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영웅들의 이야기
"광휘의 검술!"
위드는 파도를 향하여 스킬을 시전했다.
검에서 쏘아진 독수리들이 파도를 부수고 바다를 가르며 나아가다가 소멸했다.
-광휘의 검술 스킬 숙련도가 올랐습니다.
모든 아이템은 마나 회복 속도를 올려 주는 것으로 맞추고 사제까지 동반하여 매일 폭풍이 부는 바다에서 수련을 했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리며 날카롭고 거친 바람이 부는 곳.
항구 바르나에서도 한참 북쪽의 바다로, 어떤 항해자도 배를 몰고 오지 않는 바닷가였다.
"이런 곳이야말로 스킬 숙련도를 올리기에 적당하지."
위드에게 가장 큰 자산은 노가다에 대한 집중력.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는 게 아니라 검을 휘둘렀다.
이곳의 파도는 바위를 뒤덮어 버릴 정도라서 한눈을 팔면 위험했다.
파도가 칠 때마다 이를 정확히 베어 버려야만 했고, 아주 큰 폭풍우가 밀려올 때면 본능적인 두려움과도 싸워야 했다.
낮과 밤이 따로 없을 정도로 어두운 곳이지만, 밤에는 해양 몬스터들까지 출현했다.
"간신거리들이군."
위드는 광휘의 검술을 사용하여 바다에서 헤엄쳐 다니는 몬스터들까지 사냥했다.
경험치야 던전보다 잘 오른다고 할 수는 없어도 꾸준히 오르기는 했다.
해양 몬스터들이 무리를 지어서 공격을 시도하기도 하였지만, 기다리고 있는 서윤과 바하모르그 그리고 하이 엘프 엘틴이 있었다.
"이건 조금 윟머하기는 해도 근본적으로는 노가다로 극복해야 하는 퀘스트야."
위드는 광휘의 검술을 사용할 수 있는 마나와 체력이 있으면 잠깐의 휴식 시간도 갖기 않았다.
"몬스터가 너무 강하거나 퀘스트에 필요한 물품을 구하지 못해서 포기하는 경우는 있어도 이 퀘스트를 실패할 수는 없지!"
노가다에 대한 자긍심!
그렇게 스킬 레벨을 올리면서 십여 일 정도가 지난 후에는 위드의 검에서 독수리가 5마리씩 날아다녔다.
파도를 부수고 폭풍으로 무섭게 들이치는 바다를 물러나게 할 정도의 위력.
마나 소비도 조금 더 늘었지만 공격 범위와 파괴력이 놀랍게 늘었다.
광휘의 검술이 중급 1레벨이 된 것이다.
"검술의 위력이 조금 늘었으니 더 위험한 곳에 가도 되겠군."
위드는 뗏목을 바다에 띄웠다.
심한 폭풍이 부는 바다에서는 범선이라도 항해가 불가능했는데 고작해야 통나무들을 엮어서 건조한 뗏목을 타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바다로 나갔다. 항해 스킬이 어느 정도 있기는 했지만 좌초까지도 각오한 것이었따.
폭풍이 심한 곳으로 갈수록 물길이 거세지고 바람도 심하게 불었다.
위드는 뗏목에서 균형을 잡으면서 검을 휘둘렀다.
과거에 조각하여 생명을 부여했던 빛의 날개가 있어서, 뗏목이 부서져서 바다에 빠지려고 할 때는 잽싸게 자리를 벗어나게 해 주었다.
오히려 던전 사냥이 훨씬 편하다고 여겨질 정도로, 파도와 빗물이 계속 몰아치는 곳에서 악전고투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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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윤은 이현이 캡슐에 들어간 사이에 그의 집으로 왔다.
바로 옆집에 이사를 온 이후로는 아침저녁으로 찾아오는 편이었다.
왈왈!
이현에게보다 더 친근하게 짖으면서 꼬리를 흔드는 몸보신.
"기다렸니? 많이 먹어야 해."
서윤은 몸보신의 비어 있는 밥그릇에 고급 사료를 부어 주고 간식도 넉넉하게 챙겨 주었다.
