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32권 : 5. 성기사들의 희생 (206/520)

◎ 성기사들의 희생

위드는 생고생을 하면서도 반가웠다.

"이제야 조금 살아가는 맛이 나는군."

성기사와 사제들, 바하모르그의 뒤치다꺼리를 몽땅 하면서도 그들이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여겼다. 이틀 동안 악마병과 몬스터들과 싸우면서 성기사들의 희생이 54명이나 되었다.

로드릭 미궁으로 들어올 때에는 깨끗한 갑옷을 입은 성기사 680명이었지만 지금은 숫자가 확 줄어들어 있는 것이 눈으로도 느껴질 정도였다. 아직 미궁의 중심부로 들어가지 않고 겉만 빙빙 돌고 있는데도 성기사들의 피해가 이렇게 야금야금 발생했다.

그동안 성기사들의 진형에 대한 연구나 전술 변화, 무엇보다 사제들과의 협력 부분이 계속 개선되었다. 악마병들의 거센 공격을 받고 있을 때의 신성 마법으로의 반격과 치료 집중을 연습한 것이 피해를 약간이라도 더 줄일 수 있게 된 계기였다.

"보약이 왜 몸에 좋겠어. 그게 다 쓰기 때문인 거지. 지금도 돌아갈 수는 없지만, 나중에는 정말 위험한 순간들이 올테니 조금이라도 더 겪어 봐야지."

위드가 준비해 온 보급 물자는 그대로 많이 남아 있었다. 현장 조달의 원칙에 따라서 웬만한 것들은 미궁에서 구해서 썼기 때문이다. 몬스터의 가죽과 고기, 벽에서 자라나는 지혈 효과가 있는 약초, 과거 미궁으로 들어왔던 원정대들이 남기고 간 유품들도 입수되었다.

"이거 꽤 짭짤하군!"

오래된 물건들은 레벨 200대들이 쓸 정도로 수준이 낮은 것들이었다. 로열 로드가 열리고 난 이후 얼마 안 되어서는 좋다고 소문이 났던 물품들이었는데, 그 당시에 로드릭 미궁에 도전했던 이들이 남겼으리라.

"아마 다른 사람들은 쓸모가 없다고 가져가지도 않은 모양이로군."

위드는 당연히 그런 물품들도 몽땅 챙겼다. 가끔 레벨이 높은 이들이 떨어뜨린 귀중한 아이템들도 그냥 버려져 있었는데, 이곳이 미궁이다 보니 찾으러 오지도 못한 모습이었다.

"난 기필코 살아서 나가야지."

위드가 가지고 있는 장비들도 화려하기 짝이 없었다. 바하란의 팔찌, 여신의 기사 갑옷까지도 몽땅 착용하고 있었기때문에 죽는다면 원통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여신의 기사 갑옷만큼은 입지 않고 놔두고 올까도 고민을 했지만, 악마병들이 주로 쓰는 흑마법과 저주 마법에 대한 내성과 저항력 때문에 입어야 했다.

성기사, 사제들에 대한 통솔력 강화 역시 지금으로써는 반드시 필요하다. 위드의 카리스마와 통솔력이야 매우 높은 수준이었지만, 위험한 미궁에서 한 번이라도 패배를 겪게 되면 사기가 추락하여 되돌릴 수 없는 결과가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취한다, 딸꾹!"

제이든은 함정 해체를 하면서 아직까지 실수는 없었다. 술을 지급하는 것이 부려 먹기 위한 약속이었고, 또한 제정신이 아닌 게 더 나았다.

"아..안 돼. 여기에 오는 것이 아니었어. 우린 죽어 버리고 말 거야. 으아아악!"

"자, 한 잔 마시고..."

"캬하, 술맛 좋구나. 껄껄껄."

성기사와 사제들은 아직까지는 양호했다.

"이런 곳에 악마병들이 있었다니..."

"모조리 처단해야 합니다."

타고난 용사인 바하모르그의 경우에는 걱정할 것이 조금도 없었다. 악마병이 둘, 셋이 나타나더라도 포효하면서 적들의 공격을 모두 자신에게 유도했다. 

악마병과 몬스터들과 싸우면서 바하모르그와 성기사들도 레벨이 약간씩은 올랐다.

사제들의 치료 마법 실력도 조금 나아졌지만, 그렇게 큰 차이는 아니었다. 

위드의 레벨도 한 단계가 올라서 429가 되었다.

