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30권 : 8) 바하모르그를 위한 노래 (188/520)

8) 바하모르그를 위한 노래

위드는 유린의 도움을 받아서 아르펜 제국의 수도였던 안타로사에 도착했다.

"완전히 부서진 건물들의 잔해가 널려 있군."

1,000년이 지난 폐허!

천장이 무너지고 부서져서 벽만 듬성듬성 남아 있거나 형태를 파악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완전히 파괴된 건물들이 많았다.

온전히 남아 있는 건물들은 거의 없을 지경이었다.

이 대단히 넓은 지역에는 몬스터도 많이 살았다.

늑대와 싸울 정도로 약한 놈들도 있고, 레벨 520이 넘는 보스급도 섞여서 살아간다.

몬스터의 핵심 서식지로, 온갖 종류를 다 찾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한때 대륙의 부와 권력이 집중되었을 황궁은 몬스터들의 파괴 행위와 보물을 탐색하는 모험가들에 의해서 예전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과거의 훌륭했을 건물들은 아예 찾아볼 수도 없는 수준.

몬스터들은 주로 안타로사의 지하에 살았다. 복잡한 하수도로 연결되어 있는 땅속에 저마다 둥지를 틀고 있다가 밤이되면 지상으로 올라온다고 한다.

아르펜 왕국이 되기 전 모라타 전체보다도 넓은 안타로사 전역에서 밤마다 몬스터들의 영역권 다툼과 서열 싸움이 벌어지는 것이다.

소위 이름이 알려진 랭커라고 해도 몬스터 무리의 각축장과 같은 이런 장소에서는 위험해서 사냥을 하지 못했다.

명문 길드라고 하여도, 밤에 뭉쳐서 돌아다니는 이 몬스터들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

외부로 드러난 몬스터만 하더라도 족히 수십만 마리에 이르며, 지하에서 살아가는 몬스터들이 정말 얼마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호기심 많은 모험가들이 들어가 보았지만 탐험을 완료하지 못하고 몽땅 사망.

이렇게 위허함 아르펜 제국의 수도 안타로사였지만, 도굴꾼과 발굴가 들이 대박의 꿈을 찾아서 오게 만드는 장소이기도 하다.

귀족으 저택을 수색하거나 잔해를 파내다 보면 귀금속들이 나오기도 하고, 가끔 장비나 보석을 찾아내어 대단히 비싼 값에 팔기도 했다.

이런 것들은 어떤 왕국에서도 원하는 보물로, 국왕에게 가치가 있는 것을 진상하면 단번에 영주의 꿈을 이룰 수도 있었다.

아니면 남들이 갖기 못한 아이템을 찾아내어 자신이 쓸 수도 있기 때문에, 땅에 묻힌 대박의 꿈을 쫓아다니는 도굴꾼과 발굴가 들은 이곳에서 자신의 행운을 시험하곤 했다.

폐허 부근의 강가. 원래는 안타로사를 끼고 흐르던 넓은 강 주변에는 술집고 큰 규모로 운영되었다.

손님들은 주로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는 퀘스트를 받았거나, 자발적으로 보물을 찾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었다.

넓은 안타로사를 탐색하려면 아무래도 안정적인 숙박은 필수였다.

"으흐흐흑, 사흘간 땅을 팠는데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어요.'

"바이슬 님, 실망하지 마시고 술 드세요."

"카야, 시원하다! 히드람 백잡 저택을 찾아야 하는데 건물의 위치를 못 찾겠어요. 벌써 다섯 군데나 파 봤는데 헛수고예요. 이럴 바에야 던전 탐험이나 나가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일레터 님, 그 부근에서 그래도 뭔가를 파냈다면서요?"

"금덩어리를 정말 조금 얻어 냈죠. 마법 책이라도 얻으면 좋을 것 같은데."

운이 좋다면 여러 가지를 얻을 수 있었기에 안타로사로 모여드는 사람은 늘 많았다.

적어도 수백 명이 여관과 술집에 머무르면서 폐허를 파헤치는 작업을 했다.

위드는 선술집에서 음식을 먹으면서 정보를 입수했다. 가만히 듣고만 있어도 얻어지는 정보가 상당했다.

