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암벽 협곡의 대재앙
위드도 짙은 고뇌에 휩싸였다.
'사실은 내가 감춰진 천재가 아니었을까.'
학교 성적은 사실상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불합리한 교욱의 희생자라고 생각했다.
"시험 성적에서도 국영수만 조금 부족했지, 나머지 성적은 괜찮았던 거 같아. 아, 그러고 보니 도덕 시험 점수가 좀... 많이 낮았지."
기억을 자세히 돌이켜 볼수록 선생님들에게 야단맞았던 것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학교 체벌 폐지의 최대 수혜자!
아무튼 지금 슬레이언 부족을 유인하는 데에는 대성공이었다.
"놈들은 우리가 파 놓은 함정에 빠졌다. 끄윽끄윽!"
"죽이자. 잡아먹자!"
"쿠오오오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암벽 협곡의 좌우에서 거칠게 포효하는 몬스터들!
얕은 물이 흐르는 암벽 협곡 아래에서는 슬레이언 부족의 짙은 청색의 피부색과 들고 있는 창의 칼날, 활 들만이 보일 정도였다.
제아무리 대륙에서 많은 모험을 했다고 자부하는 모험가라도 이런 광경을 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도 완벽하게 고립되어서 맞아죽기 딱 좋은 아래쪽에서는!
당사자들의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위압감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페일이 들고 있는 화살이, 부담감으로 살짝 떨렸다.
"지금까지 익힌 궁술 스킬이 있으니 협곡의 위쪽을 겨냥해서 아무렇게나 쏘기만 하더라도 맞히기야 하겠지만 그다음에는 어떻게 하죠?"
뒷감당이 불가능!
슬레이언 전사들은 계속 함성을 질렀다. 전투에 앞서서 그들 스스로 사기를 높이려는 행동이었다.
몬스터도 대군이 되면 사기가 중요하게 작용하여 기본적인 능력치가 달라진다.
"인간들은 도망도 치지 못하고 우리의 식량이 되어 줄 것이다."
"키야아아!"
전사들이 암벽 협곡의 유리한 지형을 장악한 채로 시끄럽게 고함을 지르며 위협했다.
이곳에 모인 슬레이언 전사들만 최소한 3,000이 넘어간다.
지형이 험해서 이동하기가 어려운 하르셀 산악 지역에서도 최악의 장소 중 한 곳에서 적들을 맞닥뜨리게 된 것.
누렁이는 구슬픈 눈으로 울었다.
"음머어어어어......"
탐스러운 꽃등심 부위가 드디어 구워지게 될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킹 히드라는 9개의 머리를 사방으로 뻗치면서 호락호락하게 당하지는 않으리라 험악한 의지를 불태웠다.
블랙 이무기도 용맹스럽게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를 준비를 하였다.
비행 생명체인 만큼 공중에만 있었더라면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았을 텐데 굳이 지상으로 걸어가라고 명령한 위드에게 조금 원망스러운 기분도 들었다.
그럼에도 최후까지 같이 싸울 작정이었다.
지골라스에서 생명을 부여받은 47마리의 조각 생명체들 역시 의지를 다졌다.
"끝까지 1마리라도 더 죽인다."
"이곳에서 사라지더라도... 짧은 삶에 후회는 없다."
조각사들이 염원을 다해서 만든 생명체들인 만큼 불꽃처럼 격렬한 마지막을 불태우고 죽을 각오.
빙룡과 금인이, 와이번들은 으외로 태평하고 느긋한 편이었다.
"저 인간이 또 무슨 비열한 작전을 세웠을지 궁금하다."
"얍삽하기는 하다, 골골골!"
"우릴 여기서 죽일 리가 없다. 앞으로도 계속 부려 먹으려고 하던데."
위기도 하루 이틀이지, 위드와 같이 있다 보면 몬스터 대군을 만나는 정도는 따뜻한 밥 먹은 다음 물 마시는 일처럼 익숙하다.
오래 같이 지냈던 빙룡과 와이번들이 특히 위드를 잘 알았다.
그사이에 점차 함성이 잦아들면서 슬레이언 전사들은 전투를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그들의 선택은 활!
까마득히 높은 암벽 협곡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아래로 화살을 쏘려고 했다.
슬레이언 전사들은 강철 촉이 달려 있는 화살을 쏘기에 명중률이 좋고 공격력도 상당히 높았다.
화살이 일제히 발사된다면 지상에서는 영락없는 화살 비처럼 느끼리라.
생명력이 높은 킹 히드라나 불사조 외에는 큰 위험에 처하게 될 터!
