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31권 : 9. 엠비뉴 교단의 고난 (199/520)

9) 엠비뉴 교단의 고난

이현은 다음으로 대재앙을 일으킬 만한 적당한 장소를 물색했다.

"엠비뉴 교단이 크게 활약하고 있는 장소가......."

이럴 때는 게시판을 확인하는 게 편했다.

엠비뉴 교단과 관련된 게시물에는 그들이 거대한 군대를 이루고 침략하는 곳들이 안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방송사들의 홈페이지에서도 엠비뉴 교단에 대한 주의와 함께 위험한 지역들을 안내하고 있다.

"엠비뉴 교단이 장악하고 있는 곳들은 별로 시원치 않아."

와삼이를 타고 적진으로 침투하면서 싸우고 싶진 않았다.

이미 몇몇 정의로운 자들이 자신의 레벨을 믿고 그런 행동을 했다가 개죽음을 당했다. 이현의 경우에는 무모하게 그런 식으로 당하진 않을 테지만, 어쨌든 부담이 없지는 않은 일.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에 휩쓸리고 난 후에 엠비뉴 교단에 포위된다면 생명이 위태로울 것이기 때문이다.

"싸우고 있을 때 뒤통수를 쳐야 가장 안전해."

이현은 그런 곳을 찾기 위해 검색을 했다.

그곳의 지형이나 자연환경이 일으킬 만한 대재앙과도 맞아야 해서 적당한 조건들이 갖춰져야 했다.

아이데른 왕국의 베르네르트 성!

이곳을 향해 엠비뉴의 주력 군대가 다가오고 있으며 공성전도 벌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가까운 곳에 바다를 끼고 있으며 심한 바람이 들이치는 장소였다.

"적당하겠군. 그런데 여기는 완전한 평원 지역이 아니라서 대재앙에 유저들도 휩쓸릴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이현 자신도 마음대로 조종하지 못하는 대재앙이 어떻게 덮쳐 버릴지 장담할 수 없는 처지였다.

화산 폭발이야 파괴력을 감안하여 멀리서 터트리긴 했지만 다른 재앙들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경우도 많다.

"일단 글을 올려야 되겠군."

이현은 자신의 계정으로 로열 로드의 홈페이지에 로그인을 했다.

쪽지와 메일이 수십만 통씩이나 도착해 있었다.

물론 내용은 읽지 않았지만 제목들은 대충 훑어보았다. 혹시라도 광고 출연 계약이나 상품 협찬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팬들이 보내는 메일은 읽지 않아도 제목에 공짜 당첨이라고 적혀 있는 스팸 메일은 필수적으로 읽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이현은 게시판으로 갔다.

"간단히 적어 놔야지."

제목 : 위드입니다. 부탁이 있습니다.

아이데른 왕국의 베르네르트 성에서 엠비뉴 교단에 맞서 싸울 예정입니다.

오데인 요새에서처럼 대재앙이 일어날 예정이니 그곳에 계신 유저들은 각별히 주의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내일 전쟁이 벌어졌을 때에만 안전한 성안에서 밖으로 나오지 말고 조심해 주시면 됩니다.

이현이 글을 적어 올리자마자 조회 수는 순식간에 2,000이 넘었다.

-일단 1등.

-탑승.

-저도 얻어 탑니다.

-내용 안보고 댓글부터.

-정말 위드?

-나도 순위권.

-어, 장난인 줄 알았는데 아이디 보니 정말 전쟁의 신이다.

-위드 님이 여기에 글 쓸 리가 없잖아, 바보들.

-내 이름도 위드인데. 캬캬캭.

-어? 진짜 위드다.

-윗분, 이 글 쓴 사람 진짜 전쟁의 신 위드예요.

-누가 바보인지 모르겠네. 근데 대박이다.

이현의 글은 잠깐 사이에도 수백 건씩 조회 수가 증가!

다른 게시판과 커뮤니티에도 글이 옮겨지면서 단번에 화제로 떠올랐다. 방송사에서도 속보로 전할 정도의 파급력을 가지고 있었다.

유저들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기 위해 작성한 글이었지만, 상황은 엉뚱하게 흘러갔다.

-지금 톨렌 왕국입니다. 말 타고 밤새워서 달리면 내일까지 베르네르트 성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에버딘 왕국에 있습니다. 모여서 베르네르트 성으로 같이 가실 분 찾습니다. 기마술 초급 6레벨 이상이나 마차 이동 스킬 중급 이상만.

-위드 님과 같이 싸우고 싶습니다. 갑시다.

-저도 가겠습니다. 대재앙을 볼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요.

-아싸, 난 아이데른 왕국 초보인데, 잃을 것도 없다. 대재앙을 맞아 봐야지!

이현이 쓴 게시글을 보고 유저들이 베르네르트 성으로 모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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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네르트 성.

엠비뉴 교단의 공격이 예정되면서 활동하던 유저들도 다들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갔다.

그러나 위드가 온다는 말에 아이데른 왕국의 유저들은 물론이고 다른 왕국에서도 텔레포트 게이트를 통해 유저들이 왔다.

평소 축제가 벌어졌을 때보다도 훨씬 많은 유저들로 베르네르트 성은 포화 상태가 되어 버렸다.

성으로 뚫려 있는 큰길 가에도 여행객들이 계속 들어왔다.

"빨리 들어오세요. 엠비뉴 교단이 가까이까지 왔습니다."

"대재앙은요?"

"아직입니다."

"딱 맞춰서 도착했구나!"

멀리서부터 걷거나 말을 타고 온 유저들은 피로를 풀 틈도 없이 성벽으로 올라갔다.

모여든 유저들의 전력을 합치면 베르네르트 성의 방어 병력이 10배는 더 늘어나게 된 상황이었다.

