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30권 : 10) 바하모르그의 기억력 (190/520)

10) 바하모르그의 기억력

위드는 그들에게 말했다.

"레벨은 나중이 되면 큰 의미가 없습니다. 스킬 숙련도를 꾸준히 잘 올려놓아야 언제라도 편해요. 지금 이렇게 레벨을 올리더라도, 스킬과 스탯에 언제나 투자를 해야 됩니다."

다른 공격 계열의 직업들은 눈치를 보면서 남들 하는 만큼 정도만 한다.

제르는 워리어로서 직접 몬스터와 싸우는 처지라서 스킬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되는 입장이었다.

매번 전투에서 앞장서기만 하다가 이렇게 뒤를 따라가려니 조금 좀이 쑤셨다.

이곳 던전의 난이도가 워낙 높아서 긴장은 되었지만 심심한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

위드가 그에게 물었다.

"그리고 워리어라서 생명력 높죠?"

"네! 그렇지만 이곳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없을 거 같은데요."

"토리도야, 손님이다."

레벨이 낮은 워리어도 일단 파티를 맺은 이상 어떻게든 써 먹는 알뜰함!

제르는 뱀파이어 로드에게 피를 빨리면서 맷집과 체력을 키울 기회를 얻었다.

별 도움은 되지 않았지만, 슬리아도 옆에서 축복 마법이나 다른 필요한 마법들을 쓰면서 차곡차곡 스킬 숙련도를 늘려 나갔다.

그렇게 2층까지 순식간에 정리가 되고, 지하 3층!

이곳 역시 별다른 장애는 없었다.

위드의 장비는 이미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고, 조각 생명체들 역시 갖은 전투로 단련이 되어 있었다.

시간은 2층보다 조금 더 걸렸지만, 위드가 파티 사냥을 이끌면서 어렵게 느껴지진 않는 정도였다.

제르가 파티를 끌었더라면 분명 고민했을 부분에서도 재빨리 판단을 내렸고, 결과를 놓고 보자면 대부분 옳은 것이었다.

지하 3층 절반도 가지 않아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간신히 건널 수 있을 정도로 좁은 길.

옆으로는 어둡고 까바득한 낭떠러지였다.

"여깁니다. 이곳에서 아래로 떨어져서 발견했죠. 생각처럼 깊진 않으나, 밑에는 바바리안 시체만이 아니라 다른 몬스터들도 많이 있으니 주의하셔야 됩니다."

"알겠습니다. 위험한 곳이군요. 반 호크, 토리도."

"왜 부르는가."

"동시에 다 같이 내려가자."

"알겠다, 주인."

위드는 반 호크, 토리도와 같이 뛰어내렸다. 하지만 조금 떨어지다가 혼자서 펼치는 빛의 날개!

토리도도 곧바로 검은 망토를 펄럭이면서 공중에 멈췄다.

"크야아아아악!"

반 호크만 추락!

그가 땅에 떨어져서 몬스터들의 집중 공격을 당하는 사이에 위드와 토리도는 안전하게 아래로 내려왔다.

이곳에는 드라킨의 새끼들이 살고 있었다.

뒤따라온 황금새와 은새는 조인족으로 변하여 공격하고, 다른 조각 생명체들은 화살을 쏘면서 견제

제르는 아무것도 못 하고 금방 죽어 버렸었지만, 위드와 조각 생명체들은 이곳을 간단히 정리했다.

"여기였군."

위드는 벽에 기대어 죽어 있는 바바리안 시체를 발견했다.

아르펜 제국의 용사 바하모르그.

전쟁터를 누비던 그의 몸은 다시 돌로 돌아가 있었다.

몸에는 화살이나 부러진 검, 도끼 들이 박혀 있어 처참하기 짝이 없는 상태.

"정말 죽어 있었군."

퀘스트에서 그를 찾아내는 것이 어쩌면 정말 시간이 많이 걸릴 뻔했다.

안타로사를 모조리 수색하거나, 혹은 토르 왕국에서부터 흔적을 찾으면서 왔어야 발견할 수 있었으리라.

"어쨌든 찾았으니 정말 다행이야."

위드는 조각품에 담긴 추억 스킬을 시전했다.

