로 조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땅값은 최소 4,500골드에서부터 시작!

"근데 땅값이 왜 이렇게 비싸!"

"여긴 번화가도 아닌데. 이상하게 비싼 가격이군."

"그렇다고 사지 못할 정도도 아니기는 하지만......"

드워프들은 구시렁거리면서도 관청으로 가서 토지를 구입했다.

위드는 헤스티아의 대장간을 건설하기로 했을 때부터 생각을 해 놓았다.

'여긴 최고의 역세권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는 장소야.'

땅 투기는 남들이 상상하지도 못할 시점에 해야 한다.

위드는 일대의 땅 소유권을 가지고 부지 조성까지 끝내 놓고, 돈 많은 드워프 대장장이들의 이주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위대한 건축물인 헤스티아의 대장간을 짓기로 했을 때부터 투자금 회수까지 염두에 두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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