"엠비뉴 교단이다!"

"남쪽에서 대군이 접근 중!"

유저들은 평소 등줄기를 서늘하게 했던 엠비뉴 교단의 마물과 광신도 등으로 이루어진 군대를 보면서도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위드 님이 어떤 식으로 박살을 낼까? 완전 멋질 것 같아."

"캬아 진짜 싹 쓸어버렸으면 좋겠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두번째,

지금처럼 짜릿한 순간은 로열 로드를 하면서도 경험하기가 어려웠다.

엠비뉴 교단이 꾸역꾸역 베르네르트 성을 향하여 진군해왔다.

그들 특유의 이상한 괴성과 주문을 외우는 소리, 엠비뉴 신을 향한 찬송가들이 울려 퍼졌다.

엠비뉴 신이 우리를 죽이니

기꺼이 이 한 몸을 희생하리

엠비뉴 신이 타락한 세계를 파괴하니

완전한 정화가 이루어지리라

마물들이 앞서 있었으며, 노예들이 비대하게 큰 공성 병기들도 끌고 오고 있었다.

"위드 님은 언제 오시는 걸까? 이제 놈들이 여기까지 30분도 안 걸려서 도착을 하겠는데."

"딱 절묘하게 맞춰서 오지 않을까? 방송을 봐도 그랬잖아."

"조금 늦는 것 같아도 완전히 다 끝나고 온 이후에 온 적은 없었지."

"우리 사이에 있을지도 모르지 않겠어? 깜짝 등장을 자주 하셨으니까."

유저들은 병사들과 함께 수성전을 위한 준비를 했다. 베르나르트 성에 온 만큼 어쨌든 살아남기 위하여 엠비뉴 교단과 싸울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엠비뉴 교단의 군대가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은 장거리 행군을 했지만 대사제 이브렌챠의 권능으로 사기나 피로가 떨어지지는 않았다.

"오긴 오는 거야? 만약 안 오면 우리는 전부 개죽음당하고 말거야."

"오겠지. 안 오면 평생 악플 달아야지."

조마조마한 기분이 갈수록 커져 갔다.

그리고 그 때, 먼 바다에서 무언가가 나타났다. 그것은 급속도로 해안가로 다가오고 있었다.

"저게 뭐지?"

"어, 엄청나다!"

성벽에 있던 유저들은 자리에 서있기가 힘들었다.

그 이유는, 바다에서부터 하늘까지 맞닿은 듯한 12개의 회오리바람이 육지로 접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라보는 순간 이렇게 죽는구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회오리바람!

회오리바람의 선두에는 위드가 포효하는 빙룡을 타고 오고 있었다.

빙룡이 억울한 듯 포효했다.

"주인 이번에는 왜 나인가!"

"와삼이가 도망갔어!"

와삼이가 약속된 장소로 나타나지 않고 튀는 바람에 위드가 예정했던 시간보다 늦어지게 된 것이다.

빙룡은 죽을 힘을 다해서 날고 있었고, 모든 것을 찢어발길 듯이 거세게 부는 회오리바람이 뒤를 따라왔다.

12개의 회오리바람은 움직이며 엇갈리기도 하고 때로는 일시적으로 합쳐져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게 커지기도 했다. 바다의 맨바닥까지 파헤쳐 놓을 정도였다.

회오리바람의 빨려 드는 힘에 이끌리면 빙룡이라고 하여도 갈가리 찢겨 나가게 될 것이다.

"주인, 그동안 함께 있어서 행복했다. 내가 죽는다면 장례는 거창하게 치러 주지 않아도 된다."

빙룡은 겁에 질린 채 힘껏 날면서 유언을 남기려고 했다. 회오리바람이 너무나도 무서웠던 것이다.

역시 같이 보낸 시간이 길다 보니 위드의 호주머니 사정까지 고려해 주는 빙룡이었다.

"걱정 마. 팥 준비해 왔어."

"팥은 왜 가져왔나."

"어떻게 널 그냥 보낼 수 있겠니. 쓸모 있는 부분은 떼어다 팔아야지."

시원한 팥빙수로 장사를 하려는 위드!

"쿠오워어어어어!"

위드와 빙룡을 따라서 회오리바람이 마침내 상륙했다.

"꺄악, 최고다!"

"위드 님, 기다렸어요!"

"아자!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구나."

해안가 근처의 돌무더기에는 유저들이 100여 명가량 서있었다.

그들은 엠비뉴의 군대가 가까이 다가오더라도 성으로 물러나지 않고 위드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레벨도 비교적 높지 않고, 중요한 물품들은 따로 보관을 해 놓았다.

대재앙에 휘말려서 죽는 폼 나는 경험을 다음에 언제 또 해보겠는가.

"몸이 뜬다!"

"꺄아아, 시원해!"

"풀죽. 풀죽!"

무시무시한 회오리바람이 유저들을 순식간에 날려 버리고, 이윽고 엠비뉴 교단의 군대까지 덮쳤다.

크웨에에엑!

마물들이 괴성을 지르며 땅에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회오리바람은 땅을 뒤집어엎고, 커다란 나무를 뿌리째 뽑았다. 몸무게가 묵직한 마물들이 버텨 보려고 해도 네발이 한꺼번에 천천히 떠오르더니 금방 바람에 의하여 빨려 들어가고 만다.

12개의 회오리바람이 한복판을 휘저으면서, 뭉쳐서 진군하던 엠비뉴의 군대는 만신창이가 되고 있었다.

뿌으우우우!

하늘 높은 곳까지 올라간 거대 코뿔소 칼라크롭스.

그들이 지상으로 추락하며 광신도와 암흑 기사, 사제들을 깔아뭉갰다.

회오리바람들이 엇갈리면서 교차하고 합쳐지면서 나타나는 파괴력은 진정 재앙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수준.