"감정!"

-조각 생명체의 시체를 관찰합니다.

 자세한 정보의 확인은 불가능합니다.

『 이름 : 바하모르그 성향 : 호전적

   레벨 : 577 종족 : 바바리안

   직업 : 철혈의 워리어 칭호 : 불멸의 용사

   명성 : 8,932

게이하르 황제에 의해 탄생한 생명체.

아르펜 제국의 전투에서 늘 최전선에 나서서 승리를 가져왔다 그의

용맹은 대적할 자가 없었으며, 어떤 몬스터의 거친 공격이라도 받아

낼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과거에는 아르펜 제국 최고의 용사로 이름을 떨쳤지만 현재 그를 기

억하고 있는 자들은 거의 없는 상태.

게이하르 황제에 대한 충성심과 애정이 남달랐다.

아르펜 제국이 분열되고 난 이후로 대륙을 떠돌며 싸움을 하던 중 치료

하지 않은 상처가 악화되어 사망했다.

+모든 무기를 다룰 수 있다.

+강철 같은 체력과 맷집.

+각종 외침을 통하여 동료들의 사기와 방어력 증가시킴.

+샘솟는 생명.

+보호 스킬 마스터.

+뛰어난 마법 저항.

+높은 정신력으로 상태 이상에 걸려들지 않음.

+확인되지 않음.

+확인되지 않음.

+특수 스킬 : 확인되지 않음.

             확인되지 않음. 』

그리고 위드에게 바하모르그의 추억이 보였다.

★★★★★★★★★★★★★★★★★★★★★

"너의 이름은 바하모르그라고 하자."

"알겠다. 하지만 내 인생은 나 스스로 살아갈 것이다."

바하모르그는 아르펜 제국의 건국기에 태어났다. 그리고 그의 인생은, 시작부터 끝없는 싸움이었다.

평원, 사막, 절벽, 동굴, 늪지, 산을 가리지 않고 몬스터와 적을 만났다.

눈이 쌓인 산에서 야생동물들과 싸우고, 도시를 습격하는 몬스터를 물리쳤다.

"크하아아아!"

거친 야성의 울부짖음.

"적들이 있다면 내가 없앨 것이다. 나는 싸움이 좋다."

칼날과 화살도 그의 몸을 뚫지 못하였음여, 전장의 선두에 서서 엄청난 괴력으로 성문을 부쉈다.

기사단의 질주조차도 산악처럼 우뚝 서 있는 그를 쓰러뜨리지 못했다.

바하모르그는 아르펜 제국의 용사로 성장하였다.

그리고 게이하르 황제의 죽음 이후로 제국이 갈라져 나갈 때에는 누구의 편에 서지 않고 조각 생명체들을 위하여 싸웠다.

"나의 황제여... 이제 나는 누구를 위해서 살아야 하는가."

바하모르그의 투박한 마음에는 게이하르 황제에 대한 애틋한 정이 가득했다.

다른 조각 생명체들이 살아갈 장소들을 마련해 주고 나서 그는 안타로사로 돌아오기 위한 길을 걸었다.

약하된 의지는 단단하기 짝이 없던 그의 육체까지 무너뜨렸다.

이미 입고 있던 무수히 많은 상처들이 악화되어 갔고, 맹독은 몸 전체로 퍼져 나갔다.

그를 노린 몬스터와 어쌔신의 습격도 계속되었따.

피의 길을 걸으면서 안타로사로 향하였지만 결국 치료를 위하여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곳 던전으로 들어온 이후에도 드라킨에 의하여 계속 공격을 당하다가, 아르펜 제국의 최고의 용사는 결국 쓸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다.

★★★★★★★★★★★★★★★★★★★★★

띠링!

-용사 바하모르그 퀘스트에 필요한 정보를 입수하셨습니다.

 그가 맞이한 최후의 순간을 에르리얀에게 들려주면 의뢰가 완수됩니다.

위드는 바바리안 시체 앞에 서 있었다.

제르와 슬리아는 아무래도 퀘스트에 필요해서 저 바바리안 시체를 찾아온 것이라고 생각하며 조용히 기다렸다.

