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신들의 정원
위드의 즉위식에는 모라타와 바르고 성채 그리고 북부의 유저들 전체가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모라타에만 수백만 명이 넘는 유저들이 있지만, 언제 어디서 하는지 전혀 홍보가 되지 않았다.
헤르메스 길드 하벤 왕국 바드레이의 휘황찬란한 즉위식과는 달리, 고작 30골드라는 푼돈으로 간략하게 진행되어 버린 즉위식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잔잔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위대한 건축물 건립에는 수백만 골드를 아깝지 않게 여기면서 가장 영광된 순간에는 30골드라는 돈밖에 지출하지 않다니.
"이런 거... 무슨 동화에서나 보던 선정을 베푸는 국왕이 하는 거잖아."
"캬하! 다르긴 다르다. 자기를 돋보일 수 있는 행사는 작게 치르면서, 주민들을 위하는 데에는 목돈을 안 아끼네."
"그러니까 마을을 성장시켜서 국왕까지 된 거지. 나는 그럴 줄 알고 있었다니까."
위드의 의도와는 다르게 훌륭한 통치자로서의 마음씨라는 칭찬이 자자하게 퍼지게 되었다.
★★★★★★★★★★★★★★★★★★★★★
위드는 신상을 조각하는 장소의 이름을 신들의 정원이라고 정했다.
조각품만을 만드는 게 아니라, 신전도 짓고 호수도 파고 주변에는 꽃과 나무를 심어서 조경에도 신경을 썼다.
예전이었더라면 분명히 조각품만 덩그러니 놔두고 말았을 것이다.
사실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데에는 조각품과 건축물뿐만 아니라 광활활 정도로 넓은 정원 조성 사업에도 이유가 있었다.
자연과의 친화력을 올리기 위해서는 꽃과 나무를 가꾸는 것이 필요했다.
숲이나 산에서 잘 자라고 있는 나무를 그냥 봅아 와서 옮겨 심는 건 의미가 없다.
절벽 중턱이나 바위 틈새 같은 곳에서 곧 말라 죽을 것 같은 식물들만 옮겨 와서 생명력을 왕성하게 도와주는 자연의 식물원을 완성한다는 계획.
메마르고 자갈이 많은 황무지에 이룩하기 위하여, 강에서 수로를 통해 물도 끌어와야 되었다.
엄청난 인부 투입과 그로 인한 노동력 착취로 이루어 내는 대사업!
"커허허헉........"
"잠깐 쉬었다가 하자."
"난 조금 더 갈 수 있을 것 같아."
"못 들었어? 로모모 님이 오전에 들고 있던 돌에 깔려서 사망하셨잖아. 쉬었다가 해."
"크흐흑. 어쩐지 그분이 안 보이시더라니."
초보자들은 무거운 짐을 나르다가 사망하기도 했다.
이곳에는 벌써 3개째의 신상이 만들어지고 있어, 성기사와 사제에게는 필수적인 방문 장소가 됐다.
신상을 보면 중요한 스탯인 신앙심을 올려 주고, 신성 마법과 전투 능력도 향상시켜 준다.
자신이 믿는 신의 조각품을 보고 기도를 하면 더 많은 혜택과 특별한 힘을 내려 주는 경우까지 있으니 더욱 열성적으로 신들의 정원을 찾아왔다.
"위드 님은 정말 우리 사제와 성기사를 위해 주는 것 같아."
"응. 우리를 위한 일을 많이 해 주시잖아."
위드는 딱히 어느 직업만 가려서 좋아하지는 않았다.
"아르펜 왕국에 쓸데없는 지역주의나 직업에 따른 차별은 필요 없어."
중앙 대륙에서 왔거나 북부에서 시작한 유저나 같았다.
어떤 직업의 유저라도 세금만 많이 내면 공평하게 존중할 뿐!
신들의 정원이 인터넷으로 퍼지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기초공사가 이루어질 때부터 게시판과 동영상, 스크린샷을 통하여 로열 로드의 유저들이 주목하고 있었다.
KMC미디어, CTS미디어 등의 방송국을 통해서도 소개되었다.
"모라타에 또 다른 조각품이......."
"지금까지 상상했던 그 모든 규모를 넘어설 정도의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중앙 대륙, 동부, 서부, 남부의 성직자들은 모라타로 찾아오기 위한 긴 원정길에 올랐다.
"신앙심도 늘리고... 신상도 보고 와야겠어요."
성직 계열의 직업들은 파티 사냥에서 핵심을 차지한다. 사제들의 축복, 보호 마법, 치료 능력에 따라서 파티원이 죽을 상황에서 죽지 않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제들끼리의 경쟁도 존재해서, 치료 마법 한 번에 생명력을 얼마나 채울 수 있는가도 민감한 부분이었다.
자신은 워리어의 생명력일 1,500씩 회벽시켜 줄 수 있는데 다른 사람은 1,730을 회복시켜 줄 수 있다면 받는 사람의 태도부터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파티 사냥을 뒷받침하는 직업이 사제이다 보니 그들의 자부심은 클 수밖에 없었다.
중앙 대륙에서 모라타까지는 꽤 먼 길이지만 그때쯤이면 더 많은 신상이 완공되었으리라 생각하고 사제들은 순례의 길에 올랐다.
말을 타거나, 상인의 마차를 얻어 타고, 배를 이용하여, 성직 계열의 유저들이 모라타로 대거 모이고 있었다.