공성 병기들이 종잇조각처럼 찢겨서 박살 나고, 어떤 것은 끌어 올려져서 바다까지 날아가서 떨어졌다.

강철 방패도 바람을 막는 데 아무 효과가 없었으며, 광신도들은 마물들과 같이 그냥 회오리바람으로 빨려 들었다.

좋은 구경거리를 위하여 베르네르트 성에 온 유저들조차도 소름이 돋았다.

"장난 아니다."

"아, 이거 진짜 무섭다."

"이런 거 꿈에 나올 것 같아."

위드를 태운 빙룡이 엠비뉴의 군대 위를 지나가면 그 뒤를 거센 회오리바람이 초토화시키는 전율적인 광경!

제법 높은 레벨을 가지고 있던 유저들조차도 겸손해지게 만드는 대재앙의 카리스마였다.

"진짜 로열 로드 최고 수준의 유저는 이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구나."

"완전히 전설 아니야? 나 이런 비슷한 모습도 본 적이 없어."

"스킬 레벨 올리기 진짜 어려운 마법사가 거의 바람 마법 마스터의 단계나 되어야 이런 능력을 보일 수 있을지 모르겠네."

구경하는 유저들은 그야말로 위드의 파괴적인 면모에 더 환호하고 있었다.

"빙룡아, 이대로라면 죽겠다. 더 빨리 날아!"

"최선을...최선을 다하고 있다."

빙룡은 큰 몸집 탓에 회오리바람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모든 힘을 다 쥐어짜 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오리바람을 떨쳐 낼 정도로 앞도적으로 빠르지는 않았다.

땅에서부터 하늘까지 이어진 회오리바람의 위력은 베르네르트 성에까지 미쳐, 유저들도 심한 바람으로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였다.

위드는 고개를 뒤로 돌려서 회오리바람을 쳐다봤다.

"빙룡아."

"말해라, 주인."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하나씩 있어. 뭐부터 말해 줄까."

"좋은 것부터."

"회오리바람이 8개로 줄었다."

"다행이다."

"그리고 나쁜 소식은, 합쳐져서 더 강해졌어."

"그러면 결국 안 좋은 거 아닌가."

"그래도 좋은 소식이 있다고 하니까 잠깐은 기분 좋았잖아."

"......."

회오리바람 4개는 다른 것들과 합쳐져서 위력이 배가되었다.

4개의 큰 회오리바람과, 그나마 작은 4개의 회오리바람.

엠비뉴의 군대는 바람에 이리저리 날리느라 진형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전투가 불가능할 정도로 심한 바람이었다. 기사단이 엠비뉴 교단을 향해 돌격한다면 순식간에 회오리바람에 바쳐지는 제물이 되리라.

회오리바람과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마물들과 광신도, 암흑 기사들이 공중에서 빙룡에게 날아오기도 하였다. 지상에서 회오리바람에 끌어 올려진 녀석들이 높은 곳에서 사방으로 내던져지는 것이다.

생명력이 높은 마물들이라고 해도 무시무시한 속도로 땅에 곤두박질치면 거의 죽었다.

그보다 무서운 것은, 중간에 다른 회오리바람에 휘말려서 다시 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되는 것.

회오리바람 사이의 거리가 넓지 않다 보니 온갖 일이 다 벌어지고 있었다.

회오리바람은 순수한 바람이라고 할 수가 없었고, 나무와 돌, 마물, 광신도, 암흑 기사 등 온갖 것들이 날아다녔다.

"이대로면 잡히겠다. 더 빨리 갈 수 없어?"

"낼 수 있는 최대 속도다."

"안 되겠군."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의 위력은 종잡을 수가 없다. 절벽 붕괴나 산사태 같은 재앙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였지만, 회오리바람의 흡입력은 일어나기 전에는 알지 못한다.

성처럼 단단한 건물이 아닌 이상 목조건물 같은 것은 아예 흔적도 없이 날려 버릴 정도다. 누렁이보다 큰 바위가 공중으로 들어 올려져 바람의 압력에 자갈처럼 부서지기도 하였다.

"대재앙의 시간이 얼마 남지은 않았을 텐데. 빙룡아, 브레스를 준비해서 뒤로 돌아서!"

빙룡이 위드의 말을 따른다면 도망치는 속도가 느려져서 회오리에 먹힐 수도 있다.

본능은 계속 앞으로 날아가라고 했지만, 빙룡은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비행 속도를 늦추며 뒤로 돌아섰다.

위드와 그동안 형성한 관계 때문에 믿게 된 것이다.

빙룡은 멈추자마자 몸이 가까이 다가온 회오리바람에 빨려 들 것 같은 흡입력을 느꼈다.

"잠깐 기다려. 그리고...지금이야. 날려!"

빙룡의 주둥이에서 쏘아져 나간 아이스 브레스가 회오리바람의 중심을 강타했다.

회오리바람은 강렬한 브레스에 일시적으로 조금 약하되었지만, 그 시간은 불과 10여 초. 곧이어 얼음덩어리들이 회오리바람을 타고 돌면서 더없이 화려한 광경이 연출되었다.

빙설의 폭풍처럼 오히려 더욱 위력을 떨쳐내는 회오리!

그리고 잠깐 이동이 멈춘 사이에 뒤따라오던 다른 회오리까지 합쳐지게 되었다.

빙룡의 눈가에 원망이 어리려고 하는데 회오리바람이 더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다른 회오리바람들과의 간격이 가까워지면서 그들끼리 뒤엉키기 시작한 것이다.

"빙룡아, 튀자!"

이런 명령이라면 빙룡은 언제든지 기꺼이 들어줄 수 있었다.

