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31권 : 6. 벌새의 여행 (196/520)

6. 벌새의 여행

 위드는 그동안 바하모르그와 사냥하면서 귀찮아하던 조각

생명체들을 만났다.

 금인이는 땅에 낙서를 하고 놀고 있었으며, 누렁이는 쟁기

를 끌면서 밭을 갈았다.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컸으면 평소

에 절대 하지 않던 행동을 하겠는가.

 와이번들과 은새, 황금새, 빙룡은 멀찌감치 뒤에서 구경

하고 있었다.

 "크흠, 내가 고생하는 너희를 볼 때마다 안쓰러워서 이번

에 휴가를 주었는데, 그동안 많이 쉬었지?"

 "골골골. 말하고 싶지 않다."

 "음머어어어."

 누렁이는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

 그동안 위드에게 받았던 상처와 설움.

 바하모르그에 비해서 싸움도 할 줄도 모른다거나, 심심하

면 밭이나 갈라는 모욕적인 언사까지 들었다.

 무엇보다도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도 주인과 같이 있지

못하고 버려졌다는 사실이 조각 생명체들의 마음을 슬프게

했다.

 그러다가 이제 부려 먹고 싶으니 찾아오는 비열한 행동이

라니!

 위드는 다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먹을 거 줄게."

 "골골골. 음식에 넘어가진 않는다."

 "음머어어. 어림도 없다."

 와이번과 빙룡, 불사조는 끼어들지 않고 멀리에서 쳐다보

기만 했다.

 비교적 말을 잘하고 고집도 있는 금인이와 누렁이가 위드

를 상대하기로 사전에 이야기를 다 해 놓았던 것이다.

 지골라스에서 생명을 부여했던 놈들은 아직 위드가 없다

고 심심해할 정도까지는 아니라서 불만도 적었다.

 위드는 상처받은 듯이 슬프게 말했다.

 "어떻게 내가 너희를 버렸다고 생각할 수가 있니. 금인아,

내가 너에게 두 번이나 생명을 주었던 것이 어떤 마음이었는

지 몰라? 너와 헤어져 있던 순간에도 항상 생각이 났어."

 "골골골..."

 "누렁아, 너는 새끼들 외양간 고쳐 줄게."

 "음머어어어어!"

 추억의 되새김질과 주택으로 간단히 관계 회복.

 빙룡과 와이번들도 결국 먹을 것 등을 푸짐하게 받았다.

 "가족적인 분위기로군."

 그리고 위드는 그 결말을 바하모르그에게 보여 줌으로써

친밀도를 얻을 수가 있었다.

    * * * * * * * * * * * *

 "찬란한 아름다움의 표현법. 조각술 최후의 비기를 얻기

위한 퀘스트를 하려면 예술가들의 도시 로디움으로 가야 되

겠군."

 위드도 방문한 적이 있는 거지들의 도시!

 달빛 조각술을 배운 적이 있었으며, 예술가와 건축가 등

생산직들에게는 천국인 장소였다.

 조각술 영광의 대지는 로디움의 역사와도 관련이 있었다.

 그곳은 과거 작은 마을이었는데, 석양이 너무나도 아름다

워서 조각사와 화가 들이 모여 살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 낸 작품들이 전 대륙으로 팔리면서 예술을 알

리게 되었다.

 로디움의 초창기에 만들어졌던 석조 조각품이 있는 자리

가 바로 조각술 영광의 대지!

 조각사 길드가 있는 바로 뒤쪽이다.

 "실패하면 안 돼는데..."

 위드는 불안한 마음에 서윤과 바하모르그를 데려가기로

했다. 다른 조각 생명체들도 말하면 최대한 빨리 올 수 있도

록 명령을 내려 놓았다.

 "그럼 로디움의 광장을 도착 지점으로 그릴게."

 유린이 와서 그림 이동술의 스케치를 했다.

 다행히 로디움은 중앙 대륙의 전쟁에도 아무 피해가 없이

무사하다고 한다.