"던전 사냥 갑니다. 지금 사제 구해요."
"레벨 200 이상 사제님 특급 대우 해 드립니다. 아이템도 2명 몫으로 가지게 해 드릴게요."
"실력 따지지 않고 사제님 있으시면 저희 파티로 모실게요. 원하시는 조건 있으면 최대한 맞춰 드립니다."
대륙의 다른 장소에서는 사냥을 가기 위해서 실력이 좋은 사제를 찾는 게 중요한 일이 되었다.
일부 지역은 사제들의 몸값이 크게 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
"이것으로 열네 번째 퀘스트를 마쳤군."
바드레이는 직업 마스터 퀘스트에서 가장 앞서 나갔다.
카잔카의 식인 괴물 퇴치 의뢰 완료!
그가 의뢰를 받으면 각 방송국에서 생중계에 들어갔다. 전투 영상은 동시간대에 최고의 시청률도 기록했다.
진행자들은 그의 힘과 스킬 운용에 대하여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할 정도였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싸울 수 있죠?"
"기가 막힐 정도로 허점을 잘 노렸습니다. 완벽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아마도 정말 무신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바드레이의 전투 능력은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인기와 명예, 헤르메스 길드에서 비롯되는 권력까지 가지고 있는 바드레이!
하지만 시청률이 가장 높았을 때에는 위드와의 전투가 벌어졌을 때였다.
바드레이도 위드를 이겼던 그 전투를 수업ㅄ이 다시 생각했다.
위드의 검이 그렸던 궤적, 헤르메스 길드의 전사들을 상대로 활약하던 모습들.
'공격 스킬의 사용은 정해 두지 않은 채로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라서 몸이 먼저 이끌어 간다.'
위드의 공격은 맹렬하고, 끊어짐이 없었다.
헤라임 검술에 대해서는 바드레이도 알고 있었지만, 여섯 번의 연속 공격까지가 최대였다.
그것만으로도 친위대에서는 대단하다고 우러러볼 정도였다.
그런데 위드의 경우에는 어쌔신을 상대로 열여섯 번까지도 성공시켰다.
바드레이로서는 그 움직임이 계속 떠오를 정도로 충격적인 일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위드의 다른 전투 영상들도 찾아봤다.
'투지로 몬스터를 놀라게 만들고 멈칫거리는 것을 이용하여 호흡을 끊어 버리는군. 몬스터보다 앞서서 공격을 하고, 옆으로 빠지면서 반격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연속 공격. 사방이 포위되었을 때에는 일부러 허점을 보이면서 뒤쪽의 몬스터가 공격하도록 반응을 유도하며 제압한다. 포위당해서 공격을 받을 때에도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게, 정말 익숙하게 수없이 맞춰 보기라도 한 것처럼 싸우는군. 도대체 어떤 전투를 얼마나 경험하면 저럴 수가 있지?'
일점 공격술은 본 드래곤에게 사용한 걸 봤으면서도 따라 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사실 하늘을 날고 있는 본 드래곤의 몸에 그대로 올라탄다는 자체만으로 웬만한 용기로는 저지를 수도 없는 미친 짓이다.
가까이 가지 않고, 멀리서 공격 스킬이나 쓰는 정도가 대다수의 유저들이 상식적으로 선택하는 행동이다.
위드는 본 드래곤과 와이번을 타고 공중에서 전투를 벌였다.
"스킬이나 레벨이 높다고 해서 이게 할 수 있는 행동일까?"
리치 샤이어와 싸울 때에도, 대부분의 시간을 오크, 다크 엘프 부대를 지휘하는 데 썼지만 결국 마지막 순간을 노려서 위드는 한 번의 공격을 성공시켰다.
모든 것을 걸었던 한 번의 공격에서 발견해 낸 적의 허점 공략!
위드의 전투는 보면 볼수록 대단하단 생각뿐이었다.
'만약 스킬이나 레벨, 장비를 다 제외하고 그냥 검을 들고 동등하게 일대일로 싸웠더라도 이길 수 있었을까?'
위드는 매우 빨랐다. 하지만 그때의 바드레이도 여러 가지 축복으로 속도가 빨라진 상태였다.
최고의 명마 린들린도 타고 있었다.
스킬의 반응속도와 범위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체로 동등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전투 내내 위드가 자신보다 한발 앞서 공격을 주도했다.
그가 노리는 방향은 가장 까다로운 경로였고, 심리적인 허점을 이용하며 두 번째, 세 번째의 공격까지도 연속으로 이어지곤 했다.
'그리고 그 수많은 변칙 공격들......'
위드는 검을 휘두르면서 흐름을 일으켰다.
빠르게, 빠르게, 느리게, 빠르게, 강하게, 느리게, 강하게, 빠르게, 강하게!
그냥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폭풍처럼 쏟아지는 공격에 정신없이 적응하려고 하면 어느새 다시 살벌하고 혼란스럽게 바뀌었다.
전혀 다른 성격의 여러 명과 싸우는 것처럼 리듬을 바꾸면서 몰아친다.
이게 멀리서 볼 때에는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직접 싸우는 사람에게는 미치게 만드는 공격인 것이다.
바드레이는 검술의 비기인 다른 하나의 검까지 쓰고 있었는데, 그것까지 감안하여 쳐 내면서 온통 두들겨 댔다.