위드와 빙룡이 빠져나간 이후로도 회오리바람은 꼬이고 뭉치면서 엠비뉴의 군대가 있는 지역을 무섭게 휩쓸었다.

나중에는 정말 거대한 3개의 회오리바람이 그 위력을 떨쳤는데, 땅에서 끌어 올린 파편들과 마물들의 사체가 베르네르트 성 바로 앞까지 날아올 정도였다.

그리고 어느 한순간, 거짓말처럼 회오리바람은 사라졌다.

그 후에 하늘에서 우수수 떨어져 내리는 엠비뉴의 군대.

크워어어어!

"엠...비뉴...신을 찬양하라......."

마물과 광신도들이 대지에 널브러졌다.

엠비뉴의 군대는 적어도 2할 이상의 병력 손실을 입었다.

암흑 기사와 사제라도 소용돌이에 휩싸이면 거의 대부분이 죽었다. 마물과 광신도들은 말할 것도 없었지만, 무엇보다 큰 손실은 대재앙으로 그들의 사기가 최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엠비뉴의 대사제 이브렌챠는 대재앙이 다가오자마자 암흑 기사 친위대와 같이 신속하게 바로 물러났다. 엠비뉴 교단에서는 왕실 기사들처럼 희생정신이 투철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 덕에 최고위층은 무사하기는 하였지만, 군대로 본다면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의 피해를 입고 지휘 체계가 붕괴되었다.

사기가 낮아진 상태에서 지휘관 없이 싸우게 되면 약간만 불리해져도 항복을 하거나 아니면 전장을 이탈하며 도망을 가버리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위드는 빙룡을 타고 베르네르트 성 위로 돌아왔다. 그리고 터트리는 사자후!

"나가자! 우리는 싸워서 이길 것이다!"

베르네르트 성은 귀족인 NPC영주에 의하여 소유되고 있었다.

위드가 중앙 대륙의 왕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권위를 인정하였고, 또한 이미 충분한 힘과 통솔 능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반발은 없었다.

"성문을 열어라!"

영주의 명령이 떨어지고, 성문이 열렸다. 그리고 유저들은 밖으로 나와서 엠비뉴 교단과 전투를 시작.

성벽을 지키면서 싸울 수도 있었지만, 적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지금은 공격을 나가는 편이 훨씬 유리했다.

대사제 이브렌챠와 암흑 기사 친위대가 있었지만, 위드를 따라서 불사조와 황금새, 은새, 바하모르그 등의 조각 생명체들까지 나타났기에 전투는 일방적이었다.

"끄아아악."

뒤늦게 바다 쪽에서 날개를 활짝 펼치면서 와삼이까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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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비뉴 교단의 군대는 상당히 큰 피해를 입었지만, 대사제 이브렌챠와 암흑 기사들은 중요한 전력은 보전한 채로 무사히 퇴각을 했다.

위드와 조각 생명체, 유저들과 베르네르트 성의 병력이 나서서 싸웠지만 사기가 떨어진 광신도와 마물을 없앴을 뿐.

주력은 상황이 안 좋은 것을 보자마자 퇴각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큰 전투라서 참여한 사람들은 명성과 전리품, 공적으로 인한 스탯을 얻을 수 있었다.

"위드 님,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해요."

위드는 빙룡을 타고 그들의 머리 위를 배회한 후 먼 곳으로 사라졌다. 빙룡의 웅장한 날개가 활짝 펼쳐진 것은 유저들이 오래도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세번째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은 로자임 왕국에서 사용되었다.

로자임 왕국의 지방은 많은 곳들이 엠비뉴 교단의 지배에 속해 있었다.

적당한 곳을 물색하던 도중에 엠비뉴 교단에서 짓고 있는 요새를 발견!

어마어마한 식량과 병장기가 모여들고 있었다.

"병력도 최소한 7만 이상. 그리고 공성 병기도 제작되고 있군."

엠비뉴 교단이 로자임 왕국을 장악하기 위한 중요한 교두보라고 할 수 있었다.

위드는 이곳을 망가뜨리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와삼이!

"나쁜 짓도 많이 하니까 이제는 뭐, 그럭저럭 웬만해서는 안 위험한 것 같군."

대재앙도 일으킬만큼 일으켜 봤다.

그래도 이번에는 안전제일주의로, 위드는 적당한 것을 준비해 왔다.

"대재앙의 자연 조각술!"

붉은 왕개미의 조각품을 파괴!

잠시 후에 엠비뉴의 요새 알렉사는 붉은 왕개미 떼로 뒤덮이게 되었다.

"역시 아름다운 모습이야."

위드는 와삼이를 타고 요새 주변을 빙글빙글 날았다.

KMC미디어와 CTS미디어를 통해 생중계가 되고 있었기에 적당한 분위기 조성도 반드시 필요했다.

"이놈의 인기가 죄지."

방송국에서는 노래도 불러 주기를 원했다.

시청자들의 호응이 높다는 이유였는데, 위드는 이것만큼은 거절했다. 제대로 된 큰 전투가 벌어지지 않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귀한 노래를 함부로 부르면 안 돼."

나무는 물론이고 돌과 철까지 먹어치우는 왕개미들의 습격.

요새에서는 마물들과 광신도들이 저항하면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몇몇 곳은 건물이 무너지고 화염이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땅의 모래에서부터, 문틈에서, 천장에서 기어 나오는 붉은 왕개미 떼는 공포스러울 정도였다. 제대로 역할은 못하지만 날개도 있어서 4~5미터 정도씩은 날 수도 있었다.

넓은 평원이었다면 광역 화염 마법 등으로 어찌어찌 막는데 도움이 될 테지만 요새라는 갇힌 환경에서는 오히려 붉은 왕개미 떼가 유리한 면이 훨씬 많았다.

틈새와 구멍마다 나와서 건물과 몬스터들을 그대로 덮어 버린다.