위드는 눈을 지그시 감고 조금 전에 봤던 영상들을 음미했다.

워리어란 적들의 어떤 공격도 자신의 몸으로 이겨 내면서, 가장 앞에서 싸우는 존재.

바하모르그는 대단한 워리어라고 할 수 있었다.

"역시 용사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활약을 했군."

게이하르 황제를 그리워하면서 죽기 위하여 안타로사로 찾아갔다는 이야기는 가슴까지 울렸다.

그 어떤 고통도 극복하는 워리어라지만, 마음의 아픔을 견뎌 내지 못한 충직함까지 가진 것 아닌가.

"이 약초가 정말 좋은 거야?"

"피부를 맑게 가꾸어 준다더라고."

"골골골. 나도 많이 바르고 싶다."

난데없이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들려 보니 피부에 좋다는 약초를 얼굴에 바르고 있는 엘틴과 게르니카, 금인이!

누렁이는 그 약초를 질겅질겅 먹고 있었다.

"에휴."

위드의 입에서 절로 한숨이 나왔다.

바하모르그에 대한 감동도 금방 사라진 상태!

"그렇지만 이대로 돌아갈 필요는 없겠지."

위드는 바하모르그를 갖고 싶었다.

아르펜 제국을 위해 헌신했던 위대한 워리어가 이렇게 쓸쓸히 잠들어 있는 것은 넘누 아쉬웠다.

전사에 대한 존경심으로도 그냥은 뒤돌아설 수가 없었다.

당연히 되살려 내서 앞으로 영원히 부려 먹어야 될 것 아닌가.

"조각품에 생명 부여!"

-용사 바하모르그의 시체에 생명을 부여하셨습니다.

 조각 생명체는 새로운 삶을 얻습니다.

 다시 조각한 시점에서 늘어난 예술 스탯과 조각술의 효과는 적용되지

 않으며, 예전에 살아 있을 때보다 레벨이 5% 줄어듭니다.

위드는 조각술 마스터한다면서 신들의 정원을 조성하느라 사냥을 많이 하지 못했다.

그 이후로 벨소스 왕의 유적에서 동료들과 전투를 하고 암벽 협곡에서 슬레이언 부족과 싸우는 등으로 레벨을 416을 만들었다.

그동안 어렵게 올린 레벨과 예술 스탯이 감소하지만, 바하모르그에게는 다시 생명을 갖게 해 줄 가치가 충분했다.

화석처럼 굳어 있던 바하모르그의 몸에서 심장이 쿵쿵거리며 다시 뛰기 시작했다.

몸에 온갖 무기들이 박힌 채로 벽에 기대어 죽어 있던 그가 서서히 눈을 떴다.

아르펜 황제를 따르며 베르사 대륙을 질타하던 용사가, 긴 시간이 지나서 위드에 의하여 다시 살아난 것이다.

"이곳은...."

바하모르그는 되살아나더니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으니 과거를 기억하는 일이 그리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위드는 전부 잊어버렸기를 바랐다.

'그래야 앞으로 내가 주입식 교육을 통해 확실히 부하로 써먹지.'

바하모르그가 머리를 흔들더니 무겁고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아, 게이하르 황제 폐하가 죽고 나서 나는 안타로사로 가는 길이었는데."

"....."

완벽한 기억력.

육체의 일부를 잃어버렸던 금인이와는 달리 바하모르그는 부상이 심각할 뿐 다른 것들은 멀쩡하다고 할 수 있었다.

위드가 가식적인 콧소리를 냈다.

"나는 게이하르 황제 폐하를 존경하며, 그분의 길을 다시 걷고 있는 조각사 위드라고 한다."

"바하모르그다. 나를 살린 것이 너인가?"

"앞으로 우리가 같이할 이야기가 많아질 것 같군. 일단 많이 다쳤으니, 가만히 있어 봐. 내가 치료를 해 줄게."

"제가......"

슬리아가 나서려고 했지만 귓속말을 보내서 만류!

사람은 첫인상이 중요하기에 친절히 붕대를 감아 주려는 것이다.

"이런, 많이 아프겠구나."

위드는 바하모르그의 몸에서 무기와 화살도 조심스럽게 뽑아냈다.