개로 태어나서 간식이라고는 국물까지 몽땅 우려낸 사골을 가끔 얻어먹은 것이 전부였는데, 서윤은 틈틈이 챙겨 주고 털도 빗겨 주었다.
꼬꼬댁!
닭들도 서윤을 보면 반겼다.
노란 병아리들까지 아장아장 끌고 나와서 근처를 빙글빙글 돌았다.
토끼들도 우리 안의 풀 더미에서 고개를 내밀더니 눈을 크게 떴다.
오리들은 그녀가 오고 나서 가장 팔자가 핀 경우에 속했다.
"오리를 활발하게 키우려면 물웅덩이도 있어야 하는데……."
닭과 같이 갇혀서 지내는 오리들이 불쌍해 보였다.
서윤은 그래서 자신의 집을 지을 때 오리들이 지낼 수 있도록 큰 연못을 만들었다.
"오리 좀 데려갈게요."
"왜?"
"냄새도 나고 시끄럽지 않아요?"
"그렇기는 하지."
"우리 집에 풀어 놓고 기를게요. 밥도 제가 줄 수 있어요."
"알아서 해."
사람이 들어가서 수영을 해도 될 정도로 넓은 연못에 오리 가족이 풍덩거리며 헤염을 치면서 놀았따.
서윤이 이미 이 집안 동물들의 마음을 모조리 장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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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의 목숨을 건 노가다!
성과가 있어서, 광휘의 검술 스킬이 계속 오르고 있었다.
갑자기 바다에 벼락이 떨어지기라도 할 때면 위드는 간이 쪼그라드는 기분이었다.
행운을 올려 주는 아이템, 전격 계열의 저항력을 높여서 벼락을 피할 수 있는 장신구들을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면 폭풍에서 계속 버티지는 못하였으리라.
위드가 수련을 하는 모습도 화제가 되어서 방송국의 뉴스 프로그램에 나오기도 했다.
"조각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정말로 다시 생각해 봐야 될 것같습니다. 퀘스트 과정에서 이미 몇 번의 큰 전투를 치렀는데 저런 곳에 1달이 넘도록 있을 정도이니 얼마나 힘들까요?"
"직업 마스터 퀘스트 중에서도 조각사 쪽이 별나게 어려운 과정을 수행해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몇 단계의 퀘스트를 진행 중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위드가 하는 행동을 보고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라고 잘못 판단하고 있었다. 조각술 최후의 비기를 찾는 것이라면 다들 정말 놀라겠지만, 그것은 절대 미리 공개해서는 안 될 일.
스킬을 확실히 습득하고 나서 알려도 늦지는 않다.
덕분에 아직 초보 조각사들 중에서는 지금이라도 다른 직업으로 전직, 화가 쪽으로 전향하는 사람이 특히 많았다.
다른 직업 마스터 퀘스트를 하는 사람들도 이렇게 어렵다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며 갈등을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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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예인의 직업 퀘스트를 먼저 진행하기로 한 검오치.
"그곳의 몬스터를 소탕하였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새로이 위협이 되는 도적 떼가 있는데……."
"다 죽일까?"
"그들이 사용하는 무술이 평범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놈들을 해치우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무술에 대하여 알아 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검오치는 퀘스트를 이끄는 대로 싸우며 스킬들을 습득하였다.
무예인의 직업 퀘스트는 검오치의 성향에 딱 맞았다.
강한 적과 싸우면서 스킬들을 얻는다.
검을 원하는대로 휘두르는 것도 좋았지만, 스킬의 효과에도 흠뻑 빠져 버린 검오치였다.
특별한 상황에서는 스킬을 쓰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었으며, 구경하는 사람이 보기에도 화려했다.
싸움에서도 겉멋이 상당히 중요하지 않던가.
"요즘 병사들은 너무 약합니다. 이래서야 치안이나 지킬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병사들에게 무예를 전수하여 제 몫을 해낼 수 있도록 해주시면……."
"죽도록 굴리면 되겠군."
이렇게 검오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난하게 퀘스트를 진행해 가고 있었다.