악마병들의 레벨은 일상적인 사냥으로 잡기에는 매우 부담스러운 정도다. 미궁 밖에서는 보스급 몬스터로 분류되고도 남는 수준이다. 레벨 500대의 몬스터를 매일 사냥하는 파티는 존재하지도 않으리라. 성기사들의 희생이 있었지만 경험치와 전투 스킬의 숙련도는 상당히 많이 얻을 수가 있었다.

"광휘의 검술 파괴력도 놀라울 정도이니 여기서 악마병을 사냥하며 레벨을 올릴 수가 있겠군!"

위드는 광휘의 검술로 경험치를 쌓아 갔다.

성기사들이 죽어 나갈 때마다 프레야 교단과 루의 교단의 공헌도가 떨어지고 전투력이 약해지다는 점이 유일한 단점이었다. 로드릭 미궁을 정복하지 못한다면 여기 있는 전원이 살아서 나기지도 못하기에 불안했다.

"미궁에 대해서 알아낸 것이 아직은 없지만 계속 찾아봐야지."

미궁 탐색이 진행되면서 악마병들은 3마링, 4마리씩 나타났다.

"치료 마법 집중. 장기전으로 간다. 사제들은 마나가 남으면 일선에서 싸우는 성기사들이 다치지 않았더라도 계속 치료 마법을 써 줘. 그리고 알베론."

"예, 위드 님."

"놈들이 주문을 외우려고 할 때 보호 마법을 펼쳐 줘. 너밖에는 막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알겠습니다."

다수의 악마병이 나타나자 병력 지휘는 더욱 어려워졌다. 악마병들이 많아짐에 따라서 위험도가 훨씬 높아진 것이다. 철저한 수비를 바탕으로 하고, 악마병들 사이를 떨어뜨려 놓았지만 그럼에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여기까지 온 것을 보니 제법 실력이 있는 인간들이군."

"다 함께 지옥으로 가자!"

악마병들의 광역 공격 마법이 작렬!

방패를 들고 있었음에도 선두의 성기사들이 회색빛으로 변해서 사라졌다.

"알베론, 놈들의 눈을 가려!"

"홀리 버스터!"

알베론의 신성 마법을 강렬한 빛을 뿜어내며 악마병들이 일시적으로 눈을 뜨지 못하게 괴롭게 했다.

"루의 기적."

데리안은 신검의 힘으로 기적을 발휘하여 성기사들의 능력을 올렸다. 악마병들을 온전히 막아 내기 위해서는 다들 최대한의 능력을 보여 줘야 했다.

"상대하는 악마병들이 지금보다 늘어난다면 수비 위주의 진형이나 장기전으로 이끄는 것은 한계가 있겠어."

대장장이 스킬과 요리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성기사들이 지금보다 훨씬 많이 죽어 나갔을 것이다. 위드는 악마병들이 주로 사용하는 스킬들이나 행동법에 대해서는 철저히 가려냈다.

악마병들의 물리적인 공격에 성기사들이 몇 번이나 버틸 수 있는지, 마법 공격들은 어떤 식으로 방해하거나 아니면 막아 내야 하는지를 이해하는 게 전투 지휘에서 중요한 부분이었다.

"병력 운용을 더 완벽하게...노는 놈들을 없애야 해."

성기사와 사제의 조합 그리고 바하모르그까지, 톱니바퀴가 돌아가듯이 완벽하게 싸움을 해야 했다. 미궁 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악마병들은 더욱 많이 나올 테고, 변종 몬스터의 수준도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군. 악마병들이 더 늘어나면 위험하겠어."

위드가 악마병들과 매끄럽게, 더 이상은 전투를 잘할 수 없는 수준으로 성기사와 사제들을 다루더라도 희생은 가끔씩이지만 계속 생겼다. 악마병들이 영악해서 비슷한 방식으로 단순하게 싸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철벽과도 같은 수비를 하더라도 성기사들이 한자리에 조금 오래 머무르다 보면 공격을 집중당해서 쓰러졌다.

재빨리 구해 내지 못하면 사망!

위드가 그렇게나 보살폈음에도 지금까지 죽은 성기사들이 무려 71명에 달했다.

'더 부려 먹지 못하고 이렇게 보내는구나.'

전투 후에 사망자들이 생기면 네크로맨서로 시체라도 일으키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그나마 아직까지 사제들의 희생이 없는 것은 성기사들로 하여금 철저히 보호를 받게 해 두었기 때문이다. 악마병이 사제들이 있는 장소에서 날뛰기라도 한다면 결과는 참혹하기 짝이 없으리라.

"바하모르그."

"말하라."

"나와 같이 싸워 줘서 고맙다."

"나를 믿기 때문에 이곳까지 같이 온 것을 안다. 시시하지 않은 적과 싸울 수 있어서 좋다. 바바리안 용사답게 싸울 것이다."

