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29권 : 3) 오크들의 선택 (173/520)

3) 오크들의 선택

"전쟁이다!"

"블랙 안나스의 군대가 이곳으로 향하고 있다."

"빨리 성부터 빠져나가야겠군!"

위드가 신상을 만들고 있는 동안, 베르사 대륙은 전쟁으로 불타올랐다.

성과 도시에서 공성전이 벌어지면 장사를 하던 상인들과 초보자들은 모두 성 밖으로 도망을 나왔다.

공성전이 벌어지면다 보면 성내가 무법 지대가 되어서 닥치는 대로 방화와 살상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엠비뉴 신을 찬양하라."

"정의로운 성기사들은 이교도들과 맞서 싸우라."

대륙에서는 엠비뉴의 군대와 각 교단 성기사단끼리 충돌도 일어났다.

엠비뉴 고단이 모습을 드러내고 나서부터 다른 교단들도 바빠졌다.

대성당과 수도원에 머무르던 성기사단과 수도사들이 적극적으로 밖으로 나왔다.

그들이 돌아다님으로써 유저들에게는 신규 퀘스트가 계속 발생하였으며, 공적을 올릴 기회도 많아졌다.

엠비뉴 교단과의 전면전쟁!

어떤 유저도 그 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안정되게 성에서, 마을 근처에서 사냥을 하며 던전을 돌아보던 시절은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대륙이 위험해짐으로써 성과 마을이 파괴되기도 하고, 더강한 몬스터들이 떼거리로 출몰하기도 하였다.

엠비뉴 교단에 의해서 점령된 지역에서는, 개종을 하고 그들의 하수인이 되어서 같은 유저들을 사냥하는 사람까지 등장했다.

★★★★★★★★★★★★★★★★★★★★★

주식회사 유니콘에서는 홍보부의 장윤수 팀장이 주관하는 회의가 벌어지고 있었다.

"아시다시피 최근 베르사 대륙의 상황에 맞춰 지난번에 기획부에서 내온 시안을 바탕으로 광고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실제 플레이 화면은 얼마나 담겨 있나요?"

"90% 이상입니다. 먼저 보시고, 나머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회의실의 불이 꺼지고 벽 스크린에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느새 익숙해진 엠비뉴의 군대가 어마어마한 숫자로 평원에 모여 있었다.

깊은 밤, 횃불을 밝히고 모여든 그들!

화면은 엠비뉴의 대사제들이 머무르는 천막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곳에서......"

"제물을 바침으로써 비로소....."

"인간들에게......."

"크크긋....."

대사제들이 음산하게 소곤대는 목소리가 들렸다.

엠비뉴의 암흑 기사들이 삼엄하게 순찰을 돌았고, 몬스터들도 경계를 섰다.

로열 로드를 경험한 유저라면 이곳이 얼마나 위험한 장소인지 알고 소름이 돋을 정도의 분위기였다.

대부분은 엠비뉴 교단을 적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에 더욱 두렵고 공포스러웠다.

자기가 활동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지만, 정작 엠비뉴 교단의 전력이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으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이윽고 화면은 바뀌어서, 유저들이 그라디안 왕국을 침공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가라, 용사들이여!"

"우리의 평화를 지키기 위하여 끝까지 싸울 것이다!"

성벽에서 우수수 쏟아지는 화살 비를 뚫고 전진하는 블랙소드 용병단!

공성 무기까지 동원되어서 엄청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라디안 왕국은 중앙 대륙에서도 가장 서쪽에 위치하여 지형이 험한 까닭에 유저들이 많은 편은 아니었다.

활동 영역이 넓은 블랙소드 용병단에서 이 그라디안 왕국을 목표로 삼고 전투를 벌여 점령전을 펼치는 것이었다.

사흘간 싸운 결과 왕성이 함락당하고, 왕국 전체는 내전에 휩싸이게 되었다.

다시 화면은 바뀌어서 하벤 왕국으로 향했다.

호화롭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사치스럽게 지어지고 있는 왕궁!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여 기사들과 병사들의 충성도를 높여 통치를 유리하게 하는 왕궁을 건설하고 있었다.

노예들의 강제 노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주변에는 기사들과 병사들이 삼엄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수도 아렌 성에는 빛과 어둠처럼, 한편에는 넓은 빈민가가 있고 다른 편은 상업 건물들로 성업을 이루었다.