싸움이야말로 체질이라서 어려운 것이 없었따.
그런데 그를 난관에 부딪치게 한 퀘스트의 발생!
"어려운 사람을 도와준다고 들었습니다. 제발 저희 딸아이를 구해주세요."
어느 농사꾼 남자가 와서 그에게 매달린 것이다.
"놈들은 제 딸아이를 루이담 마굴로 끌고 갔습니다. 불쌍한 아이를 놈들이 어떻게 할지……. 제가 가진 것은 나쁜 놈들에게 털려서 아무것도 없습니다."
검오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의뢰라면 들어 드려야지요."
무예인의 퀘스트 중에는 보상이 없는 의뢰도 있었는데, 대신 명성이나 주민들과의 친밀도가 높아졌다.
"에전의 저희 집에 잠깐 들렀던 화가가 그려 준 제 딸의 그림입니다."
띠링!
-농가꾼 처자 란티아의 그림을 입수하셨습니다.
"이걸 보면 도움이 되겠군요."
검오치는 큰 기대를 하지 안고 그림을 펄쳐 보았다.
"허억!"
긴 생머리에 박꽃처럼 환하게 웃음을 지으며 요리를 하고 있는 아리따운 소녀!
"장인어른, 루이담 마굴이라고 하셨습니까? 바로 구하러 가겠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자마자 루이담 마굴로 들어갔다.
검오치는 납치범들과 싸우면서 그녀를 구하려고 하였지만 함정과 기습 공격에 의해 역부족이었다.
한차례 죽임을 당하고 다시 구하러 가서 그녀를 만나는 데에는 성공하였지만 이미 늦어서, 죽어 가고 있었다.
직업 마스터 퀘스트였기에 실패하더라도 며칠이 지난 후에 다시 기회는 왔다. 이번에는 상인이 자신의 딸을 구해 달라는 의뢰였다.
-베스트로 거리의 아가씨 라스에의 그림을 입수하셨습니다.
"장인어른!"
이번에는 다른 마굴로 구하러 갔지만 그녀를 무사히 데리고 나오는 데에는 실패했다.
무기술 스킬이나 전투에서의 판단력은 뛰어났지만 근복적인 레벨의 한계였다.
"나는 너무도 약하구나."
무예인 퀘스트는 전투가 자주 일어나다 보니 높은 레벨이 필수적!
검오치는 무력함을 느끼고 사냥에 필사적으로 노력을 하고 다시 시도를 하여 성공했다.
"딸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게 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별거 아닙니다, 어르신. 남자가 이 정도도 못하겠습니까."
"약소하지만 집에 내려오던 오래된 지도입니다. 무엇을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닙니다. 이런 걸 바라고 한 일이 아니니 받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딸이 돌아왔으니 드디어 약혼자와 결혼식을 올릴 수 있게 되었군요."
"크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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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 스킬의 레벨이 중급 1이 되었습니다.
선박의 가속도를 2% 더하고, 험한 상황에서도 배가 뒤집힐 확률을 6% 줄여 줍니다.
돌풍, 폭풍 같은 재해 발생 시에 선체의 피해를 줄입니다.
해상전에서 대포를 쓸 때 배의 진동을 감소시킵니다.
바다와 연관된 스킬의 효과를 높입니다.
-인내력 스탯이 15 증가했습니다.
-생명력이 500 증가하였습니다.
- 숙련된 항해자가 되어 전 스탯이 3씩 늘어납니다.
뗏목을 몰면서 올라가는 항해 스킬!
요트에 탄 채로 바람이 끄는 대로 나아가는 여유로운 항해가 아니었다.
위드는 매일 뗏목을 타고 폭풍과 싸웠다.
저 먼 곳의 하늘에서부터 먹구름이 비를 잔뜩 물고 온다.
쿠르르르릉!
바다로 내리꽂히는 무시무시한 천둥 번개!
파도가 출렁거리고 시야도 좁은 가운데 뗏목이 전복되지 않도록 사투를 벌였다.
-비를 오랫동안 맞아서 체력이 21% 줄어듭니다.
"오늘도 고비로군"
위드는 솔직히 재미가 있었다.
