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시슬레 성의 전투
위드가 사냥에 집중하는 사이에 시간은 흘러 헤르메스 길
드와 클라우드 길드 간의 전쟁도 확대되고 있었다,
거대한 길드의 역량을 총동원한 전쟁!
헤르메스 길드는 대륙에서 가장 많은 유저를 보유하고 있
었으며, 고레벨 유저도 클라우드 길드보다 풍부했다.
하벤 왕국의 병사들도 훈련도와 무장 상태에서 브리튼 연
합 왕국보다 뛰어나서, 초반에 거세게 공격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점령 지역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많은 병사를 필요
로 한다.
클라우드 길드에서도 지금의 번영이 그냥 운 좋게 된 것은
아니라는 걸 저력으로 보여 주었다.
막강한 정예부대를 구성하고, 다른 용병단과 길드 들을 동
맹으로 끌어들여서 반격!
헤르메스 길드도 처음으로 패전을 기록하게 되면서, 전쟁
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었다.
곡물이 익어 가는 곡창지대가 기변들에 의해 짓밟히고, 마
을들은 잿더미가 되었다.
헤르메스 길드와 클라우드 길드는 매일 크고 작은 규모의
전투를 치르면서 땅을 빼앗기 위해 싸웠다. 그러면서 양측의
대군이 브리튼 연합 왕국의 군사와 교통의 요충지라고 할 수
있는 시슬레 성으로 모이게 되었다.
이곳을 헤르메스 길드가 함락시키게 되면서 자유도시 3개가
그들의 소유가 된다.
클라우드 길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야 하는 입장이
라서 물러서지 않고 대군을 투입했다. 헤르메스 길드 역시
이곳에서 승부수를 띄우기 위하여 많은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었다.
전쟁의 승패가 시슬레 성에서 사실상 결정 날 것으로 보이
기에 방송국들은 생중계를 결정했다.
두 왕국이 결판을 벌이는 것이었으니 로열 로드의 유저들
도 이곳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위드도 페일 일행과 같이 있으면서 그 정보를 듣게 되
었다.
베르사 대륙의 역사와 힘의 균형이 바뀔 수 있는 날이
었다.
"우린 모라타의 선술집에서 맥주나 마시면서 볼 계획인데
위드 님은요?"
페일이 그날 뭘 할 것인지에 대해서 물었다.
"같이 놀아요, 네?"
수르카가 옆에서 졸랐지만, 지금까지 위드는 헤르메스 길
드가 전쟁을 벌이는 내내 던전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었다.
그날도 던전에서 보내더라도 조금도 이상할 게 없으리라.
위드는 페일에게 물었다.
"시슬레 성에서의 승자가 전체적인 전쟁에서 이길 가능성
이 높다는 게 사실입니까?"
"예. 메이런이 그러는데 이번 전투의 규모가 너무 커서 여
기서 밀린 쪽은 회생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군요. 클라우드
길드가 이기면 잃었던 영토를 되찾고 라살 왕국에 대한 영향
력도 높일 수 있겠죠."
"헤르메스 길드가 이긴다면요?"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높은데요, 헤르메스 길드가 이
긴다면 브리튼 연합 왕국을 잡아먹는 것도 시간문제이고요.
클라우드 길드에서는 남아 있는 병력을 다 동원하더라도 지
금처럼 많은 군대를 끌어모으지는 못할 테니까요. 다만 어느
정도로 크게 이길 수 있느냐가 관건이겠지만요."
유저들이야 죽더라도 하루가 지나면 다시 살아나게 된다.
그렇지만 높은 레벨로 올라갈수록 잃어버리는 게 많아지니
죽음에 대한 공포심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었다.
길드의 역량을 총집결한 전쟁에서 패하게 된다면 심리
적으로 어지간해서는 다시 싸우기가 부담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유저들은 그나마 살아난 이후를 노릴 수 있는 기회라도
있지만 NPC들로 이루어진 부대가 전멸을 하게 되면 그걸
로 끝.
징집을 해서 훈련을 시키고 전쟁에 투입하려면 시간과 돈
이 많이 필요했다.
시슬레 성에서의 전투에서 패배하여 병사와 기사 들이 죽
는다면 그 피해를 단기간에 복원하기는 불가능하리라.
화령이 살짝 애교를 부렸다.
"위드 니임, 선술집에서 같이 봐요. 통닭도 시켜 드릴게요."
선술집에서 대형 수정 구슬을 보면서 맥주와 통닭을 먹는
기분은 최고이지 않은가.