그 현란함과 화려함 속에 숨어 있는 공격성은 무자비했다.
섬뜩함을 느낄 정도로 파괴적인 방식.
'생각보다 공격력이 약해서 다행이었어. 위험할 수도 있었다.'
피해가 덜한 공격은 그냥 맞아 주고서라도 강하게 반격을 가하려고 하면 어떻게 알았는지 먼저 반응을 해 버렸다.
'그런 전투를 몬스터에게도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바드레이는 자신의 전투법이 남보다 못하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
힘과 마나 분배를 잘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여 스킬의 위력을 이끌어 내며 효율적으로 사냥을 해 왔다.
그러나 위드가 보여 준 전투는 그보다 높은 단계였다.
전투를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끌어내면서 싸운다.
'괜찮은 시도가 되겠군. 사냥이 한층 재미있어지겠어.'
바드레이는 스스로 부족한 면을 일부나마 깨달았다.
직업 마스터 퀘스트를 위한 전투에도 반영해서 소득을 거두었다.
몬스터나 다른 기사와 싸울 때마다, 위드의 전투법을 참고하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허점을 잡기가 쉬워졌다.
'일점 공격술이란 것도 따로 어떻게든 연습을 해 봐야겠다.'
★★★★★★★★★★★★★★★★★★★★★
"빨리빨리!"
"붉은 돌이 세 수레 왔습니다!"
"여기 이쪽부터 깔아 주세요."
유저들이 신들의 정원 공사 현장을 가득 채웠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광장이 완성되었으며, 신전도 금방 세워졌다.
"역시 이 재미로군. 노가다는 다 같이 하니까 못 할 게 없어."
위드는 노가다가 보여 주는 마법 같은 공사 현장을 보면서 뿌듯했다.
이게 바로 권력의 맛이었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파내고 쌓으면서 작업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랐다.
"이 정도라면, 조각품만 완성된다면 다른 구조물들은 먼저 끝마칠 수도 있겠어."
위드는 라체부르그에서 봤던 신상을 만들었다.
세상에서 잊힌 신들의 경우에는, 조각상이 완성되면서 새로운 종교가 탄생하기도 했다.
조각사들도 어떤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지 알게 되자 진전이 빨라졌다.
위드가 손을 대야 하는 부분들을 남겨 놓고 시간이 많이 소모되는 하부의 조각을 했다.
"신들을 조각하는 작품에 참여할 수 있다니 이건 다시 오지 않을 기회야."
"응. 작품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얻는 게 많으니까."
제자들은 많은 업무량에도 불구하고 의욕이 솟았다.
"으아아아악!"
가끔 줄을 소홀히 매서 석상에서 추락하여 사망하는 조각사들도 생겨났다.
그렇지만 이번만큼이나 조각사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가졌던 기억이 없었다.
위드의 작품을 보조하면서 스킬 숙련도와 스텟, 명성도 많이 얻었기에 조각사 유저들은 기쁜 마음으로 밤을 꼬박 새웠다.
4개의 신상이 완성되었을 때에는 수십만 명이 넘는 유저들이 작업을 매일 도와주고 있었다.
6개의 신상이 만들어질 무렵에는 더 이상 조각 재료를 모아 올 필요도 없었으며, 광장에도 돌이 빼곡하게 깔렸다.
엘프들이 와서 정원에 야생화와, 각 신을 상징하는 꽃을 심었다.
10개의 신상의 작업이 마무리될 때쯤에는, 모라타와의 도로도 개통되었다.
군중의 참여로 인해 작업은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저쪽에는 야산이 있었는데......"
"아침에 싹 옮겼어."
"호수의 형태가 바뀐 거 같은데?"
"그냥 동그란 건 식상하다고, 공중에서 보면 모라타의 모습을 축소한 것처럼 해 놨거든."
부실 공사가 우려될 정도로 일대의 모습이 빠르게 바뀌었다.
신들의 정원의 기초공사가 마무리되자마자, 신전들에 사람들이 와르르 몰려가서 기둥을 세우고 외부 장식을 했다.
벽에는 위드가 조각한 신상을 참고하여 찬양하는 그림이 그려지거나 조각품이 새겨졌다.
"위드 님이 이번에 만든 신은 누구야?"
"여행과 시간의 신, 트로체트!"
"그게 누군데?"
"나도 몰라."
"또 모르는 신이 나타난 건가?"
"근데 지금 모험가와 학자 직업을 가진 유저들에게 퀘스트가 부여되었다더라. 트로체트의 신탁이라는 의뢰라던데."
위드가 신상을 만들고 나면, 모험가들은 그 신상에 대한 정보들을 입수해 왔다. 신상의 완공은 곧 관련된 신의 퀘스트와도 연결되었다.
"아하, 이게 트로체트 신을 의미하는 말이었구나!"
대도서관에 아무 근거도 없이 남겨져 있던 쪽지들이 설명이 되었다.
트로체트 신에 대한 내용으로,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문구들이 밝혀지면서 퀘스트의 완수!
신의 탄생으로 인하여 밝혀진 쪽지와 책자는 다른 연계 퀘스트와도 이어지게 되었다.
"크윽, 맥주 맛 죽인다. 다음에는 무슨 의뢰부터 할까?"
"헤스티아의 의뢰는 벌써 끝낸 거야?"
"응. 어렵지 않은 의뢰라서 금방 해치웠지!"