이 넓은 곳에서 탐험을 하는 모험가들은 정보를 교환하는데 적극적이었다.

"물구덩이 남쪽으로는 탐색이 거의 끝난 것 같아. 거기를 판 사람들은 요 근래에 아무것도 못 얻어 냈다더라고."

"황궁이 있던 장소에서 발견된 던전만 일곱 곳이나 돼. 거기에 들어갈 수 있는 유저들을 모을 수만 있으면 좋을 텐데."

"들어가서 살아나온 사람이 없다는데, 위험하지 않겠어?"

"위험하니까 그 안에 뭐라도 더 많이 있겠지!"

폐허에서도 사람들이 찾아낸 것이 없는 장소는 수색 지역에서 일단 제외할 수 있었다.

위드는 우유를 마시면서 빵 조각을 설탕에 찍어 먹었다.

로열 로드 초장기에는 정말 황금과 꿀이 흐르는 지역이었다.

당시 유저들의 수준을 감안한다면, 몬스터로 인하여 정말 위험한 곳이었다.

들어가서 살아나온 사람이 100명 중에서 고작 1~2명 될까 말까 했을 정도다.

하지만 그 시절 유저들의 수준을 훨씬 웃도는 보물과 장비가 지속적으로 발견되었고, 그런 것들을 찾아낸 사람은 단번에 유명 인사가 되면서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모험가들은 무수히 죽어 가면서도 보물을 찾아내었고, 꾸준한 탐색으로 위험 역시 조금씩은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지하 탐험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고 몬스터들은 매우 위험하다.

아직도 잠들어 있는 보물이 있긴 하겠지만, 꺼내기 쉬운 보물들은 이제 대부분 찾아냈다고 봐야 한다.

유저들이 제대로 자리도 잡지 못하고 있던 초창기에는 베르사 대륙을 개척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던 안타로사.

지금은 정말 실력이 뛰어난 모험가들은 이곳을 떠나서 대륙을 떠돌며 모험을 하고 있었다.

"챠르망 백작 부인의 의뢰는 아무래도 포기해야 되겠어. 돌사자상을 구해 오라고 했는데... 무게도 있고 해서 웬만하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승낙한 거였거든."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없는 걸 보니 벌써 누가 가져간 모양이야."

위드의 귀로 술꾼들의 이야기가 계속 흘러 들어왔다. 하지만 화제는 오직 한 가지, 한타로사의 보물 탐색에 대한 정보뿐이었다.

'바하모르그라... 알고 있는 사람은 없겠지.'

조각 생명체라고 하여도 생명이 부여된 이후부터는 정해진 수명이 있다.

전투 중에 죽을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시간이 가면서 자연스럽게 성장을 하고 노화도 이루어진다.

바하모르그가 다른 조각 생명체들을 돌봐 주고 난 히우에 상처투성이의 몸으로 살아남았더라도, 이미 먼 옛날에 죽음을 맞이했으리라고 봐야 할 만큼 긴 시간이 흐른 것이다.

"이곳에 있다는 보장이 없기도 하고... 차라리 노가다가 편할 텐데."

무슨 조각사의 직업 마스터 퀘스트 내용이 이리도 다양하단 말인가!

위드는 음식을 먹으면서 밤을 기다렸다.

그리고 몬스터들이 활개를 치는 시간!

창문 밖으로 그들이 대규모로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폐허에서 깨어난 몬스터들이 어슬렁거리면서 돌아다닌다.

전설이 잠든 땅!

역사에 따르면 아르펜 제국이 분열되어 몰락할 때 안타로사는 주인을 잃었다.

군대의 침략과 약탈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그 이후로 몬스터가 밀려들어 오자, 사람들은 이곳을 그냥 방치했다.

그리고 결국 안타로사는 몬스터에 장악당한 도시가 되어 버린 것이다.

현재 브리튼 연합 왕국의 영토에 포함되어 있지만, 상인들도 근처로 오지 않고 멀리 다른 곳으로 돌아가곤 했다.

선술집과 여관, 유저들이 머무르고 있는 장소에는 은신의 마법이 펼쳐졌다.

그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지만, 위드의 마음은 편치가 않았다.

"숙박하실 거죠? 30골드입니다."