전쟁이 벌어지거나 혹은 로열 로드의 중요한 방송이 있는
날이면 사람들은 항상 선술집으로 모였다.
위드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선술집은 안 되겠습니다."
"휴..."
화령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
대도시가 된 모라타에서 사람들과 시끌벅적하게 떠돌면서
전쟁을 구경하는 것도 로열 로드의 즐거움 중 하나였다.
특히 북부에는 헤르메스 길드 욕을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그들과 함께 욕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 해소도 되
고 좋았다.
위드에게는 다른 계획이 있었다.
"시슬레 성 부근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게 될 테니... 그곳
에 가서 통닭과 오징어를 팔아야 되겠군요."
"정말요!"
화령의 눈이 번쩍 뜨이게 만드는 이야기.
페일과 수르카, 제피, 로뮤나, 벨로트의 얼굴 표정도 바뀌
어 있었다.
수정 구슬로 보는 것보다는 가까운 장소에서 전투 구경을
하는 것이 훨씬 좋다.
이동 수단이야 와이번을 타고 가도 되지만, 간단히 가는
것이라면 유린의 그림 이동술을 활용하면 편했다.
* * * * * * * * * * * *
아름다운 루가 강의 옆, 시슬레 성에서 벌어지는 전투.
헤르메스 길드는 무려 31만이나 되는 대병력으로 진군하
였다.
시슬레 성은 브리튼 연합 왕국에서도 핵심적인 군사 요충
지라서 전쟁 준비가 상당 부분 이루어져 있었다.
성 앞에는 대군이 싸우기에 좋은 넓은 평원이 있었지만,
클라우드 길드는 성문을 닫아걸고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들은 수성을 준비하면서 베르메르에서 출발한 구원군
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공성전이 벌어지는 도중에
구원군이 도착하면 헤르메스 길드의 병력을 협공할 수도 있
었다.
"땅콩 팝니다."
"오징어 있어요. 양에서만큼은 절대 속이지 않는 상인 얀
손이 팝니다."
"시원한 음료수, 와인과 맥주도 판매합니다! 양이 얼마 남
지 않았으니 어서 서두르세요."
시슬레 성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은 구경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전쟁이 벌어져도 갑자기 휩쓸리지 않을 만한 안전한 곳에
서 구경을 하기 위해서, 브리튼 연합 왕국은 물론이고 인근
왕국에서도 모였다.
불난 집과 싸움 구경만큼 사람들을 몰리게 하는 사건도 없
는 것.
위드의 경쟁자들도 장사를 하기 위하여 많이 와 있었다.
"그래도 장사에는 무리가 없겠군."
위드는 장사용 마차에 오징어와 땅콩, 팝콘, 통닭, 맥주와
각종 주류를 충분히 준비했다.
마판의 상회를 통하여 브리튼 연합 왕국의 영토 내에서 직
접 납품받은 것이었다.
재료만 마차 세 대 분량!
구경을 하는 동안 놀 수는 없으니 돈도 벌면서 요리 스킬
의 숙련도도 올리기 위해서였다.
"자, 닭 다리 뜯어보세요. 긴말하지 않겠습니다. 9골드!"
주변 사람들과 차별화되는 고가 전략!
장사란 남들보다 조금 맛있게 그리고 엄청 비싸게 팔아야
이득이 많이 남는다. 가격이 높을수록 사람들의 기대치도 더
올라가고, 급기야는 호기심 때문에라도 사 먹게 된다.
"죽이네. 이거 어디서 나는 냄새지?"
"저기에서 파는 건가 봐. 사 먹어 볼까?"
위드는 장사를 하면서 전쟁이 벌어지기만을 기다렸다.
시슬레 성의 성벽을 사이에 두고 일촉즉발의 분위기였다.
화살 하나라도 날리면 금세 터질 듯한 분위기!
"위드 님."
"저희 이제 왔어요!"
화령과 벨로트, 수르카도 도착했다. 그림 이동술로 미리
근처까지 와 있다가 시간을 맞춰 접속한 것이다.
"꺄... 재밌겠다."
"이런 전투를 구경할 일도 거의 드물 텐데요."
"응. 앞으로 언제 또 볼지 몰라."
그녀들은 전쟁 구경을 하려고 했지만, 위드의 요리를 돕는
일에 동원되어야 했다.
"뭐, 도와주신다면 고맙기는 하죠. 자, 여기 앞치마요."