모험과 의뢰가 다시 모라타를 뜨겁게 했다.
신들의 정원에 신상이 만들어질수록 지역 정치에 대한 영향력이 늘어나고, 새로운 종류의 의뢰가 발생하며, 종교적인 혜택이 생겼다.
성직자와 사제는 행복한 비명을 질렀고, 모험을 원하는 사람들은 밀려드는 의뢰와 밝혀내야 하는 진실의 실마리를 가지고 길을 떠났다.
건축가들도 신전을 만들면서 그동안 쌓았던 실력을 발휘했다.
"너무 평범한 신전은 안 돼. 불과 화로의 여신인 헤스티아의 특성을 고려해야지. 드워프들도 편하게 올 수 있는 그런 장소로....."
"신전에서 맥주라도 팔면 안 되겠지?"
"꿀꺽! 그러면 장사야 잘되겠지만 어디 그렇게 할 수야 있겠는가? 신성한 불을 피울 수 있는 장소를 신전 중앙에 제단 형식으로 해서 놔두어야지."
"드워프들을 위하여 작은 의자도 설치해 두면 편할 것 같네."
위드의 연설과 조각품으로 빚어낸 결과이기는 하지만, 신전은 군중의 절대적인 호응을 받으면서 세워지고 있었따.
신전은 일단 건설되고 나면 아주 긴 시간 동안 무너지지 않고 보존될 것이다.
건축가들도 그런 건물을 지을 때에는 특별히 많은 명성과 스킬 숙련도를 얻었다.
그들은 군중의 도움에 힘입어 갖은 솜씨를 발휘하여 멋진 건물을 지었다.
모라타로 인하여 튼튼하던 아르펜 왕국의 재정은, 신들의 정원을 조성하면서 비축해 두었던 자금이 몽땅 소모되어 버릴 정도였다.
하지만 주민들은 그런 점에 있어서는 걱정하지 않게 되었따.
"요즘 들어서 유저들이 더 많이 늘어나고 있다지?"
"응. 초보자들은 정말 아르펜 왕국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잖아."
"초보자들만이 아니라더라. 중앙 대륙인아 다른 곳에서도 유저들이 매일 몰려오니까."
"하긴... 광장에서 거래되는 물건들이 별게 다 있더라. 아주 비싼 마법용품도 사람들이 금방 사 가 버리더라고."
신들의 정원을 보기 위하여 찾아온 성직 계열의 직업들이 문제였다.
그들은 혼자서도 왔지만, 친분이 있는 사람들과 같이 여행과 사냥을 하며 모라타에 도착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여기가 북부구나!"
"이곳에 요즘 의뢰가 많이 생긴다던데, 우리 이번에 한번 모험을 해 봐요."
"던전 탐험도 해 보죠."
사제와 성기사 들은 신들의 정원이 완전히 갖춰지기 전에는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모라타에서 지내다 보면 그들 중에서는 점차 북부의 들끓는 몬스터와 다양한 의뢰에 반하게 되는 사람들이 나오리라.
예술품, 공연으로 아름다운 도시 모라타에 빠져들면 다시 돌아갈 마음이 생기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도 중앙 대륙에서 와서 머무르는 사람들로 인하여 아르펜 왕국의 세금 수입은 비약적으로 늘어나서, 신들의 정원에 필요한 공사 대금을 넉넉히 충당하고 있을 정도였다.
이미 특정한 신을 믿고 있는 사제는 관련 신전의 공사 비용을 내면서 공헌도를 올릴 수 있기 때문에 헌금도 많았다.
모라타의 초보자들은 몇 쿠퍼씩이라도 내놓는다면, 중앙 대륙에서 온 사제와 성기사 들은 한번에 목돈을 내놓았다.
아직 종교가 생기지 않은 신에게도 헌금이 많이 몰렸는데, 새로운 신의 경우에는 고위 사제가 되기 쉽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인간과 비슷한 모습이 아닌 오크의 신, 바바리안의 신도 조각되었다.
띠링!
-오크의 종교가 탄생하였습니다.
오크들의 복수심과 문화를 확장하게 될 것입니다.
-바바리안의 종교가 탄생하였습니다.
그들은 이곳 신전에 와서 강건한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아르펜 왕국과의 우호도가 높아지게 될 것입니다.
각종 신상이 하나씩 만들어짐으로써 역시 좋아하고 자부심을 갖는 건 아르펜 왕국의 주민들과 유저들이었다.
신들의 정원은 그들이 북부에서 살아가는 한 끝없는 축복을 내려 주는 장소가 되리라.
황무지를 바꾸어 버린 대역사에 참여했다는 명예도 얻었다.
대륙의 그 어느 왕국도 따라올 수 없는 문화가 하루하루 쌓아 올려지고 있었다.
★★★★★★★★★★★★★★★★★★★★★
위드는 베르사 대륙의 시간으로 꼬박 3달이 넘게 신상 조각에 매달렸다.
지루하고 힘든 작업이었지만, 아래에서 구경하는 유저들이 의지가 되었다.
"인구가 더 늘어났군. 이제 앞으로 벌어들일 세금이 얼마겠어!"
위대한 건축물도, 지을 때는 밑 빠진 독처럼 느껴졌지만 지금은 모라타의 굉장한 자랑거리다.
"아르펜 왕국의 인구를 계속 늘려서 앞으로 저들이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게 해야지. 평생을 내 왕국에서 지내면서 세금을 내게 해야 돼!"