고작해야 하룻밤인데 너무나도 비싼 가격.

"어떻게, 좀 깎아 주실 수 없을까요?"

"안 돼요, 손님."

"이런 말까지 하고 싶지 않았지만, 제가 대륙에서 상당히 유명한 사람인데요."

"그러면 돈을 더 내실 수도 있겠군요."

여관 주인은 깐깐한 성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도 통하지 않았다.

★★★★★★★★★★★★★★★★★★★★★

검치는 사범들, 수련생들과 같이 던전을 휩쓸었다.

"저곳이 던전 입구 같다."

"저희가 앞장서겠습니다, 스승님!"

검치들이 분검술, 광휘의 검술을 익히게 되면서 사냥의 효율은 기가 막힐 정도로 좋아졌다.

"이런 게 스킬의 효과로군요."

"그러게. 이렇게 간단히 사용할 수 있으니 세탁기를 쓰는 것 같다."

기본 스킬만 사용하다가 레벨 400대 근처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된 공격 스킬들!

지식과 지혜에도 스탯을 투자하면서, 스킬의 레벨이 오를 때마다 공격력이 늘어났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위드가 해 준 결정적인 조언도 있었다.

"스승님과 사형들끼리만 전투를 하셔도 물론 충분하겠지만, 파티 사냥을 해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우리야 그렇게 하고 싶긴 하다만... 이곳에는 마땅한 사람이 없구나."

검치와 사범들, 수련생들도 유로키나 산맥에서는 파티 사냥을 제법 많이 했다.

여성 전사와 같이 싸우는 것은 그들의 원대한 희망 사항이기도 했지만, 북부로 와서는 다 함께 몰려다니다 보니 좀처럼 파티원을 구할 수가 없었다.

"스승님이나 사형들의 공적치라면 교단의 사제들을 고용해서 사냥을 나가실 수도 있을 겁니다. 모라타에는 프레야 교단의 북부 대성당도 있어서 사제들을 구하기가 쉽죠."

"크흠! 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가서 보기는 하마."

검치는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제자들과 같이 대성당이 있는 빛의 광장으로 갔다.

"어헛, 사제복이 참 예쁘구나."

"스승님! 방금 지나간 사제 보셨습니까? 청순한 얼굴이 딱 제 이상형이었습니다. 머릿결은 또 얼마나 고운지....."

"삼치 사형, 저쪽에서도 1명이 오고 있습니다!"

미의 여신인 프레야를 따르는 여사제들은 저마다 굉장한 미모를 자랑했다.

유저들 사이에서도 그래서 프레야 교단이 가장 큰 인기를 끌었다.

"삼치야, 우리가 저 여사제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사냥을 할 수 있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위드의 말대로라면 공적치라는 걸 써서 할수 있다고 했습니다, 스승님!"

검치는 사범들과 같이 프레야 교단의 북부 대성당으로 들어갔다.

"교단에 큰 은혜를  베푼 분들의 방문이군요. 원하시는 것이 무엇입니까. 더 좋은 무기를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몬스터를 퇴치하며 쌓아 놓기만 하고 쓰지 않은 공적치가 상당히 많았다.

무기를 얻거나 여사제들을 얼마든 고용할 수 있는 수준.

일반 유저들은 공적치를 활용하는 방법을 많이 알고 있어도, 그것을 얻기가 어려워서 쓰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스승과 사형들이 등을 떠밀어서 검사치가 나섰다.

"무기가 갖고 싶지만 지금은 필요 없습니다. 그보다는, 사냥에 나가려고 하는데 여사제들을 좀 데려갈 수 있겠습니까?"

"몬스터 퇴치를 하신다면 당연히 교단의 사제를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부디 다치거나 죽지 않도록 해 주십시오. 그렇게 된다면 더 이상 위험한 일에 사제를 투입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도록 하겠습니다."

검치와 사범들은 각자 여사제들을 1명씩 고용했다. 지금까지 있는지도 몰라서 관심도 갖ㅈ기 않던 공적치가 새삼 아까웠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사냥에 나가니, 사제들 덕분에 효율이 예전보다 3배 이상은 높아졌다.