비행 생명체들은 날아서 도주할 수도 있었지만, 위드와 다른 일행을 지키기 위하여 공중에서 싸우기로 했다.
조각 생명체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직면할 수 있는 큰 위기였다.
아껴 왔던 부하들이 전멸하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다시 생명 부여를 하거나 아니면 새로 부하를 만들어야 된다.
하지만 위드는 여전히 입가에 썩은 미소를 드리우고 있었다.
"난 역시 천재야."
본인에게는 아주 좋은 일이 그리고 상대방에게는 매우 불행한 일이 벌어지게 되면 참지 못하고 나오는 흐뭇한 웃음!
"위드 님, 빨리 어떻게든 해 봐요."
이리엔의 재촉을 받고 나서야 위드는 품에서 조각품을 꺼냈다.
이곳 암벽 협곡의 조각품!
유린이 상세하게 그린 지형도를 보고 귀한 청옥으로 된 돌판에 깎은 조각품이었다.
고급 조각술 9레벨에, 귀한 재료를 쓰고 정성을 들여서 파낸 덕분인지 걸작이 나왔다.
"부수기에는 조금 아깝기는 하지만... 이렇게 쓰는 것도 확실하겠지."
부족의 대장로들이 고함을 지르면서 일제사격을 준비시키고 이에 슬레이언 전사들이 활에 화살을 걸려 하는 순간이었다.
위드가 조각품을 꺼내자 일행의 시선이 모였다.
옆에 서 있던 수르카가 물었다.
"조각 파괴술을 쓰실 거예요?"
힘이나 민첩에 예술 스탯을 몰아넣는다면 환상적인 전투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여신의 기사 갑옷까지 착용하고 있는 지금은 더욱 시원하게 날뚜리 수 있으리라.
빛의 날개를 펼치고 절벽을 날아오르면서 슬레이언 부족의 전사들과 싸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불리한 싸움을 하기 위해서 이곳으로 적들을 끌어들인 건 물론 아니었다.
"아니야. 지금 써야 될 스킬은...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이지!"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예술 스탯 20이 영구적으로 사라집니다.
생명력과 마나가 20,000씩 소모됩니다.
모든 스탯이 사흘간 일시적으로 15% 감소합니다.
자연과의 친화력이 떨어집니다.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은 하루에 한 번밖에 사용하지 못합니다.
위험한 재앙을 불러오게 되면, 그 피해에 따라서 명성이나 악명이 오
를 수 있습니다.
재앙을 겪는 와중에 죽을 수도 있으니 주의하십시오.
암벽 협곡에 몬스터를 끌어들여서 대재앙을 일으키다니.
이거야말로 완전히 날로 먹겠다는 속셈!
위드의 계획은 완벽한 편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대재앙이 시작될 때까지는 상황에 따라서 시간이 걸린다는 점!
재앙마다 발동되는 시간이 다르기에 이 부분은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제대로 대재앙이 일어나기를 바라면서 수비를 위주로 버텨야 된다.
"커험, 오랜만에 무대가 마음에 드는군."
대규모 전투에 앞서서 위드는 목을 풀고 노래를 부르려고 하였다.
조각 생명체들까지 총집결해 있고 슬레이언 부족의 전사들이 무시무시했기에, 긴장감 넘치는 최고의 전장이라고 할 수 있다.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음치, 박치의 라이브 무대!
그런데 화령이 먼저 새로 얻은 루비 귀걸이와 목걸이를 착용하고 나섰다.
"제가 시간을 벌어볼게요."
그녀는 화살이 쏘아지기 전에 앞으로 걸어 나가며 노래를 불렀다.
-눈을 뜨면 웃고 있을 것 같아.
가슴이 설레는데 이 기분을 들키진 않을까.
그 사람에게 안기고 싶어.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지.
화령이 달콤하게 속삭이는 노래가 암벽 협곡으로 퍼져나갔다.
그녀는 댄서라서 발성 스킬의 레벨이 아주 높진 않았다.
중급 4레벨 정도!
자신의 직업이 아니라면 숙련도를 쌓기 어렵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전투 중에도 몬스터와 가까이서 춤을 추며 싸우는 걸 워낙 좋아했다.
위험하더라도 신나게 몸을 움직이면서 화려한 춤을 추는 대담한 성격.
발성 스킬이 높아지면 멀리까지 퍼지는 풍부한 성량에 맑고 청아한 음색이나, 어려운 고음까지도 낼 수 있었다.
"케엑."
"저 여자가 노래를 한다."
"상관하지 말고 쏴라. 잡아먹자!"