왕성 주변을 공중에서 짧게 스쳐 지나가는 식으로 다른 왕국의 모습도 보여 주었다.

그리고 다시 화면은 바뀌어서 오크들에게로 향했다.

화면에 나무와 수풀이 보였다.

"취이이이잇!"

오크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거친 숨소리, 그리고 수풀 위로 빛나고 있는 글레이브.

"가자. 취취췩!"

오크 랜드의 동쪽, 엘나스 산맥 오크들이 일제히 넓은 평원을 향하여 달렸다.

화면은 그대로 그 자리에 남아서 비추고 있었다.

놀란 짐승들이 도망치고, 새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평원을 향하여 내려가는 오크들의 행렬은 끝을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무지막지한 번식력으로, 동쪽으로 계속 세력을 넓혀 가는 오크들.

엘프들은 정령술과 마법을 개발하고 있었으며, 드워프들은 그들만의 무기를 제작하며 토르 왕국을 다스린다.

이미 마지막 단계로, 화면은 사람들을 비추어 주었다.

가장 유명하며 무력의 정점에 서 있는 바드레이가 왕성의 탑에 서서 아렌 성에 비치는 여명을 지켜보고 있었다.

모험가 체이서는 던전의 어딘가를 헤매고 있었는데, 그를 뒤쫓아서 몬스터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났다.

대장장이 파비오는 온통 새빨간 화염이 넘실거리는 장소에서 철을 다루었다.

각 직업을 대표하는 17명의 유저들의 행동이 화면에 비쳤다.

영상이 끝나고 나서 장윤수 팀장이 말했다.

"지금으로써는 베르사 대륙이 혼돈의 시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점을 감안하여 유저들에게 보여 줄 영상을 제작하였습니다."

인터넷과 방송으로 나누어서 내보내질 이 영상은 로열 로드의 유저들에게 현재의 상황을 알려 주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되었다.

베르사 대륙이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각 지역에도 영향이 생겼기 때문이다.

혼돈의 시기!

로열 로드의 초창기에는 각 왕국들 간의 분쟁이나 이종족, 몬스터의 침공이 있기는 했어도 어느 정도 안정적인 토대에 머무르고 있었다.

원래부터 존재하던 각 왕국이 치안을 유지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던 덕분이기도 했다.

문제는, 유저들이 점점 성장하면서 그 균형이 깨어졌다.

기사로 임명된 유저들은 명예보다 이득을 택하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영주들도 과도한 세금을 물리면서 주민들을 돌보지 않았다.

몬스터들이 날뛰고나 말거나 상관하지도 않았다.

왕국에 대한 충성도 하지도 않고, 이웃 성과 전쟁을 벌이며 약탈을 일삼는 데에만 관심이 많았다.

로열 로드는 딱히 정해진 스토리가 없었다.

만약에 중앙 대륙의 영주들과 명문 길드들이 통치를 잘했다면 악의 세력이 크게 나서지 못했을 수도 있다.

현재로써는 주민들의 충성도가 낮아지면서 엠비뉴 교단을 비롯한 여러 악의 단체들이 활동하기가 좋은 환경이 조성되었다.

그 결과 확실히 각 왕국보다는 유저들이 중심이 되었지만, 그만큼의 대가도 치르고 있는 형편이었다.

로열 로드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이런 혼돈의 시기가 과거에도 존재했다.

그때에는 마족과 계약을 한 흑마법사들이 날뛰었으며, 각 왕국들은 전란에 휩싸였다. 각 교단도 성물을 빼앗기면서 위세가 크게 약화되었다.

"흐음, 전략운영실에서는 어떻게 판단하고 계십니까?"

유니콘 사에서 베르사 대륙의 상황에 대해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전략운영실의 손일강 실장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맞춰졌다.

그는 다음 차례가 자신이 될 것이라는 것을 짐작이라도 하고 있었던 듯이 의자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엠비뉴 교단의 대대적인 준동 그리고 거대 길드들의 세력 확장, 역사적인 몬스터들의 등장이나 흑마법사들의 난립. 여러 측면에서 볼 때에 과거 베르사 대륙의 역사에 나왔던 혼돈의 시기보다 더욱 큰 위기로 보입니다."

이사들과 여러 부서의 책임자들은 골치가 아파 왔다.

사실 베르사 대륙의 수많은 종족들과, 생성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왕국들을 다 파악하고 있기란 무리였다.