대륙 최대의 조각, 토목공사라는 신들의 정원도 그런 측면에서 볼 때에는 반드시 필요했다.
무릇 장사가 잘되는 가게를 보면 인테리어부터 화려한 경우가 많지 않던가.
어딘가, 손님으로 하여금 꼭 들어가 보고 싶게 하는 충동을 일으켜야 된다.
뒤늦게 후회를 하더라도 일단 낸 세금에 있어서 환불은 없으니까.
주민으로 정착시켜서 돈을 싹싹 긁어모으려면 투자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
"뭔가 비싸 보여야 돼. 나중에 세금을 올리더라도 아까운 느낌이 나지 않도록! 관광업은 돈을 잘 거둬들인다는 측면에서 볼 때 남기는 것이 많지."
건축물은 도시를 유명하게 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하지만 신들의 정원이 필요 이상으로 거대하게 계획된 것은 아니었다.
라체부르그에 있던 신들이 최초로 세상에 나오는 중요한 자리였다.
아직까지 믿는 사람이 많은 신이라고 해도, 그 원형에 대해서는 완전히 잊힌 후였다.
종교적, 역사적인 가치를 고려해 볼 때 지금이 신상을 조각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라고 볼 수 있었다.
다른 누구도 라체부르그를 발견하기 전이었으며, 조각사는 그 신들에 대하여 예술품ㅇ므로 세상에 알릴 수가 있는 것.
"장사에도 다 때가 있어!"
위드 본인의 실력과 그에 대한 주민들의 믿음까지 이용하여 누가 봐도 경악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제대로 멋지고 크게 만들어 본 것이다.
"조각술 숙련도는 고급 8레벨에서 정말 안 오르는 편이지. 조각품은 이런 것이라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작품을 만들어야 돼!"
현재 위드의 조각술 스킬은 고급 8레벨!
지금까지 세워 놓은 신상은 11개로, 조각술 스킬 숙련도를 27% 약간 넘게 얻었다.
작품들이 역사적인 종교적인 가치를 가지면서 얻은 스탯도 부지기수!
위드와 성향이 비슷한 신들의 축복까지 받으면서 손재주와 요리, 낚시, 재봉의 스킬 숙련도도 조금 획득했다.
더 이상 숭배하지 않게 된 신들이 여럿 나타나면서, 베르사 대륙 전체에도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조각사로서 현재까지는 위드만이 저지를 수 있는 대단한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현재까지를 놓고 본다면 조각술 마스터에도 한 발자국 더 다가갔다고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이걸 망쳤으면 난 아마 다시는 돈이 많이 드는 비싼 조각품을 만들지 못했을지도 몰라."
위드는 지긋지긋하게 작품을 만들면서도 전투를 하고 싶어서 몸이 간질거렸다.
헬리움으로 만든 여신의 기사 갑옷!
특정한 신들을 조각하고 나서는 장비에도 축복을 받아서, 신앙심에 영향을 받는 다른 옵션이 생기거나 방어력이 추가 되었다.
이걸 착용하고 전투를 한다면 훨씬 재미있게 싸울 수 있을 텐데, 지금은 다른 일보다는 조각품을 만들어야만 했다.
위드가 매달려서 신상의 조각을 끝낼 때마다 지상에서는 거센 함성이 터졌다.
많은 군중이 모여서 기다리고 있었으며, 참여한 사람들의 공을 생각해서라도 조각품을 만드는 일이 우선이었다.
아르펜 왕국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참으면서 조각품만 깍아야 했다.
"힘들어요, 주인님."
빛날이의 날갯짓이 약해지면, 밧줄에 몸을 의지한 채로 돌을 깎고 신상의 어깨에 올라가서 일을 했다.
한밤에 달빛과 별들 아래에서 고요하게 돌을 깎았다.
'다른 사람들은 사냥도 하고, 모험도 하고, 재미있게 지내겠지.'
위드를 부러워하면서도 바보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여전히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인생은 적당히 즐기면서 살아야 하는데, 조각사라는 직업을 택해서 백날 고생하며 작품만 깎고 있으니까.
눈물 젖은 보리 빵을 먹으면서 살아온 삶이었다. 하지만 작품을 만들면서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부족하더라도 최선을 다하였을 때에는 성취감과 충족감을 얻을 수가 있다.
어떤 일이든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인생을 겪어 보지 않은 한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세금... 이게 다 나중에 세금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거야."
위드가 밤에도 조각품을 깎고 있는데, 방문자가 찾아왔다.
그는 큰 새를 타고 위드가 있는 근처까지 올라왔다.
"위드, 오랜만일세."
드워프 대장장이 헤르만!
그는 헤스티아의 대장간 주변에서 검과 방어구를 주문 제작해서 사람들에게 제공해 주고 있었다.
헤르만의 장비는 상당히 오래 기다려야 했음에도 대기 주문자들이 끝도 없이 밀려 있었다.
위드도 반갑게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모라타에 정착하셨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죠?"
"모라타는 정말 좋은 도시더구만. 쿠르소에서 더 빨리 오지 않은 걸 후회할 정도로..... 참, 예전에 쿠르소에서 환송식을 했을 때 말인데......"
위드는 쿠르소의 환송식에서 계산을 헤르만에게 미루고 달아난 적이 있다.
"환송식요? 오래전 일이라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요. 왜요?"