위드는 로드릭 미궁에서 바하모르그가 제일 믿음직스러웠다.

'다른 조각 생명체는 죽을까 봐 걱정되어서 안 데려왔는데, 자기만 데려왔더니 특별히 믿는 것으로 오해를 하고 있군. 역시 일찍 죽었던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어.'

사제들의 치료만 뒷받침이 된다면 악마병들 사이에서도 바하모르그는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원래 워리어란 족속들은 자신보다 강한 적들에게도 맞아서는 쉽게 죽지 않는다. 끝까지 버티다가 동료들이 다 죽고나서 최후에 쓰러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물며 바하모르그와 악마병들은 레벨도 얼추 비슷했다. 위험하더라도 맡기는 수밖에는 없다는 판다. 물론 바하모르그까지 죽는다면 그 후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바하모르그, 아무튼 계속 전진이다."

"간다. 모두 나에게 덤벼라, 투리야아!"

┌────────────────────────────────────┐

│ - 야성의 외침을 들어셨습니다.                                          │

│   육체적인 전투 능력이 압도적으로 향상됩니다.                          │ 

│   단순한 공격 스킬들의 위력이 크게 배가됩니다.                         │ 

│   머리를 활용해야 하는 복잡한 스킬은 쓰지 못합니다.                    │

└────────────────────────────────────┘

워리어의 포효 스킬!

바하모르그가 앞에서 전진을 하자 벽과 천장, 망가진 탁자, 다 녹아 버린 촛대 밑에서 자그마치 악마병 7마리가 튀어나왔다. 시커먼 근육질의 몸에 창과 양손도끼 등을 들고 날개를 펄럭이며 공중을 날아왔다.

"크힛, 인간들이 왔다는 소식은 들었다. 이곳까지 올 줄은 몰랐는데..."

"먹히기 위해서 왔구나!"

"죽음이 소원이 되게 해 주지."

"악마 투발스레 님이 직접 처단해 주겠다."

숫자가 늘어나리라고 예상은 했지만 한꺼번에 무려 7마리!

악마병들은 은밀한 습격을 할 수도 있었다. 인간들을 얕보고 먼저 등장한 것은 아니고, 대부분이 성직 계열이라서 악마병들을 일찍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역시 이 놈의 팔자는...그래도 예상은 하고 있어서 다행이지."

위드는 어떤 일이든 운 좋게 쉽게 풀리리란 기대는 절대하지 않았다. 

로또를 사도 당첨이 안 되고, 사소한 경품 하나 받아 본 적도 없다. 구매 후 상품평을 쓰더라도 매번 행사 대상에서는 제외가 되었다.

악마병들이 3~4마리씩만 꾸준히 나타나 준다면 오히려 더 의심을 했을 터!

"물러서서 수비 진형! 성기사들은 석궁 장전되는 대로 쏴. 당장은 목표를 가리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신성 마법 공격 시작해! 신성 마법을 퍼부어서 악마병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라!"

악마병들이 한꺼번에 많이 나온 만큼 공격을 집중하여 숫자를 빨리 줄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하다가는 자유롭게 활동하는 악마병들에 의하여 피해가 더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하모르그가 전부를 막아주지도 못해서, 악마병들은 이리저리 흩어질 수도 있다.

무엇보다 어려운 것은, 최악의 상황이지만 전투 중에 사제의 마나가 떨어져 버릴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악마병에게 공격받은 성기사들이 오래 버티지를 못하다 보니 치료 마법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써 줘야 되었다. 그런 마당에 사제들의 마나가 뚝 떨어진다면 그것은 대참사를 불러오게 될 것이다.

성기사들이 대량으로 죽어 나가면 로드릭 미궁에서의 퀘스트는 실패였다. 사제들도 피해를 입기 시작하면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급격히 무너져 미궁에서의 전원 몰살 또한 확정되어 있는 것이다.

*

"일점 공격술!"

신성 마법이 작렬하는 사이로 위드는 악마병의 가슴에 일점 공격술을 사용했다. 상대를 완전히 파괴시킬 수도 있는 결 검술까지 쓰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무리였다.

결 검술은 상대방의 생명력과 방어력을 감각으로 알아야 한다. 생명력이 높은 보스급 몬스터들은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다. 설혹 위드가 최대의 공격을 하더라도 악마병들의 방어력이 높아서 결 검술을 발동시키는 것은 무리였다.

'기사들의 피해가 너무나도 크다.'

싸우는 와중에도 악마병의 채찍에 휘감겨 목숨을 잃는 성기사들이 보였다.