거친 풍랑과 싸우면서 검을 휘두르는 것이 어려우니 더욱도전 욕구가 불타올랐다. 까딱하면 깊은 바닷속으로 빠져 죽을 수가 있어서 집중도 더 잘되었다.
바다에 있으면서 몰아치는 파도를 가르다 보면 자신의 야성적인 면을 발견하게 된다
도덕이나 규율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인으로서의 삶.
바다가 있기에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위드는 체력이 심하게 떨어졌을 때에는 육지로 와서 해안가의 바위를 깎았다.
뗏목을 타고 항해를 나간 검사가 부상을 입고 상어 떼와 싸우는 박력 넘치는 조각품이었다.
조각품에는 청새치도 표현하고, 틈틈이 발견한 해양 몬스터들의 모습도 남겼다.
폭풍이 치는 바닷속에는 해양 몬스터들도 거대하고 강한 녀석들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조차도 물살이 빠르게 흐르는 수면 가까운 곳으로는 올라오지 않았다.
위드가 뗏목을 타고 수련을 하면 바닷속 깊은 곳에서 입을 쩌억 벌리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해양 몬스터들로 인해 물 색깔이 조금 더 어두웠다.
"퀘스트를 하면서 벌써 1달이 조금 넘는 시간이 지나갔군."
무모하고 위험한 수력 덕분에 광휘의 검술은 중급 4레벨.
"이정도면 무난히 퀘스트를 달성할 수 있겠어."
37일째 날이 되었다.
평소보다 더 심한 폭풍이 불어오고 있었다.
위드가 타고 있는 똇목에 묶여 있던 밧줄들이 파도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하나 둘 풀려나가더니 한꺼번에 끊어졌다.
풍덩!
위드는 광휘의 검술에 전념하느라 잠깐 반응하는 것이 늦었다. 결국에는 바다로 빠지는 사고가 발생.
'먹이가 왔구나.'
'지금까지 기다려 온 보람이 있었다.'
해양 몬스터들이 지느러미를 흔들면서 슬금슬금 다가왔다.
몸길이가 수십 미터도 넘는 것들에, 바다의 공포인 크라켄까지도 있었다.
해양 몬스터들은 위드를 맛있게 먹으려고 모였다.
'보기 드문 영양식이다.'
'강한 인간은 보약이다.'
몬스터들도 강한 적을 좋아한다.
싸움에서 이기면서 그들도 성장을 하거나 스킬을 학습할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베르사 대륙에서는 유저들이 모르는 종족끼리의 전투도 많이 벌어지고, 그들 중에서 이기는 쪽의 세력이 더욱 강대해지는 경우가 흔했다.
해양 몬스터들은 인간이나 지상에서 활동하는 몬스터가 물에 빠지면 약해진다는 것을 잘 알았다. 해녀가 아닌 이상에야 평소 전투력의 반의반도 발휘하지 못한다.
더구나 이렇게 심한 폭풍우가 치는 곳에서는 저항 능력이 더욱 떨어지기 마련.
"꾸르륵!"
위드는 허우적거리면서 빠져나가려고 하였지만 해류의 급격한 흐름으로 인하여 몸을 가누지 못하고 떠다녔다.
8~9미터를 거뜬히 넘는 파도의 높이.
순식간에 40~50미터를 쓸려 나갈 정도로 물살이 심했다.
-호흡이 곤란합니다.
바닷물이 입에 들어갔습니다.
신체 능력이 저하되고 있습니ㅏㄷ.
와그작!
크라켄의 촉수가 다가와서 위드가 금방까지 있던 곳을 후려쳤다. 뗏목에 조금 남아 있던 통나무들이 박살 나고 말았다.
다른 해양 몬스터들은 입을 벌리고 삼키려고 하였지만 성난 물살 때문에 허탕만 쳤다. 해류는 한곳으로만 흐르는 게 아니라 여러 방향에서 복잡하게 밀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위드는 파도에 구르면서 정신없이 떠내려 다니고 있었다.
-피로도가 85%를 넘습니다.