대륙에는 유저들의 밥이 되는 몬스터들만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무수한 무리가 음모를 꾸민다.

해결책 역시 유저들 스스로가 찾아내야 했다.

"그렇다면 아주 곤란하게 된 것 아닙니까?"

로열 로드의 이용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이때 베르사 대륙의 평화가 불안정하다는 사실은, 유니콘 사의 이사들에게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그러나 손일강 실장의 표정은 밝았다.

"영웅은 위기 속에서 탄생합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혼돈의 시기가 도래한다면 유저들에게 강한 결속력을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더 큰 업적을 이루는 사람도 나타나겠지요."

베르사 대륙은 가상의 세계!

손일강 실장은 그 안에서 극복하고 해결해 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유니콘 사의 직원들도 비슷한 공감대를 가졌다.

처음 로열 로드가 열리고 난 이후부터 유저들의 성장세는 매일매일이 놀라울 정도였다. 그들이 알아서 자신의 삶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어떤 국가의 역사를 돌아보더라도 민중의 힘만큼 위대한 것은 없었으니까.

★★★★★★★★★★★★★★★★★★★★★

"케헤헷."

"으케음케!"

"크헤헤헤헤헤헤."

바르고 성채에 정착한 조각 생명체들은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세상은 참 아름다운 곳이다."

"이 맑은 공기와 신선한 풀들 환상적이다!"

위드가 지골라스에서 생명을 부여한 47마리의 조각 생명체들.

그들은 위대한 조각사들이 만들어서 오랜 기간을 조각상으로 지내왔다.

삶에 대한 욕구가 강한 만큼, 바르고 성채에서도 적당히 놀면서 만족스럽게 지냈다.

와이번과 빙룡, 불사조 등이 매번 위드에 의해서 고생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들은 편하게 지내서 참 다행이란 생각도 했다.

오도독오도독!

켈베로스는 산양의 뼈를 먹고 나서 풀밭을 뒹굴었다.

알록달록한 색상을 가진 독사, 산과 숲에서 날쌔게 움직이는 시골뱀은 나뭇가지에 축 늘어져 있었다.

데스웜은 진흙탕에서 느긋하게 휴식을 취했다.

조각 생명체들은 한적한 오후의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예외적으로 기사 세빌 프렉스턴은 바쁜 임무를 맡았다.

그는 적극적으로 몬스터를 몰아내는 일을 하며 사냥꾼과 병사를 1명씩 부하로 거느리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바바리안까지도 세빌의 전투력에 감탄하여 휘하로 들어와, 세빌의 병력은 금세 불어나서 이제 980명이나 되었다.

병사들은 훌륭한 기사의 지휘를 받으면서 전투를 치렀다.

재능 있는 기사 후보생에 정규 기사까지 14명이나 보유한 막강한 전력이었다.

바쁘든 한가하든, 위드의 명령에 따라 발 고 성채 인근에 정착한 이후 제멋대로 살아가고 있는 그들!

금인이와 누렁이도 그들과 어울리다가 야밤에 몰래 빠져나왔다.

"요즘 걔들은 어떠냐."

"너무 편하다, 골골!"

"고생 좀 시켜야 되겠지."

"일을 3배는 해야 된다. 골골!"

금인이와 누군가의 모종의 뒷담화가 오가고 난 다음 날부터, 조각 생명체들이 있는 장소에 몬스터들이 마구 밀려왔다.

빙룡, 불사조, 와이번들이 몬스터를 몰아서 그곳으로 보내는 것이었다.

"저놈들 지금까지 엄청 많이 놀았다."

"우리만 땀 흘리고 파닥거리며 다녔다!"

위드의 나머지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를 돕기 위해서라도 조각 생명체들은 매일 강해지고 있었다.

★★★★★★★★★★★★★★★★★★★★★

바르고 성채 근처에 제멋대로 정착한 오크들!

"취취췻!"

"날 밝았다. 싸우러 가자, 취이익!"

오크들은 정작촌을 이루었다.

바르고 성채로 침략하려는 몬스터들은 오크들의 정착촌부터 넘어야 했다.

몬스터와 오크들의 싸움이 매일같이 벌어졌다.

오크들의 개체 수는 6만까지도 감소했지만, 그들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취취췻, 첫째 형 죽었다. 둘째 형도 죽었다. 일곱째 형도 죽었다. 엄마가 5마리 더 낳으면 된다, 취이이익!"