이것들은 재가공을 하여 팔아먹을 수 있는 아이템들!

'보관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군.'

아이템들에 대한 견적도 내리고 있었다.

바하모르그의 몸은 무기를 회수하자마자 트롤에 맞먹는 회복력을 보이면서 나아 갔다. 그는 황금새조차도 알아보았다.

"세노리아... 네가 어떻게 이곳에 있는 거지?"

"바하모르그, 정말 긴 시간이었다."

"아직 모든 것이 얼떨떨하다."

황금새와 바하모르그는 다시 만난 회포도 풀었다. 게이하르 황제에 대한 추억을 나누면서 과거의 순간들을 이야기 했다.

위드의 생각에, 한 가지만은 분명했다.

과거는 어쨌든 흘려보내야 되는 것.

아르펜 제국의 수호신이었던 바하모르그지만, 앞으로는 어디까지나 그가 부려 먹을 대상일 뿐이었다.

★★★★★★★★★★★★★★★★★★★★★

모라타로 오는 길에 제르와 슬리아도 와이번의 등에 태워서 데리고 왔다.

그들은 기왕 위드를 만난 이상 북부에 정착해서 살기로 한 것이다.

"판잣집이 싸니까 내 집 마련부터 하시고, 앞으로 재밌게 지내세요."

"네. 고맙습니다."

"그럼 이만 가 볼게요."

모라타에 와서는 둘 다 가 볼 곳이 많아서 위드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줄어든 듯이 보였다.

최근 방송국에서 모라타는 초보자들의 올바른 선택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모라타에 대한 방송이 계속 나오면서, 화가의 언덕 같은 명소뿐만이 아니라 가 보고 싶은 여러 장소에 대한 정보가 쏟아져 나온 상태였다.

모라에 새로이 정착하여 살기 위해, 그들은 바쁘게 떠났다.

위드도 따뜻한 눈으로 그들이 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세금 줄이 앞으로 2명 더 늘었군."

★★★★★★★★★★★★★★★★★★★★★

벤트 성의 상인 가몽!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귀한 올리브를 가져오셨군요! 요즘에 찾는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가격이야 당연히 잘 쳐 드려야지요."

-대규모의 무역 이익을 거두셨습니다. 명성 126 상승.

-교역소 주인과의 서로 이득이 되는 거래로, 회계 스킬의 레벨이 중급

 2레벨로 상승했습니다. 냉정한 계산으로 인하여 물건을 사고팔 때에

 더욱 가격을 후려칠 수 있습니다. 어수룩한 구매자들의 등을 칠 수 있

 을 것입니다.

-교역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에헤헤, 고맙습니다."

그녀는 모라타의 물건을 떼어다가 벤트 성에서 계속 팔아 치웠다.

레벨과 스킬 숙련도도 빠르게 올라가고, 운송 마차의 규모는 무려 열두 대 분량까지 늘어났다.

"요즘 가몽이라는 상인이 대단한 부를 쌓아 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

"상업에 뛰어든 지 얼마 되지 않은 상인 가몽의 재능이 대단하다더군. 지금의 이득이 어려운 사람들을 도왔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상인으로서 훌륭한 마음가짐이야."

"무역에 대해서 배우고 싶은가? 그렇다면 상인 가몽에게 배우는 것이 좋을 거야. 모라타의 교역소에서 거래되는 물품들을 가장 비싸게 팔아 치우고 있거든."

상인 유저들은 소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초보자들은 올리브의 가격이 4쿠퍼만 더 높더라도 귀찮음을 감수하고 더 멀리까지 운반한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재미!

마차 한 대 분량 이상이 되면 가격차이도 적은 액수가 아니었다.

게다가 큰 이득을 남기면서 정기적으로 납품을 잘하면 평판이 오른다.

상인의 평판은 회계 스킬의 성공률이나 퀘스트의 성공에 대한 보상까지 올려 주었으므로 대단히 중요한 부분.

"가몽이 누구야?"

"교역소 주인이 모라타에서 최고의 식료품 상인이라던데, 어디서 물건을 파는 거야?"

상인 유저들은 가몽을 만나고 싶었다.