위드는 미리 그들의 숫자에 맞춰서 앞치마까지 갖춰 놓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전쟁터 앞에서 요리 장사를 하는 경험도 흔히 하기는 어려
운 것.
"진짜 맛있네."
"아저씨, 닭 날개는 언제쯤 돼요?"
위드의 수레 앞에는 손님들이 계속 줄을 섰다.
"닭 날개가 지금부터 11골드로 올랐습니다."
"왜 가격을 올려요!"
"잘 팔리니까요. 싫으시면 다른 곳에 가서 드세요!"
"완전 야비하다."
"칭찬 감사드립니다."
이것이야말로 악덕 상인으로서의 면모!
전쟁이 벌어지거나 말거나 바가지 영업은 활발하게 이루
어졌다.
왕국 간의전쟁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 중에는 레벨이 높
은 사람들이 많았기에 음식물의 가격 정도는 큰 문제가 아
니었다.
위드는 통닭을 튀기면서 그 기름을 버리지 않고 계속 재활
용했다.
손님들이 보는 시선이 있기에 약간의 처리 과정은 필요했
다. 기름을 통에 부어 놓은 후에 다른 기름을 꺼내서 쓰다가
슬쩍 다시 예전의 기름을 사용하는 전략!
위드의 요리 스킬이 높기 때문에 다들 먹는 데 정신이 팔
려서 한 번도 걸리지 않은 비법 중의 비법이었다.
'작년에 만든 기름인데 오래도 쓰는군.'
순수 동물성 돼지기름.
재활용을 거듭하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요리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물론 통닭 등을 만들 때는 아무리 잘해도 스킬 숙련도가
잘 오르지 않아서였다.
위드도 직접 요리를 먹을 때에는 나쁜 기름은 쓰지 않았
다. 최소한 자신과 가족들에게는 좋은 음식만을 먹인다는,
음식 장사로서의 물러설 수 없는 곧은 양심!
"자, 자! 담백하고 건강에도 좋은 통닭입니다. 곧 재료가
떨어지면 영업을 그만둘 테니 어서 주문해 주세요!"
위드가 장사를 하는 사이에 시슬레 성을 볼 수 있는 어지
간한 장소들은 구경꾼들로 넘쳐 났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다른 부분은 억압적이었지만 전투
구경에 대해서만큼은 관대했다. 그들의 군대를 지켜보고 공
포에 질리게 하여 복종을 유도하는 전략이었다.
"완전 멋있지 않냐."
"헤르메스 길드의 전투는 아무리 봐도 질리지가 않아. 정
말 엄청난 군대란 말이지."
"앗, 저기 거인 기사 보에몽이다."
헤르메스 길드의 무력을 상징하는 기사 보에몽.
바드레이 친위대 소속이며 레벨은 440을 넘었을 거라는
평가였다.
그는 바바리안 기사로서 남들보다 우월한 덩치를 가졌다.
그의 말도 다른 기사들의 것보다 훨씬 커서, 전장에서 쉽
게 눈에 띄었다.
위드는 손님에게 팔 브랜디에 물을 타다가 고개를 끄덕
였다.
"확실히 강해 보이기는 하는군. 장비들도 최상품이고. 어
디 뒷골목 같은 곳에서라도 만나면 조용히 해치워 버릴 수
있을 텐데."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전력을 나누어서 시슬레 성으로 두
갈래로 진격을 했다.
바드레이가 지휘하는 군단은 우회하여 루가 강을 건너고
있었으며 이들의 목표는 클라우드 길드에서 나온 구원군의
요격.
보에몽은 어마어마한 숫자의 공성 무기와 같이 시슬레 성
을 함락시키는 임무를 맡았다.
그는 인내심이 약하고 기다릴 줄은 모르는 기사였다.
"공격하라, 기사들이여! 하벤 왕국의 대륙 통일을 위하여
저항하는 적들을 없애라!"
헤르메스 길드의 전면적인 공격 개시!
"와, 이제 전쟁이 벌어진다."
"벌써?"
"화끈하기도 하네."
바퀴가 달린 공성 병기들이 전진하자 수비 측에서 마법 공
격이 날라왔다.
시커먼 연기를 꼬리에 물고 날아오는 불덩어리, 얼음의
창, 괴물의 형상을 하고 있는 흙더미 등.
이를 당연히 예상하고 있던 헤르메스 길드의 마법사들은
공성 병기를 지키기 위해 일제히 보호 마법을 펼쳤다.