"누구냐, 너는. 취취췻!"

"나 서른두 번째 아들이다, 취잇!"

"니가 막내냐, 취치칙!"

"아니다, 췩췩췩 엄마가 마흔네 번째까지 더 낳았다."

오크들은 번식력으로 버티면서 몬스터를 상대했다. 전사들이 나가서 싸우는 사이에 암컷들은 안전하게 보살핌을 받은 덕분이었다.

몇몇 오크 로드 유저들도, 그들의 입장에서는 눈부신 활약을 했다.

"오크는 싸우다 죽는다, 취췻!"

"나 에이취를 따라서 가자, 취치익!"

대규모의 전사와 투사 들을 이끌고 몬스터의 진지를 습격하기도 했다.

물론 1마리의 오크도 돌아오지 못하는 계획이었지만, 몬스터들에게도 그 이상의 타격은 입힐 수 있었다.

10마리가 죽더라도 5마리를 없애면, 다음 날에는 13마리가 싸우러 갈 테니 이득이라는 오크식의 계산법!

ㅡ오크 카리취는 어떤 불리한 전투에서라도 물러서지 않았다.

ㅡ흉악하게 생긴 오크가 강하다.

ㅡ암컷 오크들에게 인기를 끌기 위해서라도 용맹해야 한다.

오크 유저들에게 내려오는 전설, 혹은 카리취로 인해 만들어진 편견도 있었다.

위드의 모험이 오크 유저들에게 미친 영향이 막대하다 보니 그들도 대책 없이 용감한 경우가 허다했다.

"싸워야 큰다, 취췻!"

새끼 오크들이 조금만 자라면 대량으로 끌고 나가서 싸웠다.

오크들은 기본적으로 무리를 지어서 활동하며 전투를 몇번만 같이 치르면 형제처럼 인식하기 때문에, 대규모 전투를 같이 치르기에는 가장 편한 종족이었다.

다소 무모한 싸움으로 크게 피해를 입더라도, 오크 유저들은 새로운 전투를 계획했다.

"이번에는 안 됐다, 취치이익!"

"다음에는 될 거 같다, 췩!"

"더 많이 데려가 보자. 안 되면 이길 때까지, 취치치치칫!"

오크 유저들은 형제와 자식 들을 지휘하며 얼마든지 대규모 전투를 치룰 수 있었다.

오크 종족을 선택한 최고의 장점이었다.

위드는 다크 엘프와 싸우고, 나중에는 그들까지 동료로 맞이하여 불사의 군단과도 전투를 치러서 이겨 냈다.

오크 로드를 지망하는 유저들은 그런 대규모 전투를 꿈꾸면서 패거리로 몰려다니며 전투를 배웠다.

몬스터로부터 전리품을 습득하거나 그들의 본거지를 약탈 할 때도 있었다.

산에서 값나가는 물건이라도 주우면 바르고 성채로 가서 식료품과 무기를 듬뿍 구입!

"많이 먹고, 무기를 들고 싸우자, 취이이익!"

덩치가 큰 오크들은 갑옷을 만들려면 돈이 많이 든다. 높은 생명력과 번식력을 이용하여 무기에 투자를 해서 전투를 이끌었다.

오크 로드들은 이 과정에서 갖은 고생을 했지, 바르고 성채의 유저들에게는 그냥 한심해 보일 뿐이었다.

"쟤들 또 싸우러 가는 거야?"

"응, 아까 밥 사 갔으니까......."

"아무튼 오크들이 대단하기는 하네."

"쟤들은 정말 건드리면 안 되겠다."

바르고 성채는 보수 작업이 거의 완료 단계라서 튼튼한 성벽과 방어 시설들이 완성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제는 몬스터 무리가 잘 쳐들어오지 않았다.

오크들과 서로 감정이 격화되어 만날 치고받고 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전투만 이기면 암컷들을 5마리나 더 거느릴 수 있게 된다, 취이이이잇!"

위드는 피해 다녔던 암컷 오크들!

오크 유저들은 그들의 호감을 얻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용기를 과시하려 했다.

자신의 세력에 암컷 오크들이 많이 속해 있을수록 새끼 오크들이 엄청나게 많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암컷 오크들의 사랑 고백을 받을 때에는 행복한 기분마저 들 정도였다.