 명문 길드들과 영주들이 예술을 아끼는 마음은 당연히 티

끌만큼도 없었다. 세금 수입도 적고, 치안을 유지하는 데 돈

만 많이 들어간다. 점령해 봐야 건질 것이 없는 도시이기 때

문에 군대까지 일부러 멀리 우회해서 갔다고 한다.

    * * * * * * * * * * * *

 "아이고... 어서 오십쇼."

 "여기 한 푼만 좀..."

 "에이, 우리랑 비슷한 처지잖아!"

 로디움의 광장에서 가장 먼저 반겨 주는 건 역시 구걸하는

유저들!

 위드는 이때를 대비해서 복장을 때 묻은 초보 옷으로 바꿔

입었다. 서윤과 바하모르그는 흔하디흔한 사슴 가죽옷을 입

고 있어서 간단히 그들 사이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곳도 사람이 많이 줄어든 것 같군."

 위드는 처음 왔을 때보다는 유저들이 감소했다고 느꼈다.

 그 시기는 조각술이 한창 인기를 끌 때였다.

 피라미드도 건설되면서, 조각술에 대해 새로운 희망이 보

이던 황금기!

 그러나 전형적인 돈 안 되고, 힘들고, 어렵고, 짜증 나고,

지루하고, 마음고생 심하고, 사람들에게 무시를 받는 직업

이라서 조각사를 택하는 유저들이 많이 줄었다.

 로디움이 아니라 북부의 모라타에서 예술의 꿈을 키우는

사람이 더 많아져서 일어나는 현상이기도 했다.

 원래 로디움에서 그 당시 구걸하던 유저들도 기본적인 재

료비 등을 마련하여 대륙을 떠돌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었

기에, 광장은 예전보다 조금 더 한가했다.

 "그럼 바로 조각사 길드로 갈게."

 위드는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최후의 비기가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형편없는 건 아

닐 것이다.

 '조각 변신술이나 생명 부여나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이

나... 다 좋았어.'

 정령 창조도, 벨소스 왕의 경우를 봐서는 발전 가능성이

크다.

 조각 검술이 있었기에 약한 조각사의 직업으로도 초반에

잘 성장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최후의 비기는 오히려

순수하게 예술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닐지 자꾸 걱정이 되

었다.

 로디움으로 올 때부터 마음이 편하지 못했던 이유였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지. 도시가스 요금이 올라도 정신

만 바짝 차리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어.'

 위드는 조각사 길드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 * * * * * * * * * * *

 "나무 깎을 때의 소리가 너무 좋아. 벌레 먹은 나무라도

아까우니까 써먹어야지."

 "무늬가 좋은 나무를 구하려면 바닷가 근처로 가야 하는

게 아닐까."

 풋내기들이 진을 치고 있는 조각사 길드.

 그들은 조각 재료를 구하는 방법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

었다.

 '쯧쯧, 그냥 주변에서 막 주워서 쓰면 되는데...'

 조각사로서 작품을 만들 재료에 대해서는 민감해질 수밖

에 없는 일. 그래도 너무 재료를 따지다 보면 조각품을 만들

지 못하기도 한다.

 마구 만들어서 바가지를 듬뿍 씌워서 판매했던 것이 초보

조각사 시절 위드의 비결!

 위드는 다른 조각사들의 사이를 지나쳐서 길드를 가로질

렀다. 서윤과 바하모르그도 함께 따라왔다.

 교관을 만나서 배울 수 있는 스킬도 없었고 조각술 마스터

에 마지막 반걸음 정도를 남겨 놓은 지금은 길드를 둘러볼

필요도 느끼지 못했다.

 조각사 길드의 뒤쪽 문!

 로디움의 역사적인 의미가 깃든 장소로 통하는 문이라서

경비병들이 막고 있었다.

 "무슨 용건이십니까?"

 "저곳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충분한 자격을 갖추셨습니다. 들어가 보시지요."

 경비병들이 비켜서 주었다.

 조각술 영광의 대지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고급 조각술 스

킬을 터득하고 있거나 혹은 귀족, 인정할 수 있을 만한 예술

가여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예술가 조합에 입장료를 내면 되었는데, 무

려 200골드!

 위드는 어느 쪽으로 보나 해당이 되었기 때문에 무료 통과

가 허락되었다.