바람의 막, 물과 공기의 장벽 등이 공성 병기 앞을 가로막
았다.
공격 마법과 방어 마법의 정면충돌!
하늘에서 불꽃놀이가 굉음과 같이 펼쳐지며 땅이 뒤흔들
리면서 울렸다.
몇몇 공성 무기들은 보호벽을 뚫고 공격을 당하여 완전히
박살 나고 말았다.
마법 전투의 웅장함!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이런 피해를 감안하여 공성 무기를
220기 이상 동원했다. 라살 왕국을 공격할 때에는 쓰지도
않았던 공성 무기를 이곳의 전투를 위하여 몽땅 가져온 것
이다.
마법 공격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성벽을 빨리 부숴 버리
는 것이 필수였다.
"성을 완전히 부숴라. 발사하라!"
"계속 쏴라!"
공성 무기들이 커다란 강철 화살과 바윗덩어리를 시슬레
성을 향하여 쏘아 냈다.
상황이 바뀌어서 시슬레 성에서는 이를 요격하기 위한 마
법 방어에 나섰지만 감시탑과 성벽 등이 셀 수 없이 타격당
하고 있었다.
루가 강과 잘 어울리는 건축물이었던 시슬레 성은 시간
이 지날수록 공성 무기들로 인하여 부서지고 처참하게 변
해 갔다.
위드의 장사도 이때부터는 잘되지 않았는데, 구경꾼들이
먹기보다는 전투에 정신이 팔려 있었기 때문이다.
공성전이 벌어지게 되면 30분, 1시간이 언제 지나 버렸는
지도 모를 만큼, 시간 흐르는 것마저 잊어버릴 정도였다.
그런데 파괴력이 강한 공성 무기일수록 내구도에서만큼은
약하다. 몇 차례 사용하다 보니 고장 나는 공성 무기들이 속
출했다.
"진군하라!"
길게 울려 퍼지는 뿔피리 소리.
하벤 왕국의 군대가 전진했다.
원거리 공성 무기에 얻어맞고만 있던 시슬레 성에서도 화
살이 하늘을 뒤덮을 기세로 쏘아지고 있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 내보낸, 몬스터들이 끄는 성문 파괴용
마차도 진격하였다.
"우와아아아!"
"가자! 몽땅 죽여 버려라!"
"하벤 왕국의 영광을 위하여!"
"바드레이 국왕 폐하를 위하여 적과 싸워라!"
하벤 왕국의 군대는 화살의 피해를 받으면서도 성벽으로
달려갔다. 사다리와 밧줄을 성벽에 걸고 타고 올라가려고
했다.
공성전에서 높고 단단한 성벽을 끼고 있는 수비 측에서는
매우 유리한 입장에서 싸울 수 있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큰 피해를 감수하고 압도적인 병력
의 우위를 바탕으로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헤르메스 길드의 유저들도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마법이
작렬하고 정령이 돌아다니면서 볼거리를 끊임없이 만들어
졌다.
레벨 300대, 400대의 유저들도 있기 때문에 전장에서는
대량 학살이나 그들끼리의 결투도 벌어지고 있었다.
"많이들 죽어 나가고 있군."
위드는 손님이 조금 뜸해지자 흡족하게 전투 구경을 했다.
어디 시골 마을이라도 가면 사람들의 우상이 될 정도의 유
저들이 성벽을 넘다가 죽어 나가고, 재수 없게 공성 병기에
정통으로 맞아 사망하기도 했다.
과거 발전이 막 이루어지던 모라타 시절, 지금 이곳에서
싸우고 있는 유저들이 왔다면 사람들 사이에 정말 큰 인기를
끌었으리라.
물론 지금 이 전장에서 활약하는 유저들은 베르사 대륙 어
디를 가더라도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강자들이었다. 그런 강
자들이 전쟁을 벌이면서 죽어 나가고 있으니 위드는 싸움 구
경을 할 맛이 났다.
"바람직한 일이야."
전쟁은 서로 간에 피를 흘리게 된다.
이기는 쪽이라면 그런대로 건지는 것이 있지만, 지는 쪽에
속한다면 쫄닥 망하기 쉬웠다.
"꺄아! 지금 마법 시전된 거 봤어?"
"응. 불의 회오리가 수백 명은 집어삼킨 것 같아."
"진짜 대박이다."
"저쪽에서 먼지가 크게 일어나고 있는데..."
"저기에서도 뭔가 벌어지는 거 같아."