체력의 최대치가 저하되며, 스킬을 활용하는 데 지장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피로도가 높을수록 정신력 스탯이 잘 오르고 스킬 숙련도 역시 빨리 숙달되는 효과가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당장 죽는 것이 걱정될 정도로 매우 안좋은 상황.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위드는 오히려 물속으로 들어가서 발목에 묶여 있는 박줄을 잡아당겼다.
속이 텅 빈 나무통과 연결되어 있는 밧줄!
간신히 파도에 떠다니는 나무통을 잡고 숨을 돌렸다.
파도 때문에 몸을 가누지를 못하고 물속으로 잠겨 들고 바닷물을 마셔야 되었다. 숨을 쉬지 않고 바닷물을 마시다 보면 금발 의식을 잃어버리게 된다.
나무통을 잡고 나서는 파도에 휩쓸리더라도 균형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러다가 정말 죽겠어. 적금 만기일도 아직 많이 남았는데……."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바닷속에서는 해양 몬스터들이 그를 먹기 위하여 다가오고 있으리라.
뗏목 위에 있을 때만 하더라도 빛의 날개를 펼치고 잘 도망 다녀서 해양 몬스터들이 기회만 노리고 접근하지 않았다. 그런데 바다로 빠지고 나니 온통 득실거렸다.
바다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서 몬스터에게 언제 뜯어 먹힐지 모른다는 공포!
"빛의 날개!"
위드의 등에서 빛으로 된 찬란한 날개가 펼쳐지면서 공중으로 떠올랐다.
퍼서석!
그 순간 나무통이 해양 몬스터의 큰 입으로 발려 들어가서 부서지는 것이 보였다.
뗏목은 산산조각이 나서 찾을 수도 없었으며, 그사이에 어디로 떠내려왔는지 조그맣게 보이던 육지도 눈에 띄지 않았다.
높은 파도와 빗줄기, 하늘의 짙은 먹구름으로 인하여 방향을 잡기도 어려웠다.
"여길 빨리 나가야 되겠다. 그런데 어느 쪽으로 가야 하지?"
심한 바람을 몰고 오는 폭풍과 비정상적인 해류로 인하여 파도가 밀려가는 곳으로 간다면 망망대해로 가게 될 수도 있다.
사나운 바닷바람과 굵은 빗줄기를 헤치고 나아가다가 체력과 마나까지 떨어지면 끝장.
바다에 빠지게 되면 갑옷이나 검의 무게로 인하여 오래 헤엄을 칠 수도 없었다. 게다가 바닷물 속에는 해양 몬스터들이 주둥이를 벌리고 기다리고 있으리라.
"다른 몇 가지 방법이 있긴 하지만……."
이판사판으로 이곳에 대재앙을 일으켜 버리는 수도 있었다. 어차피 망할 것, 폭풍 치는 곳에 시원하게 대재앙 일으키고 끝장을 보는 것이다.
"바다가 갈라지면 살아날 방법이 있을지도."
그런 극단적인 방법을 쓰기 전에 조각 변신술을 사용하여 해양 몬스터가 되는 것도 가능했다.
대형 낚지나 오징어 괴물로의 재탄생!
어떤 대비책도 없이 무모하게 폭풍에서의 수련을 하고 있지는 않았던 것이다.
"아무튼 어디로든 가 보자, 빛날아."
위드는 빛의 날개를 활짝 펼치고 수면에서 높지 않게 날았다.
하늘로 높게 올라갈수록 바람이 심해지고 천둥이 자주쳤다.
"이 방향은 아닌가 보군. 육지가 나올 기색이 보이지 않는데. 오른쪽으로 가 보자."
폭풍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었다.
"여기도 아닌가. 그럼 다시 오른쪽으로……."
빗줄기가 어찌나 굵은지, 그리고 넘실거리는 파도는 얼마나 거세고 빠르게 스쳐 나가는지 무서울 지경이ㅏㄷ.
"이쪽도 아닌 거 같궅. 어째 갈수록 푹풍의 중심지로 들어 가는 것 같아."
위드는 생명의 위협을 심각하게 느꼈다.