"구취, 당신의 새끼를 낳고 살겠다, 취치칫!"

"고맙다, 데취! 나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취이이익."

"카리취의 외모나 힘은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나한테 잘해주는 점이 좋다. 췩췩!"

바르고 성채 일대에는 조각 생명체들이 활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검치와 수련생들도 이곳을 사냥터로 삼고 몬스터를 때려잡았다.

북부에서 모여든 유저들도 하나 둘 사냥을 개시하자, 근처를 배회하거나 성채로 몰려오는 몬스터들의 숫자도 대폭 감소했다.

"온다."

"아직 조금만 더 기다려."

"지금이다 쏴!"

레인저와 궁수 들은 몬슨터들이 주로 오가는 길목의 나무 위에 매복을 한 뒤에 화살을 쏘는 식으로 사냥을 했다.

거리와 지형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궁수들의 비법!

바르고 성채의 군대도 방어에서 공격으로 전술을 바꾸었다.

아르펜 왕국의 군대가 성문 밖으로 나와서 몬스터의 무리를 주기적으로 퇴치하면서 오크들이 느끼는 부담감이 훨씬 줄어들었다.

"몬스터를 쫓아가자. 다 때려죽이자. 취치치칫!"

오크들은 시원하게 몰려다니면서 싸웠다.

-숙련된 오크 전사가 탄생했습니다.

-3마리의 오크 전사가 오크 투사가 되었습니다.

오크들의 세력이 강해지는 것도 금방이었다.

잘 먹고 잘 싸우면 세력이 급속도로 확장되는 것이 오크들의 무서운 특징!

새끼 오크들이 점점 더 많이 태어나고, 몬스터에 의하여 정착촌이 불타는 경우도 거의 사라졌다.

그러자 금방 개체 수가 늘어나서 39만이 되었다.

띠링!

『 오크가 북부 대륙에 존재를 드러내었습니다.

포악하고 이기심 많은 종족, 투쟁심 강한 오크들이 북부까지 영역을 

확대했습니다.

강력하고 위험한 몬스터들과 싸우면서 오크들은 스스로의 한계를 시

험하며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그들이 지금까지 믿어 왔던 힘이 마법과 대형 몬스터 앞에서는 약하

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오크들에게 믿을 수 있는 존재는 동족들밖

에 없습니다.

오크로서 세상을 밟게 된다면 많은 형제들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

형제들과 같이 다닌다면 두려움도 떠오르지 않을 것입니다. 』

-오크들이 집단을 이루고 번식에 성공했습니다.

바르고 성채에서 종족 오크로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간으로서 활동을 하려면 여러 조건을 맞춰야 되었다.

치안은 기본이고 기술력, 상업 등 도시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에 비해서 오크는 번식력 자체가 장점인 만큼 시작하는 조건이 훨씬 간단했다.

동족들과 식량, 우물 7개만 있으면 되었던 것이다.

초보자들 중에서 아직 오크를 택하는 사람은 그 비중이 낮았다.

어쨌든 징그러운 외모와, 마법사, 정령술사 등의 직업을 택하지 못한다는 점이 아쉬운 면이었다.

검사, 기사처럼 전문적인 전투 계열의 직업도 선택할 수 없다.

오크를 선택했을 경우에는 종족 자체의 힘과 글레이브를 다루면서 투사로서 성장하거나 샤먼이 되는 방법이 있다.

그렇지만 오크에게는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자유로움과 전투의 낭만이 있어서, 일단 택한 유저들은 별로 후회하지 않는 종족이었다.

게시판에 오크들의 동영상이라도 한번 올라오면, 이미 다른 종족과 직업을 가지고 플레이를 하는 유저들의 부러워하는 글이 올라올 정도였다.

★★★★★★★★★★★★★★★★★★★★★

바르고 성채의 오크들은 다른 지역보다 조금 지식이 높다는 특성을 가졌다.

조각품과 미술품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먹을 것, 싸울 것 이외에 오크들이 진지하게 토론을 벌이는 일 따위는 존재할 수가 없는 행위였다.

그런데 지금 바르고 성채의 오크들이 모여 심각한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취이이잇!"

"그게, 카리취가... 취취췻."

오크 카리취에 대한 수상한 소문이 정착촌마다 돌아다녔다.

