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달빛조각사 32권 : 7. 대몬 슬레이어 (208/520)

◎ 대몬 슬레이어

위드는 조각 부활술을 쓰느라 잃어버렸던 경험치를 전투를 하면서 제법 많이 복구할 수 있었다. 악마병들의 레벨이 높기에 마지막 공격을 하는 것만으로도 경험치가 쑥쑥 들어왔다.

그렇다고 해서 줄어든 레벨 3개를 올릴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확실히 빠르게 경험치를 채워 가고 있었다.

띠링!

┌───────────────────────────┐

│ - 일곱 번의 공격으로 악마병 데이페를 소멸시켰습니다. │

└───────────────────────────┘

┌────────────────────┐

│ - 검술 스킬의 숙련도가 향상되었습니다. │

└────────────────────┘

┌────────────────────────────────────┐

│ 호칭, 악마별 사냥꾼을 얻으셨습니다.                                    │

│ 악마병들과 전투를 벌일 때 투지의 효과를 높입니다.                      │ 

│ 부하들이 위축된다면 호칭의 효과가 이를 극복하는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 

│ 대륙의 교단으로부터 존경 어린 대우를 받게 됩니다.                      │

│ 던전에서 약한 몬스터들을 사냥할 대, 드문 확률로 일격 필살이 발생 합니  │

│ 다.                                                                    │

│ 악마병으로부터 아이템을 획득할 확률을 높입니다.                        │ 

│ 저주 마법과 흑마법에 대한 저항력이 2% 강해집니다.                      │ 

│ 악마와 관련된 아이템을 소유하고 있다면 더 높은 위력을 끌어낼 수 있습니 │ 

│ 다.                                                                    │ │ 제한: 악마병을 200마리 이상 사냥한 자에게만 부여되는 호칭              │

└────────────────────────────────────┘

전투로 얻은 호칭!

위드가 조각품을 만들어서 스탯을 축적하는 것처럼, 전사들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전투를 경험하며 강해진다. 명성과 스탯을 얻기도 하고 저항력이나 특별한 스킬도 깨닫게 된다. 조각품이나 생산 계열 스킬에 추호도 관심을 두지 않는 검치나 수련생들이 강한 이유이기도 했다.

단지, 전투를 통하여 자신의 한계를 넘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서 목숨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더욱 많다. 안전한 사냥을 위주로 한다면 그만큼 능력을 개발하지도 못하게 되는 셈이었다.

'데몬 소드를 쓸 때 조금 도움이 되겠군.'

지금은 레드 스타를 착용하고 있지만, 일상적인 사냥에서는 악마를 베었다는 검 데몬 스드가 아주 유용했다.

"이제 열두 번 정도만 더 싸우면..몬투스가 기다리고 있을 거네."

"그렇습니까."

위드는 로드릭에게 정중하게 대했다. 

그의 마법은 그야말로 엄청났고, 끊임없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마법사들의 마나 소모는 매우 심각하다. 위력을 발휘하는 짧은 시간 외에는 내내 명상을 하며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게 일반적으로 알려진 상식이다. 그런데 로드릭에게는 그러한 휴식 시간이 팔요가 없었다.

"발열, 눈멀기, 라이트닝 서클!"

기본 3개의 마법을 연속으로 마구잡이로 쓰면서 전투를 거듭하여도 마나가 고갈되지 않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로드릭과도 조금은 친해질 수가 있어서, 위드는 과감히 질문을 던져 보았다.

"마나가 고갈되지 않는 비결이 뭡니까?"

"그야 너무나도 간단한 것이 아닌가?"

"네?"

"세상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나. 마나로 이루어져 있지 않은가."

로열 로드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을 구성하는 만물에 마나가 있다고 한다.

"그야 그렇죠."

"내 몸의 마나를 쓰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마나를 끌어와서 쓰면 되니 무한한 마나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지."

"아, 그러면 몸에 마나가 아예 없어도 마법을 쓸 수 있겠군요."

"그런 상황이 자주 벌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의 마나를 끌어온다면 그렇지. 그런데 나도 부담이 될 정도로 고위마법을 쓰려면 내가 가진 마나도 많이 소모가 되지."

위드는 이번에는 마법사가 미치도록 부러웠다. 