시골 장터에서 노래를 부를 때만큼이나 혼란스러운 상황이었고, 연주를 해줄 악기들도 준비가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화령 그녀가 최고의 악기였다.
비싼 마이크가 없더라도, 감정을 표현해 내는 노래를 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감추고 싶은데 알고 있는 것 같아
우리가 같이 이렇게
아침에도 빗속을 달려서 안기고 싶어
그녀는 원래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노래를 했다.
발성 스킬은 암벽 협곡의 위에서도 들을 수 있게 소리를 키우는 데만 사용했다.
정확한 음정과, 흡입력.
가까운 곳에서 속삭이는 듯한 달콤함이 슬레이언의 전사들이 화살을 쏘는 것을 잠시 망설이게 했다.
게다가 암벽 협곡의 지형상 음향이 반사되어 울리면서 자연스럽게 부여되는 에코까지!
"저 여자 노래 잘 부른다."
"죽이기에는 아깝다."
"잡아서 노예로 만들면 안 될까?"
슬레이언 부족의 전사들은 감미로운 노래를 듣고 있었다.
-소녀가 되고 싶어서
이렇게 부끄러움만 타는데
그런데 당신은 아내가 있는 유부남이죠.
달콤하던 노래 가사가 느닷없이 막장으로 치달았다.
화령도 위드의 막무가내에 엉뚱한 노래를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
그렇지만 가사만 제외한다면 멜로디와 소리는 일품이었다.
기교보다는 몸 전체를 울리면서 저음과 고음을 넘나들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맑은 목소리.
순전히 그녀 스스로의 능력으로 부르는 노래였다.
벨로트가 어느새 하프를 꺼내서 연주를 해줬다.
-당신의 딸은 정말 예뻐요.
그 아이에게 초콜릿을 사주었어요.
아이야. 이빨이 몽땅 썩어서 치과에나 가렴!
무대 위의 요정이란 별명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흡입력에서는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였다.
발랄하고 상큼한 매력도 있짐나, 그녀는 안 보이는 곳에서 외로움도 많이 탔다.
노래를 부르거나 자기만의 예술을 한다는 건 감정을 예민하게 느끼게 되는 것.
격정적이거나, 애절한 감정도 화령은 무대에서 소화를 하면서 거의 모든 장르를 넘나들면서 노래를 했다.
그녀만이 가진 노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무대를 즐길 줄 알았다.
댄서의 특성으로 인하여, 화령의 몸 주변에는 꽃가루에, 뿌연 연기, 조명까지 나타나고 있었다.
"꾸에엣!"
"명곡이다."
"정말 좋은 가사다."
슬레이언의 전사들은 창과 활을 흔들며 좋아했다.
★★★★★★★★★★★★★★★★★★★★★
"방송 시작됩니다. 4, 3, 2, 1."
KMC미디어의 스튜디오에서는 위드의 모험을 생방송하기로 예고를 해 놓았다.
장소는 알려 주지 않은 채 생방송으로 진행하게 된다면, 그때부터는 설혹 헤르메스 길드에서 방해를 하려고 해도 이미 늦어서 불가능하다.
"위드의 모험! 많은 분들이 기다려 온 시간입니다."
신혜민이 활짝 웃으면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베르사 대륙 이야기 특집 방송 2부!
다른 패널들과 같이 소소한 뉴스거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가, 위드의 모험이 중요한 부분에 돌입하자 중계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럴 때에 시간을 끌면 시청자들의 원성이 쌓이기 마련.
오늘은 미리 시간을 정해 놓지 않고 위드의 생방송이 있을 거라고만 예고를 해 놓았는데도 평균 시청률이 다른 날보다 11% 가까이 오른 상태에서 고정되어 있었다.
위드가 바드레이에게 패배하고 나서 방송국 관계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큰일이군. 시청률을 높이는 데는 위드만 한 인물도 없었는데....."
"위드와 바드레이의 대결 구도가 있을 때에는 시청자들이 참 궁금해했잖아. 패하고 죽었으니 그에 대한 이야깃거리는 끝난 거지."
"아쉽게 되었군. 그보다 더한 흥행 카드는 웬만해서는 만들어지지 않을 건데."
방송국들은 그 이후 위드에 대해 소홀해지기도 했다. 뉴스에서도 자주 거론하지 않았고,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위드에 대한 이야기를 그다지 떠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것들과는 무관하게, 시청자들은 위드에 대해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 열광하고 있었다.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분위기!
그사이에도 위드는 아르펜 왕국의 국왕이 되고 조각품을 대성공으로 만들었다.