'바하모르그가 해 주지 못한다면 내가 함께 버텨 주는 수밖에는 없어.'

위드는 악마병의 창을 쳐 내고 물러나며 조각품을 꺼냈다.

"조각 파괴술! 이 모든 것이 힘이 되어라."

┌────────────────────────────────────┐

│ - 조각 파괴술을 사용하셨습니다.                                        │ 

│   걸작 조각상이 파괴된 고통! 슬픔!                                     │ 

│   예술 스탯이 5영구적으로 사라집니다. 명성이 100 줄어듭니다.           │

│   예술 스탯이 일 대 사의 비율로 하루 동안 힘으로 전환됩니다.           │ 

│   예술 스탯이 너무 높습니다. 원래 가지고 있던 힘 스탯이 낮기 때문에 한 │

│   꺼번에 전환이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

│   힘800이 고급 스킬 8레벨의 '통렬한 일격'으로 바뀝니다. 힘을 잔뜩 실은 │ 

│   공격이 정확히 적중하면 적들을 멀리까지 날려 버릴 것입니다.           │

│   마비와 혼돈 상태에 빠지게 만드는 비율을 늘립니다.                    │

│   힘 980이 고급 스킬 7레벨의 '꿰뚫는 창'으로 바뀝니다. 강력한 공격력으 │ 

│   로 상대방의 갑옷과 방패를 통째로 부숴 버릴 것입니다.                 │

│   힘 1,430이 고급 스킬 9레벨의 '순간의 괴력'으로 바뀝니다. 짧은 시간   │ │   동안 낼 수 있는 최대 힘의 3배까지 쓸 수 있습니다. 막대한 체력을 필요 ││   로 합니다.                                                           │

│   힘 1,598이 고급 스킬 3레벨의 '숙련된 공격자'로 바뀝니다. 공격 스킬의 │ 

│   데미지를 늘려줍니다.                                                 │ 

└────────────────────────────────────┘

위드는 곧바로 악마병의 무기를 강하게 받아쳤다.

┌────────────────────────────────┐

│- 검의 한계를 초과한 충돌로 데몬 소드의 내구력이 감소합니다.    │

└────────────────────────────────┘

내구력이야 다시 수리를 하면 될 일.

"어디 해보자. 지금은 마음껏 날뛰어 줄 시간이다!"

악마병의 가슴은 빈틈투성이였다.

본래대로라면 레벨이 아주 높은 악마병의 힘이 월등히 강했다. 그래서 위드도 지금까지는 악마병의 힘에 밀리면서 전투를 치르기가 어려웠다. 여신의 갑옷도 손상이 생기고, 자잘한 부상으로 생명력도 줄었다.

그렇지만 조각 파괴술을 사용한 이상 힘은 흘러넘쳤다.

"헤라임 검술!"

위드의 손에서 장난감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악마병을 연속으로 공격하는 검!

"크헥, 대단한 인간이구나!"

검이 잔상을 남기며 거짓말 같은 각도에서 마술처럼 움직이면서 악마병을 빠르게 연속으로 베었다. 주로 무겁고 긴 무기를 다루기 때문에 움지임이 느린 편인 악마병으로서는 속절없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악마병 여러 마리르 상대하고 싶었지만 1마리라도 확실히 맡으며 싸우는 것이 최선이었다. 성기사와 사제들은 다른 악마병 4마리를 맡아야 했다. 알베론과 데리안이 활약을 하며 모든 신성력을 쏟아 내어 악마병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프레야 여신이여, 이제 당신의 품으로 가겠습니다."

"루의 검으로 용기를 행하리라."

성기사들의 목숨을 바치는 헌신으로 악마병 4마리를 막아내고 결국은 해치웠다. 위드도 사제들의 지원을 받으면서 사냥을 성공시켰다. 그사이에도 바하모르그는 악마병 2마리를 상대로 무사히 견뎌 내고 있었다.

'이제 다시 2마리가 남았군.'

모두가 정상은 아니었지만 피할 곳이 없다.

벌써 상당히 많은 성기사들이 죽은 것 같고, 부상이 심한 이들도 많았으니 간악한 악마병들은 위기에 처하면 일단 그들을 노리게 되리라.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이제 2마리만 더 없애면 된다!"

┌────────────────────────────────────┐

│ - 스킬 : 사자후를 사용하셨습니다.                                      │ 

│   사자후 스킬의 영향 범위에 있는 모든 아군의 사기가 200% 상승합니다.   │ 

│   존재하는 모든 혼란 상태가 해제됩니다.                                │

│   5분간 통솔력이 300% 추가 적용됩니다.                                 │ 

└────────────────────────────────────┘

"여신을 위하여!"