붉은 왕개미들은 그동안 모아 놓은 식량을 깨끗하게 먹어버리고, 병장기들도 쓸 수 없도록 만들었다.

건물의 파손도 심각하였고, 광신도와 마물 중에서 죽은 이들도 많이 있었다.

이것보다 더 잔인한 것은, 이 대재앙이 한 번으로 끝나지가 않는다는 점이다.

위드가 지금까지 일으킨 대재앙은 자연환경과 관련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생물과 관련된 재앙.

붉은 왕개미 떼는 천장과 벽에 구멍을 뚫고 그 안에 알을 가득 낳아 놓았다.

알에서 새끼 개미들이 깨어나는 순간 대재앙이 되풀이될 것이다.

"예전에 살던 집에서도 개미 때문에 참 고생이었는데."

위드는 과거 중학교 시절에 월세로 살았던 반지하 집 생각이 어렴풋이 났다.

음료수 한 방울만 떨어뜨려도 온통 개미들이 들끓었다. 콜라를 마시고 조금 남겨 놓으면 병 안에 개미가 절반 가까이 찰 정도!

그 등살에 오죽하면 바퀴벌레와 쥐도 살지 못했겠는가.

개미가 제대로 번식을 하고 나면 그 후로는 놈들을 쫓아내기가 정말 어려워진다. 장판 밑에서 기어 다니는 건 애교 수준이었고, 책 속에도 개미가 있었다.

"개미만큼 독한 놈들이 없어. 집에 먹을 것을 아예 놔두지 않으니 밤에 내 살까지 뜯어 먹으려고 했지."

위드는 과거의 기억을 살려서 대재앙을 정했던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경험의 힘!

요새 알렉사는 영구히 사용할 수 없게 되리라.

띠링!

엠비뉴 교단에 연속으로 중대한 타격을 입혔습니다.

대륙을 악으로 물들이는 엠비뉴 교단!

그들은 예측하지 못한 공격으로 쉽게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었습니다.

정의를 수호하는 대륙의 교단들과 왕국들은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을 성공시킨 조각사의 영웅적인 행도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명성이 4,160 올랐습니다.

-카리스마가 3 상승하셨습니다.

-투지가 4 상승하셨습니다.

-예술 스탯이 11 상승하셨습니다.

-엠비뉴 교단과 전쟁을 선포한 모든 왕국과 교단에 대한 공적치가 2,190 상승했습니다.

호칭! 대륙을 구하는 영웅을 획득하셨습니다.

베르사 대륙에서 가장 큰 업적을 쌓은 이에게 주어지는 호칭.

엠비뉴 교단과 싸우기 위하여 부하들을 모집할 수 있습니다. 자유 기사는 물론이고 성기사와 왕실 기사도 의로운 부름에 답할 것입니다.

최초로 부여된 대륙을 구하는 영웅 호칭입니다.

다른 이가 대륙을 위하여 더 큰 업적을 세우게 되면 호칭을 잃어버립니다.

호칭이 유지되는 동안에는 모든 주민들이 당신의 존재를 주목하게 됩니다. 주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습니다.

통솔력과 카리스마, 투지의 효과가 27%씩 늘어나게 됩니다.

최상의 영예 부여.

행운이 45 늘어납니다.

대재앙과 관련된 퀘스트를 했을 뿐인데도 위드는 막대한 이득을 얻었다.

"퀘스트를 보고하러 가야 되겠군. 와삼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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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스 길드에서는 황궁을 건설하면서 기존의 점령 지역에 대한 내정 작업을 진행하였다.

영주들을 임명하고 제국 차원의 도로망 개설과 농경지 확대, 기점 도시 개발, 광산 채광을 이루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군사력 확대였다. 기사단을 보다 정예화시키고, 지휘관들은 병사들을 이끌고 몬스터 토벌에 나섰다.

소수의 수뇌부만이 헤르메스 길드의 전쟁 계획을 미리 알았다.

"대륙 정복 전쟁을 위하여 서둘러야 된다. 앞으로는 휴전이 없을 거야."

"훈련도가 빠른 궁병들은 준비를 마쳤습니다. 마법병단이 문제인데......."

"그쪽은 그로비듄이 준비하기로 하지 않았나?"

"주민들의 학문 능력을 올리는 데 아직도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금의 마법병단도 대단합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전략적으로 특정 도시에 마법사 관련 시설들과 학문 시설들을 지었다. 돈이 많이 드는 사업이었지만 길드의 역량을 집중시켜서 최고의 마법 길드들을 세우고 관련 연구 개발에도 투자를 했다.

주민들을 똑똑하게 가르쳐서 특성화된 마법병단은 구성하기 위함이었다.

최초의 제국으로 성장한 헤르메스 길드가 다음에 전쟁을 일으켜서 왕국들을 정복하면 모든 세력이 적대적으로 나올 것이다.

이젠 멈추지 않고 대륙 정복 전쟁을 벌일 예정이었으며, 전쟁 준비도 그 어떤 세력보다 체계적으로 일찍 끝낼 작정이었다.

"그보다도 요즘 위드가 두각을 많이 드러내고 있는데요."

하벤 제국의 주민들도 매일 위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교역소의 상인이나 술집의 점원이나, 위드의 모험과 엠비뉴 교단을 상대하며 보여준 재앙에 대해 떠들었다. 대륙 최고의 영웅이라면서 위드에 대해 말하고 있었으니 헤르메스 길드원들은 썩 유쾌하지 못했다.

"조각사 직업 마스터 퀘스트를 하는 것 같은데, 바드레이 님은 별말씀이 없으셨습니까?"

"아무 말도. 황제가 되셨으니 이제는 직접 상대할 필요도 없지."