드래곤의 퀘스트도 하면서 차근차근 다시 일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로열 로드의 상황이 악화될수록 사람들은 영웅을 바랄 수 밖에 없다. 그저 강한 것만이 아니라, 악의 무리를 물리치고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진정한 영웅을 기다리게 되었다.
"뉴스를 보면 만날 도시가 망하거나 마을이 파괴되었다는 소식밖에 없네."
"브랑드리 강가에서 사냥이나 낚시를 하던 유저들이 엠비뉴 순찰대를 만나서 몽땅 죽었대."
"사자성에서 추방자 명단을 발표했다더라고. 그들의 말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은 더 이상 사자성 길드의 사냥터와 도시를 이용하지 못한다더라."
"정말 나쁜 놈들이네."
위드가 크게 터트렸던 퀘스트의 대부분은 그 당시만 하더라도 상대하기도 버거운 악의 세력과 싸워서 이기는 것이었다.
그간 사람들로부터 무신이라고 불리며 인정을 받던 바드레이는, 최근에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부하들을 마구 다루는 모습으로 인해 진면목이 드러나고 말았다.
헤르메스 길드의 악행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혹독했다.
"그때 위드 님이 이겼어야 되는 거란 생각이 자꾸만 들어."
"이제 한 번 싸운 건데 뭘. 그리고 공정한 싸움도 아니었잖아."
"헤르메스 놈들, 진짜 싹 밟아 버렸으면 좋겠다."
대중은 주인공이 역경을 딛고 일어나는 이야기를 좋아했다.
확실한 건, 위드의 팬은 더욱 늘어났으며, 그에 비해 바드레이는 더욱 유명해졌지만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면 시청자 여러분이 기대하고 계시는 화면으로 바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KMC미디어에서는 영상이 넘어오는 대로 화면에 띄웠다.
이번에는 KMC미디어만의 독점 중계가 아니었다. 다른 방송국에서도 시청자들의 성화를 이기지 못하고 동시 생중계를 개시했다.
바드레이의 직업 마스터 퀘스트가 진행될 때에도 이런 식이었지만, 현재 방송국들에 기록되고 있는 시청률은 그와 비교할 수 없을 수준이었다.
★★★★★★★★★★★★★★★★★★★★★
화령의 노래는 깊은 감동을 주었다.
좋은 음악은 가슴을 뛰게 하고 행복하게 해 주는 힘이 있다.
소리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깨닫게 해 주는 것이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슬레이언 부족의 전사 3,022인이 노래를 듣고 크게 환호합니다.
그들은 가사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였지만, 매우 멋진 곡을
들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좋았던 점으로는 공연에서의 화려
한 효과와, 아리따운 여성을 본 것입니다.
슬레이언 부족의 남성 전사들은 단순하기 짝이 없어서 예쁜 여자만 보
면 그저 좋아합니다.
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여 명성을 131 획득합니다.
위드도 벅찬 감동을 받았다.
"역시... 확실히 치과 의사는 전문직이지."
가사의 내용만 놓고 보자면, 노래의 핵심은 이빨이 썩은 아이 때문에 만나게 된 치과 의사와 결혼을 하여 잘산다는 내용!
남편 카드를 긁으며, 신상 구두가 나올 날짜를 기다리고 있어서 기쁘다는 여자가 주인공이었다.
치과 치료, 특히 임플란트에 겁내지 말라는 교훈적인 메시지까지 담고 있었다.
위드는 이번에는 노래를 부르지 못했지만 허전함을 달랬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듀엣 곡이라도 해 보죠."
"좋아요!"
다음에는 위드와 화령이 즉흥 라이브 공연을 같이하기로 했다.
"캬하오오오오."
"괜찮은 노래를 들었다. 재주가 아깝기는 하지만 배가 고프니 이제 잡아먹자!"
슬레이언 전사들도 감동에서 서서히 벗어났다. 노래가 끝나고 나니 다시 공격 태세를 갖추는 것이었다.
화령의 발성 스킬이 조금 더 높았더라면 시간을 더 끌어 줄 수가 있었겠지만, 슬레이언 전사들은 그런 쪽에서는 무딘 편이었다.
전사들의 레벨은 최하 200대에서, 평균적으로 300대 중반에 이른다.
그리고 1,000마리 이상의 엘리트급 부족 전사들은 레벨이 42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들의 군대는 조각 생명체들로서도 감당하기 어려운 전력!
하지만 이제 대재앙의 조각술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었다.
투두둑.
암벽 협곡의 가장 높은 곳에 있던 슬레이언 전사 머리 위로 돌 조각들이 떨어졌다.
"이게 뭐... 꾸에에에엑!"