폭풍이 심해서 배가 이떠라도 감당할 수 없는 바다까지 온 것이다.
그때 바다 위로 올라오는 새하얀 등껍질!
"이거 설마……."
지골라스에서 생명을 부여했던 조각품들 중에는 지상이 아니라 바다에 적합한 종들이 있었다.
바다에 살아야 하는 종족의 특성으로 인해 위드의 구속을 받지 않고 떠나갔던 생명채들.
그둘 중에서도 말레인스 에우노토 터틀!
심해에 사는 초거대 거북이로, 수르카와 자주 놀았던 녀석이 다가온 것이다.
"거북, 거북."
거북이는 위드를 향해 등에 타라는 듯이 울고 있었다.
위드는 인생의 중대한 깨달음을 얻었다.
"역시 착하게 사니 이렇게 복을 받게 되는 것이로군. 동화책의 내용들이 헛된 것이 아니었아."
전래 동화의 창작자들이 본다면 비통해할 발언.
"거북, 거북."
"가자, 거북아!"
위드는 거북이의 등껍질에 착지했다.
말레인스 에우노토 터틀은 원래 멸종했던 생명체지만 조각품에 생명 부여를 통하여 새롭게 종족을 늘려 가고 있었다.
성장하며 평평한 등껍질에는 희귀한 무늬도 새겨졌고, 바다의 우유라는 굴도 많이 붙어 있었다.
"나머지 수련은 이 등껍질 위에서 할 수 있겠군."
호의로 다가온 거북이를 퀘스트가 끝날 때까지 부려 먹을 작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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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가 폭풍의 바다에서 수련에 전념하고 있는 사이에도 시간은 잘 흘렀다.
100일이 넘는 기간은 결코 짧은 것이 아니었다.
"으하하하하, 드디어 보물을 찾아냈다!"
모험가 체이스는 직업 퀘스트를 하면서 왕실의 보물을 발견!
"체이스라는 모험가에 대해서는 당연히 들어 보았겠지? 아주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었다더군."
"브렌트 왕국에서 백작의 직위를 받고, 땅을 있는 대로 구입 했다는군. 지금 건축하고 있는 저택은 궁전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야."
체이스에 대한 이야기가 로열 로드를 휩쓸고 지나갔다.
그가 던전을 발굴하는 장면은 방송국에서도 명장면으로 꼽고 심야 시간에는 계속 재방송을 틀어 줄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전사 파이톤은 대검을 휘두르면서 대륙 10대 금역 중의 한곳인 아베리안의 숲에서 계속 싸웠다.
직업 마스터 퀘스트를 하면서 그곳의 보스 몬스터를 사냥하는 것이 목표다. 충분히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거나 용병을 구할 수도 있었지만 우직하게 홀로 싸워 갔다.
파이톤의 거친 늑대 같은 매력에 환호하는 유저들도 꽤 되었다.
농부 미레타스는 새로운 작물을 개발하여 대풍년을 맞이 하였다.
곡물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면 도시의 출생률이 급증하게 된다.
미레타스가 직업 마스터 퀘스트를 하면서 아르펜 왕국에 정착한 것도 작지 않은 화젯거리였다.
"풍요로움의 축복을 내려 주는 프레야 교단, 넓고 비옥한 땅, 농사를 짓기 좋은 기후, 물을 끌어다 쓸 수 있는 강과 호수 들이 있으니까 아르펜 왕국이 농사를 짓기에는 정말 좋습니다."
미레타스는 평화를 사랑하는 농부였다.
데일 왕국에 그의 땅이 있었지만, 작물을 재배하게 되면 곡식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바쳐야 되었다. 아르펜 왕국은 세김이 그보다 훨씬 적었고, 특수 곡물 창고의 보관비도 저렴하다.
농부만이 아니라 각 직업별로 알아볼수록 혜택이 많이 있었는데, 이 점에 대해서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애초에 국왕인 위드 본인이 잡캐이기 때문에 직업마다 세심한 배려, 즉 마음 놓고 정착하여 성공하라는 지원책들이 마련되어 있었던 것이다.