"그래도 번번이 우리 길드의 발목을 잡았던 전례가 있는데, 그냥 놔두기도 보기 안 좋습니다."

수뇌부에서는 위드에 대한 강경책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헤르메스 길드의 높은 자존심이 위드에 의해 몇 번이나 꺾였다. 하벤 왕국이 제국으로 성장한 지금 돌아보면 명예가 실추된 몇 안 되는 경우였다.

라페이는 이미 지난번 멜버른 광산에서 위드에 대해서는 설욕을 했고 다른 길드들이 주목하고 있는 이때 대륙 전체에 비하면 사소한 일을 벌이는 것이 마땅치 않았다.

"그만. 지금의 헤르메스 길드는 위드나 상대하고 있을 수가 없다. 직업 마스터 퀘스트? 떠들썩하게 하거나 말거나 관심 가질 필요 없다. 위드라면 충분히 첫번째로 성공시킬 수도 있을 테고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을 분산시켜서 좋은 점도 있지. 우리의 목표는 완전한 대륙 정복이며, 그것에만 집중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라페이는 대륙 전체를 도모하고 있었으며 거창하게 전쟁 준비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위드를 무시하기로 결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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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는 로디움의 별의 눈물이 있는 곳으로 와서 퀘스트를 보고했다.

"무사히 돌아오셨구려."

"예. 대륙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하여 조각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어렵고 위험하였을 텐데 수고가 많았소이다."

"아닙니다. 평소와 같이 제 마음이 시키는 대로 따랐을 뿐이고 보람도 느꼈습니다. 엠비뉴 교단에 의해 박해받는 이들을 돕는 것이 저의 사명이라고 할 수 있지요."

띠링!

대륙의 혼란을 정화하는 대재앙 완료

엠비뉴 교단은 오데인 요새와 베르네르트 성, 건설 중인 알렉사 요새에서 세 번의 재앙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조각사 위드의 정의로움에 대해서는 대륙의 주민들이 알고 있다. 거짓말과 공포로 주민들을 포섭해 나가던 엠비뉴 교단에는 큰 방해가 될 것이다.

-레벨이 오르셨습니다.

-조각술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명성이 1,618 올랐습니다.

-엠비뉴 교단의 포교 활동의 성공률이 3.2% 감소합니다.

"그러면 찬란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서 더 들려주겠소이다."

"경청하겠습니다."

"조각사들은 여러가지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그치지 않았는데, 그들끼리의 의견도 자주 충돌이 일어났소. 특히 술을 마시면서는 많이 싸웠지."

"......."

그리고 한참을 잡다한 이야기를 떠들었다.

어떤 조각사가 성격이 안 좋았으며, 예술가라고 해서 술버릇이 좋은 것도 아니라는 등.

위드는 그런 내용들도 빠짐없이 기억은 해두었다. 퀘스트를 하다 막혔을 때 언제 실마리가 될지 모른다.

'술 먹고 싸우고 여자들에게 인기도 많고, 조각품 팔면 몽땅 빚 갚는 데 쓰고.......찬란한 아름다움을 조각하려고 했던 조각사들도 난봉꾼이나 다름 없었군.'

위드가 해야 할 일은 나중에야 알려 주었다.

"진정 찬란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굴복해서는 안 되지. 대륙이 혼란스러운 지금으로써는 그 어떤 것도 견디면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오. 파도와 바람을 벤다면 그 길을 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오. 그리고 세월을......."

"네?"

"깎고 잘라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정말 긴 세월을 들여서 조각할 수 있는 것이 세상에 있다오. 조각사들의 땀방울로도 표현할 수 없는 그런 긴 세월 동안 만들어지는 작품들이지."

오랜 시간을 자라서 그 자리를 지켜 온 고목은 보이지는 않지만 깊게 박힌 뿌리와 울창한 나뭇가지, 거친 나뭇결까지도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빗물이 모이고 흘러가면서 긴 시간이 지나 폭포와 계곡을 이루기도 한다.

그런 자연의 장대한 아름다움이야말로 조각사라고 하여도 도전하지 못하는 부분이었다.

"긴 시간에 걸쳐서 무언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기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충분한 만큼의 고난을 경험해야 아름다워진다고 조각사들은 생각을 했지. 자유분방한 요정인 페어리들과 친하시오?"

"약간.......나쁜 관계는 아닙니다."

위드는 페어리의 여왕 테네이돈의 날개를 치유해 주어야 하는데 드래곤과 관련이 있어서 떼먹고 있었다.

바르칸을 물리쳐서 테네이돈을 구해 주었기 때문에 페어리들은 아직도 여전히 위드에게 고마워하고 있다. 던전에서 가끔 나타나서 귀를 잡아당기며 길을 알려 주거나, 요리를 하면 먹을 것을 내놓으라고 떼를 쓰기도 한다.

위드가 맛있는 요리를 해 주면 만족하면서 먹었지만, 보리빵을 약간 찢어 주면 당장 떠나 버렸다.

"자연의 기적을 깨닫고 있는 사람이라면 긴 세월이 필요한 조각술에도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오. 페어리들이 나타나서 도와줄 수 있겠지."

띠링!

무엇이든 가르는 빛의 검

조각술 마스터이며 다재다능한 천재 자하브는 조각 검술을 남겼다.

달빛을 조각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사악함에 빠져 있는 적들을 물리치는 검술!

그대는 조각 검술을 발전시켜서 완성한 광휘의 검술을 익히고 있다.

바람과 ㅍ도를 베면서 광휘의 검술의 숙련도를 올려라.

심하게 바람이 불고 파도가 거셀수록 숙련도가 빨리 높아지리라.

현재의 레벨은 초급 6레벨.

110일만에 고급 2레벨을 달성해야 함.