암벽 협곡의 정상에 있던 바윗덩어리들이 무더기로 아래로 굴러 내렸다.
전사들은 허둥대며 바위들을 피하려고 하였지만 너무 많은 이들이 몰려 있어서 아래로 추락하는 녀석들이 속출했다.
"와... 위드 님의 스킬은 정말 대단해요. 지형 덕분에 100마리도 넘게 죽겠는데요!"
수르카가 감탄을 했다.
암벽 협곡의 여기저기에서 바윗덩어리가 굴러떨어지면서 그들이 서 있는 땅이 울릴 정도였다.
그렇지만 이것은 진정한 대재앙의 전조에 불과했다.
위드의 표정은 이미 심각해져 있었다.
"가장 최근에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을 썼을 때가 아마 로자임 왕국에서였지."
엠비뉴 교단과 싸울 때 탈출하기 위하여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사용한 적이 있다.
대지 일대를 물바다로 만들어 버렸던, 강력하기 짝이 없는 대재앙!
"그때가 자연과의 친화력이 1,000이 약간 넘은 상태였으니까......"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의 위력은 자연과의 친화력에 따라 결정된다.
그 후로 셀리나의 꽃팔지를 얻어서 친화력이 7%나 올라가는 옵션이 부여되었다.
성장하는 아이템이라, 물도 잘 주고 신들의 정원을 조성하며 햇볓도 쬐게 해 주고 해서 지금은 친화력이 9%나 더 올라가게 해 준다.
"근데 지금은 아이템이 다가 아니지."
모험을 하면서, 일부러 예쁘게 피어난 꽃길도 걷고 야생초도 잘 돌봐 주었다. 그럴 때마다 자연과의 친화력은 조금씩이나마 착실히 올랐다.
전에는 시들어서 죽어 가는 나무들은 잘라서 조각 재료로 썼지만, 이제는 자라기 좋은 장소에 옮겨 주기도 했다.
친환경 재료인 흙을 사용해서 도자기도 빚었고, 신들의 정원을 조성하면서 사상 초유의 규모로 식물원까지 이루어 냈다.
자연 그대로 놔두면서도 식물의 생명력이 더 왕성해질 수 있는 식물원!
그처럼 자연보호에 앞장섰던 이유가 바로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 때문이었다.
"불의 정령왕의 대작 조각품도 만들었지. 지금 내 친화력이 1,291 정도로군. 그리고 꽃팔찌를 더하고 걸작 조각품을 부쉈다면 이건......"
수치상으로 보면 예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심각하게 강해졌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터질 사건에 비한다면 로자임 왕국에서의 일은 물장난 수준!
위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모두 가까이 모여요."
벨로트가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모여 있는데요?"
다 같이 있으면서 이 무슨 엉뚱한 말인가!
"어느 정도의 위력일지 짐작하기 어렵지만, 계곡 중앙으로 바싹 붙지 않으면 자칫 우리까지 휩쓸릴지도 모릅니다."
위드는 사자후를 터트렸다.
"조각 생명체들은 전부 내게 가까이 붙어라!"
편하게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출퇴근 치하철처럼 빽빽하게 들어차야 했다.
암벽 협곡의 중앙 넓은 물이 흐르는 곳에서, 위드와 동료들, 조각 생명체들은 몸을 가까이 부대꼈다.
"음머어어어어어!"
이럴 때의 생존 본능은 유별한 누렁이는, 위드의 바로 옆에 찰싹 붙어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위드가 있는 곳이 가장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
불사조와 불의 거인, 빙룡처럼 다른 생명체와 가까이할 수 없는 경우에는 하늘로 급하게 날아올랐다.
그리고 대재앙이 발생하기 시작한 협곡!
가파르기 짝이 없는 협곡에 산사태가 일어나면서 2킬로가 넘는 암벽이 모조리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끄에에에에에에에엑!"
"갑자기 몽땅 무너진다!"
"용감한 슬레이언 전사들이여, 지금 어서 피하라!"
전사들은 그들이 들어왔던 동굴로 다시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그곳은 차곡차곡 순서대로 들어오고 나와야 할 정도로 좁아 입구에 2마리씩만 엉켜도 빨리 들어갈 수가 없었다.
서로 엉켜 아등바등하는 사이 위에서는 80평 대형 아파트만 한 바윗덩어리들이 굴러떨어지고 있으니 전사들은 완벽한 공항 상태에 빠졌다.
"케아아아아!"
"츄츄츄츄츄릅."
협곡을 장악하고 있던 슬레이언 전사들이 바위에 맞아서 떼죽음!