전투 중에 치료며 축복을 받는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세상에 이렇게 좋은 것을 놔두고...."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히지 않습니까."

"들어 보십시오! 좀 전에 험하게 싸웠더니 많이 다쳤다고 손도 잡아 주었습니다!"

검치와 사범들은 깔끔하게 전투를 하는 편이었다. 위드처럼 일부러 맞아 가면서까지 하지는 않고, 공격과 수비도 간결하고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여사제들이 봐주니, 일부러 맞으면서 더 적극적으로 싸웠다.

여사제들을 몬스터로부터 철저히 지켜 주는 것은 기본이었다.

공적치를 써서 고용한 여사제들이었으니 따로 파티 사냥을 할 때처럼 경험치나 전리품을 나누어 줄 필요도 없었다.

"스승님, 저희도 다녀오겠습니다."

"어서 빨리 가서 데려와라."

수련생들도 모라타로 가서 여사제들을 모시고 왔다.

"허어, 죄송하지만 아직은 사냥을 나갈 수준의 여사제가 없습니다. 대신 남자 사제라도...."

"됐습니다!"

프레야 교단의 여사제가 동이 나자(?) 다른 교단의 여사제도 가리지 않고 몽땅 고용!

그 이후로는 바르고 성채 주변에서 몬스터가 씨가 말랐나 싶을 정도였다.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공적치가 아까워서 막무가내로 사냥을 했기 때문이다.

바르고 성채에서 여전히 가끔 일어나던 몬스터들의 침공도 사라지고, 치안의 안정이 이루어졌다.

"검술이란 참 아름답지 않으냐."

"그렇습니다, 스승님!"

★★★★★★★★★★★★★★★★★★★★★

위드는 다음 날 일찍 여관을 나왔다.

"우선 이곳에서 발굴된 조각품들을 찾아봐야 되겠군."

발굴가들은 발굴품들을 주로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브리튼 연합 왕국 귀족들의 성으로 가서 판매한다는 소문을 이미 입수했다.

조각품에 담긴 추억이 아마도 단서가 될 수도 있을 것.

"대륙에 명성이 자자한 조각사이시로군요. 발드몽 백작님께서는 예술을 사랑하십니다. 어서 들어오시지요."

"그대의 모험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평소에 꼭 만나 보고 싶었습니다."

"북부에 위치한 작은 나라의 왕이라고 들었는데,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위드는 각국 국왕들의 의뢰도 받아 낼 수 있었기에 브리튼 연합 왕국의 귀족들을 만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이 여러 발굴품들 중에서도 조각품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극히 적은 편이었다.

그나마도 성의 복도나 서재에 전시되어 있지 않고 창고에 보관되어 있었다.

"조각품이 좋군요."

"오래된 조각품이지요. 역사적인 물건으로, 이걸 가지고 있는 건 저밖에 없을 겁니다."

"잠시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감정!"

깨지고 칠이 벗겨진 사자상.

발굴된 조각품에 담긴 추억을 살피니 아르펜의 황궁이 있는 수도의 모습이 보였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조각 생명체들이 번성하며 살아가던 대성도.

게이하르 폰 아르펜 황제가 직접 깎았다는 분수대의 조각상이며 대륙 최고의 보물들도 영상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수도의 과거 모습에 대해서 알아냈으니 보물을 찾아내기도 조금은 쉽겠군."

보물들에 대한 단서를 얻어 냈으니 발굴가처럼 이곳에 머무르면서 땅을 파며 지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르펜 왕국의 국왕의 신분으로 그러기에는 해야 할 일이 많았다.

"바하모르그에 대해서는 나오지 않았어."

발굴된 조각품들은 파손도 많이 된 데라 관리 상태도 좋지 않았다.

"제가 조금 고쳐 봐도 되겠습니까?"

"대륙에 명성이 자자한 조각사께서 고쳐 주신다면 오히려 영광입니다."

위드는 즉석에서 퀘스트를 받아서 조각 복원술을 펼친 후에 조각품에 담긴 추억을 다시 살펴보았다.

그렇지만 주변의 풍경 정도를 조금 더 자세히 보여 줄 뿐, 바하모르그의 모습이나 그의 최후의 순간을 담고 있는 영상은 찾아낼 수 없었다.