난이도 :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

퀘스트 제한 : 조각 검술이나 광휘의 검술을 습득하고 있어야 함.

              물에 빠져서 사망했을 시에는 퀘스트 실패.

상당히 엉뚱한 퀘스트였지만 위드는 검치와 수련생들 덕분에 이런 종류의 무모한 수련에 익숙했다.

그리고 한 가지 퀘스트가 더해졌다.

긴 세월 다듬어지는 조각술

세상에는 짧은 시간에 완성되지 않는 아름다움이 많다.

자연의 조각품 중에서 작품을 완성하라.

훌륭하게 완성되면 페어리들이 모여서 지내며 선물을 베풀어 줄 것이다.

자연 조각술과 페어리들로 인하여 일대의 지형이 완전히 바뀔 수 있습니다.

난이도 : 조각술 최후의 비기 퀘스트

퀘스트 제한 : 자연 조각술을 습득하고 있어야 함.

              페어리들과 친한 관계.

              사망했을 시에는 퀘스트 실패.

기존에 받아 두었던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 그리고 페어리 여왕 테네이돈과 관련된 의뢰가 이미 있었음에도 퀘스트의 개수 제한에 걸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결국 해결하지 못하면 조각술 최후의 비기를 얻지는 못한다.

"먼저 급한 게...110일 내로 고급 2레벨이라니 상당히 촉박한 시간이로군."

공격 스킬은 기본적인 검술 스킬보다는 레벨이 빨리 오른다. 그렇지만 갑자기 스킬을 올린다는 것도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광휘의 검술 스킬 레벨이 이미 높았다면 더 많이 올려야 했을지도 모르지. 어쨌든 스킬 레벨을 올려놓으면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겠군."

위드의 마음은 벌써 바닷가로 향해 있었다.

그것도 보통 바다가 아니다. 바람이 심하게 불고 파도가 거세게 치는, 북부 대륙의 북북동쪽에 있는 바닷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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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 유저들이 벤트 성과 북부의 마을들을 자주 방문하면서 아르펜 왕국에 대해서는 더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것이 아르펜 왕국의 특산물! 과연 좋은 제품이군. 찾는 사람이 많으니 앞으로 더 가져와 주면 좋겠어."

"과거 니플하임 제국 시절에는 몬스터에 대해서 지금처럼 불안해할 필요가 없었지."

"북부의 추위를 극복해 낸 것이 아르펜 왕국의 국왕이었다니 고마운 일이야. 하지만 우리 기사단은 죽는 날까지 오로지 니플하임 제국에만 충성을 다할 뿐이다."

"모라타에서 나오는 식료품들은 싱싱하고 맛이 참 좋아. 과거에 그곳은 재봉 기술로 유명한 곳이었는데 언제 그렇게 커졌지? 대단한 영주가 있었던 모양이군."

주민들이나 사냥꾼들은 아르펜 왕국의 유저들과 교역을 하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상인 유저들은 그럴 때마다 뿌듯함을 느끼며, 자신만의 교역로를 만들기 위하여 더욱 열심히 북부를 돌아다녔다.

상인이라면 교역 마차를 타고 새로운 마을을 찾기 위하여 떠납시다.

북부의 교역로는 우리가 만들어 갑니다.

모라타 상인 조합!

상인들이 북부의 마을을 발견하여 거래했던 기록들을 올리면 경험치와 수고비를 받을 수도 있었다. 아르펜 왕국이 의뢰에 투자하는 자금이 막대하여 상당한 액수이기는 하지만, 보통 상인들은 독점 거래의 이득을 좋아했다.

그렇지만 가몽이 먼저 벤트 성을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다른 사람들에게 열어 주고 나서 변화가 생겼다.

'나 혼자 해먹으려다가는 얼마 먹지도 못하고, 다른 상인들이 들어오면 독점도 끝인데.'

'마을을 발전시키면 그게 또 괜찮네.'

'북부는 그동안 폐쇄되어 있던 곳들이 많아서 발전이 정체되어 있었어. 상인들이 마구 가서 개발이 되면 거래 규모가 금방 커져.'

마을의 크기나 주민들의 숫자에 따라서 교역의 규모가 달라졌다.

"여기 식량을 좀 가져왔는데 거래를 할 수 있을까요?"

"물론이오. 이렇게 귀한 식량을 가져오다니.......그런데 보시다시피 우리 마을은 다른 곳과 교류가 끊긴 지 오래되어 내놓은 만한 것이 없습니다. 몬스터의 송곳니나 짐승 가죽으로도 대금을 치를 수 있겠습니까?"

"그럼요!"

띠링!

달룬 마을에 축제가 벌어졌습니다!

상인과의 교역을 통해 식료품이 수입되었습니다. 텅 빈 곡물 창고에 식량이 채워지면서 주민들은 안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의 생산력이 향후 1달간 300% 증대됩니다.

마을의 문화와 기술력이 일정 시간 동안 빠르게 진보합니다.

안정된 식료품 공급이 이루어지면 마을의 출생률이 대대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주민들의 성향이 적극적으로 변화합니다.

축제에 참여하고 즐기실 수 있습니다.

아르펜 왕국의 특산품인 밀과 쌀, 치즈 등을 판매하면 그 마을에 축제가 벌어졌다. 그 기간 동안 생산력과 기술력이 발전하고 출생률도 대폭 올랐다.

북부의 산골 마을이나 니플하임 제국 시절부터 존재했던 도시들.

그곳에 인구가 늘어나게 되면 상인들은 그다음에 대량 거래를 할 수 있었다.

마을과 성, 도시가 성장하게 되면 고급 품목과 사치품을 찾기도 하면서 원하는 물품들이 많아졌다.

북부 대륙에 고립되어 있던 산속 마을, 몬스터 서식지에 속해서 활동을 제대로 못 하던 성들이 상인들에 의하여 개발되었다.