초보 상인들이 자본이 없을 때 가장 먼저 취급하는 것이 식료품!

모라타의 농산물들은 품질이 좋은 편이라서 초반에 성장하기에 좋았다.

대도시로서의 위용을 자랑하기라도 하듯이 모라타에는 교역소도 여러 곳이었다.

"아저씨, 저 왔어요."

"오늘도 새벽 일찍 왔구만."

"예. 그래야 신선하잖아요. 오늘도 마차 열두 대 분량 가득 주문할게요."

"상인 가몽을 위해서 내가 따로 신선한 것들만 추려 놓았지. 가격도 어제보다 조금 더 저렴하게 줄게. 그 외에 필요한 것은 없나?"

"철 조각이 필요한데, 있을까요?"

"물량이 많진 않은데... 상인 가몽의 부탁이라면 그 정도는 들어줘야지!"

가몽과 교역소 주인의 대화를 듣고 있던 초보 상인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보통 그들이 말을 걸었을 때 교역소 주인의 반응은 심드렁했다.

ㅡ물건을 가져가서 제값을 받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군. 못 팔고 나중에 도로 가져오지나 말게.

ㅡ물건 값을 깎아 달라고? 팔 생각 없으니 다른 곳에 가서 알아봐.

그랬던 교역소 주인이 상인 가몽이라면서 치켜세워 주다니!

"저기요, 혹시 중앙 대륙에서 오신 상인분이세요?"

배낭에 잡템을 들고 다니며 판매하는 초보 상인들이 큰 용기를 내서 물었다.

"아뇨. 전 모라타에서 시작했어요. 풀죽신교 독버섯죽 신도예요."

"아... 그러면, 어떻게 이렇게 유명해지고 빨리 성장하실 수 있어요?"

중앙 대륙에서는 상인들끼리의 규율이 있다.

절대 다른 사람의 교역로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 것.

지식의 존중 차원에서였지만, 사실은 누구도 알려 주지 않는 부분이었다.

상인들은 스스로 발품을 팔면서 인맥을 쌓고 상품 거래를 개척하는 직업이었으니까.

가몽은 그런 점에 있어서는 남들과 달랐다.

"저는 주로 벤트 성에서 교역을 해요."

"벤트 성이라면...."

"아! 그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는 벤트 성! 게시판에서 본 적이 있어요. 그곳에 들어가서 거래를 하신다고요?"

"네!"

가몽은 초보 상인들에게 방법을 알려 주었다.

"제가 벤트 성에 소개시켜 드릴 수도 있어요. 그곳은 아직 까지도 식료품이 많이 부족한 편이거든요. 식료품을 사 오셔서 저랑 같이 벤트 성으로 가실래요?"

"고맙습니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게요."

잡템을 팔며 근근이 성장하고, 중앙 대륙과의 원거리 교역에만 집중하던 초보 상인들.

그들이 100명 넘게 벤트 성에 들어가게 되었다.

"가몽의 소개라면 들어가도 좋다."

"상인 가몽이 알선하는 사람이라면 믿고 교역을 해도 되겠지."

"정말 신선한 우유로군. 바로 이런 걸 찾고 있었어. 오늘 낮이 되기 전에 다 팔려 버릴 것 같은데, 더 없나? 더 있으면 가격은 한 병에 17쿠퍼씩 더 쳐주지!"

초보 상인들은 벤트 성에서 큰 무역 수익을 거뒀다. 개인이 가져온 물건의 양이라고 해 봐야 많지 않았어도, 지금까지 상인으로서 거둔 수입 중에서 가장 많았다.

그 이후 모라타와 벤트 성의 교역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요즘 들어서 사람들이 맥주의 맛을 알게 된 것 같아. 팔 물건이 많이 부족하니 이틀 내로 열 통을 가져와 줄 수 있겠나? 수고료를 조금 더 쳐주지."

"내일까지 가져오겠습니다!"

상인들은 북부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운송 마차를 달리기 시작했다.

마침 아르펜 왕국이 확장되면서 다른 마을들도 발전을 하고 있는 터라 교역할 곳은 더욱 많아졌다.

"에퀴녹 마을 들렀어?"