"대륙에 한 벌밖에 없는 옷입니다."
드라고어는 재봉사의 퀘스트를 여덟 번째까지 진행하고 있었다.
그는 아르펜 왕국의 변방 마을에 가서 그곳의 아이들을 위한 옷을 지어 주었다.
광장에서 원단을 자르고 단추를 붙이며 옷을 만들다 보면 그가 지어 준 옷을 입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게 된다. 비록 NPC지만 아들이나 딸에게 옷을 지어 주는 부모와도 같은 느낌.
이런 것이 옷을 만드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기분이 아니던가.
"무조건 짧고 잘 달라붙고 화려하면 다 되는 건 줄로만 알았는데… 옷에도 많은 감정이 있었구나."
마음에 드는 옷을 입는 주민들은 행복해했다.
특정한 일을 하기 위한 작업복을 지어 주면 주민들의 성과도 훨씬 좋아졌다.
요리사 직업 마스터 퀘스트를 하는 유저는 대륙에서 전쟁으로 고통받거나 전염병, 재해로 고통받는 곳으로 갔다.
"여기서 구할 수 있는 식재료는… 뭐든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걸 요리해야 되겠어."
요리사로서 굶주리고 약해진 사람들을 위하여 음식을 차려 준다
요리사가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인근의 주민들이 모여들었는데, 그들을 배불리 먹이면서 명성을 얻고 평판도 좋아졌다.
직업 마스터를 진행하면서 영웅들이 탄생하고 있었다.
물론 흑마법사나 네크로맨서, 도둑, 암살자, 도굴꾼 등의 직업은 퀘스트에도 나쁜 것들이 많다. 영웅이 아닌 악당을 탄생시키게 만드는 직업 마스터 퀘스트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무심코 빠른 사냥을 위해 암살자 직업을 택한 사람은 마스터 퀘스트를 하며 선택을 해야 되었다.
띠링!
그림자의 선택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소중한 생명을 빼앗으면 남들이 가진 것들도 가로챌 수 있다.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다면 도시에서 부유한 상인 10명을 암살하라.
그리고 어둠 속에서 내세우지 못하는 자신만의 명예와 긍지를 지키고 싶다면 대륙의 파탄으로 몰고 가는 악인 30명을 암살하라.
악인들은 자신보다 레벨이 높아야 함.
난이도 : 암살자 마스터 퀘스트.
퀘스트 제한 : 고급 7레벨 이상의 암술 기술.
의뢰 도중에 발각되지 않아야 함.
"악인 암살이라……."
대륙 최고의 암살자.
이름도 밝혀지지 않은 사내는 혼자서 선술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는 베르사 대륙에서 많은 활약을 하고, 사냥터를 몰래 섭렵하기도 하였다.
암살자는 파티 플레이에 익숙하지 않고 잘 받아들여지지도 않는 직업이다.
그럼에도 공격력이 절대적인 전투 계열 직업!
함정을 파서 아주 강한 몬스터나 목표물을 혼란에 빠트리고 기습을 하여 경험치와 스킬 레벨을 훨씬 빨리 올릴 수 있었다.
물론 그만큼 더 위험한 것은 각오를 해야 한다.
"어려운 쪽이 더 재미가 있겠군."
선술집을 나온 암살자는 망토를 펄럭이면서 거리의 인파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날 이후부터 악덕 영주들이 죽어 나가고 순회하던 엠비뉴 교단의 종교재판관이 갑자기 목숨을 잃었다.
베르사 대륙의 주민들은 환호하였지만, 그것이 함살자의 행동이라고 밝혀지지는 않았다. 매번 움직임이 너무도 은밀하고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아서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조차 없었다.
대륙은 춘추전국시대나 다를 바가 없었다.
로열 로드의 초창기에 세워져 있던 왕국 간의 경계는 바뀌어 버린 지 오래였고, 정복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칼라모르 왕국, 라살 주민들이 왕국에 대한 기대심을 버리고 영웅들을 의지하게 된 것이다.
"자, 오늘부터 닷새간 성대한 대관식을 열자."