언덕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은 전장의 흥분과 열기가 고스
란히 전해져 오는 것처럼 느낄 수 있었다.
전쟁이란 일반 유저들의 입장에서 가능한 벌어지지 않는
편이 좋았지만, 시선을 잡아끌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아직 정식으로 출진하지 않은 하벤 왕국의 군대가 평원에
서 진형을 짜고 있었으며, 양측 간에 화살과 마법 공격 역시
격렬하다.
성벽을 기어오르는 병사들로 인해서 시슬레 성에서는 온
통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불부터 꺼!"
"적들과 맞서서 싸워라. 물러서는 자는 용서하지 않겠다."
마법과 정령으로 인하여 화염도 일어나고 있었지만, 하벤
왕국의 군대가 워낙 거세게 공격을 하고 있어서 성에서 번져
가고 있는 불을 끌 생각을 하지도 못했다.
"몽땅 다 죽으면 좋을 텐데..."
위드가 실컷 싸움 구경을 하고 있는데 하벤 왕국 쪽에서
뿔피리를 길게 불었다. 그러자 성벽을 향해 추가로 몰려가던
병력이 그 자리에 멈춘 것이다.
"어라."
"기껏 고생해서 성벽을 공략해 놓고 왜 저러지?"
구경꾼들조차도 이상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조치였다.
군사 요새 시슬레 성의 성벽이 높고 두꺼워서 쉽게 함락시
키기란 불가능하지만, 하벤 왕국의 군대도 막강하여 포기하
기에는 아까울 정도였다.
"무언가 있겠군."
위드는 심상치 않은 낌새를 눈치챘다.
그때 헤르메스 길드에서 시커먼 로브를 입고 있는 사람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로비듄!"
멜버른 광산에서 바드레이를 보좌하던 네크로맨서!
현재 그로비듄은 가장 어렵다는 둠 나이트까지도 소환할
수 있었다. 헤르메스 길드가 구해 준 진귀한 아이템과 사냥
터 제공 덕분이었다.
얼마 전까지는 쟌이 네크로맨서 중에 최고로 손꼽혔지만,
현재는 그로비듄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네크로맨서로 전직
하기 전부터 마법사로서의 경지가 높았고, 그 자신의 노력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로비듄의 으스스한 목소리가 전장에서 퍼져 나갔다.
"일어나라. 너희가 살아서 움직이던 땅으로 돌아오라.
이곳은 어두운 곳. 검고 부패한 땅. 영영 사라지지 않을 암
흑의 율법을 모든 이들에게 새길 수 있도록 하라. 언데드
라이즈!"
시슬레 성 앞에서 벌어졌던 전투.
죽어 간 고레벨 유저들의 시체가 언데드가 되어서 되살아
났다.
스켈레톤 검사들이 머릿수를 채우기 위하여 많이 일어
났다.
시체들의 질이 워낙 좋다 보니 갓 일어난 좀비조차도 파리
떼를 듬뿍 몰고 다녔다.
"모조리 죽여라!"
언데드들이 시슬레 성으로 진격했다.
잠시 정비를 받았던 헤르메스 길드의 공성 무기들이 다시
철 조각과 바윗덩어리, 쇠뇌를 쏘아 대기 시작하였다.
언데드들은 잘못 날아간 공성 무기에 적중을 당하기도 하
고 시슬레 성의 수비군 측 화살 공격에도 당했지만, 계속 전
진했다.
말 그대로 죽지 않기 때문에 어떤 공격을 받아도 굴하지
않고 무너진 성벽을 타고 넘어가면서 보여 주는 언데드의
위력!
위드의 피가 끓어오르려 하고 있었다.
"내가 저곳에 있었다면... 아쉽기는 하군."
헤르메스와 클라우드 길드!
대륙 최강을 다투는 명문 길드들이고,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엄청난 유저들이 양측에 몰려 있었다.
화제의 주인공이거나, 다수의 모험으로 알려져 있는 사람
들이 저곳에 섞여서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위드는 스스로의 능력에 대해서도 냉정히 파악
하고 있는 편이었다.
"만약 내가 저기에서 싸운다면..."
조각 변신술은 필수였다. 혼돈의 대전사도 강할 테지만,
지금은 역시 네크로맨서가 좋으리라.
바르칸의 풀 세트를 착용하고 암흑의 율법 선포로 주변의
시체들을 무제한으로 일으키는 다크 룰을 사용!
언데드를 강화하는 다크 오라. 전쟁에서는 절대적인 위력
이었다.