"그게, 자네가 쿠르소를 떠나는 마지막 날에... 에잉, 별것 아닐세."
헤르만은 구차스럽기도 하여서 더 이상 말하지 않기로 했다.
드워프 대장장이로서 버는 돈도 많은데 상대적으로 푼돈에 불과한 환송식에서의 일은 다시 꺼내지 않기로 해 버린 것이다.
게다가 환송식의 드워프들의 풍습은, 어쩌면 쿠르소의 유저들끼리 만들어 낸 것이 아니던가.
'그냥 내가 산 걸로 치고 말지.'
당사자인 위드도 잘 알지도 못했을 텐데 그 술값을 내라고 한다는 건 다소 횡포에 가까운 주문이 될 수도 있다.
위드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맺혔다.
조각품을 깎으면서 얻은 정신적인 피로의 상당 부분이 돈을 떼먹으며 날아갔다.
"내가 여기에 온 건 영주나 국왕에게 허락을 받아야 될 일이 있어서인데, 화가의 언덕처럼 헤스티아의 대장간 주변으로 대장장이의 거리를 만들면 어떻겠나?"
헤르만은 모라타에 정착하기로 하면서 쿠르소에서부터 같이 온 드워프들과 함께 대장간의 거리를 조성하고 싶었다.
좋은 품질의 물품들만을 판매하는 무기점, 방어구점도 중간 중간 문을 열면서, 도시에서도 이름 있는 장소를 이루는 것이 작은 꿈이었다.
"대장간 주변으로는 다른 작업보다는 대장장이들이 모여서 사는 걸세. 그러다 보면 서로 가르쳐 주면서 도움이 되는 일도 생길 것이고, 금속을 주로 다루는 상점들도 생긴다면 도시 발전에도 좋지 않겠는가?"
식당도 잘되는 곳일수록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모여 있는 편이 좋다. 그러면 더 많은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면서 다같이 장사가 잘된다.
헤르만은 대장장이들을 이끌어 가면서 적극적으로 도시 발전에도 동참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대장장이만이 아니라 다른 직업들도 모라타에서 더 많은 역할과 기여를 하려고 했다.
사람들이 보는 눈은 대체로 비슷했다.
모라타는 베르사 대륙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도시였고, 이제는 아르펜 왕국의 수도다.
신들의 정원까지 조성되면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여겼다.
먼 훗날 대륙 최고의 도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 그저 망상만은 아닐 것이다. 최소한 지금으로써도 유저들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니까.
위드의 입가에도 훈훈한 미소가 어렸다.
"안 그래도 그렇게 할 계획이었습니다. 대장장이들이 존중을 받아야 다른 직업들도 멋진 장비를 입을 수 있을 테니까요. 저는 대장장이라는 직업을 정말 좋아합니다."
대장장이들이 많아야 세금이 듬뿍듬뿍!
위드는 대장장이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모라타 주변에 대장장이 마을을 조성하여, 그들이 대륙을 대표할 만한 훌륭한 검과 갑옷을 만드는 것이다.
교역은 물론이고, 정착하는 사람과 여행을 통한 방문자들 까지도 많아지게 되면 일석삼조의 세금 수입!
"알아주니 고맙네."
"물론이지요. 제 마음속에는 대장장이들에 대한 착...실한 지원 방안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착취란 단어가 언뜻 나올 뻔한 위드였다.
"대장장이의 거리가 생겨나기만 하면 사람들이 지금보다 정말 많아질 거네."
대장장이들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확보되어야 한다.
모라타에는 북부에서 모험을 하는 높은 레벨의 유명한 유저들이 많았고, 초보들도 계속 유입되고 있었다.
초보 대장장이라고 하더라도 성장하기 좋은 환경이었고, 헤르만처럼 최고의 대장장이 중 1명이라도 그의 물건을 구매할 능력이 갖춰진 고객이 충분히 있으니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최상급의 철 확보가 필요했다.
모라타에는 철광산도 있긴 하지만 매장량이나 품질이 그렇게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
다 합쳐도 트레이피크 멜버른 광산의 절반에도 이르지 못할 정도로 열악한 수준.
광산 쪽으로는 좋은 환경이 아니었다.
현재 재료의 부족은 니플하임 제국 시절에 제조되었던 오래된 무기를 철로 녹여서 대장장이들이 다시 쓰는 방식으로 해소하고 있었다.
초보 대장장이들은 기존에 있는 녹슨 철검이라도 새로 만듦련서 더 단단하게 제련하는 방법을 배웠다.
제법 이름이 알려진 대장장이들은 북부의 다른 마을에서 개발된 광산의 철을 수입해 와서 썼다.
모라타에서 수입하는 물량이 워낙 막대하다 보니 광산이 가까운 곳에 있는 마을들은 엄청난 수익을 얻을 정도였다.
다행히도 바르고 성채 주변은 험준한 산악 지역이라서 매장량이 많은 광산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드워프들은 현재는 폐광이 된 은 광산, 철광산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군대를 키우고, 유저들이 역량을 갖추어서 몬스터를 몰아낸다면 에르리얀들도 바르고 성채의 광산에서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대장장이들에 대한 지원은 지속적으로 해 드리겠습니다."
"고맙네. 예술가들에 대한 지원들을 생각한다면 내 우려가 괜한 것들이었다는 생각이 드는군."