'조각술 마스터가 아니라 마법을 마스터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조각사로서 궁극의 경지에 다다르고 있으면서도 다른 직업들이 가끔씩 부러워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로드릭은 자신의 몸에 있는 방대한 마나를 쓰기도 하고, 주변의 마나를 끌어와서 쓰기도 했다. 휴식 시간도 필요하지 않았고, 완벽한 전투 마법사이며 기계라고 불러도 될 정도였다.

위드는 로드릭이 마법을 써서 악마병들을 초토화시킨 곳에만 나타나 목숨을 끊고 아이템들을 취했다.

"아무래도 힘이 부족한 것 같군. 거인의 힘을 외워 주지."

"고맙습니다."

로드릭은 위드와 바하모르그, 성기사들에게 거인의 힘 주문을 시전해 주었다.

┌────────────────────────────────────┐

│- 대마법사 로드릭이 '거인의 힘'을 부여했습니다.                         │ │  잠재되어 있는 힘이 깨어나 최대 300%까지 늘어나게 됩니다.              │

│  유지 시간이 2시간 50분 남았습니다.                                    │

└────────────────────────────────────┘

거의 마스터의 경지에 다다른 보조 마법이었다. 받는 쪽의 레벨이 낮을수록 갑자기 올라가는 힘의 비율은 더욱 높아진다. 사제들이 써 주는 신성 마법의 축복과는 중복되어 적용되었기에 아주 유용했다. 힘이 강해졌다고는 해도 악마병들의 공격은 성기사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다.

"그것 하나 못 피하나?"

"저희가 약해서..."

"신속의 주문을 외워 주지."

"번거로우실 텐데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시끄럽다."

┌────────────────────────────────────┐

│- 대마법사 로드릭이 '신속의 주문'을 부여했습니다.                       │ │  이동속도가 빨라집니다.                                                │

│  스킬의 지연 시간이 감소합니다.                                        │

│  유지 시간이 2시간 59분 남았습니다.                                    │

└────────────────────────────────────┘

로드릭은 오만하고 고집스러운 노인이었다. 전투도 자신이 주도하려고 하고, 다른 이들은 그의 움직임에 맞춰서 따라가야만 했다. 하지만 함께 싸우는 위드와 바하모르그, 성기사들에게도 점점 믿음을 주었다. 로드릭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9시간 40분이 남았다.

'목적지까지 가는 건 무난하겠군.'

모든 함정들을 해체하면서 최단거리로 이동을 했다. 그러나 악마병 12마리 이상이 출현하였을 때는 위드도 심각하게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인간에 가깝게 생긴 악마병도 있었다.

악마병 중급 지휘관 블커!

"파이어 골렘 소환!"

로드릭은 자신의 가디언인 파이어 골렘을 불러냈다 

악마병들에게 아무리 얻어맞더라도 끄덕도 하지 않는 거대한 파이어 골렘!

고위 마법사는 자신만의 골렘이나 소환물을 갖고 있었다. 파이어 골렘이 바하모르그와 같이 악마병들을 버텨 주고, 로드릭의 무자비한 마법이 적들을 타격하였다.

"크르릇, 흩어져서 인간들을 공격하라."

조금의 틈만 주면 영악한 악마병들이 산개해서 공격을 하기도 했다. 그 이후로도 많은 악마병들을 만나서 성기사들도 추가로 200여 명이 안식을 맞이하고 사제도 32명이 죽었다.

그렇지만 그들이 미궁에서 잡은 악마병들을 전부 합치면 엄청난 숫자라서 의미없는 희생은 아니었다. 로드릭을 불러 온 이후로는 환영이나 연구용 마법 몬스터들은 덤비지도 않았다.

위드는 식사와 휴식을 하는 동안에 로드릭에게 다가갔다.

"이제 곧 몬투스가 있는 곳으로 가게 되겠군요."

"그럴 테지. 놈은 내가 지옥으로 돌려보내거나 처단할 것이다."

"물론입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또 무엇이냐."

"조각사들과 찬란한 아름다움에 대하여 연구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매우 보람이 있는 일이었지. 그리고 내가 아니었다면 진전도 없었을 것이야."

"어떤 연구를 하셨는지 들을 수 있을까요?"

위드는 심장이 쿵쾅거릴 정도로 긴장이 되었다.

"연구를 위해서 아마도...수십 가지의 시도 있었지. 무수히 많은 실패를 겪었고, 불가능에도 거침없이 도전하였다. 정말 찬란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세상의 법칙과 한계를 넘어야 했기 때문이야."