오크 유저들도 일반 오크들 사이에서 떠도는 이상한 소문을 접했지만, 그들은 이미 진실을 알고 있었기에 웃어넘겨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오크들에게 있어 이 문제는 결코 그냥 넘길 사안이 아니었다.

"용서할 수 없다, 취익!"

"그는 우리의 형제다, 취췩! 밥을 나보다 더 먹더라도 밉지 않은 형제다!"

이윽고 오크 로드 5명이 모라타로 출발했다.

★★★★★★★★★★★★★★★★★★★★★

위드는 모라타에서 조각계에 엄청난 열풍을 일으키며 신상을 조각하고 있었다.

『 갈레리아스의 신상이 탄생하였습니다!

정복자의 신!

한때 베르사 대륙에 평화가 찾아오자 사라지게 된 신이다.

전쟁과 영토 확장을 좋아하는 갈레리아스는 야만족과 몬스터와 싸울

때에 축복을 내리는 투신이다. 그의 신도들은 매번 싸움을 일으켰기

에 다른 신들과는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에게 기도를 올리면, 창과 도끼 등의 중병기를 다루는 인간과 오크

의 힘과 투쟁심을 높여 주리라

조각상으로만 남아 있던 갈레리아스!

거장 조각사 위드의 손에 의해서 다시 알려지게 되었다.

갈레리아스의 석상은 종교적으로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역사가 기록되기 시작한 이후에 최초로 완성된 갈레리아스의 석상입니다.

갈레리아스의 석상을 감상하면 하루 동안 생명력과 마나 회복 속도,

체력의 최대치가 16% 증가합니다.

종교적인 조각품을 감상하여 신앙 스탯이 영구적으로 6 증가합니다.

인간과 오크가 조금 더 무거운 무기를 편하게 다룰 수 있게 됩니다.

전투에서 더 높은 사기를 보유합니다.

고대의 작품 탄생법으로 예술 스탯이 영구적으로 6 높아집니다. 』

-왕과 영주가 갈레리아스를 믿는다면 정복 전쟁을 일으켰을 때 병사들

의 투지를 더 높게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군대와 보급 부대의 이동속도를 빠르게 합니다.

갈레리아스를 따르는 주민들은 전쟁에 대한 피로감이 감소할 것입니다.

왕이 전쟁을 일으켰을 때 충성도가 낮더라도 적극적인 호응을 얻을 수 있습니다.

몬스터와 야만족의 무리를 처단하면 더 많은 경험치를 획득할 수 있게 됩니다.

전투에 패배하고 영토를 빼앗기게 되면 신의 믿음을 잃어버리게 될 것 입니다.

갈레리아스의 신의 혜택을 3회 이상 입는다면 그다음부터는 많은 공물을 바쳐야만 저주를 입지 않습니다.

갈레리아스 신은 개인보다는 왕국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편이었다.

"싸움의 신이로군."

위드는 라체부르그에 매장되어 있던 여러 신들을 조각했다.

그 여파로 인해 특별히 인기가 있는 신들은 성직자들에 의하여 모라타에 새로운 교단이 생겨나기도 했다.

라체부르그에 악신이나 파괴신은 따로 없었기에, 전부 조각품을 만들면 되었다.

19개째 조각했을 때, 드디어 조각술 스킬의 레벨이 한 단계 올랐다.

-고급 조각술 스킬의 레벨이 9로 상승했습니다.

궁극의 경지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조각술이 놀랍도록 섬세하고 세밀해집니다.

예술에 대한 안목이 넓어지면서 지력과 지혜 스탯이 39 증가합니다.

매력이 41 늘어납니다.

자연 조각술을 익혔기 때문에 자연과의 친화력이 98 오릅니다.

광휘의 검술을 익혔기 때문에 민첩이 7 오릅니다.

-매력 스탯이 500을 넘었습니다.

호칭 '신의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줄 아는 조각사' 를 획득하셨습니다.

높은 명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호의적인 소문이 퍼지게 됩니다.

모험 의뢰, 조각품 주문을 받을 때에 유리할 수 있습니다.

위드의 조각술 스킬이 고급 9레벨에 올라섰을 뿐만 아니라 호칭까지도 하나 더 얻었다.

그동안 얻었던 '훌륭한 조각 장인.' '미지로 돛을 펼치는 유령 선장.' '극지의 탐험가.' 등 다양한 호칭들로 약간씩 도움을 받았으니 새로운 호칭이 생긴 것은 역시나 기쁜 일이었다.