수십, 수백 마리의 전사들이 거대한 바윗덩어리에 무참히 깔리고 있었다. 피하려다가 급한 마음에 협곡 아래로 떨어지는 전사들은 셀 수도 없을 정도였다.
거친 바람에 낙엽이 떨어지듯이 땅으로 추락했다.
이것만 하더라도 대재앙의 효과는 어마어마했다. 양쪽 협곡에서 동시에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이런 난리가 없는 것이다.
죽어 나가는 적들을 감상할 틈도 없이, 위드와 동료들, 조각 생명체들도 위기를 맞이했다.
꼭대기에서부터 떨어지던 어마어마한 크기의 바윗덩어리들. 그것이 중간에 멈추지 않고 협곡의 밑부분까지 계속 굴러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위드가 말했다.
"이게 진짜 강한 스킬이긴 한데, 형식적이고 작은 부작용 한 가지가......"
그 부작용이 뭔지는 동료들도, 조각 생명체들도 알 것 같았다.
정답을 맞히고 싶지도 않았다. 벌써 바위들이 무자비하게 떨어지고 있으니까!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이란 말 그대로 재앙이라서 쓰는 사람도 죽을 수 있다는 것!
"이쪽으로 와요!"
"오른쪽으로 이동!'
"꺄아아! 엄청 큰 바윗덩어리가......"
"우왓, 신 난다!"
"정말 짜릿해요! 이렇게 해서 살아남으면 대박인데! 근데 우리 죽겠죠?"
"평소에 나쁜 짓 한번 안 하고 착하게만 살아왔는데,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거짓말하지 마요. 위드 님! 130골드 내면 누렁이 꼬리곰탕 해 주신다고 했잖아요."
"지난번에 사냥하다가 밤에 족발 먹고 싶은 적 없냐고도 물어보셨는데요."
"어머, 저한테는 소갈비가 일품이라고 하셨는데."
"음머어어어어!"
귀 옆에서 천둥 벼락이 치는 것 같은 굉음과 함께 바윗덩어리들이 계곡 아래 땅속 깊숙하게 박혔다.
물보라가 높게 치솟았으며, 주변은 떨어지는 바위들로 공포 그 자체!
"지금 우리 살았어요, 죽었어요?"
"배가 고픈 걸 보니 살아 있습니다."
위드는 암벽 협곡에서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을 사용할 것을 미리 결정하고 준비를 해 왔다.
스킬을 사용하기 전에 중앙에 자리를 잡고 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가까운 곳에 추락하는 바위들이 매우 많았지만, 아직까지 그들을 정면으로 덮치지는 않았다.
"이제 슬슬 끝나도 될 텐데......"
바위와 자갈도 대량으로 쏟아져, 슬레이언 전사들은 회복이 어려울 정도의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최소한 600마리 이상이 바위에 맞거나 추락해서 죽었으리라.
"저거 거짓말이죠?"
수르카가 암벽 협곡의 꼭대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들이 있는 위치에서는 어렴풋이밖에는 보이지 않긴 했다.
쿠그그그그그그긍!
적당히 해도 될 텐데,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은 걷잡을 수 없이 더욱 큰 사고를 일으켰다.
암벽 협곡의 꼭대기가 흔들리더니 기울어지면서 통째로 무너지려고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슬레이언 전사들은 이동을 위해 협곡에 동굴을 무수하게 많이 뚤어 왔다.
이렇게 뚫린 동굴들에 의해 약회된 암벽 협곡에, 바위가 떨어져 나가고 산사태가 일어나 충격까지 가해졌으니 결과는 뻔하다.
결국은 정상 부분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리려고 하는 것.
위드의 마지막 비명!
"역시 이놈의 팔자는.....!"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의심스러웠지만, 이리엔은 일단 죽기 살기로 보호 마법을 펼쳤다.
"신성 수호!"
보호의 빛이 그들 전부를 감쌌다.
★★★★★★★★★★★★★★★★★★★★★
땅이 뒤흔들리는 충격과 굉음!
잠시 후.
위드와 일행, 조각 생명체들이 있던 장소의 먼지가 걷혔다.
"으음, 우리는 살았군요."
"진짜 살았어요? 죽는 물만 알았어요."
"우리 아까 죽은 거 아니었나요?"
천만다행으로, 제피가 조금 파묻혔을 뿐 죽은 사람은 없었다.
암벽 협곡의 중간에 있어서 쏟아지는 바윗덩어리들로부터 거리가 조금 있었고, 자잘한 돌덩어리들은 킹 히드라가 몸으로 막아 주었기 때문이다.
"쿠워오오오오, 아프다!"