"그게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나요?"

위드는 로드릭이 내뱉는 말을 기다리며 숨을 죽였다.

"귀찮군. 말해도 믿지 않을테니..내 연구실에 가게 되면 보도록 하게."

"예..."

"저쪽으로 가게."

귀찮게 해서 친밀도 하락!

그다음에 벌어진 악마병들과의 전투에서도 로드릭은 대대적으로 활약을 했다.

지금은 실전되어 전해지지 않는 궁극 마법을 남발!

"죄인의 굴레."

악마병들의 발에 두꺼운 쇠뭉치들이 채워졌다. 

이동력과 민첩성을 떨어뜨리는 마법 주문이었다.

"플레임 캐논, 악령의 손!"

미궁 전체가 뒤흔들릴 정도로 강력한 불의 공격에, 땅이 갈라지더니 그 틈으로 시커먼 손이 나와서 악마병의 다리를 붙잡았다.

"캬아앗! 안 돼, 끌려가고 싶지 않아!"

벌어져 있던 땅이 닫히고 살펴보니 악령의 손이 악마병을 5마리나 데려갔다.

끌려간 악마병은 그것으로 끝.

위드는 정말 빠르고 정확한 판단을 해야만 전투의 공적을 세울 수가 있었다. 악마병들이 무턱대로 성기사들과 사제들이 있는 쪽으로 덤비는 것도 막아야 된다. 로드릭도 어느 정도는 신경을 써 주었지만, 주로 악마병들을 해치우는 데에만 관심을 가질 뿐이었다.

"마법이 예전 같지 않군. 시약이나 보조 아이템만 있으면 더 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텐데."

로드릭이 무시무시한 마법을 시전하며 내뱉는 말은 황당하게 들리기까지 했다.

'지금보다 더 강해진다면..과거 바르칸의 예를 봤을 때도 그렇지만 역시 마법사가 최강인가?'

위드는 미궁을 전진하면서 갈수록 복도나 주변의 장식들이 더욱 화려해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먼지가 두껍게 쌓여 있었지만 기사의 장식물이나 그림들, 복도에 세워져 있는 조각품들이 있었다. 물론 대부분 손상이 심각하여 완전한 복원을 하지 않는 이상 감상을 통해 스탯이나 조각술 숙련도를 올리지는 못했다.

'아깝군. 충분한 시간만 있었어도...'

위드에게는 노가다의 길이 보였다. 

로드릭 미궁의 모든 예술품 복원! 그리고 완벽하게 청소만 해낸다면 훌륭한 궁전이 되지 않겠는가. 상념의 끝에서 헤어 나오기도 전에, 일행은 몬투스가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커다란 물을 앞에 두고 섰다.

미궁에 들어서서 여기까지 오는 그 긴 여정 동안, 문이 있는 곳은 처음이었다. 전투 지휘를 위해서는 장소를 미리 조금이나마 알아 두는 것이 좋았기에 위드는 로드릭에게 물었다.

"저곳은 어디입니까?"

"왕이 머무르던 넓은 대전이지. 그리고 내가 마법 연구 장소로 사용을 했었고, 몬투스는 아마도 저곳에 있을 것이야."

꿀꺽.

위드는 마른침을 삼켰다.

베르사 대륙에서 로드릭 미궁의 이곳까지 온 사람도 없었지만, 하급이더라도 악마와 싸운다는 것도 상상하기가 어렵다.

'꿈에 나오면 이건 확실히 악몽인 건데..'

그럼에도 차오르는 흥분과 기분 좋은 긴장감.

죽으면 잃어버리는 것이 많지만 하급 악마와 싸워 본다는 것도 짜릿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마지막 전투가 될지도 몰라서 이번에는 제법 긴 휴식 시간을 가졌다. 바하모르그, 성기사, 사제들의 장비들을 새것처럼 말끔하게 고쳐 놓았다.

"살아서 또 만나자."

"반드시 우리가 이길 수 있습니다."

혹시 모를 인사도 나누면서, 푸짐하게 식사도 했다. 마판을 통해 챙겨 왔던 전투 물자는 절반 이상이나 남아 있었다. 처음부터 넉넉하게 준비를 하기도 했고, 악마병들이 워낙 위험해서 사냥을 하며 오래 머무를 수조차 없었던 것이다.

'아차피 죽으면 이것들은 밖으로 가져가지도 못할 텐데.'