"루의 밝음으로 악마를 몰아내리라!"

성기사와 사제들은 사기가 회복되어서 악착같이 전투를 계속했다.

바하모르그에 대한 치료도 이어지면서, 몸 상태가 정상에 가깝게 회복되었다.

"크릇...번거로워지는군."

"살육이 더욱 하고 싶다."

2마리의 악마병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바하모르그의 수비 범위에서 빠져나와서 성기사들을 습격!

악마병들이 도발을 벗어났을 때에는 위드나 데리안처럼 상대하기 까다로운 쪽보다는 최대한 많은 살상을 할 수 있는 쪽을 선택하곤 했다. 그리고 자신의 생명도 돌보지 않으면서 최대한의 공격력을 발휘하였다.

┌────────────────────────────────────┐

│ - 모든 악마병들이 제거되었습니다.                                      │ 

│   이 미궁을 빠져나간다면 성기사들의 거룩한 희생정신이 세장에 알려지게  │ 

│   될 것입니다.                                                         │

└────────────────────────────────────┘

"크으윽!"

"정말 지독한 전투였어."

힘겨운 전투를 마치고 나서 피해를 확인해 보니 성기사가 무려 22명이나 죽었다. 악마병들을 상대로 하면서 정말 위급한 순간이 많았는데, 성기사들이 불굴의 희생정신으로 버텨 내지 않았다면 훨씬 더 많이 죽었을 것이다. 알베론도 죽기 직전의 성기사를 최소한 10명 가까이 살려 냈다.

그나마 위드의 지휘 능력에, 신앙심이 투철한 고위 성기사들로 구성되었기에 얻어 낼 수 있었던 기적 같은 승리였다.

"그래도 고작 한 번의 전투로 죽어 나간 성기사가 너무 많구나."

로드릭 미궁에서는 악마병들과의 전투가 큰 문제인데 이런 식으로 헤매면서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이런 싸움을 수백번이나 거듭해야 할지 모른다.

위드의 눈가에 짙은 그늘이 지고 있었다.

*

아무리 낙천적인 사람이더라도 로드릭 미궁에 들어오게 되면 마침내 실패를 떠올리게 된다. 셀 수 없이 달려드는 잔혹한 악마병들, 몬스터, 마법으로 이루어진 환영들! 끝도 없는 것처럼 복잡하게 이어져 있는 길에서는 함정들도 불시에 터져 나온다.

데리안과 알베론, 성기사와 사제의 조합 그리고 함정을 찾는 제이든과 바하모르그는 이런 곳에서 오래 버티기에는 최적의 구성이었다. 사제들이 뒷받침이 되어 주어서 강한 적을 만났을 때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 월등히 유리하고, 성기사들의 방어력도 비슷한 레벨에 비해서는 훌륭했다.

위드가 이끄는 부대는 공격과 회복, 수비에서 균형이 잘 맞았다. 

현실적으로 공헌도가 높더라도 다른 왕국의 왕실 기사단은 잘 빌릴 수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고의 선택이었다. 요리와 생산 스킬들까지 지원을 해 주었으니 로드릭 미궁에서 오랫동안 버티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십여 번 정도의 전투를 더 치르면서 성기사들이 계속 목숨을 잃었다. 로드릭 미궁에 들어와서 죽은 성기사들만 이제까지 163명이나 되었다.

"이대로라면 몰살이야."

위드는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성기사와 마하모르그를 보았다.

악마병 9마리와의 힘겨운 싸움을 방금 마치고, 마나를 소진한 사제들은 저마다 여기저기 패잔병처럼 누워 있었다. 미궁으로 처음 들어왔을 때보다 성기사들이 상당히 많이 줄어들어서 전투를 치르며 대기하는 여유 병력도 없었다.

바하모르그야 투지가 워낙 강해서 어디에 떨어지더라도 마지막까지 싸울 독종이었다. 성기시와 사제들도 신앙심이 투철하여 쉽게 사기가 떨어지지는 않는다.

위드가 맛있는 최고의 요리를 해 주는 것도 사기를 계속 높게 유지하는 요인이었다. 만약에 사기마저도 떨어지게 되면 회복 속도도 느려지고, 전투 중에 겁에 질려 제대로 싸우지 않을 수도 있다.

용병 길드에서 용병들을 대거 고용핼 올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살아남지 모살 것이라고 생각하면 사기가 급속도로 낮아진다. 반란을 일으키거나 무리에서 이탈할 수도 있기 때문에 너무 위험한 장소에는 데려오기 어려웠다.