명성도 11만을 넘겨 버린 상태였다.

"크흠, 오늘 밥은 먹었니?"

멍멍!

지나가는 길거리의 강아지에게 말을 걸더라도 위드를 알아보고 꼬리를 흔들 정도!

위드는 이어서 계속 신상을 조각했다. 그런데 그에게 오크 로드 5마리가 찾아왔다.

"취이잇! 나 왕 만나러 왔다."

"위드는 당장 내려와라, 췻췻췩!"

오크 로드들은 신들의 정원에서 막무가내로 소란을 일으켰다.

병사들과 기사들을 시켜서 제압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자칫 바르고 성채에 정착해 있는 오크 부족 전체와 전쟁을 치러야 될지도 모른다.

없으면 허전하고, 있으면 든든하지만 영 골치 아픈 종족.

위드는 조각상을 만들다가 내려와서 정중하게 물었다.

"무슨 일인데 그러십니까?"

"우리 다 알고 왔다, 취이잇!"

"취췻 속일 생각 하지 마라!"

오크 로드들이 강하게 윽박질렀다.

그에 따라 위드의 안색은 창백해졌다.

'대체 어디서 문제가 생긴 거지?'

걸릴 만한 일이 한둘이 아니었기에 머릿속을 정리해 봐야 했다.

'이놈들이 북부에 못 오고 죽기를 바랐던 게 문제인 걸까? 아니야, 행동에 옮긴 게 없잖아. 바다에서 쓱싹 해치워 버리는 게 최선이었는데 바빠서 그러지를 못했으니......'

그게 아니라면 조각사 퀘스트를 하며 엘프, 드워프와 함께 오크들에 대한 뒷담화를 한 정도밖에 없다.

오크들은 그 정도의 사건에 대해서는 관대한 편이었다.

위드로서는 믿는 부분도 있었다.

화나면 글레이브부터 꺼내 들지 오크는 이렇게 말로 타투려는 종족이 아니니까.

"취이췻, 카리취......"

"예?"

"모르는 척하지 마라. 취취췻 우리도 다 안다."

오크 로드들은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지 자꾸 췻췻거렸다. 눈시울도 붉어졌다.

"너한테서는 냄새가 난다, 취취칫!"

"췻췻취췻, 카리취와 같은 냄새다."

위드는 자신의 몸에서 냄새를 맡아 봤다.

요리를 하다 보니 여러 음식들의 냄새가 묻어나더라도 별로 이상할 건 없으리라.

"1년 넘게 안 씻은 쉰 냄새! 이거 우리 오크들에게서나 나는 냄새 맞다, 취이췻!"

"......."

오크들과 냄새로 동질감을 형성할 줄이야!

위드는 사실 자주 씻는 편은 아니었다. 특히 요즘에는 신상을 깎으면서, 비가 오면 그대로 맞고 땀이 나면 그대로 흘렸다.

괜히 비싼 옷을 입어 봐야 관릴만 힘들 뿐이라 꾀죄죄한 초보자용 복장을 그대로 입고 있는 것이 문제였을까?

하지만 이 옷으로 예전에는 사냥도 하고, 요리도 하고, 약초도 캐고, 조각품도 깎고, 대장간에서 일도 했다.

지골라스까지 먼바다를 항해해서 다녀오기도 했을 정도다.

"우리 카리취 찾아서 고향 떠나서 여기까지 왔다. 어떤 인간도 그런 냄새 안 난다, 취췻. 카리취는 만날 조각품 만드는 오크다."

안 씻는 습성은 영락없이 오크 그 자체였다.

"우린 형제다. 취이취이취취췻. 저주로 인해 연약한 인간이 되었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다, 취익.."

오크들은 위드가 저주로 인하여 인간이 되었다고 믿었다.

"우린 카리취를 따르기로 했다, 취이췩!"

-오크 종족이 아르펜 왕국에 합류합니다.

그들은 놀라운 호존성과 생존 능력을 가지고 있는 종족입니다.

식량을 대량으로 소모하는 데다 말썽을 부릴 수도 있지만, 그만큼의

일은 하는 종족입니다.

오크들은 넓은 땅을 좋아하고, 떼로 몰려다니면서 싸움을 즐깁니다.

오크들이 왕국에 잘 어우러질 수 있다면 분명 많은 사건이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그게 다 좋은 일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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