고급 요리 스킬을 뽐내며 최고급 음식을 조리했다.

로드릭에게는 대륙 중부 지방의 왕들이 먹는 만찬까지도 차려 주었다.

"오랜만에 먹는 맛이로군."

로드릭은 마나를 완전히 회복했고, 다른 이들도 완벽한 몸상태였다.

"가지."

성기사 8명이 달라붙어서 대전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이제 시작이구나."

위드는 쿠비취로 몸을 바꾸고 레드 스타를 들었다. 

문이 완전히 열리고 나니, 그곳에는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악마 몬투스가 보였다.

*

명동의 사채시장은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에 필요한 역할을 해 왔다. 회사체 발행, 기업 대출, 어음할인 등이 이루어지며 자금 지원을 해 주었던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높은 이율의 폭리는 기본이었고, 정치자금이나 범죄 수익도 사채시장에서 움직이며 몸집을 불려 나갔다.

악질 사태업자들도 깊숙이 자리를 잡았다.

"SA 건설에 투입한 자금 회수 날짜가 다가오지 않았어?"

"일주일 후입니다. 사장이 연장을 부탁했는데요, 형님."

"전액 회수해."

"그러면 상환이 불가능할 겁니다, 형님."

"박 사장이 수도권에 회사 명의로 땅을 사 놓았는데 그쪽에 개발소식이 돌고있어."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확실히 처리하겠습니다."

사채업자들은 기업을 일부러 쓰러뜨려서 탐나는 자산을 먹어 치우는 일도 일삼았다. 사채업자들에게 급한 자금을 빌렸다가 빌딩이나 공장이 통째로 날아가는 정도는 흔히 벌어지는 사건에 불과했다.

명동의 신진 금융이 커 나간 것은 최근 3~4년 사이의 일이었다. 과거에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여 고금리의 사채업을 했지만, 이제 보유 자금을 늘려서 기업들까지 상대를 했다.

물론 일반인 대출은 여전히 알짜배기 사업이었다. 선진 금융이 급속하게 커 나간 것도 일반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 밑바탕이 되었던 것이다. 명품을 비롯한 과소비 문화가 발달할수록 사업 전망이 환한 곳이 사채업이었다.

한집섭은 장부를 꼼꼼히 확인했다.

"이번 달에도 수입이 괜찮군. 떼인 건?"

"동대문 쪽 시장상인에 불량이 좀 생겼습니다. 원금은 4,000정도인데 지금 이자 포함해서 9,000으로 늘었습니다. 가게 정리해도 2,000쯤 회수가 안될 것 같습니다."

"가족은?"

"아들 둘에 딸 하나입니다. 아들 하나는 아직 중학생입니다."

"2명이면 금방 갚겠군."

악질 사채업자들의 방식도 과거와는 많이 바뀌었다. 대출 액수가 많은 경우에는 장기를 데어서 팔거나 여자들은 술집에 넘겼다. 채무자들을 쥐어짜는 데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범죄이기 때문에 사법기관에 적발되면 회사가 단숨에 해체되었다. 이중삼중으로 자금은 미리 빼돌려 놓고 바지 사장도 임명해 두지만, 어쨌든 위험부담은 상당히 큰 방식이다. 

요즘에는 합법적인 방법으로 바꾸어서 회사에 취직을 시켰다.

시간이 갈수록 대유행이 되고 있는 로열 로드!

지방의 창고를 빌려서 아이템을 모으는 작업장을 차려 놓고 취직을 시켜서 상환하게 하는 방법이었다. 숙식 제공도 공짜가 아니었고, 캡슐의 이용 요금까지 다로 받아 냈기에 빚은 여간해서는 줄지를 않았다. 한 번 들어가게 되면 여간해서는 다시 나오지 못하는 곳. 사채없자 입장에서는 월급을 주지 않고 계속 부려 먹을 수 있기에 쓸 만한 사업이었다.

*

검치의 무기술 스킬이 고급 9레벨 50%의 숙련도를 달성했다.

"이제야 조금 강해진 것 같은 느낌이 나는군."

"수련생들도 전원 고급 8레벨 이상이 되었습니다."

사범들이 쉬지 않고 사냥을 끓고 다닌 성과였다. 수련생들이 무기술 스킬을 빨리 익힌 데는 비결이 있었다. 손에 익숙한 검만 고집하지 않고 활과 창, 도끼, 망치, 철퇴, 다룰 수 있는 무기들은 모두 사용하면서 전투를 치렀다.