위드가 예술가를 지원하기 시작한 게 아니라 그의 생각을 지레짐작한 모라타의 장로가 멋대로 저지른 일이지만, 어쨌든 그러한 부분에서도 훌륭한 왕이라는 소문이 많이 퍼졌다.
예술 계열, 공연 계열의 직업들은 대륙을 떠돌며 위드에 대한 작품을 만들기도 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르펜 왕국의 치안이나 주민 충성도는 그런 부분에서도 높게 유지 되었다.
북부를 넘어서 이제 중앙 대륙에서도 유민들이 들어왔다.
"그보다도 부탁드릴 게 있는데요, 제가 만들고 싶은 것이 있는데......"
"어떤 일인가?"
★★★★★★★★★★★★★★★★★★★★★
신상을 제작할 때에는 헤르만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도 있었다.
군신이나 투신의 조각품 등을 표현할 때에는 무기도 들고 있는 편이 좋다.
"대장장이가 참여한다면 훨씬 좋겠지."
너무 큰 무기는 그 자체의 무게도 많이 나가기에 조각상이 파괴되어 버릴 수도 있다.
위드의 손재주와 조각술 스킬이 적용되어 내구성이 높다고 해도, 거대한 강철 검을 머리 위로 들고 있는 조각상이라면 당연히 부서지기 마련.
헤르만은 내부가 비어 있는 대형 무기도 만들 수 있을 테니 경량화가 가능했다.
"그러니까... 품질보다는 조각상에 쓸 만한 무기를 제작해 달란 말이로군. 보통 해 본 적이 없는 일이기는 해도 새로운 도전이라서 흥미가 생겨. 같이 일을 해 보세."
위드의 작업에 동참하는 건 오히려 헤르만 쪽에서 고맙게 생각해야 될 입장이었다.
무기만이 아니라 청동으로 신상을 만드는 데에도 도움을 주기로 했다.
그리고 위드의 부탁은 한 가지가 더 있었다.
"그런 특성의 재료라면... 딱 가지고 있는 것이 있는데, 자네가 다를 수는 있겠는가?"
"예,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것들을 주지. 가격은 잘 쳐주게."
-흑암의 철을 습득하셨습니다.
-피를 흡수하는 보석을 습득하셨습니다.
『 흑암의 철 : 내구력 9/9.
생산 스킬 대장일과 관련된 아이템.
궁극의 대장일 재료.
네크로맨서가 제물을 바치며 얻은 강력한 저주를 받은 철이다.
언데드들이 사용하는 무기를 만들면 암흑 투기를 더 많이 이끌어 내
는 특성을 부여할 수 있다.
신성력에 의한 보호 마법에도 영향을 덜 받는다.
1등급 대장일 아이템.
옵션 : 언데드가 사용할 시에는 능력을 더 발휘함. 』
『 피를 마시는 보석 : 내구력 7/7.
생산 스킬 대장일과 관련된 아이템.
궁극의 대장일 재료.
마센 왕국과 에버딘 왕국 간의 전쟁의 빌미가 되었던 보석이다. 보석
은 결국 에버딘 왕국의 소유가 되었지만, 3명의 왕비들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고, 그 후에도 숱한 피를 뿌렸다.
이 보석은 아직 가공되지 않았지만, 세공하는 사람에게는 불행한 일이 생길 것이다.
1등급 대장일 아이템.
옵션 : 피와 관련된 스킬의 효과 증가.
가공 시에는 행운 스탯 13 감소.
매력 7 증가.
특별한 숙련도를 획득할 수 있음. 』
위드는 헤스티아의 대장간 주변의 땅을 넘겨주기로 하고 물건을 인수했다.
"이것들은 바로 만들어 줘야 되겠군."
신상을 깎는 일도 제쳐 두고 하루를 헤스티아의 대장간에서 외도를 했다.
조각술 스킬이 있으니 보석 깎는 일은 문제도 아니고, 평소에 다양한 재료들을 써 보았으니 흑암의 철도 금방 익숙하게 다루었다.
"다시는 부러지지 않을 검을 주어야겠어."
위드는 흑암의 철을 헤스티아의 화로에 녹이고 다시 물로 식혀서 망치를 두들겼다.
그리하여 탄생한 검!
『 흑암의 검 : 내구력 145/145. 공격력 96~137.
네크로맨서의 희귀한 저주가 깃든 철로 단련된 검이다.
언데드를 강화시키는 특성이 있으며, 지휘관급에게 더욱 효과가 높다.
외부의 장식은 전혀 되어 있지 않고 투박한 외형을 가졌다.
어지간한 언데드는 들 수도 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한 마검이다.
재능이 절정에 달하려고 하는 대장장이의 제작품!
제한 : 언데드, 타락한 기사 전용.
레벨 465
도덕심, 신앙이 없어야 함.
옵션 : 견고함.
암흑 투기의 효과 37%
네크로맨서의 저주, 증오의 소리, 의지 상실 사용 가능.
힘 +12.
민첩 +26.
언데드를 지휘하고, 그들의 힘을 13% 더 끌어낼 수 있다.
신성력을 기반으로 한 보호 마법의 효과 약화. 』
-중급 대장장이 스킬의 레벨이 10이 되어 고급 대장장이 스킬로 변화
됩니다. 존재하는 철과 금속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습니다.
검과 방어구의 성능을 더욱 강화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특별한
재료가 필요합니다.