 문이 열리고, 햇빛이 환히 비추고 있는 석조 조각품들이

보였다.

 로디움의 조각품, 별의 눈물을 감상하였습니다.

 조각사들이 밤하늘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작품.

 예술 스탯이 13 상승합니다.

 뛰어난 안목의 작품 감상으로 조각술 스킬의 숙련도가 약간 올랐습니다.

 소문을 들은 적은 있지만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유성이 이곳 로디움에 떨어졌고, 그것을 조각사들이 꾸며

서 조각품으로 만들어 놓았다.

 밤이 되면 수천 개 이상의 조각품들이 빛을 내기 시작하는

데, 밤하늘의 별들을 형상화해 놓은 것이었다.

 위드는 보통의 조각사가 아니기에 낮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위대함을 금세 알아봤다.

 "웬만큼 노가다를 했겠군!"

 남들은 순수하게 예술을 볼 때에, 그 안에 깃든 노가다 정

신을 발견할 수 있는 경지.

 수천 개 이상의 별들을 조각하여 놔두기란 얼마나 힘들었

겠는가.

 이 작품은 밤에 봐야 제대로였는데 낮이라서 그저 돌무더

기로 보일 뿐이었다.

 근처에는 건축가들이 세운 탑도 13개나 있었는데, 안에

들어가면 하늘의 별자리들을 보다 선명히 구경하는 데 도움

이 된다고 한다.

 로열 로드의 바퀴벌레 커플들이 꼭 방문하고 싶어 하는

명소!

 지금도 수십 명의 유저들이 이곳에서 도시락을 먹거나 하

면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밤이 되면 풀벌레가 울고 별을 볼 수 있는 여기에 사람들

이 잔뜩 모여서 담소를 나눈다고 한다.

 위드는 별의 눈물의 중심으로 걸어갔다.

 아직 밤이 되지 않았는데도 별의 조각품들이 신비로운 빛

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위드를 환영하기라도 하듯이 그가 걸

어갈 때마다 주변에서부터 빛을 내면서 전체로 확산되어 가

는 것이다.

 "술집이 모여 있는 동네 같아."

 지극히 현실적인 감수성!

 별의 눈물이 있는 중심에는 나이를 추측하기도 어려울 정

도로 얼굴에 주름이 많은 노인이 있었다.

 "어서 오시게. 별의 눈물이 반기는 것을 보니 빛의 조각술

을 깨달은 분이 오셨군."

 "찬란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왔습니다."

 "로디움이 존재하고 나서 수백 년, 드디어 찬란한 아름다

움에 대하여 말하는 사람이 나타났구려."

 노인은 진물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위드를 바라보았다.

 노인과의 만남으로 최후의 비기를 얻기 위한 행보가 시작

된 것이다.

 두 사람이 있는 주변의 별의 눈물은 은은하게 빛을 발산하

고 있었기에 더없이 아름다웠다.

 커플들은 갑자기 일어난 사건에 대해 조금 혼란스러워하

면서도 반가워하며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조각술

최후의 비기가 시작되는 순간이란 것을 모르고 있기 때문이

리라.

 이곳의 노인은 간단한 의뢰들을 내주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었다.

 노인은 말은 정확하고 알아듣기 쉬웠지만, 이야기는 하품

이 나올 정도로 아주 느렸다.

 "찬란한 아름다움에 대해서 정말로 듣고 싶으시오?"

 "물론입니다."

 "찬란한 아름다움에 대해서 듣고 나면 그것에 빠져서 예

전으로 되돌아가지 못할 것이라오. 그래도 좋겠소?"

 띠링!

 -조각술 최후의 비기, '찬란한 아름다움의 표현법'과 이어지는 연계 퀘

  스트는 중간에 취소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어느 한 과정에서라도 실패하게 되면 영구히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시겠습니까?

 "찬란한 아름다움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가 진행됩니다.

  찬란한 아름다움의 표현법과 관련된 의뢰들은 기존의 퀘스트와 별도

  로 분류됩니다.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퀘스트의 개수 제한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명성이 3,500 올라갑니다.