킹 히드라는 여간해서 죽지 않는 최고의 생명체!
지금 그 생명력이 간당간당하기는 했지만, 머리만 전부 잘리지 않았다면 회복이 가능하다.
물론 조각 생명체로서의 레벨이 아직 높지 않아서 그 회복력이란 게 상당히 느리다는 제약이 있었지만.
킹 히드라의 머리 2개는 완전히 멀쩡해서,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면서도 동시에 배가 고프니까 먹을 것을 달라고 외쳤다.
"킹 히드라를 전투에 다시 쓰려면 시간이 걸리겠군."
위드는 냉정하고 빠르게 상황을 분석해 보려고 했다.
조각 생명체들은 암벽 협곡의 붕괴로 크게 놀란 상태였지만 킹 히드라를 제외하면 전혀 다치지는 않아서 전투에 별 지장은 없었다.
"문제는 놈들이 얼마나 타격을 받았느냐인데."
암벽 협곡에서 일어난 붕괴. 대략 사분의 일이 무너져 내렸을 정도로 엄청난 재앙으로 그 순간 지형이 완전히 바뀌었다.
슬레이언 전사들은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그런 재앙에서도 상당히 많은 수가 살아남았다.
마찬가지로 지독한 생명력!
바퀴벌레처럼 살아남아서, 바윗덩어리들 틈에서 기어 나오거나 암벽 협곡에서 청색의 피부를 드러냈다.
"쿠오오, 저놈들을 죽여라!"
"슬레이언의 이름을 걸고 놈들을 하나도 살려 두지 마라!"
강하고 끈질긴 전사들은 분노하고 있었다.
대재앙으로 부족의 삼분의 일이 죽고 그만큼의 숫자가 전투 불능이 되었다. 암벽 협곡에 있다가 날벼락을 제대로 맞은 것이다.
하지만 위드의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이 항상 완벽하지는 않아서, 무너지지 않은 장소들도 상당히 많은 편이다.
그런 곳들에서는 건재한 전사들이 활을 들고 일어났다.
"음, 그래도 피해를 많이 입혔군."
처음 암벽 협곡에서 함정을 파고 기다리는 적 무리의 규모를 보고 위드는 최소한 절반에 달하는 전사들이 살아남을 거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가 죽거나 생명력에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슬레이언 전사들은 그만큼 더욱 분노했다.
"다행이군 오늘은 적당히 싸우고 물러난 이후에 몇 번 더 대재앙을 일으키려고 했는데 이번 전투로 끝낼 수 있겠어."
위드의 장기적이고 악랄한 계획 생각한다면 이 엄청난 피해 상황이 오히려 슬레이언 전사들에게는 행운이라고 할 수도 있는 일.
협곡 아래로 뛰어내린 전사들 중에도 일시적인 충격으로 전투 불능이 된 자들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테고,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집채만 한 바윗덩어리에 갇힌 이들도 시간이 지나면 종족 틍성을 이용하여 땅을 파고 나오게 될 테니 적들은 더욱 불어난 것이다.
"놈들이 더 깨어나서 공격하기 전에 싸워야 됩니다. 모두 공격하라!"
위드는 조각 생명체들을 지휘하여 전투를 개시했다.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로 적들을 뒤흔들어 놓는 데에는 멋지게 성공했다. 하르셀 산악 지역에 있는 슬레이언 전사들은 지형의 이점을 이용해 공격하려 했짐나 이를 역으로 이용하여 재앙을 일으켜 먼저 끔찍한 타격을 입힌 것이다.
이제부터는 시간과의 싸움!
다친 킹 히드라와 괜히 놀라서 나오지 않는 지렁이를 제외하고 나머지 조각 생명체들은 적들을 향하여 용감하게 전진했다.
누렁이는 싸우고 싶지 않아 했지만 금인이가 타고 싸우러 나갔다.
"멀티플 샷!"
페일도 활에 화살을 걸자마자 적들을 향해서 쏘았다. 하나의 화살이 분산되어 여러 적을 공격하는 스킬로, 40개가 넘는 화살이 한꺼번에 발사됐다.
이제는 가릴 것도 없이, 적들을 죽이고 살아남는 것만 생각하면 된다.
바윗덩어리를 타고 뛰어오는 슬레이언 전사들을 향하여 화살을 난사!
"위드 님을 따라다니면 전투를 하며 지루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어 좋군."
암벽 협곡 같은 거대한 전장에서 싸울 수 있는 것도 특권이라면 특권.
페일은 화살통에서 꺼낸 화살을 입에도 하나 물고, 궁수의 민첩함을 이용해 바윗덩어리들 틈을 뛰어다녔다.