"이것도 적지 않은 정보라고 할 수 있어.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평생 부정적으로만 생각해서는 독재도 하지 못하고 착취도 못 해. 적어도 아직까지 발굴된 조각품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잖아. 그렇다면 이다음은, 역시 발로 뛰는 수밖에 없을 거야."

위드는 폐허 지역의 지도를 펼쳤다.

바하모르그는 이곳으로 돌아온다고 하였다지만, 정말 돌아왔을지는 알 수 없다.

중독된 상태이기까지 했다니 도중에 사망했을 가능성도 매우 큰 것이다.

만약에 안타로사에 오지 않았다고 한다면 찾아야 하는 범위는 더욱 넓어진다. 지금도 이미 충분히 쉽지 않은 퀘스트인데.....

★★★★★★★★★★★★★★★★★★★★★

대략 일주일이 지난 후.

"이런 방식은 안 되겠어."

위드는 삽과 곡괭이를 내려놓았다.

"이 폐허 더미에서 어떻게 알아볼 수 있는 방법도 없고...."

그동안 다른 모험가들처럼 안타로사를 돌아다니면서 채광 스킬을 이용하여 땅을 엄청나게 파헤쳤다.

"혹시 저와 동업하시겠습니까?"

"곡괭이질이 예사롭지 않으시군요. 제가 점찍어 놓은 장소가 있는데, 같이 파시죠."

다른 유저들의 제안도 많이 받았다.

위드의 체력에 힘 그리고 채광 스킬은 가히 두더지를 연상 시킬 정도였던 것이다.

일단 파헤쳐 내려가기 시작하면 부서진 건물들의 잔해를 몽땅 헤집어 놓았다.

위드는 다른 사람들의 제안들을 모두 거절하며 자신만의 땅파기에 몰두했다.

"바하모르그... 오래된 바바리안의 용사... 장비가 엄청나게 좋겠지..... 그걸 내가 캐내면... 돈벼락이 치겠구나 보물... 마탑이 저쪽에 있었던가..... 황궁의 보물 창고....."

바하모르그의 수색 작업이, 어느새 다른 도굴꾼처럼 보물 탐색으로 변모!

그렇지만 안타로사의 보물 탐색도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일주일의 소득으로, 사용은 무리지만 골동품의 가치가 있는 갑옷 두 점과 철퇴 하나를 얻었다.

역사적인 가치 등이 있어서 최소한 1,500골드에서 2,000골드는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위드의 경우에는 직접 녹여서 재가공한다면 레벨 300대가 착용할 수 있는 갑옷을 만들 수도 있다.

다른 모험가들도 일주일에 이 정도라면 상당히 괜찮은 수확이라고 생각할 수준이었다.

하지만 바하모르그를 찾는 일에는 아무 성과 없이, 낮에는 땅을 파고 밤에는 여관에서 쉬면서 조각품만 깎는 반복적인 하루하루가 흘러갔다.

그동안 채광 스킬은 중급 2레벨에서 1단계 상승했다.

갈수록 늘어만 가는 땅파기 기술!

"여관비도 아깝고, 왠지 이런 방식은 아닐 것 같아."

위드가 제아무리 탁월한 땅파기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넓은 잔해를 몽땅 뒤집어 놓는 건 불가능했다.

발굴가들도 그나마 가능성이 높은 위치를 점찍어서 파내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운이 없었으니 그래도 혹시나 이번에는 우연히라도 성공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놈의 팔자는 역시 변하지 않는군!"

행운은 늘 비껴가는, 초지일관 불운으로 점철된 운명!

"다른 방식으로 찾아봐야 한다는 건데....."

위드는 스스로의 추리 능력이 그렇게 뛰어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편이었다.

지금까지 98%의 노가다와 2%의 눈치로 살아온 삶!

"내가 알고 있는 건 바하모르그가 최후에 이 안타로사로 오려고 했다는 것이 전부인데."

위드는 이 폐허의 잔해 더미에 대한 미련을 과감하게 버리기로 했다.

채광 스킬이나 조각품에 담긴 추억 등,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기술들이 있지만 그것만 믿기에는 여기가 너무나도 광활하다.