위드는 모라타와 아르펜 왕국에 대한 사정은 항상 파악하고 있었지만 북부에 있는 변방 마을이나 벤트 성의 변화까지는 알지 못했다.

북부의 대부분의 성들은 몬스터들에 의하여 파괴되고 나서 소수의 사람들만이 살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곳들은 유저들이 관심을 갖는 동네는 아니다. 고작해야 인구가 300명도 넘지 못하는 곳들이었기 때문이다.

대륙 탐험을 하다가 잠시 들러서 쉴 수 있는 휴식처 정도였을 뿐.

그런데 상인 유저들이 방문을 하면서 성장도 이루어지고, 아르펜 왕국의 지역 영향력도 갈수록 높아져 갔다.

그리고 벌어진 일.

띠링!

리실 성의 주민들은 아르펜 왕국에서 다스려 주기를 원합니다.

아르펜 왕국의 식량 생산과 기술 개발, 문화적 번성은 리실 성의 주민들을 탄복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마을 회의를 거쳐서 아르펜 왕국에 속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특산품 : 없음.

인구 : 1,491.

매달 세금 수입 : 732골드.

아르펜 왕국에 속하려는 성과 마을이 꾸준히 나타났다.

"주민들을 위하여 쓰는 돈을 아까워하지 않고, 농업과 기술, 예술의 발전을 이루어 내고 있다는 그 국왕 위드? 여행자들의 말을 통해 알고 있지. 북부의 역사에 몇 명 안 되는 현왕의 탄생이라는 이야기가 있어."

"사람들이 그러는데 아르펜 왕국은 정말 살 만한 곳이래. 그런 곳을 다스리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대단한 영웅이겠지."

"국왕 위드는 명예를 중요시한다고 하니 믿음이 가.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아르펜 왕국으로 가야 되겠군."

위드는 모라타의 모험가와 조각사로서 대륙에 알려지기는 했지만, 왕국이 건국되면서 북부의 주민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당장은 인구도 적고 쓸모가 없는 땅들이 대부분이지만 몬스터만 퇴치하더라도 바로 광산 개발 등을 이룰 수 있다. 과거 니플하임 제국 시절의 지역 특산품도, 투자를 한다면 다시 나타날 여지는 충분했다.

상인들은 아르펜 왕국의 영토가 넓어지고 거래할 수 있는 마을들이 많아지면서 여러 이득을 보고 있었다.

왕국 소속 상인으로서 자국 내에서의 거래는 쉽고 편하게 이루어졌다. 폐쇄된 마을에서는 소수의 믿을 만한 상인만 들여보내는데, 아르펜 왕국의 마을들은 그러한 제한이 없었다.

게다가 왕국의 공헌도와 명성을 올릴 수가 있었으며, 특산품 거래까지도 이루어지면 교역 물품의 증가로 이득이 더욱 커지게 되리라.

상인들은 괜찮은 마을이 있으면 벌어들인 수익금으로 일찌감치 농경지를 구입하거나 폐광산들을 사 놓았다.

한 발자국 앞서 나간 투자를 한 것인데, 인부와 몬스터를 퇴치할 용병들을 투입하여 생산이 이루어지면 꾸준한 수익을 얻을 수가 있었다.

상점과 대장간 등을 세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을에 대한 영향력이 높아야 더 많은 교역품을 구입할 수가 있는 것이다.

베르사 대륙에서 기존에 상인들에 인식은 썩 좋지가 않았다.

-한푼이라도 더 남겨 먹으려고 하는 수전노들.

-광장에서 수다나 떨며 시간을 보내는 시시한 무리.

-전투력이 떨어져서 모험이나 탐험도 하지 못하고 돈버는 것밖에는 아무 목표도 없는 직업.

상인들은 남들보다 돈을 많이 버는 것 외에 장점이 없다고 했다.

대부분의 상인들이 치안이 안정되어 있고 경제력이 발달한 중앙 대륙에서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상인들은 그들만의 재미를 느끼고 있었지만, 다른 직업의 유저들에게 인정은 받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북부에서는 달랐다.

교역 마차를 타고 다니는 상인들의 활동에 따라서 개발이 진행되고 발전의 속도도 빨라졌다.

초보자들을 몽땅 흡수했던 아르펜 왕국의 어마어마한 인력이 북부로 퍼져 나가는 시기.

유저들의 입장에서는 북부에 큰 마을들이 많아질수록 활동하는 영역이 넓어질 수 있고, 기술이 발전하여 판매하는 물품들의 품질이 개선될수록 좋았다.

북부의 대상인 마판과 가몽!

다른 전투 계열 직업들이 하지 못하는 도시의 성장까지 이끌어 낸다면서 존경을 받았다.

-상인이 왕국을 키운다.

-교역이야말로 상인의 꽃.

상인에 대한 재평가가 확실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일부 학자 주민들이 말했다.

"아르펜 왕국의 국왕이 니플하임 제국의 정통성을 잇게 될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니플하임 제국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유일한 분이니까."

위드가 지골라스까지 다녀오면서 성공시켰던 난이도 S급 퀘스트.

니플하임 제국의 건국!

퀘스트의 효과가 사라지지 않고 조건이 갖춰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위드는 니플하임 제국의 계승자라는 호칭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것은 아르펜 왕국의 문화가 전달되면 효과를 크게 키우는 역할을 해 주었다.

유저들이 영주로 있는 곳 중에서도 아르펜 왕국과 거리가 떨어져 있거나 통치를 잘하고 있는 경우에는 동요가 약간 덜하였다. 그러나 벤트 성을 비롯하여 주민들이 살아가는 마을들은 위드에 대한 존경심을 표시하며, 아르펜 왕국에 관심을 쏟는 이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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