"아니. 거기서 팔 물건을 조금 남겨 놨어야 되는데 아르망 마을에서 다 팔아 버렸어."

"나도 물건이 없어서... 모라타에 빨리 다녀와야지. 유셀린 마을 근처 던전에서 소비되는 물자들을 보급해 달라고 다들 난리야!"

초보 상인들이 북부를 활보하면서 필요한 물자들을 운반하자 각 지격에 활력이 돌았다.

전사와 기사만 왕국과 관련이 있는 건 아니었다. 평상시에는 상인들의 활동이 더욱 왕국을 살찌우는 역할을 했다.

마을과 도시가 발전하고, 출생률이 높아지고, 기술과 문화, 경제, 식량 생산 등, 셀 수 없이 많은 부분에 상인들의 땀방울이 어려 있었다.

모라타가 북부 전체와 교역을 하는 데에도 상인들이 다리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제 가몽은 독점에 따른 수익을 포기하는 수박에 없었다.

벤트 성에는 부족한 물품들이 많았는데 다른 상인들도 가져오게 되면서 가격이 혼자서 팔 때만큼 비싸게 받기는 어려워졌다.

"헤헤, 그래도 벤트 성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좋아."

가몽은 궁극적으로 북부 전체가 발전을 해야 상인들이 먹고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정말 대상인이 되기 위해서는 아르펜 왕국이 더욱 커지고 발전을 하여야 한다.

가몽은 다른 상인들과 어울릴 때마다 독버섯 죽을 나누어 마시며 자신의 뜻을 이야기했다.

"가몽 님의 생각이 맞습니다. 저도 더 노력하겠습니다. 크으윽."

"톳쿵 님, 괜찮으세요?"

"생명력이 870 남았는데... 죽지 않았습니다."

"그 정도면 한 숟가락 더 드셔도 되겠어요."

상인들이 북부에서 모라타의 질 좋은 물품을 판매하면서 지역 정치의 확대와 문화의 전달도 이루어졌다.

"이벨린 성은 절대 사람을 들여보내 주지 않는다던데요. 가몽 님은 성공하셧어요?"

"아직요. 그렇지만 기필코 그곳에서도 물건을 팔 거예요. 모라타의 물품은 좋으니까, 승산이 있어요!"

상인들은 목숨과 재산을 걸고 북부를 누비며 도전을 계속 하고 있었다.

물론 그러면서 아르펜 왕국의 영향력과 경제력도 덩달아 확대되었다.

★★★★★★★★★★★★★★★★★★★★★

다크 게이머 연합 모라타 지부.

그들은 황소 광장 주변의 선술집에 자주 모였다.

모라타에는 관광객들도 많을 뿐만 아니라, 유저들이 모여들면서 적극적인 개척이 이루어지고 있다.

북부에는 사냥을 할 만한 장소도 많기 때문에 다크 게이머들은 알음알음 찾아 오게 되었다.

"이 도시는 물가가 저렴해서 정말 좋군."

"세금이 낮으니까요."

"돈을 많이 받는 퀘스트는 좀 적고, 호위를 해 달라는 의뢰도 마찬가지로 드문 것이 단점이기는 해."

"뭐든 다 좋은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더라도 이곳은 멋진 편이죠."

다크 게이머들의 수입원은 전쟁 참여나 위험한 던전에서의 호위 등 여러 가지였다.

모라타는 몬스터들 외에는 평화로운 편이라서 돈이 오가는 의뢰가 다른 곳보다 훨씬 적었다.

그런 이유로 스스로의 성장에 목표를 두거나 모험을 원하는 은둔자형 다크 게이머들이 먼저 자리를 잡았다.

예술품과,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시장과 광장, 대성당, 대도서관, 탐구자의 탑, 헤스티아의 대장간, 신들의 정원이라는 최고 수준의 기반 시설.

그럼에도 세금은 낮고 사냥터와 던전에 대한 텃세가 없다는 점은 다크 게이머뿐만 아니라 중견 유저들도 불러오고 있었다.

레벨이 높은 유저일수록 지금까지 쌓은 모든 것을 버리고 먼 북부까지 와서 새로 자리를 잡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움직임은 별로 없는 편이었다.