"그래도 용병이라도 끌고 왔어야 되었나. 돈을 더 뿌렸더라도..."

위드의 얼굴은 전과 달리 진지하고 심각했다.

성기사들의 비어 가는 자리도 갈수록 크게 느껴지는 데다가 미궁의 길을 알아내기 위한 단서도 찾아내지 못했다. 악마병들이 더 많이 나오는 걸로 봐서 미궁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오히려 이게 정말로 위험하다.

정확한 장소를 모르는 이상 근처를 빙빙 돌면서 악마병들과 전투만 계속 치르다가 전멸하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공이 불가능한 퀘스트였을까? 아니야, 아직 끝나지 않았다. 퉁퉁 불은 라면도 포기하기에는 아직 일러. 여기는 한번 실패하면 다시 시도해 볼 수 없으니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모든 것을 제대로 다 걸어 보기라도 하자.'

어차피 도망쳐서 나간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미궁의 출구를 찾지도 못할 테고, 유린의 그림 이동술로도 공간 왜곡을 뚫고 올 수는 없었다. 갇혀 있는 동안에 찾아 내고, 싸우고, 극복해 내는 수밖에는 없다.

'확실한 건, 이 미궁은 모든 조각술의 비기를 획득하고 나서 오는 곳이었다. 물론 조각술과 관련이 없는 직업을 가졌더라도 미궁을 제압할 수는 있겠지.'

아무리 길을 헤매더라도 걱정할 것 없이, 막강한 전력을 앞세워서 나오는 몬스터와 환영, 악마병들을 다 물리치는 방법도 있긴 하나, 현재로써는 헤르메스 길드의 바드레이와 친위대 전원이 온다면 미궁을 정면으로 뚫고 제압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악마병들의 공격력을 감안한다면 그들도 상당한 피해를 입을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조각술의 비기들을 얻으면서 했던 퀘스트에도 무언가 단서가 있지 않을까?'

위드는 지나쳤던 퀘스트의 과정드를 돌아보았다.

어떻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더라도 현재의 전력으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떤 작은 단서라도 놓쳤던 게 아닐지 살펴봐야 한다. 그러다가 자하브와 관련되었던 퀘스트들이 불현듯 피올랐다.

위드는 품에서 작은 손거울을 꺼냈다.

"이 물건을 얻은 적은 있는데...감정!"

┌────────────────────────────────────┐

│ 진실을 보여주는 손거울                                                 │ 

│ 고귀한 보석 손거울.                                                    │ 

│ 특수한 재질로, 신성력이 흐르고 있다.                                   │

│ 환영과 거짓을 파헤쳐서 진실로 향하는 길을 안내해 준다.                 │ 

│ 특정한 장소에서 사용될 수 있을 것 같다.                                │

│ 제한 : 살인자나 악인은 사용 불가능.                                    │

│        댄서와 바드, 사제가 착용하면 아이템의 효과가 2배가 됨.          │ 

│ 옵션 : 지식, 지혜 +7.                                                  │

│ 매력 : +23.                                                            │

│ 마나 최대치 11% 증가.                                                  │ 

│ 신앙심이 38 증가.                                                      │

│ 특정한 장소에서 길을 안내함                                            │ 

└────────────────────────────────────┘

자하브가 사랑했던 이베인 왕비의 손거울.

평소 조각 변신술을 쓰고 나서 외모를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다.

┌──────────────────────┐

│ - 아이템의 추가적인 정보가 드러났습니다.   │

└──────────────────────┘

"감정!"

┌────────────────────────────────────┐

│ 진실을 보여주는 손거울 : 내구력 14/25                                  │ 

│ 성자 만데리아가 간직하던 손거울이다. 평생을 소외되어 있는 사람들을 위  │ 

│ 하여 봉사한 그의 선행에 감동한 그라디안 국왕이 선물로 주었다.          │

│ 만데리아는 빈민들을 돕기 위해 손거울을 판매하려고 하였지만, 국왕이 내  │ 

│ 준 선물을 구입할 간 큰 보석 상인이 없었다.                             │

│ 만데리아가 뒷골목에서 쓸쓸히 죽어 갈 때, 손거울에는 '진실의 길'을 찾아 │

│ 낼 수 있는 신성 마법이 걸리게 되었다.                                  │ 

│ 환영과 거짓을 파헤쳐서 진실로 향하는 길을 안내해 준다.                 │

│ 만데리아의 신성력이 남아 있는 만큼 사용할 수 있음.                     │

│ 제한 : 살인자나 악인은 사용 불가능.                                    │ 

│        댄서와 바드, 사제가 착용하면 아이템의 효과가 2배가 됨.          │

│        손거울에 남아 있는 만데리아의 신성력이 고갈되면 모든 효과가 사  ││        라짐.                                                           │