언데드를 특수 강화하는 안식의 동판도 내구력 1을 남겨
놓은 상태에서 보관하고 있었다.
네크로맨서로서 전투 경험도 많았고, 불사의 군단에서 바
르칸이 시키는 일을 하며 퀘스트도 해 보았다.
조각 변신술을 사용했을 때나 죽음을 거부할 수 있는 힘에
의하여 되살아나게 되면, 아직까지 위드보다 강한 네크로맨
서는 대륙에 존재하지 않았다.
"정말 신 나게 휘저어 줄 수 있을 텐데."
리치는 일반 병사들이 아무리 많더라도 해칠 수가 없는 존
재였다.
신성력을 쓸 줄 아는 사제나 미스릴 계열의 무기들이 곤란
한데, 바하모르그에게 지켜 달라고 하고 넓은 전장을 마음껏
누비고 다닌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거야말로 네크로맨서다운 진정한 전투가 벌어진 거라고
말할 수 있으리라.
위드가 지금 강렬하게 모습을 드러낸다면, 시슬레 성의 전
투를 지켜보고 있는 유저들은 열광하게 될 것이다.
"닭 다리나 팔아야지."
아쉬웠지만, 어차피 그가 나설 수 없는 전장이었다.
싸움 구경을 하다 보니 손발이 근질근질했을 뿐.
그로비듄의 마나가 허락하는 한 끝없이 일어나는 언데드,
그리고 정비를 하면서 계속 쏘아 대는 공성 무기!
시슬레 성의 수비군은 공성전에 중요한 자원인 화살을 계
속 낭비하며 쓸 수밖에 없었고, 마법사와 사제의 마나도 소
모되었다.
그로비듄은 레벨이 449에 달하는 대마법사였다.
"마나 드레인."
"숭고한 희생!"
부상병들의 생명력을 흡수하여 마나로 바꾸고, 일부 부상
병은 제물로 바쳐서 몸 상태를 회복시켰다.
그의 언데드는 얕잡아 볼 수준은 아니었지만 수비군의 공
격에 의해 정화되거나 타 버렸다. 하지만 일으킬 수 있는 시
체는 잔뜩 깔려 있었다.
수비군이 지치면 하벤 왕국 군대의 대공세가 벌어지게 될
것은 의심할 필요 없는 사실.
공성 무기들이 계속 시슬레 성을 목표로 공격하고 있었기
에 이것 역시 클라우드 길드 입장에서는 큰 문제였다.
군대와 결탁한 네크로맨서가 얼마나 가공할 위력을 발휘
하는지 그로비듄은 명백히 보여 주고 있었다.
"예전에 위드 님이 본 드래곤과 싸우면서 언데드 일으키
던게 생각나네."
"그러네. 그때도 끝내줬는데."
관중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네크로맨서로서 전투에서 가장 활약을 했던 것은 위드가
대표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성문이 열리고 수비 측의 군대가 나왔다.
성에 갇혀 저항도 하지 못하고 죽을 바에는 공성 병기를 부
수기 위한 돌격이라도 해 보려는 셈이었다.
기사단은 후방에 배치되고 보병들을 먼저 앞세웠다.
"가자. 브리튼 연합 왕국은 우리가 지킬 것이다."
"하벤 왕국의 야욕을 이곳에서 꺾자. 단 한 뼘의 땅도 저
들에게 내줄 수 없다!"
보병들이 일제히 진군하였지만 이미 패배를 직감하였는지
사기는 다소 떨어져 있었다. 지금까지 하벤 왕국에 제대로
된 피해를 입히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갖은 전투에 단련된 헤르메스 길드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도 쉬운 먹잇감.
그들은 기사단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목표를 바꾸어서 두들겨라!"
공성 무기들이 쏘아 낸 돌덩어리와 쇠뇌가 돌격하는 시슬
레 성의 수비군을 마구 두들겼다.
"지금 공성 무기를 부숴라!"
기사단은 보병들의 히생을 밑거름 삼아서 돌격하였지
만,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그들의 전술을 뻔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시슬레 성을 공격하기 위한 준비 작업과 사전 회의가 많이
이루어졌다. 지금 적들의 대응도 헤르메스 길드의 예상 범위
를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다리고 있던 헤르메스 길드의 마법과 화살 공격에 의하
여 기사단도 피해가 컸다.
억지로 방어선을 돌파하여 공성 무기를 절반가량 파괴하
는 공을 세우기는 했어도, 어느새 퇴로가 차단당하고 뒤늦게
움직인 보에몽의 기사단에 의하여 격파!