다양한 무기를 저마다 능숙하게 사용하게 될수록 무기술 스킬을 잘 늘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검이나 도, 창처럼 주력으로 사용하는 무기는 있었지만, 보통 등에는 활을 하나씩 메고 다녔고 허리에는 작은 손도끼를 꽂았다.

검백일치는 물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이러니깐 용맹한 전사 같군."

검백오십구치도 옆에서 수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경우에는 양손이 아니면 들 수 없는 특제 대형 도끼를 가졌다.

"저도 그렇습니다, 사형. 어떤 전투라도 자신감이 붙는데요."

페실 강을 연결하는 알카사스의 다리를 건너기 위해 온 초보자들이 그들을 보며 깜짝 놀랐다.

"산적이다!"

"몬스터 아니야?"

"가진 거 다 드릴 테니 살려 주세요. 3골드밖에 없어요!"

평생 취직을 하지 않아도 외모로 먹고살 수 있을 정도!

검치는 사범들과 수련생들을 불러 모았다. 그의 입가에는 부드럽고 훈훈한 미소가 맺혀 있었는데, 얼마 전 마침내 북부에 도착한 여자 친구를 만났기 때문이다. 북부의 이곳저곳을 안내해 주면서 데이트를 즐겼기 때문에 입가에 웃음이 맺혀 있었다.

'전에 저렇게 웃으시면서 밤새도록 기합을 줬는데...'

'아무것도 없이 산에 가서 열흘간 생존 훈련도 시켰지.'

위드의 썩은 미소를 제압하는, 살인 미소!

검치는 부드럽고 다정하게 말했다.

"얘들아."

"예! 스승님!"

군대에서처럼 정확하게 맞춰서 나오는 대답.

"우리도 이제 직업 마스터에 도전을 해야 되지 않겠느냐."

"옛! 스승님의 말씀은 진리, 그 자체입니다."

어떤 반대 의사 표시나 말대꾸도 없이 결정되었다.

"삼치야, 검오치는 어디서 뭘 하고 있지?"

"지금 보라카두 지역에서 열세 번재 퀘스트를 하고 있답니다.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친 이들을 잡는 것이라는데,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어려웠던 점은 없고?"

"전부 죽이고 뺏으면 된답니다. 약간 까다로운 무술을 몸으로 익히는 것들이 조금 있었는데, 재수가 없어도 몇 번 시도하다 보면 해결되는 수준이라고 들었습니다."

밧줄 위에서 칼춤을 추는 정도의 난이도조차도 평생을 몸으로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간단한 유흥거리였다. 현실에서 단련한 육체는 가져올 수 없지만 정신력과 판단은 그대로였다.

다만 이것이 항상 장점으로만 작용하는 건 아니라서, 현실에서처럼 계산하고 기억하는 것을 싫어했다. 간단한 퀘스트도 머리로 해결을 하지 않고 때려 부수다가 실패한 적이 여러 번이기는 했다.

"그렇다면 퀘스트를 하러 가자꾸나."

"예, 스승님."

검치는 사범들과 수련생들을 끌고 움직였다.

그들은 무기술 스킬로 인하여 온갖 위협적인 무기들도 다 사용할 수가 있었다. 오우거, 오크, 트롤이 쓰던 무기도 빼앗아서 쓰기 때문에, 어디를 가더라도 사람들이 쳐다봤다. 뭉쳐 있기에 더욱 무식할 수 있는 그들이었다.

*

"몬투스!"

"로드릭! 너로 인하여 나는 이곳에서 수백 년을 갇혀서 보냈다."

"닥쳐라. 오늘이야말로 실수를 바로잡을 것이다."

"하잘것없는 인간이여, 과거의 그때처럼 심장을 꺼내어서 씹어 주지."

위드는 몬투스와 로드릭 사이의 극적인 재회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대전을 둘러보며 다른 적들이 얼마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우선이었다.

'으음, 이건 쉽지가 않겠군.'

악마병이 무려 30마리!

지옥에서 살아간다는 중형 몬스터들도 몇 마리 있었다. 악마병을 등에 태우고 있거나 해서 레벨은 그렇게까지 높아 보이지 않지만 맷집이 단단해 보였다.