하지만 위대한 건축물이 지어질 때마다, 그리고 신들의 정원까지 완공되면서, 중견 레벨의 유저들은 계속 이주를 해 왔다.

며칠 사이에 중앙 대륙에서의 이주자들로 작은 마을 하나가 꾸려질 정도.

상대적으로 레벨이 높은 유저들이 오며 경제 규모가 대폭 확장되어 세금 징수액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정체되거나 느리게 진행되던 기술의 발달도 빨라졌다.

다크 게이머 연합에서는 모라타 지부도 세우게 되었는데, 불과 일주일 사이에 확장을 고려해야 될 정도로 성업을 이루었다.

선술집의 2층.

이곳에서는 다크 게이머들이 중대 회의를 하고 있었다.

"중앙 대륙의 전쟁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보고를 들으면 헤르메스 길드의 전력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고 합니다."

"용병과 다크 게이머도 대대적으로 모집을 하고 있는데, 새로운 전쟁을 준비하는 조짐이 뚜렷합니다.'

베르사 대륙 전역에 퍼져 있는 다크 게이머들. 그들을 통하여 연합에서는 대륙의 정세를 읽고 있었다.

헤르메스 길드와 클라우드 길드, 사자성, 로암 길드, 블랙소드 용병단.

대륙의 노른자위 땅들을 분할하여 다스리고 있는 거대 명문 길드들이었다.

"헤르메스 길드원들이 톨렌 왕국에도 비밀리에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력 확장이 너무 빠르고 위험하군요."

하벤 왕국, 칼라모르 왕국에 톨렌 왕국까지 먹어 치우고도 그 이상으로 커진다면 헤르메스 길드에 저항한다는 것은 어려워진다.

"헤르메스 길드에 비하면 다른 곳들의 전력은 얼마나 됩니까?"

"추측하기는 어렵지만 헤르메스 길드의 전력이 대외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최소한 2배, 어쩌면 3배 이상으로 강할지도 모릅니다. 다른 길드들도 문제지만 헤르메스 길드가 가장 큰 위협입니다."

다크 게이머들은 어느 한 세력이 베르사 대륙을 장악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들이 바라는 건 끊임없는 혼란과 전쟁이 아니었다. 대륙이 자유와 모험 정신으로 인한 활력으로 넘치는 것이다.

"중앙 대륙에서의 승리자가 결정이 나면 그들은 다른 장소로도 세력을 뻗칠 겁니다. 이것 북부로 현재로써는 시간 문제라고밖에는 볼 수 없겠죠.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장소는 갈수록 줄어들게 됩니다."

다크 게이머들은 위기의식을 나누었다. 대륙을 위햐여, 그리고 그들의 밥벌이를 위하여 이대로는 안 된다.

"하지만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다크 게이머들은 각자 사정이 다 달랐지만 자기 자신의 이득이 우선이었다.

개개인의 능력이 강하더라도 길드를 결성하거나 군대를 창설해서 중앙 대륙의 길드들에 반대한다는 것은 특히나 하기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되겠죠. 우리가 왜 모라타에 있는지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건 이곳이 자유롭고 편하고, 모두에게 좋은 장소이기 때문이겠죠."

"중앙 대륙을 누가 장악하건 간에 나중에 이 아르펜 왕국과 싸우는 것은 정해진 일입니다."

"그야 당연하지만 아르펜 왕국으로서는 역부족입니다."

다크 게이머들이 평가하기에 아르펜 왕국은 발전 가능성이 높았다.

초보자들이 상당수 들어오고 있고, 중앙 대륙에서의 이주민도 많다.

발달 속도가 눈에 띌 정도로 멋진 곳이지만, 중앙 대륙의 명문 길드에 맞서서 군사적으로 대항할 수 있는 전력은 아니다.

"국왕의 군대는 빈약합니다. 사실 왕국으로 승격된 것 자체도 얼마 되지 않았을 정도이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토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였습니다."

"바르고 성채도 이제 치안이 잡혀서 광산 개발 등에 나섰다는 소식을 듣긴 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군대에 들어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다크 게이머들이 아르펜 왕국군으로 편성된다면 그 전력 향상은 엄청날 것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개인의 이득을 따지는 그들이 왕국을 위해 남들의 명령을 듣거나 부하들을 데리고 전쟁터에 나가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됩니다. 대도서관에서 다들 가 보셨을 겁니다."