드워프들의 우호도가 더욱 높아지며, 그들은 종족을 떠나서 친구로서
존중해 줄 것입니다.
화로의 불을 다스리는 효과가 추가로 31% 증가합니다.
매우 높은 온도의 불꽃을 피울 수 있습니다.
망치질을 할 때 체력 소비량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각 아이템의 착용 제한이 4% 줄어듭니다.
전 스탯이 20포인트씩 늘어납니다.
-언데드가 착용할 수 있는 특별한 무기를 제작하여 명성이 139 올랐습니다.
흑암의 검을 완성하자 중급 대장장이 스킬이 고급의 단계에 올랐다.
엄청난 노력 끝에 얻은 결실.
미스릴과 헬리움을 이용한 여신의 기사 갑옷도 만들면서 스킬 숙련도를 많이 올린 덕분이었다.
"드디어 기다려 왔던 순간이군."
위드는 가지고 있는 장비들을 전부 손봤다.
데몬 소드를 조금 더 강화하고, 아직 몬스터에게는 써먹어보지도 못한 여신의 기사 갑옷도 마찬가지였다.
방어 능력을 키우기 위하여 미스릴을 조금 더 추가하고, 특수한 복잡한 무늬를 새겨서 적들의 공격을 훨씬 더 잘막을 수 있게 했다.
처음부터 고급 대장장이 스킬로 갑옷을 제작한 것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나아졌다.
사실 필요한 장비를 직접 만드는 입장에서는 스킬의 레벨이 오를 때마다 전부 다시 새로 제작하여 쓸 수도 없었다.
"흑암의 검도 썩 나쁘지 않은 편이군."
재료의 성향도 있지만 일반적인 검에 비해서 조금 더 두껍고 무겁게 만들었다. 그 덕분에 공격력이 좋았다.
위드는 보석 세공용을 칼을 꺼내서 보석도 가공했다.
원래 직업이 조각사이다 보니 흑암의 검을 만드는 것보다는 보석을 깎는 편이 훨씬 쉬웠다.
요사스럽게 빛나는 붉은색 보석!
베르사 대륙의 역사사에도 기록된 보석으로, 가지고 있으면 여러 나쁜 일이 일어났다.
"행운 스탯도 중요하긴 한데... 뭐, 어쩔 수 없겠지."
위드는 깎아 놓은 보석을 금반지에 끼워 넣었다.
마치 원래 있을 자리를 찾아가는 것처럼 보석이 반지에 들어갔다.
『 요사스러운 흡혈 반지 : 내구력 27/27.
피를 마시는 보석으로 만든 반지.
착용하고 있으면 생명력이 계속 줄어들며, 체력도 저하된다. 결국 무
시무시한 병에 걸리게 만드는 반지.
대단한 실력을 가진 대장장이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만들어 냈다.
가능한 세상에 나가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밤의 귀족이 탐낼 만한 물건이다.
제한 : 없음.
옵션 : 착용자의 생명력 감소.
체력 약화.
매력 16% 증가.
현혹의 능력을 강화함.
흡혈의 권능 효과를 늘림.
피를 마실수록 보석의 숨겨진 힘이 드러남. 』
확실하게 재수 없는 물건!
위드는 착용해 보지도 않았다.
"콜 데스 나이트 반 호크, 콜 뱀파이어 로드 토리도!"
검은 연기가 일어나더니 데스 나이트가 나타났다. 뱀파이어 로드도 검은 망토를 펄럭이며 등장했다.
"주인, 이번에는 무슨 싸움인가."
"어떤 적이라도... 싸우고 싶다. 이 갈증을 씻어 낼 수 있도록 피에 취하고 싶다."
헤르메스 길드에 비참하게 깨진 일 때문에 위드의 두 부하도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신성력의 영향을 받아서 역소환되고 난 이후로 아직 몸이 정상도 아니었다.
특히 데스 나이트의 경우에는 찢어진 망토에 맨손이라서 볼품도 없었다.
"이거 너희에게 주는 선물이야."
위드는 흑암의 검은 반 호크에게, 요사스러운 흡혈 반지는 토리도에게 보여 주었다.
항상 재고나 불량품, 혹은 중고 물품만 받아서 쓰던 그들에게 처음으로 휘황찬란한 물품들을 지급한 것이다.
반 호크와 토리도는 흠칫 뒤로 물러났다.
"아니다. 이런 건 필요 없다, 주인. 맨손으로도 싸울 수 있다."
"나도 보석을 좋아하지 않는다."
위드의 함정이라고 판단하고,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는 둘이었다.
매사에 의심과 경계가 습관이 되어 버린 훌륭한 주종 관계!
"내가 아주 공들여서 만든 건데. 정말 귀한 재료들로 특별히 너희에게 맞춰서 제작한 거야."
위드는 장비들에 대해 설명을 했다. 그제야 안심하고 받아 드는 반 호크와 토리도였다.
"앞으로는 말 잘 들을 거지?"
"무슨 말이든 따르겠다.'
"난 정말 좋은 주인인 것 같아."
"물론이다."
"다른 주인이라면 자기만 생각하지, 너희에게 이런 거 만들어 줄 생각도 못 했을 거 아니야.'
"......"
"내가 이것들을 만들려고 넣은 재료들이 뭐냐면......"
"......."
위드는 그날부터 사흘간 소환을 유치한 채 쉬지도 않고 생색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