 "이것은 단지 오래전부터 내려오던 이야기일 뿐. 사람들

의 입을 통해서 전해졌으니 설화라든가 조각술의 전설이라

고 해도 좋을 테지.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누구도 알지 못

한다오. 믿는 사람도 거의 없는 이야기지."

 위드는 시작부터 불안해졌다.

 "그래도 듣고 싶습니다."

 "먼 옛날, 대륙의 조각사들은 많은 토론을 하였다오. 그때

토론에서 나왔던 주제를 알려 드리겠소. 진정으로 아름다운

조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 것인가."

 "..."

 설마하니 정말 최후의 비기는 순수하게 예술과 관련이 있

었던 것인가.

 위드에게는 끔찍하기 짝이 없는 일.

 베르사 대륙을 순수한 예술 작품으로 뒤덮으면 무엇하겠

는가. 헤르메스 길드에서 몽땅 부숴 버리고 말 것인데.

 "조각사들은 모든 불가능에 대하여 그리고 추구할 수 있

는 아름다움의 가능성에 대해서 수백 년에 이어 고민을 하고

있었소. 그리하여 나온 첫 번째 결론으로는, 가장 아름다운

조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륙에 대해 잘 알아야 된다고 생

각을 했다는구려. 많은 곳을 다녀 봐야 제대로 된 안목을 가

질 수 있을 거라는 의견이었소."

 "그야 그렇겠지요."

 여행은 관찰력과 시야를 넓혀 주는 역할을 한다. 어떤 일

을 하기 전에 여행을 해 보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었다.

 "대륙에는 인간의 발이 미치지 못하는 곳도 있다오. 너무

도 위험하여 바람밖에는 가지 못하는 곳, 그리고 그 바람마

저도 갇혀서 되돌아 나오지 못하는 장소."

 띠링!

 -끝없이 이어진 동굴 니젤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셨습니다.

  이곳에서 어떤 큰 비밀이 있을 거라고 여겨지고 있지만 누구도 알아내

  지 못하였습니다. 바람마저 되돌아오지 못한다는 말처럼, 호기심 많은

  요정들조차도 들어가고 난 이후에 되돌아 나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바람마저 갇혀 버리는 곳에는 절대 가면 안 되지. 아무리

호기심이 생기더라도 그곳만큼은 가면 안 되오. 아무튼 이

대륙의 많은 곳을 다녀 보기 위해서는 빠른 발이 필요하겠

지. 그리고 위험한 몬스터들로부터 안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각사들은 말했소. 그리고 대륙을 여행하는 데에는 벌새가

가장 좋다는 결론을 내렸지."

 다행히 끝없이 이어진 동굴 니젤은 퀘스트와는 관련이 없이

그냥 정보를 획득한 것으로 나왔다.

 위드는 계속 귀를 기울였다.

 "말을 타고 수십 일을 달려도 가지 못하는 곳까지 날아갈

수 있는 벌새가 되어서 대륙을 돌아다닌다면 참 좋지 않겠

소. 언덕도 구름도 장애물이 되지 못하겠지. 물론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다면 조각품을 깎는 데에도

도움이 될 텐데... 만약 그런 사람이 나타난다면 찬란한 아름

다움을 얻기 위한 다음의 이야기를 해 주겠소."

 벌새는 새들 중에서도 가장 작다. 그런데 알수록 신비로운

새였다.

 새이면서도 날갯짓을 아주 빠르게 하면서 공중에 멈춘 채

로 있을 수도 있다.

 뾰족한 부리로는 나비처럼 꽃에서 꿀을 빨아 먹으며, 남들

보다 반짝이는 깃털도 가졌다.

 상상을 초월하는 빠른 속도로 엄청나게 긴 거리를 여행하

는 벌새는 새들의 여행자이며 행운의 전령사이기도 했다.

 띠링!

 벌새의 여행

 조각사들이 추구했던 최고의 아름다움을 위하여 벌새가 되어 대륙을

 여행하라.

 기간 12일.

 벌새들의 영역보다 넓은 장소를 탐험하고 돌아와야 함.

 최대한 많은 곳을 다니며 꽃가루를 채취하여 옮길수록 경험치와 숙련

 도 획득.