병력의 상당 부분, 그리고 성벽까지 무너지고 있던 시슬레
성에 백기가 내걸렸다.
불과 하루 사이에 대륙의 유명한 방어 요새가 점령당하고
만 것이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저항한 성에 대해서는 잔인한 통치
방식을 사용했다.
성문이 격파되고 군대가 진입할 때까지도 항복하지 않은
주민들과 수비군은 몽땅 다 죽였다.
일반 유저들이라고 하더라도 그 성안에 있었으면 모조리
척살!
그 잔혹함에 대한 소문이 흘러서, 헤르메스 길드가 쳐들어
온다고 하면 주민들의 사기와 충성심이 극도로 낮아질 정도
였다.
악명이 높은 탓에 헤르메스 길드 입장에서도 차후 점령지
통치나 내정에 있어서 불리한 점이 많다. 하지만 전쟁 과정
에서만큼은 유리한 방식이었다.
"저녁도 되기 전에 시슬레 성이 넘어가 버렸네."
"하벤 왕국 군대가 전부 들어가는 데만 해도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리겠다."
"저기 무너지고 박살 난 성벽이나, 근처에 파여 있는 땅
좀 봐. 정말 무지막지한 공격력이다."
"부자는 다르긴 달라. 엄청 비싼 공성 무기를 저렇게 많이
끌고 오다니..."
구경꾼들은 전투를 지켜보고 나서 감탄과 동시에 기가 질
린 모습이었다.
헤르메스 길드의 저력에 대하여 다시금 인식되지 않을 수
가 없었다.
"바드레이가 지휘하는 군단이 클라우드 길드의 구원군도
격파했다는 소식이야."
"뭐, 벌써?"
"클라우드 길드가 초반에 피해를 많이 입었다곤 해도, 진
짜 놀랍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시슬레 성을 점령하고 이틀 만에 자
유도시 3개를 접수했다.
자유도시는 무역과 생산의 거점이며 방대한 인구를 가지
고 있다. 브리튼 연합 왕국에서 클라우드 길드의 세력권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었고, 헤르메스 길드가 그 자리를 차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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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스 길드에서는 며칠 후 선포를 했다.
하벤 왕국, 칼레모스 왕국, 라살 왕국, 브리튼 연합 왕국의
일부를 합쳐서 하벤 제국의 시대가 시작될 것이다.
영토의 면적이나 인구, 기술력과 경제력, 대외적인 영향
력. 그 어느 것으로도 제국이라고 부르기에 충분했다.
하벤 왕국이 헤르메스 길드의 주도 아래 중앙 대륙에서도
독보적인 국가가 된 것이다.
"아, 진짜 싫다."
"재수가 뚝뚝 떨어지네."
"씹던 고기 맛도 별로야."
헤르메스 길드원 외에는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 소식.
대륙 전체가 하벤 제국으로 인하여 들끓었다. 시샘을 하기
도 하였지만, 어쨌거나 대륙 최초의 대제국이 나온 것이다.
아울러 길드의 수장인 라페이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시점
에 전쟁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평화를 사랑하는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엠비뉴 교단으로 인
하여 위태로워졌던 라살 왕국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끊임없는 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서 퇴보하고 있는 라살
왕국을 안정화시키기 위하여 우리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덧없는 명분이나 따지고 있었다면 라살 왕국의 유저들은 더
큰 고통을 겪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클라우드 길드가 브리튼 연합 왕국에서 저지른 수
많은 악행들에 대해서도, 이를 바로잡기 위하여 검을 들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불안감과 불편함이 더해 가고 있는 지금,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오로지 정의를 위한 마음으로 전쟁을
전면 중단한다.
앞으로도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침략
전쟁은 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한다.
그리고 하벤 제국은 라살 왕국에 더 이상의 혼란이 벌어지
지 않게 하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그들을 보호할 것이다. 지금
점령당하고 있는 브리튼 연합 왕국의 자유도시와 성 들도 더욱
융성할 수 있도록 관리할 것이다.
전혀 뜻밖의 종전 선언!
클라우드 길드에서조차도 무슨 영문인지를 몰라 어리둥절
할 정도였다.
벌써 원수라고도 표연할 수 있는 관계였다.
이미 전쟁에서 이기고 있는 헤르메스 길드가 브리튼 연합
왕국의 삼분의 일 정도만 점령한 채로 멈춰 서다니.