그리고 익히고 있는 여러 스킬들이 실제로 크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설혹 여기에서 정말 운 좋게 그의 소지품이라도 발견해 낼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테지만, 그건 아무래도 안 될 거야."

위드가 일주일간 파헤쳐 내린 잔해는 만분의 일도 되지 않았다.

게다가 갈수록 곡괭이질을 하는 장소가 원래의 목표보다는 보물 쪽으로 옮겨 간다.

이런 식이라면 대륙을 통일했던 아르펜 제국의 대단한 보물은 찾아낼지 몰라도 바하모르그에 대해서 알아낼 수 있을것 같지는 않다.

"내가 수색에 쓸 수 있는 정보가 뭐가 있을까?"

위드는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바하모르그가 대단히 강하다는 사실 그리고 그의 외모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모라타의 대도서관으로 가서 역사서를 읽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바하모르그와 같은 조각 생명체에 대해서는 나와 있지 않은 편.

"어쩌면 혹시라도...."

위드는 폐허에서 조각칼을 꺼냈다.

원래 성벽에 쓰였을 큰 돌덩어리를 대상으로 바하모르그의 모습을 조각해 두었다.

★★★★★★★★★★★★★★★★★★★★★

그날 밤도 몬스터들은 안타로사를 돌아다녔다.

그들끼리 싸우기도 하고, 작은 동물들을 사냥하기도 했다.

몬스터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 무언가 챙겨 갈만한 물건이 없는지 땅을 헤집어 놓기도 했다.

안타로사에 있는 몬스터들은 나름대로 지능을 갖추고 있었다. 

보물이나 필요한 물건들은 챙겨서 착용하기도 한다.

유저들은 보물을 들고 다니는 몬스터를 사냥하고 싶었다.

하지만 몬스터들이 활개를 치며 평상시보다도 강해지는 밤에는 무리다.

낮에는 복잡한 지하도나 던전으로 들어가 버리기에 추적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몇 차례 성공한 적이 있긴 했지만, 위험부담이 상당했다.

약한 몬스터가 보물을 가졌더라도, 금세 강한 몬스터에게 빼앗긴다.

좋은 보물일수록 결국 보스급 몬스터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

몬스터들은 위드가 조각해 놓은 바하모르그의 작품도 발견했다.

"키익?"

"크으으으응."

몬스터들은 관심을 두지 않고 지나쳐 버릴 뿐이었다.

"배가 고프다."

"저쪽으로 가 보자."

금이나 은, 보석은 그들도 좋아하기 때문에 부숴서 일부만 가져가거나 통째로 서석지로 옮겨 갔다.

습성에 따라 보물을 산처럼 쌓아 두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몬스터는 역시나 몬스터, 예술품에 대하여는 그리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었다.

"케엣, 이건.....?"

해가 뜨기 직전, 조각품을 발견한 몬스터들이 관심을 갖는 기색을 보였다.

'그래, 성공이다.'

위드는 까마귀로 변신해서 잔해의 틈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몬스터들이 알아본다면 이것은 훌륭한 단서가 될 터!

"왜 이따위로 생겼냐, 키키킷."

"이걸로 치면 부서질까."

콰지지직, 파사삭, 쩌억!

도끼로 내려치고 철퇴로 깨뜨리며, 조각품을 부숴 버리면서 노는 몬스터들!

위드는 공을 들여서 조각해 놓은 작품이 훼손되는 광경을 그대로 목격해야 했다.

'이놈들을.....!'

안타로사의 밤에 돌아다니고 있는 몬스터 떼로 인하여 피눈물을 흘리면서 참는 수밖에 없었다.

아침이 되고 몬스터들이 사라졌지만, 위드의 조각품을 본 것은 소수에 불과했다.

"이런 식의 작업은 문제가 있겠어."

위드는 방법을 조금 더 개선하기로 했다.

돌을 조각하는 것 외에도 할 줄 아는 것은 많았으니까!

★★★★★★★★★★★★★★★★★★★★★

그날 저녁이 오기 전, 해 질 무렵.

위드는 조각을 시전했다.

"빛의 조각술!"

그의 손에서 뻗어 나와 하늘을 수놓는 찬란한 빛의 무리!