"물론 가 봤죠. 퀘스트를 위한 정보 조사에 도움이 되는 장소니까요."

"아르펜 왕국으로 온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 이유도 대도서관 때문이 아닙니까."

"그곳에는 우리가 할 만한 의뢰가 많이 쌓여 있습니다."

"그렇더군요. 가 보고 놀라기는 했습니다.'

초보자들과 다른 유저들이 주민들과의 이야기나 사냥을 통해 단서를 가져오면 그것은 대도서관에 등록된다.

그렇게 모인 미해결 퀘스트가 난이도가 낮은 것부터 높은 것까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초보자들이 많은 모라타에서는 난이도 낮은 의뢰들은 그나마 해결이 잘되는 편이었지만, 여러 제한이 있거나 난이도 높은 것들은 지지부진인 경우도 많다.

"우리가 정체되어 있는 퀘스트를 적극적으로 합시다. 그것으로 아르펜 왕국에도 도움을 줍시다."

"그건 좋은 생각 같습니다.'

다크 게이머들은 자신들의 이득도 챙기고 아르펜 왕국에도 밑거름이 되는 퀘스트들을 해결하기로 했다.

개척, 몬스터 토벌, 보물 탐색, 발견.

퀘스트가 진행되다 보면 아르펜 왕국에도 여러모로 도움이 되기 마련이다.

"우리가 나서는 것으로 아르펜 왕국에 충분한 힘이 되어 줄 수 있을까요?"

"그건 해 봐야 알겠지요."

"우리가 시작한다면 연합에 있는 다른 다크 게이머들도 움직일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해 온 것처럼 대도서관에서 얻은 퀘스트의 성과를 게시판에 올려놓는 정도로도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가세하도록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으로 아르펜 왕국이 부강해질 수 있다면 다크 게이머들의 역할도 다한 셈이다.

다크 게이머 연합 모라타 지부의 결정은, 연합 내무의 게시판을 통해서 알려졌다.

중앙 대륙과 동부, 남부, 서부에서 활약하는 많은 다크 게이머들의 공감도 이끌어 냈다.

그들은 전통적으로 직접 나서서 어느 한 길드나 국가를 위해 싸우지는 않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아르펜 왕국을 은밀하게 후원하는 정도라면 충분히 가능하고, 자신들에게도 해가 되는 일은 아니다.

"아르펜 왕국이라... 재미있겠군."

"전쟁의 신 위드는 마법의 대륙 시절부터 알고 있었지. 혼자서도 다 해 먹는 모습을. 지금 모라타가 사냥이나 모험에 괜찮다고 하니 가 봐야 되겠어."

다크 게이머들이 아르펜 왕국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

라살 왕국의 수도 역시 헤르메스 길드에 의해 이틀 만에 함락되고 말았다.

모두가 헤르메스 길드의 전쟁 수행 능력을 우러러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ㅡ그들은 당분간 라살 왕국의 내정에 신경을 쓸 것이다.

ㅡ헤르메스 길드가 라살 왕국까지 확실하게 식민지로 확보하여 더욱 강해지기 전에 연합군을 결성하여야 한다.

사람들의 예상을 무색하게 하며,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다음 움직임을 보였다.

라살 왕국 점령 열흘 만에 브리튼 연합 왕국의 국경에 도착!

"대제국 하벤의 위엄을 보이자."

"헤르메스 길드는 무적이다."

도열해 있는 수천 기의 기사들. 그리고 55만이 넘는 병력으로 이루어진 하벤 왕국의 군대!

기사들이 한꺼번에 검을 뽑아 들고 말고삐를 쥐었다.

"진격을 알리는 북을 쳐라!"

거센 북소리와 함께 돌격!

브리튼 연합 왕국은 대륙 최대의 명문 길드 중의 하나인 클라우드가 장악해 가고 있는 곳으로 충돌은 피할 수 없다.

지금까지 대륙에서 벌어진 전쟁 중에서 가장 큰 것이 터지려고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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