│ 옵션 : 마법 저항력 +9%                                                 │ 

│        드물게 마법을 되돌려보낼 수 있다.                               │

│        지식, 지혜 +24.                                                 │ 

│        매력 +45.                                                       │ 

│        마나 최대치 17% 증가.                                           │

│        신앙심이 38 증가.                                               │ 

│        사악한 기운이 흐르는 미로에서 길을 찾아낼 수 있음.              │ │        남은 횟수 2회. 전부 사용 시에는 평범한 손거울로 돌아옴.         │

└────────────────────────────────────┘

"어렵게 구한 아이템을 고작 두 번밖에 못쓰다니..자하브와의 연계 퀘스트도 늦게 해서 못 했는데 아쉽군. 진실의 길!"

위드는 손거울을 바로 사용했다.

파아아아앗!

손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서 여러 갈래의 길 중 하나를 가리켰다.

"저곳이 맞는 길이로구나."

위드에게 그나마 희망의 등불이 켜졌다.

앞으로 가야 할 길에는 더 많은 악마병들이 나올 것이다. 솔직히 바하모르그와 성기사, 사제들이 목적지까지 버텨 줄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은 여전히 낮았고, 냉정하게 보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일단은 위드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맺혔다.

"최소한 아이템은 하나 건졌군. 한 번 남았더라도 경매로 팔면 바가지를 씌울 수는 있을 거야."

*

딩동!

이현의 집 대문 앞에는 검정색 세단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었다.

"요즘 CTS미디어 시청률이 꽤나 높다던데..축하드리오, 현 부장?"

"허헛, 무슨 말씀을. 요즘 온 방송국에서 신선한 프로그램을 많이 제작하고 계시더군요. 시청자들의 반응도 좋은 것 같은데..뭐, 그래 봐야 초반 인기가 떨어지면 몇 주나 가겠습니까만."

"전쟁의 신 위드는 우리 LK와 방송 계약을 할 겁니다. 깜짝 놀랄 만한 계약서를 들고 왔으니 다들 헛걸음을 하신 셈이지요. 그런데 디지털 미디어에서는 이사님이 직접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사무실도 답답하고 해서..가볍게 외유나 나와 보았지요."

대문 앞에 모여 있는 사람들 중 그 누구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각 방송국의 중책을 맡고 있는 이들이 직접 이현의 집까지 찾아온 것은 최근에 하고 있다는 모험 때문이었다. 

이현이 한동안 조각술 마스터 퀘스트에 전념하면서 방송국들은 특집 프로그램에 목말라 있었다. 정규 편성되는 여러 프로그램들의 질을 높여서 고정 시청자들을 늘리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로열 로드의 시청자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서, 방송국들은 광고 판매로 대규모 흑자를 기록했다.

제작한 프로그램을 외국의 방송사에 판매하는 것 역시 천문학적인 수익을 안겨다 줬다. 외국에서도 로열 로드에 접속하여 여가 시간을 보내는 문화가 너무나 당연해졌다. 파리, 런던, 상하이, 베네치아, 바르셀로나, 어느 도시에서도 로열 로드 관련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전쟁의 신 위드라고 하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정도였다. 위드가 단독으로 출연하는 특집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면 방송국의 이름이 두고두고 알려지게 된다. 전체적인 평균 시청률이 높아지게 될 절호의 기회라서, 방송국 관계자들은 놓칠 수가 없었다.

그가 로드릭 미궁에 들어갔을 거라는 정보가 알음알음 퍼져 가고 있는 마당이라 재빠르게 집까지 찾아온 것이다.

딩동, 딩동, 딩동.

"음, 벨을 눌러도 아무 반응이 없는 걸 보니 자거나 로열로드를 하는 모양이로군."

"전화도 받지 않으니 어디 밖에 외출을 갔을 수도 있지요."

"어쩌겠소, 여기서 기다리고 있는 수밖에..."

"급한 일이 있으신 분들은 돌아가셔도 될 것 같은데요."

"현 부장, 뻔히 속보이는 말을 우리 하지 맙시다."

방송국의 중책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문 앞에서 하염없이 이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현은 집 안에 있었다.

"오늘따라 된장찌개 맛이 아주 좋군."

밥까지 차려 먹으면서 느긋하게 다크 게이머 연합의 홈페이지에도 방문을 했다.

대문에 모여 있는 방송국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일부러 기다리게 한다. 속을 좀 태워야 협상에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다는 건 상식이었으니까. 기다림이야말로 바가지를 듬뿍 씌우기 위하여 필요한 것.