위드가 과거의 영상을 통해 봤던 미궁의 대전과 비교해 보니 바닥과 벽, 천장 모두가 이상하게 바뀌어 있었다. 찐득한 액체가 흐르고, 알 같은 것이 도처에 매달려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생명체의 시체 속에서도 알들이 자라고 있는 모습이었다.

"저건 아마도 탈로쓰의 알이겠군."

작가가 누군지 밝혀지지 않은 어떤 여행자의 수기가 있었다. 로열 로드 초창기부터 고서적 판매점에 있었던 것으로 보아, NPC가 썼던 책이리라.

나중에 유저들이 활동하는 영역이 넓어지면서 수기에 나온 이야기들이 사실이라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다. 유저들은 여행자의 수기에 따라서 모험을 하기도 하고, 특별한 힌트를 얻어 내기도 하였다. 지옥에 다녀왔다는 여행자는 수기에 몇 가지 이상한 그림을 그려 놓았는데, 그게 지금 보이는 것들과 흡사했다.

"저게 태어나면 강철로도 벨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하고 빠르다고 했지."

거미와 흡사하게 생겼으며 12~16개의 발로 땅을 빠르게 기어 다니며 공격을 퍼붓는다. 지옥에서조차 매우 골치 아파하는 마물이라고 한다. 탈로쓰는 알에서 부화하기까지 아주 긴 시간을 필요로 했다. 그리고 놈들이 깨어나는 것은 허기진 배를 채울 먹이가 가까이 왔을 때였다.

파사사삭!

알들이 터지면서 태어나는 탈로쓰!

이곳 대전에는 탈로쓰의 알들이 부지기수로 많았다.

"이것들이 전부 깨어나게 되면...그리고 악마병들이 서른이나 된다니..

 전원 전투준비!

마지막으로 목숨을 건 싸움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생방송 3초 전!"

오늘은 방송국들에 있어 특별한 날이었다.

로열 로드가 열리고 난 이후부터 게임 방송사들의 시청자 숫자는 날로 늘어 갔다.

방송국에도 자금 투자가 이루어져서, 현재는 외형이 크게 확장되었다. 24시간 방송 체제는 물론이고, 외국에서도 동시통역과 자막으로 직접 서비스를 했다.

PD와 기술 팀의 인원 확충도 이루어졌는데 오늘은 그들이 전부 비상대기 중이었다. 전쟁의 신 위드가 로드릭 미궁을 탐험하는 방송 날짜가 바로 오늘인 것이다.

전쟁의 신, 로드릭 미궁을 정벌하다

위드의 노래 1부, 2부, 3부

위드, 그리고 데몬 슬레이어

시청률이 높다는 일요일 아침부터 위드가 현재까지 진행한 로드릭 미궁에서의 탐험을 연속으로 방송해 주었다. 각 방송국들이 경쟁적으로 참여하여 그 영상미나 내레이션, 음악은 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미리부터 모험 영상을 전송받아서 확실한 편집을 거쳤기 때문이다.

"엄마, 나 만화 봐야 된단 말이야."

어린아이가 텔레비젼 리모컨을 달라고 떼를 썼지만 통하지 않았다.

"은비야, 조용히 해. 너 자꾸 이러면 숙제 안 도와줄 거야."

"치이...엄마, 나 다리 밑에서 주워 왔어?"

딸의 애교 어린 투정에도 엄마는 넘어가지 않았다.

"택배 아저씨가 주고 갔어. 오늘만 엄마 보고 싶은 거 보자. 동화책 읽을 시간이잖아. 떼쓰면 택배 아저씨한테 반품해 버릴 거야."

로드릭 미궁의 탐험은 아침부터 방송이 되어서 저녁에는 몬투스와의 대전을 생중계로 진행하는 것이었다.

인근의 통닭집도 명절 때보다 더 바빴다.

따르릉!

"여기 청담동 벽산 아파트인데요, 양념 반 프라이드 반으로..."

"닭이 없어요!"

치킨집이 안 된다면 중국집이 있었다.

"사천 탕수육 되죠?"

"지금 주문하시면 3시간은 기다리셔야 될 것 같은데요."

배달 업종들의 호황!

로열 로드가 인기를 끌면서부터는 게임을 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도 영화나 드라마를 보듯이 지켜보았다. 한국에서의 인기야 말할 필요도 없었으며, 시차가 다른 외국에서도 시청률이 아주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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