어쨌든 당장 평화가 찾아와서, 브리튼 연합 왕국에서는 환
영하는 유저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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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준은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면서 헤르메스 길드의 발
표를 모니터를 통해 지켜보았다. 그러고 나서 라페이에 대해
적지 않게 감탕을 했다.
"라살 왕국과 브리튼 연합 왕국은 몽땅 집어먹기에는 너
무 큰 먹잇감이었지. 과식을 하면 체하기 마련이니까. 그렇
더라도 승리를 거두고 있으면서 자제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브리튼 연합 왕국은 맛있으니까 잘 씹어 먹겠다는 계략!
한꺼번에 전부 점령하고 나면 헤르메스 길드의 점령지가
너무나도 넓어진다. 반란군과 저항군이 날뛰게 될 텐데, 그
러면 치안 확보와 내정이 어려워진다.
다른 세력도 위기를 느끼고 민감하게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었는데, 뜻밖의 종전 선언과 침략 전쟁을 그만두겠다고 하
면서 그들을 머뭇거리게 할 수 있다.
물론 헤르메스 길드의 발표를 그대로 믿는 순박한 사람도
있겠지만, 의힘하는 이들은 더욱 많을 것이다.
침략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야 엠비뉴 교단이나 혹
은 그 외의 어떤 핑계를 대더라도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이 아
니던가.
경쟁자들의 경우에는 더욱 헤르메스 길드의 역량에 대해
경계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일단은 효과적이었다.
다른 거대 명문 길드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지려고 하
다가 허무하게 저절로 꺼진 격이다.
그들은 자연히 헤르메스 길드를 막기 위하여 자신들이 희
생하며 뭉쳐서 나서기보다는, 그들도 대제국의 반열에 오르
기 위한 전쟁을 더욱 열심히 벌일 것이다.
그사이에 시간을 번 헤르메스 길드는 라살 왕국과 자유도
시들을 다스리고 이번에 또 큰 승전을 경험한 군대를 훈련으
로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지금도 톨렌 왕국에서 쉬지 않고 은밀하게 베덴 길드를 통
해서 정복 전쟁을 펼치고 있었다.
브리튼 연합 왕국도 이미 한 발은 담그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상권을 시작으로 하여 얼마든지 연향력을 야금야금
빼앗을 수 있었다.
꼭 전쟁을 해서 영토를 가져가야 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왕국에서 활동하는 높은 레벨의 유저들을 포섭하는 쪽이 훨
씬 유리하니까.
클라우드 길드는 영토를 대거 잃어버리는 패배로 어쨌든
과거의 대륙 5대 길드로 계속 남진 못할 것이다. 그들이 약
화되는 만큼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빠져나오는 유저들을 적
극적으로 흡수하는 기회도 얻을 수 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큰 욕심을 낼 수 있을 때 약간 물러
섬으로써 정말 많은 것을 챙겨 가겠다는 것이었다.
"상당히 머리가 좋은 녀석이군. 물러서는 게 좋다는걸 알
더라도 실행하기란 쉽지 않았을 텐데. 욕심이 많은 만큼 그
것을 가질 자격도 있어."
기존의 하벤 왕국, 칼라모르 왕국의 영토에서는 또 다른
군대가 계속 훈련을 하고 있었다.
현재의 준비 상황이나 전력으로 본다면 다음에는 중앙 대
륙 전체를 도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허울뿐인 종전 선언을 파기할 때나 되면 과연 헤르메스 길
드의 전력을 어느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유병준은 코코아를 마실 때마다 위드 생각이 났다.
전쟁의 신.
로열 로드에서도 전설을 써 내려가면서 사람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주인공.
하지만 위드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대륙 전체를 장악해 가는 헤르메스 길드의 고레벨 유
저들과 잘 훈련된 막강한 군대는 부담스럽기만 하다.
전 대륙을 최초로 통일한 황제에게는 천문학적인 금액과
권력이 주어지게 된다. 유니콘 사에서 약속한 내용이기 때문
에, 바드레이와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당연히 전 대륙을 목표
로 하고 있었다.
대륙이 전쟁으로 더욱 피폐해지는 데에는 유병준의 역할
도 상당히 큰 셈이었다.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곧 절벽까지 몰리게 될 텐데 발
버둥이나 칠 수 있을까. 헤르메스 길드나 엠비뉴 교단이나
갈수록 커져 가고 있는데... 그들 중에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
서 대륙의 역사가 달라지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