슬레이언 전삳슬이 거리를 좁히면서 달려오고 있었고, 땅에 떨어진 이들이 버둥거리며 일어나려고 하고 있다.
페일은 다가오는 100여 마리의 적들에게 마구 화살을 쏘았다.
"딱 이런 곳이 내 취향이었어. 몽땅 쓸어버려야지."
로뮤나는 기뻐하면서 마법을 준비했다.
화염의 강!
마법사로서 던전에서 3~4마리씩 사냥을 할 때보다 이렇게 시원하게 싸울 때가 훨씬 기뻤다.
그렇지만 이미 협곡에 있는 슬레이언 전사들도 화살을 쏘고 있었기에 엄폐물이 되어 주는 바위 옆에 바싹 붙어서 마법을 준비해야 했다.
"오기만 해 봐라. 실컷 두들겨 패 줘야지!"
수르카는 킹 히드라를 치료하고 있는 이리엔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뛰쳐나가지는 않았지만 주먹을 쥐고 잔뜩 벼르고 있었다.
"에고, 여기서 살아날 수 있을지......"
제피도 백금 낚싯대를 꺼내서 길이를 길게 늘렸다.
낚싯대는 가벼운데다가 의외로 공격력이 높고, 낚싯줄까지 자유자재로 사용한다면 훌륭한 원거리 무기가 된다.
"크허허허허헝!"
조각 생명체 중에서는 백호가 날렵하게 바위들 위로 뛰어 다니며 전사들을 앞발로 때리고 입으로 깨물었다. 기사 세빌, 켈베로스, 시골뱀도 벌써 활약하고 있었다.
아무튼 슬레이언 전사들의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회복되기 전에 빨리 해치워야 했다.
하늘에서는 암벽 협곡에 있는 전사들의 화살이 빗발치듯이 쏘아지고, 이에 대항해 와이번, 빙룡, 불사조, 이무기도 활약을 개시!
연속적인 협곡의 붕괴로 인해서 크게 놀랐지만 상황을 파악한 것이다.
"주인 안 죽었나 보다."
"웬만해선 진짜 안 죽어."
"끅끅, 명이 참 길기도 하지."
"쟤들 정신 차리고 있는 모양인데."
"빨리 싸우자. 안 그러면 끝나고 잔소리 들을 거야."
빙룡은 숨을 힘껏 들이마셨다.
그리고 주둥이에서부터 일직선으로 쏘아진 아이스 브레스가 암벽 협곡의 중턱에 적중하여 전사들을 꽁꽁 얼어붙게했다.
불사조는 반대편 협곡으로 가서 불을 내뿜었다.
와이번들은 정신없이 날아다니면서 전사들을 공략!
난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벨로트와 화령은 다시금 춤과 노래를 준비했다.
전투가 벌어지고 나면 몬스터들의 이목을 끄는 효과는 많이 감소하지만, 대신 동료들의 능력을 크게 올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위드만이 아직 싸우지 않았다.
"일단 마나가 얼마나 들어길지 모르겠군. 아무리 먼 곳에 떨어져 있더라도 불가사의한 예술의 힘으로 가져올 수 있으리라, 조각 소환술!"
미리 깎아 놓은 조각품을 불러올 수 있는 스킬!
슬레이언 전사들이 더 많이 깨어나고 있었다. 조각 생명체들과 전투를 벌이는 소리가 협곡을 크게 울릴 정도였고, 자잘한 돌 조각들도 계속 아래로 떨어졌다.
로뮤나의 화염의 강 마법도 무사히 시전되어서 전사들 한무리를 휩쓸었다.
황금새와 은새도 조인족으로 변하여 같이 싸운다.
이럴 때에 평상시의 모습으로 싸운다면 물론 익숙하기는 해도 최상의 전력이 아니다.
바드레이에게 패배하고 나서, 그리고 그 이후에 여러 준비를 통하여 화끈하게 싸울 수 있도록 대비를 해 놓았던 것.
위드의 조각품은 땅에서부터 천천히 형태를 갖추면서 올라왔다.
혼돈의 대전사 쿠비취.
전투 계열의 취 자 돌림!
지골라스에서 사냥했던 혼돈의 대전사 쿠비챠를 위드의 방식으로 조각한 작품이었다.
키는 조금 더 키우고, 근육은 더욱 두껍고 많이.
얼굴은 위드의 방식대로, 무조건 강해 보이는 인상! 눈이 좌우로 끝까지 찢어져 있었다.
소개팅을 받고 만났다면 무서워서 무릎부터 꿇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