 벌새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다음 퀘스트로 이어지게 됨.

 난이도 :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

 퀘스트 제한 : 조각 변신술을 습득하고 있어야 함.

               퀘스트 도중에 조각 변신술을 해체할 수 없음.

               사망했을 시에는 퀘스트 실패.

 벌새라면 아주 작고 날렵해서 안전할 것 같지만 잡아먹힌

다면 한입거리도 되지 않았다.

 위드는 조각 변신술을 쓰더라도 오크나 트롤, 리치를 선호

했지만 이번엔 전혀 다른 종족이었다.

 "벌새라...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것 같군요."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 * * * * * * * * * * *

 "벌새로 여행을 하라니..."

 이번 퀘스트는 서윤과 바하모르그, 다른 조각 생명체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벌새의 지치지 않는 빠른 속도는 와

이번조차도 쫓아오기가 불가능했다.

 "여기서 시간을 끌 수도 없어. 어서 해야지."

 위드는 조각사 길드를 나오자마자 로디움의 뒷골목으로

들어갔다. 어딘가, 광장보다는 뒷골목이 사람들이 보는 눈

도 적고 친숙한 편이었다.

 급한 만큼 서윤과 바하모르그가 보는 앞에서 바로 조각을

시작!

 그의 조각술이야 워낙 뛰어난 것이었지만 작은 벌새를 나

무로 깎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거의 보석 세공에 가까운 난이도라고 봐야 했다.

 '12일 동안 살아야 될 몸이니...'

 위드는 벌새의 형상을 따라서 정확하게 조각을 했다.

 조각사로서 지내면서 평소에 다른 동물들에 대해서 잘 알

아 두지 못했더라면 벌새의 생김새를 찾는 데만도 아까운 시

간이 지나갔으리라.

 띠링!

 벌새를 완성하셨습니다.

 행운을 몰고 온다는 벌새이다.

 사실적인 표현력이 뛰어난 작품으로, 특이한 부분은 없다.

 거장 조각사 위드의 작품.

 예술적 가치 : 760.

 특수 옵션 : 이동속도 10% 증가.

             행운 +4.

 다른 조각품과 중복 적용되지 않음.

 너무 서두르다 보니 예술품보다는 벌새의 원래 모습에 충

실한 작품!

 오크 카리취처럼 위협적인 외모도 미처 만들어 내지를 못

했다.

 "조각 변신술!"

 -조각 변신술을 사용합니다.

  조각술에 대한 무한한 애정은, 그 조각품과 조각사를 서로 닮게 만든다!

 위드의 몸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피부에서는 깃털이 나

오고 입은 길쭉하게 튀어나와서 부리로 변했다.

 -몸의 형태가 바뀌면서 현재 착용하고 있는 장비들을 모두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종족이나 형태에 따라 필요한 장비를 새로 구입하십시오.

 -조각 변신술의 영향으로 민첩과 지구력, 인내력이 증가합니다.

  힘과 지혜, 지식, 투지, 카리스마, 신앙, 기품, 명예가 최저 수준으로

  하락합니다.

  체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종족 필수 스킬 '날렵한 비행'을 획득합니다.

  다른 종족보다 비행을 하면서 체력 소모가 적습니다.

  움직임이 많기 때문에 허기가 매우 빨리 지게 됩니다.

  조각 변신술이 풀릴 때까지 유효합니다.

 위드는 성공적으로 변신을 마쳤다.

 가볍게 날갯짓을 하면서 바뀐 몸으로 비행 연습을 하는데

서윤이 걸어서 다가왔다.

 '이크...'

 자신의 몸이 워낙에 작아지다 보니 위드는 서윤이 손을 내

미는 것조차도 무서웠다.

 서윤은 벌새가 된 위드의 몸을 가볍게 들어 올리더니 날개

와 부리를 쓰다듬었다.

 귀엽고 예뻐서 어쩔 줄을 모르는 표정!

 설마 이렇게 깜찍한 벌새로 변하게 될 줄은 누구도 몰랐으

리라.

 위드는 그녀의 손안에서 잠시 머무르다가 날개를 펼치면

서 힘차게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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