"룰루루...돈이 또 들어오겠구나."

이현은 콧노래까지 부르며 설거지를 하고 된장찌개의 냄새가 빠져나가도록 창문을 조금씩 열어 놓았다. 그리고 잠시 후에 밖으로 나가서 문을 열어 주었다.

"이곳에는 갑자기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허허, 그냥 인사차 들렀지요."

방송국 관계자들은 당연히 빈손으로는 오지 않았다. 각자 쇼핑백들을 두둑이 들고 있었는데, 이는 방송가에 퍼진 이현에 대한 은근한 소문 때문이었다.

'선물에 약해.'

'공짜를 상당히 좋아한다.'

관계자들이 들고 온 것은 한우 갈비에서 홍삼, 도자기, 양주, 전동 공구 세트까지 다양했다. 전동 공구 세트를 가져온 건 KMC미디어였는데, 예전에 이현이 슬며시 언질을 남긴 적이 있어서 특별히 챙겨 온 것이었다.

ㅡ 집이 주택이다 보니 손볼 곳이 자주 생기네요. 전동 공구 하나 있으면 참 편할 텐데. 이거 막상 사려니까 돈이 아깝고....꼭 필요한데. 1개만 있으면, 고장이라도 나면 곤란할 것 같기도 하고요.

강 부장은 최신 전동 공구 풀세트를 여행용 가방에 들고 왔다. 순수한 선물이 아니라 강탈 수준이었지만 이현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깔끔한 면이 있었다.

'선물은 마음이니까.'

아쉬운 것은 방송국 쪽이니 주는 것을 거부할 까닭이 없었다.

"뭘 이런 걸 다...가져오셨습니까. 꼭 필요하던 참이었는데. 갈비 세트, 이건 잘 먹겠습니다. 안으로 들어오세요."

이현은 방송국 관계자들을 집 안으로 초대했다.

백화점에서 구입해 왔을 화려한 선물들을 받았으니 무언가 대접은 해 줘야 했다.

"시원한 음료 드실래요, 따뜻한 음료로 드실래요?"

"저는 시원한 걸로..."

"따뜻한 음료로 부탁드립니다."

이현은 커피 믹스를 종류별로 꺼냈다.

아이스커피 믹스와, 일반 모카골드커피 믹스!

과거 CHN 방송에서 인사 오면서 선물로 주고 간 우전 녹차도 있긴 했지만, 그건 자신이 여동생과 마실 것이었다. 방송국 관계자들은 업무 추진비로 좋은 식당에서 비싼 요리들을 많이 사 먹을 테니까. 이현은 커피를 나눠주고 나서 뻔히 알면서도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집까지 찾아오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게....최근에 성기사들을 데리고 로드릭 미궁으로 들어가셨다는 소문이 돌아서요."

"허허허, 꼭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고, 오랜만에 인사라도 드릴 겸..."

당연히 로드릭 미궁으로 들어갔다는 것이 중요하리라.

전쟁의 신 위드가 대륙 8대 미궁 중 한 곳에 도전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이슈가 될 수 있었다. 만의 하나 로드릭 미궁을 정복하기라도 한다면, 이건 대륙의 모험 역사를 또다시 쓰게 될 사건이었다.

"제가 로드릭 미궁에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허억!"

"그렇다면...어서 방송 출연 계약부터 하시죠."

"다른 방송국보다도 확실히 좋은 계약 조건을 제시하겠습니다."

이현에게 내밀어지는 방송 출연 계약서!

고아고 수익의 일부는 물론이고, 별도의 출연료까지도 책정되어 있었다.

'이렇게 또 한밑천을 잡는군.'

한 방송사와 독점 계약을 하면 계약금과 출연료를 왕창 뜩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이현은 모든 방송사들과 원만하게 비교적 높은 가격으로 계약을 하기로 했다. 

여러 곳에서 듬뿍 뜯어먹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만약에 로드릭 미궁을 파훼할 수 있다면..그 부분에 대한 인센티브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저희와 전속 계약을 하시면서 고급 승용차 어떻습니까?"

돈이 썩어 난다는 CTS미디어에서 제안하는 차종은 당연히 외제 차였다.

이현은 고개를 저었다.

"자동차는 받지 않겠습니다."

남자라면 대부분 차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다.

그렇지만 매년 세금에, 보험금을 납부해 주고 주기적으로 오일 교환이나 타이어까지 챙겨 줘야 한다. 이현은 쓸데없이 돈만 잡아먹는 자동차는 사절이었다.

"대신 현금으로 주신다면 긍정적으로 고려해 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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