그라디안 왕국의 블랙소드 용병단은 내전을 승이로 이끌고 국왕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건군식을 통하여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였다.
그라디안 왕국은 앞으로 블랙소드 용병단의 장악 아래에 정복 전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
"기사들의 준비 상태는?"
"매우 좋습니다."
"그럼 다음에 점령할 지역으로는……."
사자성과 로암 길드는 왕국의 대부분을 일찍 장악하고 국경을 넘어서 다른 성과 마을 들을 침략하고 있었다.
패권 동맹이 깨지고 나서 그들도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많은 성과 마을 들을 얻기 위해서는 약한 놈들을 잡아먹어야 돼."
"우리가 어떤 짓을 저지리든 헤르메스 길드의 전례가 있으니 괜찮은 거지"
그들도 어차피 영원한 동맹 같은 것은 믿지도 않았다. 결국 대륙의 패권을 놓고 싸워야 하는 마당에 더 큰 힘을 축적 하기 위한 전쟁을 계속했다.
세력이 큰 명문 길드 중에서는 클라우드 길드와 헤르메스 길드만이 잠잠하였는데, 그 둘의 사정은 완전히 달랐다.
클라우드 길드는 브리튼 연합 왕국의 영토를 빼앗기고 약화되어 가고 있는 세력을 추스르느라 여념이 없었다. 한동안 빛을 발하고 저물어 가는 태양 같은 느낌이었다.
헤르메스 길드와의 전쟁에서 큰 패배를 몇번 경험한 이후로 왕국을 도모하던 길드가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다. 유저 들이 이탈하고, 소속 길드들도 떠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계속 헤르메스 길드와 전쟁을 하였다면 단결력을 내세울 수 있었으리라.
모든 것이 불리한 상황에서도 브리튼 연합 왕국의 인구와 경제력을 바탕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두세 번이라도 일구어 냈더라면 단단히 뭉쳐서 몰락은 느리게 일어났을 것이다.
그러나 큰 패배를 경험하고 전쟁이 끝난 이후, 헤르메스길드의 은근한 협박과 회유에 의하여 클라우스 길드를 지탱하던 핵심 유저들이 떠나가고 있었던 것이ㅏㄷ.
뒤늦게 클라우드 길드에서도 이를 알아차렸지만 이미 뒤집어진 판세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헤르메스 길드에서는 내정과 대대적인 군사력 확층을 하면서 웅크린 사자처럼 세력을 더욱 급속도로 키워 나가고 있었다. 이제 와 전쟁을 선포하기에는, 클라우드 길드에 그만한 능력이 없었다.
헤르메스 길드가 지금은 나서지 않고 있지만 진군을 개시 한다면 가장 무서울 것이란 점은 누구나 다 알고 있었다.
하벤 제국!
대륙에 유일한 제국으로서 그에 걸맞은 경제력과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또한 무자비한 힘을 휘드리기 때문에, 다른 길드들도 눈치를 보며 건드리지 못했다.
그러나 엠비뉴 교단까지 세력을 잠식해 들어가면서 중앙대륙의 사정도 많이 피폐해졌다.
고레벨 유저들은 전쟁에 빠져 죽고 죽이면서 약화되고 있었고, 주민들도 목숨을 잃으면서 상점이 문을 닫고 논과 밭에서 일할 사람도 없어졌다.
번성하던 도시들 중에는 잿더미로 변해 버린 곳들도 많았다.
베르사 대륙에서 압도적인 군사력과 경제력 그리고 다수의 유저들까지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으로 그 동안 축적해 놓은 자산을 조금씩 잃어 가고 있는 것이다.
대륙의 동부, 서뷰, 남부의 상황은 조금 달랐다.
상대적으로 왕국의 규모는 작더라도 치안이 높아서 엠비뉴 교단이 쉽게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동부에서는 로자임 왕국과 브렌트 왕국이 오랜 앙숙 관계를 청산하고 동맹을 맺어 엠비뉴 교단과 싸우기로 했다.
부족국가들이나 바바리안 종족은 엠비뉴 교단과 적극적으로 다투면서 저항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북부의 변화는 눈이 부실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