더없이 아름답고 화려한 빛의 조각품을 만드는 것이다.

빛의 조각술은 매우 쓸모가 많아서, 다른 조각품을 만들때에도 항상 조금씩 사용했다.

조각품은 광(光)발!

표면에 은은한 광택을 씌워 주면 그 빛깔로 인하여 조각품이 한층 멋지고 고급스러워졌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빛으로만 이루어진 조각품을 만들어서 하늘에 띄우는 것이다.

바하모르그의 조각품!

위드가 손을 휘젓는 대로, 바바리안 용사 바하모르그의 모습이 하늘에 빛으로 새겨졌다.

"어두울 때 눈에 띄려면 밝은 것이 좋을까? 너무 밝으면 조각품으로서 멋은 없겠지."

간판도 지나치게 밝게 하면 비호감이 된다.

"몬스터들도 반짝이는 걸 좋아하니까. 색감은 정해졌군!"

위드는 황금빛과 은빛율 섞은 색으로 안타로사의 하늘에 바하모르그의 모습을 조각했다.

노을이 지고 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만들어 내는 작품이라 충분한 시간을 쓰지는 못했다.

급한 대로 만든 조각품이지만 그동안 수많은 연습들을 통해 빛을 다루는 데 익숙해져서인지 그럭저럭 볼만한 작품이 나왔다.

바하모르그의 형태에 맞춘 빛 덩이리가 안타로사의 하늘에 떠올랐다.

"이제는 충분히 알아보겠지."

위드는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적어도 이번에는 몬스터들이 때려 부수진 못할 테니 말이다.

★★★★★★★★★★★★★★★★★★★★★

"이건 위드의 조각품이다."

"전쟁의 신 위드가 이곳에 와 있었구나!"

안타로사의 모험가들은 빛의 조각품을 보며 들뜬 분위기였다.

그들의 공통된 우상이라고 할 만한 존재가 바로 위드였다.

모험을 하다 보면 고독할 때도 있고, 감당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어려움과 마주할 때도 있다.

좌절과 포기, 극복이라는 험난한 여정을 걸어야 하는 모험가로서, 위드는 존겨으이 대상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어디에 계실까?"

"무슨 퀘스트를 하러 오셨는지가 더 궁금해."

"요즘 안타로사에도 사람들이 조금 줄어들었는데, 위드 님이 오셨으니까 여기에도 예전처럼 사람이 많아지겠구나."

위드가 모험을 했던 장소는 사람으로 붐빈다. 텔레비전에서 연예인들이 갔던 장소에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과 같은 이치.

바다의 선장들은 지골라스를 향해 돛을 펼쳤고, 다른 찾아가기 쉬운 곳들은 위드의 모험 패키지라는 관광 상품이 출시될 정도.

"이 주변에 계시겠지?"

"벌써 떠났을지도 몰라. 워낙 신출귀몰하잖아. 모라타에서 스테이크를 드시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건 그래, 로열 로드의 모든 유저들이 궁금해하는데도 모험을 할 때에는 잘 알려지지 않잖아."

"평소에도 위장술을 하고 다닐 거야."

유저들은 선술집에 혼자 앉아 있는 위드를 보면서도 알아 차리지 못했다.

까마귀로 변했던 이후로 조각 변신술을 그냥 해제한 상태였는데도 몰랐다.

머리 가르마 위치를 조금 바꾼 것 정도로 완벽한 위장술!

사실 친한 동료들도 가끔 놀라기는 했다.

옷이 날개라는 말처럼, 멋진 갑옷을 입고 전투에 나설 때와, 내구도 하락해서 수리하기 귀찮다고 때가 덕지덕지 붙은 초보자용 복장을 입고 있을 때와는 풍기는 분위기가 너무도 달랐던 것이다.

"슬슬 올 때가 되었군."

위드는 간단히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서 일어났다.

잔해가 많은 이 주변에서는 다른 곳보다 식량을 구하기가 조금 어려운 편이다. 

다른 모험가들의 정보도 입수할 겸해서 선술집으로 왔는데, 별로 소득은 없었다.

오늘은 까마귀보다는 데루거라는, 이곳에서 상위 서열을 차지하고 있는 몬스터로 조각 변신술을 써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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